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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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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배명훈
  • 출판사 : 북하우스
  • 발행 : 2014년 12월 05일
  • 쪽수 : 256
  • 제품구성 : 전1권+부록:배명훈매뉴얼
  • ISBN : 9788956058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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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배명훈의 신선한 감각으로 버무려낸
제대로 맛있는 소설!


폭격으로 파괴된 네 곳의 식당
그 네 개의 단서를 잇는 아주 사적인 기억들


사소한 사고에서 시작된 전쟁의 불길은 몇 달 만에 미사일이 되어 서울 도심을 폭격하고 있었다. 폭격 현장을 조사하던 민소는 무작위로 날아온 미사일에 사라져버린 맛집을 보며 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냥 맛집 하나가 사라졌다고 하기에는 그 식당에 얽혀 있는 기억들이 너무 많았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으나 다음, 그다음 미사일로 그녀와 함께 다녔던 단골 식당이 폭격된 것을 알게 되자 민소는 혼란을 느낀다. 그리고 네 번째 식당이 폭격되는 현장에서 그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을 확신한다.

"다행이었다. 정말로 다행이었다.
바로 그곳에 서 있던 순간, 잊지 않고 미사일을 날려줘서."


[맛집 폭격]은 [타워],[안녕, 인공존재!],[신의 궤도],[은닉],[총통각하],[가마틀 스타일] 등 사람들의 이야기에 세상이 움직이는 거대한 원리를 배합하여 독창적인 소설의 영역을 구축해온 배명훈 작가가 2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세계와 존재에 관한 통찰을 담은 전작들의 무게감을 내려놓고, 일상을 뒤흔드는 희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요리는 무엇입니까?

에스컬레이션 위원회의 현장조사원 민소는 피폭 현장에서 사라진 인도 식당을 보며 거기서 먹었던 마살라 도사를 떠올린다. 며칠 후 다른 피폭 현장에서 데이트 코스로 애용하던 스페인 식당이 폭격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된 오렌지 샐러드를 아쉬워한다. 그리고 또 다시 폭격으로 사라진 단골 식당들을 보며 네 개의 현장을 하나로 연결하는 오래된 기억을 포착한다.
민소는 그 네 개의 식당에 혼자 간 적이 없었다. 그 식당들은 그가 좋아해서 간 곳이 아니라 ‘그녀’가 좋아해서 함께 갔던 곳이었다. 며칠 사이 그녀와 함께 갔던 맛집들이 연달아 사라지고 있는 것. 그것은 다소 과격하지만 그를 향해 날아온 메시지가 분명했다. 하지만 민소는 이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배가 불러서 이제는 더 못 먹겠다 싶을 때쯤 말이야, 딱 한 입만 더 먹는다면 뭘 먹을까 고민하다 십중팔구는 거기에 손이 가는 거야. 다들 그래."
"그게 뭔데요?"
"마살라 도사."
"와, 무슨 맛인지 상상은 잘 안 되는데 막 그리운 맛이네요."
"그 집이 저기야. 종로 321-2. 어젯밤 미사일 공격으로 잔해만 남고 이 빠지듯 가운데만 무너져버린 저 3층 건물 2층에 그 식당이 있었어."
(/ 본문 중에서)

익숙했던 건물이 사라지고
지인 중 누군가 갑자기 떠나면
기억을 공유하던 사람들은 한순간 침묵에 잠긴다
일상의 공간에서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억을 지우느라 생기는 공백이었다


배명훈 작가가 가볍게 써내려갔다는 이 소설은 인도 음식 마살라 도사에 대한 군침 도는 묘사로 시작된다. 작가가 소설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전작들에서 선보였던 674층의 초고층 빌딩([타워])과 15만 년 후 우주의 외딴 곳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행성 나니예([신의 궤도]), 얼어붙은 체코에 숨겨진 비밀 무기([은닉])와 비교했을 때에 너무도 생소한 ‘맛집’이다. 근심이라고는 없는 화사하고 상큼한 오렌지 샐러드, 승리한 전투의 전리품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쟁반 위에 쌓여 있는 찹쌀 탕수육, 짭조름한 바다 맛 속에 담백한 끝맛을 감추고 있는 빨갛지만 맵지 않은 짬뽕, 입안에 넣기도 전에 새콤하고 향긋한 향이 도는 사르마 돌마.
작가는 맛깔 나는 묘사로 책장을 넘기다 말고 인터넷을 검색해 그 식당이 진짜 있는지 확인하고 싶게 하다가는 돌연, 어디선가 날아온 미사일로 맛집들을 날려버린다. 그러고는 추억의 공간을 공유하는 옛 여자친구에 대한 기억을 단서로 이 맛집들이 왜 사라지고 있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쫓게 만든다.
그 단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일상과 맞닿아 있는 세계의 가장 바깥쪽 경계면에 도착한다. 그리고 배명훈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세계, 즉 대한민국 서울 도심 한복판에 미사일이 쏟아지는 소설 속 현장과 300여 명의 승객을 실은 배가 침몰하는 참사를 무력하게 지켜보는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맛집 폭격]에서 이러한 현실에 대한 묘사보다 그 현실이 다루어지는 ‘방식’에 더 큰 방점을 찍는다.

