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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교류의 문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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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주경철
  • 출판사 : 산처럼
  • 발행 : 2015년 04월 25일
  • 쪽수 : 32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9006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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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다면적인 인류의 역사를 소통과 교류의 측면에서 살펴본 문명사

    저자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여 역사적 사건들을 다각도로 짚어봄으로써 기존의 역사적 통설들을 뒤집거나 다시 생각할 여지를 주어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각 장마다 시작 부분에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한 안내글을 박스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각 장의 내용을 보강하는 사료나 기존의 정설을 반박하는 자료들을 각 장의 뒷부분에 곁들여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전체에 130여 컷의 도판을 컬러로 실어 소통과 교류의 활기찬 문명사를 생생하게 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소통과 교류의 측면에서 조명한 인류의 역사

    아프리카 초원 지대에서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 인류는 자연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와는 거리가 먼 중간 이하의 지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결국은 땅끝까지 퍼져갔고 급기야 지구환경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지구를 장악하게 됐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유전자의 진화를 통해 자연에 적응해가는 게 아니라 문명과 문화의 누적을 통해 자연을 통제했던 것이다. 아무리 인류가 머리 좋고 재주가 많아도 한 세대와 한 집단의 성취물들이 누적되고 전달되지 않으면 늘 제자리걸음을 하는 수밖에 없다. 1만 년 전부터 농경을 시작하고 문화 발전을 이루면서 지식과 정보, 지혜의 교류가 본격화된 것이 인류 역사를 수놓은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와 같은 큰 맥락에서 파악하면 인간 역사는 전 지구적인 소통과 교류의 역사다. 세계 각 지역에서 비롯되어 다시 세계 각 지역을 향해가는 문물의 교환 흐름에서 유리하게 대처하면 선두의 자리를 차지하고, 그렇지 않고 고립되거나 지체하면 몰락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문명 발전의 성과들은 서로 어떻게 전해지고 수용됐으며,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가. 인간은 상인이나 전사(戰士) 혹은 모험가나 해적으로 전 세계의 땅과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 특히 다양한 작물이 다른 대륙으로 전해졌는데, 그 과정에서 병원균까지 지구적 차원에서 이동했다. 염료와 향신료 작물들이 이식되어 특유의 색채, 맛과 향으로 각지의 문화를 물들였다. 심지어 성스러움의 물질적 근거물인 성유물들도 수출입되어 인간 내면의 심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인간의 역사는 실로 다면적이다. 이 책은 이런 인류의 역사를 소통과 교류의 측면에서 살펴본 문명사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은

