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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와 국가의식 : 근대 광동문화관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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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이 책은 2006년 싼롄서점(三聯書店)에서 출간된 [지역문화와 국가의식: 만청 이래 ‘광동문화’관의 형성(地域文化與國家認同: 晩淸以來‘廣東文化’觀的形成]을 번역한 것이다. 저자인 청메이바오(程美寶, 1968~)는 홍콩에서 태어나 홍콩 중원대학(中文大學)을 졸업한 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중국 근대사가 전공으로 1997년부터 광주(廣州) 중산대학(中山大學)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은 ‘근대 중국의 지식 및 제도 변화 총서(近代中國的知識與制度轉型叢書)’ 중 첫 번째로 출간된 것이다. 총서 시리즈의 전체적인 구상과 기획 의도는 쌍빙(桑兵)의 ‘해설’에 비교적 상세히 밝혀져 있다. 총서에서 다루고자 하는 시기는 동서 문명의 충돌과 융합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근대’의 중국이다. 서구의 지식과 제도 체계가 중국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중국 고유의 지식과 제도 체계는 어떠한 제약과 영향을 미쳤는가? 서구와는 다른 어떤 독특한 중국적 변형을 낳았고, 그것은 중국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이처럼 서구 지식과 제도의 원래 모습을 이해하고, 중국에 수용되는 과정과 중국 고유의 전통으로 인해 야기된 변화, 변화가 만들어 낸 발전 양상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려는 것이 전체적인 기획 의도이다. 그리고 이 야심 찬 거대한 프로젝트 이면에는 서구 중심의 학문 연구 방법과 시각에서 벗어나, 중국 학계 나름의 관점과 방법론을 찾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숨겨져 있다.
    이 책은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전반기 1백여 년 동안, 광동 문인들이 지방에 대한 관심과 국가의식의 이중주 사이에서 어떻게 적절히 논조를 조절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덧붙이고, 자신들이 동일시했던 지역문화를 정의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여기에서는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 누구에 의해 광동문화가 어떻게 정의되어 왔는가에 대한 역사적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광동문화란 무엇인가?’에 답하고자 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지역문화가 연구가 아니다. 둘째, 이 책은 문헌 자료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관련 인물의 구체적인 활동에 입각하여 그들이 ‘광동문화’라고 하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사용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순수한 ‘관념사’ 연구가 아니다. 셋째,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광동’은 개별적인 사례로, 만청 이래 중국의 지방 문화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분석틀을 제시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 광동문화를 예로 들어 청 말 이래 중국의 지방문화가 어떤 권력들의 상호작용 하에 어떤 내용이 취사선택되어 지방문화를 정의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순수한 지방사 연구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지역문화 연구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론 및 분석틀과 함께 경계해야 할 점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은 거시적인 문제의식을 가지되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라는 말에 따라 거시적인 관점을 연구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진술로 이루어져 있다. 수준이 높은 독자들은 구체적인 서술 너머에 있는 각 사람의 ‘거시적인 틀’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총서에 참여하고 있는 저자들의 이러한 대의에 대한 깨달음에는 차이가 있으며, 어쩌면 서로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의 연구 성과는 독립적인 것이다. 독자가 그 가운데서 깨닫는 것도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니, 어떤 사람에게 고개로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봉우리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처음 시작은 뒷사람에게 문을 열어 주는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총서의 출판은 표본을 제공하기보다 길을 탐색하여 방향의 윤곽을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외 동료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커다란 잠재적인 의미를 지닌 이 연구에 동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연구 방향에 따라 각자 지혜와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구체적인 연구 성과도 낼 수 있고 연구 방법도 점차 완정하게 될 것임을 강조한다. 