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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원제 : La treg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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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라틴아메리카가 존경하고 우루과이가 사랑한 작가 마리오 베네데띠

    언론인이자 시인, 소설가로 활동한 우루과이를 대표하는 좌파 지식인 마리오 베네데띠의 [휴전]이 창비세계문학 40번으로 출간되었다. 1960년에 발표되어 2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두차례 영화화되면서 베네데띠의 명성을 전세계로 알린 그의 대표 장편인 [휴전]은 은퇴를 앞둔 마흔아홉의 홀아비 마르띤 산또메의 일기를 통해 염세주의와 숙명론에 길들여진 몬떼비데오 도시 노동자의 초상을 그린 작품이다. 볼라뇨, 네루다의 작품은 물론 루벤 다리오, 호세 까를로스 까네이로 등 에스빠냐어권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김현균 서울대 교수의 번역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다.

    출판사 서평

    라틴아메리카가 존경하고 우루과이가 사랑한 작가
    ―"일어나고 있는 일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고작 탄식밖에 못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열정이 부족한 거지. 그것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인 이 거대한 민주적 난장판의 비밀이야."

    20세기의 라틴아메리카에서 작가는 언제나 작가 이상이었다. 미국의 실질적 지배와 군사정권의 독재에 맞서 총과 펜은 다를 수 없었다. 하지만 글로는 이룰 수 없는 혁명이기에 무기로서의 문학에 회의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작가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여기 ‘흥을 깨는 사람’(El Aguafiestas)이라 불린 한사람이 있다. "나는 정부, 적어도 우파 정부에게는 흥을 깨는 사람이었고 제국주의자들에게는 말썽꾼이었으니 이 꼬리표가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내가 양심 있는 말썽꾼이었고, 그래서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믿고 싶다. 나는 글쓰기와 그밖의 다른 활동들을 통해서 이 단어가 가진 최상의 의미에서 훼방꾼이 되고자 노력했다." 이 훼방꾼이 바로 라틴아메리카가 존경하고 우루과이가 사랑한 작가 마리오 베네데띠다.
    1920년 우루과이의 소도시에서 태어난 베네데띠의 주요 활동은 그가 첫 시집 [잊지 못할 전야]를 출간하고, 후안 까를로스 오네띠(Juan Carlos Onetti), 까를로스 끼하노(Carlos Quijano) 등과 함께 주간문학지 [마르차] 창간을 함께하게 된 해인 1945년부터 두드러진다. 30년간 우루과이 문화 전반에 대해 중요한 토론장 기능을 수행한 [마르차]에서 문학기자로 활동하면서도 거의 매해 소설 희곡 평론 및 논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을 발표해 평생 9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발화는 펜과 종이의 영역을 넘어 꾸바혁명(1959)을 적극 지지하고, 전세계를 향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와 우루과이 군부독재(1973~85)에 저항하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이에 1973년 정권을 독차지한 군부는 베네데띠의 작품을 금서로 지정하고 탄압을 펼쳐 그는 우루과이 국립대학의 학과장직을 사퇴하고 12년간 망명생활을 하는데, 극우테러단체의 살해 위협에도 아르헨띠나 꾸데따에 저항하는 등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불의에 항거하는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토록 현실 참여적인 그의 행보는 그 자신의 작품세계가 지향하는 바와 다르지 않았다. 공허한 서정주의를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은 그의 시는 소수의 교양 있는 지식인들만이 아니라 노동자와 학생 등 남녀노소 모든 이들이 쉽게 읽고 즐길 수 있었기에 여러 가수들이 곡을 붙여 에스빠냐어권 전역에서 불리며 민중의 사랑을 받았다. 2009년, 베네데띠가 88세의 일기로 사망하자 우루과이 정부는 국장을 선포했고, 그의 시신이 안치된 국회의사당에는 어린 학생부터 노동자까지 그의 숭배자들이 찾아와 작가가 시집 [하이쿠 코너](1999)에서 "나를 땅에 묻을 때| 제발 잊지 말고| 내 볼펜도 넣어주오"라고 노래했던 바대로 수많은 꽃과 볼펜을 바쳤다.

    몬떼비데오 도시 노동자들의 잿빛 삶
    ―"우리처럼 외로운 영혼들은 대체로 남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법이다."

