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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터젠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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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게임 속의 현실, 게임 같은 현실
    <에비터젠의 유령>은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어느 순간 자의식을 얻어 소설 밖의 현실세계로 뛰쳐나오고, 마침내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기 위해 오히려 현실을 파멸시키려 든다는 독창적 상황설정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지만 전혀 다른 상황의 두 갈래 서사가 동시에 중첩되어 흘러가는 구조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고도의 상상력과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참신하고 실험주의적인 기법으로 가득하다.
    어느 가을날의 서울, 한 소년이 우연히 길에서 주운 게임 CD로 플레이를 시도한다. 섬뜩한 소문들이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이 게임의 이름은 ‘에비터젠의 유령’. 게임에 빠져들었던 소년은, 게임을 하면서 현실의 시간이 왜곡되고 게임의 캐릭터들이 공간을 뛰어넘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과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꿈인가?
    <에비터젠의 유령>의 주인공들은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늙지도 죽지도 다치지도 않는 불멸의 존재이다. 그러한 존재들 중 하나인 스캇은, 주변의 인간들과 판이하게 다른 자신의 출생 기원과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도 해답을 찾지 못해 고민한다. 그러다가 1999년 런던에서 인형처럼 아름답고 천사처럼 매혹적인 소녀 에이프릴을 만나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유령’들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간다. 그들은 곧 자신들의 삶이 그대로 기록된 수수께끼의 소설을 발견하게 된다. 책의 제목은 <에비터젠의 유령>.
    그리고는 그들이 ‘기억’을 되찾으면 ‘살아 있는 자들의 도시’로 가서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설교하는 수수께끼의 남자, 은발의 영국 신사 빅터 타워스가 등장하는데… 유령들을 소설 플롯의 감옥에 가두려는 인간, 그리고 인간 세계를 파멸시키고 폐허의 박물관으로 꾸며버리려는 ‘유령’…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신세대 환상문학, 그 새로운 가능성
    영화 <매트릭스>가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것은, 우리가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이 세계, 일상의 실재성에 대한 도발적 의문 제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고 듣고 숨쉬고 느끼는 이 세계가… 만일… 하나의 깊은 꿈에 지나지 않는다면?
    어떤 면에서는 <에비터젠의 유령>도 매트릭스적 세계관을 공유한고 할 수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어느날 독립된 의지의 주체로서 ‘자기’를 발견하면서, 작가가 규정한 소설적 세계질서에 반기를 들고 현실로 뛰쳐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매트릭스>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답게 기계와 인간의 투쟁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선악대결을 부각시킨 데 반해, <에비터젠의 유령>은 이야기로서의 재미, 즉 익숙해져버린 일상적 세계의 틀 밖에 또다른 세계들이 겹겹이 존재하는 상황과 주인공 캐릭터들이 겪는 심리적 혼란을 밀도 있게 그려내는 데 주력한다.
    이 책이 지닌 또하나의 장점은 다양한 방법으로 영상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글쓰기를 시도했다는 데 있다. 천국의 박물관에 걸린 네 점의 그림을 통해 주인공들의 전체적 개성을 표현한다든가, 영화의 리와인드 기법을 연상시키는 디테일한 묘사는 가히 압권이다. 나아가 1장과 2장의 각 절 이야기들이 마치 영화 장면들처럼 빠르고 간결하게 전환되면서 만들어내는 속도감과 압축미는 본격적인 스릴러 소설의 수준에 결코 떨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한때 차세대 문학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를 받기도 했던 판타지소설은,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상상력에만 의존하고 글쓰기의 완성도를 홀대한 결과, 곧 대량으로 양산되는 일회용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에 반해 <에비터젠의 유령>은 기발한 플롯과 지적 유희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내어, 틀에 박힌 서양 중세 배경의 판타지를 벗어난 또다른 환상문학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현재 상상력의 고갈과 문학성의 빈곤에 시달리는 한국 환상문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목차

    1장 에비터젠의 유령

    2장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소설

    3장 극단적인 환상 전해질

    4장 여덟 개의 지옥

    5장 용서와 관용

    본문중에서

    “우리는 먼지보다 더 작은 어느 한 점의 찰나에 존재하는 망상일세.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존재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야.

    “나는 생각하고, 그러므로 존재해.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왜 내가 자네보다 강한 줄 아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리자 타워스의 눈빛이 번득였다.

    “이게 꿈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야.”
    (/pp.150~151)



    손님> 혹시 로비님도, 스스로는 실존하는 진짜 로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로비님이 소설 속에 넣으신 캐릭터 ‘로비’일지도 몰라요.

    로비>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재미있는 아이러니네요.제가 소설에 내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소설의 나는 진짜 나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라면, 그렇다면 내가 진짜 나인지 소설 속의 허상인지 알 방법이 없겠군요…재미있어요.

    손님> 한번 증명해 보이세요. 로비님이 진짜 로비라는 걸.

    로비> 글쎄요, 무척 난감하네요. 그런 아이러니가 있을 수 있구나… 재밌어요. 그걸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손님> 제가 증명해 보일까요?

    로비> 뭘요? 제가 진짜 로비란 걸요?

    손님> 아뇨. 제가 로비님이 유령이라는 걸 증명해 보일게요.

    로비> 제가 유령이라고 증명한다고요? 어떻게요?

    손님> 지금 보여드릴까요?
    (/p.235)



    위쪽은, 달도 별도 뜨지 않는 밤의 하늘처럼 끝도 없이 어두웠다. 문득, 저곳이 정말 위쪽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곳이 바닥이라고 생각하고 누워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지나온 방들은 모든 논리를 무시하는 구조를 하고 있었다. 이 방이 위가 아래이고 아래가 위라고 한들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내,가,문,을,찾,지,못,한,이,유,는,저,곳,이,문,이,기,때,문,일,지,도,모,르,는,것,이,다…… 나는 일어났고, 위를 향해 박차올랐다…… 그리고 나는 위를 향해 떨어졌으며……네 번째 지옥을 벗어났다
    (/p.283)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8~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8년생. [절망의 구], [오픈], [디저트 월드] 등 11편의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제2회 젊은 작가상 우수상, 제1회 멀티문학상을 수상했다. [다크 나이트] 등의 영화를 지켜보면서 슈퍼히어로물을 한국을 배경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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