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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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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21세기 동아시아의 판도를 바꿔놓은 임진왜란!

    해양과 대륙의 충돌로 해석하는 임진왜란은 한반도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가? 이후 동아시아는 어떻게 흘러가는가? 이 책은 동아시아를 보는 일반적인 통념과 전혀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해양과 대륙이라는 양대 세력이 다투면서 문명과 역사가 바뀌었다는 주장은 많았다. 다만 그 배경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이고,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일본이라는 해양 세력이 주축이 되어 전개되는 것을 보면 생소함을 넘어 거부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도 말했듯이, 한국은 해양과 대륙 사이에 있는 반도 국가로서 그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21세기 한국에 걸맞은 역할이 필요하다. 대륙 일변의 역사에서 벗어나 해양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를 본다면, 당신은 오늘날까지 연속하는 해양과 대륙의 패권 대결을 현명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사활이 걸린 한반도의 미래 전략을 구축하는 필독서!
    - 이어령

    해양 세력이 동아시아 500년 역사를 바꾸어놓았다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화사상의 영향을 받아왔다. 조선시대까지 명?청과 조공관계를 맺으며 국제관을 형성했기에 ‘소중화(小中華)’의 시각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웠다. 21세기 한국 사회 일부에서는 중국의 부상을 숙명처럼 여기며 기뻐하기도 한다. 저자는 대륙뿐 아니라 해양과도 접한 한반도를 주목한다면 이제 중심 시각을 해양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늙어서 과대망상’을 하는 바람에 임진왜란을 일으켰다고 해도, 이 사건은 대륙, 한반도, 해양의 관계를 바꿔놓은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중국이나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들어갔던 사람들(도래인)이 다시 대륙을 넘본 것이 당연할 수 있으나, 이전까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중앙집권화된 해양의 습격이었다.

    한 중 일 삼국지적 관점을 넘어서-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을 포함한 열국지로 시야를 넓히다

    임진왜란은 비단 조선과 일본만의 전쟁이었을까? 사실 해양의 부상과 임진왜란은 동아시아 전체의 판도를 바꿔버린 국제전쟁이었다. 조선과 명이 일본에 신경 쓰는 사이에 북방 만주인이 청을 세웠으며, 이는 명나라 멸망과 또 다른 동아시아 해양 중심지, 타이완의 탄생을 불러왔다. 여기에는 동남아시아까지 진출한 대항해시대의 유럽이 개입돼 있으며, 시베리아를 넘어온 러시아까지 동아시아와 접촉한다. 그러나 16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 과거와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짐에도 조선은 당대 굴지의 무역항 마카오가 어디에 있는지, ‘나선정벌’을 통해 군사적으로 부딪친 상대가 누군지 전혀 몰랐다. 중국 대륙 너머의 세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대륙의 삼국(위·촉·오)으로 한정하고 비한인을 오랑캐로 보는 [삼국지연의]적 세계관의 폐해다. 현재도 ‘한·미·일’, ‘한·미·중’ 등의 삼각 구도로 한정해서 보려 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수많은 이해관계국이 얽혀 각축전을 벌이는 [열국지]적 세계를 구상해야 한다.

    고문서, 엽서, 팸플릿 등 180여 종의 시각자료를 담다
    이 책은 각종 자료를 활용한 저자의 특징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중국, 일본, 러시아의 고문서를 비롯해 우표와 엽서, 사진, 팸플릿 등 여러 자료를 통해 독자에게 다가가며, 새로운 해석과 상식을 덧붙여 흥미를 끊임없이 끌어당긴다. 이를테면 조선을 침략한 일본의 장수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는 각각 불교와 가톨릭 신자였는데, 이들에게 임진왜란은 종교적 성전(聖戰)이었다. 일본인도 임진왜란에 대한 조선인의 복수를 두려워했고, 이 불안감을 연극과 소설로 표출했다. ‘인도는 한반도에는 악몽이었던 대동아공영권에 독립의 희망을 걸고 있었다’ 등의 이야기는 낯설고 생소하다. 그러나 이는 역사의 궁벽한 곳에서 애써 찾아낸 것이 아니다. 한국이 동아시아사를 대륙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놓치는 것들이다. 만주와 러시아, 동남아시아까지 아우르는 더 넓은 지리적 범주와 다양한 이야깃거리 사이에서 해양 세력이 만들어낸 역사의 흐름이 오늘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추천사

