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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 고형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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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독특한 발상과 어법으로 펼치는 독자적인 시세계

    중견 시인 고형렬의 열번째 시집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가 출간되었다. 시력 35년이 넘었음에도 시인은 지금까지의 시적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적 형식을 탐구해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색다른 시적 대상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상투적인 문법을 뛰어넘는 독특한 표현을 창조해내는 노련한 솜씨가 돋보인다. 그런 가운데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삶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계를 바라보는 예민한 투시력으로 어설픈 "깨달음보다는 느껴짐"의 시학을 펼쳐 보인다. 불안과 혼돈의 세계에서 희망보다는 절망과 어둠을 통해서 길을 내고, 그 어둠 너머의 빛을 탐색하는 "회한과 좌절과 망연자실"의 "녹록지 않은 정서"(김소연, 추천사)와 비장한 감정들이 담긴 시편들이 심금을 울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것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끊임없는 물음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삶의 치열성과 시 쓰기에 대한 열정이다.

    출판사 서평

    삶의 진풍경을 포착하는 특별하고 놀라운 투시력

    등단 이후 줄곧 시적 갱신을 도모하며 독특한 발상과 어법으로 독자적인 시세계를 펼쳐온 중견 시인 고형렬의 열번째 시집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최근 2년간 전작 시집 [유리체를 통과하다](2012 실천문학사),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2013 문학동네)를 잇달아 펴내며 왕성한 창작열을 보여주었다. 2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계를 바라보는 예민한 투시력으로 어설픈 "깨달음보다는 느껴짐"의 시학을 펼쳐 보인다. 불안과 혼돈의 세계에서 희망보다는 절망과 어둠을 통해서 길을 내고, 그 어둠 너머의 빛을 탐색하는 "회한과 좌절과 망연자실"의 "녹록지 않은 정서"(김소연, 추천사)와 비장한 감정들이 담긴 시편들이 심금을 울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것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끊임없는 물음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삶의 치열성과 시 쓰기에 대한 열정이다.

    해변의 황무지를 쓰고 죽고 싶다/풀 서너줄기 이어진 석양의 모래톱//고독한 동북아시아,/변방의 한 시인 어린 킹크랩의 눈단추처럼/늘 기울어진 하늘을 찾는 물별을/기다리며//스스로 황무지가 된 해변의 나는/안쪽에 옹벽을 올린 절벽의 주거지에서/새물거리는 동북의 샛눈//황무지 모래톱에 눕고 싶어라/황무지 풀밭에서 나를 붙잡고 싶지 않아라/못 죽어 눈물도 없이//바람 우는 황무지 해당화야/흰 불가 갯메꽃 나 수술에서 혼자 운다//먼 곳에서 해변의 황무지가 된다
    (/ '황무지 모래톱' 전문 중에서)

    고형렬의 시는 편안하게 읽히는 서정시와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다. 시적 발상이 낯선데다가 "해니(骸泥)"(/ '해니(骸泥)여 어디 있는가' 중에서), "좌안의 어둠속 망막"(/ '빛의 아들에게' 중에서), "우주의 다이어프램"(/ '나에게도 조금 보여주지 않겠어요' 중에서), "인공막창" "씰리콘 펠릿"(/ '태양의 인공막창집' 중에서), "풍계묻이를 한 미술의 비밀 사다리" "행려시(行旅屍)"(/ '죽음 속의 기척을 위하여' 중에서), "손바닥만 한 경구개의 문"(/ '푸른 물고기의 울음' 중에서), "상한(傷寒)의 검은 목내이들"(/ '참나무시드름감염목' 중에서), "회맹판" "랑게르한스섬"(/ '보잘것없는 인간' 중에서) 등과 같은 생경한 언어와 요령부득의 표현들이 난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일상의 세목을 재현하는 섬세함을 넘어 과학적인 사유에 바탕을 둔 기발한 상상력과 언어에 대한 철학적 탐구는 그만의 개성으로 힘을 발휘한다.

