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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간들 + 나의 아름다운 정원 + 표백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모던 하트 +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굿바이 동물원 + 홍합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열외인종 잔혹사 + 도모유키 + 물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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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엄마의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설!

    2014년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은 최지월의 [상실의 시간들]로, 신인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날카로운 상실의 고백, 죽음의 풍속을 그려냄으로써 삶의 진실을 복원해내는 경이로운 음각화 등의 심사평과 함께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상실의 시간들]은 엄마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석희가 엄마의 죽음을 치러내면서 49재에서 100일까지 세세하고 꼼꼼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육체적 죽음이 사회적 죽음이 되기까지, 언젠가는 누구나 목격해야 하는 부모의 죽음을 매우 현실적으로 서술한다. 당연한 듯 있었던 존재의 상실을 말하는 이 소설은 어찌할 수 없음의 수동적 슬픔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딪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능동적 슬픔의 힘을 느끼게 한다.

    인생이란 영원할 것 같은 생의 한 가운데를 지나, 결국 찰나였음을 깨닫는 여정이 아닐까? 찰나생 찰나멸. 그 안에서 있는 힘을 다해 살아가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상실의 시간들]은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제14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으로, 극우파 노인, 노숙자, 정규직을 꿈꾸는 비정규직, 백수 게임폐인 등 우리 사회 대표적인 '열외인간'의 일상을 하루동안 시간대별로 추적한다. 이들 주인공은 서로 스치고 얽히다 마침내 한날 한시에 자본주의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코엑스몰에서 황당하고 놀라운 사건에 함께 휘말려 들게 된다. 경쟁과 착취, 혼돈과 모순의 천민자본주의의 끝에서 '열외인간'이라는 낙인을 서로에게 찍어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블랙코메디로 작품 속에 녹아 있어,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미있는 문체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웃을 수 만은 없는 작품이다.
    2012년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굿바이 동물원]. ‘이 작가는 능숙하게 사람을 울리고, 능숙하게 사람을 웃긴다. 그러나 마침내 아프다’라는 평을 들으며 250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이 소설은 처절한 경쟁 사회에서 밀려난 주인공이 동물원의 동물로 취직하면서, 고릴라의 탈을 쓰고 가슴을 탕탕 두드리고 12미터에 달하는 철제 구조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오르내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화장실에 빈 칸이 없어서 울지 못하고 눈만 벌게졌던 주인공 김영수. 그는 회사에서 해고되고 집에서 부업으로 마늘을 까면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삶을 떠올리고, 어쩌면 마늘을 까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부업 브로커 돼지엄마에게 소개를 받아 ‘세렝게티 동물원’에 고릴라로 취직하여 같은 고릴라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들의 사연을 하나씩 풀어놓으며 작가는 현대 경쟁 사회의 현실을 꼬집고, 그 속에서 사람이지만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물원에서 사람이 아니라 동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때론 정감있고 울컥하게 담아내면서, 경쾌하지만 슬픈 블랙코미디를 선보인다.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모던 하트’. 실제로 헤드헌터 일을 한 전력이 있던 저자의 이야기가 녹아 들었던 탓일까. 소설의 주인공 역시 헤드헌터일을 하며 겪는 대한민국 직장정글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뿐 만 아니라 이미 30대 후반이 되어버린 싱글여성이 주인공인 만큼 연애와 결혼 같은 개인의 삶과 그런 인물의 내면까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눈으로 소설을 읽고 있지만 귀로 들린다는 어느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이 소설은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담아 전달하는 생생한 대화록처럼 보인다. 아마존 정글만큼이나 한치 앞을 알 수 없고 모순투성이인 2013 대한민국의 직장정글은 이렇게 한 소설의 손끝에서 수준높은 세태소설로 재탄생했다. 밥벌이를 하고, 어쩌면 열심히 사는 것 같다고 생각할수록, 알 수 없는 건 많아지고, 사는 건 온통 의문에 모순투성이라는 생각이든다면, 정아은의 모던하트를 들어보자. 어쩌면 현실세계를 온전히 살아내는 마음 편한 방법을 찾을 지도 모르겠다.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범신, 공지영, 황현산 등 본심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당선된 이번 작품은 '귀하고 탁월한 감수성과, 말을 다루는 재주가 빼어나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거듭되는 가정폭력에 자신의 부모가 진짜 부모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집을 나서는 소녀. 그녀는 진짜 엄마를 찾아 나서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시선과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의 고통을 만나면서 희망을 잃어가는 소녀의 모습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슬픈 자화상이다.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장강명의 '표백'.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이 소설은 요즘 세대를 이른바 '표백 세대'라 지칭한다. '표백 세대'란 너무 완벽해서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는 흰색 같은 세상에 순응해야만 하는 요즘의 청춘들. 작가는 섬찟할 정도로 이 시대 청춘들의 모습을 현실적이고, 정확하게 그려냈다. 누가 봐도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최고의 자리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보여주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주 된 스토리. 또한 자살선언문의 성격을 가진 유언적 잡기(雜記)와 주인공의 현실 세계를 번갈아 배치하여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몰입하도록 만든다. 이 책이 던지는 차갑고도 절박한 메시지는 우리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2005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마네킹 24호>로 등단한 조영아 장편소설. 감성적인 문체, 환상과 현실이 교묘하게 배합된 미학적 문법으로 자본주의 경쟁이 폭발하고 있는 대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핍진하게 재현하고 있다. 제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이 책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남자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 밑바닥의 모습을 살펴낸다.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단문으로 이야기를 엮어냈으며, 요소요소에 에피소드를 적절히 배치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늘 지기만 하는 야구, 삼미 슈퍼스타즈와 1980년대

    후일담 소설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던 "1980년대"라는 유령이 다시 돌아왔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그러나 유쾌한 버전으로.

    주인공은 프로야구단이 창설된 1982년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37년 만에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고, 중·고생의 두발과 교복자율화가 확정됨은 물론, 경남 의령군 궁유지서의 우범곤 순경이 카빈과 수류탄을 들고 인근 4개 마을의 주민 56명을 사살, 세상에 충격을 준 한해였다. 또 건국 이후 최고경제사범이라는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거액어음사기사건과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이 일어난 것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고, 팔레스타인 난민학살이 자행되고, 소련의 브레즈네프가 사망하고, 미국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발사되고, 끝으로 비운의 복서 김득구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레이 '붐붐' 맨시니와의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사망한 것도 바로 그해의 일이었다.

    여기에 엘리트 학생복지와 국풍81, 댄스그룹 둘리스, 민병철 생활영어 같은 세세한 소품들이 더해져 소설은 마치 영화 [친구]나 [품행제로] [해적, 디스코왕되다]를 보는 듯한 복고적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은 이러한 현실적 배경을 뒤로한 채 곧바로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실재했던 괴짜구단으로 시선을 옮겨간다.
    이 소설이 삼미 슈퍼스타즈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명료해보인다. 늘 패배만 하고 살아온 우리 시대의 자화상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변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경쟁과 죽음을 부추기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와 만나 색다른 소설적 감흥을 준다.

    조성훈의 입을 통해 작가는 말한다.


    …전부가 속았던 거야.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란 구호는 사실 '어린이에겐 경쟁을! 젊은이에겐 더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면 돼. 우리도 마찬가지였지. 참으로 운 좋게 삼미슈퍼스타즈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우리의 삶은 구원받지 못했을 거야. 삼미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와도 같은 존재지. 그리고 그 프로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모든 아마추어들을 대표해 그 모진 핍박과 박해를 받았던 거야. 이제 세상을 박해하는 것은 총과 칼이 아니야. 바로 프로지! 그런 의미에서 만약 지금의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다시 한번 예수가 재림한다면 그것은 분명 삼미슈퍼스타즈와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삼미 슈퍼스타즈]를 둘러싼 화자와 "주변인들"간의 대화, 아무런 의미도 없고 논리적 연관성도 없어보이는 수사들 속에는 엄혹한 현실에 대한 풍자와 이런 현실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가치를 지켜가려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 숨어 있다.

    다양한 문화적 코드와 유니크한 어조를 기반으로 한 문장의 강력한 힘!

    이러한 서사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박민규만의 독특한 문체가 가지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게시판 글쓰기와도 같은 속도감있고 밀도 있는 문장, 만화적 상상력과 하루키를 연상케하는 낭만적 모티브는 소설이 줄 수 있는 모든 재미를 한꺼번에 선사하고 있다.

    90년대 쏟아지기 시작해 지금은 그 흔적이 묘연한 소위 "신세대문학" 그리고 기성작가들의 고전적 글쓰기와 일정한 선을 긋고 있으면서도 그 진중함과 소설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예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80년대를 주무대로 하고 있으나 80년대의 그것들과는 또 다른 소설미학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 현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 이들이 어우러져 빚은 독특한 빗깔의 소설. 제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다.
    세상에서 가장‘못된’소녀의 지독한 성장기!
    1996년 한국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5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웰컴 투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무중력증후군],14회 주원규[열외인종 잔혹사](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10년이 넘는 기존의 당선작들은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0년 제15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은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다. 예심 심사위원은 물론 박범신, 공지영, 황현산 등 본심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당선된 이번 작품은 ‘귀하고 탁월한 감수성과, 말을 다루는 재주가 빼어나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최진영의 신입답지 않은 문장과 이야기의 구성력은 한겨레문학상 심사 내내 화제를 일으켰다. ‘서너 페이지에 한 번쯤, 그 자체가 목적인 아름다운 문장들 때문에’ 호흡을 가다듬게 하고, 무거운 소재를 리듬감 있게 매만지는 야무진 솜씨는 작가의 재능과 문학적 미덕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200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당선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은 스스로 동심(童心)을 거부한 소녀의 눈을 통해 서늘한 현대 사회의 풍경을 서정적이면서도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다.

    “엄마의 구멍을 찢고 바깥으로 나왔던 그 순간,
    나는 이미 끝을 경험했다.”

    여기 ‘이름조차 행방불명된’ 소녀가 있다. 아빠에게 백칠십두 번째로 맞고 엄마가 백삼십다섯 번째로 밥을 굶긴 어느 날, 소녀는 자기를 못살게 굴던 부모를 ‘가짜’로 만들어버린 후 집을 나온다. 소녀는 오직 ‘진짜’에 대한 물음 하나만 가지고 ‘지극히 못된 방식으로, 유혈낭자하게’, 자기가 찾는 것을 향해 후미진 세상 구석구석을 떠돌기 시작한다.
    소녀의 걸음이 닿은 곳마다 불행은 즐비하다. 마치 음극이 양극을 끌어당기듯 불행한 소녀 옆을 스치는 사람들 역시 하나같이 ‘못나고 실패해서 가짜 취급 받는 생애’들이다. 소녀는 그들 안에서 행복을 찾기도 하고, 살아 있는 ‘평화’를 꿈꾸기도 하지만 매 순간 또 다른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 때문에 자신의 소망에 균열이 일어난다. ‘누군가가 웃으려면 누군가는 반드시 울어야 한다’는 소녀의 깨달음은 피해자가 피해자를 가해하는 우리 사회의 잔혹한 모습을 역설하고 있다.
    소녀가 세상의 고통들을 만날 때마다 혹은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에서 비껴서야 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는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그러나 애써 외면하는 슬픔, 박탈감, 외로움, 허무감이다.[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은 읽는 이로 하여금 묻어두었거나 외면해버린 상처들과 대면하도록 하는 강렬한 힘이 있다. 작가 자신이 치유의 과정으로 작품을 썼듯이 독자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져 조용한 위로가 될 것이다.

    주요 내용
    ‘이년’, ‘저년’ 혹은 ‘언나’라고 불리는 소녀가 있다. 거듭되는 아빠의 폭력과 엄마의 가출에 시달리다가 자신의 부모는 진짜 부모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진짜엄마를 찾기 위해 집을 나온다. 소녀는 황금다방 장미언니, 태백식당 할머니, 교회 청년, 폐가의 남자, 각설이패 등을 만나면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마다 버려지거나 도망치게 된다. 서울에 도착한 소녀는 자기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친구를 만나게 된다. 소녀는 자기만의 시선과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선(善)에 따라 움직이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외롭고 힘든 순간마다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을 그리워하던 소녀는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마침내 어떤 결심을 하게 된다.

    추천의 말
    때로는 ‘못됐다’는 표현이 ‘문학적’이라는 말을 대신해서 쓰이기도 한다. 풀어 말한다면 그것은 한 작가가
    스물다섯 살의 노시보는 뉴스홀릭이다.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 뉴스를 받고, 인터넷 뉴스의 댓글을 살펴야 직성이 풀린다. 노시보가 불안한 때는 뉴스가 없을 때이다. 세상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동안, 혹은 아무런 뉴스도 듣지 못하는 동안 노시보는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노시보는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8개의 직장을 다녔다. 기원에 다니시는 엄한 아버지와 모든 종교를 다 섭렵하신 엄마, 사법고시를 준비 중인 형이 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 친구 미라와는 최근에 헤어졌다. 그는 현재 부동산 회사에서 땅을 파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곳이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어느 날 달이 2개로 늘어난다. 과학계는 발칵 뒤집히고, 세계적으로 가출과 폭력과 자살이 속출한다. 종말론이 다시 등장하고, 백년 후의 지구 상황을 예측하며, 달에 기지를 세우자는 등 달을 여러 가지로 활용하려고 한다. 달로 이주하려는 사람들도 등장하는데, 이들은 스스로 중력을 초월하는 무중력자라고 부른다. 무중력자들은 지구를 떠나기 위해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거나, 무단가출을 하면서 지구에서 사라진다. 집에서는 엄마가 달구경을 간다고 사라졌고,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형은 부모님이 안 계신 틈을 타서 집에 와서 몰래 몰래 요리를 해놓고 가곤 했다. 두 번째 달이 뜬 후 15일 후에 세 번째 달이 뜨면서 사회에는 연쇄적인 범죄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스스로 ‘종합병원’이라고 부를 만큼 몸 곳곳이 자주 아픈 노시보는 병원과 한의원에 가는 것이 일종의 취미활동인데, 그런 증상에 관심을 갖는 기자 송영주(퓰리처라 부름)를 만나게 된다.
    달이 4개로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달을 생활터전으로 인식한다. 달나라 분양권이 팔리기 시작하고, 금세 동이 난다. 땅을 파는 노시보의 회사에서는 불황이 깊어지자, 사장이 나서서 달을 팔겠다고 나선다.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무중력 미용실을 개업하고, 친구 구보는 섹스머신 ‘무중력 판타지아’를 팔기 시작한다. 노시보는 기자 송영주와 함께 건강검진을 하고, 일과 연관되어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의 병명을 알게 되지만 기자는 타이밍을 맞춰 뉴스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달이 뜨는 것도 일상적인 자연현상이 된다. 예고한 시간에 달이 뜨고, 규칙을 발견한 사람들은 긴장하지 않는다. 아무도 긴장하지 않는 그 순간, 송영주는 노시보의 병명을 발표한다. 무중력증후군! 사람들이 아파서 병원에 갈 때마다 모든 의사가 무중력증후군이라고 판정하며, 모두가 같은 병을 앓게 된다. 아픈 사람과 아프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중력증후군을 사고파는 일까지 생겨난다.
    달은 6개까지 늘어나고, 모든 무중력적인 사업들은 인기를 잃는다. 그리고 일곱 번째 달이 뜨기로 한 날, 달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고, 뉴스에서는 또 새로운 신종 증후군이 등장한다.
    제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홍합'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합니다. 첫 회 수상작이 없었기에 은 실제로 지난해 수상작 에 이어 두 번째 수상작인 셈입니다. 올해에 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100편이 응모하였고 기성작가도 많이 참여하였습니다. 예심은 고종석·성석제(소설가), 김미현·방민호(문학평론가)가, 본심은 박완서(소설가), 김윤식·황광수(문학평론가)가 맡아 달포 동안 엄정하게 작품을 심사했습니다. 응모작의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는 평가입니다.

    응모작 가운데 이 작품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능청스럽고 걸쭉한 입담으로 서민들의 건강 한 삶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는 게 선정의 주된 이유였습니다. 작가는 '비주류' 작가로 꼽힙니다. 흔히 젊은 소설가들이 톡톡 튀는 도시적 감수성으로 중 산층의 삶을 다루지만 을 비롯하여 그의 소설은 하나같이 하층민의 진솔한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 얘기는 남들이 다 쓰지 않습니까?" 작가가 왜 그런 대상을 선 택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은 여수의 한 홍합공장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건강 한 생명력을 토속적인 입담과 해학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사내들을 위해 그들은 홍합공장으로 밭으로 뛰어다닙니다. 때로는 부부싸움도 걸판지게 하고 때로는 아주 '보잘것없는 일' 때문에 서로 으르렁거리기도 하지만 그들은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슬픔을, 고통을 읏음으로 승화시키는 강인한 힘이 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까닭입니다. 심사위원이 말하듯 은 여간 재미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포장식품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푸성귀의 자극을 잊지 못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내용 소개

    제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걸쭉한 입담과 해학, 한잔 소주 같은 소설! 이 소설은 바닷가 홍합 공장을 배경으로 일년 동안 일어난 일을 소제목별로 엮어 놓은 것으로 장편 속에 단편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닷가 현장에서 홍합을 트럭에 싣고 공장으로 올라가던 문기사는 도중에 펑크가 나서 늦는다. 덕분에 기다리던 여자 인부들이 술을 사달래서 먹고 노래를 부른다. 다들 돌아갔으나 중령네는 취해 남은 사람을 데리고 술집에 가서 시아버지에게 술을 사달라고 한다.
    공장 반장인 강미네가 부부 싸움을 하고 왔다. 친구인 광석네와 문기사, 공장장이 이 끝난 다음 같이 시내로 술을 마시러 간다. 그곳에서 싸움의 소상한 내력을 듣는다.
    공장 일에 이력이 난 여수 국동패들 중에 석이네는 붙임성이 좋은 여인네로 공장장에게 허락을 얻어 잠깐 외출을 하고 오면서 입막음용으로 붕어빵을 사온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신풍패들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석이네에게 시비를 걸어 말싸움이 난다.
    기골이 장대한 금이네는 신풍 사람으로 몇 년 전 마을 남자들과 바람을 피웠던 여자이다. 일하다가 그게 불거져나와 중령네와 대판 싸움을 벌이고는 집으로 갔다가 다시 찾아온다. 이번에는 공장의 큰 일꾼이자 남편을 잠시 금이네에게 뺏긴 적이 있는 근태 엄마가 삽을 들고 쫓아낸다. 미순이는 5.18때 남편을 잃고 실어증에 걸린 여자로 부모 없는 아이 하나를 받아서 키우고 산다. 문기사가 아이와 아이의 할머니를 여수로 태워다 준다.
    세자는 홍합공장과 냉동공장, 도축장 인부들 밥을 해주는 밥집 딸로 남자 동생이 폭행혐의로 파출소에 잡혀간다. 어머니는 합의금을 구하러 친구집을 찾아가고 세자 혼자 무더운 여름날 입 건 남자들을 상대로 고군분투를 한다. 이 상황을 지겨워하며 빨리 뜨고 싶어한다.
    문기사와 승희네는 공사에 쓰일 자갈을 주으러 바닷가로 간다. 둘 사이에는 야릇한 감정이 있다. 문기사가 노래 테이프를 선물한다. 야무지고 차돌맹이 같은 승희네는 그러나 시댁 일에 치여 낙담을 하게 된다. 홍합 수출 선적이 끝난 뒤 냉동 공장 사람들과 같이 개를 잡아먹고는 바닷가로 야유회를 간다. 같이 공장 을 하는 김씨 부부네 집까지 놀러갔다가 그 집 아들들이 아버지와 달리 공부를 잘하는걸 보고 모두 감탄한다.
    태풍이 불어와서 현장과 공장이 모두 멈춘다. 공장장과 문기사, 승희네
    능숙하게 사람을 울리고, 능숙하게 사람을 웃긴다. 그러나 마침내 아프다!

