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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민족문화 2 : 슬라브 신화론과 민족언어학 개관[양장]

원제 : Язык и народная культур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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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슬라브 민족의 전통문화와 관련된 풍부한 사례를
    유형화하고 이를 민족문화 지형도로 구현


    슬라브 민족의 언어 속에 나타난 전통 민족문화를 살펴보고
    슬라브 민족과 우리민족의 전통문화에서 유사한 점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니키타 톨스토이의 [언어와 민족문화]는 수백 편에 달하는 그의 논문 가운데 주요 논문 35편을 선정하여 7개 주제별로 묶어놓은 논문 모음집이다. 제1부는 언어와 문화의 관계 및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민족언어학’의 이론적 기반, 제2부는 기우제를 비롯한 슬라브 전통 의례, 제3부는 전통 의례에서의 사물과 행위 상징, 제4부는 슬라브 민족의 귀신숭배, 제5부는 어근과 단어를 통해 본 슬라브 문화, 제6부는 슬라브 관용구 재구 및 공통적인 관용구들, 제7부는 주문, 저승방문 이야기 등의 기호학적 측면을 다룬 논문들로 각각 구성되어 있다.

    민족언어학은 언어를 민족과의 상관성 측면에서 연구하여, 언어와 정신문화, 언어와 민족정신, 언어와 민족 창작 간의 다양한 상관관계를 검토하는 언어학 내의 연구방향 중 하나이다. 민족언어학은 현대의 생생한 자료에 반영되어 있는 역사를 읽어내고, 이 자료가 어떠한 질서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낸다. 저자 톨스토이는 슬라브족의 다양한 민속자료를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문화현상을 유형화하고 이를 민족문화 지형도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민족언어학을 발전시켰다.

    고유의 민중문화적 요소와 전통문화는 언어적 요소에 반영되고, 이들이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한다. 그러나 외래 언어와 문화가 들어오면서 이들 흔적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언어와 민족문화]에 실린 다양한 민속자료는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 볼 수 있게 해준다. [언어와 민족문화]에서 다루고 있는 대상은 북으로는 폴란드, 남으로는 불가리아, 동으로는 러시아에 이르는 드넓은 영역에 퍼져 있는 슬라브 제 민족의 언어에 반영된 전통 민족문화이다. 따라서 당연히 슬라브족의 역사, 언어, 문화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이는 읽어나가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언어와 민족문화]에서 다루는 슬라브 문화는 주로 러시아를 통해서 국내에 알려진 발레나 음악 등 소위 ‘엘리트 문화’가 아니라 슬라브 민중의 삶과 직결되어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이어져온 민중문화이기 때문에, 독자는 민족적, 언어적으로 전혀 공통점이 없는 우리민족의 전통문화와도 유사한 점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편, [언어와 민족문화]은 언어에 반영된 민족문화 해석을 목표로 하여 우리에게 생소한 슬라브족의 언어와 문화를 보여주는 생생한 역사적 자료를 담고 있어, 독자들은 이 책을 읽어나가며 슬라브족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언어와 민족문화]은 슬라브 민족의 전통의례, 귀신숭배, 주문·저승 방문 이야기 등의 전통문화와 관련된 사례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민족언어학 연구 방법론을 파악할 수 있는 책으로서, 자료 면에서나 이론적인 면에서 국내 슬라브 전통문화 연구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목차

    역자 서문
    편집자 서문: 니키타 일리치 톨스토이 연구 활동에서의 슬라브 민족언어학

    제4부 슬라브 귀신에 대한 소고
    다양한 귀신들은 어디서 유래했는가?
    귀신의 외양은 어떠한가?
    슐리쿤
    체메르

    제5부 문화적 맥락에서의 말
    슬라브어 vesel-의 문화 의미론
    민간어원과 어원의 마법
    슬라브 민족적 관념에서의 ‘남성’, ‘여성’ 나무와 요일: 문법적 성의 신화화
    ‘не(ne)’와 не(ne)가 아닌 ‘не(ne)’
    블라제-마카리(Blazhe-Makarii)
    이반-황새
    추르(чур)와 추시(чушь)

