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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다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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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역동적 상상력과 무한한 체험의 반복 REEITION, 몸 잃은 거룩한 말들의 부활 REURRECTION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일련번호 가운데 새로운 기호 ‘R’이 생겨났다. 한국 시의 수준과 다양성을 동시에 측량해 한국 시의 박물관이 되어온 문지시인선이지만 이 완전하고자 하는 노력 밖에서 일어나는 빗발치는 망망한 말의 유랑이 있었음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거룩한 유랑들이 출판 환경과 개인의 사정으로 독자들에게로 가는 통로가 차단당하는 사정이 있어, 문학과지성 시인선은 이에 내부에 작은 여백을 열고 이 독립 행성들을 모시고자 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R’. 문지 시인선 번호 어깨 근처에 ‘리본’처럼 달린 R은 직접적으로는 복간 reissue을 뜻하며 이 반복 reeition이 곧 새로 태어나는 일이기에 부활 reurrection의 뜻을 함축한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일련번호 속에서 다문다문 R을 만날 때마다 그 안에 숨어 있는 낱낱의 꽃잎이 신기한 언어의 화성으로 울리는 광경을 목격하기를 기대한다. 그때쯤이면 되살아난 시집의 고유한 개성적 울림이 시집에 내재된 에너지의 분출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그렇게 수용하고자 한 독자 자신의 역동적 상상력의 작동임을 제 몸의 체험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일상적인 존재로서의 ‘나’와 ‘너’의 연대를 꿈꾸다
    세계를 향한 정직한 시선,
    시적 저항의 진정한 형식을 찾아가는 모험


    황지우 시집 [나는 너다]가 첫 출간(풀빛, 1987)된 지 28년 만에 문학과지성 시인선 R 시리즈 여섯번째 책으로 독자와 다시 만난다.

    매스컴은 反커뮤니케이션이다. 인간의 모든 것을 부끄럼 없이 말하는, 어떻게 보면 좀 무정할 정도로 정직한 의사소통의 전형인 문학은 따라서, 진실을 알려야 할 상황을 無化시키고 있는 매스컴에 대한 강력한 抗體로서 존재한다. 문학은 근본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표현할 수 없는 것, 표현 못 하게 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욕구와 그것에의 도전으로부터 얻어진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까? 어떻게 침묵에 사다리를 놓을 수 있을까? 나는 말할 수 없음으로 양식을 파괴한다. 아니 파괴를 양식화한다._황지우
    (/ '사람과 사람 사이의 信號_우리세대의 문학 1982' 중에서)

    유신시대의 독재와 80년 5월 광주의 비극, 1980년대 내내 군부 독재가 거의 실존적 조건이던 시대상황 속에서 황지우의 시는 늘, 그 상황에 대한 치열한 시적 대응으로 자리했다. 첫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3)와 두번째 시집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1985)로 1980년대 한국 시에 형태파괴시 혹은 해체시라는 거센 흐름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자, 세계와 자아에 대한 부정과 혐오, 긍정과 애정이 끝없이 길항하며 낳은 팽팽한 긴장과 정제된 서정성, 그리고 섬세한 언어 감각이 빚어낸 뛰어난 시들로 이성복과 함께 당대는 물론이요 이후로도 계속해서 한국 시의 뛰어난 자산일 수밖에 없는 시인이 바로 황지우다.

    황지우의 시는 그가 매일 보고, 듣는 사실들, 그리고 만나서 토론하고 헤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시적 보고서(혹은 보고서적 시)이다. 그 보고서의 형식은 다양하다. 그 다양함은 우리가 흔히 시적 형식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을 부숴버린다. 그 부쉼이 야기하는 놀람이 그의 시의 목표이다. 그의 다양한 형식의 보고서들은 삶의 다양성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것들을 해석하는 해석자의 세계관을 은연중에 노출시킨다._김현
    (/ '타오르는 불의 푸르름_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해설 1983' 중에서)

    1987년에 발표된 [나는 너다]는 황지우의 세번째 시집이다. 앞서의 두 시집과 이후의 두 시집 [게 눈 속의 연꽃](1990)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8)의 연속선상에 있으면서 또한 분기점이기도 한 [나는 너다]는 "황지우식의 ‘겹의 언어’가 가장 실험적으로 드러나면서 난해성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집"(이인성/소설가)이자 "생략, 비약, 단절 같은 절제된 언어를 통해 갈등과 방황이 뒤섞인 사막의 체험, 즉 길 없는 곳에서 길을 찾는 갈증의 체험"(성민엽/문학평론가)기(記)다.

    황지우의 시들을 접할 때마다 독자들이 목도했던 바, 시집 [나는 너다] 역시 "(1980년 당대를) 혼돈 속에 살아가는 중간층 지식인들의 일상적 추함과 정신적 갈증, 감상과 허위의식, 흔히 저질러지는 역사에 대한 배임, 그리고 반성과 자기성찰 등이 다발적으로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그의 기발하고 냉소적인 시어들 속에서 한 번의 반짝거림으로 사라지지 않고 진실의 울림으로 폐부에 와 닿는 것은 그가 자기 존재에 대한 솔직하고 진지한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1987년 풀빛 초판 뒤표지글' 중에서)