    1996년 한국 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7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의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14회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15회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16회 장강명의 [표백](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15년이 넘는 기존의 당선작들은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2년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굿바이 동물원]은 심사 위원들에게 ‘슬프고 우습고 재밌다. 감수성 있는 문체는 문학적 재능의 번뜩임을 증명하고, 슬프지만 우습게 말하는 소설문법은 삶을 보는 통찰력의 내공을 입증한다’, ‘이 작가는 능숙하게 사람을 울리고, 능숙하게 사람을 웃긴다. 그러나 마침내 아프다’, ‘우울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곳곳에 기발한 유머가 배어 있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밥벌이의 위대함과 비애에 대해 생각했다. ‘시대의 슬픔’을 묘사할 줄 아는 작가’ 라는 평을 들으며, 250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굿바이 동물원]은 처절한 경쟁 사회에서 밀려난 주인공이 동물원의 동물로 취직하면서, 고릴라의 탈을 쓰고 가슴을 탕탕 두드리고 12미터에 달하는 철제 구조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오르내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화장실에 빈 칸이 없어서 울지 못하고 눈만 벌게졌던 주인공 김영수. 그는 회사에서 해고되고 집에서 부업으로 마늘을 까면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삶을 떠올리고, 어쩌면 마늘을 까기 위해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뭘까?”라며 끊임없이 질문하던 그 시절, 그는 인형 눈깔을 붙이다가 본드를 불고, 종이학과 공룡 알을 접다가, 부업 브로커 돼지엄마에게 소개를 받아 ‘세렝게티 동물원’에 고릴라로 취직한다. 같은 고릴라사에서 일하는 앤 대리, 조풍년 과장, 대장 만딩고를 만나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사연을 하나씩 듣게 된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공무원 공부를 하는 앤과 역시 “사람답게 살고 싶”어 과거의 일을 버리고 동물원에 온 조풍년, 그리고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만딩고의 이야기까지. 작가는 그들을 통해 현대 경쟁 사회의 현실을 꼬집고, 그 속에서 사람이지만 사람으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물원에서 사람이 아니라 동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때론 정감 있게 그리고 울컥하게 담아내면서, 경쾌하면서 슬픈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도시의 삶에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흥미로운 탈출 안내서
    롤러코스터처럼 펼쳐지는 경쾌하면서도 슬픈 블랙코미디!


    ‘세렝게티 동물원’, 가까이에서 동물들을 직접 만질 수도 있고, 동물들에게 물건을 던지며 해코지도 할 수 있는 그곳. 왜냐하면 그곳은 사람이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 흉내를 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관객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지만. 그래서 그곳은 어쩌면 섬뜩하고 소름 끼치면서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알면 마음이 짠하면서 슬픈 동물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릴라사에서 같이 일하는 대장 만딩고도 조풍년 과장도 앤 대리도 모두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 각각의 사연과 그들이 살아내고 있는 인생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과 동일하다. 동물원에서 일하면서 도서관에서 공무원 공부를 하는 앤 대리의 이야기는, 공무원만이 행복한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고 믿으며, 힘들게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고 있는 88만원 세대 청춘들의 이야기이고, 조풍년 과장의 지난 세월 이야기는, 자신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그만두게 만들어야 하는, 그렇게라도 사람 구실을 하면서 먹고
    5천만원 고료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죽음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상실의 고백!

    엄마의 죽음으로 마주한 가족의 이야기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설!


    1996년 한국 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9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의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14회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15회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16회 장강명의 [표백], 17회 강태식의 [굿바이 동물원], 18회 정아은의 [모던 하트](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기존의 당선작들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문단의 주목과 동시에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4년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은 최지월의 [상실의 시간들]로, 총 246편의 경쟁작 가운데 예심 심사위원들의 추천과 본심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 끝에 ‘작가의 진정성에 깊은 신뢰감을 느낀다’, ‘신인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날카로운 상실의 고백’, ‘죽음의 풍속을 그려냄으로써 삶의 진실을 복원해내는 경이로운 음각화’ 등의 심사평과 함께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상실의 시간들]은 주인공 석희가 엄마의 죽음을 치러내면서 사십구재에서 탈상인 100일까지 세세하게, 꼼꼼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육체적 죽음이 사회적 죽음이 되기까지, 언젠가는 누구나 목격해야 하는 부모의 죽음을 매우 현실적으로 서술한다. 당연한 듯 있었던 존재의 상실을 말하는 이 소설은 어찌할 수 없음의 수동적 슬픔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딪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능동적 슬픔의 힘을 느끼게 한다.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실의 기록


    [상실의 시간들]은 엄마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49일이 지난 지금, 슬픔보다는 평범한 일상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온다. 엄마를 생각하는 시간보다 살아 있는 아버지와 말싸움을 하고, 같이 병원을 다니고, 아버지 혼자 집안일을 할 수 있도록 삶을 정비하는 일이 급선무가 된다. 만성 신부전과 고혈압이 있는 아버지는 강도 높은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먹어야 하고 먹지 말아야 하는 모순 속에서, 정기적인 출퇴근 없이 연애소설을 쓰는 나는 당분간 모시게 된 아버지와 매일 전쟁을 치른다.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엄마. 병원 응급실로 실려온 엄마는 사망진단서를 받기까지 ‘환자’인 채로 대기 중이었다. 응급실 구석에 잠옷 차림에 미간을 잔뜩 찡그린 엄마를 그대로 둔 채, 아버지는 응급실 앞 대기실에서 엄마의 죽음을 처리해줄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희와 내가 의사의 서명을 받고 장례식장의 이용객이 된 뒤에야 엄마는 비로소 장례 의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나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했다. 황망한 정신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빈소며, 조문객을 위한 식사며, 술이며, 떡을 골랐다. 남 앞에서 울지 않는 나를 보고, 엄마의 교회 친구인 아줌마들이 몰려와 범인을 색출하듯 심문하고, 몇 번 보지도 않은 아버지 쪽 친척들은 엄마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이제 형님은 어떻게 사냐며 고래고래 울부짖었다. 엄마를 추억하거나 그리워하거나 슬퍼하기는커녕,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 아버지가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43년간 아버지와 살아온 엄마는 대체, 어떻게 살아낸 것일까.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고향을 떠났고, 내가 세 살 때 이사 온 원주에서 삶을 마친 엄마. 10년쯤 전에, 엄마는 심부전을 판정받았다. 엄마의 심장이 나빠지기 시작한 건, 아빠의 퇴직과 소희 언니의 결혼과 이민, 나의 불안정한 생활, 은희의 박사 진학 등이 있었던 시기와 맞물린다. 아버지는 명
    욕망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루한 것들의 카니발!

    1996년 한국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4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 [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 [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 [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 [무중력증후군](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10년이 넘는 기존의 당선작들은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상금 5천만 원 고료)은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이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에게 “거침없는 문체와 발랄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총체성을 빚어냈다”,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가 나타났다”는 평을 받으며, 210여 편의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소설은 11월 24일 하루 동안, 퇴역군인 장영달, 노숙자 김중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 윤마리아,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 기무 네 주인공이 우연히 코엑스몰에 모여 양머리 탈을 쓴 집단들과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지독하게 웃긴, 그러나 슬픈 잔혹극.
    서울이라는 폐허에 대한 잔혹하고도 흥미로운 기록!


    [열외인종 잔혹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열외인간 넷을 통해 잘 형상화하고 있다. 무공 훈장을 단 군복을 입고, 탑골공원에서 왼쪽의 냄새만 풍겨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시국강연을 펼치는 노인 장영달, 코엑스몰에서 한 달간 88만 원을 받고 용역 회사에서 설비기사로 일하다가 해고당하고 점심 무료 급식 배급을 찾아다니며 서울역 역사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김중혁, 명품 같은 짝퉁을 애용하며, 미국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은 다 땄으나, 아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인 윤마리아, 여자 친구와 거리낌 없이 걸쭉한(?) 대화를 나누고 학교를 중퇴하고는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17살 청소년 기무, 이들은 먼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슬픈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11월 24일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결국 한 장소(코엑스몰)로 모아지고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시간 순서에 따라 네 명의 교차적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작가가 각각의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촘촘히 구성해서 하나의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게 사건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명의 주인공들은 서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다른 상황과 장소에서 마주친다. 지하철 안에서 만나는 장영달과 기무, 용산역 피시 이용실에서의 김중혁과 윤마리아의 만남, 제약회사 인턴과 실험 아르바이트로 만나는 코엑스몰 푸드코트에서의 장영달과 윤마리아, 압구정역 맥도날드에서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콜라와 햄버거를 나눠 먹는 기무와 윤마리아까지, 네 명의 주인공들은 우연히 마주친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시간적 구성과 코엑스몰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간적 구성, 그리고 인물들끼리 우연히 스치게 한 구성은 이 소설의 뛰어남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코엑스몰이라는 욕망의 상징 공간에서 벌어지는 게임처럼 느껴지는 현실 이야기를 통해, 경쟁과 착취, 혼돈과 모순 속에서 바로 우리들이 ‘열외인간’이며, 지독한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조차 ‘열외인간’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열외인간’이 되고 만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리는 신기루 같은 결말 또한 현실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구상했고, 노통 자신이 비주류이자 크게 보면 ‘열외 인간’ 아니었겠냐며, 이 소설에서는 열외인간들의 지도자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세상에는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지나가버리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렇게 되뇌어보았다. 그러자 굉장히 세련된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본문 중에서

    익숙하면서도 쿨한 대도시, 연인과 직장의 풍속도를 생생하게 그려낸 세태소설!


    1996년 한국 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8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의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14회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15회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16회 장강명의 [표백], 17회 강태식의 [굿바이 동물원](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기존의 당선작들은 오랜 시간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3년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은 정아은의 [모던 하트]로, 총 252편의 경쟁작 가운데 예심 심사위원들의 추천과 본심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현실의 이면까지 체크하는 꼼꼼한 진술과 과장이나 감상에 빠지지 않는 서사, 그에 따른 견실한 문학적 관점이 장점', '가벼움과 무거움의 경계, 통속과 품위의 경계, 훈계와 반성의 경계에서 즐거이 줄타기하는 작품', '눈으로 읽고 있지만 귀로 들리는 소설' 등의 심사평과 함께 무엇보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샐러리맨의 세태를 안정된 문장력으로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모던 하트]는 서른일곱,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김미연의 삶을 통해 대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연인과 직장의 풍속도를 생생하게 그려낸 세태소설이다. 헤드헌터 김미연은 학벌이라는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발버둥을 치며 살아간다. 출신대학에 따라 사람을 분류하고 차별하는 것이 회사 조직에서는 물론, 연애와 결혼 같은 개인의 삶과 인물들의 내면까지 확고하게 지배하는 현실을 [모던 하트]는 솔직하고도 세세하게 묘사한다. 또한 주인공을 둘러싼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슈퍼맘의 고충과 그를 둘러싼 관습과 제도의 문제, 세대 간의 갈등 등을 폭넓게 보여준다. 특히 일, 연애, 결혼을 앞두고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해피엔딩으로만 끝날 수 없는 비루한 일상에 대한 탁월한 묘사로 속도감 있게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출신대학이라는 낙인, 인생의 로또는 주식과 부동산뿐.
    세속적 욕망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2013년판 실시간 대화록


    [모던 하트]의 주인공 서른일곱, 싱글 김미연은 헤드헌터로 일한 지 3년 차다. 헤드헌터인 그녀 앞에는 보다 높은 연봉과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줄지어 선다. 쟁쟁한 스펙과 철저한 경력 관리를 통해 신분 상승을 노리는 그들 앞에 헤드헌터는 기꺼이 첫 심판자가 된다. 그들이 휘두를 수 있는 잣대는 학벌 세탁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출신대학'이다. 아무리 그 자리에 맞는 능력을 출중히 갖췄다 하더라도, 학벌이라는 선을 넘지 못한 지원자에게는 명목상 '훌륭한 인재이지만 우리 회사와 맞지 않는다'는 탈락 소식만 전달될 뿐이다. 사내 정치에 어둡고 눈치가 그렇게 빠르지 않은 미연에게 헤드헌터로서의 성과는 멀기만 하고, 아래로 들어오는 20대 직원들의 정보 수집력과 인맥 동원력은 그녀를 더욱 소심하게 만든다.
    나름 험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운 거라고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근성만 남은 미연에게, 로맨틱한 연애는 해본 지 오래다. 썸남과 물고기남, 두 남자 사이에서 그저 긴장감 없는 줄다리기 중이다. 우선 스킨십 없이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썸남 태환. 그가 있는 곳으로 미연은 늘 달려간다. 채식을 하는 그에게 맞춰 주문을 하고, 그가 좋아하는 클래식을 검색해서 듣는다. 국내 제일의 사립대학 Y대를 나온 그가 미연
    산뜻하고 해맑은 성장소설 이상의 성장소설.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자 신인작가 심윤경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77년부터 1981년 사이에 있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어린 소년의 성장기를 잔잔한 톤으로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은 소설 속에서 외부적 상황(어른들의 세계)와 상관없이 동생과 어머니, 할머니, 삼촌, 선생님과 그 주변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나름대로 세상을 해석해나간다. 글을 읽지 못하는 희귀한 병인 난독증과 소설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정원'은 이러한 유년의 세계를 상징하는 모티브이기도 하다. "한 소년의 성장과 정치적 사건들이 얽혀드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인상적이다."라는 평을 받으면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당선된 작품이다.

    한겨레문학상은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홍합]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물의 말] 등 완성도 높은 작품과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배출해왔다. 특히 이번 작품은 신인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개성 있는 문장들은 문학적 향기를 뿜어낸다. 기본기가 튼튼하다." "한 소년의 성장과 정치적 사건들이 얽혀드는 과정도 자연스럽고 인상적이다." 는 평을 받으면서 본심 심사위원―황석영, 김병익, 도정일―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이 소설은 1977년부터 1981년 사이에 있었던 한 가족사를 중심으로 어린 소년의 성장기를 잔잔한 톤으로 담아내고 있다.
    글을 잃지 못하는 희귀한 병인 난독(難讀)증에 걸린 주인공과 가족, 선생님과 그 주변인물들이 엮어나가는 관계는 소설의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지면서 색다른 감동을 보여준다.
    "세상은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어떤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에 대한 답이 이미 있는, 그런 끝없는 흰 그림! 그러니 우리도 세상의 획기적인 발전에 보탤 수 있는 게 없지. 참 완벽하고 시시한 세상이지 않니."

    이 소설은 파격인가, 도발인가, 아니면 고발인가

    1996년 한국 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6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의 [웰컴 투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14회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15회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10년이 넘는 기존의 당선작들은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1년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표백]은 240여 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예심 심사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본심 심사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당선되었다. ‘한국 문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 ‘몇 년 사이 읽은 소설 중 가장 문제적인 작품’ ‘이 시대 텅 빈 청춘의 초상, 섬찟하면서 슬프다’라는 평을 받으며 문학상 심사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표백]에서 작가는 모든 틀이 다 짜여 있는 세상에서 옴짝달싹 할 수밖에 없게 된 젊은 세대를 ‘표백 세대’라고 칭한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어떤 것을 보탤 수도 보탤 것도 없는 흰 그림인 ‘완전한 사회’에서 청년 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사회에 표백되어 가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위치에서 가장 성공했을 때 사회에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살밖에 없다며, 와이두유리브닷컴 사이트에 자살 선언을 올리고 24시간 후에 자살한다. 현실세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꿈이나 노력해서 무엇인가를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년 세대들의 고달픈 일상과 정해진 채 다가올 미래와 표백되는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보여주면서 면밀하고 명확하게 우리 사회를 그려낸다.

