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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에 관한 불편한 이야기 : 가라앉는 교토의정서, 휴지가 된 탄소배출권[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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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15년 시행을 앞둔 탄소 배출권거래제,
제도 시행과 유보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을 파헤치다

교토의정서, 당사국총회, 배출권거래제...... 그 이면에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

2015년 시행하기로 한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산업계에서는 전면 유보 혹은 연기를 요구하고 정부에서는 이미 공시한 법안을 무효화할 수는 없다며 계획대로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배출량 감축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기업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우리보다 수십 배 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도 시행하지 않는 제도를 우리가 앞장서서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반대로 배출권거래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를 수 없고, 산업계가 주장하는 배출권거래제로 나타날 손실액은 과장된 것이며, 어차피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될 텐데 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하루 빨리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두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데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기 어렵다. 그렇다면 배출권거래제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도대체 무엇인가?

배출권거래제는 어떻게 생겨났나?
배출권거래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지구가 더워지는 걸 막아보자는 범세계적 합의에서 탄생되었다. 이러한 범세계적 합의는 ‘기후변화협약’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가장 많은 나라들이 속해 있는 국제회의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무분별한 배출이 지구 온도 상승의 주된 원인임을 인지한 기후변화협약은 다양한 각도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을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통일된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할 제도를 만들기 어려웠다. 바로 이 지점에 이 책의 첫 번째 주제가 숨어 있다. 지구가 더워지는 걸 막고자 회의를 하고 대책을 강구한다지만, 정작 각국의 협상단들은 자국의 이득을 챙기기에 바빴다고 이 책은 꼬집는다. 회의 과정에서부터 그들이 만들고 시행하는 제도가 정말 지구가 더워지는 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인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첫 번째 불편한 이야기,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다.

배출권거래제란 도대체 무엇인가?
기후변화협약은 주로 ‘당사국총회’라는 회의를 통해 논의가 이루어진다. 매년 대륙을 돌아가면서 당사국총회가 열리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당사국총회로 평가받는 것이 1997년 교토에서 열린 제3차 교토 당사국총회이다. 교토 당사국총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모여 지구가 더워지는 걸 막는 방식으로 ‘교토메커니즘’을 활용하기로 하고 이 내용을 담은 ‘교토의정서’를 채택한다. 교토의정서 체제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바로 탄소 배출권거래제이다.
배출권거래제의 취지는 시장 기능을 활용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에 투자하고, 저개발국가들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시설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게 만드는 것이 배출권거래제의 목표였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와 목표를 무색하게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이것이 이 책에서 지적하는 두 번째 불편한 이야기, 배출권거래제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다. 이 책은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배경뿐 아니라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벌어진 일들도 하나하나 되짚는다. 이 책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는 결론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할당과 시장 기능에 관련한 문제이다. 할당의 실패, 그리고 금융위기가 빚은 경기 침체라는 시장 기능의 실패로 배출권거래제는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받는다. 2014년 현재 유럽에서 배출권 가격은 땅에 떨어졌고,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시키려는 EU 당국의 갖은 노력에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배출권거래제를 하려고 하나?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저탄소 녹색성장’을 모토로 삼았고, 그에 맞는 정책들을 시행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4대강사업, 대규모 원전 공사 수주 등이 그러한 모토에 맞는 사업이었고, 탄소 배출권거래제 도입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서 이 책이 지적하는 세 번째 불편한 이야기, 대한민국의 배출권거래제 도입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을 만날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지구가 더워지는 걸 막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는 배경과 맥락에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고, 아니 거의 없었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오히려, 지난 정권이 배출권거래제가 지닌 시장적 측면에만 주목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한국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배출권거래제라는 무리수가 이용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준비는 부족했고, 배출권거래제가 지닌 맹점들을 냉철하게 살피지 못했다. 배출권거래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았더라면,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그래서 배출권거래제를 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이 책에 따르면 앞으로 배출권거래제를 핵심으로 하는 교토의정서의 방식대로 기후변화협약이 전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마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으로 전 세계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려 할 것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든 말든, 배출권거래제 자체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예측한다.
중요한 것은 ‘배출권거래제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지구가 더워지는 걸 우리가 얼마나 걱정하고 그걸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담론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후변화 문제는 긴 호흡에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생각해야 한다. 당장 1년, 2년 앞을 보는 접근으로는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올바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먼 길을 떠나기 전에는, 먼저 우리가 어떤 곳으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갈 것인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헤매지 않고 가려고 했던 길로 갈 수 있다. 이 책은 배출권거래제의 시행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가야 할지 다시 한 번 살펴보자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논의에서처럼 배출권거래제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배출권거래제는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이 모든 이야기에 앞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얼마만큼 노력을 할 것인지, 얼마만큼의 불편을 감당하고 얼마만큼의 비용을 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 모두와 관계되고, 형평성과 역사적 책임, 기후부채와 지속가능한 개발 등과 같은 초대형 이슈들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동시에 호흡이 아주 길다. 이런 이야기는 담론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것,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온실가스 감축의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합의 수준에 맞춘 적절한 정책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 내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꼭 필요하고 그 일이 정말 화급하다면,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강한 수준의 총량규제와 함께 배출권거래를 실시하는 강력한 비상대책이라도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꾸준히 우리의 행태를 변화시키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을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렇다면 좀 더 호흡이 긴 테크놀로지 중심의 정책 옵션들이 선택되어야만 한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본문 중에서