    허공의 그대가 살며시, 땅에 첫발을/내딛는 순간, 눈록들은 전율한다/신이 툭, 히말라야에 던져놓은 재규어/돌이 발에 닿는 순간, 눈이 열리고/그 눈을 찢은 영혼은 갑자기 태어났다/모래를 심장에 전하던 백만분의 찰나/짧은 정강이 아래 봉합된 발바닥/지평선과 대칭한 복부의 곡선과 음부/그 안에 걸린 복잡한 장기들/왜 그것들이 꼭 있어야만 했는가/꽉 다문 입처럼 강인한 항문의 괄약근/그 위를 뛰어가는 한주먹의 흰 돌들/만약 스스로 존재한다 할지라도/누가 저 재규어를 상상할 수 있을까/등골을 타고 성기를 가린 긴 꼬리/호랑가시나무 잎사귀가 뒤덮인 혓바닥/사뿐, 검은 바람의 호명이 되던/헤아릴 수 없는 그 세월, 몰록 흐른 뒤/지구 밖의 허공 속 벼락을 쥐고/공전궤도를 우두커니 서 있는 그림자/마지막 재규어는 지금 어디 있는가/살며시 지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아, 한묶음 꽃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 '애채들이 우는 지문의 기억' 전문 중에서)

    상투성을 거부하는 시, 냉소 속에 연민을 품다

    시력 35년이 넘었음에도 시인은 지금까지의 시적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적 형식을 탐구해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색다른 시적 대상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상투적인 문법을 뛰어넘는 독특한 표현을 창조해내는 노련한 솜씨가 돋보인다. 그런 가운데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삶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는다. 입술은 "가장 취약한 부분에 붙어 있는 살"에 불과할 뿐이지만 "입맞춤은 그러나 입술로만 가능하다"(/ '입맞춤의 난해성' 중에서)는 진술에서 보듯이, 시집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시의 발단은 한결같이 냉소적인데 결말은 세상에 대한 연민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법을 박형준 시인은 "시라는 온도의 변증법"이라고 명명한다.

    나뭇가지에 앉아 심장을 꿰맨다/새벽 한시의 대낮, 머리에 도끼가 솟은 검은 새//반고리관의 공명은 미명 속으로 사라졌을 뿐/일할의 빛이 구십구할의 어둠을 지운다/기구한 형상의 유전자를 남기고 결국 노숙(露宿)이 된 꿈들/다시 소통되지 않는 빛과 말/치실은 그들의 이빨에서 끊어지지 않는다/새는 너덜대던 도시와 자기 생을 기억하지 않고/발톱과 날개는 서로 상상하지 못한다/한점을 친다, 밤을 색칠한 필름 속 나뭇가지//혼돈을 향한 아침 길을 다시 잃고, 하늘옥상에/새의 집을 지은 유역의 오랜 기숙자들/손거울 들고 심장을 깨 영혼을 다듬는다
    (/ '어떤 새에 대한 공포' 전문 중에서)

    거대한 혼돈과 암흑의 세계에서 "지난 십년간 망가진 언어를 붙잡고 허둥거렸"던 시인은 "삶의 어떤 언어도 폭력적인 저 바깥을 읽어낼 수가 없다"(시인의 말)고 말한다. 시인은 "간혹 개 짖는 소리와 닭 울음소리뿐"(/ '적막황홀의 아침에' 중에서)인 자연의 한가로움을 즐기는 게 아니라 "눈물겹게 나는 자신을 너무 깊게 관찰했던 것"(/ '보잘것없는 인간' 중에서)임을 고백하면서 시가 "책 속에서 절규"하는 저 "죽음의 거리"(/ '시(市)는 죽었다' 중에서)이던 도시의 삶을 돌아본다. "수많은 시인들이 존재하지만 시인은 없다"(/ '언제부턴가 Y는' 중에서), "한국의 젊은 시인들은 빨리 늙는다"(/ '거울 속 상하이 귀뚜라미' 중에서)는 구절을 보면 시인이 최근 글에서 밝힌 "시대가 시와 시인을 바보로 만들었다"([포지션] 2015년 봄호)는 진단이 뼈아픈 공감으로 다가온다.