    절망의 기록, 그러나 동시에 절박한 희망의 구조 요청
    싸늘히 표백된 우리 시대 청춘들의 잔인한 자화상


    주인공은 7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서 상위 10개 대학의 뒤쪽에 위치한 A대학에 입학해서 군대를 갔다 온 복학생이다. 그는 대학입시를 다시 준비하든 편입시험을 보든 더 상위권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어떤 것을 시작해도 이미 늦어버린 나이라고 생각하며, 미래의 암울한 현실을 깨닫지만 딱히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취업 선배들과의 대화’ 행사 뒤풀이 후에 전교적으로 유명한 ‘21세기 지도자 장학생’인 세연, 경영학과 동기인 휘영, 후배 병권, 세연의 친구 추윤영 등과 어울리게 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살을 준비해온 세연은 친구들을 설득하며 5년 후에 자살할 것을 강요하며, 자신이 가장 주목받는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 죽는다. 5년 후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며 표백되고 있던 주인공과 친구들은 우연찮게 한 사이트(와이두유리브닷컴whydoyoulive)를 통해 서로의 소식을 알게 된다. 그러나 친구들은 5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후에 자살을 한다고 선언하는데……. 젊은 세대들이 자살하는 세태를 정확하게 그려내며 현실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우리 사회 청년들의 삶과 일상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표백]은, IMF 이후 변화된 사회의 문제들을 혼자의 몸으로 뚫고 온 혹은 뚫고 가고 있는 청년 세대에 바치는 소설이다. 성공한 삶이라고 주변에 얘기할 수 있는 그때, 그리고 그 성공을 위해 노력했던 스스로에게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자유의지를 보여주는 청년들은 부조리한 세계에서 부조리한 방식으로 그들의 삶에 대해 최선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이 세계를 헤쳐 나
    로 떠받들어진 노숙자가 결국 희생되는 것으로 처리되었는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보면서 그 결말이 생각나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주요 내용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야외 시국강연을 즐기는 퇴역군인 장영달, 노숙자 김중혁, 외국계 제약회사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윤마리아, 고등학교를 중퇴한 17살의 기무. 이 네 명은 11월 24일, 우연하게도 각각의 일로 인해 비슷한 시간에 코엑스몰에 모이게 된다. 장영달은 윤마리아와 약속한 건강 의약 헬스 식품 ‘헬스큐’의 임상 체험 고객 아르바이트를 위해, 김중혁은 광록이 벌인 용산역의 노숙자 집회 후에 도망치다가 삼성역 코엑스몰로 오게 된다. 기무는 게임 머니 2만 포인트가 걸린 리얼 서바이벌 이벤트 ‘최악의 쿠데타’에 참여하기 위해, 윤마리아는 정규직 인사권을 가진 데이비드교(다윗 말세 교회)의 본부장 론의 카니발을 쫓아서 코엑스몰에 온다. 오후 4시, 갑자기 코엑스몰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불이 꺼지면서 손에 총을 쥔, 검은 연미복 차림에 양머리 인형을 뒤집어쓴 복장의 무리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코엑스몰에 모여 있던 일반인들을 푸드코트 쪽으로 모두 몰아넣고 인질극을 벌인다. 그 상황에서 네 명의 주인공은 모두 다른 관점으로 이 사태를 받아들인다. 장영달은 옥 선녀의 점괘를 떠올리며 좌익 빨갱이 집단의 출현으로, 김중혁은 노숙자 친구 광록이 말한 격암유록 외전(外傳)에 등장한 메시아로, 윤마리아는 인질극을 본부장 론이 속한 데이비드교의 ‘양머리 카니발’의 일종으로, 기무는 게임 업체에서 마련해놓은 실제 서바이벌 이벤트 ‘최악의 쿠데타’로. 그리고 얽히고설킨 네 명의 열외인종 잔혹사가 시작된다.
    가 항구에 대어져 있는 배를 살피러 여수로 내려온다. 비바람 몰아치는 속에서 문기사와 승희네가 손을 잡고 누워 갈등을 한다. 그러나 태풍 때문에 배가 가라앉아 버린다.
    밥집에서 공장장, 문기사, 김씨가 술을 마신다. 문기사와 공장장은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김씨네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찾아온다. 둘은 무슨 인가 싶어 김씨 집을 가보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 돌아오는 길에 이장을 만나 김씨가 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씨 장례식을 치루고 나서 김씨네는 먹고살기 위해 몹시 상한 몰골로 억지로 공장에 나온다. 무서움을 많이 타는 탓에 승희네가 밤동무를 해준다. 문기사가 찾아가 승희네를 만나 바닷가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문기사는 승희네를 데려다 주고 오면서 사람들이 삶에 대하여 갖는 원초적인 생명력을 실감한다.
    지난 3월말 마감한 제6회 한겨레문학상에는 모두 90여 편이 응모해, 두 달 에 걸친 공정한 예심과 본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4편 가운데 만장일치로 박정애의 <물의 말>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예심은 소설가 은희경, 김남일, 문학평론가 권성우, 백지연 씨가, 본심은 소설가 현기영, 문학평론가 황광수, 황현산 씨가 맡았다. <물의 말>은 여성적 생명력의 화신과 같은 '님이'를 중심으로 여성 삼대의 수난과 투쟁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식민지와 해방과 전쟁과 학살과 저항과 해체의 시대를 살아온, 아니 주로는 그 시대의 뒤안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상처의 역사이면서 범 여성성의 역사이기도 하다.


    심사위원들은 총평에서 이념적 지양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와 폭넚은 시야에 이끌려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웅숭깊은 맛과 해학적 경쾌함이 갈마드는 문체와 토착어의 생동감으로 우리를사로 잡았다. 시대와 관념의 질곡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기에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보다 현실감을 띠게 되는 전통적 여성성, 그 내면의 풍요로움이 거의 자연에 육박하고 있다. 그것은 한 세대를 격해 새로운 현실과 충돌하면서 다채로운 색깔들로 분화된다. 작가는 이 소설의 주인공 '님이'의 편지로 마무리하면서 느슨하게, 그러나 분명한 희망을 가지고 영성성의 다양한 파편들을 효과적으로 추슬러냈다.


    선 소감에서 밝혔듯이 작가의 문학과 존재의 뿌리는 페미니즘이지만, 90년대 한국소설을 풍미한 그런 페미니즘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저의 페미니즘은 어머니 세대와의 단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저력을 계승하는 데서 옵니다. 어머니 세대의 희생과 헌신이 가족주의의 틀 안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향해 열릴 때 페미니즘의 소중한 자신이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완서 선생처럼 오래, 열심히 쓰고 싶다 는 작가의 포부처럼, 침체된 우리 소설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작가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냉혹하리만큼 간결한 문체, 분방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신선한 역사 소설


    김연의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1997), 한창훈의 『홍합』(1998),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1999), 박정애의 『물의 말』(2001),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2002),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2003), 권리의 『싸이코가 뜬다』(2004)로 우리 문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켜온 <한겨레문학상>이 올해 제10회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신인과 기성작가를 불문하고 좋은 작품으로 독자와 만났던 한겨레문학상은, 올해 신인답지 않은 내공으로 역사소설을 내놓은 조두진의 『도모유키』를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도모유키』는 정유재란 당시 11개월 동안 순천 인근 산성에 주둔한 일본 하급 지휘관 다나카 도모유키를 중심으로 일본군의 주둔과 퇴각(전쟁), 조선 여인 명외와의 사랑을 리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 『도모유키』의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매일매일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 가는 전쟁 속의 사랑, 그것도 적과의 사랑을 정유재란이라는 한 시기를 빌려 신선하게 보여주고 있다. 둘째, 대개 역사소설에서 적(敵)과 아(我)는 독자의 편에서도 적(敵)과 아(我)로 나뉘지만, 이 소설은 도모유키의 편, 즉 일본군이 아(我)가 되고, 조선군과 명나라군이 적(敵)이 되는 특이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한다. 도모유키의 시선으로 전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조금 당황하게도 하지만, 또 다른 읽는 재미도 준다. 셋째,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리얼한 묘사와 함께 정유재란을 탄탄한 구조로 재구성하고 있다. 1597년 정유재란 당시, 도모유키가 주둔했던 순천 인근 산성의 성안과 성 밖의 상황, 조선인과 일본군의 삶과 죽음, 생활 등을 영화처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넷째, 전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짧은 문장으로 긴장감과 속도감을 유지하면서 스케치하듯 그리고 있다. 형용사와 부사 배격하기, 동작만을 부각시키기, 과감한 생략법 등으로 문체의 특이성을 확보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말을 열심히 배우려는 도모유키와 중요한 순간에 함께 하자고 용기를 낸 명외의 모습은 국경과 나이, 전쟁과 시대를 뛰어넘고 있다. 모든 것을 잃으면서도 명외만은 구해내겠다는 도모유키의 강한 의지와 사랑, 명외를 떠나보내고는 자신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낙오병으로 조선에 남아 명외의 집을 찾아 헤매는 도모유키의 처절한 마지막 모습은 읽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1597년 정유재란. 순천 인근 해안에 쌓은 산성. 땔감을 모아 성으로 돌아오던 십칠 군막장 도모유키는 말을 끌다 떨어진 노인(명외의 아비)을 죽이지 않고 성으로 데리고 온다. 전쟁 중에는 다친 조선인은 무조건 죽여버린다는 규정을 깨고 노인을 구해준 것이다. 습격한 조선인 마을에서 명외를 만난 도모유키는 명외의 얼굴에서 이치코를 발견하고 그녀와 그녀의 아비를 구해주고 풀어준다. 이치코는 장꾼들에게 팔려가 돌아오지 못한 그의 여동생이었다. 며칠 지나 성으로 붙잡혀온 조선인들 속에 다시 명외를 발견한 도모유키는 그녀를 살려낸다. 성안에 있는 병졸들과 조선인들이 역질에 걸려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가고, 굶주림에 죽어가고, 성을 쌓다가 죽어간다. 조선과 명나라 군대가 쳐들어와 성벽을 무너뜨리면 성안의 병졸들은 참호를 파고, 성벽 보수 작업으로 다시 쌓기를 반복되는 지겨운 날들이 계속 이어진다.

    보급작업을 위해 성 밖으로 나간 도모유키는 운좋게도 도공을 사로잡고 쌀과 비단, 도자기들을 가지고 성으로 돌아온다. 성주 고니시 유키나가와 사사키 부장의 상을 받은 도모유키는 군막에서 술과 고기 파티를 연다. 술에 취한 마쓰히데가 과거에 히로나리 가문의 무사였음을 자랑하면서 전쟁에 끌려온 것에 대한 반감과 푸념을 늘어놓다가 도모유키와 싸우게 된다. 이에 반감을 품은 마쓰히데는 그날 밤, 명외를 겁탈하러 하고, 창병의 도움으로 도모유키는 명외를 구하면서 마쓰히데와 부딪치게 된다.

    굶주림에 시달린 성안의 병졸
    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다. 그런 그녀 앞에, 전화 한 통만으로 대전에서부터 서울까지 달려오는 흐물은 그저 지방대 나와 공사를 다니는 하찮은 남자일 뿐이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주변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살아가는데, 혼자 뭔가 엄청난 것을 놓친 것 같은, 대오에서 뒤처져 앞사람들을 영영 따라잡지 못하게 된 것 같은 불안감은 미연을 수시로 덮친다. 그렇다고 결혼한 사람들이 다 행복해보여서 그 길을 덥석 따라가기에는 영 시원치 않다.
    미연의 동생인 세연만 봐도 그렇다. 세연은 통칭 슈퍼맘이다. 직장을 다니며 두 아이의 양육을 도맡아 하느라 일상이 전쟁이다. 그 전쟁터 아래 홀로 평온한 사람은 서울대 나온 이름 하나로 버티고 있는 사법고시생 제부. 변변한 직업 하나 없이 자존심만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그를 볼 때마다, 미연은 분노가 치솟는다. 서울대 출신 사위를 봤다고 좋아하던 엄마도 어느새 싸늘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기 시작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모임에 나와서는 시댁과 남편을 흉보고, 재건축될 아파트에 대한 부동산 투자로 터무니없는 꿈을 꾸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관심도, 아는 바도 없는 화제에 인내심을 갖고 들어야만 하는 미연은 억울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억울함은 싱글 독자들에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킥킥 웃다가 씁쓸한 끝 맛을 느끼게 한다.
    [모던 하트]는 우리와 너무나 닮은 미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2013년판 풍속도를 세밀하게 그려나간다. 그간 알려지지 않은 헤드헌터라는 직업의 내밀한 세계를 파헤치면서, 학벌 따지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가득하면서도 동시에 내 애인, 배우자 또한 학벌로 재단하며 평가하는 우리의 이중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한 메신저를 훔쳐본 듯한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가 실시간 대화록처럼 귀로 들리며 단숨에 읽히는 신기한 소설이기도 하다.

    주요 내용
    아직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았는데 나이에 따른 노화는 착착 진행되고 있는 서른일곱 김미연. 전문대 졸업 후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인사부로 8년 동안 일하면서 사이버 대학을 거쳤고 서치펌 '헤드 앤 코리아'에 입사한 지 3년 차다.
    헤드헌터 김미연이 일하는 사회란 지극히 속물적이다. 학벌로 사람을 철저히 재단하는 사회. 능력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학벌' 낙인으로 입사의 당락이 좌우되는 곳. 눈치껏 사람을 날라야 하는 헤드헌터에게 남는 건 오뚝이 근성뿐이다. 매일매일 날아드는 후보자의 탈락 소식 가운데서도 눈 깜짝하지 않고 벌떡 일어설 수 있는 근성.
    세월처럼 착실한 것이 또 있을까. 나이트 삐끼가 건네는 말 한마디에 어깨가 으쓱하기도 하지만, 주변엔 온통 애 딸린 친구들뿐. 결혼 안 한 미연을 부러워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자기들 필요할 때면 불러대기 바쁘다. 결혼은 다들 왜 하는 걸까? 평소에는 가족 테두리 밖에 두었다가 자기 필요할 때만 '애들 친이모'라는 이름으로 가족에 포함시키는 여동생 세연만 봐도 그렇다. 고시 공부 하겠다며 집에서 놀고 있는 남편의 수발 및 집안일, 두 아이 양육에다가 밥벌이까지. 생각만으로 숨이 막힌다.
    상사인 최 팀장의 거래처를 넘겨받으며 어느 정도 입지를 구축해가고 있는 직장 생활은 그럭저럭 안정되어 가는데, 미연의 연애 스코어는 영 별로다. 여러 번 만났지만 스킨십을 전혀 하지 않는 썸남 태환과 심심할 때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달려오는 동호회 물고기남 흐물 사이에서, 미연은 외롭고 또 혼자다.
    흐물은 주변 분위기를 맞추는 능력도 뛰어나고 돈도 펑펑 아낄 것 없이 써대고, 기분까지 맞춰주지만, 미연에게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런 흐물과 어느 때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태환에게 전화가 오고, 미연은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취한 상태로 태환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날 이후 흐물과는 연락이 끊기고, 태환과는 먼저 연락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 업무는 차질이 생기고 미연의 일상은 꼬여만 간다. 게다가 동호회 친구 민선이로부터 난데없는 소식까지 들려오는데.......
    령과 복종이 익숙한 군 생활을 33년이나 했다. 집에서는 언제나 부재했던 아버지를 두고 엄마는 아빠를 ‘애국자’이자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훌륭한 가장’이라고 했다. 어떤 일에서건 아버지의 판단이 가족 전체를 위한 최선으로 여겨졌다. 그런 아버지가 퇴직한 직후 엄마의 생활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평생 도맡아온 살림에 대한 권한을 뺏겼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여겼던 자식들의 삶은 알 수 없는 사물로 변해버렸다. 몸은 쇠락해가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들이 일상에서 벌어진 것이다.
    처음부터 엄마가 엄마는 아니었을 것이다. 스물세 살 엄마는 스물아홉의 아버지를 맞선에서 만났고, 키가 훤칠하고, 얼굴도 잘생긴 아버지에게 시집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여자 형제 중에 국민학교를 나온 건 엄마뿐이었고, 시골마을에서 엄마는 양장학원도 다니는 일등 신붓감이었다. 부모님을 조른 끝에, 67년에 쌍꺼풀 수술도 한 엄마. 그런데 내가 대학에 합격하면 쌍꺼풀 수술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던 엄마는, 잘못되면 어떡하냐고 무서워서 안 되겠다고 날 붙잡고 병원에서 도로 나왔다. 아버지를 따라 낯선 도시에 새롭게 적응해야만 했고, 아버지에게만 의존하며 세 아이를 홀로 키운 엄마. 늘 아름다운 건 아름답다는 사실만으로 감탄하던 엄마의 삶은, 돌이켜 볼수록 짧기만 하다.

    엄마는 원래 엄마로 태어나지 않았다. 아버지를 만나 우리를 낳아서 키우느라고 엄마인 엄마가 되었다. 모든 존재엔 역사가 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장소에서 이윽고 생겨나서 변화하고 소멸에 이르는 역사. 소멸한 듯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곳으로부터 새로 시작되는 역사. 그러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과 시작되는 것에 관해. (82쪽)

    엄마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하는 애도의 방식을 정하는데도 가족들은 저마다의 개성대로 방안을 내놓는다. 한배에서 난 자매들이지만 날 때부터 집안의 스타였던 소희 언니와 언니들과의 싸움을 선택한 막내 은희의 당찬 성격, 그 사이에서 내 편은 나밖에 없다고 결심한 나. 각자 느끼는 슬픔은 저마다 몫이 다르고, 가족은 자라면서 타인이 된다.

    삶을 지속한다는 건 끊임없이 낯설어지고, 새로워지고, 고독해지는 일이다. 형제도 자라서 타인이 되고, 타인이 만나서 가족이 되고, 그 가족은 다시 서로를 헤아리지 못하는 타인으로 변해 헤어진다. 만난 사람은 헤어진다. 40년이나 알아온 엄마와 나도 이제 헤어졌다. 이별만이 인생이다. (269쪽)

    [작가의 말]을 통해, 최지월은 실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죽음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쓰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보통 사람이 보통의 삶에서 겪는 보통의 죽음, 평범한 죽음을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는 의도는 구체적 상황과 보편적 감성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설로 완성된다.
    인생이란 영원할 것 같은 생의 한 가운데를 지나, 결국 찰나였음을 깨닫는 여정이 아닐까. 찰나생 찰나멸. 그 안에서 있는 힘을 다해 살아가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상실의 시간들]은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주요 내용

    "엄마가 죽었어."
    수화기를 타고 들려온 동생의 목소리가 엄마의 죽음을 알렸다. 낯선 죽음. 사회는 죽음을 애도하기보다 ‘소비’하기를 조장한다. 상조회 및 장례식장의 고객이 되어야 죽은 사람을 무사히 보낼 수 있다. 엄마를 보내고 나니 어느새 노인이 되어 당뇨와 만성 신부전을 앓는, 집안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서 권위만 고집하는 퇴역 군인인 아버지가 남았다.
    집안의 막내로 태어난 엄마는 일등신붓감으로 컸다. 60년대에 쌍꺼풀 수술을 할 정도로 당찬 성격이었다. 그런 엄마가 처음부터 엄마였을까, 엄마의 죽음 앞에서 나는 엄마를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장례를 치르면서 나는 소희 언니와 은희, 그리고 아버지와 돌아가신 엄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열정 가득한 사람이면서 좋을 대로 생각하는 소희 언니는 호주에 살아서 그런지 아버지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지속한다. 은희는 막내답게 속풀이 다하면서 산다. 그럼 나는? 어렸을 때는 제법 엄마
    살 수밖에 없었던 가장의 슬픈 현실을 전해준다. 대장 만딩고는 우리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방식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인 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돈이 없어 큰 업적도 이루지 못하고, 전기가 끊긴 곳에서 겨우겨우 살던 만딩고는 어렵게 직장에 취직해서 평범한 회사원이 로봇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고 있고, 그렇게 살다가는 직장 동료 정훈 씨처럼 동작 센서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투명 인간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부와 병행하기 위해, 다른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쫓는 누군가를 피해서 모두 동물원에 취직한다.
    그들은 나름대로 하루하루 동물원의 고릴라로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맨 처음에는 고릴라의 옷을 입고 거울을 쳐다보는 것이 낯설었던 김영수도 서서히 동물원에 적응해간다. 주변 동물들의 모습도, 구경 오는 관람객의 상태도, 그리고 자신이 지켜야하는 여러 가지 룰들도 지키면서 생활한다. 동물원의 일이 끝나면 동물원 앞 ‘정문 휴게 음식점’에서 ‘안중근 소주’와 정체불명의 냄비 요리 ‘아무거나’를 먹으면서 하루 종일 고생한 동료들과 술 한 잔 하고, 술주정도 부리면서 살아간다.
    동물원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바나나로 점심을 때우고, 버저를 누르면 나오는 성과급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조풍년 과장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떨어지자 돌아가면서 버저를 눌러주는 인간미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곳도 역시 또 다른 사회의 한 단면임을 알게 된다. 동물원 월급으로는 생활의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김영수의 부인은 마지막으로 남은 통장인 ‘행복한 인생 통장’을 깨지 않기 위해 부업을 시작하고, 김영수는 부인이 부업을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기만 하다. 이렇게 소설은 등장인물 각각의 삶의 비루함과 심리상태를 정확하고 정직하게 표현한다.
    [굿바이 동물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지속된다’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만한 사회’라는 것을 알려주는 소설이며, 동물원 같은 도시의 삶에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흥미로운 탈출 안내서이고, 우리 사회를 향한 뜨끔한 호명이자 애틋한 주문이다.

