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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시 : 빛과 어둠을 만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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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안대회
  • 출판사 : 태학사
  • 발행 : 2014년 11월 05일
  • 쪽수 : 23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9666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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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새벽 한시― 빛과 어둠, 기쁨과 슬픔이 만나다

    “현대적 번역으로 다시 태어난 한시와 한국의 산수를 절제된 색감으로 표현한 흑백사진의 만남!”

    [새벽 한시]는 우리 한시漢詩를 엄선하여 번역한 안대회 교수의 글과 이종만 작가의 흑백사진의 만남으로 기획되었다. 통일신라부터 조선 시대 문인들의 한시 100수를 소개한 한문학자 안대회 교수의 번역문은 또 다른 현대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한국의 산과 바다, 들판과 숲, 바위와 나무 등을 절제된 색감과 독특한 시선으로 프레임에 담아낸 이종만 작가의 사진은 독자에게 한시의 현대성에 눈뜨게 하고 무뎌진 감성에서 깨어나게 한다.
    한시를 어느 때에 읽으면 가장 좋을까?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에 읽거나 바쁘게 이동하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틈틈이 읽어도 좋다. 새벽 한 시一時, 혼자 깨어 있어 고요한 시간, 낮의 시간을 지나치는 동안 경쟁 사회 속에서 소진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여기에 삶의 울분과 허무, 고독, 분노, 서러움, 초연함과 호연지기를 담아낸 한시를 통해 현재 세계와 과거 세계 사이에 하나의 다리가 놓이고, 나의 본연과 세계를 응시하게 되는 경험을 한다.
    “칡덩굴을 당겨 잡고 운봉사에 올라가 저 아래를 바라보니 세계는 비어 있네. (…) 저 노을은 틀림없이 나를 보고 비웃겠지. 발길을 되돌려서 새장 속에 들어간다고”라고 읊은 최치원의 문장은 새장 같은 세상을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돌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삶과 맞닿아 있다. 오히려 그의 문장을 읽으며 세상의 한가운데에서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 힘은 바로 천 년 전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이 나의 기쁨과 슬픔이 되어 만나는 데서 비롯되는 힘은 아닐까.

    우리 한시 100수에 담긴 서정의 세계

    “한시에는 흠 많은 인생의 환희와 절망, 생동하는 감각과 솟구치는 열망이 있다.”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로 시작하는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를 좋아한다면 그로부터 140여 년 전에 쓰인 다음의 한시는 어떠한가. “노정을 헤아려보니 지금쯤이면 벌써 집에 도착하여 일마다 똑같이 벌어지는 걸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어린 아들은 문을 뛰쳐나와 좋아라고 웃고 노친께선 문을 열고 절반은 기쁜 내색, 절반은 걱정일세 (…) 산수가 가로막혀 길이 멀어 넋은 잘도 다녀오는데 눈발이 날리는 밤하늘 아래 나는 홀로 시를 읊는다.” 19세기 초 당쟁에 휘말려 유배된 심노숭은 눈발이 날리는 밤에 가족들을 떠올린다.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밤하늘에 선연히 떠오르는 가족의 얼굴…. 진한 쓸쓸함과 그리움을 표출하는 대신 밤하늘에 날리는 눈송이로 표현한 심노숭의 담담한 시선은 놀라울 만큼 현대적이다.
    한편 저자는 살아 있는 시성詩性에 일찍이 눈뜬 젊은 시인의 감각에 주목하기도 한다. “큰 눈이 온 마을 뒤덮어 큰 집이 북풍에 떨고 있네 (…) 홀로 있는 밤이라 잠들지 못하고 옷을 껴입은 채 문 열고 내다보니 푸른 산은 벌써 깨진 기왓장 걷어내고 어느새 백옥으로 지붕을 얹었네.” (‘눈과 달(雪月) 중에서) 이 한시는 조선 시대의 천재 시인 김숭겸이 열세 살에 지었다. 큰 눈이 내려 천지를 뒤덮은 깊은 겨울밤, 모든 것이 움츠러들고 정지한 듯이 보여도 소년의 눈은 ‘깨진 기왓장을 걷어내고 백옥으로 지붕을 얹은’ 조용하고 부산스러운 산의 모습을 포착한다. 소년은 왜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었을까? 어린 시인의 예민한 시선을 따라 세상을 보면 문득 닫혔던 눈과 귀가 열리고 모든 감각이 생생히 깨어남을 느낀다.
    저자는 희망과 절망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한시를 넌지시 건네받고 위로와 공감, 세상을 살아낼 만한 하나의 단초를 독자 스스로 얻기를 기대한다. “비록 문 앞에서 구불구불 울타리로 굽히고 있어도 솟구쳐서 하늘로 오르려는 희망을 잊은 적 없네.” 소나무의 본질을 꿰뚫는 이 시는 조선 후기 정치인 채제공이 열여덟 살에 지었다. 소나무는 억눌리고 굽혀져도 결코 하늘로 솟구쳐 뻗어 오르려는 본성을 잊지 않는다. 이 청년의 패기는 훗날 정조의 스승이자, 국왕의 개혁정책을 보필하는 큰 정치가로 실현되었다.
    [새벽 한시]에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한시를 다수 발견할 수 있는 것도 한시가 고루한 문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시는 과거의 향수나 자극하는 낡고 무감각한 문학은 아니다. 오히려 20세기 이후의 문학이 놓치고 있거나 무관심하게 대하는 문제를 독특한 감각과 언어로 다루고 있다. 현대인에게 친근한 시각이나 문법과는 많이 다르다. 지난 시대의 인생과 역사가 고요히 가라앉아 있는 작품을 까불어 읽는다면 얼마든지 새롭고 자극적인 독서와 감상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 (/ '머리말' 중에서)
    때로는 쓸쓸한 마음을, 때로는 따뜻한 온기를, 차오르는 기쁨과 슬픔을, 억울함과 두려움을, 허전함과 억울함을, 희망과 절망을 그 굴곡진 우리 삶의 결들을 [새벽 한시]를 읽으며 함께 어루만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목차