    베네데띠는 자신을 ‘소설 쓰는 시인’이라 여겼지만, 그를 전세계로 알린 작품은 1959년 1월부터 5월 사이에 집필하고 1960년에 발표한 그의 두번째 장편소설 [휴전]이었다. 권태롭고 고독한 삶에 느닷없이 찬란한 빛이 번쩍하듯 찾아온 사랑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는 이 소설은 2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1974년 세르히오 레난(Sergio Renan)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두차례나 스크린으로 옮겨졌고, TV와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되며 대중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스물여덞에 아내를 잃고 남겨진 세 아이를 홀로 키우며, 소모적인 노동에 몰두하며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메마른 삶을 20여년간 이어온 마르띤 산또메는 퇴직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회계 업무를 수년간 해온 그답게 시간 또한 꼼꼼하게 다루며 산또메는 지난한 하루하루를 세는 작업, 즉 일기를 쓰며 "길고, 황량하고, 한결같은 권태"를 가까스로 견디고 있다. 또한 여러 관계들을 맺고 있지만 우정, 사랑, 신앙, 부성애, 동료애라 명명하기에는 모두가 그저 겉돌 뿐이다.
    사무실에서는 인간적인 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 임원들은 "직원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은 크나큰 실수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동료들은 함께 모여 있을 때는 임원진에 대한 반감을 토로하면서도 기회만 닿으면 굽신거리기 일쑤다. 즉 사무실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의 "환경에 의해 강요된 유대"만이 가능한 공간이다. 사무실 밖에서의 삶 역시 다르지 않다. 일에 몰두하며 지내느라 소원한 사이가 된 아이들은 각기 산또메의 기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 큰 아들 에스떼반은 연줄을 이용해 고위 공무원 자리를 차지했고, 막내아들 하이메는 산또메가 그토록 혐오하는 동성애자가 되어 가정과 사회로부터 떨어져나갔다. 딸 블랑까와 예비사위 디에고는 자신들의 앞날만을 염려하며 한숨 쉬는 걱정쟁이들이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 역시 탐탁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토록 철저한 고립 속에서 염세주의와 숙명론에 길들여진 그의 삶에 어느날 스물네살의 신입사원 라우라 아베야네다가 틈입해 들어온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게 된 산또메는 그녀의 사랑을 얻게 되면서 하느님과 행복을 차츰 신뢰하게 되지만, 이 사건은 다만 그의 삶이 잠시 선언한 ‘휴전’에 불과했음을 곧 깨닫게 된다.
    [휴전]은 잔혹한 삶 앞에서 무력한 인간을 그리면서, 사회문제에 예민한 베네데띠의 날카로운 현실 분석이 면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산또메의 1년간의 일기 속에는 타성과 무기력에 빠진 우루과이 사회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1950년대 우루과이는 국가 주도하에 급속한 산업발달과 경제성장을 이루며 관료주의와 연금체계를 공고히 다지게 된다. 이 결과 공무원과 연금생활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국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무실처럼 변하게 되는데, 수도인 ‘몬떼비데오’는 그러한 현상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였다. 즉 이 작품은 ‘몬떼비데오의 기록자’인 베네데띠가 이 시기의 역사적 전개가 평범한 도시인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적하면서 우루과이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전형적인 도시 노동자의 소외 경험에 대한 주관적인 진술을 결합시킨 작품이다.
    [휴전]은 일기라는 가장 내밀하고도 폐쇄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몬떼비데오 도시 노동자의 특별할 것 없는 삶은 곧 개인의 운명을 넘어 사회 전체와 관련된 집단의 운명과도 조응하며, 그의 삶은 곧 사무실화된 우루과이 사회의 정교한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유한한 삶,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 죽음, 고독, 사랑과 희망 등의 인간조건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산또메의 삶은 곧 오늘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역자의 글]
    [휴전]은 작가의 사회적 관심이 두드러진 최초의 소설로 고독과 소외, 사랑과 욕망, 행복, 죽음과 함께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작가의 이데올로기적 지향이 잘 나타나 있다. 물론 ‘정치적’ 소설이나 ‘혁명적’ 소설과는 거리가 멀지만, 작가의 지적대로 이 작품이 단순한 연애소설로 읽혀서도 곤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추천사

    [휴전]은 전통적인 글쓰기의 한 예다. 베네데띠는 낡은 작업도구로 진정한 ‘고전’을 썼다. 그의 손에서 낡은 도구는 칼날처럼 예리해졌다.
    - [쌔터데이리뷰]