    주요 내용

    직장에서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된 뒤 마늘 까기, 인형 눈깔 붙이기, 종이학과 공룡 알 접기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인공 김영수.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인생을 되돌아보고, 인형 눈깔을 붙이면서 본드를 불어 환각에 빠지고, 부인은 마트에 나가 카운터 보는 일을 시작한다. 김영수는 부업 브로커 돼지엄마의 소개로 공무원과 비슷하다는 동물원을 소개받아 체력장 시험을 준비한다. 체력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김영수는 세렝게티 동물원에 취직한다. 자신이 고릴라 담당임을 알게 되는데, 바로 김영수 자신이 고릴라의 탈을 쓰고 마운틴고릴라 행세를 해야 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먹고살기는 힘들다며 일에 대해 고민하던 김영수는, 고릴라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랫동안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앤 대리, 대기업 오물처리반으로 일하다가 토사구팽 당한 조풍년 과장, 사상과 혁명보다 월세와 공과금에 짓눌려 동물원에 온 만딩고. 그들은 동물원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바나나를 먹고 털을 고르고, 가슴을 탕탕 치며, 12미터의 철제 구조물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올라 고릴라 흉내를 낸다. 고릴라들은 성과급을 받으려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올라가서 버저를 눌러야 하고, 반달가슴곰들은 공을 터뜨려야 하고, 아프리카코뿔소는 기둥을 박아야 한다. 그렇게 동물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물원 일이 끝나면 직장인처럼 소주와 안주를 곁들이며 회식을 하는 이야기들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날 소생이라는 여행사 직원이 나타나, 외국으로 떠난 동물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이 원하는 곳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당신들도 행복할 수 있다며 여기서 떠나는 것을 도와준다고 하는데…….
    갈 것인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그리는 슬픈 비망록이 펼쳐진다.

    주요 내용

    나는 ‘A대학교 경영학과 취업 선배들과의 대화’ 뒷풀이 후 세연, 휘영, 병권, 추 등과 어울리게 된다. 능력이 뛰어난 세연은 모든 시스템이 완벽하게 짜인 세상에서 자신이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갑갑해한다. 선구적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지금 현실에서 주변 친구들에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어떻게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들고, 공무원과 기자, 회계사와 유학생 등 은근슬쩍 자기가 생각한 방안들을 그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세연은 유서도 없이 학교 연못에서 빠져 죽고, 경찰은 실족사로 결론짓는다.
    5년 후 공무원이 된 나와 기자가 된 휘영은 죽은 세연에게 온 메일을 통해 한 사이트에 접속하게 된다. ‘와이두유리브닷컴whydoyoulive’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몇 년 전 그 친구들이 연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옛 여자친구였던 추가 24시간 후에 자살한다고 글을 올리고, 자살을 막으려는 나와 휘영은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추의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그러면서 그 사이트를 홍보하게 된다. 재벌 아들이었던 선우의 죽음도 이 사이트와 연관된 것을 알게 되고, 며칠 지나 후배 병권도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며 지금이야말로 자살 선언을 이을 때라며 마포대교에서 자살하겠다는 글을 24시간 전에 올리는데…….
    , 더 정확하게는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하는 한 작가가, 기존 문단에 자신의 주제와 문체를 들이대면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제법 건방지게 선언한다는 뜻이다. 아마도 선배들은 ‘우리가 그걸 몰랐던 것은 아니야’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는 것과 실천 사이에는 한 세대가 붙잡아 낸 자신감이 있다. 최진영의 소설에는 그 자신감이 가득하다. 주인공 소녀는 어머니를, 어머니의 사랑을 찾는다. 소녀는 찾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는 있었다. 그녀는 마침내 지극히 못된 방식으로, 유혈낭자하게, 제가 찾던 것이 된다. 아는 것이 모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세계에서 아는 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못될 때만 가능한 일인가. 최진영이 오랫동안 못된 소설가로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황현산(문학평론가)

    잘 읽히는 것은 결함인가 미덕인가. 확실한 것은 이 작품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의 경우, 가독성은 재능이자 문학적 미덕이라는 것이다. 귀하고 탁월한 감수성이다. 내밀하고 팽팽히 조인 리듬감이 서사를 힘 있게 밀어내고 있다. 소녀가 찾는 ‘어머니’는 단순히 어머니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거운 주제를 재기발랄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다루는 작가의 장인다운 손끝 역시 아름답고 믿음직하다. 우리 소설문학의 새로운 아이콘이자 희망이 되리라는 예감을 갖는 데 손색이 없다.
    -박범신(소설가)

    이런 느낌을 주는 소설을 읽은 건 꽤 오랜만이다. 개념어나 추상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모진 세상의 풍경을 생생히 느끼게 하는, 말을 다루는 재주와 신선한 감수성이 빼어나다. 소설의 존재 이유가 삶이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던지는 데 있다면, 최진영은 고정화되고 정형화된 모든 것을 뒤집어보고 거꾸로 보는 매서운 눈썰미를 지녔다. 맹랑한 신인작가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공지영(소설가)

    소녀는 말한다. ‘엄마의 구멍을 찢고 바깥으로 나왔던 그 순간, 이미 끝을 경험’했다고. 이 얼마나 지독한 문장인가? 성장이 슬픈 것은 자연스러워야 할 성장을 인위적인 것들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름조차 행방불명된 한 소녀의 성장이 우리를 당혹하게 만들고, 무겁게 만드는 것은 그 무게만큼 함몰된 사회가 있기 때문이다. 비판하진 않지만 질긴 사유가 있고, 건조한 삶이지만 그 속엔 우리들의 치부가 칼날처럼 서 있다. 이처럼 당돌한 성장기는 없었다. 이런 소녀가 없었다고 발뺌하지 말자. 당신 옆을 스쳐간, 우리들을 스쳐간 그 소녀는 먼 곳에 있던 게 아니었다. 고작 우리들과 한 뼘의 차이가 날 뿐이었다.
    -박성원(소설가)

    이 작품을 꿰뚫는 것은, 선혈이 뚝뚝 듣는 어떤 목소리다. 이 작품을 읽는 일은, 매일같이 내 귓전을 스쳤으나 듣지 못했거나 듣지 않으려 했거나 들었어도 외면해온 그 목소리에 귀를 내주는 행위다. 순식간에 내 귓속으로 침투하여 에일리언처럼 내 안일을 파괴하고 내 심장을 울리고 말 그 목소리에.
    -박정애(소설가)

    고드름 녹은 차디찬 물에 머리통을 들이밀며 단련한 듯한 문장이다. 단단하고 야무지다. ‘이년’, ‘저년’ 혹은 ‘언나’라 불리는 한 소녀의 막장세상 주유기. 소녀 속엔 신생아 마녀부터 늙어 고부라져 쉰 냄새 풍기는 치매 마녀까지 다 들어있다. 빗자루 타고 세상 후미진 곳을 떠도는 새끼 마녀의 전갈을 읽으며 가슴 한편이 찌르르하다. 마녀계 족보의 진화, ‘외롭고 높고 쓸쓸한’ 명랑파 마녀의 등장이다.
    -김선우(시인·소설가)

    ‘세계의 가짜를 다 모아서 태워버리면 결국 진짜만 남을 것이’라고 믿는 가출 소녀, 이 나라 구석구석을 종횡하며 저토록 밑바닥인 인생들을 생생히 보듬는다. 못나고 실패하여 가짜 취급 받는 생애들, 소녀와 소통하자, 결국 진짜일 수밖에 없는 유의미의 생애로 거듭난다. 내 옆을 스쳐간 소녀의 이름은 심청이 아닐까. 멀어버린 눈을 깨우는 연꽃!
    -김종광(소설가)

    [당신 옆을 스쳐간 소녀의 이름은]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성장담이자 모험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 작품에 한 표를 던진 것은, “예술가의 사명은 논쟁의 여지가 없도록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
    들과 조선인들은 보급작업의 성공 이후 자신감을 가지고 사냥을 나간다. 두 사람씩 짝을 나눠서 사냥을 시작한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마쓰히데의 배신이었다. 대장간 집 아들인 열여섯 살 도네와 함께 사냥을 나간 마쓰히데가 도네의 목을 베고, 그 수급을 들고 조선군 진영으로 도망친 것이다. 도모유키는 성으로 돌아와 심문을 당한다. 또 염초를 구하러 성 밖으로 나가 작업하던 군막 사람들은 조총병 히로시의 실수로 적군에게 습격을 당하고, 그 책임을 물어 도모유키는 장 삼십 대를 맞는다. 군막으로 힘들게 돌아온 그는 명외의 정성어린 간호를 받는다.

    철병 소식이 들리던 어느 날, 군막마다 병들거나 다친 병졸을 챙겨 일본으로 귀국시킨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창병 시나노와 조총병 히로시가 귀국환자에 포함되어 고향으로 떠나고, 떠나는 그들을 보며 남겨진 사람들은 각자의 귀국을 꿈꾼다. 그러나 십사 군막장 곤도에게 고향으로 떠난 귀국환자가 모두 죽었고, 그들의 머리만 적군 수장에게 보내기 위해 짠 작전이었다는 이야기에 도모유키는 경악하게 된다.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전쟁. 철병이 결정된 그날 밤, 도모유키는 위험을 무릅쓰고 명외와 그 아비를 성 밖으로 도망치게 해준다. 명외는 함께 도망치자고 했으나 도모유키는 같이 떠나지 않았다. 다음날 성안의 남아 있던 조선인들을 모두 죽이고, 일본군은 철군을 한다.

    그해 겨울. 도모유키는 낙오병이 되어 조선 팔도를 도망치며 다닌다. 대포 소리와 토벌군을 피해 도망을 다니던 그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조선인들을 죽이다가, 문득 명외가 제대로 집으로 돌아갔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는 힘들게 명외의 집으로 찾아간다.
    니라, 독자들이 삶에 애착을 지니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던 톨스토이의 저 오랜 신념을 신봉하기 때문이다. 낯선 세상에 오직 ‘물음표’를 앞세우고 전진하는 천진난만한 소녀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회색빛 세상이 어느새 ‘드드득’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때, 우리는 문득 뒤돌아 볼 것이다. 내 옆을 스쳐간 소녀의 표정을, 그토록 심드렁했던 풍광을. 삶의 감각은 언제나 우리를 둘러싼 위대한 단순성 속에서 새로워질 수 있다.
    -정은경(문학평론가)

    진짜/가짜의 대립 구도 위에서 작동하는 낭만적 아이러니가 이 이야기의 동력이라면, 그 부정성이 환기하는 윤리와 의지는 이 이야기의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고전적이며 그에 부합하는 진정성과 품격을 갖추고 있지만, 그 주인공이 세계와의 조화로운 화해라는 낭만적 이념을 따르지 않는 분열적이고 충동적인 여성 주체라는 점에서는 현대성의 극단에 맞닿아 있다. 이 고전성과 현대성이 만나 빚어내는 긴장과 실감이야말로 이 단순하지만 강렬한 이야기가 드러내고 있는 리얼리티의 근거이다.
    -손정수(문학평론가)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주머니가 아니라, 내용물을 꺼내려 하면 깨지고 마는 도자기여야 한다. 콘텐츠가 아니라 아트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서너 페이지에 한 번쯤은,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가, 그 자체가 목적인 아름다운 문장들 때문에 멈추는 일이 벌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응모작 중에 이 작품뿐이었다.
    -신형철(문학평론가)
    의 자랑이기도 했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어른의 체면을 위해 돌아가는 사회 안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나는 언니와 동생, 둘 사이에 치여 살면서 내 것을 쟁취하기 위해 본능처럼 개인주의를 택했다. 그런 내가 엄마의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을 처리하고 당분간 아버지를 돌보게 되는데......

    추천사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라는 번지르르한 겉옷으로 포장돼 있지만 오늘날의 청년은 기실 텅 비어 있다. 이제 아무도 그들에게 명령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며, 알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내적 지향을 쫓아 일관되게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은 자본주의 세계화에 의해 ‘표백’됐기 때문이다. [표백]은 ‘화염병’을 들었으나 투척할 곳조차 찾을 수 없는 이 시대 텅 빈 청춘의 초상, 그 메아리 없는 절규를 속필로 받아쓴 소설이다. 섬찟하면서 슬프다.
    - 박범신 / 소설가

    우리 시대의 인문학적 성과를 한 세대의 서사 기법으로 훌륭하게 칼질해낸 소설이다. 한 세대? 실은 이 세대를 부를 이름이 없다. D세대, G세대, E세대, I세대……. 알파벳 스물네 글자가 모자랄 정도로 온갖 핑계를 다 끌어내 이 세대에 고명을 얹어주고 있지만, 그것은 이 세대의 암담한 정신 상태를 덮어 가리려는 음모에 불과하다. 아니 저자는 암담하다는 말조차 거부한다. 어둡고 음울한 것에는 차라리 깊이가 있다. 다섯 젊은이가 그 성공의 절정에 이르러 차례차례 목숨을 끊게 되는 이 이야기는 몸속 세포까지 하얗게 ‘표백’된, 그래서 암울한 기억의 깊이조차 없는 세계의 상실감을 낱낱이 드러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장점은 이 시대 젊은이들이 나눌 수 있는 가장 고결한 대화를 엿듣게 해준다는 것이다. 어디서 시작하건 어디서 중단하건 똑같은 가치를 지니는 그들의 대화는 세련되고 탄력이 있어서 아름답다. 허무를 배경으로 삼고서만 뚜렷하게 일어서는 아름다움이지만.
    - 황현산 / 문학평론가

    모든 틀이 이미 다 짜여 있는 세상, 그 구조 속에서 옴짝달싹도 할 수 없게 된 오늘날의 젊은 세대를 작가는 ‘표백 세대’라고 칭한다. 혁명도 전복도 불가능한 세대. 그들은 스스로를 지워버림으로써 이 ‘완전한 세상’에 저항하거나 야유를 보내거나, ‘반동’하기로 한다. 작가의 문제 제기는 자극적이고, 선언적이다.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주인공의 묘사가 대단히 사실적이고 생생함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이 소설 속에서 적지 않게 충격을 받게 될 것이며 공감과 반동 사이에서 갈등하게 될 것이다. 파격인가, 도발인가, 그것도 아니면 고발인가.
    - 김인숙 / 소설가

    자기 세대의 서러움을 껴안으려는 젊음의 열망은 시대의 더러움을 제거하려는 의지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역사에 면면한 개혁과 혁명의 요구도 이를테면 오염에 대한 표백의 시도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인 작금의 젊은이들은 원자화된 채 자신 이외에 없애버릴 다른 무엇을 찾지 못한다. 비극과 재앙은 그처럼 싸움을 포기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세태를 냉정하면서도 치밀하게 묘파한 이 작품은 절망의 기록이다. 그러나 동시에 절박한 희망의 구조 요청이기도 하다. 난파하는 젊음의 위태로운 모스 부호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점과 선의 약속을 이해해야 한다. 작가는 한시바삐 고립된 점을 이어 소통의 선을 그어야 함을 자살자와 그들의 어리석은 갈망을 통해 역설한다. 늑장을 부릴 시간이 없다. 오늘도 작중 인물을 닮은 젊은이들이 방향타도 없이, 그럼에도 그들의 것일 수밖에 없는 시대를 표류하고 있기에.
    - 김별아 / 소설가

    물론 자살은 극단의 저항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극단의 방식을 취함으로써 오히려 우리를 깊은 생각으로 이끈다. 되짚어보자. 자살이 비인간적이라면,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끝없이 팽창해 젊은이들을 궁지로 내모는 자본주의의 욕망은 인간적인 것인가?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쓴다는 것은 야만적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무엇이 야만인가? 그렇다. 중요한 것은 논쟁이다.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논쟁이다. 논쟁은 두렵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소설을 읽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논쟁에 참여하는 것이다. [표백]은 한국 문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이다.
    - 박성원 / 소설가

    기자 출신 소설가들이 그렇듯 장강명의 문장은 명확하고 간결하다. 그다지 스펙터클한 줄거리가 아님에도 [표백]이 제비처럼 날렵한 까닭은 그 덕분

    [굿바이 동물원]은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인간 군상이 마침내 동물원의 동물에까지 추락하는 열외의 이야기다. 슬프고 우습고 재밌다. 감수성 있는 문체는 문학적 재능의 번뜩임을 증명하고, 슬프지만 우습게 말하는 소설 문법은 삶을 보는 통찰력의 내공을 입증한다. 오랜만에 심사 위원 전원 일치의 지지를 받은 작품으로서 가히 그 값을 해낼 작가라고 믿는다.
    - 박범신 / 소설가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리는 남자가 있다. 직장을 잃었을 때도 빈 화장실 하나 발견하지 못해 숨어서라도 울지 못했던 남자다. 그래서 마늘을 까며 비로소 운다. 삶의 짠 내와 매운 내가 뒤범벅된 눈물을 콧물과 섞어 줄줄 흘린다. 소설의 시작부터 같이 울어줘야 마땅할 일이다. 어쩐지 더 짜고 더 매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과연 그러하다. 마늘이나 까면서 울어야 하는 삶이라면, 그 삶의 도처에 도사린 경멸은 어찌할 것인가. 남자는 스스로 동물이 되기로 한다. 고릴라의 탈을 쓰고 가슴을 탕탕 두드린다. 그런데 이 비장한 슬픔이 뜻밖에 유쾌하다. 경멸을 속으로 집어삼킨 자가 경멸을 되갚아주는 방식을 아는 것이다. “엿 먹어라, 세상!”이다. 이 작가는 능숙하게 사람을 울리고, 능숙하게 사람을 웃긴다. 그러나 마침내 아프다.
    - 김인숙 / 소설가

