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신용카드 청구할인
인터파크 롯데카드 5% (11,970원)
(최대할인 10만원 / 전월실적 40만원)
북피니언 롯데카드 30% (8,820원)
(최대할인 3만원 / 3만원 이상 결제)
NH쇼핑&인터파크카드 20% (10,080원)
(최대할인 4만원 / 2만원 이상 결제)
Close

에니그마 : 로버트 해리스 장편소설[개정판]

원제 : Enigma
소득공제

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판매지수 19
?
판매지수란?
사이트의 판매량에 기반하여 판매량 추이를 반영한 인터파크 도서에서의 독립적인 판매 지수입니다. 현재 가장 잘 팔리는 상품에 가중치를 두었기 때문에 실제 누적 판매량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판매량 외에도 다양한 가중치로 구성되어 최근의 이슈도서 확인시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해당 지수는 매일 갱신됩니다.
Close
공유하기
정가

14,000원

  • 12,600 (10%할인)

    700P (5%적립)

할인혜택
적립혜택
  • I-Point 적립은 출고완료 후 14일 이내 마이페이지에서 적립받기한 경우만 적립됩니다.
  • 추가혜택
    배송정보
    주문수량
    감소 증가

    책소개

    베스트셀러 작가가 그려 낸, 세계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풍경

    [폼페이][임페리움][어느 물리학자의 비행]의 작가 로버트 해리스
    영국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그려 낸, 세계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풍경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해리스는 히스토리 팩션 분야의 최고봉으로 인정받는 세계적인 작가이다. 그의 최고 히트작 [폼페이]는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번에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한 [에니그마]는 2007년에 출간된 [이니그마]의 개정판이자, 로버트 해리스 '세계 2차 대전 3부작' 개정판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에니그마]는 해리스의 대표작으로 꼽힐 만한 최고의 작품으로, 1995년 발표 이후 전 세계적으로 300만 부 이상 판매된 바 있으며, 2001년에 마이클 앱티드 감독, 톰 스토파드 각색, 더그레이 스콧과 케이트 윈슬렛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출판사 서평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작품.
    - [타임스]

    1943년의 영국 블레츨리파크를 배경으로 한
    독일군과 연합군의 소리 없는 첩보전


    [에니그마]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실존한 독일군 최고의 암호기 에니그마와 영국 정부 통신 본부가 있었던 블레츨리파크를 소재로 한 히스토리 팩션으로, 희대의 천재 암호학자 앨런 튜링을 비롯한 실존 인물들도 다수 등장한다. 가상의 인물인 주인공 토머스 제리코는 영국 블레츨리파크 최고의 암호 해독가로, 독일군의 4중 회전자 에니그마의 암호 샤크를 파해하는 데 큰 공을 세운다. 하지만 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던 애인 클레어는 사라져 버리고, 암호 파해를 눈치챈 독일군이 부호 체계를 바꿈으로써 전세는 순식간에 다시 독일군 쪽으로 기운다. 독일군의 유보트가 미국의 대규모 보급품 호송 선단을 노리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사라진 애인과 샤크의 파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토머스 제리코. 철저한 고증과 정교하고 클래식한 플롯, 주관 있는 역사의식과 품격 있는 서술 속에서 수줍음 많은 천재의 우울하고도 놀라운 활약이 숨 막히게 펼쳐진다.

    대학교 졸업 후 BBC '뉴스 나이트'와 각종 파노라마 프로그램의 리포터로, [옵서버]의 정치 담당 기자로, 또 [선데이 타임스]와 [데일리 텔레그레프]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브리티시 프레스 어워드에서 올해의 칼럼니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던 작가 로버트 해리스는 이 작품을 통해 보안 유지라는 명목으로 베일에 가려진 채 자신의 생을 걸어 가며 전쟁의 승리에 공헌했던 암호 해독가들의 치열한 모습을 그려 내는 동시에, 아직까지도 폴란드인들에게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카틴 숲 사건을 작품 속에 녹여 냄으로써 잔인했던 시기에 양심을 저버린 조국을 비판한다.
    카틴 숲 사건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스탈린의 지시로 구 소련의 비밀경찰(NKVD)이 포로로 붙잡고 있던 약 2만 2천 명의 폴란드인 장교, 경찰, 대학교수, 성직자, 의사 등을 스몰렌스크 근교의 카틴 숲에서 수 차례에 걸쳐 집단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이 현장은 1943년에 독일군에 의해 발견되었고, 구 소련은 이 사건이 1941년 가을에 독일군이 저지른 만행이라고 주장하였지만, 독일 측의 조사를 통해 1940년 봄에 소련군이 행한 학살임이 입증되었으며, 이후 1992년 구 소련의 붕괴와 함께, 폴란드가 다시는 소련에 대항할 수 없도록 엘리트들을 모두 처형하라는 스탈린의 지시에 따라 일어난 학살임이 입증되었다. 당시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대학살을 비난하며 선전에 열을 올리던 영국은 소련과의 분열을 피하기 위해 이 사건에 대해서는 절대 침묵으로 일관하였는데, 그들이 그토록 지키려 애썼던 호송 선단의 보급품은 결국 소련의 독재자를 지키는 데 사용된 셈이었다. 로버트 해리스는 이와 같은 영국의 지난 과오를 극적으로 고발함으로써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현재까지 러시아는 구 소련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국가적으로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작품으로나마 보듬고 있다.