    수록된 시 96편 제목 모두가 숫자로 이루어진 탓에, 시집을 읽은 독자와 평론가들로 하여금 그 숫자의 의미를 짐작하고 해석하는 궁금증과 재미를 낳기도 했던 [나는 너다]의 이번 문학과지성 시인선 R판은 현행 맞춤법과 띄어쓰기 용례를 따르되, 입말, 사투리, 한자, 외래어 등의 표기와 검열로 인해 의도된 탈자 등은 저자의 뜻과 작품 발표 당시의 분위기를 고려하여 대부분 그대로 옮겼다.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
    모래 박힌 눈으로
    동트는 地平線을 보아라.
    바람에 떠밀려 새날이 온다.
    일어나 또 가자.
    (.....)
    나는 너니까.
    우리는 自己야.
    우리 마음의 地圖 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
    (/ p.503)

    징은 소리가 난다.
    그 내부에 상한 意識이 있는 듯,
    한 대 맞으면 길게 길게 운다.
    상처가 깊다.
    나이테의 중심처럼, 이 징은 중심이 있다.
    이 징의 중심은 마음 심 자 心이다.
    이 징은 이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호명한다.
    사람들아 사람들아
    모여라
    (......)
    가자, 저 중심으로
    살아서 가자
    살아서, 여럿이, 중심으로
    포로된 삶으로부터
    상처의 핵심으로
    해방의 징으로
    (/ p.205)

    해설을 맡은 평론가 정과리는 원고지 200매를 훌쩍 넘기는 비평문에서 "80년대의 막바지에, 혹은 그 시대의 결과이자 새 시대의 신호탄이 될 6월 항쟁과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난 이 시집이 씌어진 까닭과 씌어지는 과정이 당대의 문제 틀의 한계 혹은 가능성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탐구하며, "황지우의 시는 서정적인 시로부터 형태 파괴적인 시로 나아갔다기보다는, 오히려 서정적 기질과 형태를 파괴하려는 기도 사이의 끝없는 불협화음과 긴장 속에서 진동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나는 너다]의 개개 시편은 가장 압축된 감성의 만화경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실상 그 시편들 자체가 안으로 동강 나 있거나 그 시편들 사이가 단절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
    ‘나’는 무엇을 부정하고 무엇을 찾으려 했던가? 현실 극복의 욕망이 환상을 통해 성취되는 것을 넘어서고자 했다. 그것이 상징적 지시와 현실 묘사 사이의 공모를 부정케 한 기본적인 동인이었다. 그것은 시인이 스스로 성취한 시 세계에 대한 부정이자 시적 저항의 진정한 형식을 찾아가는 모험이었다. 황지우는 형태 파괴를 형태 구축에 연결시키려 했다. 그것은 그의 서정적 기질이 지속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으며, 다른 한편으로 긍정/부정을 기본으로 한 복합적 대위법을 낳은 원인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시의 비유적 위상이 상징에서 인유로, 인유에서 어휘로 전락해가는 과정으로 나타났다. 마치 계단을 구르듯이 형태 파괴는 점점 더 심한 형태로 확장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황지우 시의 미적 효과는 미의 좌절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_정과리
    (/ '해설 추상적 민중에서 일상적 타자로 넘어가는 고단함' 중에서)

    [헌사]
    나를 길러주신 나의 長兄 宇晟 스님께,
    세상의 負債를 지고 지금도 땅 밑을 기는 나의 아우 광우에게,
    그러므로 이 세상의 모든 형제들에게
    바칩니다.

    목차

    시인의 말 | 없는 길

    나는 너다

    해설 | 추상적 민중에서 일상적 타자로 넘어가는 고단함
    ―[나는 너다]를 되풀이해 읽어야 할 까닭 · 정과리
    기획의 말

    본문중에서

    서울 美文化院 점거농성 사건으로 세상이 시끌벅적했던 작년 늦봄, 김지하를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 ‘華嚴’과 ‘다스 카피탈’을 포괄하는 大世界觀을 말했다. 이 테제, 혹은 공안이 나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禪師들은 劍客을 닮았다. 내 골통을 半으로 가르는 가장 빠른 생각은 메모다. 메모랜덤 : 기억을 위한 符籍!
    세번째 詩集을 묶는다.
    두번째 시집을 묶을 때 함께 넣을까 말까 망설였던, 메모 같은 시들이다. 그 가운데 일부를 올여름까지 드문드문 발표했었고, 몇 편은 새로 쓰기도 했다. 이미 써놓았던 것들을 나중에 볼 때 치밀어오는 부끄러움이 加筆을 하게 한 곳도 몇 군데 있다. 제목을 대신하는 數字는 서로 변별되면서 이어지는 내 마음의 불규칙적인, 자연스러운 흐름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말하고 기록하는 모든 형식들에 관심이 몰려 있던 그 당시 나로서는 電文을 치듯, 火急하게 아무거나 詩로 퍼 담으려는 탐욕에 급급했던 것 같다. 지금 보니, 냉랭하다. 活活 타오르는 시를 언제쯤 쓸 수 있을까?
    詩들을 정리할 때마다 두렵다. 마음이 체한다. 이제 어디로 빠져나갈까? 없는 길을 찾아 나가기가 이렇게 버거울까
    1986년 겨울
    황지우
    (/ '시인의 말 없는 길_[나는 너다] 1987년 1월 풀빛 초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2~
    출생지 전남 해남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2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 서울대 인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연혁(沿革)]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고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 등을 [문학과지성]에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다.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나는 너다] [게 눈 속의 연꽃]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와 시선집 [성(聖)가족] [바깥에 대한 반가사유] 등을, 그 외 시극 [오월의 신부], 산문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1983) 현대문학상(1991) 소월시문학상(1994) 대산문학상(1999) 백석문학상(1999)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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