    처절한 경쟁 사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실존과 내면을 처연하게 묘사하고 있는 [굿바이 동물원]은 내 마음을 서늘하게 건드리고 지나갔다. 그토록 우울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곳곳에 기발한 유머가 배어 있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밥벌이의 위대함과 비애에 대해 생각했다. ‘시대의 슬픔’을 묘사할 줄 아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 권성우 / 문학평론가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도시에 사는 사람을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과 같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야성을 포기하는 대신 동물원의 세계로부터 먹을 것과 마실 것 그리고 의료를 제공받는다. 동물원은 포식자로부터 동물을 보호해주며 안락함과 무료함의 세계를 제공한다. 야성의 삶을 포기하는 대신 동물들은 입장료를 지불한 관람객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제공해야 한다. 동물원과 도시는 결국 같은 것이다. [굿바이 동물원]은 삶을 위해 동물원에 들어가 가짜 동물 행세를 하는 가장의 이야기다. 이 같은 비극을 비극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풍자와 유머로 전달하는 것이 압권이다. 동물원 같은 도시의 삶에 지친 우리에게 이 책은 흥미로운 탈출 안내서다.
    - 박성원 / 소설가

    [굿바이 동물원]은 카프카적인 그것과 밀접하다. 언어의 단절과 불통, 심리적 소외로 말미암아 구겨진 인간관계, 복원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이 특별한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다. 오래전 카프카가 보여준 철문을 통과해, 느린 걸음으로 동물원을 지나, 안녕? 굿바이!
    - 백가흠 / 소설가

    삶이 초라해질수록 이 세상은 거대한 동물원이 되어간다. 그 안에서 우리는 마늘을 까고, 공룡 알을 접고, 인형 눈깔을 붙인다. 우리를 바라보는 구경꾼들이 누구인지 모른 채.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흉내 내는 동안은 누구나 사람이 아니니 사람 구실을 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가장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된다고 이 소설은 말한다. 그 잔인한 사실을 목격하는 순간 우리에게 동물원은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는 시공간으로 자리 잡는다. 공작새가 날개를 펴기를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기다리던 10대는 예전에 지나갔으니 이제 동물원으로 느긋하게 산책하러 다니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 굿바이 동물원. 그렇게 중얼거려본다.
    - 윤성희 / 소설가

    여기 배꼽 잡는 동물원이 있다. 당신은 상추쌈에 마늘 한 조각을 얹다가, 아이에게 줄 곰 인형을 고르다가, 무심코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물다가 키득키득 웃음을 삼킬 것이다. 그러다 문득 콩고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여기 섬뜩하고 소름 끼치는 동물원이 있다. 당신은 이미 ‘세렝게티 동물원’에 살고 있다.
    - 조영아 / 소설가

    ‘세렝게티 동물원’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 뒷면이다. 마늘 먹는 시간을 견딘 끝에 곰은 사람이 되었지만 지금 인간은 마늘을 까서 푼돈을 벌고 곰 시늉을
    물샐틈없이, 꼼꼼한 바느질 솜씨다. 작가의 진정성에 깊은 신뢰감을 느낀다. 튀는 소재를 기획적인 전략으로 버무려내는 응모작들이 많은 요즘의 경향에 비추어볼 때 매우 귀중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도 클래식하고 사려 깊다. 우리의 지리멸렬한 생활 속에 은닉된 ‘죽음’을 이처럼 핍진하게 드러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지막하지만 힘이 있는 작품이다.
    - 박범신 / 소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마음은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슬픔이란 말은 너무 작다. 특히나 엄마를 잃었을 때는. 그것은 내 생 전체와 맞먹는 아픔이거나 그것보다 더한 것일 터이다. 작가는 과장하지 않고, 숨기지 않고, 날것 그대로 아파하고 분노하고 원망하고, 운다. 신인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날카로운 상실의 고백이다. 엄마를 잃었는데 무슨 절제가 필요한가. 세상의 모든 책, 모든 페이지를 다 채운다 해도 부족할 내 엄마의 이야기인데.
    - 김인숙 / 소설가

    순정이 살아 있다는 것, 작가란 최소한 이런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 등장인물들의 숨결을 유지시키는 진정성, 바느질처럼 꼼꼼한 묘사,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노력, 이게 돋보였다. 다음에는 어떤 소설을 쓸 건가에 대한 의문을 남긴 채,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 한창훈 / 소설가

    이 소설은 죽음의 이야기, 죽음으로 마주한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죽음으로 다가가는 노년의 이야기다.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공백의 상흔이 되어버리는 상실에 맞서, 삶의 기억으로 죽음을 애도한다. 날로 경조부박해지는 세상에서 소설은 어떻게 무게중심을 잡을 것인가? 오직 진정성만이 균형의 무게 추가 될 수 있음을, [상실의 시간들]은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웅변한다.
    - 김별아 / 소설가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좋은 소설은 허구와 실제적 삶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이는가에 있을 것이다. [상실의 시간들]은 그 물음에 성공적이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외치지 않는다. 모래 위에 남아 있는 새의 발자국처럼 담담한 흔적만 남긴다. 소리는 금세 사라지지만 이 담담한 흔적은 여운이 꽤 짙다. 짙은 여운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읽는 내내 남는다.
    - 박성원 / 소설가

    이 소설 속 만가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는 어떤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되고 있었다. 내가 읽을 수 있는 만큼만 보기는 불가능한 이야기, 이미 시작된 하나의 노래. 나는 그저 울고 싶은 마음이 된 채로 이 곡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 윤고은 / 소설가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분명한 사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맞닥뜨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예외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것이다. 부모. 애인. 친구. 그리고 자식. 순서 없이, 급작스럽게, 그렇게. 이때의 상실은, 이때의 이별은, 우리가 아는 단어를 넘어선다. 이것은 치유되지 않는다. 이 소설이 어머니의 사십구재에서 시작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사십구일이 지났기 때문에 여기엔 감상이 끼어들 틈이 없다. 감상은 제거된 채 상실은 깊어진다. 그리고 그 공간으로 현실이 밀고 들어온다. 어떤 현실은 지나치게 사소해서, 어떤 현실은 다른 대안이 없어서, 어떤 현실은 너무 속물적이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속수무책이 된다. 아버지가 응급실에 갈 때, 정신을 잃어가면서도 택시 기사에게 200원 거스름을 받는 것을 보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놈의 징글맞은 생이라니!
    - 윤성희 / 소설가

    최지월의 [상실의 시간들]은 망자에 대한 애도의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인간의 죽음에 주목하지 않는 작가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 소설은 이를 장례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의례와 사회적 절차의 과정으로 서사화하고 있다는 점이 남다르다. 21세기 한국에서 죽음은 더 이상 개인적인 기억의 종언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가족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이며, 국민 자격이 말소되는 행정적 단계이고, 상조보험의 만기일, 다양한 종교 단체의 비즈니스가 전개되는 영업장이기도 하다. 이
    [모던 하트]는 모처럼 읽은 건강한 세태소설로서 내 마음에 남는다. 현실의 이면까지 체크하는 꼼꼼한 진술과 과장이나 감상에 빠지지 않는 서사, 그에 따른 견실한 문학적 관점이 장점이다. 이는 오늘의 삶을 충직하게 반영하는 소설이 많지 않은 문단의 일반적인 트렌드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귀하게 읽힌다. 현재 진행형의 우리네 세태를 이만큼 가감 없이 형상화하는 일은 쉬운 듯하지만 기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박범신(소설가)

    [모던 하트]는 무리한 설정이나 과잉 의식 없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착실하게 서사를 쌓아간다. 연애라는 강물이 흘러가면서 주변에 있는 회사, 가정, 사회 등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살려낸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문제적 단면이라고 할 풍경 하나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번엔 다소 좁고 유유한 강이었지만 앞으로는 격랑을 불러오고 범람을 일삼으며 힘차게 흘러가기를 기대해본다.
    - 은희경(소설가)

    늘 커피 체인점을 드나들며 수시로 아이패드로 카톡을 하거나 메신저로 대화하는 현대적 일상, 결혼과 이직을 둘러싼 평범한 샐러리맨의 욕망과 비애, 학벌주의와 계급을 둘러싼 정글 자본주의의 생태학……. 이처럼 익숙하면서도 쿨한 대도시, 연인과 직장의 풍속도를 유능한 헤드헌터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포착한 [모던 하트]에 의해 ‘한겨레문학상’의 스펙트럼은 한층 다채롭게 확장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문득 내가 이 거대하고 슬픈 도시에서 여전히 살아간다는 사실에 잠시 마음이 아연해졌다.
    - 권성우(문학평론가)

    어떤 무게를 지닐 것인가? 무거우면 침잠하고 가벼우면 휘발된다. 얼마나 진창에 발을 빠뜨릴 것인가? 비속하면 천해지고 고상하면 조롱당한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 가르치자면 배울 사람이 없고 자성만으론 허망하다. 현실 속의 제자리를 탐색하는 문학의 난문제에 [모던하트]는 대답한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경계, 통속과 품위의 경계, 훈계와 반성의 경계에서 즐거이 줄타기하겠노라고. 2013년식 세태소설의 모범 답안이다.
    - 김별아(소설가)

    우리는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살 수 없다(아니, 그렇게 살아지지가 않는다). 집만 해도 그렇다. 소파, 스탠드, 식탁, 침대 커버와 커튼들. 어쩜 저렇게 완벽하게 조화로운지! 내가 사는 집을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단번에 비교가 된다. 욕실 타일 사이에 낀 곰팡이, 유행 지난 벽지, 식탁 한쪽에 쌓인 각종 영양제들. 드라마는 먹는 걸 자주 보여주지 치우는 걸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그걸 버리러 갈 때마다 다른 집들의 음식물 쓰레기 더미를 보아야 한다. 하물며 연애는 더더욱 드라마와 다르다(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드라마처럼 꿈꾸고 싶긴 하다). 일이고, 연애고, 결혼이고…… 늘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다. 예기치 못한 것이 간섭한다. 그것이 우리를 초라하게 만든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근사해지지 않는다. 그 예기치 못한 놈이 바로 ‘일상’이다.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 내 발목을 붙잡는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지저분한 내 집을 누군가에게 들켜버린 느낌이 든다. 무심한 듯 던지는 삐딱한 말들이 가슴에 박힌다. 그건 인물들이 삐딱해서가 아니라, 대사 속에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한 번도 세련된 적이 없는 여자인데 스스로 그걸 알까? 그래서 자신이 굉장히 세련된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강남역을 향해 가는 여자의 마지막 모습이 더더욱 슬프다.
    - 윤성희(소설가)

    [모던 하트]는 현재를 달리는 기차 안의 세상이다. 헤드헌터의 눈에 비친 풍경들은 목적지가 모두 다른 동승자, 소설의 가독성처럼 우린 너무 짧은 시간에 먼 곳까지 와버렸다. - 백가흠(소설가)

    헤드헌터의 세계를 치밀하게 그린 소설일 거야, 라고 생각했다가 얼얼한 펀치를 맞았다. 오지랖 넓은 남자 흐물, 채식주의자 시크남 태환, 슈퍼맘 여동생, 전직 군인 아버지, 위층에 이사 온 첫사랑, 동호회에서 만난 민선, 결혼했거나 애인이 있는 여고 동창생들, 그리고 회사 동료들……. 이 소설은 당당한 싱글 커리어 우먼이 그들과 나누는 대한민국 2013년판 실시간 대화이다. 중언부언하지 않기, 급소만 찾아 망설임 없이 찌르고 돌진하기! 장강명은 이 소설에서 육박전에 임한 병사의 문체를 보여준다.
    - 조두진 / 소설가

    이 소설은 맹독을 지녔다. 몇 년 사이 읽은 소설 중 가장 문제적인 작품이라 할 만하다. 이 소설이 가진 거친 야전성은 당혹감과 불온한 매혹을 함께 내장한 피스톨을 우리에게 겨눈다. 싸늘히 표백된 우리 시대 청춘들의 잔인한 자화상. 이 아픈 유령들에 대해 독자들 사이에도 극명한 호오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문제적 작품은 모두에게 동의받기 위해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 김선우 / 시인, 소설가

    [표백]은 IMF 이후 이 사회가 직면한 총체적 난관을 맨몸으로 뚫고 온 세대에게 바치는 소설이다. 신자유주의의 토대, 무한 경쟁의 굴레를 교복처럼 입고 성장한 세대, '지금 왜 [표백]이라는 소설인가' 하는 것은, '그들은 어떻게 존재했나' 하는 '생존'에 대한 물음과 같다. 누가 이들을 살게 두었나, 무엇이 이들을 살 수밖에 없게 만들었나, 아니, 살아 있는 게 살아 있는 것인가. 마음속 깊이 울리는 세대의 절규! 하지만 그들은 울지 않는다. 통곡하는 자, 우리다.
    - 백가흠 / 소설가

    당대 문학은 현재 살아가는 삶의 지형도를 그림으로써 더 나은 삶의 길을 가늠하는 일이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중요한 것은 그 좌표를 통해 방향을 설정하고 길을 만든다는 것이다. [표백]이 제출한 현재 우리 사회는 이미 '완성된 사회'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어떠한 혁명적 비전도 '신생'의 에너지도 휘발되고 만다. 그렇다면 여전히 들끓는 생의 에너지는? 보수(補修)만 허용되는, 콘크리트처럼 경직된 이 사회에 던지는 생의 충동은 결국 자기 파괴라는 테러리즘의 길밖에는 없다는 것. [표백]이 제시하고 있는 이 도전적인 질문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답할 수 있을 것인가?
    - 정은경 / 문학평론가

    이 소설의 진술대로라면 지금 우리들은 '세상의 끝'에 서 있다. 저 기묘한 묵시록적 서사는 마치 소설로 쓴 유나바머 선언문처럼 보인다. 자유와 봉기와 혁명의 모든 가능성이 표백된 세계 속에서 청년들은 질식한다. 이 소설은 거꾸로 읽어내야 한다. 한계상황에 봉착해 내향적 자기 파괴를 거듭하는 청년 세대는 부조리한 세계에서 부조리한 방식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는 진정성의 강렬한 형식을 거꾸로 상기시킨다.
    - 이명원 / 문학평론가

    세계는 완성되었다, 그래서 삶은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자살만이 대안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그룹이 있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론([역사의 종말]), 카뮈의 '부조리'론([시지프 신화]), 도스토옙스키의 '논리적 자살'론([악령]) 등이 흥미롭게 뒤엉켜서 21세기 한국 사회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배경으로 이렇게 다시 창궐하였다. 우리 시대의 청춘들을 향한 비범한 관심과 애정 속에서 탄생한 악마적인 논리이지만, 바로 그 관심과 애정 때문에라도 맞서야 할 논리이기도 하다. 작가는 평범하고 사소한 삶의 가치를 역설하면서 자신이 창조한 이 파국적 저항의 논리에 맞선다. 작가와 작품의 격전. 톨스토이의 소설에서는 작가가 이기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는 작품이 이긴다. 이 소설에서는 어느 쪽이 이겼나? 어느 쪽이건 이것은 패자가 없는 싸움이다. 논쟁적이기를 마다하지 않는 작가의 등장이 반갑다.
    - 신형철 / 문학평론가
    를 통해 작가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사실은 거대하고 지난한 장례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_서희원 / 문학평론가

    이 소설은 우리에게 죽음을 기억하라고 요구한다. 죽음을 기억하는 일이란 애도의 실패에 관한 체험이면서 또한 삶 속에 내재한 현재진행형의 죽음을 감각하는 행위이다. 달리 말하자면 그것은 죽은 자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는 일이고, 산 자의 죽어가는 목소리를 보살피는 일이다. [상실의 시간들]은 두 목소리를 정갈하게 받아 적은 이야기이다. 죽음을 둘러싼 삶의 세목에 관한 묘사는 생생하여 자주 마음이 헛헛해진다. 또한 죽음과 관련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화적 관습들에 대한 기록은 꼼꼼하고 사려 깊어 독자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 송종원 / 문학평론가

    나는 이 작가의 대책 없는 진지함이 좋다. 문학을 둘러싼 어떤 뜬소문에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그저 ‘나의 문학’이라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한 작가가 피워 올리는 열정의 횃불이 작품을 읽는 내내 독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밝혀준다. 이 작품은 엄마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이, ‘죽음의 복잡다단한 프로세스’의 결정권을 행사해야만 하는 자식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를 가감 없이 그려낸다. 이 이야기는 죽음의 풍속을 그려냄으로써 삶의 진실을 복원해내는 경이로운 음각화다.
    - 정여울 / 문학평론가

    죽음은 단 한 번의 끔찍한 사건도 아니고, 이미 확정된 사실도 아니다. 그것은 죽음을 둘러싼 일상, 가령 분노와 절망, 사망신고와 보험처리, 상조와 장례, 그리고 기나긴 애도와 죽은 자를 잊어야 하는 의무의 수락에 의해 겨우 승인되는 시작일 뿐이다.
    [상실의 시간들]은 죽음이 이끄는 이 소란한 일상을 냉정한 다큐의 시선으로 재현할 뿐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 삶과 꼭 닮아 있는 죽음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죽음은, ‘기독교와 불교’를 싸우게 하고 우거짓국과 갈비탕을 갈등케 하며, 붓다 만 상조비와 조문객과 가족의 불화, 연민, 고인에 대한 추억을 한꺼번에 불러 모은다. 현실적인,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 자질구레한 과정에서 죽음은 망각되나 역설적으로 현재화되고 확정된다.
    이 소설이 들려주는 이 무겁고 슬픈 가락은 나날의 일상에 들러붙어 있는 죽음의 편재를 보여주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만가에 흐르는 간절한 배음이다. 나치에 쫓겨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대인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체념의 그늘에서만 진심으로 삶을 사랑할 수 있네"라고 쓴 바 있다. [상실의 시간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 다 못 한 국민들의 곡소리를 대신한 통곡이다. 그리고 그 통곡과 분노는 ‘비로소 생을 처음 보았노라’는 만시지탄이 아니던가.
    - 정은경 / 문학평론가
    내 밥벌이를 한다. 누구나 다 그 곰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아무도 사람이 곰 흉내를 내는 상황을 읽어내려 하지 않는다. 이 우화는 우리 사회의 증상이다. 작가는 짐짓 너스레를 떨며 이 증상에 병명을 부친다. 그리고 이 우화가 증상에 대한 고별이 되기를 바란다. “굿바이 동물원”, 그것은 우리 사회를 향한 뜨끔한 호명이자 애틋한 주문이다.
    - 강유정 / 문학평론가