    [로버트 해리스 소설 시리즈]
    로버트 해리스는 지금까지 총 9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하였다. 이중 올해 초에 영국에서 출간된 최신작 [An Officer and a Spy]을 제외하면 모두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되었으며, 알에이치코리아 소설팀은 신간을 포함하여 앞으로도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해리스의 작품은 크게 히스토리 팩션과 동시대물 스릴러로 나뉠 수 있는데, 앞으로 신간 및 개정판들은 그에 맞게 차별성을 두어 디자인될 것이다. 다음 작업은 일명 '세계 2차 대전 3부작' 의 개정판 출간이다. [에니그마]를 시작으로 [파더랜드], [아크엔젤]까지 세계 2차 대전을 다룬 3부작'을 일련의 통일성을 가지고 개정 작업을 하여 2015년까지 순차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또한 [고스트라이터] 역시 3부작 작업 이후 현대물 콘셉트에 맞추어 개정할 예정이다.

    추천사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작품.
    - [타임스]

    사랑과 배신, 암호와 비밀에 대한 이야기. 해리스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 [요크셔 포스트]

    단순히 소설에 그치지 않는, 위대한 역사적 사료집. 독자들은 영국의 가장 위대한 시대를 충분히 만끽하게 될 것이다.
    - [피플]

    누구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소설이 끝났음에 아쉬워할 수밖에 없다. 특별한 세계, 그리고 특별한 사람들의 경이로운 위업.
    - [피플]

    지적이면서도 서스펜스로 가득하다. 전형적인 첩보 소설처럼 보이겠지만, 이 작품이 취한 리얼리티는 상상을 초월한다.
    - [아마존닷컴]

    본문중에서

    오후에는 산책을 했다. 제리코는 매번 걷는 거리를 늘려 나갔다. 처음에는 대학 안뜰에 머물다가 차츰 텅 빈 마을을 지나 지금은 꽁꽁 얼어붙은 교외까지도 드나들었다. 그리고 석양이 질 때쯤 집에 돌아와서는 가스난로 옆에 앉아 셜록 홈스를 읽었다. 이제는 저녁 식사도 홀에서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귀빈용 식탁에 앉으라는 학장의 제안은 정중히 거절했다. 음식은 블레츨리만큼이나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환경은 훨씬 좋았다. 촛불이 프레임이 넓은 액자 속 초상화 위로 깜박였고, 기다란 참나무 식탁 위로 화려한 빛을 뿌려 주기도 했다. 교직원들의 호기심을 모르는 척하는 법도 배웠다. 행여 대화를 청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가볍게 거절했다. 외로움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그건 그의 삶이었다. 의붓아들 출신에 천재인 제리코에게는 남을 밀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과거에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다를 떨 수가 없었고, 지금은… 비밀이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 p.30)

    패슨과 그레이저. 제리코는 그들의 이름은 알지 못했다. 패슨은 중위였고, 그레이저는 건장한 이등병이었다. 그들이 타고 있던 구축함은 동지중해에서 유보트 한 척을 잡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폭뢰를 써서 잠수함을 수면으로 떠오르게 만든 때가 오후 10시. 파도가 거칠었고 바람이 거셌다. 독일군 생존자들은 잠수함을 버리고 달아났고, 두 명의 해군은 옷을 벗고 탐조등 불빛을 따라 잠수함으로 헤엄쳐 갔다. 유보트는 기관포 사격으로 사령탑에 구멍이 뚫렸으며 이미 침몰하던 중이었고, 때문에 주변의 소용돌이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무전실에서 비밀 서류 한 묶음을 가져와 해변에 정박해 있던 수색대 무리에게 넘겼다. 그들이 다시 에니그마를 가지러 갔을 때, 유보트는 이물을 쳐들고 물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아 버렸다. 그리고 두 사람도 잠수함과 함께 수심 1킬로미터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8호 안가에 그 얘기를 전해 준 해군은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바닥에 닿기 전에 숨을 거두었으면 좋으련만…."
    (/ pp.43~44)

