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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날 : 유현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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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유현산
  • 출판사 : 네오픽션
  • 발행 : 2014년 08월 27일
  • 쪽수 : 41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7400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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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 수상자 유현산 신작 장편소설
    네이버 웹소설 화제의 연재작! 1년여 만의 출간!
    "미래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에 다가가야 한다. 있는 힘껏."

    나는 돌아오겠다. 거기에 내 모든 것을 걸겠다.
    지식이 필요하면 밤새워 공부하고,
    힘이 필요하면 권력자의 가랑이 밑을 기고,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죽이겠다.
    나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존재들
    운명의 덫에 걸려 파멸하는 어느 조선족의 악몽 같은 가을

    지난 2010년 제2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현산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 [두번째 날]이 출간되었다. 수상작 [살인자의 편지]를 비롯해 두번째 장편소설 [1994년 어느 늦은 밤] 이후 2년여 만의 신작이다.
    [두번째 날]은 2013년 9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한 작품이기도 하다. 연재 당시 같이 연재 중이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진중하고 스케일 큰 사회적 문제를 다룸으로써 독자들의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기도 한 [두번째 날]은 웹소설 내에서 대중적인 큰 인기 대신 특색 있는 문제작으로서 한 부분을 차지하며 골수 독자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유현산의 작가의 첫 작품인 [살인자의 편지]는 한국형 추리소설의 본격적인 탄생을 예감하게 하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제2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고, 동시에 영화 판권도 팔려 곧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두번째 작품인 [1994년 어느 늦은 밤]은 영상언어로 옮겨도 될 정도로 선명하면서 정돈된 묘사와 서술, 치밀한 플롯,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표현하면서 문단과 독자들의 호평을 동시에 받으며 화제를 일으켰다. 이번 세번째 작품 [두번째 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두번째 날]은 한국 사회에서 독특한 마이너리티의 위치에 있는 한 사내가 운명의 덫에 걸려 파멸하는 스릴러다. 또한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범죄라는 계기를 통해 만나게 되는 사내의 이야기다. 거대 투자 기업 HM캐피탈의 배후에서 조선족 밑바닥 세력과 한국 정치권을 오가며 여러 세력을 조종해 금융 범죄를 저지르는 엘리트 조선족 3세 제임스 리, 연변에서 쫓기듯 한국으로 넘어와 운명의 시험대에 선 조선족 불법체류자 정문환, HM캐피탈에 의해 가족이 몰살된 후 ‘보이지 않는’ 그들을 실체를 찾아내려는 기자 조성우. 끊임없이 쫓고 쫓기는 운명에 처한 이들의 슬픈 인연이 시작된다.

    우리 안의 ‘다른 사람들’ 조선족
    조선족 사회를 통해 우리 내부의 공포를 드러낸다!