    비인간적인 시스템 속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오히려 유령, 괴물, 도망자가 돼버린다. 작가는 주요 등장인물의 전직을 취업 준비생, 대기업 사원, 남파 간첩 등으로 다채롭게 설정해 사실상 누구도 시스템의 덫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절박하게 선택한 마지막 도피처는 근대인의 자연 착취를 상징하는 동물원이다.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동물을 흉내 내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아이러니의 포맷은 통렬하다. 그런데 동물원에서 동물을 흉내 내며 살아가는 그들이야말로 비로소 인간애를 나누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작은 기적은 이 소설이 준비한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그래서 그들은 동물이 되어보고 나서야 다시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일어설 수 있게 된다. 누구는 콩고로 날아가 동물로의 완전한 귀화를 선언하고, 누구는 재취업에 성공하거나 혹은 시험에 합격하고, 또 누구는 곧 태어날 2세를 기다리며 여전히 동물원에 남아 가슴을 두드리고 모형 빌딩에 오른다. 이 희망의 결말이 얼마간 관습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워서, 차라리 아이러니를 더 극단적으로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지만, 이 결말이 전체적으로 경쾌한 톤을 유지하고 있는 이 소설에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인 데다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고릴라들과 함께 기꺼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오르겠다는 이 작가의 선량한 의지의 소산인 것 같아서, 결국, 덩달아 따뜻해진 마음으로 작가의 편에 서기로 한다.
    - 신형철 / 문학평론가

    1997년 이후 한국 사회는 붕괴되자마자 동물원이 되었다. 차라리 세렝게티 평원은 평화로웠다. 정의는 없어도 먹어야 사는 슬픈 안분지족이 맹수들의 생태가 아닌가. 2012년 오늘의 한국은 슬픈 피식자들의 지옥이다. 가면을 벗으면 나오는 맨 얼굴은 절규뿐인데, 이 소설은 그 절규의 희비극과 복마전을 능청스럽게 극화하고 있다. 포스트모던 리얼리즘이란 이런 것이다.
    - 이명원 / 문학평론가

    [굿바이 동물원]은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들은 진짜 동물이 아니라 동물을 연기하는 공무원급 사람들. 어쩌자고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는가? 동물 네 명(?)의 구구한 사연이 작가의 놀라운 입담에 의해 롤러코스터처럼 펼쳐지는 경쾌한 소설이다. 하루 종일 마늘을 까고, 100개의 곰 인형 눈깔을 붙이고, 본드에 중독되었다가 고릴라가 된 주인공, 무공을 연마하며 100대 1의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다 실패한 앤 고릴라, 대기업 오물처리반에서 일하다 토사구팽당한 조풍년, 사상과 혁명보다 월세와 공과금에 짓눌려 동물원에 온 남파 간첩 만딩고 고릴라. 바나나를 먹고, 털을 고르고, 12미터의 철제 구조물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올라 가슴을 치며 고릴라 흉내를 내는 이들의 비루한 판타지는 시종일관 우리를 포복절도하게 만들지만, 어느 순간 웃음 끝에 비어져 나온 눈물 한 방울을 만나게 된다. 문득 말풍선처럼 떠오르는 불길한 예감, ‘이거 우리 얘기 아냐?’ 한바탕 웃음 끝에 날리는 작가의 이 강펀치는, 이 작품을 만화에서 슬픈 블랙코미디로 바꾸어놓는다. 자본의 기계가 되어버린 우리의 삶이, 최고와 최저의 수위에서 동물과 인간의 한계를 지워버린다는 이 살벌한 농담 앞에서, ‘여기가 철창 밖이 아니라 안일지도 모른다’는 불안 앞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 정은경 / 문학평론가
    록 같다. 눈으로 소설을 읽고 있지만 귀로 들리는 신기한 소설이다. 좋은 소설은 세세한 설명도, 어려운 사유도
    필요 없다. 책을 덮고 나면 따뜻한 희망이 남는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 서진(소설가)

    [모던 하트]는 막스 베버가 경고한 ‘영혼 없는 전문가, 가슴이 없는 향락주의자’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이야기이다. 누구보다 회사 일에, 그리고 연애에 열정적이지만 그들의 열정의 대상은 ‘그 일과 그 회사’가 아니어도, ‘너’가 아니어도 된다. 고유명사 대신 화려한 ‘브랜드’에 헌신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열정, [모던 하트]는 이 현대인이 품은 차가운 플라스틱 ‘하트’에 대한 블랙코미디이다. - 정은경(문학평론가)

    헤드헌트라는 말은 멋지다. 외래어 속에 숨겨진 세세한 사정을 모르니 더 멋지게 보인다. 멋진 외래어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감추는 그럴듯한 포장지가 된다. 정아은은 이직이 생존이 되는 험난한 자본정글, 대한민국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보여준다. 직업적 은어들의 리드미컬한 배치도 신선하다. [모던 하트]는 새롭고, 사실적이며, 뜨끔하다.
    - 강유정(문학평론가)

    [모던 하트]는 모든 것이 세속적 욕망 앞에서 휘발되어 날아가는 한국 사회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자 그 심연에 대한 보고서이다. 헤드헌터인 미연에게 도시는 학벌로 번식하고 스펙으로 증식하는 인간들의 냉혹한 정글과 같다. 이곳에서 사랑과 가족은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지 못한다. 현대인의 내면을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불안하고 쓸쓸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모던 하트]는 ‘세속의 심연 또는 핵심’이라고 읽어도 될 것이다.
    - 서희원(문학평론가)

    소설은 시민권을 획득한 이들의 독점물인 아크로폴리스의 언어가 아닌, 이로부터 추방당한 이들의 공간인 아고라의 언어이다. 소설이 구체적인 삶의 결들을 담아야 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나아가 소설은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지금의 삶 ‘너머’에 대한 꿈을 꾸어야 한다. [모던 하트]는 세태에 대한 천착으로부터 인간을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헤드헌터’의 시대, 야만의 신자유주의 시대의 풍속도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이로부터 우리는 비로소 이토록 비루한 현실과는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소설이다.
    - 장성규(문학평론가)

    목차

    프롤로그, 플레이 볼

    1. 그랬거나 말거나 1982년의 베이스볼
    나는 소년이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 믿거나 말거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 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 회개하라, 프로의 날이 멀지 않았다 /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 그랬거나 말거나, 1983년의 베이스볼 / 1984년의 부메랑과 그해의 노히트 노런 / 무릎과 무릎 사이, 바이바이 슈퍼스타

    2. 그랬거나 말거나 1988년의 베이스볼
    나도야 간다 /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 가을잎 찬 바람에 흩어져 날리면 / 하늘과 땅 사이에 꽃비가 내리더니 / 비 맞은 태양도 목마른 저 달도 / 젊음의 고난은 희망을 안겨주리니 / 빠빠빠 빠빠빠 빠빠빠빠빠빠

    3. 그랬거나 말거나 1998년의 베이스볼
    데드볼 /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 일어나. 야구. 캐치볼. 하늘 / 투 스트라이트 포 볼 / 스텝 바이 스텝. 한 걸음씩 인생은 달라진다 / 뷰티풀 선데이, 시간은 흘러넘치는 것이다 / 경축. 삼미 슈퍼스타즈 팬클럽 창단 /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 삼미 슈퍼스타즈 VS 프로 올스타즈

    에필로그, 플레이 볼
    작가의 말

    1부 울고 싶은 날에는 마늘을 깐다
    2부 세렝게티 동물원
    3부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4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5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는

    작가의 말
    추천의 말
    1 이직의 시대
    2 통하는 사람
    3 윗집 여자
    4 슈퍼맘과 짝퉁 용
    5 미스 커뮤니케이션
    6 퍼즐의 완성
    7 비상용 남자
    8 결혼 특별 부록
    9 오뚝이 헤드헌터
    10 20억짜리 꿈
    11 장밋빛 인생
    12 오늘도 무사히
    13 진실 게임
    14 공범 의식
    15 세련된 인간

    작가의 말
    심사평
    1. 비
    2. 남과 여
    3. 붕어빵을 든 여자
    4. 다섯 색깔 동그라미
    5. 멈춰버린 세월
    6. 홀로 우는 새
    7. 바람에 실려
    8. 외딴 집
    9. 태풍 오던 날
    10. 혹독한 계절
    11.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눈앞에 있다
    작가후기
    제1부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제2부 코마 화이트

    작가의 말
    추천의 말
    1. 나는 여우에게서 쓸쓸함을 배웠다
    2. 어른들 호주머니에는 사탕이 하나씩 들었다
    3. 닭똥집이 야채와 김치를 만났을 때
    4. 딸기우유와 크림빵 사이
    5. 세상은 지금 해체 중이다
    6. 차 안에 여우가 타고 있어요

    작가의 말

    상실의 시간들
    작가의 말
    추천의 말
    1부 장미언니
    2부 태백식당 할머니
    3부 폐가의 남자
    4부 각설이패
    5부 유미와 나리

    작가의 말
    추천의 말
    1997년 | 인왕산 허리 아래
    1978년 | 첫 생일
    1979년 | 난독의 시대
    1980년 | 황금빛 깃털의 새
    1981년 | 정원을 떠나며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1. 입춘대박
    2. 제2의 달
    3. 무중력자들의 커밍아웃
    4.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5. 휴거
    6. 심플라이프
    7. 유전자의 발작
    8. 패키지 범죄의 본능
    9. 달 특집 토론회
    10. 엄마가 돌아왔다
    11. 무중력 미용실
    12. 신대륙
    13. 달나라 납골당 주식회사
    14. 문란한 밤
    15. 종말도 식상해
    16. 다른 소설가 구보 씨
    17. 무중력증후군
    18. 중력이 증발하다
    19. 달의 몰락
    작가의 말
    추천평
    제1부 11월 24일
    제2부 최악의 도시
    에필로그
    작가의 말
    추천의 말
    프롤로그



    1. 회오리

    2. 적의 땅

    3. 명외

    4. 비는 자

    5. 가을비

    6. 살진 연기

    7. 이국의 바람

    8. 갈까마귀

    9. 조선

    10. 배신

    11. 히로시

    12. 적장

    13. 나의 적들

    14. 사랑

    15. 철군

    16. 검은 구름

    17. 귀향



    에필로그

    작가 후기

    본문중에서

    집에 돌아와 거실의 불을 켜는데, 거실 등 밑으로 드러난 내 집이 너무나 아늑하고 깔끔해 보였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총성과 비명이 난무하는 전쟁터에 있는 세연은 언니에게도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과 사생활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필사적으로 언니의 손을 잡으려 한다. 전쟁이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나라로 가버릴 거면서. 남편도, 자식도, 애인도 없는 나는 잠깐의 쓸모 때문에 임시로 고용된 단기 용병. 이 어리숙한 용병은 애국심에 들끓는 다른 나라 병사들의 절절한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만 내일의 휴식을 반납하고 말았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 pp.66~67)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푸른 등 옆의 세모꼴이 두 개에서 하나로 바뀌더니 이내 붉은 등이 들어왔다. 횡단보도 건너편으로 청회색 하늘 아래 불야성처럼 불을 밝힌 유흥가가 둥글게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거리 세 면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들어차 있고, 한 면에만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군집해 있었다. 나는 대각선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쓰러져가는 5층짜리 주공 아파트가 있었던 자리에 L자 세 개가 새겨진 초고층 아파트가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아파트 동과 동 사이로 회색 구름이 천천히 지나갔다. 유영하는 구름 사이로 우뚝 솟은 아파트를 보고 있으니 중세의 성이 떠올랐다.
    중세의 밤. 높다란 성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자고, 사랑하고, 싸우며 당대의 일상을 채워갔을 것이다. 전깃불이나 자동차 따위가 없었을 뿐 사람들의 욕망과 기대는 지금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지금, 저 아파트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의 희로애락을 부지런히 새기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은 아파트 옥상의 테두리 조명과 유흥가의 조명이 경쟁하듯 불을 밝히고 있는 이 밤의 풍경을 중세의 괴기스러운 밤이라고 회상할지도 모른다. 역사는 반복되는 법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저 아파트는 L자 세 개가 들어간 국적 불명의 이름보다 ‘산성’이라고 이름 짓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잠실산성. 역사성을 함축하기에도, 이름만 듣고 택시 기사들이 찾아가기에도 훨씬 낫지 않은가.
    (/ pp.109~110)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출신대학이 채용 여부의 관건이 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출신대학을 왜 그렇게 따져요? 일만 잘하면 되지. 희한한 사람들이네.”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최 팀장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미연 씨가 아직 대한민국을 모르는구나. 대한민국에서 출신대학은 낙인이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 경력 좋고 대학원 좋은 데 나와봐야 아무 소용없어. 대학을 좋은 데 나와야지. 학부를 좋은 데 안 나온 사람은 절대 A급이 못 돼. 외국계 회사도 정말 인지도 높은 회사는 사람 뽑을 때 출신대학 다 따져. Z사 봐. SKY 출신 아니면 아예 이력서도 보내지 말라고 하잖아? 서울대 대학원, 아니 하버드 대학원 나와도 대학 좋은 데 안 나오면 다 꽝이라고.”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일단 회사에 들어간 후에는 회사의 브랜드가 그 사람의 이름값이 된다고 생각했다. 순진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내 생각은 서치펌 일을 하면서 완전히 개조되었다.
    (/ pp.98~99)

    내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럴 때이다. 나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 모두가 생의 동반자와 새끼들을 데리고 와 지지고 볶을 때. 그 주변에 있다는 이유로 그들이 ‘새끼들 돌봄’과 ‘친구와의 사교’라는 멀티태스킹을 해내도록 성심으로 도와야 할 때. 정작 나는 관심도, 아는 바도 없는 화제에 대해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야 할 때. 아프거나 외로울 때가 아니라 바로 이럴 때! 정말이지 나는 결혼하고 싶다. 아무나 붙잡고 당장에라도 결혼하고 싶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
    는 건 얼마나 큰 손해인가. 결혼한 사람들은 싱글인 사람들을 만나면 자유로워서 좋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 자유를 존중해주지는 않는다. 자기들이 선택한 삶에 따르는 무거운 짐들을 당연한 듯 나누어 들자고 한다. 그들에게 나란 존재는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어서 시간이 넘쳐나는 인간일 뿐이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을수록 이

    나는 어쩌면 마늘을 까기 위해서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마늘을 까기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의 삶도 마늘을 까기 위해 주어진 것 같다. 마늘을 떼어놓고는 지나간 인생도 앞으로의 시간도 생각할 수 없다. 사흘밖에 안 됐는데 그렇게 되어버렸다. 마늘 까는 기계가 된 것 같다. 쥐고 까고 담는다.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동안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같은 건 사치품으로 변해버린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리고 나, 김영수라는 이름의 마늘 까는 기계만 남는다.
    그래도 울고 싶을 때는 마늘만 한 게 없다. 남자는 평생 세 번 운다. 태어날 때 한 번,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한 번, 마지막으로 마늘을 깔 때, 남자는 운다. 마늘에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매운맛과 냄새를 내는 성분이다. 이 성분 때문에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남자가 왜 울어? 못나 보이게.”
    아내가 퉁을 줘도 할 말이 있다.
    “마늘이 매워서 그래.”
    마늘도 맵지만 사는 건 더 맵다. 지난 몇 달을 돌아보면 코끝이 찡해진다. 화장실 같은 곳에 숨어서 남몰래 울고 싶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떻게 참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 p.15)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고릴라는 진짜 고릴라가 아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고릴라다. 진짜 고릴라는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가슴을 치는 일은 거의 없다. 또 진짜 고릴라는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건축 자재나 폐타이어처럼 한자리에 앉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진짜 고릴라는 당신을 실망시킨다. 당신은 고릴라가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가슴을 치고 바나나를 따기 위해 나무에 올라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고릴라는 없다. 그런 고릴라를 볼 수 있는 곳은 세상에 한 곳뿐이다. 거기가 바로 이 ‘세렝게티 동물원’ 되겠다.
    (/ pp.103~104)

    아침에는 기분이 좀 그랬다. 아무것도 모르던 전날과는 상황도 마음도 달랐다. 간밤에 많이 생각했다. 눈을 감고 있으면 낮에 봤던 고릴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먹고산다는 게 뭘까? 인생에 대한 회의가 밀려와 아내 몰래 몸부림치기도 했다. 고릴라가 아니면 먹고살 수 없는 걸까? 떼굴떼굴 밑바닥까지 굴러떨어진 느낌이었다. 내일 나가지 말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고릴라면 어때, 돈만 잘 벌면 되지,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내가 차라리 마늘을 깐다, 넌 자존심도 없냐, 너덜너덜 걸레가 될 때까지 자존심을 괴롭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도 하는 건데 뭘, 상처에 연고를 바르듯 이렇게 자기를 합리화해보기도 했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눈만 감고 있었다. 한두 시간이나 잤을까?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런 몸과 마음을 질질 끌고 출근길에 올랐다.
    (/ p.106)

    그날은 하루 종일 강한 바람이 불었다. 대장 고릴라 만딩고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기어오를 때도, 여자 고릴라 앤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정상에서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할 때도, 내 마음속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몸을 가누기가 힘겨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는 폭풍우에 휩쓸린 난파선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어두운 밤바다를 표류했다. 등대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장대처럼 쏟아지는 빗줄기와 갑판을 후려치는 험한 파도, 그리고 나라는 난파선을 사정없이 흔들고 있는 바람뿐이었다.
    (/ p.128)

    남의 돈은 그냥 벌 수 있는 게 아니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바나나 따위나 먹으며 가슴 몇 번 치는 걸로 남의 돈 벌면서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내가 어쩌면 너무 안이했는지도 모른다.
    (/ p.149)

    “마늘이 맵네.”
    아내는 거짓말을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나는 안다. 매운 건 마늘이 아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마늘 때문이 아니다. 사는 게 맵다. 매우니까 눈물이 난다. 한때는 나도 마늘을 까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래서 안다. 마늘보다 사는 게 백배쯤 맵다는 걸. 그리고 마늘을 깐다는 게 사람을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지도.
    (/ p.159)

    “자기야, 인생이라는 게 뭘까?”
    그걸 아는 사람이 대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했다. 설령 몇 명이 그걸 안다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면 못되게 굴어야 한다. 착하면 피곤하다. 사람들은 착한 사람을 우습게 보고 제 뜻대로 이용하려 드니까. 게다가 착한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 괴로워하고 미안해한다. 잘되면 남 탓, 못되면 자기 탓이다. 그런 사람들은 따로 동네를 만들어서 그곳에만 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착한 사람도 덜 괴롭고 착하지 않은 사람도 덜 불편하다. 아무튼, 사람들이 나를 괴롭게 할 때마다 나는 마음의 이빨로 진짜부모가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꼭꼭 씹는다.
    (/ p.12)

