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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0시 5분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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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이제 곧 막차가 올 것이다

    [겨울밤 0시 5분]으로 제20회 김달진문학상(2009)을 받았다. 이 책은 그가 2003년 퇴임 이후 1년여간 이어진 강의까지 모두 마친 뒤 쓴 작품이자, 각종 병치레를 견디며 풀어낸 시집이다. 이 두 사건은 그가 이 책을 쓰는 데 겪은 가장 큰 체험이 된다. 여행이 현실의 규칙과 압박을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일이라고 한다면 황동규는 사회적 억압이 아닌 자신의 몸, 병든 몸에 구속됨으로써 이전과 다른 형태의 여행을 통해 내적 갱신을 경험한다. 즉, 외부 세계의 다양한 자극과 변화 하나하나가 극적인 사건이 되었던 시인의 이전 창작 시기와 비교해봤을 때 이번 시집에서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시인에게 자신의 몸, 그 자체의 고통이 시 탄생의 계기가 되는 셈이다. "시간의 바퀴가" 삶에 아린 결들을 남기고 그의 "몸을 통째로 뭉개려"는 현실의 경험이 [겨울밤 0시 5분]을 관류한다.

    출판사 서평

    삶의 절정을 벗어난 시간, 0시 5분
    5분 뒤의 자리를 여행하는 자의 저림과 여운!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쉼 없는 시작(詩作)으로 매 시집마다 새롭게 성장한 내면을 보여주는 시인 황동규. 황동규는 "한 개인의 정신이 어떻게 형성되고, 현실과의 진정한 접촉을 통해 어떻게 아름답게 성숙해가는가를 보여주는 예"(문학평론가 이광호)로서 한국 현대 시사를 증거하며, 현실의 폐허와 고통, 아름다움과 기쁨을 탐구하는 여행자로 오랫동안 독자들과 호흡해왔다. 그의 시는 격동하는 현대사를 마주한 채 내밀한 마음의 풍경을 묘사했던 초기 시에서 일상에 밀착된 감각과 시어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데 이르렀다. 그 중 가장 강렬한 생체험, ‘늙음’을 경험하며 얻은 깨달음을 그린 그의 14번째 시집 [겨울밤 0시 5분]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R로 새롭게 출간된다(첫 출간 현대문학, 2009). 각 부 앞에 ‘쪽지’라는 제목으로 덧붙인 짧은 메모들은 독자들이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더해놓은 시인의 편지다. 독자들은 노년에 찾아온 육체적 고통 속에서 새로운 내적 갱신을 이룬 황동규의 생생한 언어 사이를 여행하며, 그가 보여주는 삶의 통찰을 맛보게 될 것이다.

    강렬한 육체적 고통을 넘어 찾아온 삶의 환희

    [겨울밤 0시 5분]으로 제20회 김달진문학상(2009)을 받은 황동규는 수상 소감을 말하며 "이번 시집이야말로 내 생애 처음으로 명실공히 교육기관과 관계없이 씌어진 시들로만 모은 작품집이 되었습니다. 일단 가르치는 일을 끝내자 기다리던 자유와 함께 있는 줄도 모르던 병들이 찾아왔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책은 그가 2003년 퇴임 이후 1년여간 이어진 강의까지 모두 마친 뒤 쓴 작품이자, 각종 병치레를 견디며 풀어낸 시집이다. 이 두 사건은 그가 이 책을 쓰는 데 겪은 가장 큰 체험이 된다. 여행이 현실의 규칙과 압박을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일이라고 한다면 황동규는 사회적 억압이 아닌 자신의 몸, 병든 몸에 구속됨으로써 이전과 다른 형태의 여행을 통해 내적 갱신을 경험한다. 즉, 외부 세계의 다양한 자극과 변화 하나하나가 극적인 사건이 되었던 시인의 이전 창작 시기와 비교해봤을 때 이번 시집에서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시인에게 자신의 몸, 그 자체의 고통이 시 탄생의 계기가 되는 셈이다. "시간의 바퀴가" 삶에 아린 결들을 남기고 그의 "몸을 통째로 뭉개려"는 현실의 경험이 [겨울밤 0시 5분]을 관류한다.

