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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꾹질의 사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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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고영
  • 출판사 : 실천문학사
  • 발행 : 2015년 02월 27일
  • 쪽수 : 12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922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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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이번[딸꾹질의 사이학]에선 유독 시인의 자기 갱신이 ‘처연’해 보일 만치 눈에 띈다. ‘갱신’은 자신의 생을 처절히 응시함으로써 투사한 시선이 확보될 때 갖는 삶의 비의감이다. 거기에서 비로소 삶의 질감과 색채가 배어 나오게 된다. 중견 시인으로 접어든 시인은 또 한 번의 껍질을 부수는 자기 자신으로의 여정이 시집 곳곳 겨울 강의 유빙처럼 떠다닌다. 시인이 깨뜨려야 할 껍질과 그 방향은 ‘외부’만을 향한 ‘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좀 더 ‘단단해지기’ 위해 내밀해짐으로써 ‘폭’이 아닌 ‘깊이’로, 다른 층위를 향한 내적 지향으로의 농후함이다. 그것은 이번 시집에서 ‘사이’라는 은유의 시어로 등장한다. 처음 시적 화자가 깨뜨려야 하는 겨울 강의 ‘얼음’이나, ‘달걀 껍질’은 가로막처럼 보인다. 형식적으로 각각 내부와 외부를 가로막는 장애물처럼 보이지만, 이는 시인이 갱신해야 할 시적 현실이기도 하다.

    출판사 서평

    처연과 연민, 그 사이의 미학

    2004년 월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고영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첫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2005)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인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2009) 이후, 약 6년 만이다. 그동안 견지해오던 ‘서정’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내밀한 층위의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시인의 "사물에 대한 그 통합된 감수성, 내적 진실에 대한 깊은 사유, 인생론적 진실로 승화시키고자" 한 시적 분투와 그 결실들이 제1회 [질마재해오름문학상]으로 귀결된 이후, 그의 시세계가 어떤 서정의 세계를 확보하며 진화하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물과 세계들 사이에서 길항하는 시인의 내밀한 아픔과 연민들의 ‘처연함’의 정서가 새로운 ‘사이’를 잉태시킴으로써 보다 웅숭깊은 시세계 나아간 자취들을 시편에 올올이 새겼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시인에게 시집은 일종의 ‘매듭’과도 같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매듭을 짓고, 다가오는 시간을 어떻게 ‘갱신’ 것인가의 생의 진지한 궁리들은 ‘매듭’의 형식인 한 권의 시집으로 엮인다.
    이번[딸꾹질의 사이학]에선 유독 시인의 자기 갱신이 ‘처연’해 보일 만치 눈에 띈다. ‘갱신’은 자신의 생을 처절히 응시함으로써 투사한 시선이 확보될 때 갖는 삶의 비의감이다. 거기에서 비로소 삶의 질감과 색채가 배어 나오게 된다. 중견 시인으로 접어든 시인은 또 한 번의 껍질을 부수는 자기 자신으로의 여정이 시집 곳곳 겨울 강의 유빙처럼 떠다닌다.

    얼음 거울 위에 앉아 / 겨울새들은 자꾸 무엇을 파는가 // 부리가 닳는 줄도 모르고 / 거울 속에 박힌 / 제 날개를 꺼내려 함인가 // 바닥에 가라앉은 그림자를 깨우기 위해 / 연신 얼음을 친다 / (중략) / 새들의 그림자를 안고 괴로워하는 / 겨울 강
    (/ '겨울 강' 중에서)

    겨울새는 자신의 모습을 비출 만큼 투명한 언 강 위에서 연신 부리로 자신을 쪼아댄다. 얼음에 박힌 "제 날개"와 "바닥에 가라앉은 그림자"를 꺼내기 위함이다. 시적 화자는 이 같은 ‘새’의 모습으로도 유비되지만, 한편으로는 무모해 보일 만치 어리석은 새의 행위를 그대로 껴안고 "괴로워하는 겨울 강"으로, 이중적인 시적 상관물로 등장한다. 즉, 시인의 두 가지 내면의 양상이 자충하는 모습을 ‘새와 겨울 강’으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달갈]이라는 작품에서는 "모든 房門을 연다고 다 訪問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무모한 다른 세계로의 이행보다는 좀 더 "강해지기 위해 뭉쳐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더 잠겨 있"는 것을 택한다. 무언가를 깨뜨리고 나가야 하는 것과, 꼭 그것만이 새로움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므로, 시인은 다른 방식으로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모색하기에 이른다.

    나와 당신 사이에도 / 꽃이 피고 별똥별 지던 밤들이 있었지 // 순결한 꽃잎에 편지를 써 날려도 /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그 사이 / 결을 훔쳐보는 그 사이 / (중략) / 나와 당신 사이 / 함부로 읽을 수 없는 등짝의 이력(履歷)만 / 밤새 애타게 등한시하는 사이 // 맨발의 입술만이 / 저 사이를 다 건널 수 있으리라
    (/ '사이' 중에서)

    시인이 깨뜨려야 할 껍질과 그 방향은 ‘외부’만을 향한 ‘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좀 더 ‘단단해지기’ 위해 내밀해짐으로써 ‘폭’이 아닌 ‘깊이’로, 다른 층위를 향한 내적 지향으로의 농후함이다. 그것은 이번 시집에서 ‘사이’라는 은유의 시어로 등장한다. 처음 시적 화자가 깨뜨려야 하는 겨울 강의 ‘얼음’이나, ‘달걀 껍질’은 가로막처럼 보인다. 형식적으로 각각 내부와 외부를 가로막는 장애물처럼 보이지만, 이는 시인이 갱신해야 할 시적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경계’를 ‘사이’라고 명명함으로써 새로운 시적 공간을 창조시킨다. ‘그 사이’는 인간 모두 통과해야 하는 현실 공간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 현실은 우리의 기대와 이상만으로 성취되는 공간이 아니다. 발은 딛고 있는 현실에서도 우리가 가닿지 못 하는 몽환의 공간이기도 하다.