    제6부 민족지학적 관점에서 본 슬라브어 관용구
    슬라브어 관용구의 민족언어학적 측면
    원시 슬라브어 관용구 재구에 관하여
    ‘Zdrav kao riba’(물고기처럼 건강한)
    ‘P’yan, как zemlya’(땅처럼 취한): Rutheno-serbica
    ‘Soleny bolgarin’(소금에 절인 불가리아인)

    제7부 소형식 민속의 기호학
    민속의 도해(圖解)가능성에 관하여
    폴레시예 주문(呪文)을 관찰하고
    ‘기절’(저승 방문)장르에 관하여
    고인에 대한 숨은 통곡: 러시아와 세르비아 민담의 유사성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이 책은 한국연구재단의 2008년 명저번역 지원 사업 대상인 니키타 일리치 톨스토이(Никита Ильч Толстой)의 ‘Язык и народная культура. Очерки по славянской мифологии и этнолингвистике’(모스크바, 1995)를 ‘언어와 민족문화: 슬라브 신화론과 민족언어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한 것이다. 먼저 책의 내용이 주로 슬라브 민중의 언어와 문화에 관한 것이며, 언어와 민속 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제목 번역에서 슬라브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народная культура를 ‘민족문화’로 번역했고, этнолингвистика도 ‘민속언어학’이 아닌 ‘민족언어학’으로 번역했다는 점을 밝혀둔다.
    이 책의 저자인 니키타 일리치 톨스토이(1923~1996)는 1923년 당시 유고슬라비아 왕국의 작은 도시 브르샤츠(Вршац)에서 태어나 베오그라드에서 학생시절을 보냈다. 이후 1950년부터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수학하여 1954년에 "고대 슬라브어 형용사 단어미와 장어미 형태 Краткие и полные формы прилагательных в старославянском языке"로 칸디다트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주로 언어학 분야 논문을 발표하면서 언어학 이론에 대한 사고를 발전시켜 나갔다. 그러다가 1972년에 "슬라브 지명에 대한 의미론적 분석(Опыт семантического анализа славянской географической терминологии)"으로 독토르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리고 1960년대 중반부터 폴레시예 지역의 문화적 특징에 대한 언어학적 분석을 시도함으로써 자신의 학문 영역을 언어학에서 지역 민속연구로 확대해 민족언어학의 윤곽을 잡아 나갔다. 그러다가 1970년대 들어 모스크바-타르투 학파의 연구방법, 특히 뱌체슬라프 이바노프(Вячеслав Иванов)와 토포로프(В. Н. Топоров)의 언어를 바탕으로 한 고대 슬라브 문화 재해석 연구방법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니키타 톨스토이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연구를 언어 자료, 민족지학적 자료, 민담 텍스트 등 다양한 민속자료를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문화 현상을 유형화하고 민중문화 지형도로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그런 과정에서 니키타 톨스토이는 수백 편에 달하는 논문과 저서를 집필했는데, 그의 부인이자 러시아의 저명한 민족언어학자인 C. M. 톨스타야가 그중 35편의 논문을 선정하여 주제별로 7부로 구성, 편집한 논문 모음집이 바로 [언어와 민족문화]이다.
    이 책은 니키타 톨스토이가 수행한 정치(精緻)한 연구 작업의 결과로, 언어와 문화의 상관성 해석을 목표로 하는 민족언어학의 이론적 문제 고찰, 고대 슬라브 제식(祭式)의 개별 사례 연구, 의례(儀禮)를 구성하는 행위, 사물, 언어 요소의 상징성 연구, 문화-어원적 맥락에서 의례를 지시하는 단어나 표현 분석, 개별 민속장르의 특징을 신화적 관계 속에서 분석, 민속 또는 민담의 탈(脫)현실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등 다양한 대상과 연구방법을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이 슬라브족 전체의 언어와 문화이므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폴란드, 체코,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등 동, 서, 남 슬라브 제 민족의 의례와 언어, 나아가 방언까지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고 다양한 사례가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슬라브 민족언어학의 이론적 측면과 슬라브 민족의 전통 의례와 신앙 등 기독교 이면에 뿌리내리고 있는 전통 민중문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수많은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해당 분야에 대해 국내에 별로 소개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 이 책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수정을 거듭했지만 혹시 남아있을 지 모르는 번역의 오류에 대해 독자들의 너른 양해를 당부한다. 흔히들 ‘번역은 반역’이라고 말하지만, 니키타 톨스토이의 이 책은 ‘반역’을 꿈꾸지 못할 정도로 언어적으로 복잡하고 내용면에서 방대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러시아어 방언 해석에 도움을 주신 한국외대 노어과 드료모프 교수님, 러시아어 이외에 우크라이나어, 폴란드어, 체코어 등 다양한 슬라브어 관용구와 문장 해석에 도움을 주신 한국외대 동유럽대학의 여러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귀중한 책을 명저번역 대상으로 신청해 주신 분, 심사에 참여하여 정확한 지적으로 번역의 질을 높이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신 익명의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특히 최초 번역과 윤문에 커다란 도움을 준 안동진 박사님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한국연구재단 명저번역 지원 사업 담당 선생님과 출판을 위해 정성을 다해주신 한국문화사 이지은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 '역자 서문' 중에서)

