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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공 : 우정과 환대의 마을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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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스스로 돕고自助 서로를 도우면서共助 새로운 공공성을 만들어 가자公助’는 의미인 ‘자공공’은 실천적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이 그간 지속가능한 세상을 그리며 한국 사회에 발언해 온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은 말이다.
    신자유주의의 소용돌이 안에서 세계는 ‘승자 독식’을 외치며 ‘소유 공화국’과 ‘재난 사회’의 길을 걸어가고, 시간과 불안의 덫에 빠진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을 돌볼 여유를 잃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난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과 이에 대처하는 국가의 모습을 통해 이 ‘재난 사회’의 민낯을 생생하게, 그리고 누구보다도 뼈아프게 지켜보았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조한혜정은 오히려 지금이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신하는 대전환기’라며 대재앙의 충격을 전 지구적 전환의 계기로 만들면서 ‘나비 문명의 새벽’을 맞을 준비를 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망가져 가는 세상을 살리고 피로와 패배감에 젖은 스스로를 살리며 지속가능한 삶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작이 바로 ‘창의적 공공 지대’를 회복하려는 노력에 함께하는 것, 즉 돌봄 공간으로서 ‘마을’을 되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책의 1부에는 ‘지구살이’, ‘세대살이’, ‘마을살이’라는 주제어에 따라 일간지에 실린 칼럼들을 엮고, 2부에는 실천적 (마을) 활동 중에 써내려 간 편지글, 책 추천사, 여행기 등을 묶었다. 2007년에 발간된 칼럼집 [다시, 마을이다]의 후편이다.

    충격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불량한’ 국가와 ‘불량한’ 개인들의 합작품이자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결과물인 이 사건은 배에 타고 있(었)던 이들과 가족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도저히 떨치기 어려운 아픔으로 남았다. 진실을 밝히려는 투쟁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겪는 지난한 과정 역시 깊은 생채기를 내고만 있다. 배 안팎에서 이들이 얻은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는 날이 언제쯤 올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나날이다.
    참담하고 무기력한 상황을 함께 지켜보아야 했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세월호 사건이란 어떤 의미이고, 또 미래에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언제든, 누구에게든 일어날지 모르는 일임을 깨달은 사람들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국가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이것이 내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의 민낯이라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세상은 정말로 ‘파국’으로 치닫는 걸까?
    대한민국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파국’을 말하기 시작했지만, 사실 전 세계가 이미 신자유주의 소용돌이 안에서 망가져 가고 있음을 감지한 이들도 있었다. 조한혜정은 이 책에서 300번의 예고와 30번의 작은 사고 이후에 큰 사고가 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말하며, 지금의 상황을 만드는 데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방관했던, 더 직접적으로 대항하지 못했던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통 인식의 장’을 통해 이제는 정말 "다음 시대를 살아갈 새 나침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일본 후쿠시마 지진과 함께 일어난 쓰나미는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원전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고, 이것이 단순한 자연 재해가 아니라 인류가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초래한 기후 변화의 결과라는 사실도 일깨워 주었다. 이제 환경의 변화는 지구 구석구석에, 그리고 모두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해 전환의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면 그것은 일부 지역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숲이 타고 있었습니다. 숲 속 동물들은 앞 다투어 도망을 갔습니다.
    하지만 크리킨디란 새는 주둥이에 물고 온 물 한 방울로 불을 끄느라 분주했습니다.
    도망가던 동물들이 그 모습을 보고 비웃었습니다. ‘저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
    크리킨디는 대답했습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 pp.81~82)

    지속가능한 지구살이를 위한 마을살이
    전환의 시대는 일상의 시공간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겪어 내야 하는 사람들은 선택 앞에 서게 된다. 이 체제에 압도당해 체념하고 순응할 것인가. 어차피 출구가 보이지 않으니 ‘다른 삶을 찾겠다’며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 나설 것인가. 그런데 ‘다른 삶’을 찾는다면 과연 어떻게 찾아야 할까?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격려를 보내 온 조한혜정은 ‘창의적 공공 지대’를 회복하는 일에 함께하자고 권한다. 이미 그런 삶을 선택한 사람들, 예컨대 롤러코스터같은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아름다운 제주에 내려가 상생과 회복의 공간을 일구는 젊은 여성들이며, 함께 텃밭을 가꾸고 적정 기술을 연구하는 청년들의 공동체며, 이미 전환 마을을 꾸려 ‘살림살이 경제’를 실천해 나가고 있는 일본 이토시마 이야기 등을 풀어 놓는다. 그러면서 함께 우울해하고 두려워하고 절망할 친구를 찾자고, 함께 고민을 나누고 협력할 여유로운 시간과 장소를 갖자면서 ‘우정과 환대의 마을살이’를 제안한다.
    여기서 말하는 ‘마을’은 지지 집단, 준거 집단과 비슷한 느슨한 관계망으로, 한정된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상부상조하는 신뢰와 협동의 네트워크에 가깝다. 적대가 아닌 협력을 강조하지만, 마냥 평화로운 곳이 아니라 제대로 좌충우돌하는 곳이다. ‘우정과 환대의 마을’이지만, ‘다름의 마을’이기도 한 것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기에 갈등도 일어나는 곳, 그러나 크고 작은 갈등을 덮어 두지 않고 생산적인 갈등으로 만들어 가는 곳이다.

