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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하는 삶 + 가족 + 만조의 바다 위에서 +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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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품의 분류

    책소개

    참혹한 전쟁 속에서 피어난 아름답고 순결한 사랑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에 충격을 받아 집필

    [척하는 삶]은 이창래가 1999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로, 이창래는 이 작품으로 아니스필드-볼프 문학상을 비롯한 미 문단의 4개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한국계 일본인이었으나 세계 2차 대전에 일본군 군의관으로 참전하여 한국인 위안부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었던 구로하타 지로는 전쟁이 끝난 뒤, 미국 뉴욕 근처의 베들리런으로 이민해 프랭클린 하타라는 이름으로 반평생을 살았다. 이제 70대 노인이 된 그가 들려주는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 전쟁, 사랑, 이민, 그리고 현재 그가 가장 사랑하는 한국계 양녀 서니의 이야기가 작가 특유의 유려한 문체로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출판사 서평

    선과 악의 모호한 공존, 그 틈새를 파고드는 아름다운 문장들
    현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이창래, 그가 들려주는 극복의 서사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계 미국인 베스트셀러 작가 이창래
    그가 2014년에 발표한 다섯 번째 장편소설
    아름다운 문체와 빼어난 상상력으로 발표 즉시 미 문단을 뒤흔든 최고의 화제작

    "이 작품을 읽고 든 생각은 단 하나다.
    오늘날, 이창래보다 더 뛰어난 소설가가 누구인가?"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누가 감히 우리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있다면 앞으로 나와 우리의 담을 뒤흔들어 보라고 하라


    [만조의 바다 위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창래가 [생존자]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그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올해 1월 발표 즉시 [뉴욕 타임스]에 특집 기사가 실리는 등 미 문단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한 ‘이민자 소설가’ 이창래는 2011년 그간 발표한 단 네 편의 장편소설만으로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등 지금껏 세계 문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이민자의 정체성’이라는 주제적 특이성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로운 문체, 깊은 통찰력, 인간사에 대한 섬세한 시선, 탄탄한 드라마 등으로 도스토예프스키, 가즈오 이시구로, 코맥 매카시, 돈 드릴로 등과 비교될 만큼 독자와 미 문단의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이창래는 이번 작품 [만조의 바다 위에서]에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가상의 미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직조해 낸 것. 참고로 작품의 원제인 ‘On Such a Full Sea’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 제4막 제3장에 나오는 브루터스의 대사 일부분이다. 브루터스는 전쟁을 앞두고 그들의 전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데, 최고조라는 것은 이제 곧 내리막을 걷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러기 전에 당장 진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쟁’과 ‘진격’은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상의 미래 미국 사회는 크게 세 지역(차터, B-모어, 자치주)으로 나뉘었고 지역 간은 상급 지역인 차터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높은 담으로 가로막혔다. 차터 사람들은 지역과 지역 사이에 높은 담을 세워 지역과 (무형의) 계급을 구분함으로써 사회에 안정을 부여했다. 차터 사람들은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만 먹고 자식들에게 과외를 시킨다. 반면에 과거 볼티모어라고 불렸던 B-모어의 사람들은 특별히 몸에 더 좋다고 알려진 음식만 먹는다거나 자식에게 과외를 시킬 수는 없지만 먹고사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들은 차터 사람들이 시키는 일을 하고 그 대신 안정감을 제공받는다. 그들은 공원을 어지럽히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모두가 주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일을 하며,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직업 정년을 보장받는다. 모두가 똑같은 집에 살고, 예측 가능한 패턴대로 살아간다. 자치주는 거의 무정부 상태로 버려진 옛 도시들이며, 황무지에 가깝다.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타 지역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서로 닮은 곳은 조금도 없을 것만 같은 이 세 지역 사람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아직 완전한 치료법은커녕 발병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C-질환을 두려워한다는 것. 물론 대부분의 차터 사람들은 여러 번 치료받을 재산을 가지고 있다(어느 정도 치료는 되는데 뒤이은 합병증으로 대부분 사망하기는 한다). B-모어 사람들은 한두 번 정도 치료받으면 거의 파산한다. 대부분의 자치주 사람들은? 치료는 조금도 기대할 수 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 판은 B-모어 지역에서 살며 차터 지역에 납품하기 위해 수조에 들어가 물고기를 키우는 17세 중국계 잠수부 소녀이다. 어느 날 그녀의 남자 친구 레그는 C-질환에 걸리지 않는 체질로 판명되어 차터 지역으로 불시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잡혀 간다. 그러나 이러한 일에 익숙한 B-모어 사람들은 굳이 레그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이에 판은 그의 아이를 임신한 채 그를 찾아 정문 밖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B-모어 사람들에게 안

    선과 악의 모호한 공존, 그 틈새를 파고드는 아름다운 문장들
    현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이창래, 그가 들려주는 극복의 서사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계 미국인 베스트셀러 작가 이창래
    그가 2004년에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
    [타임] 선정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도 정확한 그의 문체를 따라가노라면
    솜씨 좋은 외과의가 칼날을 쓰는 걸 지켜보는 듯하다.
    - 김연수 / 소설가

    한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평범한 가정을 통해 말하는
    현대 인간관계의 허약함 그리고 영속적 가치에 대한 상실감


    [가족]은 이창래가 2004년에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로, [타임]에서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에 선정되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뉴욕의 롱아일랜드에서 평생을 살아온 보통의 50대 남자 ‘불만투성이’ 제리 배틀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업을 물려받아 부족할 것 없이 살아 온 제리 배틀. 그리 열심히 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게을리 살지도 않았다. 미국의 적당히 부유한 집안 자제들이 마땅히 누릴 만한 것들을 누리며 편안하게, 그리고 적당히 방탕하게 일평생을 살아온 제리 배틀은 은퇴 후에 따라온 무료한 일상을 견디지 못해(사실, 그러한 ‘불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중고 경비행기를 구입하여 비행하는 것으로 소일하며 산다. 그러나 아내와의 사별 후 만나 오랜 시간 동거해 온 동반자 리타는 그를 떠나려 하고, 아들 내외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물려받은 가업을 위태롭게 한다. 임신 중에 암 판정을 받은 딸은 치료를 거부하고, 양로원에 있던 아버지는 사라져 버린다. ‘가족’이라는 인간관계로부터 늘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던 그는 결국 50대 후반이 된 ‘지금’에서야 그 중심에 서게 된다. 작품 속에 그려지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중산층은 얼핏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서 곪아 온,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롯된 영속적 가치에 대한 중산층이 느끼는 상실감(그리고 그로 인한 불만들)과 이미 해체된 옛 가족 구성원들이 받아 온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전 작품까지 ‘이방인과 그 정체성’에 초점을 맞춰 온 이창래는 [가족]에서 (물론 주인공은 역시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며, 이 작품에 이방인의 세계관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미국인 중산층 가족’의 ‘보편적인 이야기’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미국 내에서의 작가적 입지를 더 단단히 다지게 되었다. 좋은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시대적?지리적 배경과 관계없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전 작품에서 그래 왔듯 인간의 심리에 대한 특유의 독특한 묘사와 사려 깊은 사유로 독자들에게 짠한 감동을 선사한다. 조금은 익살스럽기도 한 ‘철없는’ 아저씨 제리 배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우리 아빠’, ‘내 남편’, 그리고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진한 감동과 함께, ‘가족’의 의미와 그 소중함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힘이 넘치고 깊이 있으며 도덕적 문제로 가득한 작품.
    깊은 여운을 남기는 가슴이 터질 듯한 이야기.”
    - 퍼블리셔스 위클리