    니키타 일리치 톨스토이 연구 활동에서의 슬라브 민족언어학
    최근 사반세기 동안 민족언어학은 언어학(주로 방언학과 대조언어학), 민속학, 민족지학의 연구 대상과 방법을 아우르는 학제간 학문으로서 러시아 어문학계의 가장 명시적이고 주목할 만한 연구 방향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현대 기호학의 한 분과인 민족언어학은 인간(특히 ‘말하는 인간’으로서의 호모 로퀜스(Homo Loquense))와 민족 연구에 중점을 두는 신화론, 문화사, 민족사, 민족발생론 그리고 기타 복합적인 학문 분야와 연계되어 있다. 러시아에서 이 분야가 독자적으로 규정되고 성립된 것은 이 책(Язык и народная культура)의 저자로 저명한 슬라브 연구가이자 아카데미 정회원인 니키타 일리치 톨스토이의 연구 및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민족언어학의 배경이 되는 학문 분야들이 그렇듯이 ‘민족언어학’이라는 용어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 용어는 1940년대에 등장했는데, 그 누구보다도 미국의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 그리고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와 연관된다. 물론 이들이 맨 처음으로 민족, 문화, 언어 간의 상호관계를 분석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 앞선 연구가로 빌헬름 훔볼트가 있었다. 그리고 과거 러시아 어문학 분야에도 현대적인 의미에서 민족언어학이라고 규정할 만한 충분히 강한 학맥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대표적인 학자로 A. N. 아파나시예프, F. I. 부슬라예프, A. A. 포테브냐, 그리고 더 후기, 즉 20세기의 D. K. 젤례닌 등을 들 수 있다.
    러시아에서는 1960년대 들어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재개되었는데, 그것은 1차적으로 구조기호학 및 V. V. 이바노프와 V. N. 토포로프의 연구와 관련이 있다. 이 저명한 학자들의 초기 연구(여기서는 ‘민족언어학’이나 ‘민족언어학적’이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았다.)는 주로 언어자료에 근거한 고대 문화 재구에 집중되었다. 그들의 연구 대상은 민족 존재론, 신화적 관념, 판테온, 의례, 사회제도(고대의 법률, 기부와 교환의 관습 등), 그리고 슬라브족, 발트족, 인도유럽인의 물질문화의 몇 가지 본질적인 측면의 진화 등 다양하였다.
    그러나 곧이어 어느 정도 세련되고 더 기본적이고 논리적으로 일관성 있는 접근법 개발의 필요성이 인식되었으며, 초기 단계에는 그런 접근법으로서 다양한 문화 형태를 목록화하고 가능한 한 완벽하게 기술하는 것, 즉 현대 학자들의 용어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것, 그리고 입수 가능한 모든 민족지학적, 민속학적, 언어학적 자료의 체계화, 문화현상 비교 유형론 원리 개발, 민족문화적 사실의 지리적 분포 조명, 전통문화 방언학 구축 등을 지향했다. 이런 접근법에서도 재구(먼저 한 민족 또는 혈연적으로 가까운 민족들의 전통문화적 사실과 관련된 내적 재구, 이후에는 다양한 민족들의 자료 비교에 근거하는 외적 재구)는 언어에 반영된 민족 문화를 다루는 학문의 가장 본질적인 목표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그러나 재구는 튼튼하게 구축된 토대에 근거해야 한다.
    니키타 톨스토이는 슬라브 연구의 범위 내에서 바로 그런 중요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극히 폭넓은 전문가적 관심을 가졌고, 슬라브 제 민족의 전통과 연관된 구체적인 자료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던 그는 주로 남(南)슬라브와 우크라이나, 벨로루시의 폴레시예 지방의 전통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두었으며, 카르파티야, 러시아 북부, 그리고 슬라브족 고대 문화 지역의 전통 문화에도 관심을 두었다. 그런 톨스토이의 선견지명과 기반구축에 대한 관심은 학파 형성의 필요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 즉 슬라브 언어문화론이란 거대한 건물을 구축하는 것은 오로지 공동의 노력으로만 가능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특히 사전이나 아틀라스를 구축하는 등의 ‘정초’를 마련하는 작업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그런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톨스토이는 바로 그런 학파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니키타 톨스토이와 그의 제자들, 동료들은 슬라브 신화, 의식(儀式), 달력, 악마론, 신앙, 관용구, 의례용 텍스트(노래, 주문 등), 상징, 은유 체계와 기타 슬라브 전통 정신문화 형식을 분석대상으로 했고, 그 결과는 수많은 출판물(학위논문, 단행본, 논문집, 정기간행물)을 통해 발표되었다.