    해양과 대륙이 맞서고 있다. 한국은 대륙 국가인가 해양 국가인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자세는 더 정교해져야 한다. 해양과 대륙의 격돌 사이에서 양극을 조정할 수 있는 힘, 이것이 우리가 절실하게 추구해야 하는 길이며 이 책은 한반도의 사활을 건 미래 전략을 짜는 데 필독서가 될 것이다.
    - 이어령 / 초대 문화부 장관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는 우리 역사의 전개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이 책은 이런 점에 착안하여 한·중·일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동해안 500년의 교류와 대결의 역사를 실증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풍부한 사료와 도판, 그리고 통찰력이 있는 저자의 안목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역사와 흐름 속으로 우리를 친절히 안내한다.
    - 신병주 / 건국대 사학과 교수, KBS 역사저널 그날 진행

    지정학적 중요도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지은이는 임진왜란부터 현재까지 동아시아를 훑으며 대륙- 해양 세력 충돌이 빚어내는 다양한 변화를 살핀다. 지금 일본의 재무장과 신냉전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지만, 지은이는 기우라면서 뻔한 반응을 경계한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설명 또한 흥미롭다.
    - 한승동 /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목차

    들어가며

    1부해양 세력의 부상, 한반도를 지정학적 요충지로 바꾸다(16-17세기)

    1장 일본, 강력한 해양 세력으로 떠오르다
    전국시대 일본, 백 년 동안의 분열 | 일본과 이탈리아, 유라시아의 동서(東西)에 존재한 전국시대 | 체사레 보르자와 오다 노부나가

    2장 해양 세력, 주변에서 중심을 꿈꾸다
    유훈통치 체제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 | 선과 악의 대결로서의 임진왜란 | 중국 대륙의 지배권을 건 한인과 비한인의 충돌 | 한반도, 지정학적 요충지가 되다

    3장 임진왜란, 대륙을 향한 세 번째 시도와 좌절
    대륙 세력이 되고자 한 일본의 첫 번째 좌절 삼한·삼국시대 | 대륙 세력이 되고자 한 일본의 두 번째 좌절 왜구 | ‘성전’으로서의 임진왜란

    4장 만주인, 임진왜란이 누르하치를 키웠다
    누르하치가 여진의 전국시대를 끝내다 | 압록강의 얼음성과 홍삼, 그리고 ‘만주인’의 탄생 | 누르하치, 제국 건설을 시작하다

    5장 급변하는 대륙, 동네북이 된 한반도
    유라시아 동부의 패권을 건 사르후 전투 | 여진인과 ‘한국인’은 동족인가 |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한반도 문제의 종결

    6장 명 청 교체, 비한인이 대륙을 지배하다
    고려의 충선왕, 조선의 소현세자 심양의 두 한국인 | 북경, 함락되다 | 중국인과 일본인의 혼혈아 정성공

    7장 타이완, 또 다른 동아시아 해양 중심지
    ‘아름다운 섬’타이완의 정치적 수난 | 타이완 섬의 운명을 결정지은 정성공 | [정감록]의 정도령은 정성공의 아들 정경인가

    8장 대항해시대, 노예무역으로 연계되다
    유라시아 동부에 나타난 유럽 | 임진왜란과 동남아시아 노예무역 | 동남아시아에서 사라져가는 한국인과 일본인

    2부회오리 이후, 옛 질서에서 새로운 질서로 흘러가다(17-19세기 초)

    9장 표류민, 새로운 세상을 본 사람들
    한반도로 표류한 네덜란드와 필리핀 사람들 | 고립된 조선의 현실을 한탄하다 | 한국과 일본의 표류민, 새 시대를 열다

    10장 난학, 네덜란드라는 창으로 세계를 보다
    세계경제 시스템의 동중국해 거점 왜관, 광둥, 데지마 | 네덜란드라는 창을 통해 세계를 본 일본 | 난학의 도입을 이끈 해부학

    11장 러시아,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바뀌는 동아시아
    유라시아 동부에 등장한 러시아 | 아무르 강에서 펼쳐진 조선·청·러시아의 삼국지 | 유라시아 동부, [삼국지]에서 [열국지]로

    12장 영토 탐험과 점령, 오호츠크 해 열국지
    러시아와 일본의 영토 분쟁 | 오호츠크 해 연안의 조선인 | 사할린은 누구의 것인가 | 오호츠크 해 열국지가 펼쳐지다

    13장 군담소설, 복수와 충돌을 말하다
    복수할 수 없는 울분은 무엇으로 풀랴 | 러시아와 일본이 오호츠크 해에서 충돌하다 | 조선과 러시아의 일본 협공 계획

