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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게 된 존 F. 케리의 삶을 심층적으로 조명한 책. 《보스턴 글로브》 고참 기자들의 균형 잡힌 시각과, 날카로운 취재에 근거하여 집필된 전기문이다. 저자들은 케리의 출신 배경과 베트남 전쟁에서의 경험, 초창기 법조계와 정계에서의 활동, 의정활동 기록, 그리고 이라크 전쟁에 관한 입장과 선거 공약에 관한 내용 등을 낱낱이 파헤친다. 또한 케리의 인간과 인생 역정을 둘러싼 끈질긴 추적을 통해, 공정한 언론보도의 훌륭한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2004년 1월 27일. 매사추세츠의 존 F. 케리 상원의원은 최근 미국 정치에서 보기 드물게 극적인 역전승을 쟁취했다. 아이오와 주 코커스(caucus)에서 의외의 승리를 거둔 여세를 몰아 뉴햄프셔 주 예비선거에서도 승리한 것이다. 이제 케리는 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민주당후보로 출마하게 되었다. 존 케리는 과연 누구인가? 어떠한 종류의 정치지도자인가? 케리의 대략적인 인생역정은 잘 알려져 있다. 케리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하여 훈장을 받았으나, 동시에 저명한 반전주의자다. 60세의 나이에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끊임없이 위험에 도전하고픈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고속스포츠를 즐긴다. 또한 미 상원 조사위원회 위원 및 대외정책 전문가로서 명망 높은 의원이다. 게다가 그의 부인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보다 세부적인 사항에 관해서, 케리는 여전히 신비에 싸인 존재이다. 그의 개인적인 삶과 정치인생은 복잡한 동시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자세한 내용이 바로 이 책에 실려 있다.

- 발간사 : 마틴 배론 Martin Baron
- 책머리에
01 가계도
02 어린 시절
03 예일대학
04 군사훈련
05 초계정 제44호
06 지옥의 나날들
07 반전운동가
08 철새정치인
09 10년간의 정치적 망명
10 매사추세츠 부지사
11 시험대에 오른 자유주의자
12 평화에게 기회를 주라!
13 집시의 세월
14 베트남전의 유령
15 새로운 시대
16 타이탄들의 결투
17 전쟁에 나선 미국
18 백악관을 향하여
-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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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와의 인연

케리의 눈에 “케네디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뜻하고 정답고 격의가 없는 사람이었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상원출마에 대해 얘기를 나눈 다음에 대통령은 케리를 부두로 데려갔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라간셋만(Narragansett Bay)에서 마니투(Manitou)라는 이름의 해안경비용 요트를 타고 항해했다.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마니투 선상의 정경을 카메라로 찍었다. 사진 속에서 수려한 외모의 케네디는 흰 바지와 짙은 청색 셔츠를 입고 앉아있다. 그 옆의 케리는 흰 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상체를 뒤로 돌린 채, 햇볕과 권력자의 실재를 한껏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몇 주 후 케리는 케네디와 다시 만났다. 1962년 9월 로드아일랜드 해안에서 열린 전미 요트경주(America's Cup race)에서였다. 이번에도 사진사가 순간을 포착했다.
케리는 인생의 절반을 기숙학교에서 지냈고 유럽 전역을 여행했으며, 자신의 우상인 존 F. 케네디와 요트를 함께 탔다. 그러나 케네디를 따라 하버드대에 진학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매사추세츠의 집에서 보다 먼 곳으로 가고 싶었고,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고도 싶었기 때문이다. 케리는 예일대의 고딕식 건물 사이를 걸으면서 자신의 꿈이 실현되었다고 느꼈다.
대학에 입학한 케리가 제일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이 편지에서 케리는 그해 초 졸업식장에서 대통령이 연설할 때 일부 예일대생들이 야유를 보낸 데 대해 케네디에게 사과했다. 당시 존 케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파악하려면 케네디에게 보낸 편지보다 더 좋은 단서는 없다.

할머니의 비밀

1월 말 케리는 〈보스턴 글로브〉 기자 세 명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의사당 건물의 외진 곳에 있는 자신의 ‘은신처’로 갔다. 창문이 없는 이 사무실은 상원의원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피난처 구실을 했다. 기자들은 존 케리에 관한 연재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그의 조상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케리는 자신의 할머니가 유태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오래전에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본명이 프리츠 콘이고, 현재 체코공화국에 편입된 지역에서 태어난 유태인이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는 “경이롭다”면서 놀라움을 표했다. “굉장하다. 흥미롭다는 말로는 모자란다. 정말이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프레더릭 케리로 이름을 바꾼 케리의 조부는 박해를 피하기 위해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것은 존 케리뿐만 아니라 매사추세츠 사람들에게도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모두들 가톨릭신도에 아일랜드계 성을 가진 케리 상원의원이 아일랜드계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케리 자신이 아일랜드계라고 주장한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런 추측이 언론에 계속 보도되는 동안 이를 부정하지도 않았다.
기자들이 두 번째 사실을 제시하자, 케리는 할 말을 잃고 잠시 침묵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자살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정황에 대해서는 몰랐다. 프레더릭 케리는 1921년 11월 23일 보스턴의 코플리 플라자 호텔 화장실에서 머리에 총을 쏘아 자살했다. 존 케리는 심하게 동요했다. “내가 수없이 드나들었던 호텔이다.” 그는 옛 신문기사 복사본을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응시했다. “끔찍한 일이다. 정말 심하다.”
인터뷰 내내 케리는 의자에서 불편한 듯 자세를 바꾸고, 이온음료를 한 모금씩 마셨다. 짙은 청색 양복을 입은 그는 지쳐보였고 보통 때보다 더 마른 듯했다. 인터뷰 5주일 전인 크리스마스이브에 케리는 자신이 전립선암에 걸렸다는 통고를 받았다.
그는 59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원기왕성했으며 스케이트와 하키를 즐겼다. 최근에는 위험한 신종스포츠 카이트보딩(kiteboarding)을 익혔고, 윈드서핑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1998년에는 〈어메리컨 윈드서퍼(American Windsurfer)〉의 편집장과 함께 케이프 코드에서 낸터킷섬까지 25마일 거리의 바다를 여섯 시간 반 동안 서핑으로 건너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립선암 때문에 안정을 취해야 했다. 2년 반 전에 아버지 리처드 케리도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세였다. 발병사실을 알게 된 존 케리는 치료방법에 대해 다각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고,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1월 말 케리는 〈보스턴 글로브〉 기자 세 명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의사당 건물의 외진 곳에 있는 자신의 ‘은신처’로 갔다. 창문이 없는 이 사무실은 상원의원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피난처 구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