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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정신학 : 수학을 적용하는 도덕과학에 대한 시론[양장]

원제 : Mathematical Psychics: An Essay on the Application of Mathematics to the Moral 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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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 영문 원문과 한글 번역문이 함께 있는 대역본입니다.

    제목과 부제에 관해

    이 책의 원제는 '수리 정신학(Mathematical Psychics)'이고, 부제는 ‘수학을 적용하는 도덕과학에 대한 시론(An Essay on the Application of Mathematics to the Moral Science)’이다. 원제에 있는 ‘psychics’는 책을 저술하던 당시 널리 쓰이지 않았지만, 부제에 있는 ‘moral science’는 당시 널리 쓰던 단어로, 경제학과 윤리학을 포함하며 자연과학(natural science)과 비교된다. 그리고 자연과학은 물리학(physics)을 포함한다. 바로 이 ‘physics’와 비교되면서 이 책의 내용인 경제 미적분학과 공리 미적분학, 즉 경제학과 윤리학을 포함하는 학문의 이름으로 에지워스가 ‘psychics’를 골랐을 것이다.

    ‘에지워스 상자’가 처음 등장한 책

    경제학의 역사에서 에지워스의 [수리 정신학]이 갖는 의의는 복잡하다. 대부분의 경제학도가 에지워스를 처음 만나는 것은, ‘에지워스 상자’로 불리는 그림을 통해서다. 에지워스 상자는 재화의 총공급이 주어진 경우 해당 경제에서 가능한 재화를 분배하는 모든 방법을 보여주는데, 일반균형이론과 후생이론에서 널리 사용된다. 그 상자 속에 그려진 ‘무차별 곡선’과 ‘계약 곡선’을 에지워스가 창안했고 명명했다. 그리고 이 두 곡선이 모두 1881년에 출간된 이 책에 처음 등장했다.

    에지워스의 독창적인 교환 이론과 균형 개념

    그렇지만 경제학의 역사에서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독창적인 교환 이론과 균형 개념에 있다. 에지워스는 이 책에서 교환을 분석하는 개념으로 공급과 수요를 대신해서 ‘계약’과 ‘재계약’을 사용했고, ‘공급과 수요의 동등’을 대신해서 ‘깨지지 않을 계약’을 균형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이런 계약의 결정성 또는 균형의 유일성을 경쟁의 완전성과 연결해서 분석했다. 그러나 에지워스가 강조한 것은 계약의 결정성이 아니라 비결정성이다. 현실의 경쟁은 결코 완전하지 않고, 그 경우 개인들의 효용 극대화 원리만으로는 계약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쟁의 결과를 마치 비개인적이고 불편부당한 물리적 힘의 작용인 듯 여기며 마음 놓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정의와 인간성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본성의 장엄한 중립성이 존중을 요구하는 것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만일 경쟁이 법칙의 정규성은 물론 우연의 불편부당마저 결여하여 패악이 실린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같다면, 경제학은 참으로 ‘음울한 과학’이 되어 경쟁에 대한 경의도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경쟁을 중재할, ‘최대 가능 총합 효용’을 달성할 분배의 준칙
    책제목이 ‘수리’정신학이 된 이유


    그러므로 ‘경쟁은 중재로 보완되어야 한다. 자기 이익만을 쫓는 계약자들 사이에서 중재의 기초는 최대 가능 총합 효용(greatest possible total utility)이다.’ 에지워스는 중재의 원리와 그에 의거한 준칙, 즉 이기적 개인들의 합의로 실행될 공리주의의 목표인 ‘최대 가능 총합 효용’을 달성하기 위한 분배의 준칙을 수리 추론을 통해 도출했다.

    이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수학을 사용하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윤리학은 물론이고 경제학에서도 그때까지는 수리 기호나 식이 거의 쓰이지 않았다. 더욱이 이 책에서처럼 첨단 물리학에서 사용되던 미적분학을 적용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에지워스에 따르면, ‘만약 모든 관련 사항에 대해 수학의 정밀함을 갖춘 추정이 이뤄질 수 있다면’ 공리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 미적분학’이 ‘공리 미적분학’으로 이어지려면,
    경제학과 윤리학이 서로 통하려면?


    에지워스의 ‘계약 곡선’은 완전경쟁 균형의 의미와 의의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두 소비자의 ‘무차별 곡선’이 접하는 점들의 집합만도 아니다. ‘계약’과 ‘재계약’은 시장을 이해하는 방식이고, ‘타결’과 ‘최종 타결’은 균형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경제 미적분학’이 ‘공리 미적분학’으로 이어지려면, 그리고 그것이 실천적 의미를 가지려면, 효용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각 개인이 가진 효용이 비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동시대의 경제학자는 물론 후세의 많은 경제학자가 취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서문]
    경제학의 역사에서 에지워스의 [수리 정신학]이 갖는 의의는 복잡하다. 경제학도라면 익숙할 ‘에지워스 상자’에는 ‘무차별 곡선’과 ‘계약 곡선’이 그려져 있는데, 그 두 곡선을 창안하고 명명한 문헌이 바로 [수리 정신학]이다. 그렇지만 정작 주목받아야 할 것은 거기에 제시된 새로운 균형 개념과 그것에 기초한 교환이론이다. [수리 정신학]은 교환을 묘사하는 개념으로 ‘수요와 공급’을 대신해서 ‘계약’을 사용했고, ‘수요와 공급의 동등’을 대신해서 ‘깨뜨려지지 않을 계약’을 균형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그런 균형의 존재와 성격에 대한 여러 명제를 제시하고 논증했다.

    경제학에 끼친 [수리 정신학]의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어느 에지워스 연구자가 에지워스의 문체를 빌어 기술했다. "경제학계를 내려친 한 줄기 강력한 벼락과 같은 이론이었으나 경제학계는 에지워스의 이론에 전율보다 공포를 느낀 듯하다. 자극받기보다 마비되어버린 경제학자들에게는 그가 밝힌 경로를 따를 능력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신고전파 경제학이다.

    [수리 정신학]은 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용에 비해 너무 짧다. 평범하지도 단순하지도 않고 난해하기까지 한 개념과 이론을 담기에는 158쪽은 아무리 작은 글씨로 채워지더라도 턱없이 적은 분량이다. 마땅히 보탰어야 할 설명이 거기에는 없다. 게다가 수식이 만만찮다. 고전 역학에서 사용되는 변분법과 라그랑주 승수법이 거침없이 동원된다. 그리고 비유와 은유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그중에는 고전 역학과 확률 이론에 관한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인용되거나 기술되는 여러 문구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수리 정신학]은 유려하면서도 화려한 산문으로 채워져 있다. 어떤 독자에게는 그것이 괴로움을 줄 수 있다. 에지워스의 동시대인으로 서평을 썼던 제번스가 그런 독자였는데, "그의 문체가 모호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너무나 함축적이어서 독자는 모든 중요한 문장을 수수께끼처럼 풀어야 한다." 그러나 저자의 산문을 읽다보면 흐름이 보이고, 흐름을 짚으며 읽다보면 저자의 생각을 알아채게 된다. 그 생각에는 앞뒤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음도 알아채게 된다.