    14장 통신사, 동상이몽의 조일외교
    통신사가 일본으로 간 까닭은 | 선교사 대 조공사 | 아메노모리 호슈라는 국제인

    15장 가톨릭의 충격, 옛 세계가 멸망하고 ‘신질서’가 수립되다
    성리학과 가톨릭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 | 포도주와 카스텔라, 유럽의 위험한 유혹 |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 시마바라 봉기와 네덜란드의 대두

    16장 종교와 국가, 탄압 속에서 꽃핀 기적
    한반도에 구현된 새로운 정신세계 | 국가보다 종교, 황사영 백서 | 유라시아 동해안의 기적

    3부제국주의 세계와 동아시아 충돌, 격동의 현대를 열다(19-20세기 중반)

    17장 서구와의 충돌, 중국과 일본의 아이러니
    청나라의 아이러니 | 태평천국이라는 터닝 포인트 | 일본의 아이러니

    18장 홋카이도 오키나와 타이완, 멸망한 소국들
    그들만의 나라, ‘에조공화국’ | 유구 왕국, 두 번의 멸망 |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 타이완 민주국

    19장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일본이 이용한 조선 대전쟁
    임오군란 | 갑신정변

    20장 청일전쟁, 중국에 대한 일본의 우위가 성립되다
    청일전쟁, 또는 동아 삼국 전쟁 | 문명 대 야만의 전쟁 | 을미사변에서 아관파천으로

    21장 조선과 러시아의 짧은 밀월
    러시아는 조선에 무엇이었는가 | 비백인 제국주의 국가의 등장

    22장 조선의 멸망, 그리고 조선인의 가능성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 나폴레옹과 워싱턴의 시대 | 조선은 왜 멸망했는가

    23장 독립전쟁, 만주 독립의 꿈
    한국인의 프론티어 정신 | 대아시아주의 | 연해주와 만주, 건국의 요람

    24장 대동아공영권 이후, 개인의 희생을 담보한 국가
    대동아공영권 | 인도 독립의 세 가지 길 | 누가 정의로운가 역코스의 역설

    마치며 / 더 읽을 책/ 주/ 도판목록

    본문중에서

    임진왜란 이전의 한반도 국가들은 압도적인 군사력(hard power)과 우월한 문화적 자원(soft power)을 지닌 한인 세력에 대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송.요.금의 병립기와 원말.명초 등의 시기에 한반도 세력이 한인 세력과 북아시아의 유목민.반유목민 세력 간에서 균형 외교를 전개하려 한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유라시아 동부 지역의 질서 재편 과정에서 한반도의 발언권은 극히 미약했다. 그러나 임진왜란을 통해 20여만의 대군을 바다 건너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과, 내향적 외교로 조선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이 일본에 등장하면서, 한반도 국가는 비로소 대륙 세력과 교섭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되었다.
    ('들어가며' 중에서/ p.10)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유라시아 동부 지역을 살펴보면, 한인(漢人)과 여러 비(非)한인 집단은 중국 동부 지역의 황허 강과 양쯔 강 유역에 대한 지배권을 둘러싸고 충돌을 거듭했다. 물론 북아시아 지역의 집단들은 한인의 영역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 등으로도 세력을 팽창했기 때문에, 이들 집단이 한인의 영역만을 절대시하여 정복을 시도했다고 말하는 것은 중국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중국사의 입장에서는 어떤 비한인 집단이 이 지역을 지배하게 되면, 그 집단의 거주지만큼 ‘중국’의 영역이 확장되는 과정이 반복됐다. 최근세에는 만주인의 청나라가 이 지역을 정복하면서 만주, 즉 현재의 동북삼성(東北三省) 지역을 비롯하여 몽골 티베트 위구르 등이 현재 중국의 국가 영역에 편입됐다.
    ('2장' 중에서/ p.41)

    이렇듯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의 선봉에 선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는 각기 크리스트교(가톨릭)와 불교(니치렌슈) 신도였으며, 이들에게 임진왜란은 일종의 종교전쟁이었다. 일본에 있는 임진왜란 기록을 보면 일본군이 부처와 일본의 여러 신의 도움으로 전투를 잘 치를 수 있다는 대목이 적지 않게 확인된다. 인간은 종교라는 이름을 내걸었을 때 가장 잔인하게 전쟁을 치렀음을 역사는 수천 년에 걸쳐 증명한다.
    ('장' 중에서/ p.56)

