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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인간의 진실과 운명을 향한 도저한 사유

    인간의 진실과 운명을 향한 도저한 사유, 그 쉼 없는 열정
    소설가 이청준이 일궈놓은 40년 문학의 총체 [이청준 전집]


    지난 2008년 7월에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 선생의 문학을 보전하고 재조명하고자 문학과지성사는 새로운 구성과 장정으로 [이청준 전집]을 발간해오고 있다.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눈길] 등 우리 시대의 한(恨)과 아픔을 사랑과 화해로 승화시키는 데 평생을 바쳐 고뇌한 작가 이청준. 그는 소설가로서 투철한 작가 의식, 지성인으로서 인격, 생활인으로서 겸손함, 남을 위한 배려 정신과 자신에 대한 엄격성 등 삶의 여러 본보기들을 소리 없이 실천하며 우리 곁에 머물다 간, 명실공히 한국 소설 문학사의 큰 표징이다.

    말과 말의 질서를 통해 삶을 사랑하기를 문학의 궁극적 행위이자 가치로 놓았던 이청준의 작품 세계는 권력과 인간의 갈등, 집단과 개인의 불화, 언어와 사회의 길항 등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로부터 고난을 견디는 장소로서의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과 그 밑바닥의 가장 복잡한 심사들의 뒤엉킴이라는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구조에까지 멀리 그리고 깊게 닿아 인간의 한 생을 파노라마로 엮는다. 다시 말해, [당신들의 천국]이 완성한 지성의 정치학으로부터 [서편제]가 풀어낸 토속적 정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이청준 문학이 뻗어 있는 영역은 우리 삶의 전방위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2009년 7월에 발족한 [이청준추모사업회(現 이청준기념사업회]와 문학과지성사가 정본으로서의 새로운 [이청준 전집] 간행에 한뜻을 모으고, 이청준 문학을 연구하는 문학평론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청준 전집 기획위원회]를 통해 이후 수차례의 논의와 협의를 거쳐 이청준 전 작품과 서지 자료 정리 및 전집 기본 구성안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기획위원회의 정기회의를 통해 1) (발간과 미발간 작품 모두를 포함한) 이청준 작품 목록 정리, 2) 이청준 연보 정리, 3) 각 작품 연재 지면과 발행 출판사, 작품 분량에 대한 일차적인 세부 목록 조사와 정리가 이뤄졌고, 더불어 각권의 표지 그림과 제자(題字)는 생전의 이청준 선생의 절친이자 고향 후배인 김선두 화백이 맡았다. 역시 오랫동안 이청준 문학에 밀착하여 정밀한 연구에 바탕한 해석을 기울여온 문학평론가 이윤옥이 각 개별 작품들의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를 밝히는 상세한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했다. 이 주해는 이청준 작품 세계의 소재와 주제, 인물 분석은 물론이요 백 편을 훌쩍 넘기는 이청준의 중단편과 장편소설 사이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연관성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 이청준의 소설 문체적 측면의 특장과 주요 변모를 연대기적 흐름과 출판사, 판면의 변화와 함께 보여줌으로써 이청준 문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더불어 원전과 사료를 두루 살펴 작품의 상세한 역사와 의의를 드러내는 이 작업은 우리 문학 전집 간행사에서 한 뚜렷한 전범이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라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어도' 중에서/ p.96)

    표제작 [이어도]는 1974년 가을 계간지 [문학과지성]에 발표된 작품으로, 제6회 한국일보창작문학상 수상작이다. 정체불명의 전설적인 섬 파랑도에 대한 수색작전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실제 이어도의 공식 명칭은 파랑도(破浪島)로서 지정학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3국에 고루 인접해 있는 탓에 치열한 영해 분쟁지이기도 하다. 풍부한 어종과 해저광물의 보고인 데다, 해양 연구·기상 관측·어업 활동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한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어도는 대부분 물속에 가라앉아 있어 육안에는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제주도 설화에 따르면, 어부들이 죽으면 옮겨가는 환상의 섬으로 불리며 실제로 다양한 문학작품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한국은 2003년 6월, 이곳에 해양과학기지를 세웠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색 현장 취재를 위해 동행했던 천남석 기자가 실종되고 이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 선우현 중위가 파견된다. 그가 천남석의 상사인 양주호 편집국장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천남석의 개인사를 뒤밟아가게 되고, 소설은 ‘전설의 섬 이어도를 좇던 천남석의 아버지←그 아버지를 찾고 기다리던 어머니←유년 시절의 기억 속에 각인된 이어도를 찾던 천남석 기자←천남석의 실종 원인을 밝히려는 선우현 중위←이 모든 인물들을 뒤쫓는 독자의 시선’이라는 연쇄추적 구조를 드러낸다.

    그는 섬을 보고 나서 그 섬으로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난 그걸 어제도 아마 무척은 황홀한 절망이었으리라 말했을 겝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그의 자살이 불가피했던 이유는 천남석 자신도 그가 그 이어도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던가를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일찍부터 다른 사람처럼 섬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번 일에선 그 점이 무엇보다 섭섭한 대목입니다만, 만약에 그가 그런 걸 알고 있었다면 그는 자신이 섬으로 가지 않고도 좀더 그 이어도를 사랑할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는 오래도록 섬을 두려워할 줄밖에 몰랐습니다. 그리고 한사코 자기 섬에 외면만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갑자기 그 섬을 만나서 나서 그 섬을 오래오래 사랑해온 사람들처럼 자신의 섬을 정직하게 사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그 섬의 운명이 원래 그런 것처럼 그렇게밖에 자신의 섬을 사랑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이어도' 중에서/ p.172)

    수사 과정에서 천남석과 양주호의 폭력적이고 비밀스런 경험을 공유하는 선우현 중위 역시 진실에 대한 열망과 자신의 지적 호기심으로 결국 이어도라는 환상(의 섬)에 갇혀버리고 만다. 이청준은 탐정(선우현 중위)과 범인(천남석 기자)을 이원론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심문의 대상도 주체도 될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흠과 허물, 죄가 없는 완전무결한 인간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작가의 질문에서 이청준 문학의 인간학(人間學)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섬’을 배경으로 하는 이청준의 작품들로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과 [이어도]의 신화를 제주도로 옮겨가는 [신화를 삼킨 섬]을 꼽을 수 있다.