    2011 퓰리처상 최종후보작
    2011 데이턴 문예 평화상 수상작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2011 퓰리처상 후보작, 2011 데이턴 문예평화상 수상작
    한국계 미국 작가 이창래의 전쟁과 인간,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대한 뜨거운 메시지

    프로필 상으로는 1965년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이창래는 세 살 때 미국으로 이민해 현재까지 미국에서 활동하고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한국계 미국 작가다. 예일대와 오리건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월가의 주식분석가로 일하다가 1995년 [영원한 이방인 Native Speaker]을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이창래는 미국 문단이 수여하는 각종 문학상들을 받으며 탄탄한 신인작가로 주목을 받았다. [생존자 The Surrendered]는 1999년 [제스처 라이프 A Gesture Life], 2004년 [가족 Aloft]을 발표하며 언론의 극찬과 탄탄한 판매고를 자랑하는 순문학 작가로서 입지를 굳힌 이창래가 2010년 발표한 그의 가장 신작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1995년 데뷔하여 약 4~5년에 한 편씩, 현재까지 총 네 편이라는 결코 많지 않은 작품들을 발표하면서도 문단과 독자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창래의 작품들은 모두가 역사적, 사회적 이유로 거대한 미국 사회에 내던져진 한국인의 삶을 그렸다.

    [생존자]는 6.25 전쟁 당시 한 산골에 세워진 고아원과 그로부터 35년여 후인 1986년 미국을 배경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전쟁으로 인해 뒤얽힌 세 남녀의 비극적인 삶과 슬픔, 그리고 나아가 인간의 가치를 말살하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작품이다. [생존자]는 2011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동년 데이턴 문예 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그의 여느 작품과 다름없이 고른 작품성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2011년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를 수상자로 배출했던 노벨문학상 후보군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려 세계적인 입지를 가진 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잡초처럼 피어나는 인간의 오욕칠정, 그 아래 숨겨진 숭고한 희생
    전쟁 고아 준, 미군 병사 헥터, 선교사 아내 실비, 전쟁에 희생된 세 영혼에 대한 특별한 연대기

    전쟁 고아 준 : 1950년 쌍둥이 동생 둘과 함께 남쪽으로 향하는 피난민 기차에 겨우 몸을 실은 어린 소녀 준은 피난 전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피난 도중 어머니와 언니를 비참하게 잃고 충격을 받은 상태지만 동생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텨나간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인해 동생들마저 잃고 살아 있는 동안 잔혹한 세상과 완벽한 담을 쌓기로 한 준. 발길 가는 대로 흘러 도착한 고아원에서 뜻하지 않은 인연들을 만난다.

    미군 병사 헥터 : 전쟁을 경멸하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미움이 뒤섞였던 가운데 자신의 부재 때 일어난 사고로 아버지가 죽자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한국전쟁에 참전한다. 타고난 군인으로서의 자신의 자질을 발견하지만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마지막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죽은 이를 대하는 전사자 처리부대로 자리를 옮긴 헥터. 그러나 그 자리마저 지키지 못한 그는 언제나 번민과 고뇌에 휩싸인 자신을 가만히 놓아둘 수 없어 전쟁 고아들이 가득한 고아원에 둥지를 틀고 일하기로 결심한다.

    선교사의 아내 실비 :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세계를 누비며 선교 활동을 해온 실비는 부모님의 희생정신과 용기를 그대로 물려받아 자신도 부모님과 같은 사람이 되겠노라 맹세한다. 하지만 만주사변 당시 현장에서 자신이 가졌던 세계관에 반(反)하는 방식으로, 그야말로 비참하게 부모님과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실비는 그 충격에 인생의 한 자락을 놓는다. 다행히 선교사의 아내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과거를 잊는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가지만 가슴속 깊은 상처는 계속 발목을 움켜잡는다.

    [생존자]는 6.25 당시 한국의 한 고아원을 배경으로 만난 상처투성이 세 영혼들의 짧은 교감과 긴 비극, 그리고 결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의 참상을 다룬다. 전작에서 철학적인 문장과 무거운 주제로 독자의 마음을 깊정을 깨뜨리고 정문 밖으로 나가는 행위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행위는 B-모어 지역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이제 몇몇 사람들은 연못에 쓰레기를 던지고, 시위를 하고, 머리를 박박 민다. 그리고 이 사회가 맞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자신들이 옳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한다. 바깥세상으로 나간 판은 몇 번의 위기, 그리고 몇 번의 아름다운 만남과 함께 자치주에 살고 있는 기이한 사람들과 차터에 살고 있는 불행한 사람들을 겪으면서 이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해,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세계의 어떤 진실에 대해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한 소녀의 환상적이고도 기이한 모험담을 그려 낸 [만조의 바다 위에서]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작품 속에 최첨단의 기기나 테크놀로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현 시대의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노트패드나 터치스크린 등이 등장할 뿐이다. 이창래는 흥미롭고도 독창적인 서사와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문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메스로 해부하듯 날카롭게 짚어 내고 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신 계급 사회, 정치, 돈, 생명 존중, 음식, 교육 및 진학, 의료, 고용 안정, 고독, 애정 결핍 등의 문제는 현재 우리의 삶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즉 이 작품은 작품의 배경을 바꾸는 ‘낯설게 하기’를 통해 현대 사회를 있는 그대로 묘사해 내고 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서 하나의 관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될 수 없는 어떤 진실을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트롱프뢰유인 것이다. 독자들은 떠나간 판의 여정을 추적해 나가면서 작품 속에서 현대 사회를 정신없이 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우리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이창래는 틀을 깨고 밖으로 나가 도전하는 ‘우리들’을 응원하고, 차마 그러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우리들’을 위로한다. 그리고 결국 ‘우리들’이 지켜야 할 단 한 가지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인간사에도 조수간만의 차가 있는 법
    밀물을 타면 행운을 붙잡을 수 있지만
    놓치면 우리의 인생 항로는 불행의 얕은 여울에 부딪쳐
    또 다른 불행을 맞이하게 되겠지
    지금 우린 만조의 바다 위에 떠 있소
    지금 이 조류를 타지 않으면
    우리의 시도는 분명 실패하고 말 거요
    - 윌리엄 셰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 (5쪽)

    골든 에이지의 그림자들 속에서
    한 세대가 새벽을 기다린다
    용기가 불러일으킨
    대담함 그리고 그 강인함
    오직 젊은이만이 말할 수 있다
    그들은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자유
    동일한 욕망의 공유가
    들불처럼 타오른다
    - 조너선 케인, 스티브 페리, 닐 숀, [오직 젊은이만이] (7쪽)
    은 인식의 굴레로 인도한 작가 이창래는 이 작품에서 전작들보다 편안하고 짧아진 문장과 서술을 선택한 대신, 전쟁의 한가운데에 던져진 주인공들의 내면이라는 더욱 어두운 주제로 천착한다. 인간의 모든 인간다움을 말살하는 전쟁이라는 배경 속에서 자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뜯기고 상처입고 버려진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이 결코 읽어내기 쉬운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그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결코 책장을 덮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작가 이창래의 힘이다. 참혹하고 절망적이며 여과 없는 묘사 속에 담긴 힘은 독자에게 눈물과 감동, 그리고 슬픈 진실을 동시에 선사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또한 손쉬운 ‘구원’이라는 결말로 작품을 끝내지 않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이 작품의 깊이감을 더욱 더한다.