    신문사 기자인 조성우는 아내와 아들이 집에서 처참하게 살해되어 있는 현장을 목격한다. 소설가인 아내는 최근 스토커 때문에 우울증에 걸렸고, 그로 인해 르포를 쓰기 시작했는데, 조선족 범죄에 관한 르포를 위해 조사를 하던 아내의 부탁으로 조성우 역시 취재를 하고 있었다. 작가 하나가 조선족 범죄를 파고들 때는 대수롭지 않았지만, 기자까지 나서서 취재를 하고 다니는 게 위협으로 다가왔던 걸까.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된 조성우 기자는 죽음의 배후에 있는 조직들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선족이 세운 회사 중 가장 돈이 많고, 구로와 영등포의 폭력배들을 움직인다는 소문의 고려행정사라는 회사를 알게 되고, 그 관리 하의 중국집에서 일하는 조선족 남자아이의 도움을 받게 된다. 하지만 너무 깊이 들어간 탓에 남자아이는 살해되고, 살해되기 직전에 조성우에게 보낸 ‘평화농장’이라는 문자메시지를 토대로 조성우는 다시 조사를 시작한다.
    조선족 3세인 제임스 리는 한국에 투자회사인 HM캐피탈을 세웠는데, 조성우가 HM캐피탈의 자산 운용 구조를 조사하던 중에 정치인 성현범과 고려행정사라는 조선족 범죄 조직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평화농장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2001년에 터진 금융사기 사건, 이남상조신용 이사장과 직원들이 상조신용중앙회 전산망에 등록되지 않은 별도의 전산망을 만들어 읍내 고객 예금 800억 원을 관리하고 그중 100억 원을 빼돌린 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한편 조선족과 함께 평화농장을 일군 박 장로는 이남상조신용에 거액의 돈을 넣어두었는데, 1980년대부터 마을 유지들이 마을 사람 돈을 이남상조신용에 넣어놓고 마을 사람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자기네들이 마음대로 사용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박 장로는 이를 신고하지 않고, 마을 유지들을 불러 상조신용 돈을 농장에 투자하면 눈감아주겠다고 제안한다. 마을 유지들은 겉으로는 그러겠다고 했지만, 뒤로는 마을 청년들을 꼬드겨 평화농장을 때려 부수게 만들었다. 2000년대 초반의 이남상조신용 사건은 평화농장을 부수고 그것을 마을 주민들에게 넘겨줌으로 인해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2010년, 조선족 밀집 지역인 대림동과 가리봉동에 10여 년 전과 비슷한 구조의 상조신용이 생겼는데, 이는 제임스 리가 HM캐피탈을 통해 세운 것이었다. 조선족 우대 정책을 통해 그들의 돈을 관리하고 내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는 고려행정사가 찍어 누르는 식으로 운영하면서 조선족들의 예금을 이용했다.
    그렇다면 제임스 리라는 인물은 누구일까?
    제임스 리의 본명은 리진웅이다. 흑룡강성의 국경 마을에서 자라난 리진웅은 열세 살이 되던 해에 중국 집체호처럼 공동체를 일구어 농장을 만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웃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왔다. 그곳이 바로 평화농장이었다. 하지만 평화농장은 마을 주민들에 의해 부서지고, 좋아했던 과자 삼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한 리진웅은 어머니와 함께 산으로 피신하지만, 마을 청년이 휘두른 칼에 찔려 산을 넘기 전 어머니는 죽게 된다. 어머니는 한국으로 오면서 평화농장의 장로와 결혼을 했고, 장로의 비밀문서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죽기 전 리진웅에게 자료를 넘겼다. 리진웅은 중국으로 다시 돌아와 그 돈을 가지고 유학과 공부를 마치고, HM캐피탈을 세워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한국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조선족 조직 고려행정사와 한국의 정치권, 그리고 조선족들의 돈을 움직이며 조직적으로 금융 범죄를 저지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뒤를 캐는 기자의 아내와 아이를 죽이게 된 것이다.
    제임스의 명령으로 조성우 기자의 아내와 아들을 죽이게 된 정문환은 조선족 건달로 용정에서의 건달 싸움에서 사람을 죽이게 되면서 한국으로 건너와 불법체류자로 공장을 전전하며 13년을 살아왔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그는 제임스의 몇 가지 일을 처리하면 중국으로 돌아가 번듯하게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그렇게 조성우의 가족을 죽이게 된다. 하지만 제임스 측근에 있던 다른 조선족 건달의 배신으로 인해 죽음의 위기에 처하고, 그 과정에서 제임스와 한국의 조폭 조직을 왔다 갔다 하며 스파이 노릇을 하게 된다.
    지방 마을 사람들의 돈을 빼돌려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고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평화농장을 짓밟은 한국의 마을 유지들, 평화농장에서 살아남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후 조선족과 한국의 정치권을 오가며 금융 범죄를 저지르며 오직 하나의 목표만을 생각하고 달려왔지만 그것이 이루어지려는 순간 무너진 제임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돈 때문에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아야만 하는 정문환, 거대 투자 기업을 조사했다는 이유로 아내와 아들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고, 자신을 파괴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다시 그 뒤를 캐기 시작하는 조성우 기자 등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쫓고 쫓기며 슬픈 인연을 맺고 있다.
    이 소설은 사람들이 잘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문제, 불편해하는 문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안의 ‘다른 사람들’인 조선족을 소재로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 사회 내부의 공포와 그 공포가 분노로 발현되는 지점을 그려낸 것이다. 이 소설은 조선족을 폄하하는 소설이 아니다. 조선족을 토대로 우리 사회의 공포와 분노를 드러낸 사회파 스릴러 소설이다.