    제1부 문명의 길을 떠나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 초원 지대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인류의 기원을 추적해본다.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일 것이라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초식동물에 가까웠는데, 그럼에도 극도로 다양한 환경 속에 퍼져서 살게 된 뛰어난 적응력을 지닌 생물종으로 문명 단계에 들어간 이후에는 인간의 지위가 크게 상승하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인간이 지구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어 지질학적 개념으로 18세기 후반 이후 시기를 인류세(Anthropocene. ‘인간적인 새로운 시대’라는 뜻)라는 새로운 용어로 부르자는 제안도 있다.
    [농경의 시작]은 인간이 진정 인간답게 된 것이 마을을 이루고 농사를 지으며 살게 된 이후의 일이지만,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농경의 시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 즉 농경이 발명되고 그에 뒤따라 도구가 개선되고 토기가 나오는 등의 발전이 이루어진 다음, 그런 발전의 ‘패키지’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됐으리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이해인데, 실제로는 물질적 변화 이전에 문화적 변화가 더 중요한 요인이어서, 논밭이라는 ‘인공 자연’이 형성되자 인간의 삶을 전체적으로 통제하는 신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신으로 대변되는 질서와 규칙이 정립되고 언어로 후세에 전달하는 단계가 되어야 문화와 문명이 비로소 존립 가능했다는 것이다.
    [소]는 신성한 동물로서 소를 먹는 행위는 곧 신성한 힘을 나누어 가지는 종교 의례였고, 실상 고대에는 소를 잡아먹는 것이 일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근대에 들어와서 남북 아메리카의 대평원에서 대량으로 소를 키워 쇠고기가 흔해졌으며 냉장 기술의 발전으로 수출도 원활해져 이제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쇠고기를 즐기게 됐으나 빈부 격차가 갈수록 커져가기에 모든 사람이 고기를 먹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부유한 사람들이 먹는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들에게 사료를 대느라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을 줄이는 꼴이 됐다. 이제 육식은 신성함과 거리가 멀고, 세속적인 식탐의 행위에 불과하며 지구환경 문제나 빈곤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말]은 기원전 4000년경 가축화된 이후 인간과 늘 함께 살아왔다. 처음 가축화할 때에는 말이 먹잇감으로 중요했지만 곧 말의 빠른 속도와 적절한 힘을 이용하는 용도를 찾게 되어 농사나 짐 운반 같은 데에 많이 쓰이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은 군사적 용도로 군대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됐다. 말을 타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높은 위치에서 창칼을 휘두르거나 활을 쏘면 일반 보병의 입장에서는 대적할 방도가 없었다. 이런 군에서의 압도적인 우위를 누리는 덕에 말 타는 자는 지배자의 지위에 올랐다. 특히 서양에서는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는 기사가 귀족계급이 됐다. 이렇게 인간을 태운 채 전장을 누벼야 했던 말의 운명도 철마(鐵馬. 기차)나 자동차 등의 발명으로 인간의 싸움에서 물러나 본래의 친화적인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
    [면화]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직물 재료 중의 하나다. 면을 알지 못한 문명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유럽만 면화를 재배하지 못했기에 가장 뒤늦게 면을 알았다. 인도에서는 손재주 좋은 직조공들이 수천 년 내려온 전통에 따라 기가 막힌 직물을 제조하고 있었고, 유럽 상인들이 인도 직물을 수입해왔다. 이것이 유럽의 산업과 일상생활에 충격을 주어 이를 방치하면 모직물이나 마직물 산업이 몰락할 판이었다. 따라서 인도의 면직물 수입을 금지시키든지, 아니면 자체 생산해야 했는데, 영국은 자체 생산의 길을 선택하면서 산업혁명을 시작하게 됐다. 결국 기계의 생산에 밀려 세계 최고 최대의 면직물 제조 국가인 인도마저 영국산 직물 수입 국가로 전락하게 됐다.
    [염료]에서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아름다운 색들의 탄생과 그 역사를 추적해본다. 먼 과거에는 모든 게 다 천연염료였다가 19세기 독일에서 화학공업이 발달하여 인공 염료가 나오면서 모든 게 바뀌게 됐다. 근대 이전의 천연염료는 거의 대부분 생산이 어려워 귀한 물질이었다. 붉은색 염료로는 티리언 퍼플과 꼭두서니가 있었는데, 티리언 퍼플은 헤라클레스의 개가 조개를 씹어 먹으며 입 주위가 자주색으로 물든 것을 보고 염료 물질을 찾아냈다고 하며, 꼭두서니는 이 식물의 뿌리를 가공해서 얻는 염료로 고대부터 가죽, 양모, 면, 비단을 물들이는 데 사용됐다.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벌레에서 얻은 코치닐은 유럽 귀족의 붉은색을 물들이고, 인도의 쪽에서 얻은 인디고는 유럽 부르주아의 옷을 쪽빛으로 염색했다. 아프가니스탄 동굴사원의 불상을 성스럽게 치장하던 청금석의 푸른 안료는 바다를 건너 울트라마린이라 불리며 성모마리아의 옷을 푸르게 하여 신비로움을 강조했다.
    [포도주]는 유럽 문명의 대표적인 음료수이자 술이다. 포도주는 원래 종교적 의미가 강해서 신들을 위한 음료였는데 근대에 들어 즐거움이나 슬픔을 위해 마시는 소비품이 됐다. 18세기 유럽 대륙에서 포도주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서민층의 중저가 포도주 소비도 늘었고, 포도가 재배되지 않아 맥주를 마시던 북유럽 지역에도 포도주가 퍼져갔다. 19세기 이후에는 전 세계로 확산되어갔는데,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가 유럽 포도를 재배하고 유럽식 포도주를 생산하면서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필록세라 진디가 포도나무와 포도주 생산에 막대한 충격을 주어, 유럽 포도 재배의 역사는 필록세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비유럽권 지역에서 포도주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유럽 문화의 확산의 중요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시관]은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할 때 로마 병사들이 예수의 머리에 씌웠다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이 가시관은 프랑스 가톨릭교회에 의하면 실물 그대로 파리의 노트르담대성당에 보존되어 있으며, 매달 첫 번째 금요일 오후 3시에 신자들에게 경배하는 의례를 펼치고 있다. 또 가시들 중 일부는 유럽 여러 지역에 선사됐는데, 그중에 하나가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정치권력이 이런 성유물의 수집에 열심인 이유는 정치의 정당성이 종교적 성스러움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국왕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잘 지키기 위해 정치권력을 부여받은 하느님의 지상 대리인인 셈이다. 이처럼 종교적 위엄과 정치권력이 긴밀히 엮여 있기에 예수의 십자가나 가시관은 지상 최고 권력의 담보물인 것이다.