    1950년~1953년 한국전쟁 당시 과거와 1986년 미국을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지금은 중년이 된 준이 엉켜 버린 과거의 매듭을 풀기 위해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무거운 주제와 전쟁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작품에 담으면서도 소설적 이야기의 재미 또한 놓치지 않으려는 듯 준이 끊임없이 과거를 반추하고 되돌리려는 방식을 뜻밖의 미스터리적 구성으로 담기도 한다. 한 번도 현실 장면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준의 기억 속 아들은 과연 존재하는 인물일까, 존재하지 않는 인물일까. 그리고 그녀가 가슴 깊이 묻어둔 타인에 대한 죄책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이 모든 의문의 해답이 마지막 페이지에 다가갈수록 서서히 풀리는 순간, 독자는 소설적 카타르시스와 함께 작가가 숨겨둔 또 다른 메시지를 발견하고 깊은 감동과 여운을 함께 느끼게 된다.

    전쟁의 참상 속에서 엉망이 된 세 주인공의 청춘, 엉킨 과거의 매듭을 풀려는 준의 새로운 여행,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반복되는 깊은 울림의 소설 [생존자]는 전쟁과 구원, 사랑과 용서, 숭고한 희생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보기 드문 걸작이며 작가 이창래의 명실 공한 대표작이 될 것이다.

    줄거리

    경제적인 삶에서는 성공했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을 쏟지 못한 한국계 미국 교포 준. 죽은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8년 전 유럽으로 떠난 아들 니콜라스의 소식을 남몰래 추적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그녀에게 과거는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한국전쟁 당시 가족들을 처참하게 잃고 전쟁과 인간의 잔혹함 속에서 하루하루 공포심만 키워 나가던 열한 살의 준은 고아원 생활을 시작하며 미군 병사 헥터를 만난다. 준과 마찬가지로 전쟁과 가족에 대한 깊은 상처를 가진 헥터의 존재는 준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지만 고아원을 운영하는 선교사의 아내 실비와의 특별한 관계는 그들을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치닫게 하는데….

    추천사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2011), 데이턴 문예 평화상 수상작(2011)

    이미 인상적인 작품들을 발표한 이창래의 작품 가운데 단연코 가장 야심차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소설적 재미뿐만 아니라 치열한 상상력이 빛난다.
    - 뉴욕 타임스

    힘이 넘치고 깊이 있으며 도덕적 문제로 가득한, 강박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작품. 이 소설은 쉬운 구원으로 결론을 짓지 않는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참혹한 이야기이며 절망적이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종종 가슴이 터질 듯한 이야기이다. 절대 놓치지 말기를.
    - 퍼블리셔스 위클리

    이창래는 전쟁과 학살의 결과를 여과 없이 표현하며 인간과 도덕과 심리적 문제를 파고든 걸작을 창조했다.
    - 북리스트

    [생존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쉽게 독자들을 KO시킨다. 아름답고 눈을 뗄 수 없으며 그 날카로움에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용기와 사랑, 충성과 자비에 대한 우아하고도 충격적인 탐구.
    - 엘르 매거진

    [생존자]는 등장인물들의 강함과 약함, 그리고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끝없는 자기 성찰의 질문을 던진다. 전쟁의 호된 시련과 그 여파로 인한 세 주인공들의 이 철저한 연대기보다 더 강한 것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 커커스 리뷰

    육체적, 정신적인 등장인물들의 고통을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은 비상할 정도로 생생하다.
    - 라이브러리저널

    타인의 삶과 타인의 영혼에 대한 폭력의 효과를 심리적으로 훌륭히 묘사한 성공적인 소설. 독자들은 거의 매 페이지에서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북마크 매거진

    대담하고 화려하다. 개성적이고 우아한 산문의 힘 또한 뛰어난 작품이다._가디언
    작가는 책을 읽은 후에도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이미지와 내러티브를 가진 역작을 탄생시켰다.
    - 북셀러

    이 소설은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유려한 문체만으로 이미 탁월하다. 또한 대화가 살아 있고, 묘사는 독창적이다. 이창래는 실로 대가다운 솜씨로 언어를 다루고 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탐욕스런 소비문화를 부각하기 위한 소위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자세한 묘사 역시 인상적이다.
    - 정영문 / 소설가 겸 번역가

    간결하고, 수수께끼 같으며, 시적이다. 이창래는 다시 한 번 아름다운 소설을 써냈다.
    - 뉴요커

    온가족이 하나로 뭉쳐서 살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민족의 복잡성이 담겨 있는 이 작품에서 이창래는 깨지기 쉬운 정서적 삶의 틈새로, 대가다운 시적 표현들을 밀어 넣는다.
    - 볼티모어 선

    우아하면서도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창래는 유려한 문체로 뜻밖의 지점들을 포착해 냈다.
    - 애틀란타 저널 컨스티튜션

    이 작품에서 이창래는 치버, 예이츠, 업다이크와 비슷한 예술성과 연민으로, 교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욕망과 실망을 묘사해 내고 있다.
    - 마이애미 헤럴드

    이창래는 이 작품으로 중요한 한걸음을 내딛었다. 주인공 제리의 목소리에는 소란스러움, 멍청함, 담론, 유머, 모독,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온전한 인간이 담겨 있다.
    - 뉴스데이

    롱아일랜드에서의 제리 배틀의 삶에 대해 이창래는 유쾌하면서도 문학적으로 묘사해 내고 있다. 마치 존 치버나 리처드 포드 혹은 필립 로스의 그것들을 연상시킨다.
    - 선데이 오레고니언
    [Native Speaker]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창래가 두 번째 작품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다고 예고했을 때, 나는 한 발 늦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게 20세기 막바지의 일이니 벌써 15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러나 막상 작품을 읽었을 때, 처음에는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었다. 뉴욕 시 교외의 부촌에 거주하는 일본계 미국인 하타의 평온한 말년의 일상. 그러나 그 삶의 이면에는 세계 2차 대전을 경험한 이들의 선과 악이 서로 들러붙은 채 공존하고 있다. 이창래는 이 모호한 공존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그 틈새를 파고든다. 주목할 만한 것은, 언제나 그의 문체다.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도 정확한 그의 문체를 따라가노라면 솜씨 좋은 외과의가 칼날을 쓰는 걸 지켜보는 듯하다. 도저히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소설에서도 그는 정확하게 그 경계를 가른다. 그리하여 도달하게 되는 위로도, 용서도 없는 세계, 거기가 바로 ‘척하는 삶’의 세계다. 한 치의 오차도 없다.
    - 김연수 / 소설가

    잔잔하고, 아름답다. 우아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 이창래는 프랭클린 하타의 뒤틀리고 번민 가득한 ‘실제의 삶’을 그려낸다. 간결하지만 자로 잰 듯 정확한 문장 속에서 독자들이 하타의 자기고백을 듣게 되고, 강렬한 서스펜스의 물결과 함께 두 번의 숨 막히는 클라이맥스가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지혜롭고, 인도적이며, 풍부한 서사로 가득하다. 깊으면서도 감성이 충만하고, 인간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 이창래는 이 작품으로 다시 한 번 미 문단의 빛나는 한 지점을 차지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사랑, 상실, 갈망에 대한 빛나는 소설.
    - 피플

    잊혀 버린 전쟁 피해자의 비극적이고 끔찍한 이야기. 이창래는 독자들이 온정신을 집중하여 이 수수께끼의 주인공을 이해해 보고 싶게 만들었다.
    - 시카고 트리뷴

    현명하고도 인도적인 이 소설은 작가가 데뷔작 [Native Speaker]에서 다루었던 정체성과 망명이라는 두 주제를 증폭시키면서, 두 개의 문화와 두 개의 삶 사이에 낀 한 남자의 위대하고 울림 있는 자화상을 그려 내고 있다.
    - 미치코 카쿠타니 / [뉴욕 타임스]