    마을은 스스로를 돕기로 한 이들이 만들어 내는 생성의 장소입니다. 나는 최근 마을의 핵심을 ‘자공공’, 곧 "스스로 돕고(自助) 서로를 도우면서(共助) 새로운 공공성을 만들어 가자(公助)."는 개념으로 풀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돕는다는 것을 아는 개인이 자신의 성장과 수양, 성숙을 도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협동적 자아를 키우게 됩니다. 그런 개인들이 만들어 내는 공조共助 관계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공공 영역을 만들어 냅니다. 돈거래 없이 함께 아이를 키우다 보면 훌륭한 어린이집이 생겨나기도 하고 새로운 먹거리 운동이며 의료 활동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스스로 집을 짓고 고치는 목수들이 적정 기술을 살려 에너지 자립 마을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텃밭을 가꾸는 새로운 유형의 농사꾼과 산재한 문제들을 풀어내는 마을 발명가들이 모여 생산과 소비, 노동과 삶이 연결되는 다양한 활동들을 벌이기도 하지요. 마을에서 돈벌이 외에도 많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풍성한 관계를 맺어지고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 pp.17~18)

    자공공 마을을 상상하다
    이 책에는 조한혜정이 이제까지와 다른 글쓰기를 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있다. 책머리에도 밝혔듯, 이제는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비판’하기보다는 ‘격려’하고 ‘위로’하려는 글을 쓴다. 그리고 ‘경쟁적 자아’에 익숙했던 젊은 세대들이 ‘협동적 자아’로 달라져 가는 모습과 그렇게 만들어 낸 ‘마을’들을, 마치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바라보듯 흐뭇하게 바라본다. 학자이면서 누구보다도 실천적 사회 운동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이기에, 또한 ‘하자센터’를 만들고 대안 교육에 헌신하며 젊은 세대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여 온 그이기에, 달라진 그의 시선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그는 앞으로 자신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그려 보인다. 노년에 들어선 여성 지식인으로서 그가 만들어 가려는 또 하나의 마을을 기대해 봄직하다. 그는 이런 그림을 내 보이면서 독자에게 ‘당신도 당신의 마을을 그려 보면 어떠냐’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리라. ‘자공공自共公’의 원리가 살아 있는 마을이라는 게 단 하나의 모습만은 아니라고. 그렇게 각자의 마을을 용기 있게 선택하고 만들어 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 함께 ‘천 개의 고원’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조만간 좀 더 진화한 ‘전환 마을transition town’에서 살 꿈을 꿉니다. 쓰레기를 버리거나 수세식 화장실 물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중략) 쓰레기가 퇴비로 변하는 순환 사이클 속에서 푸드 마일리지와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거리 안에서 많은 것을 해결하는 삶의 방식을 익히고, 핵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 자립 주택에서 살고 싶습니다. 주민들이 시대 문제를 함께 풀어 가는 연구원이자 필요한 일자리와 일거리들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협동조합원인 마을에서 살고 싶습니다. 세대가 어우러져 놀고 배우는 공방과 학교가 있고, 늘 먹거리를 나누는 밥집이 있으며, 축제와 영화제가 수시로 열리는 마을. 각자가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 "합동하여 선善을 이룬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절로 알게 되는 그런 마을 말입니다.
    (/ pp.27~28)

    목차

    1부

    지구살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한 평 땅을 사자 | 강정을 부탁해 | 시간이 머무는 길, 모래가 흐르는 강 | 지진 충격 이후, 공존의 시대를 열어 가길 | 6·11, 탈원전 행진이 시작되는 날 | 살림의 생명 정치가 싹트는 밀양을 가다 | 칠월 칠석 바보들의 행진 | 다시 밀양, 프랙털 시대 문법으로 | 페이스북에서 놀 자유, 빅브라더를 부르는 손짓 | 인터넷 세계 지도, 누가 그리나? | 동아시아 패러독스를 풀어낼 역사 쓰기 | 수고하세요, 무림의 고수 |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시민 | 애도, 그 환대와 생성의 장소 | ‘유나’를 위하여 | 지속가능성 혁명을 이야기하자

    세대살이
    대학이 춥다 | 무상 교육으로 공공의 감각을 되살려 낼 때 |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을 대학은? | 연세대, 너마저! | 백양로 호러 공사장 달맞이 밤샘 파티에 초대합니다! | 이제 우리 미안해하지 말자 | 소년을 위하여 | 놀이를 허하라! | 10-15-20 특별 학년제를 제안한다 | 학교가 스스로 소생할 호흡과 시간을! | 바탕이 튼튼한 아이에게 거는 희망 | 창의적 인재들의 놀이터 | 고립에서 벗어나 농활과 빈활을 떠날 때 | 유쾌한 청춘들의 ‘삽질’ | 난감함을 나눌 친구들과 따뜻한 한 해를