본 연구 계획이 완료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관련 연구가 끝났음을 뜻하지 않으며, 오히려 학자들에게 광활한 연구 영역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즉, 이 총서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동료 학자들이 힘써 추구하는 또 다른 목표는 사유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사유 능력을 제고시키는 데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기는 대략 1820년대부터 1940년대이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광동문화’에 대한 서술 방식이나 틀이 1930, 40년대 전후에 확립되었다면, 그 형성 과정은 대략 1820, 30년대에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제1장 ‘프롤로그: 문화를 전시하다’에서는 1940년 2월에 홍콩대학 펑핑산(馮平山) 도서관에서 열린 ‘광동문물전시회’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광동문화’의 기본적인 내용은 대략 20세기 전반기에 형성되었는데, 이 전시회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전시회에서 표현하고 있는 사실과 관념을 언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광동문화 관념이 구체적인 역사 과정에서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근대 광동문화 관념의 형성 과정을 서술하면서 문헌 기록에 나타난 서술 내용과 함께 관련된 역사 인물 간의 사승(師承) 지연(地緣) 등의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아울러 지역문화와 역사를 기술하고 정의하는 지식인의 지역적 정체성과 국가문화, 국가인식 간의 긴장과 변증법적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제2~4장에서는 주로 청대 도광(道光, 1821~1850) 연간에서부터 청 말 민국 초까지를 다루고 있다. 제2장 ‘영남지역의 중국화 과정’에서는 먼저 고대 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광동인’의 범위와 광동문화 서술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문화진화론과 문화전파론은 역대 지방역사 서술에서 중요한 해석 논리였다. 중원지역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영향으로 광동은 시대를 거듭할수록 점진적으로 문명화되었다는 것이다. 19세기 이전 광동문화와 역사서술의 주도권은 광부인(廣府人)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객가인(客家人)의 정치·경제적인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서, 그들은 중원기원설(中原起源說)을 바탕으로 정통 한족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였고, 광동인과 광동문화에 대한 정의에도 영향을 미쳤다. 청 말 과거제도가 폐지되고 학당(學堂)이 설치되었으며, 헌정(憲政)이 실시되고 의회 제도가 수립되었다. 중앙정부에서는 지방지 대신에 향토지와 향토교과서의 편찬을 장려하였다. 지식인들은 이러한 지방 저작들을 통해서 현대적인 의미의 국가관과 향토를 연결시키고자 시도하였다. 그들은 또한 자신이 동일시하는 지역문화와 족군(族群), 국가의식 간의 관계를 연계시키고자 하였고, 광동인과 광동문화, 나아가 국가관을 새롭게 정의하였다.
    제3장 ‘광동어로 창작하기’에서는 국가 관념이 방언의 발전과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고찰하고 있다. 전통 시기 중국 정부는 방대한 지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고 지식인들의 국가에 대한 동질감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문언과 ‘관화(官話)’는 그런 역할을 하였다. 민국 시기에 이르러 그것은 백화와 국어로 대체되었다. 17~19세기 유럽에서는 민족국가의 출현과 함께 국어의 보급이 본격화되었고, 중국은 1920년대에 적극적으로 국어 보급운동을 추진하였다. 한편 방언의 상황을 살펴보면 광동의 지식인들은 광동어가 중원의 고음(古音)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문화 및 국가전통과의 연관성을 강조하였다. 청 말부터 민국 시기까지 광동어를 포함한 방언은 유신혁명의 상징으로 혁명가들도 방언을 빌어 국가 관념을 표현하였다. 또한 19세기 중엽 이후 광동인들이 상해, 홍콩, 동남아, 북미로 이주하여 광동어 문학 시장이 확대되면서 많은 광동어 문학 작품이 출현하였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여전히 오락, 선교, 부녀자와 아동 교육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방언의 전복성은 새로운 국가 관념을 확립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지만, 결국 국가 관념은 방언의 발전을 억압하여 종속적인 위치에 머물도록 하였다.
