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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으로 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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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관계는 항상 변하는 거야.
    사람은 공기가 아닌 시간을 먹고 자라는 존재니까."

    "순례의 길을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모든 십대들을 위한 작품"


    작가 현길언은 [낯선 숲으로 난 길]에서 6.25 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겪는 사랑과 우정, 상실의 아픔을 그렸다. 그리고 그 두 번째 이야기인[사막으로 난 길]은 세철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린 작품이다.
    섬에서 자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성장한 세철. 그가 섬에서 벗어나 사막 같은 서울에 올라와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체험들은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일과 같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 받고 사람을 통해 위로 받는 모든 과정을 통해 한층 성장해가는 세철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품 속에서 묘사하는 서울의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의 역사적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데, 시대를 거슬러 올라 만나는 또 다른 십대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주인공이 느끼는 또래에 대한 열등감과 경쟁심, 가족에 대한 미묘한 감정, 성에 대한 관심과 의문들이 요즘의 십대가 겪는 성장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낯선 사람에게 속아서 고등학생의 신분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창녀집에 가서 깡패들과 한판 붙은 세철. 모진 서울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의 의대생인 친형 세민과 그의 애인 정 선생, 그리고 첫사랑의 열정으로 그를 서울까지 이끈 유원이와 친구 규석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철을 돕는다. 손만 뻗으면 도움 받을 곳이 많았지만 특유의 자존심으로 하숙을 시작하게 되고 하숙집 주인아주머니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간다.
    유원과 규석의 관계에 질투를 느끼고 서울의 학생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게 되던 어느 날. 유원과의 대화를 통해 제주에서 품었던 마음은 과거의 것들로 남겨두고 지금의 감정에 감사하며 자연스럽게 감정이 흘러가도록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의 흐름 앞에서 사람은 누구나 변하게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세철이 겪은 마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창녀집 옥자와의 관계는 세철의 의지와는 다르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며, 유원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는 데 또 다른 도구가 된다. 서울로 편입한 세철이 결국 자퇴를 하기까지 그가 겪은 서울의 사막은 한없이 모질고 뜨거웠을 것이다.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로 흘러가는 그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 한 사람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고, 사람의 한평생이 소중하기 때문이며 이 소중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 때문이었다. 독자들은 사막과 같은 세상에서 부딪히며 성장하는 세철의 모습을 통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아름다운 청소년 시절의 한 페이지를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균형 잡힌 인간성을 키워나가는
    아름다운 젊음에 대한 비망록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맞은 세철은 형과 유원의 주소만 가지고 집안 어른들 몰래 섬을 떠나 서울로 오게 된다. 서울역에 내리면서 그는 지금까지 지내온 편안하고 풍성한 숲에서 벗어나 사막으로 들어선다. 서울은 좋아하는 여학생이 기다리고 있고 형과 형수가 될 정 선생이 반갑게 맞아주는, 그러한 아름답고 행복한 도시가 아니었다.
    서울역에서 처음 만난 어머니 같은 여자는 그를 창녀집으로 안내했고, 거기에서 깡패들을 만나 싸움을 했다. 그리고 몸을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을 애인에게 빼앗기면서 살아가는 여자를 만난다. 세철은 그들과 싸워 심하게 두들겨 맞고,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긴다. 아늑한 고향, 모두가 인정해주고 모두가 안내자가 되어주었던 고향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새로운 세상과 부딪치게 된 것이다.
    본격적인 서울 생활 중에 중학교 때 그가 좋아했던 미군 간호장교 안드레 소령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그 사이 결혼한 그녀에 대한 감정의 실체를 확인하고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첫사랑의 대상이었던 유원이에 대한 감정도 정리된다. 그것은 고통스러웠으나, 그에게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자신의 의지로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편입하게 된 세철은 서울 학생들의 놀림도 꿋꿋하게 이겨내며 적응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세철은 서울 명문 고교를 다니는 규석과 유원에 대한 묘한 열등감과 치열하게 싸워야 했다. 세철은 심한 마음의 고통을 겪었으나 그런 일들은 그를 또 다른 세상으로 안내해주었다. 그렇게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가게 된다.
    세철은 결국 서울역의 깡패들과의 싸움에 다시 휘말려 편입한 고등학교를 자퇴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지만 검정고시로 명문 고교를 나온 유원이와 그의 영원한 라이벌인 규석과 같은 대학에 입학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사막보다 더욱 험난할 그의 순례의 길은 다시 시작된다.