    [수리 정신학]의 번역은 독해 못지않은 난제다. 내용을 정확하고 적절하게 옮기기도 어렵거니와 유려하고 화려한 원문의 멋을 제대로 옮기기는 더욱 어렵다. 아무리 잘 옮기더라도 배경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그래서 이 책에는 번역문과 원문을 함께 나란히 싣고, 지나치리만큼 빈번하게 옮긴이 주를 단다. 그리고 두 가지 해설을 덧붙이는데, 하나는 인용 문헌과 그 저자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용어에 관한 것이다. 용어 해설에는 번역에 대한 설명도 들어있다. 옮긴이 해제는 [수리 정신학]의 핵심 내용을 그 후의 경제학과 연결하여 정리한다.

    경제학의 역사를 공부하는 내게 에지워스의 [수리 정신학]은 참으로 흥미로운 문헌이다. 그것이 경제학을 바꿔서가 아니라 그리하지 못해서다. 에지워스가 [수리 정신학]에서 제시한 개념과 이론은 너무나 혁신적이었고, 1944년에 폰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의 [게임이론과 경제행위]가 출간되고서도 한참 뒤에야 에지워스의 이론은 이해와 평가를 받게 된다. 에지워스가 [수리 정신학]에서 제시한 균형으로서의 ‘최종 타결’이 게임이론에서 ‘코어’로 불리는 균형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그제야 밝혀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더욱 흥미를 갖고서 거듭 읽었던 [수리 정신학]의 번역과 해설을 해제와 함께 책으로 엮어 내기로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도중에 발췌 번역본(지식을만드는지식, 2009)을 먼저 출간했는데, 그 부분은 수정을 거쳐 이 책에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옮긴이 해제는 [경제의 교양을 읽는다](더난출판, 2009)의 10장을 보완한 것이다.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여러 분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쓰인 문구를 번역하는 데는 인하대 김진석 교수의 도움이 컸다. 그리고 [수리 정신학]에는 출전을 밝히지 않는 인용이 많은데, 그 대부분을 뉴먼(Peter Newman)의 편저(F. Y. Edgeworth's 'Mathematical Psychics' and Further Papers on Political Economy,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또는 크리디(John Creedy)의 저서(Edgeworth and the Development of Neoclassical Economics, Basil and Blackwell, 1986)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거듭 등장하는 수식과 기호가 가지런히 인쇄되도록 애써 주신 한국문화사 명저번역 팀장 이지은 씨께도 감사드린다.

    목차

    책을 펴내며

    목차와 개요

    수리 정신학: 수학을 적용하는 도덕과학

    제1부

    제2부

    경제 미적분학
    정의
    문제
    논증
    따름정리

    공리 미적분학
    문제
    정의
    공리
    따름정리

    부론

    I. 비(非)수치 수학

    II. 쾌락 미적분학의 중요성
    수학 없이 풀어야 하는 사회 문제들

    III. 쾌락계량학

    IV. 혼합된 양식의 공리주의

    V. 제번스 교수의 교환 공식

    VI. 기하학을 모르는 자들의 오류
    벤담
    존 스튜어트 밀
    케언스
    스펜서
    시지윅

    VII. 아일랜드의 현 위기

    옮긴이 주

    해설 1: 인용 문헌과 저자
    학술지와 잡지
    저자와 문헌

    해설 2: 용어와 개념

    원문 색인

    옮긴이 해제: 새로운, 너무 새로운 교환 이론

    본문중에서

    제목에 대해

    이 책의 원제는 ‘Mathematical Psychics’다. 여기 들어 있는 ‘psychics’는 이 책이 출간된 무렵에도 흔히 사용되던 단어가 아니다. ‘psychology’와 ‘psychophysics’는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psychics’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도 에지워스는 아무런 설명 없이 이 단어를 책의 제목에 들였다.

    요즘 사전에 따르면, ‘psychic’은 영혼과의 교감이나 예지, 영감, 육감 등의 능력이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에지워스가 그런 의미에서 ‘psychics’를 사용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심령학’으로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책의 내용에서 알 수 있다. 이 책은 1부와 2부 그리고 여러 부론으로 나뉘는데,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2부는 ‘경제 미적분학’(Economic Calculus)과 ‘공리 미적분학’(Utilitarian Calculus)으로 나뉜다. 따라서 ‘psychics’는 경제학과 (공리주의) 윤리학을 함께 가리켜야 한다.

    이 책의 부제는 ‘An Essay on the Application of Mathematics to the Moral Science’다. 여기 들어 있는 ‘moral science’는 당시 널리 사용되던 단어로서 경제학과 윤리학을 포함하며, 자연과학(natural science)과 비교된다. 그리고 자연과학은 물리학(physics)을 포함한다. 바로 이 ‘physics’와 비교되면서 경제학과 윤리학을 포함하는 학문의 이름으로 에지워스가 ‘psychics’를 골랐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우리는 ‘psychics’를 ‘정신학’으로 옮길 수 있다. ‘심리학’으로도 옮길 수 있으나, 그 단어가 오늘날 특정 과학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고 있기에 피하는 게 좋다. ‘마음학’이 더 적절할 수도 있으나, 순우리말 ‘마음’은 이어지는 한자어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그 앞의 꾸밈말도 한자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수리 정신학’으로 옮긴다.

    내용과 구성

    대부분의 경제학도가 에지워스를 처음 만나는 것은 ‘에지워스 상자’로 불리는 그림을 통해서다. 그 상자 속에 그려진 ‘무차별 곡선’과 ‘계약 곡선’을 에지워스가 창안했고 명명했다. 그리고 이 두 곡선이 모두 1881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처음 그려졌다. 그렇지만 경제학의 역사에서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독창적인 교환 이론과 균형 개념에 있다. 에지워스는 이 책에서 교환을 분석하는 개념으로 공급과 수요를 대신해서 ‘계약’과 ‘재계약’을 사용했고, ‘공급과 수요의 동등’을 대신해서 ‘깨지지 않을 계약’을 균형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이런 계약의 결정성 또는 균형의 유일성을 경쟁의 완전성과 연결해서 분석했다. 그러나 에지워스가 [수리 정신학]에서 강조한 것은 계약의 결정성이 아니라 비결정성이다. 현실의 경쟁은 결코 완전하지 않고, 그 경우 개인들의 효용 극대화 원리만으로는 계약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지워스의 첫 저서가 [윤리학의 새로운 방법과 오래된 방법](1877)이고, 이 저서의 마지막 장을 발전시킨 것이 1879년 7월호 [마음]에 게재된 ‘쾌락 미적분학(Hedonical calculus)’이다. 이 논문에서 에지워스는 공리주의의 목표인 ‘최대 가능 총합 효용’을 달성하기 위한 분배의 준칙을 수리 추론을 통해 도출했다. 바로 이 논문이 ‘공리 미적분학’으로 제목을 바꿔 이 책 2부에 들어오면서 ‘경제 미적분학’ 뒤에 놓였다. ‘경제 미적분학’의 핵심 결론이 계약의 비결정성과 그에 따른 해악인데, 이 결론의 함의가 중재의 필요성이다. 그리하여 중재의 원리와 그에 의거한 준칙을 제시하는 ‘공리 미적분학’이 뒤에 놓인 것이다.