    마을살이
    초등학교 앞 문방구 | ‘보이지 않는 가슴’ 되살려 낼 육아 정책 | 빵과 장미 | 승자 독식 시대의 승자들과 그 어머니들 | 모성 괴담 사회 | 한 아이를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 | 아이 돌보미와 가사 도우미 사이 | 아이들과 함께 시작하는 청소 명상 | 아버지가 있는 마을 | 조제와 카모메 식당 | 동성 결혼, 돌봄과 환대의 지수 | 자녀를 평생 데리고 살 것인가 | 성년, ‘여름살이’를 시작하는 자손들에게 축복을! | 선거에서 은퇴하는 할머니를 위하여 |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배운다 | 동네 나눔 부엌에서 시작하는 세상 | ‘블록 어택’에 맞선 ‘도시 마을’의 산들바람

    2부

    자공공 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불량 국가를 탈출하다 | 작고도 큰 시작, 마을살이 | 전환 마을을 노래하다 | 일상을 만나는 건축, 착한 일 하면서 먹고살기

    시대 공부를 위한 교재 몇 편
    베이비붐 세대에게 말 걸기 | 게으른 부모가 되자 | 전환기, 배운다는 것에 대하여 | 우정과 명랑 사이 | 삶의 풍요로움은 정성을 기울이는 일을 통해서 온다 | 3만 엔 비즈니스가 만들어 낼 기적 | 장소를 프로듀싱하는 건축가 | 다시 마을을 짓다

    전환 시대에 부치는 편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그 이후 | 새로운 시대의 크리킨디들에게

    본문중에서

    더는 실패한 시장과 국가의 틀에 매이지 않는, 그래서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스스럼없이 풀어낼 다음 세대를 상상해 본다.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은 원하기만 하면 거대한 지식 보관소에 수시로 출입하면서 원하는 탐구를 할 수 있으며, 세계 석학의 강의를 언제든 들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내부에서 이는 욕구와 열정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교사는 좋은 삶을 살고 싶은 동기와 의지를 품게 하는 어른이고, 절실한 삶의 문제를 놓고 함께 고민할 동지이자 멘토이다.
    116( '세대살이' 중에서/ p.116)

    지금 우리에게 없는 것은 나눔의 지혜, 살아가는 힘을 주는 우애의 관계가 아닌가? 문제의 핵심은, 호혜성과 창의성같이 삶과 경제를 풍성하게 만드는 비물질적 자원들이 순환되는 영역이 사라진 데 있다.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일터와 가정 영역 중간에 친지들이 어우러지는 제3의 공간이 있었고, 학교와 학원 사이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어울릴 놀이터가 있었고, 지불 노동과 생애에 걸쳐 하는 일 사이에 다양한 경험과 활동이 펼쳐지는 또 다른 활동 공간이 있었다. 경제와 삶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려면 바로 이 제3의 영역, 눈으로 볼 수 없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생산해 내는 삶의 장을 회복해야 한다.
    177( '마을살이' 중에서/ p.177)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만 있으면 많은 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이 체제는 돈을 버는 만큼 쓰게 만드는 ‘오묘한’ 체제인 까닭에, 버는 액수와 관계없이 늘 결핍된 상태를 살아가게 된다. 게다가 그 돈을 벌기 위해 타율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고, 점점 그 양이 늘어나면서 일에 매몰된 삶을 살게 되며, 의논하는 것을 잊어 가다가 결국은 협력하는 법조차 잊으면서 ‘사람’ 아닌 ‘괴물’이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나 자신이 화폐 공화국의 국민이고 싶지 않기에, 불량 국가의 국민이고 싶지 않기에, 고료 대신 쌀을 주겠다는 잡지사 글메김꾼의 청탁서가 반갑고 돈을 받지 않는 카페의 단골임이 자랑스럽다. 돈이 끊어지면 관계도 끊어지는 세상, 주는 것 없이 남을 미워하는 적대의 세상과 결별하고 우정과 환대의 마을을 만들기 시작하자. 당신은 부르면 언제든 달려올 이웃사촌과 때때로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는 단골 식당이 있는 마을에서 살고 있는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비빌 언덕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새롭게 도모할 수 없다.
    193~194( '자공공 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중에서/ pp.193~19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8~
    출생지 부산
    출간도서 23종
    판매수 5,113권

    문화인류학자. 연세대 명예교수. 시대 흐름을 읽고 실천적 담론을 생산해온 학자로서 제도와 생활세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문화해석적 시대 탐구를 해왔다. 1980년대에는 ‘또 하나의 문화’와 함께 창의적 공공지대를 만들어 여성주의적 공론의 장을 열어갔으며, 1990년대에는 ‘하자센터’를 설립해 입시교육에 묶인 청소년들이 벌이는 ‘반란’을 따라가면서 대안교육의 장을 여는 데 참여했다. 2000년대부터는 신자유주의적 돌풍에 휘말린 아이들과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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