    "내가 진짜부모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가짜부모가 너무 고약했기 때문이다. 가짜아빠가 나를 백칠십두 번째로 때리고 가짜엄마가 백삼십다섯 번째로 밥을 안 주던 늦겨울 밤, 나는 확신했다. 이 사람들은 나의 진짜부모가 아닌 게 확실해. 그들은 길바닥에 버려진 장갑 줍듯 나를 주워온 거다. 나는 재작년에 숫자 세는 법을 익혔다. 손가락 없이도 숫자를 셀 수 있게 되자마자 가짜아빠가 나를 때리는 횟수와 가짜엄마가 밥을 안 주는 횟수를 차근차근 셌다. 숫자가 커질 때마다 더러운 이불을 목구멍으로 마구 쑤셔넣는 기분이었다. 나는 백이 세상에서 가장 큰 수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짜아빠가 백한 번째 나를 때리던 날, 백보다 더 큰 수를 알게 됐다. 그건 천이라는 수였는데, 백이 열 번은 모여야 되는 수라고 했다. 천보다 더 큰 수를 알게 될 때까지 계속 맞을 생각을 하니 정말이지 만사가 지긋지긋했다.
    (/ p.13)

    “나를 겁줄 생각이라면 나를 죽여야 할 것이다. 죽을 만큼 때리는 것도 안 된다. 진짜 죽여야 한다. 죽는 순간 공포나 고통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죽으면 끝이니까. 끝이란 걸 어떻게 아냐고? 왜 모르겠나. 엄마의 구멍을 찢고 바깥으로 나왔던 그때 그 순간, 나는 이미 끝을 경험했는데.”
    (/ p.18)

    “나는 이미 태어나기도 전에 보고 듣고 짐작하는 천년의 세월을 살았다. 태어나서는 그보다 훨씬 지독한 세월을 단숨에 견뎌냈다. 맞고 때리고 지르고 울고, 부수고 찌르고 할퀴고 물고, 박살내고 집어던지고 다치고 도망가고, 닦고 짓이기고 삼키고 내 혀부터 씹어대는 그런 것들. 입으로 주먹으로 나불댈 줄만 아는 백곰은 내가 아는 것의 천만 분의 일도 모를 것이다.”
    (/ p.52)

    “나는 죽고 싶어하는 것도, 죽은 척하는 것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애쓰는 것도 다 그만두고 그들을 가짜로 만들어버렸다. 당신들은 어차피 가짜니까 때리든 맞든 죽든 살든, 내 알 바 아니야. 나는 진짜를 찾을 거야. 그래서 행복해질 거야.”
    (/ p.56)

    “나는 진짜를 찾기 위해 가짜를 하나하나 수집하는 중이다. 세상의 가짜를 다 모아서 태워버리면 결국 진짜만 남을 것이다. 시간은 좀 오래 걸리겠지만,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다.”
    (/ p.56)

    "사랑한다는 말은 어떻게 표현하지? 오랫동안 그 문제로 고민을 했지만, 사랑한다는 걸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내야 하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결국 할머니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은 할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벽에 그 글자를 붙여두기만 했는데, 할머니는 가끔 그 글자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맛있다. 밥 먹어. 잘 잤어. 할머니가 ‘사랑해’란 글자를 보며 상상하는 어떤 단어든, 결국은 다 사랑에 포함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사랑은 원래 그런 거니까."
    (/ p.82)

    "사람들은 평화를 원하는 척만 할 뿐 그것을 진정으로 갈구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에 드러나는 순간 갈기갈기 찢겨질 나를. 갈기갈기 찢은 후 다시 온전한 나를 갈구할 그들의 기만을. 나는 그 안의 평화로만 남고 싶었다. 드러나고 싶지 않았다. 파괴당하고 싶지 않았으며, 돌이킬 수 없는 그들의 원망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내 이름은 평화였다. 오직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평화를 나는 그 안에서 다 이해했다.”
    (/ p.107)

    "나는 엄마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원래 내가 살던 곳.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락한 그곳에 다시 들어가 죽을 때까지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서 그냥 엄마인 채로 살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내 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내가 무얼 원하는지
    “말 그대로야. 우리 노숙자들, 열외인간들 중에서 왕이 나타난다는 얘기야. 그 왕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 도시를 완전히 뒤엎어버려서 우리에게 권력과 힘을 송두리째 넘겨준다 이 말이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왕이 곧 우리들의 메시아가 되는 거야. 왜, 성경 말씀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메시아는 세리와 창녀의 친구라고 말이야.”
    (/ p.29)

    기무가 총을 들고 이곳저곳 설레발 치고 다니거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대끼는 지하철 안에서 노골적으로 총을 쥐고 있어도, 그들은 그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같이 피곤하고 잔인할 만큼 억눌린 얼굴을 하고서, 휴대폰을 유년 시절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거나 타블로이드판 무료 일간지를 뒤적거리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할 뿐이었다.
    (/ pp.71~72)

    총과 총알까지는 확보된 상태다. 그런데 보스는 어디 있으며, 제거해야 할 서바이벌 상대는 또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숨어 있단 말인가? 그런 것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재하자, 기무는 그러한 허탈함에 생리적으로 반응하듯 갑자기 밀려오는 조갈을 강하게 실감했다. 목이 마르다. 기무는 집에서 연양갱 열 개를 단숨에 섭취한 뒤 현재까지 닥치는 대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면서 그 어떤 액상 음료도 마시지 못한 상태다. 녀석은 우선 뭔가를 마셔야겠다는 강한 충동만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p.73)

    11월 24일, 광록이 김중혁을 이곳 3호선 종로3가역 13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이상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에 마련된 무료 급식 센터까지 데리고 온 이유도, 바로 평소 자신의 주장을 동반자에게 확인시켜주고 싶은 의욕이 지나치게 앞선 탓이다. 김중혁은 그런 광록의 열의를 타박하고 싶진 않았지만, 결코 공감하진 못했다. 어차피 우리는 노숙자다. 이번 겨울에도 몇 명이 길바닥에서 얼어 죽어 일간지 하단 무연고자 사체 처리 공고에 포함될지 모르는 형편이다.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보온 효과 짱짱한 신문지의 다량 확보와 혹독한 냉기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알코올의 지속적인 공급뿐이다. 인간다운 식사라니……. 김중혁은 광록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과연 우리가 인간인가.
    (/ pp.74~75)

    무리들은 모두 통일된 하나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노인이든 관계없이 죄다 흔히 웨딩홀에서나 봄 직한 길고 화려한 제비꼬리가 달린 검은 연미복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 역시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윤마리아가 반가워한 이유인 즉 그들 모두 얼굴에 동물 인형 머리 같은 것을 눌러썼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다면 윤마리아가 반가워할 만한 그 동물은 무엇이겠는가? 그렇다. 바로 양이다. 굳이 랜턴 불빛을 비추지 않아도 야광 도료를 발랐는지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희디흰 양을 닮은 인형 머리를 눌러쓴 그들이, 곧 이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이었다. 실제 사람의 머리보다 두 배는 더 크고 육중해 보이는, 영락없이 ‘모여라 꿈동산’ 녹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광경이란.
    (/ pp.166~167)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는 서로의 머리통과 얼굴이 양의 그것으로 변해가는 꼴을 목격하기 시작했어. 머리카락이 흰 털로 변하고 얼굴에서도 흰 털들이 자라 나오기 시작한 거야. 처음에 우리들 자신은 이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어. 상대의 머리통을 보면서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거지. 아, 이제 우리 모두 양이 되어버리는구나 하는 사실 말이야.”…… “그런데 우리들은 모두 양머리들뿐이야. 목자가 없어. 그래서 불안해지기 시작한 거지. 모든 게 혼란스러웠어. 그래서 우리는 목자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지. 그런데 웬걸. 우리가 목자라고 믿고 싶던 대상들이 하나같이 우리의 기대를 배반했어. 또 어떤 얼어 죽을 사이비 목자들은 우리를 썩은 오물통 속으로 밀어 넣기도 하고 말이야.” …… “이봐.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말이야. 우린 선각자들이야. 당신들은 아직 스스로도, 아니면 상대를 통해서도 우리 모두가 양머리로 변해가는 것을 모르거나 자각하지 못하는 무지몽매한 상태에 빠져 있는 거고. 그래서 우린 결국 참다못해 당신들도 이제 곧 양머리로 변할 테니까 그
    지하철은 매순간 목적지를 향해 흘러간다. 그 식상한 리듬에 맞춰 사람들은 흔들린다. 어쩌면 우리 모두 같은 꿈을 꾸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을 잠재울 만한 거대한 파업이 일어나주기를. 대공항이라든가 전쟁이라든가 동시 다발적인 정전이라든가 식품 파동 같은 것들,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소외당할 만큼 중요한 뉴스들.
    (/ PP.10~11)

    “우리는 말이다. 플랑크톤이 자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말이야. 멸종과 멸종 사이, 그러니까 플랑크톤조차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대 말이야. 진짜가 아니라 리허설 같은 시대! 게다가 우린 다 엑스트라지. 누구 하나 이 무대를 휘어잡을 사람이 없어. 다 엑스트라야. 지구인들은 모두 엑스트라!”
    (/ PP.19~20)

    나는 늘 아프다. 아무래도 질긴 바이러스가 신체 부위별로 혹은 장기별로 떠돌면서 증상을 보이는 것 같은데, 원인이 확실하지 않다. 생각해보면 나만 아픈 것은 아니다. 사무실은 병균 덩어리였다. 본인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장은 ‘추함’을 앓고 있고, 조 부장은 ‘무모증’과 ‘외로움’을 , 그리고 이 과장은 ‘외로움’과 ‘숙취’를 앓았다. 앙숙인 조 부장과 이 과장이 같은 병을 앓는다는 사실은 참 흥미롭다. 그런가 하면 홍 과장은 ‘엉덩이 처짐’과 ‘교통 체증으로 인한 짜증’이란 병을 앓고 있다. 젊은 피를 자랑하는 김 과장 역시 ‘노동’이란 병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유 과장은 ‘눈 밑 주름 강박증’을, 송과장은 ‘신경질적 무릎 관절염’을 앓았다. 내가 지금 나열한 것들은 모두 과거에는 없었으나 현대에 와서 생긴 비질병성 사례 상위 20위 안에 드는 것이다.
    (/ P.47)

    아무도 망언하지 않았고, 아무도 테러하지 않았다. 어떤 동물도 도로를 점령하지 않았고, 어떤 과자에서도 애벌레가 나오지 않았다. 신문을 장식하는 것은 오로지 기계처럼 움직이는 정치판이나 연예계 뉴스뿐이다. 공약이 공약이 되는 것은 여전했고, 국회의사당에서 크고 작은 ‘게이트’들을 사육하는 것도 여전했다. 그러나 모두 마치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지리멸렬했다. 세상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동안, 나는 마치 아무런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우울해졌다.
    (/ P.233)

    긴 봄, 정말 달이 늘어났던 것일까. 우리의 상상력이 늘어났던 것일까. 어디선가 또 하나의 달이 떠오른 것이 아닐까. 양치기의 거짓말에 지쳐 진짜 늑대를 보지 못한 사람들처럼, 어딘가 진짜 달이 떠오른 것은 아닐까. 진짜 두 번째 달 말이다. 어쨌거나 그 모든 것들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 사회의 거짓말이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은 것처럼 어쩌면 달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범죄를 계획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들킬 때까지 계속할 거짓말을.
    (/ PP.289~290)
    꿈이었을까. 환상이었을까.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분명 몇 시간 전의 일인데 아득하게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꿈속에서 소연이 품 안에 안겨 있을 때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눈이 녹아 사라지면 그 기억마저 영원히 잊혀질 것 같았다. 호주머니를 뒤졌다. 내 호주머니에는 항상 연필이 들어 있었다. 햇볕이 따스한 날이면 나는 노란 물탱크에 낙서를 하며 엄마를 기다렸다. 노란 물탱크는 내 낙서장이었으며 낙서는 내 인생의 기록이었다. 훗날 이 기록을 내 아들딸에게 물려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때 동물원에서 여우에게 쓸쓸함을 배운 이후 나는 여우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나에게 쓸쓸함을 가르쳐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엄마도 아버지도 가르쳐주지 않은 그것을 여우가 가르쳐주었다. 내가 여우를 사랑하게 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점차 여우와 닮아갔다. 여우처럼 자주 쓸쓸해졌다. 밥을 먹다가도, 얼굴에 비누칠을 하다가도, 똥을 누다가도 문득문득 쓸쓸해졌다.

    옥상은 세상 구석구석 숨어 있는 비밀을 내게 누설했다. 요즘 나는, 내가 옥상 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큰다는 건 어쩌면 그만큼 비밀을 많이 간직한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건물 아래를 굽어봤다. 매일 같은 곳을 떠돌이 개와 이름을 모르는 이웃 들이 지나갔다. 그 속에는 파자마 바람으로 담배를 사오는 남자도 있었고, 계란 한 판을 들고 가는 여자도 있었다.

    비밀은 이상한 힘을 지녔다. 간직하면 할수록 더 간절해진다. 사람을 간사하게 만든다. 비밀을 많이 간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비밀을 많이 간직한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얼마 전 나는 엄마의 빨간 립스틱과 꽃무늬 티셔츠에 얽힌 비밀을 알아버렸다. 그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그러나 곧 내가 왜 이런 비밀을 알고 있어야 하는지 고통스러웠다. 어른들은 곧잘 나의 인내심을 실험하려 들었다. 나는 우연 같지 않는 그 우연과 힘겨루기를 했다.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길게 흘러갔다. 나는 옥상 위를 서성이다가 노란 물탱크 주변을 맴돌고 맴돌았다.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 방학이 노랗게 맴돌며 달아나고 있었다. 온 세상이 물탱크처럼 노랗게 맴돌며 멀어졌다. 멀리 보이는 고층 건물도 길 건너 어딘가에 있는 아트비전도 새로 생긴 오락실도 노랗게 맴돌며 멀어졌다. 다들 바삐 갈 곳이 있는 듯 수선스럽고 부산했다. 지루하고 더딘 건 청운연립뿐이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는 하릴없이 서성이는 열세 살, 이백삼십 밀리미터 해리포터 운동화 속의 내 발바닥이 있었다. 노랗게 맴돌며 멀어지는 세상은 내 발바닥의 비애를 알지 못했다. 길게 이어지는 지루함의 고통을 알 리 없었다. 저희들끼리 깔깔대며 몰려갔다. 저들은 새로운 지구를 건설하기 위해 부산을 떠는지도 모른다. 저들이 서 있는 땅보다 더 비옥하고 기름진 곳을 찾아가는 중인지도.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선수와 팀을 가지고 있다. 60년 동안 야구를 사랑해온 늙은이에게도, 바로 어젯밤부터 야구가 좋아진 중학생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을 뽑거나 국회의원을 뽑을 때와는 달리, 적어도 야구에선 ' 다 똑같은 놈들이야' 라거나 '전부 도둑놈들이야'와 같은 태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야구에 관심이 없는 이라 해도, 겨기를 죽 지켜보다 보면어쨌든 누군가를 응원하고 있거나 어떤 팀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마련이다. 야구란 그런 것이다. 물론 위의 표현에 대해, 만약 그대가 정치인이라면 심한 밤감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그대는 말한다. 아니, 그럼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야구보다 못하다는 얘기야? 물론이다. 역사상 그 어떤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야구보다 위대하지는 못했다. 아니, 애당초 더 위대할 수 없다. 정치와는 달리, 야구에는 원칙과 룰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중에서/ p.80)
    이제 나는 세상이 아주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어떤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이미 그보다 더 위대한 사상이 전에 나온 적이 있고, 어떤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에 대한 답이 이미 있는, 그런 끝없이 흰 그림이야. 그런 세상에서 큰 틀의 획기적인 진보는 더 이상 없어. 그러니 우리도 세상의 획기적인 발전에 보탤 수 있는 게 없지. 누군가 밑그림을 그린 설계도를 따라 개선될 일은 많겠지만 그런 건 행동 대장들이 할 일이지. 참 완벽하고 시시한 세상이지 않니? 나는 그런 세상을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라고 불러.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에서 야심 있는 젊은이들은 위대한 좌절에 휩싸이게 되지.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 자신이 품고 있던 질문들을 재빨리 정답으로 대체하는 거야. 누가 빨리 책에서 정답을 읽어서 체화하느냐의 싸움이지. 나는 그 과정을 '표백'이라고 불러.
    (/ pp.77~78)

    마르크스는 공산 혁명을 주장했지만, 공산 혁명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우리 세대가 처한 상황과 이 세대의 운명에 대한 우리의 분석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넓은 의미의 선언자다. 누군가가 와이두유리브닷컴을 '부모 덕택에 고생 모르고 자란 배부른 녀석들의 복에 겨운 헛소리'라고 매도하려 들 때 '그 방식은 과격하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라고 맞서며 우리의 논리를 그 자리에 소개한다면 당신은 선언자다. 우리 세대가 하루하루 좌절에 빠지는 이유가 우리 개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그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우리와 같은 편이다.
    (/ p.182)

    산업화 시대의 노동자들은 사회주의 사회라는 '다음 단계'를 꿈꾸며, 프롤레타리아 운동의 주체로서 뚜렷한 이념과 이상을 갖고 정치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표백 세대는 지배 이념에 맞서 그들을 묶어주거나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념이 없으며, 그렇기에 원자화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낙원'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이상향은 있을 수 없기에, 표백 세대는 혁명과 변혁에 관한 한 아무런 희망을 품을 수 없다. 이들은 사회를 비난할 권리조차 박탈당한다. 완성된 사회에서 표백 세대의 실패는 그들 개개인의 무능력 탓으로 귀결된다.
    (/ p.199)

    자살을 꿈꿔본 적이 없냐고? 왜 없겠어. 그런 건 누구나 밤마다 생각하는 것 아닌가? 나는 밤마다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창문을 깨고 원룸에서 뛰어내리는 공상을 한다고. 때로는 분노에 차서, 때로는 사는 게 허무해서. 세연이 쓴 선언문에 동의하지도 않았고, 사람을 외길로 몰아간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일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선언문 덕에 위안을 받는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왜지?). 그러나 내가 그 선언문으로 구원받을 수는 없었다. 설사 선언문의 내용에 내가 찬성한다 해도, 그 선언문과 실행 지침은 생활이 곤궁하거나 좌절했을 때 자살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실행 지침에선 자살을 하려거든 삶의 중요한 성취를 이뤘을 때 하라고 했는데, 나는 적어도 업무에서 다른 사람이 인정할 만한 성취는 앞으로 영영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 p.241)