    1881년에 출간된 이 책은 작은 글씨로 촘촘히 인쇄되었다.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158쪽은 많지 않은 분량이다. 그나마 절반 남짓이 일곱 편의 부론으로 채워졌다. 본문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열넷 쪽을 차지하는 1부는 ‘정신학’ 또는 ‘도덕과학’의 방법을 논한다.

    이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수학을 사용하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윤리학은 물론이고 경제학에서도 그때까지는 수리 기호나 식이 거의 쓰이지 않았다. 더욱이 이 책에서처럼 첨단 물리학에서 사용되던 미적분학을 적용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에지워스는 이런 수학 사용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본문 1부와 첫 두 부론에서 주장했다. 셋째 부론도 방법론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효용의 측정 및 비교 가능성을 검토한다.

    경제 미적분학의 핵심 개념: 계약, 재계약, 최종 타결

    이 책 2부의 ‘경제 미적분학’은 ‘자기 이익에 의해서만 추동되는’ 주체들 사이의 교환을 분석한다. 여기서 교환의 대상은 물품일 수도 있고 노동일 수도 있다. 교환의 주체는 개인일 수도 있고 노동조합처럼 개인들의 연합일 수도 있다. 이런 교환의 내용에 관한 주체들 사이의 약속이 ‘계약’(contract)인데, ‘관련자 모두가 동의하는 변경은 있을 수 없는 계약’을 가리키는 에지워스의 용어가 ‘타결’(settlement)이다. 타결도 깨질 수는 있다. 해당 계약의 당사자들 가운데 일부가 자신들끼리 또는 다른 주체들과 ‘재계약’(recontract)을 맺을 수 있고, 그러는 편이 그 재계약의 당사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때 타결은 깨진다. ‘최종(final) 타결’은 그런 재계약이 있을 수 없는 타결이다. 그래서 최종 타결은 일종의 균형이다. 더 이상의 어떤 변경도 있을 수 없다는 뜻에서 균형이다. 다시 말하면(31쪽), ‘기존 계약을 기존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아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쟁 마당 안에서 재계약에 의해 변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면 그때 비로소 균형이 이뤄진다.’

    에지워스는 자신이 제시한 균형 개념이 공급과 수요의 동등을 가리키는 기존의 균형 개념과 같지 않음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균형 개념이 더 일반적이어서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직접 인용하면(31쪽), ‘[그 균형 개념의] 이점은 각 가격에서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불완전 경쟁의 여러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미적분학의 핵심 결론: 계약의 비결정성

    두 개인이 두 물건을 주고받는 교환에서는 일반적으로 최종 타결이 무수히 많다. 이편에만 유리한 최종 타결이 있고, 저편에만 유리한 최종 타결이 있고, 그 사이에 무수히 많은 최종 타결이 있다. 이를 가리키는 에지워스의 용어가 계약의 ‘비결정성’(indeterminateness)이다. 그리고 이런 비결정성은 두 개인 사이의 교환 계약에 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교환 계약의 양편 당사자가 여럿이더라도 충분히 많지 않으면 여전히 최종 타결이 무수히 많을 수 있다.

    에지워스의 이런 결론은 당시에도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예컨대 에지워스가 인용하는(41쪽) 윌리엄 손턴이 [노동론](1869)에서 역설한 주장의 핵심이-적어도 존 스튜어트 밀(1869)이 보기에는-가격 또는 임금의 비결정성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수리 정신학]에서 주목할 부분은 그 결론의 내용보다 그것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에지워스는 최종 타결이라는 새로운 균형 개념을 적용하여 계약의 비결정성을 논증했는데, 그의 논증은 결론으로서의 비결정성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전제로서의 ‘불완전 경쟁’에 명시적 의미를 부여했다. 후자와 관련하여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그때까지는 그 의미가 그다지 분명하지 않던 ‘경쟁’이 그의 논증을 통해 분명하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경제 미적분학의 분석 도구: 무차별 곡선과 계약 곡선

    에지워스는 계약의 비결정성이 해소되는 방식을 규명함으로써 비결정성의 원인을 지목할 수 있었는데, 이때 그가 사용한 분석 도구가 무차별 곡선과 계약 곡선이다. 그리고 예시를 위해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를 불러냈다.

    에지워스의 예시에서는 로빈슨 크루소가 임금(x)을 지급하고 프라이데이가 노동(y)을 제공한다. 로빈슨 크루소에게 동일한 효용을 가져다주는 임금과 노동의 조합이 x-y 평면 위에 선으로 그려질 수 있는데, 에지워스가 그것을 가리켜 ‘무차별 곡선’(indifference-curve)이라 불렀다. [그림 N1]에서 O와 ξ0y0를 잇는 파선이 그런 곡선 중 하나다. O는 아무런 교환도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나타내며, O와 ξ0y0를 잇는 파선 위의 다른 한 점으로 옮겨가는 교환으로는 로빈슨 크루소의 효용이 증가하지 않는다. O와 ξ0y0를 잇는 파선 위의 모든 점이 로빈슨 크루소에게는 아무런 차이(difference)가 없다. 그리고 이것에 상응하는 프라이데이의 무차별 곡선은 O와 x0η0를 잇는 파점선이다. [그림 N1]에서처럼 이 두 무차별 곡선을 포함하여 모든 무차별 곡선이 우상향하는데, 그것은 더 많은 임금(x)은 더 많은 노동(y)과 결합해야만 동일한 효용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임금과 노동이 두 소비재로 바뀌더라도 횡축과 종축이 여전히 교환의 수량을 나타낸다면 무차별 곡선은 우상향한다.