    그들의 연구에서 언어는 문화의 ‘자연적인’ 하부구조로서 문화의 모든 면을 관통하며, 세계에 대한 정신적 질서부여의 도구이자 민족의 세계관 확립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런 접근법에서는 언어가 문화 및 문화를 매개로 하는 실재(實在)를 반영할 뿐 아니라 비언어적 문화코드 형성에도 본질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는 만큼, 언어와 비언어 문화적 실재 간의 상호종속성을 고찰하게 된다. 다른 한편, 언어의 진화 메커니즘을 연구하려면 언어 영역 너머에 존재하는 언어 진화의 요인을 끊임없이 밝혀내야 할 필요가 있다.
    니키타 톨스토이는 언어와 문화가 유질동상(類質同像)적이며, 인문학적 지식 체계 내에서 전위적인 방법론적 입장을 취하는 현대 언어학에서 개발된 연구 방법론과 기법들을 문화적 대상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민족언어학의 과제를 재구성하였다. 언어학과 민족지학의 공통점은 기호학적 원리들에 대한 태도, 방언학(역사적으로 방언학은 민족지학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의 발생을 학문 진화에서 절대적으로 확고한 법칙적 양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민족성 및 거기서 발생하는 언어와 민족문화 전통의 시공간적 다양성, 그리고 규범, 방언, 기능적 문체(표준 목록)등의 개념 체계 내에서 기술될 수 있는 사회적 기능에 있으며, 나아가 추상적 수준/변이체 수준, 구성 요소 사이의 대비구조, 계열체/통합체, 공시성/통시성, 기능, 의미(동의성과 유사기능성, 다의성과 다기능성, 의미적 속성, 기호의 은유적, 환유적 사용 등)등 언어학에서 개발된 개념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구조적 유사성에 있다. (‘형태론’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생물학에서 언어학, 프로프의 ‘만담 형태론’을 비롯한 만담학, 그리고 기타 ‘비 자연과학’ 분야로 전이된 점 등을 비교해볼 것). 니키타 톨스토이 스스로도 자신이 선택한 의례(儀禮)기술과 연구 방법에 대해 ‘문법’이라는 용어를 은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그 유사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였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언어학과 민족지학 사이의 유사점 및 접촉점 탐색이 일반적으로 자세한 검토 없이 사용되고 있는 ‘동형성’이라는 개념의 모호함과는 극히 거리가 멀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톨스토이는 다분히 독자적인 고유 개념 및 방법론적 도구를 갖추고 있어 별개의 것으로 취급되는 이 두 분야 각각의 연구 대상물의 특수성을 자신과 독자를 위해 항상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두 분야가 ‘융합’된 학문인 민족언어학은 ‘융합되는’ 각 분야가 고유성을 상실한다는 것을 전제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이 책(Язык и народная культура)은 흥미롭지만 읽어나가기 어려운 책이다. 니키타 톨스토이가 보여주는 연구 주제의 다양성, 내용의 구체성, 그리고 개념 전개의 바탕이 되는 실제 자료가 아주 풍부하게 제시되고 있는 점은 놀라울 정도다. 검토 대상과 연관되는 자료들을 빠짐없이 연구의 토대로 사용하는 것이 톨스토이의 특징이다. 그의 저술 방식은 자료를 그 어떤 가정의 예시로만 제시하고 ‘기타 등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독자의 ‘수고’를 줄여주는 그런 방식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슬라브 전통 민족문화의 수많은 요소 간의 그리 명확하지 않은 상호관계와 슬라브 관습과 의례의 다층적 상징체계에 대한 저자의 연구에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고, 문화와 신화의 문맥에서 사용되는 단어의 기능이 얼마나 복잡한지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니키타 톨스토이가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쓴 민족언어학 논문 가운데 저명한 출판물에 게재되었던 것뿐 아니라, 러시아 독자들이 구하기 어려워 출판 당시에 이미 희귀본이 된 정기간행물에 실렸던 논문을 모은 것이다. (몇몇 논문은 저술 시기와 출판 시기 간의 차이가 극히 큰데, 예를 들어 ‘의례 상징의 2차적 기능’이라는 논문은 1986년에 집필되었고 1994년에야 출판되었다.) 