    제4장 ‘영남 학술의 원류를 찾아서’에서는 학해당(學海堂)을 중심으로 사회정치적 상황과 국가 관념의 변화가 광동의 학술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다루고 있다. 1820년 양광총독(兩廣總督) 완원(阮元, 1764~1849)이 광주(廣州)에 학해당을 설치한 것은 광동의 학술사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도광(1821~1850) 이후 학해당은 광동의 학술 문화계의 중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정계(政界)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청 말 경학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과거제도와 관료 체계가 와해되고, 민족주의가 보급되어 반만(反滿) 정서가 확산되면서, 확고하던 학해당의 위치도 위협을 받게 되었다. 청 정부의 실각과 함께 관방적 색채를 띠고 있던 학해당은 보수의 상징이 되었다. 동치(同治, 1856~1874) 연간 진례(陳澧, 1810~1882)와 명성을 나란히 하던 주차기(朱次琦, 1807~1881)는 학해당 학장에 취임하지 않으려 했다는 과거의 행적 덕분에 반만 인사들에게 광동 학술계의 고결한 선비로 인식되었다. 신해혁명 후 학해당의 불씨는 식민지 홍콩에서 다시 타오르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만청 유로(遺老)’들이 있었다. 정치 무대에서 밀려난 만청 유로들은 전통 문화를 복원하는 것으로 구시대의 유물을 부활시키고자 하였다. 1903년 학해당은 폐쇄되었지만, 학해당 학장에 의해서 편찬된 광동 학술사와 제자 후손들이 편찬한 문집 총서와 열전(列傳) 등으로 인해 학해당의 영향력은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되었다.
    제5장과 제6장에서는 주로 1920~1940년대를 다루고 있다. 제5장 ‘민속에서 민족으로’에서는 민속학 운동에 내재되어 있는 지역 민중에 대한 관심과 국가의식 간의 관계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5·4’ 운동의 세례를 받은 새로운 시대의 지식인들은 중국에 대한 개혁을 자신의 임무로 생각하였고, 유가 예교와 봉건 미신을 중국의 진보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간주하였다. 문언은 백화로 대체되었고, 서구의 민주주의와 과학은 이 시기 지식인들의 중요한 가치 기준이 되었다. 이들은 ‘민중’이란 개념을 만들어 내고 ‘군중 속으로 들어가’ 향촌 생활을 통해 영감을 얻고 백화문 창작을 풍부히 하고자 하였다. 1920년대 그런 관심이 대학 연구의 범주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 일부가 ‘민속학’으로 발전하였다. 북경에서 시작된 민속 연구는 민간문학을 수집하는 것에서 점차 민속 조사로 확대되었다. 광동에서의 민속학 연구는 1927~1933년 구제강(顧 剛, 1893~1980), 룽자오쭈(容肇祖, 1897~1994), 중징원(鍾敬文, 1903~2002) 등에 꽃을 피우게 되었다. 이 시기 민속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지식인들의 궁극적인 관심은 농촌의 민중문화가 아니라 새로운 국가의식의 수립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과학’과 ‘진보’의 이미지를 자처하며, 민간 풍속과 문학의 ‘봉건 미신’적인 요소에 대해 오히려 혐오감을 드러냈다. 여기에서 저자는 특히 객가학(客家學)을 창시한 뤄상린(羅香林, 1906~1978)이 새로운 정치적 세력의 비호 속에서 객가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강화시켜 나가고 있는지를 치밀하게 논증하고 있다.
    제6장 ‘구시대 사람이 편찬한 새 시대의 지방지’에서는 민국 시기에 편찬된 [고요현지(高要縣志)]를 대상으로 새롭게 형성된 국가의식과 지방문화 관념이 지방지 편찬과 내용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역대로 지방지를 편찬하는 전통이 있었고, 청대부터는 지방관의 주도 하에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문인들을 모아 집단적으로 기술하였다. 지방지는 지방문화 관념과 국가의식이 반영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사회·정치 세력 간의 경쟁과 대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민국 이후에도 국민당 정부는 지방지편찬관이나 문헌위원회를 두어 지방지 편찬을 적극 장려하였다. 민국 시기에 반포된 지방지 편찬조례는 새로운 국가 체제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지방지 체계와 내용에 어떻게 반영해야 되는지 규정하고 있다. 1948년에 편찬된 [고요현지]는 내용이 상세하고 체제가 완정한 민국 시기 전형적인 지방지이다. 이 지방지 편찬자들은 모두 청조 때 과거에 합격한 사람이면서, 민국 시기에 새롭게 관료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지방지에 ‘현대’, ‘민족’, ‘국민’ 의식을 부여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들은 사람들의 풍속과 습관이 미신적이고 낙후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미신적이고 낙후된’ 풍속이 바로 국민의 약점이자, 국가의 진보를 가로막는 원인이라는 관점이 내포되어 있다. 또한 그들은 모어(母語)와 일상어가 모두 광동어임에도 월곡( 曲)과 월극( 劇)을 폄하하고 ‘국악(國樂)’을 제창하였다. 지방의 지식인들은 지방의 풍속을 개혁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새로운 중국문화를 건설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제7장 ‘에필로그: 문화 전시의 배후’는 결론 부분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중국의 근대 지방 문화관의 형성과 관련된 지방 국가 문인 문화 등 몇 가지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또한 이후 중국의 지역문화 연구를 진행할 때 주의해야 될 점들을 언급하고 있다.