    [그림 N1] 무차별 곡선과 계약 곡선

    에지워스는 무차별 곡선을 그리기에 앞서 ‘계약 곡선’(contract-curve)을 그렸다. 그 곡선이 나타내는 것은 교환 당사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 변경하기는 불가능한 계약, 즉 타결이다. [그림 N1]에서는 CC'가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 사이의 계약 곡선이다. 에지워스는 계약 곡선의 방정식을 네 가지 수리 추론을 통해 도출했는데, 그 추론 가운데 하나에서 라그랑주 승수가 사용되었다. 물론 그 결과는 다른 세 추론의 결과와 같으며, 하나의 방정식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P와 Π는 각각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의 효용을 나타내며, 주고받는 임금(x)과 노동(y)의 함수다. 즉, P=F(x,y), Π=Φ(x,y).

    계약 곡선의 방정식에서 알 수 있듯이, 계약 곡선은 두 무차별 곡선의 접점들로 구성된다. 예컨대 [그림 N1]의 ξ0y0는 O에서 출발하는 로빈슨 크루소의 무차별 곡선에 프라이데이의 무차별 곡선 중 하나가 접하는 점이다. 이 점에서는 어디로 이동하더라도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효용이 감소한다. O에서 출발하는 프라이데이의 무차별 곡선에 로빈슨 크루소의 무차별 곡선 중 하나가 접하는 점 x0η0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두 점 모두 ‘타결’을 나타낸다. 두 점 외에도 두 무차별 곡선이 접하는 점은 얼마든지 많고, 그런 모든 점이 제각기 ‘타결’을 나타낸다. 이에 비해 ‘최종 타결’은 ξ0y0과 x0η0에 의해 그 구간이 제한되는데, 그래도 여전히 무수히 많다. 이것이 바로 에지워스가 20쪽 이하에서 내놓은 첫째 ‘논증’(demonstration)의 내용이다.

    에지워스의 ‘추측’ 또는 논증

    에지워스의 분석은 교환의 이편과 저편에서 많은 사람이 서로 경쟁하는 경우로 확장되는데, 이때도 최종 타결의 개념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 분석에서 에지워스가 도달한 결론에 따르면(40쪽), 교환의 이편과 저편에서 서로 "경쟁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최종 타결의 수량이 줄어든다." 계약의 비결정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결론을 가리켜 나중에 여러 경제학자가 에지워스의 ‘추측’(conjecture)이라 부르면서 새로운 증명의 대상으로 삼았다.

    경쟁이 계약의 비결정성을 줄이거나 없앤다는 주장도 그다지 새로운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에지워스의 논증은 참으로 기발하다. 그는 계약 당사자의 복제를 상정했다.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와 두 명의 프라이데이를 등장시키고, 이어서 m명의 로빈슨 크루소와 m명의 프라이데이를 등장시켰다. 마지막으로는 무한 복제를 상정하여 무수히 많은 로빈슨 크루소와 무수히 많은 프라이데이를 등장시켰다.

    더욱 기발한 것은 그 다음이다. 에지워스는 우선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와 두 명의 프라이데이를 상정했다. 이제 [그림 N1]의 ξ0y0나 x0η0은 한 명의 로빈슨 크루소와 한 명의 프라이데이 사이의 계약뿐만 아니라 다른 한 명의 로빈슨 크루소와 다른 한 명의 프라이데이 사이의 계약도 나타낸다. 그런데 ξ0y0나 x0η0은 더 이상 최종 타결이 아니다. 넷 모두가 동의할 재계약이 없으므로 타결이긴 하지만 넷 중 셋이 동의할 재계약은 있으므로 최종 타결이 아니다.

    ξ0y0이 최종 타결이 아닌 데 대한 에지워스의 설명은 이렇다. ξ0y0은 많은 임금과 적은 노동의 교환으로서 프라이데이에게 매우 유리하고 로빈슨 크루소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계약이다. 그런데 이 계약은 한 명의 프라이데이와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 사이의 재계약에 의해 깨질 수 있다. 셋 모두의 효용을 증대시키는 셋 사이의 재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림 N2] 재계약과 최종 타결

    ξ0y0를 대체할 재계약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에지워스는 수치 예를 사용했다. [그림 N1] 또는 [그림 N2]에서 두 명의 프라이데이가 각각 6시간의 노동을 제공하고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가 각각 54펜스의 임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ξ0y0가 나타낸다고 하자. 이 계약과는 달리 한 명의 프라이데이가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에게 4시간씩의 노동을 제공하고 36펜스씩을 받는 재계약을 생각해 보자. 이 재계약은 [그림 N2]에서 x'y'와 로 표시된다. 한 명의 프라이데이가 8시간의 노동을 제공하고 72펜스를 받아 x'y'으로 이동하고,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가 각각 4시간의 노동을 제공받고 36펜스를 지급하여 로 이동하는 것이다. ξ0y0을 지나는 각자의 무차별곡선과 비교해 보면, 이 이동으로 셋 모두의 효용이 증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는 그 무차별 곡선의 왼편 위로 이동하고, 한 명의 프라이데이는 그 무차별 곡선의 오른편 아래로 이동한다. 물론 그 재계약에서 배제된 다른 한 명의 프라이데이는 ξ0y0에서 O로 이동해야 하므로 효용이 감소하지만 셋 사이의 재계약을 막을 수 없다.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와 두 명의 프라이데이 사이에서 ξ0y0이 최종 타결이 아니듯이 그 근처의 계약도 최종 타결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림 N2]의 ξ2y2은 최종 타결이다. 한 명의 프라이데이가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와 재계약을 맺더라도 그 한 명의 프라이데이에게 더 이상 이득이 되지 않는다. 동일한 무차별 곡선 위의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옮길 뿐이다.

    한편 [그림 N1]의 x0η0도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와 두 명의 프라이데이 사이에서는 최종 타결이 아니다. x0η0은 적은 임금과 많은 노동의 교환으로서 로빈슨 크루소에게 매우 유리하고 프라이데이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계약이다. 이 계약은 한 명의 로빈슨 크루소와 두 명의 프라이데이 사이의 재계약에 의해 깨질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x0η0 근처의 계약도 최종 타결이 아니다. 그렇지만 최종 타결이 시작되는 x2η2를 [그림 N2]에서 나타낼 수 있다.