    "나는 소설 [이어도]에서 이어도의 전설을 소개하고 그 섬의 정체를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그 섬이 어떻게 우리들의 삶을 거꾸로 간섭해왔고, 또 모습 지어왔는가를 보려고 노력했다. 이어도를 빌어서 피안의 그것이 아닌 현실의 삶의 한 참 모습을 해명해보고 싶어 한 것이다. 바라건대 우리에게 더 많은 이어도가 있어줬으면 좋겠다. 그것은 이어도가 실재 아닌 허구에 불과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때로 가시적인 사실에서보다는 그 허구 쪽에서 오히려 더 깊은 진실을 만나게 될 때가 있으며, 자유로운 정신의 모험을 꿈꾸는 한 개인의 내면사와 그가 실존하고 있는 현실과의 갈등 속에 우리는 가장 절실한 우리 삶의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청준, [이어도]의 실재와 허구의 의미, 1976: [이어도]가 연극으로 공연될 때 쓴 글로 1998년 작품집에 [작가노트]로 따로 수록된다.' 중에서)

    [안질주의보]([문학사상] 1974년 6월호)는 이청준 자신의 고향 마을 추억을 투영한, 전라도 출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역시 예비군복을 입은 한 사내(김길수)가 함께 예비군훈련을 받는 사람들 가운데 남도 사람을 추적해내는 행적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작가의 육필 초고상의 표제는 ‘남도 사람’이기도 했다. 흔히 이청준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피할 수 없는 ‘어린 날의 독법’ 여섯 개(죽음, 삶, 보리밭-연-허기, 해변의 육자배기, 여선생과 피난민, 내쫓긴 자의 귀향) 장 가운데 바로 ‘해변의 육자배기’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해변의 육자배기’를 한마디로 풀어내면 ‘한(恨)’일 테고, 이것은 이청준의 [남도 사람] 연작의 핵심 정서이기도 하다.

    [뺑소니 사고]([한국문학] 1974년 9월호)는 대의를 위한 금식기도 중 타계함으로써 자유를 위한 해방운동의 상징이 된 일파 선생의 숨겨진 정체를 밝혀내려는 배영섭 기자와 역사에 대한 책임을 명분으로 일파의 거짓단식에 침묵할 것을 강요하는 양진욱 부장의 팽팽한 대립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과 관련해 작가가 남긴 아래 글은 지금-여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대편을 이기기 위해 상대편보다 유리한 명분의 고지를 차지하려 드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 의외로 많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상대편을 이기기 위하여 자기주장이나 행위의 명분을 아전인수 격으로 자꾸 미화하고 고급화시켜간다. 명분이란 대의에 입각한 것일수록 보다 큰 도덕적 구속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보다 나은 세계’ ‘사람다운 사람’ ‘민주주의’ ‘역사’ 같은 것을 위해서라 함은 명분 중의 일급 명분에 속할 말들이다. 명분이라는 것도 이쯤 되면 한낱 남을 설득하고 굴복시키기 위한 치사한 구실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거창한 명분에 승복을 아니치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괴롭고 불편스런 협박이요 굴레가 아닐 수 없다."
    (/ '이청준, 수필 [명분에 대하여]' 중에서)

    왜 우리는 소설을 읽는 것일까? 이성과 논리에만 기반한 범죄문학의 서사는 한번 수수께끼가 풀리고 나면 더 이상 어떤 ‘잔여물’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우리에게 내밀한 영향을 깊게 미치는 것은 부수적으로 보이는 잉여의 것들, 목적 지향적인 인간이 되어 앞으로 달려가는 데 하등 쓸모가 없는 것들이다. [안질주의보]나 [낮은 목소리]로 같은 작품들에서 묘사되는 온갖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이나 사내들의 킬킬거리는 웃음기, [이어도]에서 선우현 중위가 예정에도, 계획에도 없던 장소에서 마신 술 같은 것 말이다. 우리는 아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것을 만나기 위해서,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모르기 위해서 소설을 읽는다. 소설의 핵심은 작가가 숨겨두고, 독자가 찾아서 다시 감추는 비밀이 아닐까.
    - 허윤진 / 문학평론가
    (/ '해설 어떤 미스터리' 중에서)

    목차

    건방진 신문팔이
    안질주의보
    줄 뺨
    이어도
    뺑소니 사고
    낮은 목소리로
    장 화백의 새
    마지막 선물
    구두 뒷굽
    필수 과외
    따뜻한 강
    사랑의 목걸이
    해공(蟹工)의 질주

    해설 어떤 미스터리/허윤진
    자료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이윤옥

    저자소개

    생년월일 1939.08.09~2008.07.31
    출생지 전남 장흥
    출간도서 169종
    판매수 74,900권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춤추는 사제] [이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신화를 삼킨 섬] [신화의 시대] 등이, 소설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가면의 꿈] [자서전들 쓰십시다] [살아 있는 늪] [비화밀교] [키 작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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