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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깔들의 밤 : 김인숙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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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인숙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4년 12월 01일
  • 쪽수 : 35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26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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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심연을 겨냥하는 시선, 마음을 파고드는 문장
    언제나 삶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가는 김인숙 신작 장편소설


    1983년 스무 살이던 해에 문단에 나왔다. 그로부터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소설가로 살아온 삶.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그간 받아온 굵직한 문학상들을 모두 나열하자면 한 줄로는 모자랄 성싶다. 그러나 오히려 이쯤 되면, 그런 소설가로서의 삶의 이력이 대단하다기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계절이 지나가면서 남기고 가는 낙엽이나 빗줄기처럼. 그저 한결같이 이야기를 써온 삶 자체가 놀라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소설을 써왔고 그것으로 무슨 상을 수상했다는, 그런 문장들은 모두 지우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 펴내는 책 제목 하나만 써놓고 싶다, "모든 빛깔들의 밤". 연재 당시(2012년 문학동네 카페에 ‘마침내 모든 빛깔을 밤이 당겨갈 때’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다)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이 소설은 심연을 겨냥하는 시선과 마음을 파고드는 문장으로 언제나 삶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가는 작가의 경향을 그 어떤 때보다 분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연한 사고, 필연적인 만남
    상실을 둘러싼 비극과 미스터리


    기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 안에는 희중의 아내 조안과 그들의 어린아이가 타고 있었다. 조안은 기차에서 아이를 살리고자 창밖으로 던졌으나, 바로 그 판단 때문에 아이가 죽고 그녀 혼자만 살아남는다. 희중은 소중한 존재를 모두 잃을 뻔했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살아 돌아왔기에 묵묵히 그녀를 돌본다. 조안은 사고의 충격과 상실의 슬픔으로 심인성 기억상실증에 빠지고 자신이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 잊는다. 이제 극심한 비통함은 오로지 희중의 몫으로 남는다.
    기차가 전복될 때, 그 근처를 지나던 사내가 있었다. 백주는 거구인 자신을 비웃는 건달들을 건드렸다가 그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도망을 치던 중이었다. 쫓고 쫓기던 그들은 갑자기 들려온 폭발음에 일제히 멈춰 선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백주는 방안을 가득 채운 귀신들을 본다. 사고 현장에서 도망치던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이곳까지 따라온 귀신들을.
    아픔은 전혀 희미해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한 아파트의 417호와 517호에 거주하게 된다. 서로가 그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로. 517호의 백주는 아랫집에서 끈질기게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참지 못하고 항의한다. 417호의 희중은 발끈한다. 집에는 언제나 수면제에 취해 잠든 조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애 있잖습니까?" 하는 백주의 말에 "애 없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말았기 때문에, 그 대답이 아직 잃어버리지 못한 아이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불행에 드리워진 과거까지 모두 견딜 수 있는가.

    누나 걱정에 자꾸 집으로 찾아오는 조안의 남동생 상윤. 생각은 짧고, 그러니 주먹이 앞선다. 그는 선로에 누워 자살을 기도한 남자가 일하던 회사의 사장을 찾아가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바로 그 때문에 조카가 죽었다고 믿는 것이다. 상윤은 무작정 사장의 집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남자를 두들겨팬다. 그러나 그는 사장도, 그 동네 주민도 아니었다. 희중은 상윤의 단순함을 견딜 수 없다.

    "그래. 그 트럭회사 사장이란 놈은 용역비를 못 받은 게 반년째라더라. 왜 그런지는 알아? 환경단체에서 공사를 막고 있거든. 그건 또 왜 그런지 아니? 근처에 철새 도래지가 있거든. 넌 뉴스도 안 봐? 네가 굳이 양아치들 풀어서 알아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런 얘긴 다 뉴스에 나온 거거든!"
    "그래서 뭐, 철새 책임이라는 거야?"
    "관두자. 네 머리가 새대가리보다 못하다는 걸 내가 깜빡했다!"
    (......)
    "아무도 잘못이 없는데 다 죽었어? 겨우 한다는 말이 새새끼들 잘못이라고? 나도 이렇게 참을 수가 없는데, 형은 아빠였잖아! 씨발!"

    희중은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한다고 죽은 아이가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원인이란 버튼처럼 사건과 단순하게 연결된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어쩌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자의 체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기에 어쩐지 이상한 구석이 있다. 희중은 사고의 원인, 아니 그보다는 이 모든 불행의 근원이 지금 여기에 있다고 여기지 않는 듯하다. 이야기는 이십삼 년 전, 실족사로 위장된 아버지의 자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순간의 불행에 드리워진 아주 길고 긴 그림자. 희중은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재미를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부친을 자살로 이끈 것이다.
    그러니까, 인과관계가 불투명하게 처리된 이야기들을 연결하면 이렇게 될까. 이십삼 년 전, 한 소녀가 살해당한다. 어린 희중은 그날 아버지의 우산살 사이로 흘러내리는 핏물을 보았다고, 아버지의 바지주머니 안에서 여자아이의 머리핀을 보았다고 이야기를 꾸며낸다. 그저 친구들에게 주목을 받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러나 그 소문으로 교사였던 아버지가 자살한다. 희중은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하게 아니 무엇보다 무탈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던 어느 날, 기차 전복사고가 발생한다. 이 사고로 희중의 아이가 죽는다.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이십삼 년 전 저지른 죄에 대한 뒤늦은 벌일까.