    그리하여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와 두 명의 프라이데이 사이에서 최종 타결은 [그림 N2]에서 ξ2y2과 x2η2 사이의 계약 곡선으로 표시된다.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가 각각 세 명으로 늘어나면 계약 곡선에서 최종 타결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더 줄어든다. 한 명의 로빈슨 크루소 혹은 프라이데이를 제외한 다섯 명이 자기들끼리 새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를 계속 복제해서 그 수가 늘어날수록 최종 타결은 더욱 줄어들어 마침내 계약 곡선 위의 한 점으로 수렴한다. 로빈슨 크루소 사이의 경쟁과 프라이데이 사이의 경쟁으로 계약의 비결정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에지워스의 증명에서 그림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수단이다. 에지워스의 본격적인 증명은 수리 식을 사용한다. 복제를 통해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가 각각 2명으로 늘어난다면, 계약 곡선에서 최종 타결이 시작되는 점 ξ2y2은 아래 네 방정식에 의해 정해진다. (중략)

    첫째 방정식은 ξ2y2이 타결이기 위한 조건이다. 둘째 방정식은 두 명의 로빈슨 크루소가 각각 를 갖고 한 명의 프라이데이가 x'y'를 갖는 재계약이 그 자체로서 타결이기 위한 조건이다. 셋째 방정식은 그 재계약이 프라이데이에게 더 이상 이득이 되지 않을 조건이다. 넷째 방정식은 ξ2y2과 x'y'이 모두 O에서 나오는 한 직선 위에 있기 위한 조건이며, x'y'이 ξ2y2에 상응하는 재계약이기 위한 조건이다. 이 네 방정식이 이 ξ2y2 및 x'y'을 결정한다.

    이제 복제를 통해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가 각각 m명으로 늘어난다면, 위 방정식들에서 ξ2y2ξ2와 y2의 아래첨자를 m으로 바꾸는 동시에 둘째 방정식에서 와 를 각각 와 로 바꾸면, ξmym을 결정하는 네 방정식이 된다. xmηm을 결정하는 네 방정식도 그렇게 쓸 수 있다.

    그리고 을 확인함으로써 증명이 완료된다. 그것이 바로 에지워스가 30쪽 이하에서 내놓은 둘째 ‘논증’(demonstration)이다.

    불완전 경쟁과 계약의 비결정성

    다시 에지워스를 인용하면(40쪽), "경쟁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최종 타결의 수량이 줄어든다." 이것이 이른바 에지워스의 ‘추측’이며, 에지워스는 그것을 충분히 엄밀하게 논증했다. 그런데 이 논증에서 경쟁자의 수는 여러 조건 중 하나다. 에지워스는 ‘경쟁 마당’(field of competition)에 대해 두 가지의 ‘다수성’(multiplicity)과 두 가지의 ‘분할성’(dividedness)을 함께 전제함으로써 계약의 결정성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 네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경우를 가리키는 그의 용어가 ‘완전’(perfect)이다. 그가 논증에 앞서 진술한 둘째 ‘정리’(theorem)를 그대로 옮기면(20쪽), "경쟁이 완전하면 계약이 완벽하게 결정적이다." 그리고 그가 논증을 마무리하면서 진술하기를(39쪽), "[최종 타결의] 수량은 우리가 완전 시장에 가까이 가면서 계속 줄어든다."

    그러나 그 둘째 ‘정리’도 [수리 정신학]의 핵심 결론은 아니다. 에지워스가 강조한 것은 ‘불완전’(imperfect) 경쟁에서의 계약이 갖는 비결정성과 그로 인한 폐단이며, 그가 모색한 것은 그 경우에 적용되어야 할 중재의 원리다. 그렇기에 그의 분석은 제한된 수의 경쟁자를 포함하는 네 가지 불완전으로 확장되고, 그런 불완전이 제각기 또는 함께 작용하여 만들어낼 비결정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셋째 논증이 시작되는 것이다.

    교환의 이편과 저편에서 서로 경쟁하는 사람들의 "수가 실제적 무한에 못 미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 무한한 수의 최종 타결이 존재한다."는 것은 둘째 ‘정리’를 논증하는 과정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그 외 세 가지 불완전 가운데 하나는 노동조합에 적용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협동조합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에지워스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가 예견하기를(50쪽),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비결정성이 상당한 정도에 이를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경제 미적분학’은 ‘음울한’ 진술로 마무리된다(50쪽). "이 추론에서 무엇이 나오겠는가. 미루어 짐작건대 경쟁에 바쳐지는 경의가 손상을 입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여태 경쟁의 결과를 마치 비개인적이고 불편부당한 물리적 힘의 작용인 듯 여기며 마음 놓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 그러나 만일 물리학에 균일성의 토대가 되어주는 유체의 연속성과 원자의 다수성이 경쟁 마당에는 부족하다면, 만일 경쟁이 법칙의 정규성은 물론 기회의 불편부당마저 결여하여 패악이 실린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같다면, 경제학은 참으로 ‘음울한 과학’이 되어 경쟁에 대한 경의도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자기 이익의 원리로부터 공리주의의 원리로

    앞에서 인용했듯이, 에지워스는 불완전 경쟁을 ‘패악이 실린 주사위’에 비유한다. 여기서 ‘패악’(villainy)은 그가 첫째 논증을 마무리하면서 지적한 비결정적 계약의 ‘해악’(vice)을 가리킨다(29~30쪽). "비결정적 계약이 가져올 해악이 또 있으니, 얼렁뚱땅 둘러대기와 혐오스러운 실랑이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만 시장에서보다 더 크다." 이 해악은 셋째 논증에서 다시 지적된다(46쪽). "흥정의 기술이라 일컫는 것, 예컨대 밀고 당기는 실랑이와 수작 부리는 옹고집, 그리고 여러 변덕스럽고 때로는 불미스런 사고에 의해 배열이 정해진다."

    ‘패악’이 실리긴 하지만 그래도 ‘주사위’다. 그리고 그 ‘패악’을 무시하고 말한다면(55쪽), "[최종 타결에 속하는] 그 배열들 가운데 무엇이든 거의 같은 가능성(chance)을 갖는다." 결과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불확실성과 관련하여 에지워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계속 인용하면(55쪽), "그러나 그들이 주사위던지기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어떤 과정에 기대지 않을 수도 있다. 양 당사자가 합의하여, 그 배열들 저마다의 가능성을 내놓는 대신 그중 하나의 확실성을 가질 수도 있다." 바로 그 확실한 ‘하나’의 결정 원리를 에지워스는 공리주의에서 찾는다. 다시 말하면, 최종 타결에 속하는 계약이 수없이 많고, 그중 하나가 ‘최대 가능 총합 효용’을 가져다주는 계약인데,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후자의 계약을 맺으리라는 것이다. 이것이 에지워스가 논증하는 ‘따름 정리’(corollary)의 요지다.

    에지워스는 [윤리학의 새로운 방법과 오래된 방법](1877)에서 공리주의를 인간이 진화를 통해 도달하고 채택할 행동 원리로 보았다. 이런 견해는 [수리 정신학]에 제목이 바뀌어 들어온 ‘쾌락 미적분학’(1879)에서도 드러난다. 그런데 [수리 정신학]에서는 공리주의가 이기적 개인들의 합의에 의해 실행될 원리로 제시된다. 그의 진술을 옮기면(52~53쪽), "지금 이 탐구에서는 우리가 인간 본성의 더 낮은 요소들을 검토하면서, 자기 이익의 원리로부터 공리주의의 원리로 나아가는 더 명백한 이행, 더 세속적인 진행, 아니면 적어도 그 원리의 실행을 모색해야 한다."