    아름다운 성찰.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서 끝나는지에 대한 거대한 소설이자, 비어 버린 풍경에 대한 카르페 디엠.
    - 보스턴 글로브

    이 과묵한 작품은 우리가 책을 읽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보상 중 하나와도 같다. 독자들은 서서히 주인공 하타의 지나온 삶에서 묘한 흥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주인공 하타의 외면과 내면은 마치 트롱프뢰유(trompe l'oeil)처럼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그로 인해 독자들은 관점의 변화와 함께 이미지의 탄생과 소멸을 맛보게 된다.
    - 타임

    문체는 마치 가즈오 이시구로가 소환된 듯 우아하며, 프랭클린 하타는 우리가 기억할 만한 주인공이다. 그는 마치 미지의 생물처럼 그 삶을 살아냈다.
    - 보그

    이창래는 자신의 전작이 결코 요행이 아니었음을 재능으로 증명해 냈다. 빛나는, 또 절제된 문장으로 가득한 이 소설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싶다면, 독자들은 절대적으로 마지막 장까지 넘겨보아야 할 것이다.
    - 시애틀 타임스
    이 소설은 정체되고 계급화된 가상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중국인 이민자 소녀 ‘판’의 끝 모를 여정을 다룬다. 이창래는 떠나간 판의 흔적을 좇는 ‘우리’를 통해 인생은 어쩌면 공허한 여행이며 이 세계를 향한 우리의 유일무이한 호기심은 사랑, 오직 사랑뿐이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환기시키는 듯하다. 밀물이 가장 높은 해면까지 가득 차오르는 만조와도 같이 그의 서사는 농밀하고도 빈틈없는 상상력으로 직조돼 있다. 그리고 잘 벼린 문장들의 이면엔 냉철할 정도로 이성적인, 잃어버린 미래에의 통찰이 바탕돼 있다. 시대의 전체를 바라보고 사회의 구조를 파악하는, 심오한 철학자의 눈이다. 그를 읽다 보면 그래서, 간간이 숨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이 세계에서 내가 자리하는 나의 위치, 존재의 의미를 가늠해 보기 위함이다. [만조의 바다 위에서]를 읽는다는 건 그러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 너무나 크고도 거대해 차마 말 못 할 세계로의 한 발짝을 내딛는 용기 있는 시도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언제나, 이런 이야기를 쓰는 작가에게 동요되고 매혹되어 왔다.
    - 염승숙(소설가)

    이 작품을 읽고 든 생각은 단 하나다. 오늘날, 이창래보다 더 뛰어난 소설가가 누구인가?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재능 있는 작가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지켜보는 것은 헌신적인 독서하기의 즐거움 중 하나다. [만조의 바다 위에서]에서 이창래는 오래된 편견을 탐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 냈다. 이미 충분히 인상적인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야심차고 매력적이다.
    - 뉴욕 타임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17장
    18장
    19장
    감사의 말

    본문중에서

    만일 내가 여기서 사는 동안 늘 지나치게 감사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면, 글쎄, 그렇게 말하랄 수밖에. 어떤 사람이 왜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어떻게 해서 이런 행동은 하고 저런 행동은 하지 않게 되었는지, 과거를 기쁜 마음으로 돌아보는지, 아니면 평정한 마음 또는 후회하는 마음으로 돌아보는지, 내 생각에 이런 것들은 다른 사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성공이나 실패를 생각할 때조차 완벽한 진실성을 추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다 아는 일이지만, 과거란 결국 매우 불안정한 거울이어서 너무 가혹하면서도 동시에 지나치게 비위를 맞추어 주기 십상이며, 따라서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것과는 달리 절대 진실을 비추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특히 점점 줄어드는 여생을 생각할 때, 지금 여기에 이르러 있는 내 모습을 평가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느꼈고, 이제 그 작업을 해 보려 한다.
    (/ p.13)

    나는 그 애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뭔가를 눈치챘다. 그 애는 소지품이 든, 거친 돛천으로 만든 가방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지퍼 한쪽이 그 무늬 없는 더러운 직물에서 뜯겨 나와 너덜거렸다. 내가 살며시 그것을 받아 들려 하자 그 애는 작은 두 팔로 가방을 꼭 감싸 안더니 차 있는 곳까지 그렇게 들고 갔다. 자그마한 아이의 사랑스러우면서도 애처로운 모습. 아이는 입양 기관에서 나온 여자와 함께 내 뒤를 쫓아왔다. 여자는 자신의 기관에서 아시아의 고아들을 위하여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대해 흥분한 채 떠들고 있었다. 내가 새 딸에게 아는 체를 하고 싶어 그 애의 눈길을 잡기 위하여 돌아볼 때마다, 마치 오랫동안 몰아치는 빗줄기를 뚫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듯, 아이가 단정하게 턱을 끌어당긴 자세로 꾸준히 앞으로 헤치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 p.82)

    나는 나를 낳아 준 부모를 따뜻한 마음으로 생각하듯 키워 준 그들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그러나 둘 가운데 어느 부모에 대해서도 그들이 나를 길러 주었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나를 길러 준 것은 목적을 가진 사회였지, 그 외에 아무것도, 다른 누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마울 따름이었다. 나는 불과 열두 살의 소년이었음에도 늘 사회의 불침번으로서 나 자신을 바쳐야 한다는 것, 내가 알 수 있거나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을 사회에 의탁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 pp.105~106)

    농민 차림이었다. 불룩하고 주름진 하얀 바지에 헐렁한 셔츠를 입었다. 땋은 머리가 아니라면 어린 소년들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나이 든 여자와 운전병이 팔을 잡고 여자들을 하나씩 끌어내렸다. 나이 든 여자는 베란다 계단 앞에 여자들을 한 줄로 세웠다. 차려 자세로 서 있는 오노 대위는 그들을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사령관이 그를 불러, 도착한 사람들(나이 든 여자를 제외하면 모두 다섯 명이었다)을 안으로 들여 검사하라고 명령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겨우 다섯 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 내게는 특이해 보였다. 우리 부대에는 거의 이백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나는 앞으로 며칠 낮밤 동안 그 여자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도 못 하고 있었다.
    (/ p.232)

    여자아이는 베일을 쓴 채 한동안 꼼짝도 않고 그대로 있었다. 쇼핑몰의 긴 그림자가 드리운, 텅 빈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 안에서 나는 여자아이의 독특한 행동의 의미를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자아이가 얼마간 자신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남자아이의 모욕을 물리치고, 마침내 남자아이 자신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것.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스스로 초연해질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 이런 생각 때문에, 그리고 또 그 천, 서니가 내 옷장의 옻칠한 상자에서 찾아낸 널찍한 천과 아주 비슷한 그 천 때문에, 나는 다시 그 여자를, 끝애를, 내가 그냥 K라고 부르게 된 여자를, 그리고 전쟁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우리 부대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기억하게 되었다.
    (/ p.308)

    오노 대위가 신호로 정한 검은 깃발은 물론 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타’라는 말의 뜻은 ‘깃발’