    작가의 말

    무엇보다 먼저, 이 책에 조선족을 비하하려는 어떤 의도도 없음을 말하고 싶다. 나는 그들에 대한 어떤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들의 고난과 성취에 경의를 표한다.
    나는 다만, 한국 사회에서 독특한 마이너리티의 위치에 있는 한 사내가 운명의 덫에 걸려 파멸하는 스릴러를 쓰고 싶었다. 그가 운명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칠수록 운명은 그를 더 단단히 옥죈다. 나는 또한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범죄라는 계기를 통해 만나게 되는 사내를 그려보고 싶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떠밀려 끔찍한 터널을 통과해야 하며, 그 터널 끝에서 다시 삶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어떤 부분이 조선족에게 상처가 된다면 두 손 모아 사죄드린다.
    (......)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사업차 자카르타에 체류하고 있다. 체류 기간이 예상보다 꽤 길어질 것 같다. 인도네시아 사회의 마이너리티가 된 나는, 이방인에 대한 인도네시아인들의 복잡한 시선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이 화교를 집단 린치 했던 폭동을 자주 떠올린다. 미래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에 다가가야 한다. 있는 힘껏.

    목차

    첫번째 날
    살인의 이유
    지옥의 문
    다가오는 그림자
    상실의 힘
    비밀의 뒷면
    추방
    두번째 날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20년 전, 열세 살의 겨울을 나는 ‘첫번째 날’이라고 부른다.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그날 이후 새로 태어난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날 뒤엔 두번째 날이 있고, 두번째 날 뒤에는 세번째 날이 있을 것이다. 그날들을 거치며 내 인생은 점점 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인가, 나는 두렵기만 했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모든 일에 끝이 있다고 했다. 언젠가는 나도 평안해질 것이다.
    내 이름은 리진웅이다. 가끔 나는 천국의 문을 여는 주문이라도 되는 듯 먼 하늘에 대고 내 이름을 발음해본다. 진웅, 부모님은 ‘보배 진珍’ 자에 ‘수컷 웅雄’ 자를 썼다. 그런 이름을 내려준 사람들이라면 자식을 정말로 사랑했을 것이다. 내 인생의 햇살은 열세 살 이전에만 비춘다. 내 어둠은 열세 살에 시작돼 영원히 내린다. 열세 살 겨울의 기억은 밤마다 나를 찾아와서 거친 혓바닥으로 온몸을 핥고 사라진다. 나는 밤마다 땀에 젖는다. 나는 안개 뒤에서 피 묻은 송곳니를 들이대는 괴물을 느낀다. 이제는 그것이 악몽인지 실재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
    (/ p.16)

    "HM캐피탈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됐고 한국에 투자자문업으로 등록돼 있어. 역외 펀드를 운용해서 큰손을 유치하기도 했더군.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말이야. 성은은행이 한 20억, 시호산업이 한 10억 정도 돼. 최근에는 주식중매하는 자회사도 차려서 금감원에 예비 허가를 받았어."
    "버진아일랜드? 하여간 돈장사 하는 새끼들은 취향이 남달라."
    "선진 금융 기법이라고 표현해줘. 대표이사는 제임스 리라는 미국 영주권자야. 국적은 중국. MIT대 경영대학원을 나왔어."
    "조선족이군."
    (/ p.66)

    "근데 HM캐피탈은 왜 캐고 다녀?"
    "마누라님 명령이야. 소설가에서 르포 작가로 전업하셨잖아. 조선족 범죄 관련 르포를 쓸 거래. 조선족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고 한국 사회의 인종적 편견이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느꼈대. 한국 사회가 위기래."
    "그럼 조선족의 역사에 대해 써야지. 수난사 같은 거 말이야. 왜 하필 조선족 범죄야?"
    "나도 몰라. 근데 마누라가 취재한 조선족 날건달 놈 하나가 HM캐피탈 얘기를 꺼냈나 봐. 너도 알다시피 요즘 마누라 사정이 안 좋잖냐. 조사해달라는데 거절을 할 수가 있어야지."
    (/ p.69)

    "HM캐피탈이 조선족 상대로 주먹질을 한다고? 아줌마 아저씨들 골목에 몰아넣고 삥이라도 뜯는단 말이야? 그게 말이 돼?"
    "그럴 리가 있냐. 그런데 정치인이 껴 있다니까 직업의식이 발동하는데? 성현범이랑 조선족 엘리트라는 놈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우고 싶다 이 말씀이야."
    (/ p.70)