    뱀이 쓸쓸히 기어간 산길 / 저녁을 혼자 걸었다 // 네가 구부러뜨리고 떠난 길 / 뱀 한 마리가 / 네 뒤를 따라간 길 / 뱀이 흘린 길 // 처음과 끝이 같은 길 / 입구만 있고 / 출구가 없는 길 // 너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 너의 입속을 걸었다 // 뱀의 입속을 걸었다
    (/'뱀의 입속을 걸었다' 중에서)

    고도의 상징으로 이루어진 이 시를 보는 순간, 우리는 당혹해할 수 있다. 현실과 몽환의 혼재함. 그러나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는" 어디로 가는지 예측 불가능한 현실의 삶을 생각할 때, 현실지만 비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에 대한 고영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시적 대답을 이 시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해설을 쓴 김경복 문학평론가의 말에 의하면 "세상에 내던져진 피투적 존재인 인간"이자, "아픔을 대신 울어주어야 하는 천분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처연한 감정"의 발로라는 것이다.
    시적 화자를 포함해, 현실에서 손에 움킬 수 없는 것을 알면서 사는 삶이란 "당신을 만질 수 없다는 게 상처"(/ '패' 중에서)인 채로 사는 삶이다. "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 '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을 배우기 전에' 중에서)이 우리를 덮치기 전에, 헛된 것을 조금씩 버리고 "모두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그 사이’ 속을 쓸쓸히 걸어가야 하는 인간의 처연함과 쓸쓸함이 짙게 드리워 있다. "공복의 빈집"(/ '저녁의 공복' 중에서)에서 오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기척"(/ '패' 중에서)을 기다려야 하는 우리의 핍절한 일상. 그럼에도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숙명으로 "연필 한 자루를 공손히 받들"(/ '종이의 말씀' 중에서)어서, "원고지의 문을 두드려야"(/ '원고지의 밤' 중에서)하는 인간의 채워지지 않은 ‘결핍’, 그 ‘사이’ 속에서 자기 유폐 방식으로 고뇌하는 인간의 자화상을 시인은 보여주고 있다.

    추천사

    고영의 시에는 가슴 치며 하는 후회와 자책의 말들이 많다. 이것들은 자아 성찰적이고 자기비판에 물든 자아의 말들일 텐데,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무엇보다도 시인에게는 “당신은 어제의 태양 아래서 웃고/나는 오늘의 태양 아래서 웃고 있었다”와 같이 공집합 되지 않은 채 엇갈린 인연들이 있고, 가슴에 담은 “불러야 할 간절한 이름들”이 많다. 살아온 세월의 두께보다 삶의 파고(波高)가 거칠고 높았다는 뜻이다. 아울러 그의 길이 “농담뿐인 생”과 “꿈조차 가질 수 없는 생”, 더러는 “벼랑을 품고” 사는 “꽃의 지옥”으로 뻗어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무늬 없는 저녁”을 맞고, 상처를 감추려고 “뱀의 입속을 걸”으며, 삶에 개칠하지 않고 “조금 더 착하게 살기 위해서” 암중모색하는 서정적 주체가 펼쳐내는 시들은 슬프고 아리다.
    - 장석주 / 시인, 문학평론가

    목차

    제1부
    달걀|서둘러 문을 닫는 사람은 문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뱀의 입속을 걸었다|태양의 방식|악수|우리 그냥|패|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저녁의 공복|독서의 방법|저녁이 다 가기 전에|새|평생교육원 1|평생교육원 2|원고지의 밤|유리창의 사내|헤프다는 것|병점행 1|병점행 2|꽃의 지옥|하품의 질주|조용한 수다|석봉 씨의 일기|춘화를 기다리며|오리가 반성하는 시간|연민|선물|사이

    제2부
    탈모|종이의 말씀|달팽이의 슬픔|다리 밑에 대한 명상|감염|낙관(落款)|입속에 세운 뿔|전언|딸꾹질의 사이학|손바닥을 위한 찬가|민달팽이|꽃이 부끄러워할 때|처절한 풍경|비망|아주 어여쁜 걱정|저우리마을에 가서|밑줄 긋는 사내|겨울 강|벌초|촛불|악어의 눈물|고맙구나, 새야|죽도록 아름다운 풍경|부석사|습작|출근길|거짓말의 진화|성산포

    해설 김경복(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본문중에서

    처음 시인이 될 때
    더도 덜도 말고 시집 딱 세 권만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느덧, 벌써, 세 권째다.
    뿌듯함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사이 나는 참 많은 사물들에게 빚을 졌고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다.
    시집 세 권만 내고 말기에는
    갚아야 할 은혜가 너무 크고 무겁다.
    이런 이기적인 내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작금이다.

    2015년 2월
    고영
    (/ '시인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6~
    출생지 경기도 안양
    출간도서 9종
    판매수 696권

    1966년 안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2003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등이 있다. 제1회 [질마재해오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계간 [시인동네] 발행인을 맡고 있다.
    E-mail : sbpoe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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