    원래 재조지은이란 임진왜란 당시 원군을 보낸 명나라가 조선에 대해 주장한 개념이었다. 이 개념을 홍타이지의 청나라가 차용한 것이다. 1716년에 일본 도쿠가와막부의 실권자인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도 [조선빙사후의(朝鮮聘使後議)]라는 책에서 재조지은을 주장한다. 즉,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멸망시켜서 조선의 원수를 갚아주고 재침 위협에서 구해준 것이니, 재조지은이 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괘씸하다는 것이다. 조선의 주변 국가가 모두 재조지은을 주장하니, 참으로 동네북과 같은 처지의 한반도였다.
    ('5장' 중에서/ p.85)

    [역옹패설( 翁稗說)]의 저자로 유명한 고려시대의 정치인 이제현은 티베트에 유배된 주군을 찾아간 기록을 남기고 있어서, 몽골제국 체제의 중국 지역을 구석구석 다닌 한반도 주민의 모습을 오늘날에 전한다. 고선지 충선왕 이제현 소현세자, 그리고 인도 아대륙 여행기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남긴 신라의 혜초(慧超)까지, 이들은 수동적인 상황에 처해서, 또는 자신의 적극적인 의지로 유라시아 대륙을 걸어 다녔다. 오늘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인에게 또 하나의 롤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6장' 중에서/ p.91)

    16세기 일본열도 세력의 분열과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한 통일, 그리고 그들의 세계 정복 야망에서 비롯된 임진왜란은 그 후 유라시아 동부 일대에 도미노 효과를 일으켰다. 유라시아 동해안의 일본열도에서 시작된 이 100년간의 변동은, 유라시아 동부의 약한 지점인 한반도에서 시작돼 또 다른 약한 지점인 타이완에서 끝났다. 일본열도가 유라시아 동부 일대의 정치적 변동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16세기에 유럽 세력과 교섭하면서 얻은 새로운 무기와 탈중국 중심적 세계관이었다. 어떤 지역이 역사적 변화를 겪을 때, 그 원인은 지역 내부에서 발생한 것과 지역 외부 세력과의 교섭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는데, 16 17세기 유라시아 동부 지역의 연쇄 반응에서 가장 중요한 외부 요인은 유럽 세력이었다.
    ('8장' 중에서/ pp.114~115)

    문순득은 [표해시말]에 기록된 내용보다 훨씬 더 본 것이 많고, 남기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던 것 같다. 정약용이나 그의 제자 이강회의 글에는 [표해시말]에 담겨 있지 않은 문순득의 경험담에 기반을 둔 주장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강회는 유라시아 동해안을 누비는 대형 선박에 대한 문순득의 체험을 듣기 위해 우이도에 들어와 그의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당시의 일반적인 조선 사람들에게는 땅끝의 유배지로 느껴졌을 터인 우이도가,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으로 기능한 것이다.
    ('10장' 중에서/ pp.136~137)

    조선은 러시아군과 무력충돌하면서도 끝끝내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으며, 이들이 향후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리라고는 더더욱 예견하지 못했다. 조선에 중요한 외국은 여전히 중국과 일본, 특히 중국뿐이었다. 이를 [삼국지]에 비유하자면, 조선인은 자국을 [삼국지] 속의 위 촉 오 가운데 특히 촉나라와 동일한 존재로 생각하거나, 위 촉 오 바깥의 ‘오랑캐’와 대비되는 ‘중화’적인 존재로서 간주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인이 진정으로 알아야 할 외국은 중국, 또는 중국과 일본뿐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에 러시아 영국 프랑스 미국과 같은 서구 열강이 들어갈 틈은 없었다.
    ('11장' 중에서/ p.167)

    당시 일본은 오늘날 일부 한국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류 스타’로서 통신사를 맞이한 것이 아니라, 자국의 정치적 맥락에 유리하게 해석했다. 그 맥락이란 곧 서쪽의 조선, 남쪽의 유구(오키나와), 북쪽의 아이누, 그리고 바다 건너 네덜란드가 일본에 복속됐다는 일본판 중화의식이다. 유구 왕국의 사신과 나가사키의 네덜란드동인도회사(VOC) 상관장, 그리고 조선의 통신사가 에도에 오는 것은, 일본이 중국과는 또 다른 세계의 중심이라는 일본의 세계관을 증명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여졌다. 그야말로 동상이몽의 통신사였다.
    ('14장' 중에서/ pp.200~201)