    작가의 말

    세철은 마치 낯선 숲으로 들어가 혼자 길을 찾아가듯이 세상을 살아간다. 낯설고 두려웠지만 숲은 다시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주었다. 그 숲과 조금 익숙해졌을 때 다시 새로운 길을 찾게 되었고, 그 길이 바로 사막이었다.
    그는 사막 가운데서도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였으나,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 뿌리를 열심히 내려야 했다. 그 일은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될 일이 아니었기에 힘들더라도 스스로 감당한다. 그렇게 그는 사막에서 세상과 사람을 배우게 된다. 사막과 같은 서울은 그에게는 소중한 교과서가 되었다.
    - 현길언

    추천사

    작가 현길언은 [사막으로 난 길]에서 사람은 공기를 먹고 자라는 게 아니라 시간을 먹고 자라는 존재라고 썼다. 울림 있는 말이다. 그 시간의 강물은 모진 세상의 이치에 대한 체험, 어른들의 적의와 호의, 사랑과 성의 갈등, 삶의 열정과 문학에 대한 동경 등을 어지러이 품고 깊게 흐를 것이다. [사막으로 난 길]은 전작 [낯선 숲으로 난 길]의 주인공 명세철이 어느덧 열여덟의 젊은이가 되어 그리운 이들이 살고 있는 전후(戰後)의 서울에 상경해 겪는 지극하게 핍진한 성장통의 이야기이다.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균형 잡힌 인간성을 키워나가는 한 아름다운 젊음에 대한 비망록인 이 책은 모든 좋은 성장소설이 그렇듯이 작가의 자전적인 삶 체험의 정수(精髓)와 역사와 현실에 대한 귀중한 증언이 담겨 있다.
    - 복도훈 / 문학평론가

    목차

    프롤로그
    다시 만난 사람들
    세상으로
    사람과 사람
    사막으로 난 길
    에필로그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사람 살려줘요!"
    세철은 파출소로 들어가면서 소리를 질렀다. 경관이 고개를 들어 '뭐냐'는 듯이 쏘아봤다.
    "시골에서 어젯밤에 올라왔는데, 깡패들에게 끌려가서 짐을 다뺏기고 여비도 다 털리고 시계까지......."
    세철은 우선 폭행을 당한 일과 갖고 있었던 물건들과 돈을 다털렸다고 말했다.
    (중략)
    경관은 눈을 부라렸다.
    "그런 것이 아니고, 제가 아주머니께 끌려가는데......."
    "그래. 지금 네가 말하려는 것을 그대로 다 써. 자식,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제에 고향을 떠나 아는 사람이 없는 서울에 왔다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창녀집이냐? 집안 어른들이 여비하라고 준 돈으로 여자부터 찾아가다니, 네 앞길이 한심하다, 이놈아!"
    경관은 넋이 빠진 듯이 앉아 있는 세철을 거친 말로 몰아대었다. 들을수록 창피해서 경관을 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형과 유원을 어떻게 만나지? 이 소문이 혹시 집안 식구들에게 전해진다면? 혹시 학교에 알려지면....... 생각할수록 눈앞이 캄캄했다.
    (/ pp.26-27)