    어머니가 내 손을 잡았다. 그제야 나는 보이지 않는 힘에서 풀려났다. 어머니가 내 팔을 잡아끌었고, 나는 있는 힘껏 버티고 서서 고개를 저었다.
    "켕하니 서서 뭐 하는 게야? 저래 조겨대는 거 안 보이나?"
    어머니가 내 뺨을 때렸다. 나는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했다.
    "날래 가지 못해?"
    나는 어머니의 손이 이끄는 대로 골짜기를 내려갔다. 엄마, 과자 삼촌이...... 과자 삼촌이....... 나는 어머니에게 방금 내가 받은 충격과 상처를 말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과자 삼촌이 죽는 순간 내 세계가 박살났음을, 내 안의 모든 것이 무너졌음을 알리고 싶었다. 어머니는 계속 빨리 가라고 나를 채근했다.
    (/ pp.294~295)

    나는 귀국선을 탔다. 뱃고동이 울리며 바닥이 흔들릴 때 나는 아팠다. 그 아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내 몸이 뿌리째 뽑히는 느낌이었다. 온몸의 생살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 나라를 떠난다. 어머니와 과자 삼촌이 묻힌 작은 산들의 나라를 떠난다. 폭력을 좋아하는 사람들, 한 살만 어려도 친구가 될 수 없고, 셋만 모여도 서열을 따지는 사람들, 죽도록 일하고 죽도록 술을 먹는 사람들, 모든 남자가 군인이며 모든 일에 정신력을 강조하는 사람들, 웃고 떠들며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다가도 다음 날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사람들, 열세 살 이전의 삶을 허물고 인생의 새로운 지침을 내려준 사람들을 나는 떠난다.
    나는 울음을 삼켰다. 뺨 위로 눈물 두어 방울이 흘러내렸다. 나는 손바닥으로 뺨을 감싸고 눈물의 온기를 느꼈다. 두 번 다시 울지 않을 것이다. 이 울음을 가슴 깊이 묻어두고 거기서 나오는 힘으로 살 것이다. 어디선가 과자 삼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죽지 말아라, 너는 살아남아라.
    나는 언젠가 이 땅에 돌아올 것이라고 결심했다. 나는 푸른 대양을 버리고 태어난 곳을 향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신세다. 고통스럽지만 끓어오르는 본능에 이끌려 죽을 때까지 지느러미를 움직여야 한다. 나는 돌아오겠다. 거기에 내 모든 것을 걸겠다. 지식이 필요하다면 밤을 새워 공부하고, 힘이 필요하다면 권력자의 가랑이 밑을 기고,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죽이겠다. 나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팔다리가 잘리고 뺏긴 돈을 찾겠다고 울부짖는 사람이 되지는 않겠다. 나는 강해지겠다.
    (/ pp.301~302)

    "안에 인질이 있어요. 작전하면 다 죽어요."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하지만 뭐요?"
    "인질들이 조선족이잖아. 한국인처럼 부담스럽지는 않지."
    "그게 제정신으로 할 소립니까?"
    "현실이 그렇다는 거야. 현실이."
    조성우는 범인들의 시체를 보고 싶지 않았다. 살인범과 제임스와 성현범을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세우는 것이 조성우가 인정할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이었다. 취재 수첩을 들고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면 지난 몇 달 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분노와 죄의식도 사라질 것 같았다.
    (/ pp.375~376)

    "나간다고? 그래, 만에 하나 여길 나가더라도 뭐가 달라지지? 삶이 달라져? 네놈이, 네놈의 자식이, 그 자식의 자식이 어떤 삶을 살 거라고 기대하나? 아무리 도망쳐봤자 제자리인 걸 넌 아직도 몰랐나?"
    (/ p.385)

    "이 일이 다 끝나면 기자님은 뭘 위해 살 거죠?"
    "처음엔 자살을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떻게?"
    "죽은 사람들을 위해 살려고요."
    정인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 최선이라고 맞장구를 치는 듯했다. 산 자들은 죽은 자들을 위해 사는 거라고 조성우는 생각했다. 죽은 자들의 사랑, 원한,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산 자는 이를 악물고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역사다.
    (/ p.40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2~
    출생지 서울특별시
    출간도서 6종
    판매수 885권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한 뒤 11년 동안 시사주간지에서 일했다. 2010년 장편소설 [살인자의 편지]로 제2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을 받았고 이후 [1994년 어느 늦은 밤] [두 번째 날] 등의 추리 스릴러 소설을 펴냈다. 아빠가 소설가인지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대 문명과 수학 퀴즈를 동화에 접목시켜 [도둑왕 아모세]를 썼다. 앞으로도 어른을 위한 추리소설과 고대 문명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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