    지상 800미터, 이 위에서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나는 멋들어진 세스나 스카이호크 경비행기를 조종하여 다시 태양 쪽으로 선회한다. 평소에 날씨가 좋을 때만 시도하는 공중제비를 돌고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아래쪽은 롱아일랜드의 동쪽 끝으로, 울퉁불퉁한 두 지류가 대서양으로 유입되는 지역 위를 지금 막 지나고 있다. 땅에 서 있을 때면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도시가 여기서는 아주 장엄하게 보인다. 늦여름의 햇빛이 아스팔트 도로 위로 부드럽고 검은 광채를 뿌리고, 아늑하게 줄지어 있는 단순한 사각형 집들의 수영장, 주차한 차들의 창문과 범퍼에 반사된 오렌지 빛이 경비행기의 방향과 속도에 맞물려 내게 되비친다. 더 새롭고 더 커다란 건물들과, 반짝이는 금속들이 박혀 있는 쇼핑몰의 평평한 지붕은 수수께끼 혹은 신비스런 기호 같다.
    (/ pp.6~7)

    오, 당신은 개인 비행기를 소유한 나를 넋두리나 일삼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은 옳다. 세스나기는 대형 벤츠만큼이나 비쌀뿐더러 유지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내 변호를 하자면 나는 아직도 잭이 태어나기 전에 산 평범한 집에 살고 있으며, 알렉산더(Alexander’s)와 워드(Ward’s)에서 산 옷만 입어 왔고(지금은 코스트코(Costco)와 타깃(Target)에서 사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메뉴가 연하장 서체로 적혀 있는 아무 식당에서나 식사를 해 왔다. 그리고 이 비행기가 내 일생일대의 실수라 한들, 글쎄, 적어도 나는 너무 늦기 전에 한 가지는 깨달았다. 근래 들어 내 심장이 두근거렸던 건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되는 19세기의 한 탐험가에 대한 비극적인 전기를 볼 때, 그리고 음식을 포일에 싸서 배달해 주는 그다지 늙지 않은 멍청이가 초인종을 누를 때뿐이었다는 것.
    (/ pp.17~18)

    어느 날 밤 우리는 침낭과 초, 콘돔, 그리고 750밀리짜리 컴퍼트 한 병을 챙긴 뒤 카누를 저어 케노나 호수 한가운데 있는 발 모양의 작은 섬으로 갔다. 넷은 함께 술을 마셨고, 그 후 테리와 나는 섬 반대쪽으로 가서 물 바로 옆에 있는 넓고 평평한 바위에 자리를 깔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트레이시와 론이 얘기하며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아주 조용해졌고, 우리는 키스도 하지 않은 채 옷을 벗고 사랑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녀를 사랑했다거나 더 속된 표현을 쓰는 것이 불편해서라기보다는,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함께 있는 사람이 누구이건 또는 그것이 처음이건 마지막이건 항상 최소한 말 그대로 사랑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쌓아 올리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분명한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연금술에 의한 것이건, 화학 아니면 의지에 의한 것이건 간에.
    (/ pp.61~62)

    과연 누가, 미쳤지만 행복한 우리의 데이지가,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 감지 않아 엉킨 머리를 빗으로 빗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녀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바닥보다도 더 낮은 우울한 상태에 이를 수 있으리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내가 출근하고, 아이들이 야외 학습을 간 사이 그녀가 뒤쪽 테라스에서 발륨을 한 알 한 알 먹고, 맥주 한 병을 다 마신 후, 8월의 질식할 것 같은 여름 오후에 공중을 부양하는 꿈에 빠져, 여느 때처럼 옷을 입지 않고 튜브도 없이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 어쩌면 1미터나 2미터를 헤엄치며 바닷새처럼 하늘을 난 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리라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 p.177)

    그리고 나는 잭의 사치스런 사무실에 들어와, 행운과 번영을 약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넓은 가죽 의자에 앉아 상실감을 느낀다(그가 잃었거나 잃고 있을 돈 때문은 아니다). 그것은 그에게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나는 그에게 깊은 상처가 되거나, 모욕을 주거나, 또는 그로 하여금 이미 그러고 있는 것 이상으로 내게 말을 더 적게 하도록 만들지 않을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내가 지적한 것처럼 잭에게 가장 큰 문제가 겉치레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그에 못지않게 큰 또 다른 문제는 내가 그의 동굴 같은 집에 들어가거나, 그의
    준은 달리면서 절단된 동생의 다리 부위를 꽉 움켜쥐었지만 한 손으로는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멈추어 서서 동생을 땅바닥에 눕힌 다음 양손으로 절단 부위를 꽉 움켜쥐었다. 기차는 천천히 남매를 스치고 남쪽으로 굴러갔다. 이제 그들의 뒤로는 기차의 3분의 1만 남아 있었다.
    “왜 멈췄어.” 지영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어.”
    “아.”
    얼굴의 핏기가 빠져나가며 지영은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를 찾으러 돌아올 거야?”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는 거지?”
    준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돌아오지 않아도 돼.”
    그녀는 온기가 남아 있는 지영의 손을 내려놓고 역시 온기가 남아 있는 동생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그러고 나서 동생의 곁을 가능한 한 오래 지켰다. 하지만 마지막 객차가 스치고 지나갈 때, 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의 중심을 잡은 다음 오직 살아남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 본문 중에서)

    그의 불쌍한 아버지의 판단은 옳았다. 그는 전쟁에 나가서는 안 되었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 오랫동안 어머니는 그날 밤에 아버지를 그렇게 남겨두고 혼자 술집을 나섰다는 이유로 심지어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어머니는 헥터에게 애정을 보여주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와 그때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서울이라는 도시에 공산주의자들이 기습 공격을 감행할 때까지의 잠잠했던 몇 년 동안이었다. 헥터는 또 다른 전쟁이 터지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는 누군가를 죽이거나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처벌하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로 전쟁을 갈구했다.
    (/ 본문 중에서)

    만약 북한이 동족인 남한을 침공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레밍턴 총기회사에 들어가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직접 무기를 만들지는 않더라도 타자기나 계산기를 두드리든가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전쟁만 터지지 않았더라면 그는 평범한 가정의 남편과 아빠가 되었을 것이고 일요일이면 친한 친구들과 야구를 즐겼을 것이다. (중략)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헥터는 충분히 넓고 어둡고 깊은 세상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흔히 말하는 돌연한 자각이 아니었다. 그는 장차 영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군인으로서 그는 자신을 구원자나 어떤 살인 기계가 아니라 전쟁터에 나간 무수한 병사들 중 하나로 바라보았다.
    (/ 본문 중에서)

    부상을 당한 병사들의 얼굴에는 파리 떼가 새카맣게 달라붙었다. 파리들은 상처 부위와 그 주변을 완전히 뒤덮었다. 병사들은 험한 눈초리로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무력감만 가득했다. 어떤 병사들의 몸에는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는데 피와 살, 그리고 외투와 셔츠는 이미 구분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많은 병사는 자기들의 몸이 구더기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벌벌 떨고 있었다. (중략) 부상을 입은 그의 동료들은 길을 막고 쓰러져 있는 그를 매정하게 걷어찼다. 나는 아직 숨이 남아서 헐떡거리고 있는 그를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줄 수 있었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어 여전히 팔딱거리고 있는 그의 머리를 덮어주었다.
    (/ 본문 중에서)