    17 19세기 유라시아 동해안의 가톨릭 순교자들이 보여준 정신세계는 이른바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위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뿐더러 가톨릭만의 전유물은 더더욱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17 19세기 유라시아 동해안의 가톨릭교도는, 서구 국가의 가톨릭교도가 자행한 마녀사냥이나 비서구권 지역 주민에 대한 학살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세계를 유라시아 동해안 일대에 구현하기 위해 크리스트교라는 외래 신앙을 이용한 것이다. 현세에서는 물론 내세의 구원에서도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해 세상 속으로 뛰어든 원효대사가 상징하듯이, 고대에 유라시아 동부 일대에서 불교라는 평등주의적 종교가 수행한 역할과 비교할 수 있다. 18 19세기의 전환기에 크리스트교는 한반도 주민들에게 기존 체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인간형을 제시해주었다.
    ('16장' 중에서/ p.232)

    그렇다면 일본이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그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웅번(雄藩)들과 서구 세력 간의 무력 충돌에서 패한 것이었다. 1863년에는 영국과 사쓰마 번이 충돌했고(사쓰에이 전쟁), 1863 1864년에는 서구 4개국 연합군과 조슈 번이 충돌했다(시모노세키 전쟁). 이러한 충돌을 통해 서구 세력의 압도적인 힘을 실감한 웅번들은 영국을 비롯한 서구 세력에 급속히 접근했다. 이들 전쟁으로부터 3년 뒤인 1866년에 프랑스의 침략을 물리친 조선이 쇄국정책을 강화한 결과 국제 정세 변화에 더욱 둔감해진 것을 생각하면, ‘잘 진 것은 잘못 이긴 것보다 낫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웅번 세력은 기존에 온건한 개국을 주장하던 막부에 불만을 품고 연합하게 된다. 개국을 주장하던 도쿠가와막부 측이 수구 세력으로 간주돼 타도 대상이 된 것이다. 이것이 일본의 아이러니다.
    ('17장' 중에서/ pp.255~256)

    쑨원이 강연에서 언급한 ‘아시아’에서는 ‘조선’이 빠져 있다. 임오군란부터 청일전쟁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조선과 청의 이해관계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를 적대시한다는 점에서는 청과 일본이 이익을 함께했고, 러시아에서 독립의 희망을 보았다는 점에서 조선은 러시아와 이익을 함께했다. 초대 주러시아 상주 공사관이었으며 대한제국의 멸망 후 1911년에 자결한 이범진은 "러시아가 오스만제국과의 전쟁으로 불가리아와 세르비아를 해방시켰듯이, (나는 러시아에 의한) 한국의 해방을 원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맞서 언제나 견해를 함께해왔다는 일각의 주장은 한반도의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왜곡하는 것이다.
    ('21장' 중에서/ p.313)

    신생국가 대한민국에서 ‘친일파’가 생존권을 얻기 위해서는, ‘혈세’를 바치기 위해 일본군으로 복무하고 종군위안부가 돼야 했던 이들의 존재를 시민들의 기억에서 지워야 했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자신들이 징용하고 동원했던 자들에 대한 사후처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B C급 전범, 종군위안부, 스파이로 취급받아 강제로 이주당하고 학살당한 연해주와 사할린의 조선인,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의 영웅인 동시에 구 일본군 전범이었던 양칠성, 일본이 덴노제도를 지키려고 전쟁을 질질 끄는 바람에 무의미하게 사망한 10만 명의 오키나와 주민, ‘프론티어’ 북만주(北滿洲)를 개척하자는 명목으로 일본에서 보낸 소년으로 구성된 만몽개척단(滿蒙開拓團), 일본군 만주군에 소속돼 북만주에 주둔하다가 일본의 패전과 함께 소련군의 포로가 돼 시베리아에 억류된 조선인 등이 바로 그들이다.
    ('24장' 중에서/ p.359)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
    출생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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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5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학부와 석사를 거쳐, 일본의 국립 문헌학 연구소인 국문학 연구 자료관(총합 연구 대학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교수로 있으면서 인간 정신과 행동의 근본에 자리한 [전쟁]이란 무엇인가를, 전쟁의 기억이 담긴 문헌을 통해 추적하고 있다. 그는 근대 동아시아의 역학 관계를 조선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이해 당사국들의 시각을 두루 살핌으로써 입체적으로 다루려 한다. 이러한 접근법이 역사의 객관적 실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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