    우리 사회에 모순이 쌓이지 않는다는 세연의 주장에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이제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곧 몇 번 들이치리라 생각한다.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많은 일을. 그건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 p.332)
    뇌와 심장을 비롯한 주요 장기의 완전한 정지, 호흡의 정지, 신체 기능의 정지는 삶의 종말이자 죽음의 시작이다. 적절한 자격을 가진 의사가 신체의 죽음을 선고하는 문서를 작성하면, 장례 절차가 시작된다. 몸을 닦아 치장한 뒤에 관에 넣어져 묻히거나 태워진다. 이 과정에서 평소에 친분이 있던 사람들에게 사망 소식이 전파되어 인지된다. 한 달 이내에 동사무소에 사망신고서를 제출해서 호적을 닫는다. 통신사에 연락해서 핸드폰을 해지하고, 은행과 보험사에 연락해서 계좌를 폐쇄한다. 그런 절차들을 통해서 사회 속에서 활동했던 정신, 인격, 신분을 말소당해야 죽음이 완성된다. 사람의 죽음은 신체의 기능 정지라는 자연의 현실과 사회적 인격의 소멸 사이를 가로지르는 일련의 사건이다. 죽은 사람에겐 정지한 몸의 현실에 맞춰 정신을 조정할 힘이 없으니, 다른 사람이 그걸 해줘야 한다. 누군가 죽은 사람을 죽여야 한다.
    (/ pp.16~17)

    엄마에게 자식들의 삶은 낯선 타자의 그것이나 작동 원리를 알 수 없는 사물로 변했다. 엄마의 인생을 구성했던 모든 좋은 것들이 해체되고 있었다. 평생 선량하게, 잘 살아보려고 기를 쓰고 노력했지만, 엄마는 통제할 수 없이 쇠락하는 몸으로 무력감과 고독을 겪어야 했다. 노인이 되면서 누구나 그러하듯이.
    (/ p.41)

    나는 적당한 말을 찾았다. 아버지가 언제 죽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지 않을 정도로 늙고 크게 병들었는데 장님까지 되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노후의 평안이 박살 날 거라는 말을 빼고, 한 줌의 품위와 독립성이 보장되는 노후를 보내기 위해선, 설사 그게 운전을 포기하는 일이 된다고 해도 예방적인 의료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표현. 없다.
    (/ p.46)

    정말 산 사람이 살아야 한다면, 죽음을 부정하고 삶을 욕망하기만 하는 걸론 부족하다. 죽음을 수용하고, 애도하고, 상실과 변화를 받아들여야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은 자연의 섭리 속에 태어나고, 사회의 질서 속에서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한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몸이 마치면, 사회의 질서에 따라 그 정신을 쉬게 해야 한다. 나는 미래로 가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죽은 엄마를 죽여야 했다.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기분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돌이킬 수 없는 죄에 가담했다는 끔찍한 기분이 사라지질 않는다.
    (/ p.72)

    엄마는 원래 엄마로 태어나지 않았다. 아버지를 만나 우리를 낳아서 키우느라고 엄마인 엄마가 되었다. 모든 존재엔 역사가 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장소에서 이윽고 생겨나서 변화하고 소멸에 이르는 역사. 소멸한 듯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곳으로부터 새로 시작되는 역사. 그러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과 시작되는 것에 관해.
    (/ p.82)

    빈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종교는 부두교 정도였을까. 이런저런 신앙이 한꺼번에 공존하는 풍경은 죽음과 관련된 그 절실한 믿음의 동작들이 유일하지도 않고, 절대적인 권위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따름이었다. 공존할 수 없는 믿음, 합치할 수 없도록 부서지고 조각난 의례 절차들을 한자리에 묶어두는 힘은 장례에 관련된 법률에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3일 이내에 빈소를 세우고 발인해서 장례를 치러야 한다. 그게 나라의 법이다. 다들 그걸 알고 있어서 발인 전에 와서 절하고 울고 부조금을 내고 밥을 한 끼 먹고 갔다.
    (/ pp.107~108)

    사랑 주던 엄마는 이제 없고, 효도 받으려는 아버지만 남았다.
    (/ p.148)

    두서없는 것 같아도 아버지의 이야기엔 주제가 있다. 어려웠던 유년기와 시련의 청년기를 넘어서 군대에 들어가 엄마와 더불어 당당한 삶을 얻었다,라는 것의 반복이니까.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병들고 늙은 현재의 자신을 잊는 거다. 아버지의 과거는 현실을 대체하는 가상현실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가상현실이 작동하려면, 아버지를 향해서 늙고 병든 홀아비라고 자꾸만 일깨우는 장성한 딸이 없어야 한다. 온갖 이야기를 다 하지만, 아버진 그 어떤 순간에도 나와 관련되거나 나와 공유했거나 나를 끼워 넣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나는 삭제된다. 아버지 얘기를 오래 듣고 있으면, 숨이 막힌다.

    알지 못해도 그곳이 내겐 최고다. 왜냐면, 그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니까. 내 몸뚱이를 갖고 스스로 울기 시작하면서 나는 괴로워졌다.”
    (/ p.206)

    “불행으로 살 수 있는 건 동정뿐이다. 동정은 아무 힘이 없다. 나는 그것을 잘 안다. 나는 동정받는다고 느낄 때 가장 비참했다. 그건 내게서 즐거움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는 거니까. 나를 동정할 때, 나를 동정하는 사람의 마음이 따듯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차라리 불행할 것이다. 대장과 달수 삼촌은 내게 그 이치를 가르쳐줬다. 불행을 주긴 쉽지만 웃음을 주긴 어렵다는 걸. 우리가 웃음을 주려고 하면 사람들은 팔짱을 낀 채 ‘어디 한번 해보시지’라는 눈빛을 마구 뿜어냈다. 사랑하던 사람이 도망가고, 돈을 다 잃고, 마음속엔 활활 불이 타올라도 우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웃어야 했다. 그럼 우리를 보는 사람도 웃었다. 웃다가도 어쩔 수 없이 울면, 우리를 보는 사람도 울었다. 그 눈물에, 표정에, 코를 훌쩍이는 소리에 위안을 받았다. 그건 동정이 아니다. 같은 마음이다. 그렇게 울고 웃는 사이 불행은 평범해졌다. 평범해진 불행은 힘이 없다. 그냥 그까짓 것이 된다.”
    (/ p.230)

    "하루하루는 쏜살같이 흘러가는데 돌아보면 늘 제자리고 무심결에 손을 베듯 몸과 마음에 상처가 났다.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고 낯모르는 애들과 말을 섞고 어른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맨살을 다 드러내며 그렇게 쳐다보면 뭐 어쩔거냐고, 이건 내 몸 내 정신 오직 나만의 것이니까 씨발, 관심 끄라고 대거리를 하면서도 깡마른 고양이처럼 눈빛은 언제나 불안하게 흔들렸다. 깨달음과 후회는 언제나 뒤늦게 오니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결국 혼자 남아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고 내 상처를 내 혀로 핥으며 지나친 고독과 절망에, 굶주림과 공허함에 허덕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 p.250)

    “용역과 경찰은 오랫동안 사귄 친구처럼 담배도 나눠 피고 한쪽 다리를 달달 떨면서 농담도 했다. 맞은 사람은 자리에 주저앉아 서럽게 울었다. 그들의 얼굴을 어딘가에서 본 듯했다. 아주 익숙한 풍경이었고,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는 풍경 같았으며,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일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에 몸을 떨었다. 날마다 새로운 날이 아니라, 날마다 같은 날, 아주 사소한 것들만 변할 뿐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틀과 원래는 어디든 비슷해서, 맞는 사람은 늘 맞고 으스대는 사람은 늘 으스대며 때리는 자는 늘 때리는 자다. 그것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 알 순 없었지만,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그것을, 그런 이치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은 그들의 뜻대로 굴러간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반쯤 헐린 나의 공간에서 지켜보았다.”
    (/ p.269)
    때를 대비해 어떤 준비라도 해놓으라는 자각과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런 이벤트를 마련한 거란 말이야. 알아듣겠어?”
    (/ pp.264~266)

    사내가 연해 헐떡거리다 마침내 연이의 배 위에 고꾸라질 때까지 연이는 내내 월남치마를 덮어쓰고 있었다. 청력이 약한 연이는 사내가 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지만 가는 소리 역시 듣지 못했다. 무거운 물건이 얹혀서 한참 들썩거리다가는 갑작스레 사라졌다는 느낌뿐이었다. 그후에도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은, 코를 찌르는 포마드 냄새만이, 배 위에 얹혔던 무거운 게 연이가 아는 그 사내였다는 사실을 일러주었다. 사내가 사라진 뒤에도 연이는 그렇게 치마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완전한 무력증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p.128-129)
    (/ p.192)

    "사랑은 막을 수 없는 거야. 막아서도 안 되는 거야."
    나는 쉰 살도 넘은 엄마가 열일곱 소녀 같다고 생각했었다. 남편을 사랑하고, 자식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고향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만사를 사랑의 관점에서만 생각했던 엄마. 어찌 생각하면, 엄마의 죽음을 겪은 것은 우리뿐이니, 엄마는 전혀 죽지 않은 듯도 하다.
    (/ pp.210~211)

    그렇지만 필멸이 필연이라고 알아도,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고 거듭거듭 생각해도, 그걸론 고통은 덜해지지 않는다. 세계가 세계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미래로 전진하기 위해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해봐도, 애석한 정은 끊어지지 않는다. 전진하는 세계는 한없이 슬픈 세계다.
    (/ pp.225~226)

    엄마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도 비슷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엄마의 구두들은 한결같이 왼쪽 밑창이 오른편보다 조금씩 더 닳아 있었다. 무의식중에 엄마가 왼쪽 다리에 조금씩 더 힘을 싣고 걸었던 거다. 가방들은 엄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한 길이로 끈이 맞춰져 있었다. 엄마의 정장들을 보면, 엄마가 어떤 날, 어떤 장소에서 입었는지 기억났다. 엄마 물건들은 타지 못하고 남은 엄마의 몸이었다.
    (/ p.247)
    해도 나는 그 몇 명 중에 들지 못했다. 나 역시 마늘을 까던 지난날, 숱하게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가. 하지만 답이 없는 질문이었다. 질문을 할 때마다 한숨만 나오고 마음만 어두워졌더랬다.
    “마늘을 까고 있으면 있잖아,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어쩌면 마늘을 까기 위해서 태어난 건 아닐까? 마늘을 까기 위해서 여태까지 살아왔고 앞으로의 시간도 마늘을 까기 위해서 주어진 게 아닐까? 어떨 땐 내가 마늘 까는 기계가 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자기도 마늘 깔 때 그랬어?”
    나도 마늘 깔 때 그랬다. 나란 무엇일까? 나에게 마늘이란 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손에 밴 마늘 냄새처럼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정체성은 오래전에 유행이 지난 액세서리처럼 이리저리 방바닥을 굴러다니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곤 했더랬다.
    (/ pp.161~162)

    그리고 동물원에 있으면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 구실 같은 건 안 해도 돼.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람 구실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고. 난 거의 없다고 봐. 하지만 동물원은 달라. 사람 구실은 못하지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동물원이야. 웃기지? 내가 그랬잖아. 사는 게 코미디라고. 자, 한잔해. 어때, 여기 죽여주지?
    (/ p.214)

    “사는 게 참 그렇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나는 과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이런 문제들을 등한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 p.225)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만딩고는 한 마리 고릴라로 별 탈 없이 살았다. 관람객들을 상대하며 하루를 보내고, 가끔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올라가 밥벌이를 하기도 했다. 동료들도 생겼다. 비슷한 처지라 마음이 잘 맞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늘 함께해주는 동료들 덕분에 만딩고는 외롭지 않았다. 같이 술을 마시며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눌 때는 모닥불 곁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했다. 그러는 동안 연락책의 피 묻은 얼굴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돌멩이처럼 만딩고의 뇌리에서 지워져갔다.
    (/ pp.282~282)

    고릴라사에는 만딩고와 조풍년 씨와 앤의 빈자리만 남아 있었다. 먼 산을 보다 문득, 고추잠자리들이 날아다닐 때면 불쑥, 가을바람에 낙엽이라도 한 장 떨어질라치면, 떠난 사람들이 그리웠고, 그들이 남기고 간 빈자리가 양말에 난 구멍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필드에 주저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만딩고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정상에서 탕탕 가슴을 치고 있는 조풍년 씨가, 관람객들 앞에서 어슬렁어슬렁 고릴라 워킹을 하고 있는 앤이, 때로는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고릴라사에는 언제나 나 혼자뿐이었다. 고릴라사는 태평양만큼이나 넓었고, 거기에 남겨진 고릴라 한 마리는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처럼 외롭고 쓸쓸했다.
    (/ p.330) 현상은 심화된다. 정작 나는 결혼하지도 않았고 자식도 없는데, 점점 다른 사람들의 자식을 돌보거나 그들의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늘어난다. 간혹 내 의견을 말하면, ‘네가 아직 결혼을 안 해봐서 그래’라거나 ‘그러니까 너는 절대 결혼하지 마라’ 같은 지긋지긋한 말만 돌아온다. 독신자 클럽 같은 데 가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지겹게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 p.152)

    이. 십. 대. 그 단어를 나직이 음미해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 같다. 내게도 20대가 있었지. 마음은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육신은 어느새 20대를 훌쩍 뛰어넘어 낯선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서른일곱. 아무리 되새겨도 늘 낯선 나이. 3년 뒤면 나는 마흔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마흔. 그때 나는 어떤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까. 서치펌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 여전히 싱글일까. 지금처럼 흐물 같은 남자나 만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작정 나이 먹기가 두려운 것. 그래서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행해온 공고한 관습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것. 차라리 차악을 택해 무시무시한 세월을 덮고 건너가는 것.
    (/ p.200)

    나는 태환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과의 만남을 단숨에 형편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그 밤의 과음을 후회할 뿐. 태환과 다시 만나고 싶은 건 그 밤의 거친 단면을 조금이라도 다듬고 싶어서이다. 이대로 연락이 끊긴다면 그 단면은 영원히 다듬어지지 못하고 틈날 때마다 내 영혼에 생채기를 내리라.
    그를 만나고 싶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만나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천천히 식사를 하고 싶다. 예의를 갖추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를 하면서 정중하게 헤어지고 싶다. 그렇게 내 아픈 단면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지고 싶다.
    (/ p.249)

    어차피 생이란 그런 것. 진행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경각심이 든다면 그것은 파국이라 할 수 없으리라. 완전한 격정과 놀라운 속도, 그리고 이전의 생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탈이 혼연일체를 이룰 때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은 완성된다. 원인과 과정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인연이 이미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다음.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받아들이고 다시 걸어가는 것. 생에 같은 순간이 두 번 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파국으로 인한 교훈도 실은 불가능하다고 해야 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를 원망하거나 스스로 돌아보며 후회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후일담이다.
    (/ p.282)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1~
    출생지 -
    출간도서 22종
    판매수 4,055권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팽이]가 당선되었다. 2010년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제15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과 소설집 [팽이]가 있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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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7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25종
    판매수 13,026권

    소설가. 『표백』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우리의 소원은 전쟁』 등 다수의 장편소설과 에세이 『5년만에 신혼여행』 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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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72~
    출생지 -
    출간도서 6종
    판매수 1,611권

    1972년생.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제1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펜으로 쓴다.
    펜으로 이력을 만들겠다.

    생년월일 1975~
    출생지 전남 순천
    출간도서 4종
    판매수 1,516권

    헤드헌터, 번역가, 소설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살아왔지만 제1정체성은 언제나 ‘엄마’였다. 엄마 경력 12년에 접어들던 어느 날,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너무 아등바등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때부터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좋은 엄마’란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내기 위한 고투의 시작이었다. 2013년 [모던 하트]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장편소설 [잠실동 사람들], [맨얼굴의 사랑]을 펴냈다.

    생년월일 1972
    출생지 원주
    출간도서 1종
    판매수 598권

    1972년생. 지구인. 쥐띠. 오형. 게자리.
    국적 대한민국. 고향 원주.
    서울여대 문헌정보학과 졸업.
    서울 시민. 사서. 그리고 작가.

    생년월일 197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31종
    판매수 4,892권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부터 소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열외인종 잔혹사』를 비롯해 장편소설 『반인간선언』 『크리스마스 캐럴』 『망루』 『너머의 세상』 『광신자들』, 청소년 소설 『아지트』 『주유천하 탐정기』, 에세이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 평론집 『성역과 바벨』, 번역서 『원전으로 읽는 탈무드』 등이 있으며,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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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3~
    출생지 전남 여수 거문도
    출간도서 33종
    판매수 8,262권

    1963년 여수 출생. 소설집 『가던 새 본다』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청춘가를 불러요』 『나는 여기가 좋다』 『그 남자의 연애사』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장편소설 『홍합』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 『꽃의 나라』 『순정』 『네가 이 별을 떠날 때』, 산문집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 『내 술상위의 자산어보』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어린이 책 『검은섬의 전설』 『제주선비 구사일생 표류기』 등이 있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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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70~
    출생지 경북 청도
    출간도서 26종
    판매수 13,331권

    1970년 경상북도 청도군에서 태어났다. 현재 강원대학교 스토리텔링학과에서 소설 작법을 가르치고 있다. 1998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고, [물의 말]로 제6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소설 [에덴의 서쪽] [물의 말] [춤에 부치는 노래] [죽죽선녀를 만나다], 청소년소설 [환절기] [괴물 선이] [첫날밤 이야기] [용의 고기를 먹은 소녀], 동화 [똥 땅 나라에서 온 친구] [친구가 필요해] [사랑은 어려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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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7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2005년 장편소설 [도모유키]로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2001년 단편소설 [게임]으로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능소화][유이화][아버지의 오토바이][몽혼][북성로의 밤]과 소설집[마라토너의 흡연][진실한 고백]을 펴냈으며, 이 중 [몽혼]과 [마라토너의 흡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날카로운 시선과 예리한 관찰력, 담담하면서도 힘있는 필력, 분명한 주제 의식과 흔치 않은 소재의 선택으로 그만의 탄탄하고 개성있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강원도 정선
    출간도서 8종
    판매수 1,185권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서울여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마네킹 24호]로 등단했고, 2006년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로 제11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푸른 이구아나를 찾습니다], [헌팅], 소설집 [명왕성이 자일리톨에게]를 썼다.

    생년월일 1972~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7종
    판매수 20,061권

    2002년 자전적 성장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달의 제단》으로 제6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소설 《이현의 연애》 《서라벌 사람들》 《사랑이 달리다》 《사랑이 채우다》, 동화 《화해하기 보고서》 등을 펴냈다. 《설이》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주인공 동구와 세상 아이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고자 쓴 작가의 두 번째 성장소설이다.

    생년월일 1980~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21종
    판매수 9,075권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1인용 식탁』 『알로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 『밤의 여행자들』 『해적판을 타고』가 있다.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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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68~
    출생지 경남 울산
    출간도서 33종
    판매수 59,736권

    1968년 울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3년 미국이 창조한 지구적 영웅들의 활약상을 통해 미국식 제국주의의 실체를 흥미롭게 폭로한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같은 해 역사상 가장 최약체였던 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1할 2푼 5리의 승률’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대한민국 문학사상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이 된 작가의 출현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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