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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야 끝난다 - 제23회 미즈노 스포츠라이터 우수상 수상작 : 전세를 뒤집는 약자의 병법

원제 : 弱くても勝てます 開成高校野球部のセオリ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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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홈런과 파울볼에 차이가 있다면 그건 단 하나, ‘방향’ 뿐이다.
그 미묘한 차이는,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에서 극복될지도 모른다.
그것을 절실히 원한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제23회 미즈노 라이터 우수상 수상작’

이 책은 30년 넘게 도쿄대학 합격률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일본 최고 입시 명문고의 고시엔 도전기를 그들의 곁에서 수년 동안 지켜보며 기록한 논픽션이다. 공부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샌님들이 공부와 상관없는 야구를 향해 도전을 거듭해온 이유는 뭘까?
그들의 목표는 단지 고시엔 본선 진출이 아니라 우승 후보 0순위 팀 투수들을 두들겨 강판시키는 것이다. 전략은 단 하나! 닥치고 풀 스윙. 5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상대팀에게 10점이나 내줘 번번이 콜드게임으로 지곤 하지만, 그들의 스윙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다. 허공만 가르던 방망이가 서서히 파울팁을 치더니 어느새 내야 관중석 멀리까지 날아가는 파울홈런을 쳐낸다.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볼넷으로 걸어 나가느니 차라리 풀 스윙으로 파울볼 열 개 치고 삼진아웃 당하는 것이 낫다는 게 그들의 지론이다. 파울볼이야말로 다음 타석에서 폭발을 암시하는 단초이자 공격본능의 시초라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대부분 삼진이 두려워 평생 풀 스윙 한 번 하지 못하며 하루하루 숨죽이며 살아간다. 하지만 힘차게 스윙을 하지 않고서는 지금 이 상황을 뒤집을 수가 없다. 내일 홈런을 치고 싶다면 오늘은 파울볼을 쳐야 한다. 오늘 친 파울볼이 내일 칠 홈런과 차이가 있다면 그건 단 하나! ‘방향’ 뿐이다. 그 미묘한 차이는,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에서 극복될지도 모른다. 그것을 절실히 원한다면 말이다. 그렇게 끝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다.
저자 다카하시 히데미네는 일본 최고 권위 문예상인 ‘고바야시 히데오 상’ 수상자답게 수려한 필치로 실제 야구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박진감 있게 그려냈다. 이 책으로 제23회 미즈노 스포츠 라이터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본 최고 문예상인 ‘고바야시 히데오 상’ 수상자인 다카하시 히데미네가
발로 뛰며 쓴 야구와 인생과 승부에 관한 리얼 다큐!

가이세이고는 30년 넘게 도쿄대학 합격률 1위를 고수해온, 일본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교다. 그런 입시 명문고에 야구부가 있다면 그건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취미 삼아 하는 동아리 정도일 게다. 그런데, 가이세이고 야구부가 고시엔(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지역 예선에서 16강까지 진출하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중학생 때 연식야구부에 잠시 몸담았던 게 전부인 아이들이?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전용 야구장도 없고 연습 시간은 고작 방과후 일주일에 한 번 뿐인데? 초등학생 때부터 하루 종일 야구만 한 선수들도 고시엔 예선 통과는 꿈같은 얘긴데?
고시엔은 전국에서 4,000개 이상의 고등학교가 지역 예선에 참가하는,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학원스포츠 행사다. 경기 방식은 토너먼트로, 한 번이라도 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4,000개가 넘는 학교에서 49개 학교만이 본선에 진출하니, 산술적으로 8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만 한다.
"공부 잘하기로 유명한 학생들이 야구까지?" 이런 궁금증을 가슴에 안고 인기 논픽션 작가인 다카하시 히데미네가 가이세이고 야구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발로 뛰며 건져낸 취재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일본 최고 권위 문예상인 ‘고바야시 히데오 상’ 수상자답게 수려한 필치로 실제 야구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약해도 이길 수 있다!? 어떻게?
최약팀 가이세이고 야구부가 강팀들을 격파하는 비결은 뭘까?