    나의 벗이자 형제인 마리오 베네데띠의 작품 세계는 모든 면에서-광범한 장르, 밀도 있는 시적 표현과 극도로 자유로운 개념 사용 등-경이롭다. 베네데띠에게 언어란, 그 자체로 시어였다.
    - 주제 싸라마구

    베네데띠는 문학 그 자체에 안주해 순수하게 문학을 즐기는 작가가 아니라 일관되고 항구적이나 줄곧 성장하는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문학의 형식과 장르를 ‘이용’하는 작가다.
    - 로베르또 페르난데스 레따마르

    도시와 농촌, 지역주의와 세계주의 사이의 거짓 선택, 영향과 문체를 둘러싼 쓸모없는 논쟁들을 극복할 줄 알았던 점증하는 라틴아메리카 소설가 그룹의 선구자.
    - 헤수스 디아스

    목차

    휴전

    작품해설/몬떼비데오 사람들의 잿빛 초상
    작가연보
    발간사

    본문중에서

    따지고 보면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틀에 박힌 일상을 만들어낸 건 나 자신이지만, 그조차도 매순간의 축적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방식을 통해서였다. 내가 더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만사를 미루는 버릇이 생겼다. 결국 내 무덤을 내가 판 꼴이다. 그때부터 나의 일상은 색깔도 없고 뭐라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 돼버렸다. 항상 임시방편적이었고 늘 불확실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계속 미루면서 그것을 나의 운명에 결정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일견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준비기간일 뿐이라 여겼고, 정작 그 기간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매일매일의 의무를 견뎌내는 게 전부였다. 내가 봐도 참 허탈하다. 그렇게 살다보니 지금 딱히 나쁜 버릇은 없지만 이렇게 미루는 습관을 이제는 못 버릴 것 같다.
    (/ p.54)

    그러나 체념이 상황의 끝은 아니다. 처음에는 체념할 뿐이지만 그다음엔 양심을 버리고, 더 시간이 흐르고 나면 한통속이 된다. “위에서 다들 그렇게 하는데, 나도 한몫 챙겨야지”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것도 먼저 체념한 사람이다.
    (/ p.72)

    우린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마법이 깨졌고 이른바 절정의 순간이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와 함께 있었고, 난 그녀를 느끼고 그녀를 만지고 그녀에게 입맞출 수 있었다. 한마디로 “아베야네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베야네다”는 말의 세계다. 나는 그 이름에 수백개의 의미를 주입하는 법을 배우고, 그녀 역시 그것들을 식별하는 법을 배운다. 그것은 게임이다.
    (/ p.131)

    나는 내가 분명 운명론자라고 생각한다. 우리들 각자는 지구상의 단 한곳에 ‘속해’ 있으며, 따라서 세금을 납부해야 할 곳은 바로 거기다. 난 이곳 출신이다. 여기에서 세금을 납부할 것이다. 지나가는 남자는 나의 이웃이다. 그는 아직 나의 존재를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나의 앞모습과 옆모습, 또는 뒷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우리 사이에 비밀스러운 무언가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우리에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는 끈끈한 유대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날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쨌든 그는 나와 닮은꼴이다.
    (/ pp.181~82)

    저자소개

    마리오 베네데띠(Mario Benedetti)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0~2009
    출생지 -
    출간도서 1종
    판매수 35권

    우루과이를 대표하는 좌파 지식인으로 언론인이자 시인, 소설가. 본명은 마리오 오를란도 아르디 암렛 브렌노 베네데띠 파루지아. 1920년 이딸리아 이민자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약사인 아버지의 사업을 따라 4세 때 몬떼비데오로 이주한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고 14세 때부터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며 문청으로 성장한다. 주간지 [마르차]의 창간(1945)부터 폐간(1974) 때까지 문학기자로 참여한다. 1973년 꾸데따로 정권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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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4
    출생지 강원도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마드리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라티노/라티나: 혼성 문화의 빛과 그림자], [낮은 인문학], [세계를 바꾼 현대 작가들] (이상 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부적], [안트베르펜] 외에 [칼리반: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라틴 아메리카 읽기], [휴전], [시간의 목소리], [네루다 시선],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Arranca esa foto y usala para limpi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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