    신간은 출간되지 않는다/새로운 언어와 음울함과 서사와 메타포/시행 자체가 사랑의 핏줄이던 시절은/다시 제본되지 않을 것이다/우리는 어떤 문장에도 유혹되지 않는다/서로 붙지 않으려는 접착제처럼/아무도 죽지 않는 시단에서/난조(亂調)는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황사바람의 어둠속에서 술잔을 기울인다/아름다운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언제나 못난 자들이 주인이 된다/피도 꿈도 절규도 없는 죽음의 암실에서/파괴된 아뜰리에, 시인은 사라졌다/옷걸이에서 시가 죽는다
    (/ '날개/옷걸이' 전문 중에서)

    시인은 "현실적 언어의 빗방울과 조우하길 바라면서" "죽음의 그림자와 마주치고 말 못하는 자의 통어(通語)가 건너오길"(시인의 말) 꿈꾼다. "바람도 서로 열지 못하는 문만 굳게 잠겨 있"(/ '풀과 아파트' 중에서)고 "아무도 부르지 않고 아무도 붙잡지 않는/흰 침묵의"(/ '눈과의 문답 시절' 중에서) 도시에서 "기구한 형상의 유전자를 남기고 결국 노숙(露宿)이 된 꿈들"(/ '어떤 새에 대한 공포' 중에서)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뜨거운 위안을 건네주는 이 시집에서 우리는 시에 자신의 전부를 의탁하며 묵묵히 시의 길을 열어가는 시인의 오롯한 자세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김소연, 추천사)을 맞이한다. 시인은 이제 뜨거운 시심(詩心)을 가다듬으며 "더욱더 극심한 아름다운 혼돈 속에서 비애의 꽃나무로 서 있을 것이다."
    (/ '박형준, 발문' 중에서)

    너와 말이 통하는 순간 아픔이 왔다/통하는 것은 고통이 해소되는 일임에도/너는 하얀 뼈로 말하는가/말이 건너오다가 마른 눈 되어 사라진다/사라지는 눈을 보다가 너의 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내 몸이 불처럼 열려가는 그 말/아, 다시 한번만 그 말을 하고 싶다/그 끊어지지 않는 말/너에게까지 가는 데 번역이 필요 없는 말/마치 누군가 가까이 다가와/고자에게 북을 치는/제대로 된 말, 나를 뛰어넘어 날아가는 작은 날개의/새 같은 말, 그 눈과 발톱만 한 말/구름 속에서 빗방울이 발생하는//어느 오후 같은
    (/ '통어(通語)' 전문 중에서)

    추천사

    고형렬 시인은 언제나 달랐고, 다르다는 점은 한결같았다. 내가 한결같이 흠모한 건 시인만의 놀라운 투시력이다. 기척에 불과한 것, 아직 도착하지 않은 예감과 뜻밖에 발생하는 것들을 포착하는 특별한 시야가 시인에겐 있었다. 야릇했던 것들이 일순 또렷해져 형형한 모습을 느닷없이 드러내는 진풍경이 시인의 시에는 언제나 있어왔다.
    그의 투시가 깨달음이 된 적이 없었다는 점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는 깨달음을 기묘하게 거절하고 한발 비켜서왔다. 깨달음보다는 느껴짐의 편에 서서 한걸음씩 한걸음씩 나아간다. 절제와 결기를 최대한 정제하여 나아간다. 그는 언어의 연금술이 아니라 태도의 연금술로써 시인의 삶을 완성하는 시인이다. 이 점을 특히 나는 흠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의 이러한 나아감이 더욱더 심금을 울린다. 회한과 좌절과 망연자실에 자주 가닿기 때문이다. 이 녹록지 않은 정서들은 꽝꽝 얼어붙은 얼음강과 닮았다. 이 숱한 좌절, 이 짙은 회한이 어째서 이토록 맑을 수 있을까.
    시인은 저 지평선 즈음의 높은 언덕에 도착한 것 같다. 이 세계가 가장 잘 보이는 장소이자 저 세계가 가장 잘 내다보이는 장소에 서 있음으로써 조금의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이곳을 맑게 투시하는 것만 같다. 그가 서 있는 그곳이 시의 바깥일지, 시의 묘지일지, 아니면 새로운 시가 태어나는 탄생의 장소일지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다만 그곳을, 미래라는 시간이 장소가 된 곳이라고 상상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 언덕에서, 저편을 등진 채로 이곳을 향해 그는 지금 서 있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담아두려는 사람처럼 이곳을 향해 서 있다. 그의 등 뒤로, 지금 붉고 뜨거운 해가 걸려 있다. 시인의 미사여구가 아니라 시인의 자세만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 김소연 / 시인