그들에게는 어떤 현상이든 이론적으로 분석하려는 습성이 있다. 예를 들어 타구가 잘 맞지 않으면 무조건 타격 연습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동작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 그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포착해 낸다.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과는 달리, 가이세이고 아이들은 우선 머리로 해결점을 찾은 뒤 몸에 응용해 나간다. 예를 들어 타격에서 방망이보다 몸이 먼저 앞으로 쏠리는 현상을 찾아낸 뒤, 야구공 대신 배드민턴 셔틀콕을 방망이로 치는 훈련을 통해 배팅 타이밍과 자세를 교정한다.
그들은 야구의 기본 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해냄으로써 자신들만의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농구나 축구에 비해 야구공은 작고 움직임이 빠르다. 손발로 직접 공격하지 않고 길고 단단한 방망이로 타격한다. 방망이가 끼어들고 작은 공이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기 때문에 야구 경기는 변화무쌍하다. 테니스나 탁구는 평면의 라켓이 둥근 공을 치지만, 야구에서는 둥근 면과 둥근 면이 서로 만나야 비로소 승부가 갈린다. 단단하고 둥근 성질의 것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빠르고 강력하게 부딪치는 물리 현상의 궤적을 미리 예측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이 방망이에 맞을지 조차 가늠이 안 되지만, 설사 맞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어디로 날아갈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아주 조금만 어긋나도 전혀 다른 쪽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 ‘미묘한 차이’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사실을, 바로 그것이 ‘야구의 묘미’임을 가이세이고 야구부원들은 깨닫고 있는 것이다.
야구의 변화무쌍함은 가이세이고와 같은 최약팀이 강팀들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최약팀이 상식을 깨는 변칙적인 전략을 펴나갈수록 그 효과가 커지는 것은 야구의 의외성에 기인한다. 8번과 9번에 강타자를 배치하는 타순 배열이나 어떠한 경우에도 번트를 대지 않는 예측불허 전략은, 그렇잖아도 변화무쌍한 야구 경기에서 상대팀을 더욱 혼란에 빠트린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최약팀에게는 강팀을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가이세이고 야구부는 그러한 야구의 속성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자신들의 전략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선택과 집중’도 가이세이고 야구부의 강점이다. 그들은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터는 뒤도 안 돌아보고 선택한 것에만 집중한다. 예들 들어 그들은 더블 플레이 같은 고난도(!) 수비 연습은 하지 않는다. 그들 입장에서 더블 플레이는 그렇잖아도 부족한 연습 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전술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고난도 수비를 익히는 대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 전술을 연마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평소 수재소리를 듣는 공부벌레지만, 무조건 공부에 몰두하지 않는다. 경시대회든 대학입시든 일단 목표가 세워지면 그것을 달성하는 데 최적화한 방법을 선택하고 집중한다.
‘공부 최강’ 가이세이고가 동시에 ‘야구 최강’이 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이세이고 야구부원 또한 그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은 어떤 것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상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다.
‘야구 최약체’인 가이세이고 야구부원들이 현재 자신의 실력과 처지를 정확하게 인지한 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를, 이 책은 잘 만든 한 편의 TV다큐멘터리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선문답 속에 담긴 삶의 이치와 지혜
그라운드에서 가이세이고 야구부원들의 플레이는 대체로 서툴고 어설프다. 공격에서 삼진아웃을 밥 먹듯이 당하고 수비는 실책투성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주눅 들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절실하고 진지하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가치관이 분명하다. 취재 내내 그들과의 선문답 같은 대화를 통해 삶의 이치와 지혜까지 느낀다는 저자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들은 비록 어린 십대에 불과하지만 어른들이 번번이 놓치는 교훈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놓는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일을 대할 때 ‘서툰 것’과 ‘꺼리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서툰 것’은 남들이 보기에도 객관적으로 잘 못하는 것이고, ‘꺼리는 것’은 본인 스스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서툴다고 스스로 꺼릴 필요는 없다. 서툴어도 즐길 줄 알면 그만이다." (22쪽)
"‘자신감’이란 꾸준하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마음이다. 공부도 야구도 그리고 일도 마찬가지다. 연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하루도 빠짐없이 해 나가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성실하고 꾸준한 노력 없이도 자신감이 넘친다면 그건 자신감을 빙자한 자만심이다." (47쪽)
"야구란 기다리는 스포츠다. 야구는 아홉 번의 공수 교대 사이(間)를, 자신의 타격 순서가 오기까지를, 투수가 공을 던지기까지의 인터벌(interval)을, 심지어 수비수가 자신에게 공이 오기까지를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흔히 스포츠의 세계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야구에 적용하면, ‘최선을 다해서 기다린다’는 것이 된다. 기다릴 줄 아는 자에게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82쪽)
"그저 ‘고시엔 출전을 목표로 한다’고 하면, 뭔가 먼 곳을 보는 것 같고 몸도 그냥 서 있는 것처럼 된다. 그런데 ‘강팀을 격파한다’고 목표를 세우면 몸이 어느새 상대방과 겨루는 자세로 바뀌게 된다. 바로 이미지가 몸의 움직임을 이끌어 스윙도 힘껏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건 목표를 세울 때는 공격적일수록 이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진다. 좀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102쪽)
"야구에서 강력한 타구와 조우하는 것은 야수들의 숙명이다. 그리고 그 숙명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강력한 타구가 자신에게 오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 야수에게는 온통 위기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어디 올 테면 와라’라며 호기롭게 생각을 고쳐먹는다면 ‘위기’라는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그 순간 그 야수에게는 멋진 플레이를 펼칠 ‘기회’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126쪽)
"스포츠에서 이기려는 근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자부심이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부심은 자신감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자신감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산물이다. 결국 자신감이 없는 선수에게 자부심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부심이 없으니 이기려는 근성 또한 애당초 없는 것이다. 승부근성이 없는 스포츠는 공허하다. 스포츠를 넘어 삶 전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진지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175쪽)

