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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말하는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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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권혜림
  • 출판사 : 부키
  • 발행 : 2004년 10월 28일
  • 쪽수 : 20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89859897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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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요즘은 ‘연예인’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한때 ‘간호사’는 여학생들이 한 번쯤 꿈꿔 보는 대표적인 직업이었다. 하얀 캡을 쓰고, 하얀 원피스를 입은 ‘백의의 천사’에 환상을 가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다른 의미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청년 실업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도 간호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에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는 지금, 간호사는 어쩌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고, 보수도 비교적 높은 전문직으로 선호하고 있다. 3년제 대학에서 간호학과는 대부분 그 대학의 최상위권에 위치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간호사들은 정말로 ‘백의의 천사’여야 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의 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증언하고 있다. 사랑으로 보살펴야 하는 환자는 간호사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간호사니까 무엇이든지 다해 달라고 하는 환자, 의사에겐 한없이 굽실거리면서 간호사는 함부로 대하는 환자, 자신의 고통을 최우선으로 해소해 달라는 환자들을 열거하며, 제발 적당히 하라고 부탁한다.

    의료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의사들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분명 동료 의료인임에도 불구하고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의사들을 흉보고, 아직 실력이 모자라는 인턴에게 오더(order)를 받아야 하는 간호사의 숙명에 대해 비관하기도 한다. 3년제 간호대학과 4년제 간호대학이 동시에 존재함으로써 겪는 간호사들끼리의 사소한 갈등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는다.

    이 책에서 필자들은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화자찬이나 자기비하 없이 스스로가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적어도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분야의 간호사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보람과 애환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필자들이 간호학도일 때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은 그야말로 ‘교과서’일 뿐 전혀 다른 현실이 있었음을, 그래서 더 힘들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백은 그저 현실에 대한 푸념으로만 그치지 않는 데 이 책의 매력이 있다. 그저 친절한 간호사가 아니라 환자들에게 웃어주기만 하는 간호사가 아니라 ‘실력’을 갖추어야 진정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사라고,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신을 다그쳐야 한다고 다짐한다. 또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도 진정으로 환자의 고통을 세심하게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의료 현장의 주변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는 전직 간호사의 고백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개인병원, 중소병원, 종합병원의 간호사들이 중환자실에서, 수술실에서, 응급실에서, 일반 병동, 정신병동에서 과연 어떤 일을 하는지, 간호사 업무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낮밤이 바뀌는 3교대 근무가 얼마나 힘든지 그들의 일과 생활, 보람과 애환에 대해 가감 없이 전달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또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상 간호사뿐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간호사 선배들이 등장해 그들의 일에 대해 소개한다.

    보험회사에서 보험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언더라이터, 법률사무소에서 의료 소송을 담당하는 의료 소송 매니저, 항공사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담당하는 항공 전문 간호사 등 아직은 이름도 생소한 분야에 진출한 선배 간호사들이 더 넓은 간호사의 세계로 손을 이끈다. 아직은 남성이 역차별 받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남자라서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후배들을 독려하는 남자 간호사도 있고, 이 땅은 좁으니 시야를 세계로 넓히라며 미국 간호사에 도전하기를 권하는 선배도 있다.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의 간호가 아닌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교육과 건강을 함께 고민하는 보건 교사의 보람과 어려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다. 병원에 갇혀 있던 간호사들이 새롭게 개척해야 할 분야를 알려 주는 이 책은 그래서 간호사가 되기를 원하는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간호학도에게도 흔치 않는 간호사 지침서가 될 것이다.