    교회 건물의 형태는 평범하고 고전적으로 보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환한 곳에 있다가 어두컴컴한 곳으로 들어서서인지 처음 몇 초 동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느 교회들처럼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 숨이 멎어버렸는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어둠에 눈이 익었을 때, 실비의 어머니는 숨이 막히는 소리를 내지르며 갑자기 남편의 손을 붙잡았다. (중략) 실비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하얀 대리석 제단과 평범한 나무 십자가를 올려다보고 다른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벽에 붙어 있는 특이하고 아름다운 장식물을 보자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마치 무대에 올라서서 음침한 오페라극장의 관객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새까만 눈알들이 일제히 그녀에게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려져 있지만 이제 어느 누구도 그런 것들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왜 그런 것에 신경을 써?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 운이 좋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왔다. 하지만 그 어딘가는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곳을 찾아볼 수도 있고 그 장소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는지 보여 주는 사진이나 비디오를 발견할 수도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중국의 어느 강기슭에 자리 잡은 자갈 색깔의 마을에서 왔는데, 그곳은 어깨가 굽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 멀리, 나무 밑동을 짧게 깎아 버린 산들이 보이는 곳이다. 지붕에는 전선들과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강에는 찻잎이 고여 검게 띠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냄새를 맡을 수도 있는 안개가 그 모든 것을 무디게 만든다. 굳이 들이마시고 싶지는 않을 테지만.
    (/ p.10)

    즉, 이 세계의 모든 존재는 그 하나하나가 이 세계의 축소판이며 단 하나의 반향에 의해 우리는 기운이 나고 풀이 죽고 왜소해지고 의기양양해진다, 라고 믿는 것. 비유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것은 최고의 결과물을 도모하기 위해 가장 자주 요구되는 멋진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점점 더 우리 자신이 ‘개인들’인지의 여부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경우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개별적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우리는 수벌들도 로봇들도 아니며, 결코 그런 존재들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문제는 ‘개인(individual)’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에 더 이상 차이가 존재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 중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사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느냐, 하는 것이다.
    (/ pp.12~13)

    두려움에 떠는 물고기는 행복한 물고기가 아니다. 잠수부는 ‘그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물고기들이 새끼였을 때부터 물속 경치의 일부이다. 물고기들은 그녀의 낯익은 형체, 반복되는 동작의 리듬, 그리고 오리발을 착용한 그녀의 부드러운 발짓을 보는데, 그것들은 그들에게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다가가야 한다. 그것들은 수확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피난처의 꿈의 노래가 되어야 한다. 물론 잠수부는 수확을 할 때 그곳에서 마지막 한 마리까지 활송 장치(chute) 속으로 길을 찾아 들어가도록 신경을 쓴다. 다음 세대의 새끼들을 풀어놓기 전에 수조를 청소하고 필터를 교체하는 불과 몇 시간 동안만 활동이 없는데 잠수부가 물속에 홀로 남는 것은 바로 그때이다.
    얼마나 침울한 시간이겠는가. 수조 위에 매달려 있는 채소와 약초와 꽃 장식의 덮개 사이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생장 촉진 전구 불빛이 시설 담장에 청록색 조명을 비추는데 이 서늘한 아마존의 색조는 원시적인 부단한 생산력을 암시하고 있다. 잠수부는 배드민턴 경기장 크기쯤 되는 수족관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다가 일이 끝날 무렵이 되면, 몸이 피곤하거나 숨을 참아서가 아니라 공허감을 누르는 이상한 자극 때문에 녹초가 된다. 판은 무수한 물고기들이 떠받치는 힘에 익숙해져 있고, 가끔 물고기들은 그녀를 에워싸고 살아 있는 비계(飛階)처럼 수조의 벽을 따라 그녀를 나르거나 혹은 거꾸로 뒤집힌 사체 주변에 떼를 지어 몰려듦으로써 그녀를 그들의 죽은 개체 하나에게로 안내하거나 아니면 장난스럽게 떼를 지어 그녀와 꼭 닮은 모양을 만들어 물속에서 그녀의 거울이 된다. 사료 알갱이가 떨어지면 그들은 그저 다시 물고기가 되어 입을 벌린 채 수면 위로 펄떡 펄떡 뛴다. 마치 꿀벌들이 그녀의 옷을 통과하려 미친 듯이 애쓰듯 물의 비브라토는 재잘거리며 열광적이다.
    (/ pp.15~16)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지금보다 더 힘겨운 삶을 감당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점을 기꺼이 인정한다. 우리 자신이 대문 너머에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겨드랑이에 습기가 맺히고 따끔거리고 배가 싸늘해진다. 그곳에는 자치주 사람들의 진짜 투쟁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본적 욕구는 충족되지만 그 밖의 많은 것들은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투쟁을 한다. 전기가 약해서 켜지고 꺼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주택은 가장 기초적인 수준으로 판자촌이 대부이다. ‘검은 깃발’, 즉 ‘구로하타’는 옛날 마을에 전염병이 돌 때 경고의 표시로 세워 놓던 깃발이다. 죽음이 퍼진다는 표시였다. 양자로 들어간 뒤 이내 알게 되었지만, 그 집안은 약제사의 후손이었다. 그들의 조상은 전염병에 시달리는 마을로 들어가,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불길한 이름을 가지기로 결정했다. 물론 오노 대위가 그 이름을 택한 것은 나를 조롱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그런 깃발이 내걸리면 사람들은 전염병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진료소에 가까이 오려 하지 않을 테니,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 무렵 우리 지역에는 전투가 없었기 때문에 진료소는 언제나 비어 있었다. 벌써 몇 주째였다. 덕분에 대위는 사적인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장교라 해도 부대 안 다른 어느 곳에서라도 누릴 수 없는 것이었다.
    (/ p.312)

    누군가 그때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면 대답을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그 젊은 남자를 대신해서 말할 수 있다면, 내가 그를 위해 진실의 일부를 말할 수 있다면, 그는 그녀에게 마음이 끌렸다고, 그녀의 거기 있음 그 자체에 끌렸다고 말하겠다. 그녀가 거기 있다는 것이 결국 아름다움 같은 것조차 옆으로 밀어 버렸다. 그는 아직 그것을 몰랐지만, 그는 자신이 그저 그녀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면,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몸과 (설사 손가락 하나 대지 않는다 해도) 가까이 있을 수 있다면, 그의 생각에는 또 그녀의 잠든 정신과 가까이 있을 수 있다면, 그러면 그녀가 그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 pp.333~334)

    그녀를 깨워 입을 맞추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잠을 못 자 기운이 없다는 말이 기억나 그대로 두었다. 그녀에게 약간의 평화를 주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했을 것이다. 그녀가 요구하는 대로 무슨 일이든 실행에 옮겼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의 탈출이라도 도왔을 것이다. 그녀가 요청한다면, 또는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면, 다른 인간을 해치는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느낌이란 얼마나 특별하고 가혹한 것인지. 얼마나 무시무시할 정도로 순수한 것인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기운이 쭉 빠진다. 만족을 얻은 남자는 평범하든 잔인하든 인간적이든 어떤 행동이라도 아주 쉽게 결심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의적인 의지로 영원히, 영원히 자신의 기억에 남을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 p.361)

    물론 지금 나는 내가 그 애와 토머스의 삶에서 얼른 물러서지 않으면 그들 앞에 더 어두운 일이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앤 히키의 경우처럼 무시무시하고 최종적인 일이 갑자기 일어나 그들을 부수어 놓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그 생각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며 제멋대로 내닫는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누군가 나서서 내가 목숨을 내놓기만 하면 그 대가로 그들에게 충만하고 좋은 삶을 제공할 것이며 슬픈 일은 가끔씩만 일어나도록 막아 주겠다고 약속만 해 준다면, 나는 집 진입로의 눈을 녹이려고 갖다 놓은 10킬로그램짜리 염화칼슘 포대를 손목과 발목에 하나씩 묶고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내 목숨을 끝장낼 것이다.
    (/ pp.460~461)
    이야기하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일터 중 한 곳을 방문하거나, 이곳에 들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그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한 가족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치는 것은 이처럼 이미 예상된 난기류, 즉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지식일 것이다. 어느 지점에서 우리는 그것을 해결하려고 시도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비껴 날아갈 수는 없다.
    (/ p.206)

