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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감정들 [양장]

원제 : Schwindel. Gefuh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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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제발트라는 세계 · 폐허의 기억이라는 여행 서사의 본질, 과거를 바라보는 화자의 의식

    제발트의 서사의 핵심은 언제나 ‘여행’이다. 여행 서사의 본질은 끝없이 파생되는 사유의 미로에 기꺼이 빠져들고, 길 위에서 떠오른 감정과 인상을 직관적으로 배치하여, 너울거리듯 여행하는 고독한 화자의 의식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그리하여 파괴의 비전(미래상)에 이르는 것이다. 이를테면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 중 스탕달은 꿈에서 모스크바 대화재를 지켜본다. 그리고 [귀향]에서 화자는 새뮤얼 피프스의 [일기]를 읽으며 졸다가 런던 대화재를 꿈꾼다. 이렇듯 [현기증. 감정들]은 제발트 고유의 주제들, 여행하는 작가의 삶, 가볍게 되기, 기억하기, 고뇌에 시달리기, 파괴의 비전이 모두 집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제발트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사진을 텍스트의 한 부분으로 활용했다. (이 장치는 그의 유작 [캄포 산토]까지 이어진다.) 이 사진들은 텍스트를 보충하는 자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텍스트의 일부분을 이루며, 과거라는 시간을 생생하게 환기하는 지표가 된다. 문자의 놀라운 생존력에 대해 누구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면서도 문자 언어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식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기억의 문제가 아닐까. 옮긴이 배수아는 "제발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가 기억을 불러내오는 독특한 기술에 매혹되곤 했다"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제발트에게 사진은 문자 언어로 언어화되지 않는 의식에서 삭제된 과거를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리는 정교한 장치다. 이 구성이 불러오는 효과는 다시, ‘기억하기’에서 화자의 ‘의식’으로 옮아간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제발트가 해낸 이 모든 몽타주 작업을 화자-저자의 의식을 의식하면서 바라보게 된다. 공포, 마비, 혼미함에 휩싸인 화자의 심리를, 신발이 닳아버릴 때까지 걸어다니는 고독을, 차분하고 총명한 의식을 예리하게 하는 정신적 고통을. "그렇게, 제발트를" 따라간 독자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문학이라는 행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거장의 등장을 알린 첫 신호
    "황홀하고 독창적이다."

    - 뉴욕 타임스

    네 편의 이야기 - 하나의 우주 안에 흩어져 있는 네 개의 성좌
    독일인으로 태어났지만 독일인이기를 원하지 않았던 ‘자발적 망명자’, 그러면서도 가장 아름답고 치밀한 독일어로 불안과 공포, 현기증에 휩싸인 독일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가 W. G. 제발트. [현기증. 감정들]은 그의 첫 장편소설로, 섬세하고 농밀한 언어로 빚어낸, 경이롭고 독창적인 문학의 출현을 알리는 첫 신호였다. 영어권 지역에서 이 작품은 [이민자들]과 [토성의 고리] 다음으로 소개되었는데, 이를 기점으로 제발트의 작가적인 명성은 절정에 오르게 된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두 편의 짧은 이야기와 두 편의 긴 이야기로 직조된 [현기증. 감정들]은 각각 별개인 듯 보이지만 하나의 우주 안에 있는 네 개의 성좌로 이루어져 있다. 내용적인 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스탕달과 카프카에 화자 자신을 겹쳐넣고, 단테와 발저, 루트비히 2세, 그릴파르처, 카사노바 등 이미 죽은 이들과 마주하는 환영에 사로잡혀 흘러다니는 일종의 여행 문학이자, 제발트의 작품 중 드물게 자전적인 내용이 담긴 일종의 자전 문학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로 떠난 작가들 - 1813년의 스탕달, 1913년의 카프카, 그리고 (2013년의) 제발트
    첫번째 이야기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은 우리에게 스탕달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졌으며 [사랑에 대하여]와 [적과 흑] 등의 저자인 마리 앙리 벨의 이야기다. 화자는 이 글에서 끝없이 떠돌며 여행한 어느 작가의 삶을, 그중에서도 1813년 9월 한 여인과 북이탈리아로 떠난 여행을 화폭에 담듯 그려낸다. 두번째 이야기 [외국에서]는 화자가 1980년과 1987년 오스트리아의 빈과 북이탈리아의 곳곳을 여행한 내용을 담고 있다. 빈의 거리를 걸으며 화자는 고향에서 쫓겨난 시인 단테를 보고, 베네치아에서 수상버스에 앉아 바이에른의 루트비히 2세와 마주치며, 리바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카프카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 소년을 본다.
    화자의 이탈리아 여행은 1913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행적을 반영한 것이다. 1813년에 떠난 스탕달의 이탈리아 여행은 카프카가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1913년이라는 숫자로 이어지며 모종의 암시를 준다. 이 암시는 다음에 나오는 [K 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에서 절정에 이른다. 화자가 막연하게 추적하던 카프카라는 발자국이 일순 드러나며, 독자들은 비로소 카프카의 여행과 스탕달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겹쳐지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 [귀향]은 두번째 이야기 [외국에서]를 뒤따르는 화자의 또다른 여행기로,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을 보냈던 고향을 몇십 년 만에 방문하는 내용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 살았던 건물 여관에 투숙하며 당시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는데, 여기에는 전쟁이 남긴 신체적·정신적 파괴의 흔적을 간직한 마을의 인물들이 점점이 나타난다. 고향을 떠도는 여행을 마치며 그는 2013이라는 숫자를 남기는데, 이는 1813, 1913이라는 숫자의 계보를 예언적으로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네 편이 이야기, 그리고 스탕달, 카프카, 화자-저자의 어린 시절을 관통하는 하나의 모티프는 카프카의 단편 [사냥꾼 그라쿠스]다. 슈바르츠발트에서 영양을 쫓던 그라쿠스, 실수로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그라쿠스, 그러나 그를 저세상으로 실어다주어야 할 배의 키잡이가 방향을 잃어, 그라쿠스의 시신은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한 채 떠돌다 이탈리아의 리바로 오게 된다는 이야기. 의식 속에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흐릿해질 때까지 걷고 또 걷는 화자의 여행은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떠도는 그라쿠스의 처지와 이렇게 포개진다.