"고위 공직자들이 사과 같은 거 할 때 정확히 누구한테 사과를 하는지 잘 들어봐."
"국민들한테 하는 거 아니에요?"
"자세히 들어봐. 국민들한테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서 사과하는 거잖아. 항상 그래. 굳이 콕 집어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서만 사과를 해. 사람한테 사과하는 게 아니라 심려한테 사과한다는 말이야."
(/ 본문 중에서)

전쟁과 맞닿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희한한 이야기!

60여 년이 지났어도 한국전쟁의 피난 행렬이 남긴 잔상은 강렬하다.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2013년 영국 JISC(합동정보시스템위원회)와 포츠머스 대학의 연구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80여 일 동안 런던에 쏟아진 폭격 지점을 맵핑한 ‘BOMB SIGHT’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지도를 확대해 보면 폭격 지점으로 표시된 붉은색 점이 런던 전체를 새빨갛게 메우고 있다. 그런데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낸 당시 런던 대공습이 있던 시기의 영상을 보면 무너진 건물 앞을 지나가며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런던의 명물인 빨간색 2층 버스와 전차가 다니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이는 런던만의 특수 상황은 아니다. 얼마 전 북한의 NLL 해상 훈련을 속보로 전하던 뉴스에서 연평도 주민과 통화하던 앵커가 현재 대피소에 있느냐고 묻자 통화를 나누던 주민이 아직 집에 있다고 담담하게 대답해 실소를 자아냈던 일화가 있었다. 전쟁을 떠안고 살게 되면, 전시와 평시는 생각만큼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아무 때나 버리고 떠날 수 있는 도시 같지만 막상 쉽게 떠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전쟁은 피곤한 일이었다. 끔찍하기보다는 성가시고 귀찮았다.
그러니까 그건 그냥 직장 같은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맛집 폭격]을 보면서 굳이 전쟁과 일상이 겹쳐지면 어떨까 상상할 필요는 없다.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이 전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굳이 전시 상황을 북한과의 전쟁 상황으로 설정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쟁 불감증에 빠진 것일까? 작가는 작품을 통해 전쟁 불감증과 전쟁에 대한 오해는 다르다고 말한다. 전쟁에 대한 오해는 전시를 공포 판타지로 착각하게 한다. 전쟁은 어떤 인물의 음모로 벌어지는 게 아니다. 사소한 사고에서 시작된 폭력이 오해와 불신 속에서 서로 비난을 거듭하며 자국의 여론을 공격적으로 몰아가면서 폭력이 점증된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전쟁의 불씨가 커지다 한순간 불길이 되는 것이다. 전쟁 공포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상상했던 전쟁 판타지가 펼쳐지기 전까지, 자기가 속한 세계의 균형이 무너지며 전쟁을 향해 상황이 점증되어 가는 과정(소설 속에서는 이 과정을 ‘에스컬레이션’이라고 표현한다)을 인식하기 힘들다.
그러나 진실을 볼 수 있는 개개인의 통찰력이 모이면 감정적인 상태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점증상황을 늦출 수 있다.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폭력적이지 않은 국민을 데리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피해 보고는 어차피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다 하게 돼 있어. 이걸 이렇게 감정적으로 묘사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야."
"하지만 전쟁은 끔찍한 거잖아요. 참상을 기록하는 게 사실적인 거 아닐까요?"
"그게 함정이라니까. 진짜 끔찍한 걸 못 보게 하려는 거지. 전쟁이라는 건 사실 어마어마하게 깊은 구덩이인데,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분노하거나 슬퍼할 뭔가를 자꾸 던져주는 구덩이기도 해. 딱 거기까지만 보고 뛰쳐나오기를 바라는 거지."
(/ 본문 중에서)