    나는 라디오의, 옛날 노래들을 들려주는 방송에 채널을 맞추려고 애를 쓴다. 나는 특히 지금 타고 있는 차에 시동도 걸지 않고 그냥 올라탄 채 그런 노래들을 즐겨 듣곤 했다. 1950~1960년대 노래에서 1970~1980년대 노래까지 듣곤 했는데, 물론 이것들은 테레사에게는 옛날 노래지만 내게는 가끔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는 노래들이다. 마침내 나는 음질이 고르지 않은 AM에 주파수를 맞춰 내가 원하는 노래들을 찾아낸다. 플래터스(The Platters)와 스피너스(The Spinners) 그리고 척 베리(Chuck Berry)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등이 들려주는 노래는 마치 구식 전화기에서 나는 소리처럼 잡음이 섞여 있다. 물론 이것들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삶이라는 퍼레이드의 일부이다. 이런 음악을 듣고 있으면 아주 천천히 나아가기 때문에 뭔가 화려하거나 멋진 것들은 결코 놓치는 일이 없을 걸로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혹은 뭔가를 위해 걸음을 멈추지는 않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경우 우리는 사람들이 뒤처지거나 배웅을 받으며 인생의 무대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자신이 LP판처럼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p.335~336)

    나는 계기판의 십자선에, 심지어는 점에 맞춰 하강하면서 조종간에서 한 손을 떼어 내 딸의 차가운 손가락과 손바닥을 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나는 눈을 감으며 그녀의 손을 힘껏 잡는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순간에는 무엇이 문제가 된단 말인가? 이상하게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어둠 속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떠올린 나의 후회스런 삶을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슬라이드처럼 보는 대신, 테레사가 함께 모여 살자고 제안한 것이 전혀 어렵지 않은 일로 여겨질 뿐이다. 나는 우리 모두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혼자 살아가지 않을 것이다.
    (/ p.460)
    분이다. 물은 우기에만 풍족하고 언제나 끓여야 한다. 그리고 냄새는 말해서 뭐하랴! 자치주의 하수도 시설은 우리 민족이 아주 오랜 옛날에 신중국을 떠나 이곳에 도착했을 때보다 거의 200년 전에 설치되었다. 그렇게 오래되다 보니 폭우가 쏟아지고 남서쪽에서 바람이 불어 닥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인간 정착지의 지독한 썩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 냄새는 영원히 죽지 않는 전령사처럼 소리치는 듯하다. 우리가 여기 있어요!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요! 우리가 여기에 살고 있어요!
    우리는 당신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요. 정말이에요.
    (/ p.27)

    물이 너무 차가워서 하마터면 입을 벌릴 뻔했다.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너른 바위 바로 밑에서 분출하는 지하 하천에서 전해져 온 듯한 냉기가 그녀의 두 발을 스치고 지나갔다. B-모어를 떠나온 뒤로는 당연히 물속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잠수복이나 마스크가 없는 상태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끼자 판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눈을 떴을 때, 그녀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수면 바로 아래에서 헛되이 몸부림치는 세위의 한쪽 발뿐이었다. 그다음으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믿기 힘들 정도로 저 멀리 아래쪽에서 창백하게 빛나는 엘리의 머리카락이었다. 판은 물 위로 올라와 숨을 가득 들이마시고 곧바로 다시 내려가 순식간에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의 두 눈은 감겨 있었고 입술도 꼭 다물어져 있었다. 그녀는 엘리가 물 위로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무언가에 걸려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두 팔과 두 발은 어디에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몸은 아직 바닥에 가라앉지도 않은 상태였다. 판은 그의 몸통을 낚아채고 발길질을 했다. 그러나 그녀보다 약간 더 큰 그의 체격 때문인지 예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판의 목을 끌어안으면서 그녀의 두 귀와 머리카락을 마구 할퀴듯이 거머쥐었다. 그는 숨을 쉬려고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판은 와락 달려드는 그를 억지로 떼어 내고 나서 그의 몸을 끌면서 온 힘을 다해 위로 발길질을 했다. 그때 단추를 채운 그의 주머니들 속에서 무언가 묵직한 것이 느껴졌다. 주머니마다 돌이 가득 들어 있었다. 도보 여행을 하는 동안 주워 모은 것들이 틀림없었다. 그의 몸이 축 늘어졌지만 판은 단추를 풀고 돌을 털어 내고 나서야 수면으로 그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일단 수면으로 올라오자 세위가 단번에 그를 홱 끌어당겨 손쉽게 물 밖으로 끌어냈다.
    (/ p.129)

    그는 판이 최대한 좌석을 높이 올리고 오른쪽 다리를 뻗어 보게 했다. 그런 다음 마른 과일이 담긴 플라스틱 통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것은 로린이 여행을 위해 챙긴 것이었다. 퀴그는 판이 그것을 핸들 대용으로 해서 자신을 따라 해 운전 연습을 하게끔 했다.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웠지만 퀴그는 진지한 표정이 되더니 자기를 보지 말고 전방의 도로를 계속 주시하라고 일렀다. 판이 집중을 하면 할수록 그녀의 동작은 차에 놀라운 속도로 적응을 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급커브에서는 속도를 늦추었고 앞이 탁 트인 곧은길이 나오면 발로 방화벽을 짓눌렀다. 그녀는 버려진 마을의 부서진 주도로에 나 있는 수많은 구덩이를 요리조리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그들은 그 마을을 빠져나와 완만하게 경사진 시골 지역의 다른 마을을 통과했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풍경은 황량하고 빛이 바래 있었다. 깜박 잠이 든 로린의 반복적인 거친 숨소리가 허스키하고 건조하게 들렸다. 플라스틱 통을 계속 들고 있다 보니 양팔이 아파 오기 시작했지만 판은 이제 그녀 스스로 그것을 즐기기 시작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뜻하지 않은 자유와 유쾌한 흥분은 이러한 삶과 아주 비슷하다. 실제보다는 믿음이 좌우하는 삶. 판은 무심코 퀴그를 힐끗 건너다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전방의 도로를 주시하는 대신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그녀의 손놀림과 동일하게 양손을 움직여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판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옆으로 홱 움직이고 말았다. 퀴그가 따라 하자 빠르게 달리던 차가 방향을 틀면서 타이어들이 귀청을 찢을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 pp.169~170)

    "무슨
    일이 있어도 열지 마!" 랜든이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어쨌든 우리를 죽일 거야!"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말수가 적은 친구가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빨리 죽이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랜든의 손을 홱 낚아채더니 손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손가락 몇 개의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랜든은 푹 쓰러져 무릎을 꿇으면서 비명을 질러 댔다. 데일이 동업자의 이름을 숨죽여 울부짖는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청년은 권총의 뭉툭한 끝 부분으로 문을 두드릴 뿐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잘 들어 봐."
    그는 랜든의 손을 향해 다시 방아쇠를 당겨 남아 있는 부위마저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불쌍한 친구는 다시금 울부짖었지만 이번에는 충격에 압도되어 울음소리가 훨씬 더 약했다. 퀴그가 랜든을 부축했다.
    안쪽에서 데일은 이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려 대며 제정신이 아니었다. 퀴그는 문을 열어 줘서는 안 된다고 소리쳤다. 퀴그의 두려움은 이제 분노로 바뀌었다. 그것은 약탈자들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지만 모든 면에서 그야말로 무용지물에 불과한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다. 그는 죄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악의가 있어서 저지른 게 아니었다. 도대체 그가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기에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엄청난 불행이 닥친단 말인가? 그는 그저 정직하고 성실하게 수의사의 업무를 잘 수행해 왔을 뿐이었다. 그의 기질과 삶의 측면에서 달리 무슨 잘못이 있었단 말인가? 그는 목청이 터지도록 데일에게 애원하는 동안 그런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동시에 엽총의 개머리판이 그를 가격했고 그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의식을 잃어 가고 있었다. 이제 세상은 그의 눈에 온통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문이 왈칵 열리면서 손에 칼을 쥐고 있는 데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리쉬와 글리니스는 그의 뒤에 간신히 몸을 숨기고 있었다. 퀴그가 그들에게 마지막 작별의 말을 하기도 전에 엽총을 든 청년은 문지방을 넘어 들어가 총을 갈겨 대기 시작했다.
    (/ pp.210~211)