    목차

    해설: 근대 중국의 지식과 제도의 변화

    제1장 프롤로그: 문화를 전시하다
    문화의 전시
    문화와 문인
    ‘천하’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지방’으로
    지방과 중앙
    본서의 주제와 구성

    제2장 영남지역의 중국화 과정
    광동인의 범위
    가르쳐 교화시키다
    방언에서 종족으로
    향토에서 국가로
    소결: 문화―종족―국가

    제3장 광동어로 창작하기
    남쪽 오랑캐의 말에서 중원의 고음으로
    구술에서 쓰기로
    문인의 광동어 노래 부르기
    월극의 특징
    속어로 선교 활동을 하다
    점차 규범이 되다
    내 손은 내 입이 말하는 대로 쓴다
    소결: 방언과 국어

    제4장 영남 학술의 원류를 찾아서
    영남 학술의 원류
    학해당 내부
    학해당 외부
    학해당 이후
    소결: 구문화에서 신문화로

    제5장 민속에서 민족으로
    중국에서의 민속학
    광동에서의 민속학
    학술과 정치
    학자와 정계 인물
    소결: 민족주의와 지방문화

    제6장 구시대 사람이 편찬한 신시대의 지방지
    [고요현지]의 편찬
    용어와 내용
    신구 교체기의 지방 지식인
    지방지 속의 국가문화
    지방의 이익과 민족의 의미
    소결: 국민과 향인

    제7장 에필로그: 문화 전시의 배후
    문인의 위치
    ‘문화’란 무엇인가?
    ‘광동문화’는 어디에 있을까?
    지역문화 연구에 대한 재검토

    저자 후기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지식과 제도 체계의 전면적인 변화는 중국인의 사유와 행동 방식을 변화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날 중국인이 과거를 대할 때에도 부지불식간에 현재의 사유 행동 방식으로 고찰하고 판단하게 한다. 만약 충분한 자각이 없다면 후대의 외재적인 척도를 가지고 과거를 평가하여, 전대 사람들의 사유와 행동의 본의와 진상을 살피거나 이해하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외래의 지식과 제도 체계가 유입되기 전에 중국인에게는 이미 고유의 사유와 행동 방식이 있었다. 그런데 변화가 일어난 후에 본래의 모습을 알려고 하면 오히려 상당한 곤란을 겪게 된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무에서 유로 처음 생겨나서 발전·변화된 과정을 탐구하려면 먼저 본래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 p.19)

    지식과 제도 변화의 커다란 배경은 동서 문명의 만남과 교류이다. 따라서 중국 고유의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서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연구해야 하며, 일반적인 이해와 함께 그 당시로 되돌아가 각종 지식과 제도가 변화·발전한 연원과 맥락도 추적해야 한다. 그래야지 후대의 완정하게 체계화된 개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에 철학이 존재했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근대 학자들이 벌였던 토론은 자못 시사하는 바가 크다.
    (/ p.20)