    제2부 미지의 대륙, 미지의 바다를 향해
    [장건의 서역 출사]에서는 한 제국 때 역사상 가장 강력한 유목 민족 중 하나였던 흉노를 진압하기 위해 흉노의 배후 세력을 찾아내 손을 잡아 협공한다는 방책을 세우고 장건을 초원 지대로 출사 보낸 이야기다. 흉노의 배후 세력을 찾기 위해서는 당시 초원 지대 여러 민족의 사정을 알아야 했으므로 이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였다. 우선 장건은 흉노와 불구대천의 원수로 알려진 월지를 찾아가 외교 관계를 맺으려고 했다. 그러나 흉노에 붙잡혀 10년 이상을 억류당했다가 겨우 도망쳐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광대한 서역 땅을 돌아다닌 뒤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귀국했다. 그러나 장건은 자신이 보고 온 내용을 정리하여 조정에 보고했고 이는 한 제국이 광대한 초원 지대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원이 되어 이후 초원 지대와 외교 관계를 맺으며 교역과 교류가 시작됐다.
    [소그드인]에서는 비단길의 초기 전성기를 구가했던 상인 민족인 소그드인에 대해 소개한다. 유라시아 대륙은 먼 고대부터 소통을 하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유럽까지 이어진 비단길이 대표적인 길이었다. 비단길은 고속도로처럼 뚫려 있는 길이 아니라 복잡다기한 네트워크의 연쇄와 비슷한 길이었는데, 이 네트워크는 수익성을 노리는 상품 이동보다 정치, 군사적 요인이 더 중요했다. 그러니 비단길의 역사는 양쪽 극단에 있는 세력보다 그 중간에 있는 여러 집단의 활동과 부침이 더 중요했고, 초기에 소그드인의 활동이 비단길 중심부에서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역사상에서 사라진 소그드인의 흥망과 찬란한 성취, 그리고 그 이면의 고통스럽고 힘겨운 삶을 추적해본다.
    [바이킹]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다기했던 바이킹의 현상과 그들의 활동 양상을 살펴본다. 바이킹이 스칸디나비아에서 배를 타고 프랑스나 영국의 부유한 지역을 약탈한 다음 도주하는 것은 일부에 불과했다. 이들은 서쪽으로는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하여 살다가 인디언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고, 반대 방면으로는 발트해 넘어 러시아를 지나 흑해 연안 지역 및 비잔티움제국과 교류했을 뿐 아니라 그 너머 광대한 아시아 세계로까지 들어갔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들은 상업과 약탈, 교역과 폭력, 경제 활동과 지배 등이 혼재된 상태로 활동을 했고, 러시아 국가 성립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며, 비잔티움제국에도 무력을 제공했다. 이처럼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이들의 활동을 통해 교류됐을 것으로 보이는 동전이나 불상, 호박(琥珀) 상품들이 발견되고 있다.
    [카르피니]에서는 몽골제국에 최초로 들어간 선교사이자 스파이인 카르피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중세에 유럽은 아시아에 대해, 혹은 아시아는 유럽이나 아메리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먼 곳에서 전해오는 정보는 기기묘묘한 요소들로 가득하고,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투사하여 상대 문명권을 기이한 세상으로 채색하곤 했다. 유럽인들에게 아시아는 종교적 근원인 에덴동산이 위치한 곳, 후추와 보석처럼 값비싼 상품이 가득한 부유한 곳이면서 동시에 저열하고 위험한 세상이었다. 그러다가 몽골의 대군이 불현듯 유럽 동쪽까지 쳐들어와 극한의 위기로 몰아넣었는데, 갑자기 스스로 후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일종의 외교사절이자 전도사이자 스파이로 카르피니를 파견했다. 그가 가져와 남긴 기록은 일보 진전된 지식과 정보를 전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순진무구한 몽환적 사고도 강고히 남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윌리엄 댐피어]는 과학자가 된 해적으로, 그의 삶과 활동을 통해 그의 시대를 엿볼 수 있다. 해적은 유사 이래 늘 존재해왔으나 대항해시대가 개막되면서 해적의 역할도 바뀌었다. 초기 해적은 국가를 대신해 전투를 수행하는 공식적인 청부 폭력배로서 자신은 이익을, 조국에는 영광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했지만, 이후에는 조국의 배든 적국의 배든 가리지 않고 제 살길을 찾아 약탈하는 무법자로 변신했다. 윌리엄 댐피어는 이런 전환기의 인물로서, 아직 국가의 부름에 응해 활동하는 편이지만 내면에서는 국가보다 ‘인터내셔널’한 바다에 속한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그에게는 폭력과 과학이 기묘하게 결합되어 있어 해적이면서 동시에 과학자였다. 즉 세계의 바다를 항해하며 지구 전체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무력으로 지배하는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등장한 인물이었다.
    [피에르 푸아브르]는 생물자원 해적의 선구자로서 주목해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약탈과 살인을 일삼는 해적이 아닌, 지식이나 생물자원을 훔쳐오는 지적인 해적으로 푸아브르를 살펴본다. 세계의 자원을 파악하고 이용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근대 초에는 다른 문명, 다른 생태계의 자원을 훔쳐오는 것이 절실했다. 서양에서는 후추와 정향 같은 향신료가 당시 가장 비싼 교역품이었고, 원산지를 직접 찾아가 그런 물품을 확보하고자 먼 항해를 했으나 쉽지 않았다. 아랍 상인과 중국 상인 그리고 유럽 상인들 간의 경쟁이 심했다. 특히 네덜란드인들이 선점하여 굳게 지키고 있는 정향이나 육두구 같은 고급 향신료는 접근이 어려웠다. 그래서 이런 귀한 향신료의 종자를 구해서 직접 재배하는 농장을 만들자는 사업을 구상하게 됐는데, 이를 성공시킨 프랑스 애국자 해적인 피에르 푸아브르의 이야기다.