    ‘정확한’ 공리주의의 분배 준칙

    에지워스는 [윤리학의 새로운 방법과 오래된 방법](1877, p. 35)에서 흄의 효용 원리가 수량적이지(quantitative) 않고 벤담과 밀의 최대 행복 원리가 그다지 명시적이지(explicit) 않다고 비판하면서 그것들과 비교되는 페히너와 시지윅의 이론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정확한’(exact) 공리주의를 제안했다. 에지워스가 이 제안과 함께 인용한 시지윅(1874, bk. iv, ch. 1, §2)을 여기에 옮기면, "우리의 실제 공리주의 추론이 거칠다는 사실은 그 추론을 되도록 정확하게 만들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해야 할 계산의 유형을 우리 마음에 최대한 분명히 한다면, 만약 모든 관련 사항에 대해 수학의 정밀함을 갖춘 추정이 이뤄질 수 있다면, 우리가 그 일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 바로 그 일을 에지워스가 [윤리학의 새로운 방법과 오래된 방법](1877)에서 시도했다. 그리고 그 시도를 발전시킨 것이 ‘쾌락 미적분학’(1879)이다.

    에지워스의 1879년 논문이 [수리 정신학]에서는 ‘공리 미적분학’으로 제목이 바뀌면서 ‘경제 미적분학’ 뒤에 놓인다. 그 두 미적분학을 잇는 구절을 옮기면(p. 56), "경쟁은 중재로 보완되어야 하며, 자기 이익만을 쫓는 계약자들 사이에서 중재의 기초는 최대 가능 총합 효용이다. 그리하여 경제 미적분학이 공리 미적분학으로 나아간다."

    에지워스가 설정한 공리 미적분학의 문제는 네 가지다. 수단과 노동의 분배 그리고 인구의 양과 질을 ‘최대 가능 총합 효용’의 원리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다. 에지워스는 앞의 두 문제를 하나의 수리 식으로 나타낸다.

    여기서 x는 개인의 즐거움 역량과 작업 역량을 좌우하는 어떤 변수다. n은 그런 역량 변수를 가진 개인들의 수(數)다. y와 p는 각각 개인에게 분배되는 즐거움 수단과 작업의 괴로움을 나타낸다. 그래서 역량 변수의 값이 x인 개인이 갖는 (순)효용의 크기는 F(xy)-p, 총합 효용의 크기는 . 이것의 극대화가 공리주의의 목표이지만 두 변수 y와 p 사이에서 작용하는 제약이 있으니, p의 투입으로 생산되는 즐거움 수단 f(xp)의 총합이 분배되는 즐거움 수단 y의 총합보다 작지 않아야 한다. 그 조건을 방정식으로 나타내면, . 그리고 이 조건부 극대화의 문제를 라그랑주 승수 c를 사용하여 하나로 나타낸 것이 위 식이다. (중략)

    첫째 부등식을 도출함으로써 논증된 것을 풀어 말하면(64쪽), "수단의 분배는 ... 즐거움 역량이 더 큰 개인이 더 많은 수단과 더 많은 즐거움을 갖는 방식이다." 둘째 부등식을 도출함으로써 논증된 것을 풀어 말하면(66쪽), "노동의 분배는 ... 작업 역량이 가장 큰 개인이 더 많은 작업을-더 많은 피곤을 겪을 정도로 더 많은 작업을-수행하는 방식이다."

    에지워스의 ‘공리 미적분학’은 인구와 관련된 셋째와 넷째 탐구 그리고 두 탐구의 결합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다음 세대의 행복이 최대 가능 값이 되게 하는 각 계층의 평균 후손 수를 찾는 탐구"를 통해 에지워스가 찾아내는 준칙은 ‘싹쓸이 선별’(total selection)이다(69~70쪽). 즉, "역량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는 모든 계층에 대해서는 평균 후손 수가 가능한 최대가 되어야 하고, 역량이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계층에 대해서는 평균 후손 수가 영이어야 한다." 이 준칙은 세 공준을 전제하며, 그 공준과 함께 수정된다. 그리고 다른 사정들이 함께 고려되면서 결론은 불분명해진다. 그렇지만 ‘동등성’(equality)이 공리주의의 원리가 될 수 없다는 에지워스의 핵심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효용의 측정과 비교

    에지워스는 ‘경제 미적분학’에서 효용 함수를 전제한다. 그 함수는 주고받는 상품의 수량에 따라 달라지는 효용의 수량을 나타내며, 일반적으로 사람마다 다르다. 이런 효용 함수와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의문들 가운데 하나가 효용의 측정 가능성이며, 부론 III.의 첫째 주제다.

    부론 III.의 둘째 주제는 한 개인의 효용과 다른 개인의 효용 사이의 비교 가능성이다. 이 비교 가능성은 에지워스의 ‘공리 미적분학’을 위해 필요하다. 그는 ‘공리 미적분학’에서 효용의 총합 또는 적분을 극대화하는 분배 준칙을 찾는데, 이런 총합 또는 적분은 한 개인의 효용과 다른 개인의 효용을 비교할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효용의 측정 가능성은 제번스가 [정치경제학 이론](1871)에서 꽤 길게 논의한 주제인데, 2판에서는 직접 측정과 간접 측정을 구분하면서 전자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다(1879, p. 12). "우리가 언젠가는 사람 마음의 느낌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내리라고 말하기는 망설여진다. 즐거움이나 괴로움의 단위는 생각해내기조차 어렵다." 효용의 개인 간 비교 가능성에 대한 제번스의 견해는 더욱 부정적이다(1879, p. 15). "이 마음이 갖는 느낌의 크기와 저 마음이 갖는 느낌의 크기를 비교하려는 시도는 결코 단 한 번도 없을 것이다. 내 눈에는 그런 비교를 수행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비해 에지워스는 ‘겨우 인지할 수 있는 즐거움 증분’(just perceivable pleasure-increment)은 누구에게나 비슷하다고 주장하면서 이 증분을 단위로 삼아 사람들의 효용을 측정하기를 제안한다. 에지워스가 보기에 그런 측정의 결과는 "아마 시험에서 탁월에 대해 평가자가 점수를 매겨 제출하게 되어 있는 비교보다 더 모호하지는 않을 것이다"(191쪽). 그리고 자기 자신의 즐거움에 비해 타인들의 즐거움을 측정하는 데 따르는 불확실성이 더 크겠지만, 그 불확실성은 "더 많은 수의 측정, 더 넓은 평균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102쪽).