    제리코는 이후 지금 이 순간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해 보았다. 왜 그런 식으로 행동했던 걸까? 피곤해서? 아니면 안락한 케임브리지에서 갑자기 악몽의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바람에 분별력을 잃었던 걸까? 아직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차라리 비정상이었다면 나머지 일들을 설명하기는 편할 것 같았다. 아니면 클레어 때문에 제대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던 걸까? 분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는 것뿐이었다. "넌 얼굴마담으로 온 거니까." 넌 머릿수만 채우면 되는 거야. 스카이너는 양키들 앞에서 선한 양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넌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견해를 말하지도 말고 질문도 집어치우란 말이야. 제리코는 역겨웠다. 모든 게 지긋지긋했다. 등화관제도 지겨웠고 추위도 지겨웠고 몰상식하게 이름이나 불러 대는 촌스러운 동료들도 지겨웠고, 라임 냄새와 습기와 고래 고기도 역겨웠고 지겨웠다. 세상에, 새벽 4시에 고래 고기라니….
    (/ pp.114~115)

    "오해하지 마세요. 전 여기 온 지 한 달밖에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톰, 당신들이 해 놓은 일에 충분히 감탄하고 있습니다. 놀랄 만한 업적이죠. 우리 쪽 어느 누구도 지휘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요점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봄베도 부족하고 타자수도 부족합니다. 더욱이 저 창고 같은 소굴이라니. 세상에! '아빠, 전쟁이 위험하지 않았나요?' '위험했지. 난 얼어 죽는 줄 알았단다.' 색연필이 모자라 작전이 완전히 멈춘 적도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 제 말은 중요한 게 뭐냐는 거예요! 색연필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죽어 간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제리코는 너무 피곤해서 말대꾸할 힘조차 없었다. 게다가 그 얘기는 사실이었다. 크레이머의 지적은 옳았다. 18개월 전의 어느 날 밤이었다. 제리코는 숄더 오브 머튼 여관에서 낯선 사람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가 불 꺼진 문 옆에 서 있는 동안 튜링과 웰치먼과 몇몇 부서장들은 2층에 모여 처칠에게 연대 편지를 쓰고 있었다. 지금과 비슷한 얘기였다. 사무원 부족, 타자수 부족 등등…. 특히 봄베를 제조하는 레치워스의 공장 ─ 우습게도 옛날엔 이곳에서 금전 등록기를 만들었다 ─ 에서도 부품과 인력이 모두 부족했다. 처칠이 편지를 받고 한 번 뒤집어지기는 했다. 다우닝스트리트에서 싸움이 있었고, 몇 명이 옷을 벗었고, 기계가 거꾸로 뒤집어졌다. 한동안 상황이 좀 나아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블레츨리는 기본적으로 탐욕스러운 아이였다. 먹으면 먹을수록 식욕만 늘었다. "전쟁은 돈지랄"이란 말이 있었고, 백스터도 그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된다고 했다. 폴란드는 에니그마를 영국에 넘겨주었다. 그리고 이제 영국이 양키에게 넘겨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 pp.128~129)