    추천사

    연상의 유희로부터, 기억이 주는 고통으로부터, 고독하다는 느낌으로부터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여행......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규정하는 [현기증. 감정들]의 화자는 비탄에 젖은 정신 그 자체다.
    - 수전 손택

    "제발트의 여행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독특한 회상의 템포와 소용돌이치는 문학에의 여정으로 우리를 단숨에 이끌어버린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예전에는 이러한 여행기를 읽은 적이 없었으리라."
    - 배수아

    제발트는 상투적인 의미로 점철된 세속의 언어 세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그 자신만의 불가사의한 경묘함이 그의 천재성을 가장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 존 쿳시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 들려온 목소리 중 가장 독창적이다.
    - 폴 오스터

    제발트의 문체는 유령처럼 흘러다니며 독자의 상상력에 풀려날 길 없는 주문을 건다.
    - 옵서버

    그는 스스로 체험한 황당하고 우연한 사건들과 마음을 짓누르는 음울을 직접 이야기하는 대신, 자신만의 환상적인 기법으로 서술함으로써 그 ‘실재’를 미학적으로 증명해냈다.
    - 디 차이트

    [현기증. 감정들]의 내러티브에는 치유 불가능한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아차린 자아의 의식이 녹아 있다. ......황홀하고 독창적이다.
    - 뉴욕 타임스

    목차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
    외국에서
    K 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
    귀향

    해설 | 그렇게, 제발트를
    W. G. 제발트 연보

    본문중에서

    외국 도시에서 지인들에게 헛되이 통화를 시도하는 행위는 참으로 큰 공허함을 자아냈다.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을 때의 감정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섰고, 다이얼을 돌리는 이 행위가 마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도박인 듯이 느껴졌다. 그러므로 전화기에서 다시 튕겨나온 동전을 집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런 계획 없이 밤이 될 때까지 다시 거리를 헤매고 돌아다니는 것뿐이었다. 아마도 그러느라 너무 지친 탓인지, 나는 내가 아는 누군가가 방금 곁을 스쳐지나간다는 느낌에 수시로 빠져들었다. 그런데 이런?다른 명칭을 붙일 수 없는?환각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예외 없이 내가 수년 동안 한 번도 떠올린 적이 없는 사람들, 말하자면 이미 죽은 사람들뿐이었다.
    (/ p.37)

    창문을 여니 채찍처럼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안개에 젖은 공기가 와락 밀려들었다. 기차는 정말이지 아슬아슬한 구간을 달리는 중이었다. 끝이 쐐기처럼 날카로운 검푸른 바윗덩이들이 금방이라도 기차에 닿을 듯 가까이 불거져 있었다. 나는 밖으로 몸을 내밀고 바위 꼭대기가 어디쯤인지 살펴보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거칠고 좁다란 골짜기가 어둠 속에서 계속 이어져 있었다. 개울과 폭포가 매우 가까이에서 흐르고 있었기에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은 밤공기 속에서 흰 물보라를 내뿜는 차가운 물의 기운이 얼굴에 그대로 느껴졌다. 프리울리의 기운이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겨우 몇 달 전 프리울리에서 일어난 재앙도 잇달아 떠올랐다.
    (/ pp.51~52)

