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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13장'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지를 여러 신학자들의 주해를 통해 살펴보는 책. 국가 권력에 대한 태도를 분명하게 제시하며 논쟁의 대상이 되어온 '로마서 13장 연구'를 통해 그리스도교와 국가와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로마서 13장이 말하는 참뜻, 그리고 그것이 함축하는 사회 윤리가 유럽 역사와 사상사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실천으로 이어져 왔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또한 로마서 13장에 나타난 세속 권력에 대해, 오늘날 그리스도교인들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치적으로 행동할 것인지를 제시해준다.

◆ 국가권력과 로마서 13장 로마서 13장은 바울서신뿐만 아니라 신약성서 전체를 통해서 국가 권력에 대한 태도를 가장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는 장으로 큰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로마서 13장은 절대 군주들이 그들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정치 이념 체계로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고, 한국에서는 일제 식민지 시기 교회의 몇몇 지도자들이 신사참배가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는 구실로 삼기도 했다. 또한 그리스도인이 예수의 복음에 충실해 국가의 주장이나 정책을 비판하거나 저항하면, 마치 바울이 국가의 잘못된 명령에 복종하고, 전제국가를 찬양하기라도 한 듯 바울의 말이 거두절미해 인용되기도 했다. 최근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가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 군 복무와 전쟁과 폭력의 수행은 정당하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데, 신자의 양심과 시민의 양심이 갈등을 빚을 때는 언제든지 신앙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소리들은 아마 그 주장이 철저히 성서적이라고 강변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일까? 로마서 13장은 특정한 권력을 지칭하기 전에 권력 자체의 근원을 말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바울이 가르치는 세상 국가와 그 권위에 대한 복종은 결코 세상 국가와 권력에 무비판적인 순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로마서 13장은 그리스도인들이 국가에 맹목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는 강령을 시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교회와 국가의 긴장 관계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바울의 주된 관심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당시 처한 상황에서 그들의 행위를 가장 현명하고 실질적으로 지도하려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오늘날 그리스도교인들이 세속 권력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치적으로 행동할 것인지 제시해주기도 한다. 사회 참여 문제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자아 성찰을 위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또한 신학자나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한국 내에서 그리스도교와 국가와의 관계를 조명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이 책이 한국에서 출판되어 한국의 신학자에게 자극을 주고, 한국에서 로마서 13장과 관련된 해석사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도 전하고 있다. ◆ 로마서 13장은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가? 미야타 미쓰오의 『국가와 종교』는 ‘한 사회에서 종교는 국가의 권력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양심에 근거해서 부패한 정치에 저항해야 하는지, 세속의 일은 현재의 통치자에게 일임하고 선교에 주력해야 할지에 대해 이 책은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해답을 품고 있다. ‘로마서 13장’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지 주요한 신학자들의 주해를 통해 살펴보면서, 로마서 13장이 말하는 참뜻과 그것이 함축하는 사회 윤리가 유럽 역사와 사상사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실천으로 이어져 왔는지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신학적 관점에서 크게 로마서 13장의 영향사 및 해석사를 기본 축으로 하여 구성되었다. 로마서 13장은 국가 형이상학에서 민중의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규범적인 근거로 이용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도 바울의 권위를 구실로 기존 권력에 대한 절대 복종을 정당화해온 성서 텍스트의 영향사 연구는 새로운 성찰의 빛을 제공해줄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칼 바르트와 에른스트 카제만의 주석에 영향을 받아 근대 일본의 로마서 13장 해석사를 정리한다. 