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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말하는 사이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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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신달자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04년 10월 30일
  • 쪽수 : 127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893740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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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삶의 실존론적 고뇌를 섬세한 여성적 감성으로 표현하며 우리 문학에서 여성 시의 영역을 개척하고 대표해 온 중견 시인 신달자의 새 시집이 출간되었다.
    선시집 '이제야 너희를 만났다'(2003)를 제외하면 오 년 만에 펴내는 이 신작 시집의 제목 "오래 말하는 사이"는 전체 작품의 두 가지 방향을 중의적으로 시사한다. 1972년 [현대문학]에서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이래 삼십 년 넘게 지속해 온 시작(詩作)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며, 동시에 말을 매개로 맺어지는 관계의 진정함에 대한 물음이다. 그 결과 시인 자신의 근본적인 반성과 과감한 변모가 공존하는 75편의 시가 모이게 되었다.
    오체투지의 종교적 색채가 짙게 드러난 전반부와, 메마르고 삭막한 삶의 조건을 중년 여성 화자의 유머러스한 말투로 풀어낸 중반부, 불모의 삶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모성과 여성성에 대한 관심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화법으로 시인은 선한 침묵의 세계, 영혼의 눈을 띄우는 진정한 말의 세계, 평화와 생기가 넘치는 생명의 세계로 가 닿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악 쓰는 세상을 향한 침묵의 존재론

    시인에게 바깥세상은 말 아닌 말의 소음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거칠었던 격분"과 "뜨거웠던 적의"로 얼룩진 혼탁한 말의 세상에서 시인은 말과 침묵의 의미에 대해 깊은 상념에 잠긴다. 시력(詩歷) 삼십이 년의 시인은 자신의 언어가 그 소음과 같은 편에 서 있지 않았는지 뼛속 깊이 회의하고 반성한다. 그리하여 시집 전반부의 주제어는 침묵이 된다. 시인이 종교적 여행이라 표현하듯 전원을 순례하며 쓴 일련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꽃, 나무, 바위, 산, 강 등은 모두 침묵하는 사물들이다. 시인은 그 풍경에서 "지독한 맹세"와 "섬뜩한 고립"을 보며, 자기 내부의 들끓는 감정을 삭이며 오랫동안 한 자리에 서 있는 사물들에게서 진실이 결여된 헛말을 과감히 버리고 말문을 닫아버리는 수행(修行)의 자세를 배운다. 시인은 침묵을 통해 진정한 말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침묵하는 존재들은 말을 비워낸 자신의 내부에 넓고 깊은 공간을 지니고, 그곳에서 큰 울림을 지닌 진정한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살아간다. 시인은 이러한 발견을 "피정"과 "학습"에 비유하며,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나간다. 이 공부의 요체는 "몸을 버리"고, "덕지덕지 시퍼런 욕망을" 벗어던지는 일이다. 이처럼 결연하고 단호한 각오는 언뜻 금욕과 고행을 말하고 있는 듯하지만, 현실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과 거부를 뜻하지는 않는다. 시인에게 그것은 "피도 눈물도 죄업도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말들을 감싸 안는 일이다. 단절과 배제보다는 더 높은 차원의 긍정과 포용을 제안하며 시인은 세속의 하찮은 사물들을 묵묵히 품는 침묵을 꿈꾼다.

    진실한, 간절한 통속의 목소리

    시집 중반부는 중년 여성 화자의 넉넉하고 섬세한, 때로는 자유분방한 어조로 주변을 돌아보며 메마른 일상에서 삶의 생기를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반부의 종교적이고 엄숙한 분위기와는 달리, 의도적으로 채택한 자기 고백 투의 말투로 시인은 "작고 하찮은" 것들, 한땀 한땀 생을 이어오는 대바늘이라든지, 식탁에서 나누는 가볍고 사소한 대화들, 시장 바닥에서 들리는 유행가 한 가락, 숨은 눈물을 우려내는 듯한 설렁탕 한 그릇 같은 것들 속에서 "유치한 사랑 노래의 유행가"같이 통속적이나 진실하고 간절한 음성을 발견한다. 생의 아픔과 인생론적 고뇌를 시적 주제로 일관해 온 시인에게 이러한 변모는 대단히 의외의 것으로 느껴진다. 오래전 중견 시인의 위치에 올라선 시인이 평단과 독자들에게 확립되어 있는 자신의 시세계를 뒤흔들고 새로운 감성과 리듬을 탐구하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우리 여성 시에서 이만한 솔직성을 드러내는 일은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조정권 시인의 평가처럼, 거칠 것 없는 파격으로 통속 속의 진정성을 길어내는 시인의 시도가 돋보인다.

    불모의 사막을 적시는 여성성의 생명력

    시인이 살아가는 도시의 삶은 메마른 사막을 건너는 일과 같다. '낙타'나 '서울 강남구 강변 사하라 사막'이 보여주는 생기 없는 불모의 삶은 "나의 사막이 꿈틀꿈틀/자리를 비켜주며/낯선 사막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끊임없는 고독과 인고의 연속이다. 혹은 '평지의 K2'처럼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좌절감, "예측 불허의 기상 악화"와 같은 항상적인 불안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시인은 전반부처럼 완강한 침묵으로, 중반부와 같이 유머러스한 달관과 솔직한 감정 표출로 현실을 견뎌내며, 그 한가운데에는 "우주의 신비" 혹은 "생명의 집"과 같은 여성성에 대한 희망이 자리 잡고 있다. 시인에게 여성성은 복잡한 이론적, 정치적 구도보다는 허기를 채워주는 모유나 사막에서 솟는 샘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을 허여하는 절대적인 이상으로서 형상화된다. 이 같은 모성의 태도는 삶의 가혹한 행로를 통과하는 원동력이자, 고단하고 지친 삶을 위한 위로가 되며, 시인은 여전히 자신의 언어가 그와 같은 생명과 위안의 시편이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3.12.25~
    출생지 경남 거창
    출간도서 43종
    판매수 16,930권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시집 『열애』, 『종이』, 『북촌』 등이 있다.
    공초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대산문학상, 석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현재 문화진흥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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