공부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샌님들!
왜 그들은 펜 대신 배트를 잡았을까?

공부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샌님들이 그렇잖아도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 판에, 공부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운동 종목에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예사롭지 않은 그들의 ‘공격본능’에서 비롯한다. 아오키 감독을 비롯해 가이세이고 야구부원들의 목표는 실은 고시엔 본선 진출이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우승 후보 0순위 팀 투수들을 모조리 두들겨 강판시키는 것이다. 승리를 위한 그들만의 전략은 단 하나! 무조건 풀 스윙이다. 연습 경기든 본 경기든, 5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상대팀에게 10점이나 내줘 번번이 콜드게임으로 지곤 하지만, 그들의 풀 스윙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다. 심지어 허공만 가르던 방망이가 서서히 파울팁을 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내야 관중석 멀리까지 날아가는 큼지막한 파울홈런도 서슴없이 쳐낸다. 아오키 감독은 선수들에게 방망이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볼넷으로 걸어 나가느니 풀 스윙으로 파울볼 열 개 치고 삼진아웃 당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못 박는다. 파울볼이야말로 다음 타석에서 폭발을 암시하는 단초이자 공격본능의 시초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진아웃이 두려워 평생 풀 스윙을 하지 못하며 하루하루 숨죽이며 소극적으로 살아간다. 결국 무슨 일이든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끝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힘차게 풀 스윙을 하지 않고서는 지금 이 상황을 뒤집을 수가 없다. 내일 홈런을 치고 싶다면 오늘은 파울볼을 쳐야 한다. 오늘 친 파울볼이 내일 칠 홈런과 굳이 차이가 있다면 그건 단 하나! ‘방향’ 뿐이다. 그 미묘한 차이는,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에서 극복될지도 모른다. 그것을 절실히 원한다면 말이다. 그렇게 끝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다. 그게 바로 야구이고 인생이다. 이 책이 전하는 궁극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목차

추천의 글 _희망의 파울볼

1이닝 실책도 전략이다

영 어설픈 야수들
방심이냐 무시냐
하이-리턴, 노-리스크
그들에게 ‘투수’란
예외 없는 전제

2이닝 지지 않으려면 논리적으로
야구 놀이? 야구 논리!
차가워져야 할 때, 뜨거워져야 할 때
순간을 만끽하는 아이들
못하는 자에게도 긍지는 있다!
사인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해!
전화위복

3이닝 그들은 여전히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린다는 것과 늦어진다는 것
문과는 수비, 이과는 공격
미혹을 떨쳐 버리다

4이닝 고시엔, 그 설렘
약자의 병법
위대한 낭비
번트는 대지 않는다
닥치고 풀 스윙

5이닝 가설은 검증하라
의지에 관한 단상
실험과 연구
과제는 바로바로 해결한다
올 테면 와라!