    제일로 잊지 말고 골라잡고 갈 삶의 맛은
    무병(無病) 맛이 아니라 앓다가 낫는 맛?
    앓지 않고 낫는 병이 혹
    이 세상 어디엔가 계시더라도.
    (/ '삶의 맛' 중에서)

    하지만 육체적 고통을 경험하는 황동규의 시 세계는 오로지 아픔에 머무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겨울밤 0시 5분]은 시인이 쇠약해진 육체를 삶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할 현실로 묵묵히 견디며 삶의 환희를 찾아가는 과정까지 담아낸다. "어지럽게 남아 있는 발자국들이 아직 완전히 얼지 않아서 다행이고([허공에 한 덩이 태양]), 싱싱한 추억이 봄물을 녹여서 다행이다([섬진강의 추억]). 눈 덮인 오르막길에 계속 미끄러지는 차도 눈에 띄는데, 기어코 ‘그림자처럼 기어올라’가는 차를 보며 그는 ‘다시 한 번!’을 속으로 외치기도 한다([다시 한 번!])"(문학평론가 김종훈). 삶에 대한 그의 긍정적인 태도는 그의 질병을 대하는 자세에서 정점에 이른다. 황동규는 삶의 제일가는 맛은 "무병의 맛이 아니라 앓다가 낫는 맛"이라며 질병을 치유하고 극복한 환희의 순간, 늙음을 견뎌낸 자만이 할 수 있는 통관을 보여준다.

    아픔이라는 앎음, 그 절정을 벗어난 이의 자리

    여자가 들릴까 말까 그러나 단호하게
    ‘이제 그만 죽어버릴 거야,’ 한다.
    가로등이 슬쩍 비춰주는 파리한 얼굴,
    살기(殺氣) 묻어 있지 않아 적이 마음 놓인다.
    나도 속으로 ‘오기만 와봐라!’를 몇 번 반복한다.

    (......)

    ‘무언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 곁에서
    어둠이나 빛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별들이 스쿠버다이빙 수경(水鏡) 밖처럼 어른어른대다 멎었다.
    이제 곧 막차가 올 것이다.
    (/ '겨울밤 0시 5분' 중에서)

    육체의 고통이라는 인간에게 가장 생생한 아픔을 겪으며 술회한 시인의 시어는 그 자신의 삶을 넘어 보편적인 형태로 나아간다. 아파트 후문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가던 화자는 ‘이제 그만 죽어버릴 거야’라고 읊조리는 여자를 발견한다. 죽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여자의 앓음은 곧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아픔이다. 시인 자신이 겪는 늙음 역시 ‘앓음’의 하나이기에 시인은 자신의 생체험을 보편의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시인 자신이 고통을 넘어 삶의 환희를 찾았듯이 황동규는 살기가 묻어나지 않는 여자의 얼굴을 통해 삶을 완전히 놓지 않은 이의 의지와 희망을 발견한다. 앓고 있는 인간이 아픔을 견디며 이제 곧 올 막차를 기다리는 장면은 인간의 삶에 대한 시인의 애착을 보여준다.

    마음을 다스리다 다스리다 슬픔이나 아픔이 사그라지면
    기쁨도 냄비의 김처럼 사그라지면
    저림이 남을 것이다.
    (/ '쪽지 4' 전문 중에서)

    문학평론가 김종훈은 시집의 해설에서 "절정이자 마감을 뜻하는 겨울밤 0시에 그녀가 있다면, 여운이자 시작을 뜻하는 겨울밤 0시 5분에 그가 있다"며 5분 뒤의 자리에 ‘겨울밤 0시 5분’이 놓여 있다 말한다. 쪽지를 통해 시인 스스로가 서술하듯 절정의 순간, 아픔이든 기쁨이든 어떠한 정점을 통과하고 벗어났을 때 남는 그 저림의 자리가 곧 시집 [겨울밤 0시 5분]의 자리다. 즉 아픔의 통증을 통과한 시인 황동규가 절정의 자리, 아픔의 절정 혹은 생의 가장 환한 순간을 벗어난 곳, 바로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또 절정에 놓인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절정의 시간을 5분 지난 곳, 그곳에 서 있는 시인의 목소리는 아직 생의 0시를 보내는 수많은 독자에게 새로운 생의 감각과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시인의 말]
    2009년 봄 상재, 2014년 봄에 절판시킨 시집을 최소한의 소질과 함께, 그리고 매 꼭지마다 조그만 쪽지 하나씩을 붙여, 다시 내놓는다.
    나의 그 어느 책보다도 인고(忍苦)의 속내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삶을 사랑한다. 삶에 대한 애착을 줄이자.
    2015년 봄
    황동규