    제3부 장벽을 넘다
    [페스트]에서는 14세기 전 세계에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충격으로 몰아넣은 페스트에 대해 살펴본다. 대체로 한 문명권은 그 자체의 병과 치료책을 가진 하나의 독자적인 질병권을 이루고 있었는데, 인간세계 사이의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병균도 따라서 전 세계로 퍼져갔고, 때로 한 병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페스트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 것이다. 역사상 인류에 가장 피해를 입힌 질병 중 하나인 페스트의 정체부터 그에 대한 대응까지 다각도로 페스트라는 질병에 대해 살펴본다.
    [콜레라]는 지구적 차원으로 퍼진 최초의 전염병이었다. 콜레라는 19세기 인도에서 시작되어 기차와 기선을 타고 동으로 또 서로 급속히 퍼져 세계인을 위협했는데, 이는 현대 세계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질병이었다. 산업화로 인해 프롤레타리아가 몰려 살게 된 도시의 더러운 환경에서 이 병이 싹텄고, 현대적인 교통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어갔으며 결국 현대 과학의 성과를 이용한 국가 정책으로 이 병을 통제했다. 현대 세계의 서막과 함께 등장한 콜레라는 그 자체가 세계화의 병리 현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실제 병이자 ‘은유로서의 병’이었다.
    [백색 노예]는 많은 여성이 ‘성노예’로 전락해서 먼 지역으로 팔려가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근대 세계 최대의 비극 중 하나인 흑인 노예무역이 종말을 고해갈 무렵 새로운 노예무역으로 등장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폭압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매춘이 대륙 간 차원으로 확대됐다. 아르헨티나나 미국 서부 지역 혹은 남아프리카 등 남자들만 과도하게 밀집된 개발 지역에서 매춘의 수요가 생겨나고 이를 위해 유럽의 가난한 지역 여성들을 속이거나 강제로 끌고 가 매춘을 시키는 것이다. 특기할 점은 이런 더러운 사업을 주도한 세력 중 하나가 유대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유대인의 백색노예 사업은 20세기 여성의 비극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일제에 의한 ‘위안부(성노예)’ 문제부터 오늘날 활개치는 온갖 섹스 산업의 발흥까지 세계화의 이면에는 인간에 대한 심대한 억압이 도사리고 있다.
    [대륙횡단철도]에서는 미국이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전투와 외교를 통해 영토를 확장하여 대륙을 국가 영토로 만들었으나, 이 광대한 땅들이 실질적으로 소통 가능할 수 있도록 19세기에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한 이야기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을 연결하는 대륙횡단철도는 이후 미국의 정치와 경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 엄청난 사업에 막대한 자금과 노동이 필요했는데, 대부호들은 이 기회를 통해 더욱 큰 부자가 됐으며 끝없는 노동은 중국인 노무자인 쿨리(苦力)가 제공했다. 1867년 완공된 철도는 광대한 땅을 실제적인 미국 영토로 만들어주었지만 그것은 선주민을 축출하고, 중국인 노동자의 큰 희생을 치른 결과였다.
    [파나마운하]의 완공은 역사에 남을 초대형 규모의 엄청난 위업이었다. 단순히 위대한 토목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군사적 횡포로 점철된 제국주의 사업이기도 했다. 말을 듣지 않는 콜롬비아에서 해당 지역을 떼어내 파나마라는 국가를 세우고, 카리브해를 미국의 뒷마당으로 만들어버렸다. 파나마운하의 건설 이후 미국은 세계의 바다를 통제함으로써 세계 최강의 슈퍼파워로 성장해갔다. 파나마운하의 건설은 20세기가 미국의 시대가 되는 첫걸음이었다. 이런 파나마운하가 프랑스인에 의해 진행되다가 미국으로 넘어오게 된 경위 등 완공되기까지의 숱한 우여곡절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베를린장벽에서 벽화로]에서는 30년 동안 동과 서를 가르고 있던 강고한 베를린장벽이 1989년 무너지고 그 장벽의 일부가 예술로 다시 태어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의 젊은 화가들이 모여 독일의 재통합을 축하하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벽화를 그렸던 것이다. 군국주의의 전체주의 수도 베를린이 이제 새로운 문화와 예술이 만개하는 사랑스런 젊은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목차