    목차

    1장 새내기 간호사의 좌충우돌 수련 일기

    1. 신규 수련기 - '죄송'은 입에 달고 '눈물'은 눈에 달고 | 권혜림



    2장 간호사 24시

    1. 수술실 간호사 - '피'를 보며 일하는 독한 사람들 | 권성희

    2. 인공신장실 간호사 - 가족보다 자주 보고 이웃보다 살가운 | 문성미

    3. 응급실 간호사 - 생로병사의 정점, 그 한가운데를 달리며 | 김지연

    4. 병동 간호사 - 격무와 편견을 이기고 '환자'만 보일 때까지 | 신민정

    5. 정신과 간호사 - 마음을 나누는 누이이자 친구로 | 김금슬

    6. 개인 병원 간호사 - 작은 병원에서 큰 간호사 되기 | 장영은

    7. 남자 간호사 - '남자' 간호사가 아니라 그냥 '간호사'다! | 장정길

    8. 호스피스 간호사 -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최상의 대안 | 최화숙



    3장 더 넓은 간호사의 세계

    1. 미국 간호사 - 세상은 넓고 우리를 부르는 곳도 많다 | 김지연

    2. 언더라이터 - 벌레 먹은 사과, 어디까지 도려낼까? | 권명순

    3. 의료 소송 매니저 - 약자를 위해 싸우는 백의의 투사 | 김경남

    4. 항공 전문 간호사 -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기쁨 | 전선영

    5. 보건 교사 - '교육과 건강' 두 마리 토끼 잡기 | 김명미



    4장 간호사 정보 업그레이드

    1. 간호사와 환자, 그 애증의 관계 -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 | 문성미

    2. 간호사에 대한 궁금증 20문 20답 - 간호사, 아는 만큼 보인다! | 문성미



    부록 1 간호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영화와 만화 | 임현주

    부록 2 전국 간호대학 일람표

    본문중에서


    응급실에 배치된 간호사가 ‘신규 티를 좀 벗었다’ 싶게 보이려면 아무리 짧아도 6개월 정도는 필요하다. 어느 병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응급실에서 신규(신규 간호사의 준말)는 ‘무서운 흉기’ 다루듯 한다. 즉 신규 간호사는 언제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기 때문에 올드(old) 간호사는 항시 눈을 위로 치켜뜨고 신규의 일거수일투족을 꿰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쌩’[生] 신규는 정식 근무 전 오리엔테이션이라는 고마운 시간을 갖게 된다. 약 한 달 정도의 이 기간 동안 자신을 가르쳐 주는 프리셉터 간호사의 모든 간호를 외우다시피 눈에 익혀야 한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환자들을 중증도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눠 담당 간호사를 정한다. 보통 신규 간호사는 증상이 가벼운 환자가 속한 관찰 팀을 담당하게 되며, 신규 간호사 1명이 맡는 환자는 적게는 15명 많게는 22~23명 정도이다. 치료와 간호가 많고 주의 깊게 봐야 할 환자들은 준중환 팀에 분류된다. 준중환 팀에는 어느 정도 일에 익숙해진, 신규 티는 벗은 간호사들이 배치된다. 중환자실 간호에 준해서 돌봐야 할 환자들은 중환 팀에 배정된다. 보통 중환 팀에 속하는 환자는 3~4명 정도인데, 언제 초응급 상태로 빠져 버릴지 알 수 없으므로 응급실 업무에 능숙한, 적어도 응급실 근무 경력 1~2년 이상의 간호사들이 담당하게 된다. 기본적인 배치는 이렇게 이루어지지만 그날의 상황에 따라 간호사의 팀 배정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즉 신규 간호사도 준중환 팀을, 올드 간호사가 관찰 팀을 맡을 수도 있다. 예전에는 간호사의 숙련도와는 상관없이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 순서대로 담당 간호사를 정했다고 한다. 그러니 신규 간호사에게 ‘중환’(중증의 응급 환자를 일컫는 말)이라도 떨어지면 그야말로 그것은 살 떨리는 ‘대박’인 것이다. 참고로, 응급실에서는 흔히 ‘대박 환자’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여기서 ‘대박’은 복권 당첨, 횡재와 같은 좋은 의미가 아니라 중한 환자여서 목숨이 경각에 있고, 따라서 할 일도 많은 환자를 가리킨다. 하지만 지금은 간호사 숙련도에 따라 환자를 배치하니, 신규 간호사에게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물론 환자에게도.