본 논문 모음집에는 민족언어학 분야의 일반적인 문제, 이론적 측면에서 언어와 문화의 상호관계, 고대 슬라브 의례(버드나무 가지로 때리기, 성소의 띠 장식, 성탄절 장작 때기 등), 의례의 사물 및 행위 요소들의 상징성, 슬라브 악마론, 개별 단어와 표현의 문화적 문맥, 민속학, 민족언어학, 신화론의 관점에서 본 슬라브 관용어구, 민속장르와 신화적 관점에서 분석한 민속 텍스트, 민속학의 권역 측면 등에 관한 논문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의 편집자는 저자의 창조적 관심을 가능한 한 온전히 제시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단행본이라는 양적인 제약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니키타 톨스토이가 지금까지 쓴 학술논문은 총 500편에 달하며, 슬라브 민족문화와 문화의 언어적 분화라는 문제에 대해서만도 약 150편의 논문을 썼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톨스토이의 관심 대상이자 그의 연구활동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는 슬라브 이교적 의례와 슬라브 기우(祈雨)주술에 관한 논문들은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니키타 톨스토이와 S. M. 톨스타야의 제8차 국제 슬라브학자 학술대회 발표문인 ‘고대 슬라브 정신문화 복원에 대하여’를 재구성한 ‘기우(祈雨)’에 관한 논문은 예외적으로 포함시켰다. 이 두 가지 주제에 대한 니키타 톨스토이의 논문들(S. 톨스타야와 공동으로 집필한 논문 포함)은 현재 출판 준비중인 별도의 단행본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편집자로서 니키타 일리치 톨스토이의 논문 모음집인 이 책(Язык и народная культура)의 행복한 운명을 확신한다.
    (/ '편집자 서문' 중에서)

    저자소개

    니키타 일리치 톨스토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3~1996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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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저명한 슬라브학자, 문헌학자, 민속학자로 1923년 당시의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났으며, 1945년에 러시아로 이주하여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수학했고, 1954년부터 소비에트 연방 과학아카데미 슬라브-발칸 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1976년에는 모스크바 국립대 교수가 되었다. 1960년대 초부터 슬라브 고대 정신문화, 물질문화의 특징이 잘 보존되어 있는 폴레시예 지역 학술탐사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민족의 언어와 정신문화를 복합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인 민족언어학의 이론적 토대 및 연구방법을 개발하고 슬라브 언어사, 문화사, 방언학, 언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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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노어학 전공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고, 러시아 치타국립대에서 철학인간학 전공으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HK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러시아인과 러시아 내 소수민족의 신앙과 의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투르게네프 단편집≫, 니키타 톨스토이의 ≪언어와 민족문화≫, 블라디미르 보고라스의 ≪축치족: 신앙≫, 바츨라프 세로셉스키의 ≪야쿠트인: 구비전승과 신앙≫ 등 전통문화와 신앙 관련 번역서를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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