    [수리 정신학]의 핵심이 에지워스의 ‘추측’으로도 불리는 논증이라면, 그것을 위해서는 효용의 개인 간 비교 가능성은 물론이고 효용의 측정 가능성도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나중에 피셔(Irving Fisher, 1867~1947)가 [가치 및 가격 이론에 대한 수리적 탐구(Mathematical Investigations in the Theory of Value and Prices)](1892)에서 논증하고 에지워스가 서평에서 동의하듯이, 무차별 곡선이나 계약 곡선을 정의하기 위해서라면 수량적 효용의 개념조차 필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에지워스의 ‘경제 미적분학’이 ‘공리 미적분학’으로 이어지려면, 그리고 그것이 실천적 의미를 가지려면, 효용의 측정 가능성과 개인 간 비교 가능성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부론 III.은 [수리 정신학]의 중요한 부분이다.

    제번스와 마셜의 서평

    1881년에 발간된 [수리 정신학]은 결코 저명한 경제학자의 책이 아니었다. 에지워스가 [수리 정신학]에 앞서 발표한 것은 92쪽의 책과 15쪽의 논문이 전부였다. 그리고 이 책과 논문은 모두 윤리학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도 [수리 정신학]이 발간된 그 해에 제번스와 마셜이 각각 [마음]과 [아카데미아]에 서평을 실었다. 당시 제번스와 마셜은 경제학의 새로운 권위였다.

    제번스의 서평은 피상적이면서 부정적이다. 우선 [수리 정신학]은 "가장 읽기 어려운 책 중 하나이며, 경제학 부문에서는 확실히 가장 어려운 책이다." 그 어려움의 많은 부분은 에지워스의 문체에 있었다. "그의 문체가 모호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너무나 함축적이어서 독자는 모든 중요한 문장을 수수께끼처럼 풀어야 한다." 제번스는 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 않다. 그가 보기에는 에지워스가 수리 물리학의 개념과 방법을 무모하게 적용했으며, 도출된 결론 가운데 일부는 매우 기이하다.

    그러나 만약 에지워스가 제번스의 서평을 보고 실망했다면 그 실망은 제번스가 한 말보다는 하지 않은 말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번스는 에지워스가 윤리학의 영역으로 구분한 결론만을 소개한다. ‘최종 타결’과 같은 새로운 개념이나 계약의 비결정성에 관한 결론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무차별 곡선’과 ‘계약 곡선’도 언급하지 않는다. 교환 방정식이 완전 경쟁에만 적용될 수 있다는 에지워스의 지적에 대해서도 제번스는 반응하지 않는다. 제번스의 눈에는 에지워스의 ‘경제 미적분학’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마셜의 서평은 에지워스의 ‘경제 미적분학’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지만 결코 제번스의 서평보다 더 긍정적이지 않다. 마셜에 의하면, 에지워스가 도출한 계약 곡선의 식은 제번스의 교환 방정식과 다르지 않다. 단지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적용을 시도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적용의 결과는 새롭지 않다. 계약의 조건이 확정되지 않는 여러 경우를 나열하면서 흥정의 기술이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주장하는데, 이 역시 새롭지 않다. 단지 새로운 방식으로 제시할 뿐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방식은 일상의 상거래에 적용하기 어려우며, 과거를 해석하거나 통계적 탐구의 방향을 제시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에지워스가 자신의 이론으로 많은 것을 하려면 자신의 이론이 지나친 추상에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제번스와 마셜의 부정적 평가에 대해 에지워스는 대응하지 않았다. 자신의 ‘경제 미적분학’을 더 자세히 설명하거나 쉽게 서술하지도 않았다. 단지 1884년에 발표한 ‘교환의 이유(Rationale of exchange)’에서 가격의 균일성과 가격 그 자체를 구분하면서 자신의 이론과 제번스의 이론 사이의 차이를 거듭 밝혔을 뿐이다. "우리는 여기서 제번스처럼 사실로서의 가격으로부터 출발해서 곧장 가격의 균일성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다. 더 높이 경제인에 대한 추상적 정의로부터 출발하며, 사실로서의 가격과 가격의 균일성으로 추론해 내려간다." 그러나 그도 이 두 쪽의 짧은 글로 자기 이론의 차별성이나 우월성이 알려지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지워스의 관심은 확률 이론과 수리 통계학으로 빠르게 옮겨 갔다. 물론 에지워스가 경제학을 아주 떠난 것은 아니다. 특히 1897년에 이탈리아어로 발표된 ‘순수 독점 이론(La Teonia pura del monopolio)’에서는 가격의 비결정성에 대한 그의 관심이 다시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재계약과 최종 타결을 핵심 개념으로 포함하는 그의 교환 이론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에지워스 상자’

    [수리 정신학]의 교환 이론은 경제학에서 사라졌으나 저자의 이름은 거의 모든 경제학 교과서에서 발견된다. 바로 무차별 곡선과 계약 곡선을 포함하는 ‘에지워스 상자’를 통해서다. 사실 에지워스는 ‘에지워스 상자’를 그리지 않았다. 에지워스는 [그림 N1]처럼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의 무차별 곡선과 둘 사이의 계약 곡선을 그리긴 했으나 그것들을 상자 속에 그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림 N1]에서 두 가지를 바꾸면 곧바로 ‘에지워스 상자’가 된다. 하나는 횡축과 종축이 교환의 수량 대신 소비의 수량을 나타내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의 소비량을 마주보는 두 좌표 위의 점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림 N3] 에지워스-보울리 상자