    1 외로운 섬 뒤흔들어 폭풍우가 싸우는 듯
    가을 버들 신위 / 누이를 보내고 신광수 / 담백 허필
    봄 들녘 이병연 / 산 늙은이 작자 미상 / 친구의 죽음 원중거
    관악산 꽃무더기 신경준 / 황혼 이광덕 / 부채 최창대
    호젓한 집 송익필 / 빚을 탕감해 주었으면 정초부
    아이들에게 홍인모 / 살 곳 정하고 서영수각
    빗속의 고래 싸움 정홍명 / 싸우는 개 조지겸
    산을 내려오다 이이 / 별을 노래하다 이좌훈
    한가한 내게 축하한다 충지 / 논두렁 위에서 이덕무
    물 구경 심육 / 소리 내어 읊다 신흠 / 송붕 권필
    여름 밤 유득공 / 시험에 떨어지고 장유 / 생각이 있어 황오

    2 하루 종일 저편 숲에서는
    마을이 보이네 정온 / 시인의 수레 김정희
    성거산 원통암 창가에서 남효온 / 섣달그믐의 술자리 조귀명
    야설 이양연 / 가을 농가 이응희 / 비꼴 일이 있다 김도수
    소망 이봉환 / 조금 걸어본다 홍세태 / 어린 아들 정약용
    매천 선생 묘소에서 이건방 / 김장 권근 / 밤 이산해
    정말 괴롭다 유진한 / 이 몸이 배가 되어 이항복
    금당도에서 점심을 먹다 강진 / 새벽 들녘 김창협
    붉은 나무 이장용 / 우물물 김윤안 / 네 가지 기쁜 일 윤기
    한 해가 간다 이익 / 아들 손자와 함께 이규상 / 산길 강백
    봄날 청성산에서 김성일

    3 오지 않을 그대인 줄 잘도 알지만 그래도 문은 차마 닫지 못하네
    종이연 박제가 / 봄바람 복아 / 하나같이 우습다 유금
    혼자 깨어 있다 이정주 / 그림자 홍한주 / 해당화 박흥종
    아내에게 이복현 / 바다에서 김창흡 / 우연히 읊다 조식
    송어 안축 / 마음을 적다 김이만 / 느낌이 있어서 김니
    소양정에서 박태보 / 발을 씻고서 이원휴
    벙거짓골에 소고기를 굽다 신광하
    사직동 북쪽으로 이사하고 장혼 / 선비라면 윤휴
    가야산을 바라보고 정구 / 시절 한탄 서기 / 괴석 최립
    집에 돌아오다 노긍 / 서울은 복어국 먹는 계절 권상신
    청간정에서 낮잠을 자다 허균 / 섣달그믐날 이만용
    산중의 눈 오는 밤 이제현