6이닝 ‘자부심’이라는 필요충분조건
집중력 플러스 시야
주전은 0명
안달하는 에너지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보는 쪽의 논리
자부심이란 노력에서 비롯하는 것

7이닝 북새통 커뮤니케이션
걸신들린 척
충분한 성취감
서로 통한다는 것
재능과 노력
언제 스타트를 끊을 것인가

8이닝 나는? 내가!
상식을 뒤집다
야구도 진학도 단판 승부
가능성의 가능성
나 아니면 안 돼

9이닝 끝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다
고시엔이 눈앞에
어느새 시합이!
끝나지 않았다!

에필로그 _볼넷? 이건 뭐죠?
옮긴이의 글 _무엇을, 왜, 어떻게 배울 것인가?

본문중에서

새삼스런 말이지만, 사실 야구란 게 위험한 스포츠다. 납 같은 중금속이라도 들어가 있는지 무겁고 단단한 공이 눈 깜짝할 사이에 빠르게 날아간다. ‘쌩~’하는 소리가 들릴라치면 벌써 눈앞이다. 그 공에 맞기라도 하면 부상은 물론이거니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야구공이 오기라도 하면 피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공을 잡는다는 건 애당초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위쪽입니다!"
학생들이 운동장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 나는 무심코 몸을 움찔했다. 타구가 공중에서 떨어진다는 경고의 소리였다. 그대로 위를 올려다본다면 공이 얼굴로 날아들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려고 해도 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망치거나 달아나지도 못한 나는 그 자리에서 몸을 바싹 움츠렸다. 공이 무섭기도 했지만 가만히 있자니 마치 공에 맞기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이 자세는 왠지 타격 폼과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 p.11)

"야구는 위험하지요?"
좌익수를 맡고 있는 3학년 쯤 되 보이는 학생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특히 내야는요. 내야는 타자와 가까워서 무섭습니다. 하지만 외야는 머니까 마음이 놓여요."
이게 그가 외야수를 선택한 이유란다. 무엇보다도 그는 공뿐만 아니라 운동장의 딱딱한 지면도 무서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타자도 무섭고 그라운드도 무섭기 때문에 그는 운동장 외야의 한 귀퉁이에 서 있는 것이다.
"저는 공을 던지는 건 좀 하겠는데, 잡는 것은 못하겠어요."
유격수를 맡고 있는 2학년생이 웃으면서 한 말이다.
"공 잡기를 꺼리는군요."
내가 맞장구를 쳤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아니요. 꺼리는 게 아니라 서툰 것입니다."
"서툴다고요?"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그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꺼리는 것과 서툰 것은 다릅니다. 꺼리는 것은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고, 서툰 것은 남들이 보기에도 객관적으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꺼리는 게 아니라 서툰 것입니다."
(/ p.15)

1주일에 한 번 하는 운동장 훈련도 비가 내리면 할 수 없다. 게다가 귀중한 훈련 시간이라서 쉴 수도 없다. 그래서 선수들은 유도장에서 ‘셔틀 치기’를 한다. 셔틀이란 배드민턴 경기에서 사용하는 셔틀콕을 가리킨다. 2인1조가 되어 한 선수가 던지는 셔틀콕을 다른 선수가 배트로 치는 것이다. 얼핏 보면 놀고 있는 것 같지만, 이것은 일종의 멘털 트레이닝이기도 했다. 던지는 사람의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부터 셔틀콕의 속도는 확 줄어든다. 이것을 당황하지 않고 맞은편에 있는 선수가 친다. 선수들은 초조한 나머지 급하게 배트를 휘두를 때가 많지만, ‘사실은 공을 여유 있게 보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나아가, 공이 날아오는 시간을 길게 느끼기 위한 정신수행이기도 한 것이다.
(/ p.45)