    “현대의 의식적 체계를 가지고 고대의 단편적인 사상을 꿰맞추려고 하는 것이 현재 중국 사상사를 연구하는 자들의 공통적인 폐단이다. 이런 견강부회는 사실 전혀 증명할 수 없는 대전제를 상정하고 있는데, 그것은 옛날 사람들의 사상이 모두 의식적이고 통일된 체계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상 발전의 과정을 통해 볼 때 그렇게 된 것은 실제로 매우 최근의 일이다. 원래의 단편적인 사상과 모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사실 여러 가지 체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체계화라는 방법으로 고대 사상을 연구하는 것은 하면 할수록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이다.”_張蔭麟의 인용
    (/ p.20)

    일반적으로 개념은 대개 나중에 출현한다. 연구를 진행할 때 나중에 출현한 외래 개념을 완전히 사용하지 않기는 어렵다. 근대를 거치면서 지식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이런 개념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말을 이어 나가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부득이한 상황에서 나중에 출현한 외래 개념을 사용하는 것과 모든 용어를 전부 받아들이거나, 혹은 용어가 규정하는 의미에 근거하여 온전히 사물을 파악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이들 개념이 본래의 의미와 모습을 제한하고 왜곡시킬 수 있다는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자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전혀 엉뚱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 법치 사회의 관점으로 청대의 법률과 그 실천을 고찰하여 사법과 행정을 분리한다면 이미 주제에서 멀리 벗어나게 되며, 억지로 형법과 민법을 구분한다면 더더욱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된다. 사법적인 측면에서 고대 중국 사회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것은 실제와는 적잖은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윤리 사회적인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어 그것을 모두 법률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 p.30)

    근대 중국의 지식과 제도 체계의 변화를 연구하는 것은 더 심오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만청 시기, 특히 5·4 이후로는, 서구의 체계로 중국의 자료를 체계화하는 것이 주도적인 흐름이었다. 지금 사람들의 모든 지식은 대부분 이때 체계화된 것이다. 근대 학자들도 서학을 끌어다 억지로 꿰맞추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학자들은 더욱 외국을 모방하기를 좋아한다. 이는 학풍이 왕성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식의 구조가 서구화되었다는 것이 더 심층적인 원인이다. 외국의 학문이 현대 학술의 전반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의 학문도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주로 중국 내의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인들이 직접 연구 조사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은 버려두고 남의 의견만을 따른다면, 장점을 발휘할 수도 없고 방법과 문제의식이 잘못되기 쉽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중국인들은 맹목적으로 구미의 뒤꽁무니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들의 학문을 더 잘 모방하면 할수록 중국의 역사 문화에서는 더 멀어지게 된다. 근본에서부터 철저히 개혁하여 중국 고유의 사유 행위를 파악할 방법을 하루빨리 찾지 못한다면,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있어도 중국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외국에 의존하게 되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당혹스런 상황이 출현할 수도 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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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메이바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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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중원대학(中文大學)을 졸업(1990)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석사 학위(1992)와 박사 학위(1996)를 취득했다. 현재는 중산대학(中山大學)의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근대 중국의 사회문화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의 주된 연구 분야는 광동, 홍콩, 마카오의 근현대사로, 특히 18∼19세기 광동의 로컬리티 형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홍콩의 역사, 1842~1997년], [서양인의 눈에 비친 중국의 풍경: 에반 윌리암스(Evan Williams)가 기증한 19세기 광저우의 수출용 통초지(通草紙) 수채화], 편저로는 [광동의 역사: 광부(廣府) 문화와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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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천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북경사범대학교 중문과와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민족문학연구소에서 방문학자로 남방소수민족신화에 대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였으며, 현재 서울대, 가천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석사 학위논문은 [중국과 한국의 일월조정신화 및 그 신앙민속 비교 연구(中韓兩國的日月調整神話及其信仰民俗之比較硏究)]이고, 박사 학위논문은 [중국신화의 변용 양상 연구―춘추전국시대부터 진한대까지를 중심으로]이다. 연구 논문으로 [고대 중국 기물정괴고사의 발생과 그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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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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