어떤 소설가는 세계의 가장 바깥쪽 경계에 가닿은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우리는 미국 TV 시리즈나 소설에서 옆 동네에서 일어나는 흔한 사건이 국경을 넘어 세계로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익숙하다. 하지만 한국적인 이야기에서 그런 시도는 여전히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여긴다. 그로 인해 생긴 불편한 제약들 속에서 배명훈 작가는 세상이 움직이는 규칙과 패턴을 찾아 일상의 이야기와 엮어내는 외로운 작업을 지속해왔다.
[맛집 폭격]의 본문 속에서 전쟁이 어떻게 발발했는지, 전쟁의 참화 속에서 어떤 참상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묘사는 자세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대신 일상과 겹쳐진 전쟁의 평범성, 그리고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진짜 끔찍한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작가 특유의 기발하고 세련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덧붙여 작가는 이 작품이 쓰인 시점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소설이 완성된 시점은 2014년 4월. 작가는 마치 우리가 2014년 4월에 겪었던 일을 예언하듯, 소설 속에서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용병업체, 새롭게 지명된 국무총리 후보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한 조직, 국민을 감정적인 상태로 몰아간 후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모두는 통제권을 상실하고 조직의 의미가 유명무실해진 해경의 무능함, 국민을 감정적인 상태로 몰고 갔던 일부 매체들의 여론몰이 과정을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보고 겪었다. 이후 일상을 뒤흔들었던 비극을 겪으며 감정적으로 격앙된 국민들의 분노를 몰아 한 종교단체를 단죄했고, 이들에 대한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그 사이 진짜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은 슬그머니 뒤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아픔과 더 나아질 것이 없을 거라는 절망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전쟁도 이와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이 소설 속의 ‘폭격’이 담고 있는 무섭고도 날카로운 알레고리다. 그렇기에 우리는 배명훈의 소설을, 세계에 대한 해석을 담아내는 이 소설가의 외로운 작업을 조금 더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

4월에 작가의 말을 써 두었다. (중략) 그 작가의 말을 쓰고 며칠 뒤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그 전에 써둔 많은 것들이 새로운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마치 그 일을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은 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맥락의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분들과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만 남길 것 같은 부분들이 섞여 있는 상태였다. 이 소설이 참사 이전에 대부분 완성되었다는 점을 굳이 다시 밝히는 이유다.
(/ '작가의 말 2' 중에서)

추천사

"100년 후 한국 문단은 작가 배명훈이 이 땅에 있었다는 사실에
뒤늦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 박민규 / 소설가

"다른 별에서 써 가지고 온 듯한 서사의 신선함!"
- 신경숙 / 소설가

"기성세대의 진부한 독법을 치고 들어오는 젊은 패기의 기상천외한 상상력."
- 故박완서 / 소설가

"독창적이고 참신하다. 전혀 새로운 감각의 작가."
- 윤대녕 / 소설가

"배명훈은 악인과의 투쟁이 아닌, 악(惡)과의 투쟁을 다룸으로써
SF의 가장 아름다운 영역을 수호했다."
- 허윤진 / 문학평론가

"장르문학이라고는 하지만 SF소설은 작가에게 거대한 관념의 조탁 능력을 요구한다. 논리와 상상력 못지않게. 순문학 못지않게. 나는 배명훈이 그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제일 반갑다. 이만한 지성의 소유자가 한글로 장르소설을 써주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 박찬욱 / 영화감독

목차

1부
마살라 도사
에스컬레이션 위원회
에스컬레이터 위의 낙하산
무채색
초음속
펜스와 펜스 사이
근심이라고는 없는 오렌지 샐러드
입증할 수 없는 사르마 돌마
프로테스탄티즘 이전의 탕수육 짬뽕
Made in War
바클라바
기대기 좋은 동네 커피집

2부
소리가 나지 않는 이응
절단면 부족
두릅이
교량 파괴
달아날 곳이 없어진 라비앙로즈
에너지대책회의
추적
공공재
마지막 현장
정말정말 잘 먹었습니다.

3부
날개로 추정되는 파편
자연사 미수
구급차나 보내주세요
풀 옵션
읍참양파

- 작가의 말 1
- 작가의 말 2

본문중에서

민소는 윤희나가 표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눈에 딱 알아보기는 좋지만,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이력서 자체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했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딱히 배울 건 없었을 것 같은 경력이었다. 표지와 목차는 너무나 근사하지만 본문을 채울 시간 같은 건 절대 없었을 성싶은 빡빡한 이력이기도 했다.
(/ p.23)

열의가 없는 것도 아니면서 한편으로는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초연한 태도에, 위계질서 같은 건 하나도 관심이 없는 듯 시키는 일은 전부 뒷전으로 미뤄두면서도 본인이 진짜로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나서서 챙기는 성실함을 지닌 사람. 그는 그림자 같은 사람이었다. 해 저물기 한 시간 전쯤의 그림자처럼 길쭉길쭉하고 처량한 느낌을 주는 공무원. 어디에 서 있어도 이상할 게 없지만 어디에 서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인상. 꽤 큰 권한을 가진 현장조사관답지 않게 언제나 기웃거리듯 현장 근처를 맴도는 조용한 아웃사이더.
(/ p.27)

