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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의 유년 : 프랑스 만화가, 우연히 만난 미국 노인의 기억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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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유년은 사소하다. 그러나 결정적이다.

인생의 첫 번째 기억을 떠올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흐릿하게 떠오르는 우스울 정도로 사소한 장면. 앨런도 마찬가지였다. 앨런은 길바닥에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리던 순간을 기억했다. 아버지가 사준 아이스크림이 아직 마르지 않은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던 장면. 일기장에도 쓸까 말까 한 지극히 사소한 기억이다. 사실 유년은 그런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독특한 냄새로만 기억되는 장소, 짧지만 삶에 영향을 끼치는 대화 같은 것들. 앨런은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 이야기들을 마치 흥미로운 소설의 줄거리처럼 들려준다. 앨런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작은 파편으로 나뉜 별개의 이야기들이 결국에 현재의 자신을 만든 결정적 조각들임을. 여기에 이 작품의 작가 에마뉘엘 기베르의 역할이 더해진다. 앨런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만약 에마뉘엘이 아니었다면, 노인의 이야기는 다른 누군가에게 닿지 못하고 바로 휘발되고 말았을 것이다. 평범한 노인이지만 특별한 이야기꾼 앨런과 평범한 이야기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줄 아는 작가 에마뉘엘과의 만남이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탄생시켰다.

은퇴한 노인과 젊은 만화가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유년의 기술(記述)

프랑스의 젊은 만화가 에마뉘엘은 거리에서 길을 묻다가 미국에서 온 노인 앨런 코프를 만났다. 우연한 만남이었다. 첫 만남 당시 앨런은 예순아홉 살이었고, 에마뉘엘은 서른 살이었다. 둘은 금세 친구가 됐다. 노인은 자신이 경험한 전쟁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했고 만화가는 그 이야기에 매료되어 말했다. “우리 이거 같이 책으로 만들어보죠. 저한테 이야기해주세요. 그럼 제가 그릴게요.” 만화가는 노인의 이야기를 카세트테이프에 담기 시작해 수백 통의 편지, 전화, 녹음, 그림을 나누었다. 둘이 함께한 오랜 시간은 [앨런의 전쟁]이라는 책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앨런은 책이 나오기 1년 전, 세상을 떠났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삶을 멈췄으나, 에마뉘엘의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앨런이 들려주었던 그의 어렸을 적 이야기 또한 책이 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앨런의 어린 시절에 대해 그리려고 한다. 그가 나에게 털어놨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내면적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그 이야기꾼의 개성, 스타일, 목소리, 그리고 놀랄 만한 기억들이 담겨 있다.’

꼬마 앨런은 어떻게 [앨런의 전쟁]의 병사 앨런이 되었나.

[앨런의 전쟁]은 2013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그래픽노블로, 에마뉘엘과 앨런이 만들어낸 첫 번째 작품이다. 고향 캘리포니아를 떠나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앨런의 인생 여정을 다뤘다. 전쟁 소재 만화에 기대하는 전투의 스펙터클보다 어린 병사가 마주해야 했던 전쟁의 여백에 주목하며 평단과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앨런의 전쟁]에서는 전쟁을 평가하지 않는다. 주인공인 앨런 코프가 열여덟, 어른이라 부르기에 민망한 나이에 군인이 되고 그 이후에도 전쟁에 통째로 붙잡힌 삶을 사는데 불구하고 말이다. 이 점이 [앨런의 전쟁]이 지닌 강점이다. [앨런의 전쟁]은 우리 모두가 은퇴한 뒤 대서양의 작은 섬에서 살고 있는 앨런 코프와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어 그의 옛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에 빠지게 한다.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만화평론가 박인하

[앨런의 유년]은 앨런이 어린 시절을 보낸 20세기 캘리포니아에 관한 내용으로 [앨런의 전쟁]의 프리퀄이다. 두 작품은 별개의 내용으로 진행되기에 따로 읽어도 무방하지만, 함께 읽음으로써 앨런이란 한 인간이 남긴 서사의 완결을 지켜볼 수 있다.

타인의 기억을 만화로 그린다는 것.

앨런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기록하는 일에 집중하던 에마뉘엘의 역할은 수동적인 청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타인의 기억을 만화로 그려내기 시작하면서 에마뉘엘은 아주 적극적인 연출자가 된다. 그는 앨런의 구술을 충실히 묘사하지 않는다. 앨런의 내레이션은 글의 시간으로 흘러가고, 에마뉘엘의 그림은 그림의 시간으로 흘러간다. 예를 들어, 앨런이 자신의 어머니의 외모와 성품을 자세히 설명하면, 에마뉘엘은 어머니가 꼬마 앨런에게 옷을 입혀주는 장면으로 15컷을 할애한다. 짧은 에피소드 가운데서도 에마뉘엘은 자신에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가장 아름다운 앵글로 잡아, 그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멋진 흑백 농담의 드로잉에서도 에마뉘엘이 앨런의 이야기를 다루는 색다른 방식을 감지할 수 있다. 아름다운 배경 속에 인물들은 늘 모호해 보인다. 뒤를 돌고 있거나,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아주 작다. 인물의 이목구비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누군가의 꿈을 훔쳐보고 있는 느낌. 이 책의 본질이 ‘남의 기억을 누군가가 대신 기록해주고 있다’는 것임을 생각했을 때, 작품 전반에 흐르는 이런 몽환적 느낌이 아주 잘 어울린다.

저자소개

에마뉘엘 기베르(Emmanuel Guibert)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4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했다. 파리 아르데코를 졸업한 후, [갈색의 옷]으로 데뷔했다. 시나리오 작가 조안 스파르와 함께 [교수의 딸], [검은 올리브] 등을 발표했으며, 2003년에는 1980년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사진과 만화로 엮은 대작 [평화의 사진가]에서 그림을 담당했다. [앨런의 전쟁]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으며 후속권 [앨런의 유년 시절]을 통해 2013년 프랑스 만화비평가협회로부터 평론대상을 수상했다.

저자의 다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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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프로젝트 [역]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대한민국을 세계에, 세계를 대한민국에 소개하는 '해바라기 프로젝트'에서 만난 역자들이 좋은 만화책을 소개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신신](2011), [68년 5월 혁명](2012), [굿모닝 예루살렘](2012), [앨런의 전쟁](2013), [체르노빌의 봄](2013),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2013)과 유대인 모녀의 제2차 세계대전 생존기를 담은 [우리는 혼자였다](2012), 철학 우화 [알퐁스의 사랑 여행](2013) 등을 번역했다.

· 맹슬기: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공간사회학 석사
· 장재경: 프랑스 그르노블 보자르 예술과 석사
· 이하규: 해바라기 프로젝트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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