    목차

    풀과 아파트
    화곡동의 빨간 벽돌 속에는
    입맞춤의 난해성
    어떤 새에 대한 공포
    손에서 번쩍거려
    내통
    해니여 어디 있는가
    사랑초 파란 줄기 속에
    도망가는 말들에게 부탁
    위조지폐
    빛의 아들에게
    나에게도 조금 보여주지 않겠어요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참을 수 없을 땐 전철역으로 간다
    언제부턴가 Y는
    멀리서 실외기를 지나가다
    거울 속 상하이 귀뚜라미
    눈과의 문답 시절
    황무지 모래톱
    깊은 샘, 깊은 뿌리들
    멍게, 멍게
    비누는 미끌미끌
    여름이 아내를 잡아먹는다
    별, 아파트
    멜라토닌이 찾아오는 저녁
    날개/옷걸이
    덩굴손 잔잎 좀 보세요
    적막황홀의 아침에
    얼음가래침
    나의 순간 장난감
    시(市)는 죽었다
    거대한 등창
    나는 엘리베이터인 적이 없다
    음식물 쓰레기통의 뷔페
    태양의 인공막창집
    DNA의 쾌락
    발코니의 처서
    새들이 공중제비하는 공중
    마리아의 마리아
    장미처럼 발화하는 것 같다
    죽음 속의 기척을 위하여
    시퍼런 하늘을 쳐다본다
    쓰라린 네시의 산
    로봇 사이버나이프 다빈치의 고백
    태양궤도의 길고양이
    사양의 가족사진을 찍다
    부채를 들다
    다시 오이를 올리며
    한톨의 감자라는 시간 속에서
    블랙박스의 웃음
    유르트의 눈으로
    소형 플래시
    또다른 칸나 한 뿌리는
    신혼 시절의 교차로에서
    빛을 모아주세요
    푸른 물고기의 울음
    그해 여름, 파랑 개구리들의 기억
    그녀의 초록 손에 쥐여준 엘레강스
    대하
    애채들이 우는 지문의 기억
    우리 집 땅속 피아노
    거울 도시
    참나무시드름병감염목
    보잘것없는 인간
    저 98층에서 무엇이 내려오나
    브이꼬프의 재봉틀
    나는 너에게 그려진다
    통어

    발문 | 박형준
    시인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4.11.08
    출생지 강원도 속초
    출간도서 44종
    판매수 2,659권

    낯선 현실과 영토를 자기 신체의 일부로 동화시키면서 내재적 초월과 전이를 지속해가는 고형렬은 15년 동안 삶의 방황소요와 마음의 무위한 업을 찾아 이 책, 장자 에세이 12,000매를 완성했다.

    속초에서 태어나 자란 고형렬(高炯烈)은 「장자(莊子)」를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문학을 시작했으며 창비 편집부장,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첫 시집 『대청봉 수박밭』 을 출간한 뒤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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