    밤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반짝이는 기쁨, 투명한 슬픔, 어른거리는 죄책감......
    그 모든 빛깔들의 밤.


    전작 [미칠 수 있겠니](한겨레출판사, 2010)에는 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져서 배가 볼록한 여자를 칼로 찌르려는 장면이 있다. 살해하려는 순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고 곧이어 출처와 경위가 불분명한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이 피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어쩌면 이 소설을 이끌고 가는 중요한 동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진’과 ‘살인’을 겹쳐놓기, 즉 자연사(自然事)와 인간사(人間事)를 겹쳐놓기.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비슷한 모티프를 보여준다. 정부, 용역 업체, 철새 등 그 어떤 것의 책임도 아닌, 따라서 자연사라고 봐도 무방할 이 사고에 작가는 인간사를 포개놓는다. 슬픔과 고통에 희중이 점점 제정신을 잃어가는 사이, 숨겨진 그의 과거와 죄책감이 풀려나온다. 기차사고는 정말 이십삼 년 전 그의 말 한 마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자연사와 인간사를 겹쳐놓으면서 작가가 하려는 말은 무엇일까. 밤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우리의 이 검은 밤은 어떤 것들로 소용돌이치고 있는가. 금세 사라질 것 같은 반짝거리는 환희, 너무도 자명하여 투명한 슬픔, 아슴푸레하지만 끊임없이 아른거리는 죄책감...... 이 모든 빛깔들이 한곳으로 흘러가서는 밤이 된다고, 그러니까 그 밤을 우리는 까맣다 여기며, 모르는 체 살아가는 것은 아니냐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소설에는 ‘작가의 말’이 없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부려놓고 또 무슨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겠냐는 뜻일까. 이 년 전 연재를 시작하며 작가가 독자에게 건넸던 말들을 불러와본다. 이 소설의 인물들처럼 긴 그림자를 저마다의 꽁무니에 매달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문장들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연재가 끝날 때 ‘내 최초의 독자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라고 쓰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가 세상의 밝은 곳만 골라 디디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서입니다.
    그러나 사는 게 다 그렇지 못하니,
    혹시 상심하는 날이 있으면, 혹시 뜻밖에 상처받는 일이 있으면,
    이렇게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무서워도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고.

    그럴 수밖에 없으니 그렇게 하라고.
    (/ '연재를 시작하며' 중에서)


    만약 이 소설을 읽으며 어떤 현실을 떠올리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는 작가가 그것을 겨냥하고 썼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소설의 어떤 속성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밝혀둔다. 종종, 소설에서 이루어지는 핍진한 묘사는 그것이 너무도 충실하게 수행된 나머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어떤 사건을 예언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현실에서 그 사건이 그대로 재현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이미 이 년 전에 쓰인 이 소설은 올해 4월, 차마 요약될 수도, 감상될 수도 없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후, 얼마간의 시간을 흘러가게 하고 난 뒤에야 출간된다. 비극적인 사고와 상실의 고통 때문에 혹여라도 있을지 모를 어떤 오해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물리치며 이 소설을 세상에 내보낸다.

    목차

    안녕, 아기야
    그 남자의 첫번째 진술
    풀잎이 누울 때까지
    길고양이들의 집
    비밀과 거짓말
    그 여자의 첫번째 진술
    이별보다 멀거나 낯선
    모든 빛깔들의 밤

    본문중에서

    때때로 가슴속에서 회오리바람 같은 것이 웅웅 소리를 내곤 했는데, 마치 매일같이 조금씩 더 넓어지는 구멍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소리도 조금씩 점점 더 커지곤 했다.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희중은 무엇이든 해야만 했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구멍에는 조안의 슬픔이 쌓이고, 더는 바깥으로 흘러나오지 않는 조안의 눈물이 쌓이고, 젖어들지 않는 몸의 고독이 쌓였다.
    (/ pp.26~27)

    조안은 모를 것이다. (……) 그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에 안도하기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내일에 더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을. 그래서 멈출 수가 없었다는 것을. 모니터를 보고, 또 보고, 또 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 p.141)

    온몸에 울음이 가득 차 있는 여자였다. 아마도 몸속에 흐르는 것이 피보다 더 많은 눈물인 모양이었다. 여자가 그 눈물 전부를 다 흘려버리겠다는 듯이 오래도록 울었다. 백주는 물 한 잔과 티슈를 여자 앞에 놓아주고는 침묵을 지켰다. 여자는 울고 싶을 때까지 울어야 할 것 같았다.
    (/ p.237)

    생의 어느 한순간에 시작되는 불행은, 단지 모두 다 우연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그 우연은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한다는 말인가.
    (/ pp.314~31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3~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31종
    판매수 16,762권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1983년 『조선일보』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함께 걷는 길』 『칼날과 사랑』 『유리 구두』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그 여자의 자서전』 『안녕, 엘레나』 『단 하루의 영원한 밤』 등, 장편소설 『핏줄』 『불꽃』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 『시드니 그 푸른 바다에 서다』 『먼 길』 『그늘, 깊은 곳』 『꽃의 기억』 『우연』 『봉지』 『소현』 『미칠 수 있겠니』 『모든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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