    꿈은 기억이고 기억은 곧 꿈이다.
    복잡한 역 플랫폼. 고압선. 더러운 유리 지붕에 부딪치며 퍼덕이는 비둘기들. 확성기를 타고 들려오는 밍밍한 캐럴. 차가운 불빛. 카키색 물결.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병사들이 상체를 숙인 채 철도를 향해 달려간다. 해군 한 명이 붉은 모자를 쓴 임산부에게 키스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인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고향으로 가는 아이들. 누더기 코트 차림의 판매원들. 싸구려 모피를 입고 얼굴엔 수심이 가득한 어머니들. 무릎까지 내려오는 깔끔한 회색 코트 ─ 옷깃과 소매가 검은 벨벳으로 된 코트다 ─ 차림의 키 큰 금발 여인…. 요즘 보기 드물게 세련된 여자다.
    여자가 창문 앞을 지나간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고 여자 역시 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제리코는 깜짝 놀라고 만다. 시계를 보는 척한다. 엄지를 이용해 시계 뚜껑을 딸깍, 하고 열지만 시간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여자가 제리코가 있는 객실 안으로 들어온다. 빈자리가 없는 탓에 그녀는 주저한다. 제리코가 일어나 자기 자리를 내준다. 여자는 고맙다고 대답하고는 그와 창문 사이에 끼어 앉을 만한 자리가 있음을 몸짓으로 알려 준다. 제리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멋쩍게 앉는다.
    열차의 문이 모두 닫히고 기적이 울린다. 몸이 앞으로 쏠리고 플랫폼의 손 흔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뿌옇게 흩어진다.
    너무 꽉 끼어 꼼짝할 수가 없다. 전쟁 전이라면 이런 식의 신체 접촉은 상상도 못했겠지만, 지금은 전쟁과 물자 부족을 이유로 사람들을 남녀 구분 없이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있다. 여자의 허벅지와 닿는다. 어찌나 좁은지 피부 아래의 근육과 뼈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두 사람의 어깨가 맞닿고 이따금 다리가 스친다. 장딴지를 비벼 대는 스타킹의 감촉. 그는 여자의 체온을 느끼고 체취를 맡는다.
    (/ pp.139~140)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걸까? 열차가 간이역에 멈출 때마다 여자가 내릴까 봐 두렵다. 하지만 여자는 신문만 내려다볼 뿐이다. 런던 북부의 황량한 오지는 2월 오후의 어둑한 빛을 받으며 더 황량하고 단조로운 교외 풍경으로 바뀌어 간다. 가축 하나 없는 동토의 땅, 헐벗은 나무들, 삐뚤빼뚤 이어진 검은 울타리들, 텅 빈 신작로, 지저분한 굴뚝, 그리고 하얀 전원을 숯검정으로 만들고 있는 굴뚝 연기….
    한 시간이 지난다. 레이턴버자드가 지나고 이제 5분 후면 블레츨리에 도착한다. 그때 여자가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 "프랑스와 하멜른이 논쟁 중인 독일 마을은?"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지금 나한테 말하고 있는 건가?
    "네?"
    "프랑스와 하멜른이 논쟁 중인 독일 마을 말예요." 그녀가 이 사람 바보인가, 하는 투로 다시 읽어 준다. "세로 7번, 여덟 글자예요."
    "아, 네. 라티스봉(Ratisbon)이죠." 제리코가 대답한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난 들어 본 적도 없는데?" 여자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본다. 제리코는 여자의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 당황스럽다. 뾰족한 코. 커다란 입.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눈이다. 푸른빛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잿빛 눈동자. 나중에야 깨달은 것이지만 그건 비둘기의 잿빛도, 진주의 잿빛도 아니었다. 이제 한바탕 눈을 쏟아붓기 직전의 눈구름, 그 눈구름의 잿빛이었다.
    (/ pp.141~142)

    전시의 잉글랜드 땅이 눈앞에 펼쳐졌다. 예전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 전쟁 전보다 더 지저분하고 더 망가져 보이는 것이, 마치 급속히 영락해 가는 부농이나 쇠락한 가문의 자상한 중년 부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폭격의 피해와 직접 마주친 건 럭비 근방에 다다랐을 때였다. 멀리에서 봤을 때에는 망가진 사원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지붕이 날아간 공장이었다. 그곳에는 전쟁이 남긴 파괴의 흔적이 즐비했다. 길가의 울타리들은 찢어지거나 무너져 있었지만 지난 3년간 보수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마을 공원의 대문과 난간들도 군수품으로 징발되었는지 모두 뜯겨져 나갔고 집들도 더럽기 그지없었다. 1940년 이후로 한 번도 페인트를 칠한 적이 없을 테니 오죽하랴. 깨진 창문은 널빤지로 덧대 놓았고 철제 구조물은 녹이 슬거나 타르 칠이 된 상태였다. 심지어 여관 간판도 군데군데 뜯겨져 있었고 색이 바래 있었다. 1941년만 해도 러시아와 미국이 전쟁에 개입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1942년이 지나고 1943년에 접어들면서는 유보트가 호송 선단에 무차별 살인을 자행하기 시작했고, 물자 부족은 더욱 심각해졌다. 아프리카와 동부 전선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배급과 절망으로 대변되는 지루하고 슬픈 광경들….
    (/ pp.308~309)