"그런데 수상한 게 있어."
"뭔데요?"
"군부대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
"그럼요?"
"이 건물 자체를 노린 것 같아."
"왜요?"
"이 식당."
"네."
"단골이야."
"네?"
"여기도 내 단골 식당이었다고."
(/ p.55)

"그건 색깔부터가 행복한 색이에요. 근심이라고는 없는 밝고 화사하고 상큼한 한 접시인 거죠."
"그거면 됐죠!"
"네, 그리고 오렌지 과즙이 표면에 흐르는 느낌이에요. 촉촉하게 코팅된 느낌? 식감이 그래요. 인상파 화가들이 색깔 쓰는 것처럼, 이미 알고 있는 음식의 촉감을 입으로 경험하기 전에 표면에 신선하고 행복한 뭔가가 코팅돼 있는 걸 먼저 느끼는 거예요. 그것도 한곳에 고여 있는 게 아니라 흐르는 과즙을 잡아낸 느낌으로. 오렌지에서 터져 나오는 과즙도 맛있지만, 인상적인 쪽은 그 첫 접촉 때의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표면에 깃들어 있던 긍정적이고 좋은 느낌들이 소화기관을 통하지 않고 바로 몸으로 퍼져나간달까."
"와."
"그러면 그냥 ‘잘 먹었습니다’ 하고 쭈뼛쭈뼛 인사를 하면서 나오게 되는 거죠."
(/ p.61)

찹쌀 탕수육이 떠올랐다. 쫀득쫀득한 튀김옷. 크게 승리한 전투의 전리품처럼 푸짐하게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쟁반 위에 쌓여 있는 고기들. 뜨거운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입김을 내뿜듯 입안에서 저절로 새어 나오는 열기를 호호 내뱉으며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렸다. 고기가 하나 들어가면 그 대신 감탄사 하나가 밖으로 나오는 맛. 바삭바삭하지만 두껍지 않은 튀김옷이 씹을 때마다 파사삭 소리를 냈다. 작은 알갱이를 씹는 식감이었지만 일단 몇 번 씹기만 하면 금방 바스러지는 바삭바삭함이었다. 그 살아 있는 튀김옷들이 무뎌지고 나면 뒤에 남는 건 고기의 맛이었다. 절대 튀김옷에 압도당하지 않는, 단순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한 진짜 고기 맛.
(/ p.78)

기억을 다시 써간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기억 어딘가에 늘 자리 잡고 있던 건물들이 사라지고, 지인들 중 누군가가 갑자기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나날.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을 공유할 때마다 그 사람이 혹은 그 가게가 지금도 남아 있는지를 서로 확인하곤 했다. 그러다 단 한 명이라도, 어떤 장소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되었다는 말을 하면 함께 기억을 공유하던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침묵에 잠기기 마련이었다. 각자 자기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일상의 공간에서 그곳에 관한 기억을 지우느라 생기는 공백이었다.
(/ p.81)

"그럼! 삼겹살에 소주가 딱 끊기면 서울이 몇 달이나 버틸 것 같아?"
"그러네요. 아니면 치킨에 맥주."
"아, 치맥! 거봐, 그렇잖아. 치맥도 못 먹을 전쟁, 해서 뭐하냐고. 몇 주 정도야 악으로 끌고 간다 쳐도 몇 달이 넘어가면 그게 되나. 어찌어찌 버틴다고는 해도 리더십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거든. 국가는 버텨도 정권은 무너질 수 있으니까 말이지."
(/ p.95)

그 사람이 떠나버린 바로 그 순간에, 가장 부러웠던 건 바로 그 남자의 바보 같은 울음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박탈감이었다. 민소는 거울에 비친 건조하기만 한 자기 얼굴을 바라보았다. 슬픔을 박탈당한 남자의 얼굴. 흘릴 눈물이 없는 게 아닌데.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언젠가 민아리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너도 이름에 이응이 있었으면 내가 그 이응을 너만큼 정성스럽게 불러줬을 거야."
(/ p.115)

일상은 통조림 한 캔에 간신히 담겨 있었다. 그나마도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뚜껑을 따야 할 통조림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궁금했지만 당분간은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행복일지도 모르니.
(/ p.25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8.06.05~
출생지 부산
출간도서 30종
판매수 8,802권

2005년 「스마트 D」로 SF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연작소설 『타워』, 소설집 『안녕, 인공존재!』 『총통각하』 『예술과 중력가속도』, 중편소설 『청혼』 『가마틀 스타일』, 장편소설 『신의 궤도』 『은닉』 『맛집 폭격』 『첫숨』 『고고심령학자』 등이 있다. 201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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