    4 오늘은 그대가 나를 잊었으니 내일이면 내가 나를 잊을 차례
    잊혀지는 것 이규보 / 노정을 헤아려보니 심노숭
    흥이 나서 백광훈 / 산사에 묵다 신광한 / 봄날에 목만중
    딸을 잃고 심익운 / 난초 이희사 / 양손 이용휴
    새봄을 맞아 박세당 / 운봉사에 올라 최치원
    눈과 달 김숭겸 / 지팡이 짚고서 이숭인
    천연의 살림살이 정학연 / 봄날에 이첨
    서당 친구들과 짓다 황현 / 매화 조희룡
    길을 가다가 권용정 / 푸른 소나무 울타리 채제공
    우연히 읊다 윤선도 / 한양에 와보니 황염조
    공부를 해보니 안정복 / 산골 집에 묵다 작자 미상
    잠 못 이루고 홍길주 / 산꼭대기 신후담 / 가을을 타노라고 김윤식

    본문중에서

    잎을 떨궈내 야윈 가지에게는 부러진 갈대와 말라버린 연잎이 어울리는 친구라, 동병상련에 서로 추운 몸을 비빈다. 초목들 모두 입었던 옷을 벗은 저녁, 짙은 녹음 속에서 햇볕을 즐겼던 원앙이도 추위에 몸을 떨고 있다. 시를 읽으려니 낙엽이 져버린 야윈 버드나무인 양, 잠 못 드는 원앙이인 양 몸과 마음이 오싹해지고 따뜻한 온기를 그립게 한다.(/ p.15)

    술을 마시면 걱정을 던다고 말들 하지만 괜한 소리다. 음악을 들으면 조금 풀릴 듯도 하나 그마저도 소용없다. 높은 산에 오르고 광야에서 바람을 맞으면 조금 나을까? 아예 모든 걸 포기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과 배를 타고 먼바다로 떠난다면 풀어질까? 살다 보면 불쑥불쑥 일어나는 울분과 허무함,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 p.57)

    어두운 밤 낙엽 지는 소리가 시인의 마음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더니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가을이 오고 단풍이 드는 것은 충격이다. 이제 숲 전체가 붉게 타고 나면 나도 시들어가리라. 불쑥 찾아온 시름에 쓸쓸해 못 견디겠는데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석양빛은 거침없고 도도하게 세상을 비춘다. 뜨락에서 붉게 물드는 단풍을 보면 저무는 인생도 찬란하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겠다. (/ p.107)

    나이 서른을 넘기고 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분노도 일어난다. 밤비는 울적한 마음을 적시고, 가을바람은 비분강개한 심사를 부추긴다. 사람들은 갈수록 악착스러워지고, 세상 되어 가는 꼴은 껄껄 헛웃음만 나온다. 이쯤에선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돌아갈 땅이 없다. 서른 해 동안 인생을 정말 열심히 살아온 젊은이에게 닥친 회의와 갈등, 분노와 냉소에 연민의 감정이 인다. (/ p.129)

    젊은 시절, 세상 모든 이들이 그를 잊어버렸다며 좌절한 적이 있었다. 잊혀버린 자의 고독감에 괴로워할 때 그의 생각이 도달한 것은 잊힌다는 것의 본질이었다. 망각은 관계가 소원한 사람들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도 예외가 없다. 망각의 극단에 이르면, 가장 가깝고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형제와 아내마저 나를 잊고 있다. 어찌 해야 하나? 이제 나마저도 나를 잊어야 한다. 내가 나를 잊는 단계로 올라선다면 너와 나의 차별이 극복되고 모든 존재를 두루 사랑하는 평등의 관계로 비약이 일어날 것만 같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잊히는 것이 고독을 벗어나는 길이다. (/ p.181)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1.03.08~
    출생지 충남 청양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7,539권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대동문화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제34회 두계학술상과 제16회 지훈국학상을 수상했다. 옛글을 학술적으로 엄밀히 고증할 뿐만 아니라 특유의 담백하고 정갈한 문체로 풀어내 독자들에게 고전의 가치와 의미를 전해왔다. 지은 책으로 『궁극의 시학』, 『문장의 품격』, 『벽광나치오』, 『담바고 문화사』, 『내 생애 첫 번째 시』 등이 있고, 옮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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