"야구는 플레이와 플레이 사이에 생각할 시간이 있습니다." 주장인 다키구치 군이 그런 말을 했는데, 확실히 야구 시합에서는 플레이보다는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 수비를 하는 선수들은 공이 제 앞으로 오는 것을 그저 기다리면 되는데, 어떨 때에는 공이 한 번도 수비수 앞으로 가지 않기도 한다. 타자들도 그저 자신의 타순을 기다리고, 타석에 들어서서는 이번에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기다린다. 투수도 공을 던질 타이밍을 기다린다. 모두가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기다리는 시간들 사이에 플레이가 있고, 경기를 관람하는 나도 선수들의 플레이를 기다리면서, 문득 "어라, 몇 회였더라.", "어느 팀이 이기고 있었지?"라는 생각이라도 들면, 취재 메모를 다시 확인하기도 한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꼼짝 않고 지켜보며, "대체 저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며 플레이를 기다리면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만 같다. 그리고는 그 때까지의 시합의 경과를 깜빡 잊어버리는 것이다. 혹시 야구란 게 ‘기다리는’ 경기일까? 흔히 스포츠의 세계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야구에 적용하면, ‘최선을 다해서 기다린다’는 것이 되는 것인가. 9회말 아웃 카운트 세 번을 채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선을 다해서!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지만, 끝나야 비로소 끝나는 것이다.
(/ p.70)

요기 베라! 그는 1950년대 뉴욕 양키즈의 명포수이자 강타자였고 무엇보다 그라운드 안에서 아홉 명의 정신적 지주였다. 당시 양키즈가 3년 연속 월드 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요기 베라였음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를 증명하듯 요기 베라는 두 차례 연속 페넌트레이스 MVP를 차지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그는 곧바로 양키즈의 감독으로 부임해 미국 야구계를 뒤흔들었고, 감독 부임 첫 해에 양키즈를 월드 시리즈까지 이끌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비록 우승까진 해내지 못했지만 초짜 감독으로서는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감독직에서 해고됐다. 어처구니없을 만큼 가혹한 해고였다. 이후 요기 베라는 우여곡절 끝에 양키즈의 지역 라이벌이자 앙숙인 뉴욕 메츠의 감독직에 올랐다. 영문을 모르는 양키즈 팬들로선 충격이었고 배신이었다. 메츠에서의 성적은 처음부터 신통치 않았다. 팀은 시즌 중반까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날도 메츠는 경기에서 큰 점수로 패했고, 경기가 끝난 뒤 요기 베라를 향한 기자들의 질문은 신랄했다. 그리고 어떤 기자가 의미 없이 던진 마지막 질문에, 야구 역사상 최고의 명언이 요기 베라의 입에서 나왔다.
"감독님, 다음 거취는 생각하고 계신건가요?"
기자는 메츠의 구단주를 대신해서 요기 베라에게 해고의 통보를 하 듯 물었다.
"다음 거취? 끝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오!"
"네?"
기자가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하니 되물었고, 그 순간 주위에는 시간이 ‘정지’된 듯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요기 베라의 그 말은 9회말 아웃카운트가 세 번 채워지기도 전에 일찌감치 포기해 버리는 세상의 모든 야구인들의 성급한 좌절을 ‘정지’시켰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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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다카하시 히데미네(Takahashi Hidemin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일본 요코하마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도쿄외국어대학교 몽골어학과를 졸업했다. 한때 복서이자 트레이너로 링 위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1992년부터 방송 일과 글쓰기를 함께 해오다 지금은 인기 논픽션 작가로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2011년에 발표한 [조상들은 어떤 분?]으로 제10회 고바야시 히데오 상(小林秀雄賞)을 수상하면서 문단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고바야시 히데오 상은 일본의 저명한 문예인인 고바야시 히데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제정된 상으로, 표현이 우수한 평론과 에세이에 해마다 수여하는 상이다.
이 책 [끝나야 끝난다](원제:약해도 이길 수 있다, 2012)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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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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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베이징영화학교에서 공부했다. 출판사에서 편집과 기획 일을 해왔고, 지금은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단행본
기획 및 저술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끝나야 끝난다] [해적왕 정성공]이 있으며, 발표한 글로 [역사, 그 드라마적 재연과 정서적 진실의 변주 - ‘제5공화국’의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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