    헤스터와 클레어는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극과 극이었다. 클레어가 키가 크고 관능적인 금발 미인이라면, 헤스터는 작고 마르고 가무잡잡한 유형이었다. 헤스터는 오히려 제리코와 닮아 있었다. 그녀는 나무 뒤에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나무줄기가 크지 않은 탓에 하얗고 가는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제리코는 시선을 돌렸다. 그가 다시 돌아보았을 때 헤스터는 올리브그린색의 드레스 차림으로 나무 뒤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후드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가요, 제리코 씨." 그녀는 다시 지도를 펴들고 그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제리코는 시동을 켜다 말고 잠시 멈칫했다.
    "월리스 양, 어쨌든 이렇게 되었으니 이름을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그가 주저하며 말했다. 그녀가 희미하게 웃었다.
    "헤스터예요."
    "톰입니다."
    (/ pp.310~311)

    제리코는 15분 동안 꼼짝 않고 앉아 에니그마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느 정도 규모란 말인가? 지극히 위험한 비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 정도는 그 자리에서 삼켜 버리고도 남을 만한 비밀 중의 비밀이었다. 1만 명의 폴란드 군인. 우리의 용감한 우방.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며 독일 기갑 사단과 대적했던 생존자들. 그 용사 1만여 명이 묶이고 재갈을 물린 채 처형되었다. 그것도 또 다른 우리의 맹방이자 용맹한 소련에 의해서.
    (/ p.417)

    저자소개

    로버트 해리스(Robert Harri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7~
    출생지 영국 노팅엄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7,936권

    1957년 영국 노팅엄에서 태어난 로버트 해리스는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했다. 졸업 후 해리스는 BBC 뉴스나이트와 각종 파노라마 프로그램의 리포터로, 또 [옵서버]의 정치 담당 기자로, [선데이 타임스]와 [선데이 텔레그래프]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브리티시 프레스 어워드(British Press Award)에서 올해의 칼럼니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던 로버트 해리스는 칼럼니스트 활동 중에도 틈틈이 작품을 써왔다. 이렇게 발표된 것이 [당신들의 조국]으로, 이 작품은 히스토리 팩션의 새 장을 열며 언론과 독자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펼쳐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소설 전문 번역가. 2012년부터 현재까지 KT&G 상상마당에서 출판·번역 강의를 하고 있다.
    [먼 북쪽], [리틀 드러머 걸], [나는 전설이다], [스켈레톤크루],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스마일리의 사람들],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 등 80여 편의 소설, 비소설을 번역했으며, 저서로는 [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공저), [여백을 번역하라], [천마산에 꽃이 있다]가 있다.

    역자의 다른책

    전체보기
    펼쳐보기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이 책과 내용이 비슷한 책 ? 내용 유사도란? 이 도서가 가진 내용을 분석하여 기준 도서와 얼마나 많이 유사한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비율입니다.

      리뷰

      8.2 (총 0건)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북피니언 지수 최대 600점

      리뷰쓰기

      기대평

      작성시 유의사항

      평점
      0/200자
      등록하기

      기대평

      0.0

      교환/환불

      교환/환불 방법

      ‘마이페이지 > 취소/반품/교환/환불’ 에서 신청함, 1:1 문의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1577-2555) 이용 가능

      교환/환불 가능 기간

      고객변심은 출고완료 다음날부터 14일 까지만 교환/환불이 가능함

      교환/환불 비용

      고객변심 또는 구매착오의 경우에만 2,500원 택배비를 고객님이 부담함

      교환/환불 불가사유

      반품접수 없이 반송하거나, 우편으로 보낼 경우 상품 확인이 어려워 환불이 불가할 수 있음
      배송된 상품의 분실, 상품포장이 훼손된 경우, 비닐랩핑된 상품의 비닐 개봉시 교환/반품이 불가능함

      소비자 피해보상

      소비자 피해보상의 분쟁처리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비해 보상 받을 수 있음
      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음

      기타

      도매상 및 제작사 사정에 따라 품절/절판 등의 사유로 주문이 취소될 수 있음(이 경우 인터파크도서에서 고객님께 별도로 연락하여 고지함)

      배송안내

      • 인터파크 도서 상품은 택배로 배송되며, 출고완료 1~2일내 상품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 출고가능 시간이 서로 다른 상품을 함께 주문할 경우 출고가능 시간이 가장 긴 상품을 기준으로 배송됩니다.

      • 군부대, 교도소 등 특정기관은 우체국 택배만 배송가능하여, 인터파크 외 타업체 배송상품인 경우 발송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배송비

      도서(중고도서 포함) 구매

      2,000원 (1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음반/DVD/잡지/만화 구매

      2,000원 (2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도서와 음반/DVD/잡지/만화/
      중고직배송상품을 함께 구매

      2,000원 (1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업체직접배송상품 구매

      업체별 상이한 배송비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