    [그림 N3]은 이 두 가지 변화를 적용하되 노동과 임금의 교환 대신 두 재화의 교환을 상정하여 그린 것이다. 곡물을 가진 로빈슨 크루소와 생선을 가진 프라이데이 사이의 교환이라고 해도 좋다. 크루소는 교환을 통해 곡물뿐만 아니라 생선도 소비할 수 있는데, 그의 소비를 OC를 원점으로 하는 좌표 위에 나타내기로 한다. 프라이데이의 소비는 OF를 원점으로 하는 좌표 위에 나타내기로 한다. 그리고 두 좌표를 마주보게 배열하여 두 좌표의 축이 상자를 만들게 한다. 이때 상자의 가로 길이는 로빈슨 크루소가 가진 곡물의 양과 같게 하고, 상자의 세로 길이는 프라이데이가 가진 생선의 양과 같게 한다. 그러면 상자의 모서리 E는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가 각자 자신이 가진 것만을 소비하는 경우를 나타내게 된다.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는 교환을 통해 상자 속의 한 점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상자 속에 그려진 파선과 파점선은 각각 크루소와 프라이데이의 무차별곡선이다. 이 그림에서도 계약곡선은 둘의 무차별곡선이 접하는 점의 궤적과 같으며, 실선으로 그려져 있다. 로빈슨 크루소와 프라이데이의 제공(offer) 곡선 또는 상호수요(reciprocal demand) 곡선은 모두 점선으로 그렸는데, ‘에지워스의 추측’에 의하면 두 상호수요 곡선은 계약 곡선 위에서 교차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에지워스는 이런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두 좌표의 축이 상자를 만드는 그림은 1906년에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의 [정치경제학 교본(Manuale di economia politica)]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파레토는 상자 안에 계약 곡선을 그리지 않았다. 파레토가 그린 그림에는 두 사람의 무차별 곡선과 상호수요 곡선만 있다. 에지워스 교환 이론의 핵심을 빠뜨린 것이다. 상자 안에 무차별 곡선과 계약 곡선이 함께 그려진 그림은 1924년에 출간된 보울리(Arthur Lyon Bowley, 1860~1957)의 [경제학의 수리적 기초(Mathematical Groundwork of Economics)]에 처음 나타나며, 그의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에지워스-보울리 상자’로 불리기도 한다. 이 그림은 그 후 일반균형 이론과 후생 이론에서 널리 사용된다.

    ‘에지워스 시장 게임’

    에지워스 상자와 함께 계약 곡선이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계약은 여전히 주목받지 못했다. 계약 곡선은 단지 두 사람의 무차별 곡선이 접하는 점의 궤적으로 그려졌고, 파레토 효율성을 갖춘 분배로 이해되었다. 균형을 규정하는 요소로서의 계약과 재계약은 잊혔고, 그와 함께 균형으로서의 타결과 최종 타결도 잊혔다.

    이런 사정은 1959년에 슈빅(Martin Shubik, 1926~ )의 논문이 발표되면서 바뀐다. 이 논문의 제목은 ‘에지워스 시장 게임’(Edgeworth market games)이다. 슈빅은 이 논문에서 에지워스가 상정한 상황이 비정합 게임(non-zero sum game)과 다르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에지워스의 ‘최종 타결’을 그런 게임의 해(solution)로 해석했다. 이는 결코 무리한 해석이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에지워스의 교환 이론에 관한 가장 정확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슈빅의 1959년 논문은 게임 이론의 중요한 진전인 동시에 경제학으로의 진입으로 평가된다. 게임 이론은 1944년에 출간된 폰노이만(John von Neumann, 1903~1957)과 모르겐슈테른(Oskar Morgenstern)의 공저 [게임 이론과 경제 행위(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여러 저명한 경제학자의 찬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이 경제 분석에 직접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슈빅의 1959년 논문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이 논문에서 슈빅은 재화의 교환을 게임으로 규정하면서 두 가지 해를 분석했는데, 그중 하나가 1953년에 길리스(Donald B. Gilles, 1928~1975)와 샤플리(Loyd Shapley, 1923~ )에 의해 이름이 붙여진 ‘코어’(core)다. 슈빅은 일정한 조건에서 시장 게임의 참가자가 무한히 많아지면 코어가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며, 그 점은 발라스의 일반균형과 일치함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코어와 에지워스의 최종 타결이 다르지 않음을 지적했다. ‘게임의 코어는 어떤 형태의 연합(coalition) 구조로도 바뀌지 않을 귀속(imputation)의 집합이다. 에지워스의 용어를 사용해서 말하면, 코어 안에 귀속이 존재한다면 어떤 집단에도 재계약의 동기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슈빅은 논문의 제목으로 ‘에지워스 시장 게임’을 선택했던 것이다.

    슈빅의 코어와 에지워스의 최종 타결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슈빅은 이전(移轉) 가능한 효용을 전제했다. 에지워스도 사람들의 효용을 더하고 나눌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긴 했으나 그것이 최종 타결의 정의와 분석을 위한 전제는 아니었다. 한편 슈빅은 에지워스처럼 참가자의 복제를 상정했다. 교환할 재화의 종류와 참가자의 유형을 모두 둘로 한정하면서 각 유형의 참가자가 무한히 많아지는 경우를 분석한 것이다. 그렇지만 곧 이러한 제약을 완화하면서 보다 엄밀하게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그중 대표적인 연구로는 스카프(Herber E. Scarf)의 1962년 논문, 스카프와 드브뢰(Gerard Debreu)의 1963년 논문, 아우만(Robert Aumann)의 1964년 논문 등을 들 수 있다. 앞의 두 논문은 이전 가능한 효용을 선호로 대체했을 뿐만 아니라 재화의 종류와 참가자의 유형을 둘 이상으로 늘렸다. 아우만의 논문은 모든 참가자의 소유와 선호가 서로 다르더라도 적용될 수 있는 코어를 정의하고 분석했다. ‘에지워스의 추측’이 온전하게 증명된 것이다.

    경제학도에게 [수리 정신학]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도구상자가 아니다. 거기에 들어있는 ‘계약 곡선’은 완전경쟁 균형의 의미와 의의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두 소비자의 무차별 곡선이 접하는 점들의 집합만도 아니다. ‘계약’과 ‘재계약’은 시장을 이해하는 방식이고, ‘타결’과 ‘최종 타결’은 균형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이는 동시대의 경제학자는 물론 후세의 많은 경제학자가 취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그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경제학자들에게만 [수리 정신학]은 도구상자에 불과했다.
    (/ '옮긴이 해제: 새로운, 너무 새로운 교환 이론' 중에서)

    저자소개

    프랜시스 이시드로 에지워스(Francis Ysidro Edgeworth)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45~1926
    출생지 아일랜드 에지워스타운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동쪽으로 100여 킬로미터 곳에 에지워스타운(Edgeworthstown)이라고 불리는 마을이 있다. 16세기 말에 잉글랜드에서 건너와 이곳의 지주가 된 가문의 이름을 딴 마을이다. 여기에는 1672년에 세워지고 1782~1787년에 증축된 저택이 있다. 이시드로 프랜시스 에지워스(Ysidro Francis Edgeworth)는 1845년에 이 저택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그는 후에 자신을 프랜시스 이시드로로 바꿔 부르게 했는데, 이시드로는 성인으로 추대된 스페인 농부의 이름이다. 그의 어머니는 스페인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 프랜시스 뷰포트 에지워스와는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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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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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재직했고, 현재 인하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경제학의 역사와 방법을 연구해 왔으며, 경제체제 및 기업제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와 관련된 연구로는 ‘Newmarch, Cairnes and Jevons on the gold question,’ ‘The technique of comparative-statistic analysis in Whewell’s Mathematical Expositions’ 등이 있다. 그 후 [재벌의 소유구조], Chaebol Policy for Suppression of Economic Power Co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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