    책을 내면서

    제1부 문명의 길을 떠나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 전 세계로 퍼져간 인류
    농경의 시작 : 농업의 탄생과 신의 탄생
    소 : 육식의 세계화와 빈곤의 세계화
    말 : 인류의 역사와 함께 달리다
    면화 : 온 세상 사람들에게 옷을 입힌 작물
    염료 : 세계사에 색을 입히다
    포도주 : 신들의 음료에서 세계인의 술로
    가시관 : 성스러움으로 통치하다

    제2부 미지의 대륙, 미지의 바다를 향해
    장건의 서역 출사 : 초원 지대의 광대한 세상을 엿보다
    소그드인 : 비단길의 중심에 서다
    바이킹 : 러시아와 비잔틴 너머로 나아가다
    카르피니 : 몽골제국으로 들어간 최초의 선교사?스파이
    윌리엄 댐피어 : 과학자가 된 해적
    피에르 푸아브르 : 생물자원 해적의 선구자

    제3부 장벽을 넘다
    페스트: 온 세상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콜레라 : 세계화 시대의 병리 현상
    백색 노예 : 지구촌과 창녀촌
    대륙횡단철도 : 대륙에서 하나의 국가로
    파나마운하 :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베를린 장벽에서 벽화로 : 동과 서를 나눈 벽이 무너지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0.10.12
    출생지 서울특별시
    출간도서 33종
    판매수 19,864권

    ‘근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답하고자 애쓰는 서양사학자. 근대가 태동하는 순간부터 대항해 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특히 바다와 해양문명을 통한 전지구적 통합의 과정을 밀도 있게 연구하고 있다. 이런 그도 방학이면 여행에 들떠 낯선 도시들을 찾아 떠난다. 역사학자로서 처음 도시 이야기를 쓰면서 방문했던 여러 도시 중 파리를 떠올린 건 우연이 아니다. 파리는 젊은 날의 한때를 보낸 제2의 고향 같은 도시이지만,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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