    이 도시 깊숙이 발을 디디는 사람은 자신이 다음 순간에 무엇을 보게 될지 전혀 짐작할 수 없으며, 누가 자신을 지켜보게 될지도 예상할 수 없게 된다. 한 무대에 등장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반대 방향에 있는 출구를 통해 무대를 떠나고 있다.
    (/ pp.53~54)

    고국에서 온 한 떼의 젊은 남자들이 서로 침을 튀겨가며 누설하고 있는 저급한 사고방식과 말도 안 되는 발언들을 계속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은 정말이지 고문에 가까운 고통이었다. 그날 밤 불면에 시달리면서, 제발 내가 저들과 다른 민족이기를, 아니 아예 이 세상 그 어느 민족에도 속하지 않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소망했는지 모른다.
    (/ p.92)

    나는 테라스의 열린 문 근처 탁자에 앉아 그간 기록한 메모들과 짧은 스케치들을 펼쳐놓았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 무관하게 일어난 사건들, 그렇지만 나에게는 동일한 기운의 영향 아래 일어났다고 보이는 사건들의 은밀한 교류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 pp.92~93)

    "하지만 너희는 배를 타고 즐거워하니, 돛을 올려 호수를 역겹게 만드는구나. 나는 더욱더 깊은 곳으로 내려갈 것이다. 추락하고 용해되어, 눈먼 얼음으로 흐릿해질 것이다."
    (/ p.137)

    K 박사가 프라하의 페트르진 언덕에서 있었던 그 결투를 [어느 투쟁의 기록]에서 다시 묘사했던 것은 이 영화를 본 뒤가 아닐까. 결투 도중 상대편에게 극히 개인적이며 자기 파괴적인 연애사를 늘어놓다가 구석으로 밀리던 주인공이 마침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실토할 수밖에 없게 되는 식의 이야기를 쓴 것은. 고백합니다, 나는 약혼한 몸입니다.
    (/ p.144)

    그날 오후 데센차노 주민들이 얼마나 오래 프라하의 부사무관을 기다리며 서 있었는지, 그리고 마침내 실망을 안고 흩어져서 집으로 돌아간 것이 언제쯤인지 알려진 것은 없다. 아마도 그중 누군가는 다음과 같은 한마디를 남겼을 수도 있다. 우리가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인물은 항상 간절함이 사라진 다음에야 나타난다고.
    (/ p.146)

    당신, 이해할 수 있나요, 하고 K 박사는 썼다. 이해할 수 있나요(제발 대답해줘요!), 왜 내가 은밀한 욕망에 몸을 떨면서 첼트너가세 골목 끝까지 이 남자를 따라갔는지, 왜 그의 뒤를 따라 배수로로 접어들었는지, 그리고 그가 독일인 클럽의 출입구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왜 말할 수 없는 쾌감에 젖은 채 지켜보았는지.
    (/ p.158)

    로마나와 함께 얼음창고에 들어갈 일이 있으면 나는 항상 이런 상상을 했다. 우리가 실수로 이 안에 갇히게 되면 우리는 서로 껴안으리라. 그 상태로, 얼음이 온기 속에서 흘러내려 마침내 사라지듯이, 서서히 그리고 소리 없이 얼어붙고, 그렇게 목숨이 다해가겠지, 라고.
    (/ p.224)

    나는 점점 더 거세게 치솟으며 타오르는 불길을 보았다. ......둔중하고 무시무시한 충격. 거대한 소리를 내며 공기를 헤치고 밀려오는 해일처럼, 탄약 보관소가 통째로 날아가 공중에서 산산이 분해된다. 우리는 물 위로 피난을 간다. 불꽃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수면에 벌겋게 반사되고, 한없이 어두운 하늘 아래서 톱니 모양으로 이빨을 드러낸 화염의 테두리는 금세 언덕을 따라 둥그렇고 널따랗게 퍼져나간다. 이제 날이 밝으면 고요한 재가 천지에 비처럼 내리리라.
    (/ p.244)

    저자소개

    W. G. 제발트(Winfried Georg Sebald)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4~2001
    출생지 독일 베르타흐
    출간도서 8종
    판매수 1,035권

    1944년 독일 남단 알고이 지방의 베르타흐에서 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프리부르 대학에서 독문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1966년 영국으로 이주해 1968년 맨체스터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1970년부터 노리치의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강의하며 1973년에 알프레트 되블린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뮌헨의 독일문화원에서 잠시 근무하기도 했다. 1988년부터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의 정교수로 취임해 독일문학을 가르쳤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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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다. 지은 책으로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바람 인형] [철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에세이스트의 책상] [올빼미의 없음]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막스 피카르트의 [인간과 말],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마르틴 발저의 [불안의 꽃],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비트겐슈타인의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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