    신규 간호사들이 가장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을 담당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환자의 증세는 늘 그 자리에 착하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엔 감기 같다며 응급실을 찾아와 의료진들의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아저씨가 밤새 열이 40도를 육박하며 의식이 왔다 갔다 하더니 급기야 패혈증에 빠져 버린다. 자신이 담당했던 스물댓 명 중 한 명이었던 그 환자, 바로 그 사람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신규 간호사는 그야말로 의자에 앉을 새도 없이 내달리며 밤을 하얗게 보낸다. 그런 날은 오버 타임(시간 외 근무) 한두 시간은 물론 요구사항이 해결되지 않은 다른 환자들까지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라 업무 인수인계를 할 때 인계 받을 동료 간호사의 ‘한 눈치’도 견뎌야 한다.

    위에서 얘기한 그 상황이 내가 응급실에서 정식으로 근무한 지 일주일 만에 생긴 일이었다. 다른 간호사는 아침 8시 전에 마치는 나이트 근무를 나는 충혈된 눈으로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마쳤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차려 준 아침 밥상을 앞에 두고 눈물을 쏟았다. (/p.48~50)



    미국 간호사 자격증 취득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제쳐두고라도 미국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이 꽤 매력적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일단 임금 수준이 괜찮다. 병원의 규모나 간호사 경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년 경력자의 경우 첫 연봉은 2만 8000달러에서 6만 달러로 비교적 높다. 더불어 국민들도 간호사를 전문직으로 인정해 줄 뿐 아니라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2001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직업인으로 간호사가 선정되었다는 것은 이런 미국인의 인식을 반영한다. 참고로, 2000년도에는 약사였으며 2002년에는 소방수였다. 또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오는 2012년까지 임금 수준이 상위 50%에 해당하고 일자리가 가장 많이 창출될 유망 직업 20종을 발표했는데, 그 1위가
    간호사였다. (대학교수, 일반 관리자, 도매·제조업 세일즈맨, 트럭 운전사, 중장비 기사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 간호사들이 그 전문성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간호사에 대한 사회 인식 때문에 자주 좌절해야만 했던 점을 비추어 보면 분명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시점에서 미국 간호사가 우리 간호사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미국에서의 간호사 부족 현상이 해가 거듭될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당분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현실에 있다.
    Hospital Association은 2003년 현재 미국에는 12만 6000명의 간호사가 부족하며(이는 전체의 약 12%에 해당), 이러한 부족 현상은 10년 내에 3배(37만 8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내 간호사 부족 현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겠지만 우선 현장 간호사의 노령화와 간호대학 학생의 감소를 가장 크게 꼽고 있다. 현재 미국 간호사의 평균 연령은 45세이다. 10년 후 미국 간호사 중 50세 이상의 간호사가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거기에 미국 여성들이 과거보다 편안함이 보장되는 전문직을 더욱 선호하고 있어 미국의 기준으로 힘들게 일해야 하는 것에 비해 보수가 적다고 여겨지는 간호직으로 진출하는 여성의 수가 점차 감소하는 것 또한 주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간호사 부족 현상으로 인해 미국 내 대형 병원에서도 다른 나라의 우수한 간호 인력을 유치하려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부응해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같은 우리나라의 정부 기관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간호사의 해외 취업을 장려하고 있다. (/p.112~113)



    언더라이터는 꼼꼼함과 정직함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하다. 거기에다 의학 지식을 겸비한 간호사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언더라이터로 보험 회사에 입사할 때는 근무 조건과 자격 조건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임상 간호사 경력이 있으면 생명보험 회사든 손해보험 회사든 모두 취업이 가능하며, 경력 2년에 연봉 3000만 원 정도이며 주 5일 근무로 근무 조건도 나쁘지 않다. 언더라이터는 안정적인 직업을 희망하는 간호사에게는 매우 적합하다. 복잡한 심사를 맡으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있지만 임상 간호사처럼 생명을 좌우하는 정도는 아니어서 업무 부담감이 적은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는 간호사라면 반드시 병원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스스로 정보를 차단하고 지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임상 간호사’ 외에도 다양한 분야가 많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더 많은 길이 보일 것이고, 직접 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자신이 배운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나는 후배들이 좀 더 진취적인 자세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p.129~130)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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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병원 응급실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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