    [문학과지성 시인선 R]
    역동적 상상력과 무한한 체험의 반복Repetition,
    몸 잃은 거룩한 말들의 부활Resurrection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일련번호 가운데 새로운 기호 ‘R’이 생겨났다. 한국 시의 수준과 다양성을 동시에 측량해 한국 시의 박물관이 되어온 문지시인선이지만 이 완전하고자 하는 노력 밖에서 일어나는 빗발치는 망망한 말의 유랑이 있었음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거룩한 유랑들이 출판 환경과 개인의 사정으로 독자들에게로 가는 통로가 차단당하는 사정이 있어, 문학과지성 시인선은 이에 내부에 작은 여백을 열고 이 독립 행성들을 모시고자 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R’. 문지 시인선 번호 어깨 근처에 ‘리본’처럼 달린 R은 직접적으로는 복간reissue을 뜻하며 이 반복repetition이 곧 새로 태어나는 일이기에 부활resurrection의 뜻을 함축한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일련번호 속에서 다문다문 R을 만날 때마다 그 안에 숨어 있는 낱낱의 꽃잎이 신기한 언어의 화성으로 울리는 광경을 목격하기를 기대한다. 그때쯤이면 되살아난 시집의 고유한 개성적 울림이 시집에 내재된 에너지의 분출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그렇게 수용하고자 한 독자 자신의 역동적 상상력의 작동임을 제 몸의 체험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목차

    제1부 겨울밤 0시 5분
    어느 초밤 화성시 궁평항 | 이런 고요 | 늦가을 저녁비 | 11월의 벼랑 | 삶을 살아낸다는 건 | 무(無)추억을 향하여 | 초겨울 아침 | 겨울밤 0시 5분 | 냉(冷)한 상처 | 허공에 한 덩이 태양 | 눈의 물 | 삶의 맛 | 낯선 외로움 | 깊고 길게 바라보았다 | 몸의 맛 | 축대 앞에서

    제2부 꿈이 사라지는 곳
    다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갈 준비돼 있다 | 섬진강의 추억 | 누군가 눈을 감았다 뜬다 | 무릇 | 밤꽃 냄새 | 낙엽송 | 맨 가을 | 겨울 빗소리 | 잘 쓸어논 마당 | 겨울 산책 | 얼음꽃 | 하늘에 대한 몇 가지 질문 | 잠깐 동안 | 겨울의 아이콘 | 늦추위 | 속 기쁨 | 꿈이 사라지는 곳

    제3부 밝은 낙엽
    안성 석남사 뒤뜰 | 사라지는 것들 | 오월동주(吳越同舟) | 장가계(張家界)에서 | 잘 만들어진 풍경 | 구도나루 포구 | 태안 두웅습지 | 밝은 낙엽 | 겨울 통영에서 | 젖은 손 | 대상포진 | 추억은 깨진 색유리 조각이니 | 저 흔하고 환한! | 삶에 한번 되게 빠져 | 삶은 아직 멍청합니다-편지

    제4부 무굴일기(無窟日記)
    무굴일기(無窟日記) 1 | 무굴일기 2 | 무굴일기 3 | 박새의 노래 | 쓸쓸한 민화(民畵) | 빈센트 | 사당동패 | 한여름 밤의 끝 | 헛헛한 웃음 | 해바라기 | 가을날, 다행이다 | 외딴섬 | 시인의 가을 | 또 한 번 낯선 얼굴 | 다시 한 번!

    해설 마당을 쓰는 사람·김종훈
    기획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1938.04.09~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31종
    판매수 7,326권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영국 에딘버러 대학 등에서 수학했다. 195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이래 [어떤 개인 날] [풍장] [외계인]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꽃의 고요] [사는 기쁨] 등의 시집을 펴냈다.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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