    바로 그때 힐튼이 자기 얼굴 옆면을 감싸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 애가 자기 손을 들여다보았을 때 손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판이 울타리 대못의 뾰족한 끝으로 그 애의 뺨을 그어 버린 것이었다. 칼을 든 남자애들이 그녀를 향해 다가가자, 판은 팔의 접히는 부위로 여자애의 목을 조이면서 대못의 뾰족한 끝으로 그 애의 목을 지그시 눌렀다.
    "오, 힐리! 지금 우리 애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니켈만 부인이 소리쳤다.
    "얼른 풀어 줘! 필립! 어떻게 좀 해 봐요!"
    하지만 니켈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감히 호루라기를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남자애들이 뒤로 물러났다. 판은 로린과 퀴그를 기둥에서 풀어 주라고 명령했고 그들의 차로 천천히 걸어가 그들을 뒷자리에 태웠다. 그녀는 힐튼을 앞자리에 태우고 차의 시동을 걸어 차를 돌린 다음 천천히 주도로를 향해 달려갔다. 니켈만 가족 모두가 차에 손을 얹은 채 달리면서 미친 듯이 차를 두들겨 댔다. 노인에 의해 입구의 엄폐물이 치워졌을 때, 판은 힐튼을 차에서 내보낸 다음 페달을 최대한 깊숙하게 밟았다. 뒤따르던 사람들은 북쪽의 어둠 속에 내팽개쳐졌다.
    (/ pp.232~233)

    문이 열렸다. 말라의 뷰어에 있던 여자애들 가운데 하나였다. 여자애는 사진에 나와 있는 것보다 몇 살은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녀는 깃이 수놓아진 단순한 흰색 잠옷용 셔츠를 입고 있었다. 구식의 수수한 옷이었다. 두 번째 여자애가 똑같은 옷을 입고 나왔는데 첫 번째 애보다 키가 훨씬 컸고 나이도 더 들어 보였다. 그러고 나서 다른 여자애가 그 뒤를 따르더니 그다음 여자애가 나왔다. 그렇게 해서 판이 사진첩에서 보았던 여자애들 일곱 명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일부는 이제 완전히 성숙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덩치도 가장 나이가 어린 여자애보다 두 배 가까이 더 컸다. 하지만 그들 모두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닌. 그들 모두의 눈은 크고 모양이 같았다. 뒤쪽이 반원형으로 된 음악당
    처럼 반달 모양의 눈알은 어두웠고 눈동자는 갈색이었다. 이제 그들 모두는 어깨를 들썩이며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높은 웃음소리가 깜찍하고 달콤하게 들렸다. 그들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판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에게서는 옷을 세탁해서 막 건조시킨 냄새가 났다. 그리고 이제 그들 가운데 하나가 판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다른 애들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나머지 애들은 그녀의 양팔과 양손을 움켜잡더니 그 즉시 그녀의 몸을 휘감아 번쩍 들어올렸다.
    (/ p.312)

    판은 덩치가 큰 사람들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었지만 그녀는 서로 밀치락달치락하는 사람들 속에서 피나를 발견했다. 아니, 핀을 꽂은 피나의 검은 머리카락을 보았다고 해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머리통은 수면 밑으로 30센티미터쯤 들어가 둥둥 떠 있었고, 그녀의 두 팔은 옆으로 쭉 펼쳐진 상태였다. 판은 물속으로 뛰어들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았다가 두 다리를 힘차게 뻗으며 그녀의 두 팔을 잡고 솟구쳐 올랐다. 토실토실하게 살이 찐 피나는 판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데크에 있던 몇 사람이 피나를 물 밖으로 끌어내자 안전 요원이 달려와 그녀에게 응급조치를 취했다. 판은 물에서 나오지 않고 수영장 사다리에서 숨을 고르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다행히 안전 요원의 조치 덕분에 피나는 기침을 하면서 먹은 물을 토해 냈다. 불과 몇 초 동안만 물속에 빠졌었기 때문에 곧 그녀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판은 재빨리 물 밖으로 기어 나왔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잠시 허둥거리다가 쌍둥이가 비록 울음을 터뜨리긴 했어도 여전히 자신들의 그네 의자에 안전에게 앉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몸이 흠뻑 젖은 상태라서 아기들을 의자에서 안아 들 수는 없었다. 그녀의 헐렁한 운동복 바지와 티셔츠는 이제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때 그녀는 수영장의 저쪽 끝에서 완전히 기진맥진해져 수건으로 몸을 감싼 올리버를 베티가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베티는 그에게 거칠게 속삭이고 있었다. 어쩌면 애원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판은 그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알 수 있었던 거라고는 당장 죽을 것 같은 눈빛으로 그가 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뭔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판은 본능적으로 젖은 옷을 자신의 배에서 떼어 냈다.
    (/ pp.496~497)

    저자소개

    이창래(Chang-Rae Le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2종
    판매수 3,706권

    [영원한 이방인]은 매년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계 미국 작가 이창래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1995년 대형 출판사 퍼트넘 사에서 출간되었고, 서정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서사, 밀도 높은 구성,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인물로 전미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듬해 미국 문단의 권위를 상징하는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비롯하여 반스앤드노블 신인작가상, 아메리칸 북어워드, QPB 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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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존 하트의 [다운 리버], 닐 게이먼의 [스타더스트], [네버웨어], [그레이브야드 북], 오드리 니페네거의 [내 안에 사는 너], C. J. 샌섬의 [수도원의 죽음], 리처드 매드슨의 [천국보다 아름다운], [더 박스], 앤드류 윌슨의 [거짓말하는 혀], 애거서 크리스티의 [부부탐정] 등이 있다.

    생년월일 1963~
    출생지 경남 함양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장편소설 [어떤 작위의 세계]로 동인문학상과 대산문학상,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자화상],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시간이 시시각각]들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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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현재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옮긴 책으로 《로드》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책도둑》 《미국의 목가》 《에브리맨》 《울분》 《포트노이의 불평》 《굿바이, 콜럼버스》 《네메시스》 《죽어가는 짐승》 《달려라, 토끼》 《제5도살장》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 문화사》로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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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프레드릭 T. 올슨의 [내일을 거부한 남자], 제임스 엘로이의 [L.A. 컨피덴셜], 이창래의 [만조의 바다 위에서][생존자], 스티븐 킹의 [조이랜드], 카란 마하잔의 [가족계획], 존 하트의 [다운리버][라이어], 닐 게이먼의 [스타더스트][네버 웨어][그레이브야드 북] 등 다수가 있다.

    이 책과 내용이 비슷한 책 ? 내용 유사도란? 이 도서가 가진 내용을 분석하여 기준 도서와 얼마나 많이 유사한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비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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