먼저, 저자는 종교와 국가의 관계에 관한 로마서 13장에 관련된 주석 논쟁들을 유럽 역사의 흐름을 통해 살펴본 다음, 보론 격으로 일본의 근대국가에서 어떻게 로마서 13장이 적용되었는지 살펴본다. 유럽 및 근대 일본의 정치사상을 관통하는 기독교의 영향에 대해 로마서 13장을 축으로 분석한다. 그것은 성서 텍스트의 단순한 역사적 해석이 아니라, 현대의 정치 상황 속에서 취해야 할 책임 윤리에 대해서도 풍부한 현실적인 시사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1장 사도 바울의 기본적 시각”에서는 바울이 집필할 당시에 로마서 13장이 어떠한 맥락에서 쓰여졌는지 살펴본다. 바울이 국가에 대한 복종을 강조한 것은 당대의 교회 문헌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요한 경향이었으며, 로마서 13장은 지배적인 권력 상황에서 그리스도교인들에 대한 행동 지침이자 사도적 권고였다는 것이다. “제2장 고대?중세 교회 주석의 유산”에서는 그리스도교의 박해와 순교, 그리고 국교화된 이후 중세 교회 안에서 바울의 텍스트가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지 살펴보고 있다. 국가권력에 대한 그리스도교인의 복종은 국가권력이나 권위에 부응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위한 복종이라고 해석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그리스도교 공동체 내부에서 세속 권력과 교회 권력의 근거와 타당성의 범위가 신학적으로 문제 제기된다. 고대 교회의 한계에서 나아가 국가권력의 행사를 한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한걸음을 내디뎌야 했다. “제3장 종교개혁과 그 주변”에서는 독일과 스위스의 종교개혁 과정에서 로마서 13장의 해석을 둘러싼 국가와 교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독일의 종교개혁에서 루터는 “사도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도움과 경애로 봉사해야 한다”고 해석하지만, 인간의 영은 누구에게도 복속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 스위스 종교개혁자들은 로마서 13장을 정치 윤리의 기본 텍스트로 인정한다. 츠빙글리나 칼뱅은 세속 권력을 하느님이 세운 것으로 인정했지만, 독일의 종교개혁자들보다 공공복지를 강조했고, 칼뱅 신학은 개혁파 그리스도교에게 영향을 미쳤다. “4장 근대국가론과 로마서 13장”에서는 근대국가론과 로마서 13장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정치론은 중세의 교회 규범에서 세속 권력을 해방한다. 또한 장 보댕은 마키아벨리의 개념을 기반으로 근대국가론을 명확히 제시했는데, 법률에 의해 구속되지 않는 절대적 공권력이 국가를 성립시키는 기본 지표라고 주장하면서 가족을 국가의 기반으로 파악한다. 밀턴은 “바울은 특정한 통치 형태를 들지 않기 때문에 로마서 13장에서 누구도 일인 지배가 하느님의 의지에 적합하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모든 시민의 공적이 된 국왕의 처형은 종교개혁의 시민적 귀결이라고 주장한다. 홉스는 사회계약과 지배, 곧 ‘복종 계약’이라는 전통적인 이중 구조를 일원화했다. 이러한 계약의 이원성은 국가 안에 분열 가능성을 내포해 지배자와 민중 사이의 끝없는 분쟁의 원천이 되었다. 존 로크는 근대 민주정치의 기본 원칙으로서 ‘합의에 의한 지배’ 관념을 이끌어내고, 자연 상태에서 인간의 자유와 평등의 불가침성을 논해, 합의에 의한 새로운 국가 통치를 정당화했다. 헤겔에게 종교와 국가는 절대적 진리로서 신과 관련되었으며, 종교의 직관이나 감정 및 표상은 국가 안에서 객관화되고 현실화되었다. 슈탈은 로마서 13장을 이용, “국가가 신의 제도라고 하는 것은 그 위신이 하느님의 명령과 질서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해 근대국가론의 신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한편 로마서 13장은 민족의 자결권을 옹호하는 민족주의의 자유주의파에서도 정치 행동의 규범이 되었다. “제5장 두 세계대전 시대”에서는 1차세계대전 이후 개신교 신학의 커다란 전환이 로마서 13장의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바르트는 로마서 13장에 대한 권위주의적 해석을 비판한다. “보론: 권위과 복종―천황제 파시즘과 로마서 13장”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유럽 정신사와 함께 로마서 13장의 해석사를 기초로 하여 근대 일본사에서 로마서 13장이 천황 신격화에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었는지 고찰한다. 국가의 권위를 하느님의 이름으로 지지함으로써 그리스도교는 기능론적인 성격으로 변해간다.

- 한국어판 서문
- 서문
- 옮긴이의 말
- 머리말
[ 제1장 - 사도 바울의 기본적 시각 ]
. 텍스트의 문맥
. 텍스트의 해석
. 방법적 관점
[ 제2장 - 고대.중세 교회 주석의 유산 ]
1. 신약성서후기문서에서 호교론까지 : 박해와 순교 속에서 / 호교론자들
2. 콘스탄티누스 체제 이후 : 정치 신학 / 어거스틴 / 중세 교회와 신학
[ 제3장 - 종교개혁과 그 주변 ]
1. 독일 종교개혁자들 : 초기 루터 / 세속 권력에 대해 / 농민전쟁 중에서 / 멜란히톤
2. 스위스 종교개혁자들 : 츠빙글리 / 칼뱅 / 칼뱅의 후계자들
[ 제4장 - 근대국가론과 로마서 13장 ]
1. 마키아벨리에서 그로티우스까지 : 마키마벨리 / 보댕 / 모나르코마키 / 알투시우스 / 그로티우스
2. 청교도혁명에서 프랑스혁명까지 : 왕권신수설 / 밀턴 / 홉스 / 필머와 로크 / 루소와 칸트
3. 19세기 이후 : 독일 관념론 / 슈탈 / 입헌주의의 도상에서 / 19세기 말 / 가톨릭 교회의 해석
[ 제5장 - 두 세계대전 시대 ]
1. 교회 투쟁의 길 : 20세기 초 / 바르트 불트만 선 / 변증법 신학의 전선에서는
2. 교회 투쟁의 한복판에서 : 바르멘 선언 / 질서의 신학자들 / 가톨릭 신학 / 신약학자들
3. 교회 투쟁과 저항운동 : 바르트 '의인과 법' / 본회퍼 / 북유럽의 교회 투쟁
- 맺음말
[ 보론 - 권위와 복종 '천황제 파시즘과 로마서 13장' ]
1. 1930년대
2. 1940년대
3. 결론
- 지은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