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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좋은 고전 읽기 시리즈. 지은이와 쓰여진 시기가 알려지지 않은 작품 <운영전>은 주인공이 죽음을 통해 사랑을 성취하는 조선시대 소설 중 보기 드문 비극소설입니다. 안평대군의 궁궐인 수성궁을 배경으로 궁녀 운영과 김 진사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떤 규제로도 억압할 수 없는 사랑의 위대함을 통해 깊은 감동과 오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입니다.

[운영전]은 꿈속의 일을 소재로 하여 구성된 몽유록 소설로, 대부분의 몽유록 소설에서 주인공이 현실과 꿈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과는 달리 이 작품에선 유영이라는 사람이 술에 취해서 잠들었다가 깨어나, 김 진사와 운영을 만나 두 사람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듣고 나서 다시 잠들었다 깨어나는 짜임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현실에서는 유영이 주인공이지만 꿈속에서는 운영과 김 진사가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면서 유영이 두 사람을 만난 것이 꿈속이 아닌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되어 있지요. 몽유록 소설 중에서도 독특한 구조로서 수준이 높은 이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인간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며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수성궁에서 만난 김 진사
안평대군과 궁녀들의 갇힌 생활
운영의 손가락에 떨어진 먹물 한 방울
시에 담긴 운영의 마음
무당의 도움을 받은 김 진사
궁녀들의 해결안 모색
꿈결 같은 사랑
무서운 계획을 꾸민 하인 특
희망을 잃은 두 사람
밝혀진 비밀
죽음으로 사랑을 이루는 김 진사
속세를 떠난 유영

임진왜란이 끝난 어느 봄날, 유영이란 선비는 안평대군의 옛 집인 수성궁 구경을 갑니다. 그리고 혼자 술잔을 기울이다가 취해 깜박 잠이 들지요. 사람 목소리에 놀라 잠이 깬 그는 우연히 운영과 김 진사를 만나 술을 마시게 되고, 그때 두 사람은 유영에게 자신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게 됩니다. 운영은 어린 나이에 궁궐에 들어가 안평대군의 궁녀가 되는데, 풍류를 좋아하던 안평대군은 뛰어난 열 명의 궁녀를 뽑아 시와 글을 가르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영은 안평대군을 찾아온 김 진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서로 그리워하는 사이가 되지요. 그렇게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키워 나갑니다. 운영과 김 진사는 몰래 깊은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결국 그 사실을 알게 된 안평대군은 크게 노하여 궁녀들을 꾸짖습니다. 그리고 운영은 그 일에 대한 자책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한편 김 진사는 절에 가서 운영의 명복을 비는 재를 올린 후, 슬픔이 큰 병이 되어 운영을 따라 죽습니다. 두 사람은 옛날의 수성궁 터에서 수성궁을 구경 온 유영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눈물을 흘리면서 유영에게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유영이 다시 술에 취한 뒤에 잠에서 깨었을 때에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적은 책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유영은 그 책을 가지고 돌아와 세상일에 아무 뜻도, 생각도 없이 지내며 이름난 산과 강을 떠돌아다니며 살았는데 나중에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