    유원은 처음 세철을 보러 왔을 때를 생각했다. 정 선생이랑 마당으로 들어섰는데, 세철이가 방 안에 누워 책을 읽다가 벌떡 일어나 툇마루로 나왔다. 큰 키에 여드름투성이인 얼굴로 유원을 쳐다보는 그 눈빛이 유원의 가슴에 후벼들었다. 유원은 빙긋이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기억의 창고에 남아 있는 중학생 세철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혼란스러웠다. 그때 눈 위에 가제로 가려진 상처를 보았다. 순간 제주에서 보육원 깡패들에게 맞아 온
    통 얼굴을 붕대로 싸매고 도립병원 병상에 누워 있던 세철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딜 가나 싸움은 그치지 않는구나! 싸움꾼으로 살아가려나? 이상한 예감이 스치면서 측은했다.
    (/ p.63)

    "세철아, 과거는 잊으려 한다고 잊을 수 없어. 그냥 받아들이는 거야. 나는 이렇게 생각해. 신이 개인의 삶을 주관하신다고 믿거든. 우리가 그 제주에서 만났던 것도 우리가 만나고 싶어서 만난 것이 아니지 않니? 세철은 꿈에라도 나를 만나리라고 생각한 적 있어? 그리고 만나서 같은 집에서 살았다고 해도, 내가 세철을 좋아하고, 세철이 또한 나를 좋아하게 된 것이 서로 원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지 않니? 난 한 번도 세철이를 좋아해야지, 하고 생각한 적이 없어. 그저 좋아하게 된 거야. 세철이도 그렇지. 그러니까 일부러 잊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야. 나는 이번 전쟁을 겪으면서 사람은 자기 뜻대로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내 인생이라고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지. 그러니까 우리 앞에 흘렀던 시간도 우리의 뜻에 의해 내 앞으로 흐른 것이 아니었으니까, 내가 정리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야. 내가 어떻게 그 강물의 줄기를 바꾸겠어. 그러니 우리 앞에 흘렀던 시간의 흔적들을 지워버릴 수는 없어. 난 그 시간을 사랑하기로 했어. 슬픈 일이었다 하더라도 말이야."
    세철은 들으면서 가슴이 떨렸다. 내가 철부지였구나. 나는 왜 유원이처럼 생각할 수 없지. 순간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를 보고 세상을 보고, 긴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속이 좁고 이기적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세철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유원의 깊은 마음을 알았고, 자신을 조금은 되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p.144-145)

    "세철이, 사랑에 너무 집착하지 마. 사랑은 자연스러운 것이야. 유원이를 좋아하지만, 그 좋아함은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하지. 그래서 즐겁고 행복하게 되는 거야. 그것이 아쉬움이 되고 더 심해서 고통이 되고, 불만이 되면 안 돼. 이성 간의 사랑은 서로가 함께 할 때에야 이루어지는 것이야."
    그 말에 세철은 긴장했다. 유원이가 자기로부터 떠나갈 것을 예언하는 말 같았다.
    "내 경우를 생각하면, 첫사랑의 상처가 얼마나 컸으면 일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백의의 천사로 살기로 작정했겠어? 그러나 사랑의 상처는 크기도 하지만, 다른 사랑으로 아주 쉽게 아물기도 해. 그런 아픔을 통해서 우리는 더 진실한 사랑을 하게 되고 성장
    하기도 하는 거야."
    세철은 유원과의 관계가 상처로 남게 될 것이라고 미리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내 인생의 한 과정이라면 너무 마음 쓸 필요는 없다.
    (/ pp.230-231)

    저자소개

    현길언(Gil-un HYU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0.02.17~
    출생지 제주 남원
    출간도서 52종
    판매수 9,169권

    [본질과 현상] 발행인,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문학박사. 소설가. 현대소설 전공
    대표저작: 소설집, [용마의 꿈], [한라산] 외 다수. 저서로는 [문학과 사랑과 이데올로기], [한국현대소설론], [문학과 성경], [정치권력과 역사 왜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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