최고 전문가의 입을 통해 숨겨진 이야기를 듣다
이 책의 지은이인 노종환은 자타공인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이다. 노종환은 기술고시를 통과해 1982년 동력자원부 대체에너지과 사무관으로 이 분야에 발을 들인다. 이후 교토 당사국총회부터 거의 모든 당사국총회에 참여하며 기후변화협약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살펴보았을 뿐 아니라, 정책 수립과 실무에도 깊게 관여하여, 2000년대 초반 한국의 에너지분야 기후변화대책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책에서 노종환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보다는 알기 쉽게 기후변화협약과 배출권거래제에 관련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후변화협약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쉽게 숨겨진 사연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알아야 할까? 어차피 기후변화협약 같은 거시적인 주제는 정치인들이나 전문가들 손에 맡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때 노종환과 함께 대한민국 기후변화 기획단에 몸담았던 작가 우석훈은 이 책의 해제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그런 꼼꼼한 것까지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글로벌 시민’이라고. 가깝게는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이, 멀게는 지구온난화가 모두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사안이다. 그런 일들에 관심을 두지 않고 소위 전문가들 손에 모든 일들이 처리되도록 맡겨두었다가는, 언제 후회하게 될지 모른다. 이 책은 조금은 사소해 보이는, 하지만 우리 삶과 지구 생태에 거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 분야의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주는 흥미로운 안내서이다.

목차

추천의 글_ 강희정
해제_ 우석훈

제1부 아무도 지구를 걱정하지 않는다
기후변화협약 자세히 들여다보기
교토의정서의 문제
교토의 반작용, 코펜하겐
총체적 난국, 위기의 UNFCCC

제2부 21세기의 신기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탄생
위기의 배출권거래제
배출권거래제가 꿈꾸는 세상
배출권거래제는……

제3부 녹색 대한민국
녹색, 녹색, 녹색!
매의 눈으로 바라보라!
에필로그


주요 용어 해설
주요 약어 정리
지은이 후기

본문중에서

칸쿤의 주요의제는 이렇게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는 코펜하겐에서의 합의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 하는 것과, 선진국들이 딴소리하기 전에 얼른 개도국에 대한 지원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개도국 입장에서는 누가 얼마씩 언제까지 기금을 낼 것인가를 확실히 하고 싶어 했다. 물론 많은 NGO들은 이런 코펜하겐에서의 결정에 맹비난을 퍼부으며, 여전히 교토의정서 같은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계량화된 각국의 2020년까지의 감축목표’를 설정해야만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옥색 카리브 해와 산호가루로 이루어진 하얀 모래, 그리고 데킬라에 취한 각국 대표는 회의 벽두부터 메가톤급 일본발 폭풍에 휩싸였다. 회의 시작 둘째 날이자 11월의 마지막 날 일본이 교토의정서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총회 석상에서 “일본은 어떤 조건, 어떤 상황에서도 교토의정서의 이름으로 국가목표를 설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천명하고 나선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놀랍게도 일본이 앞장서서 공개적으로 교토의정서를 죽여버렸다.
(/ p.29)

20억 톤 할당에 21억 톤을 배출해서 기가 막히게 균형점을 찾은 듯 보였던 유럽의 배출권시장은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완벽하게 망가져버렸다. 제조업의 가동률이 바닥을 치자 기업마다 온실가스가 남아돌았다. 배출권가격은 2009년 내내 초약세를 면치 못하고 50% 가까이 폭락하여 13유로 수준으로 마감되었다. 한번 떨어진 제조업가동률은 다시 오를 줄을 몰랐고 남아도는 배출권은 계속해서 쌓여갔다. 본격적인 배출권거래제가 일차적으로 끝난 2012년 말에는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1년치 할당량인 20억 톤 이상이 남아돌게 되었다. 교토의정서체제에서 동구권을 중심으로 아무 감축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자국 내 제조업의 급격한 몰락 때문에 국가감축목표를 달성하고 남아도는 핫에어가 대량 발생된 것처럼, 금용위기는 유럽의 거의 모든 기업에서 배출권이 남아돌게 만들었다. 이 20억 톤에 이르는 잉여배출권 때문에 현재의 탄소시장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또한 이를 적절하게 걷어내는 방법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향후 2020년까지 시행되는 제3기 EU 배출권거래제의 앞날도 암울할 수밖에 없다.
(/ p.121)

특정기업만 느슨하게 할당하면 그 기업에 눈먼 돈이 굴러 들어갈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아마도 해당 기업의 담당 임원이 사표를 쓰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는 배출권을 넉넉히 할당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출발선이 ‘과거실적 부풀리기’이다. 좀 더 기술적으로 표현하면 ‘기준년도 온실가스 배출량 늘리기’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기 위해 할당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과거실적을 참고하게 된다. 따라서 이 기준이 되는 과거실적을 가능한 한 올려놓으면 할당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만약 기준년도가 이미 지나간 해라면 가능한 한 실적통계를 높게 잡으려 노력한다. 마침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면, 일부러 온실가스를 더 뿜어내지는 않겠지만,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투자는 전부 할당이 끝나고 난 이후로 미루게 된다. 다음으로 ‘생산계획 과장하기’이다. 가능한 한 배출권거래제 시행기간의 영업계획, 생산계획 등을 공격적으로 수립해서 온실가스가 추가적으로 많이 나올 수밖에 없음을 강변한다. 그러니 할당량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득한다.
필요하다면 아주 적극적으로 열심히 설득을 한다. 즉, 로비를 한다. 그리고 앞서 EU의 사례에서와 같이 이런 노력은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 p.131)

배출권거래제에서 ‘거래’가 의미하는 바를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흔히 총량규제를 도입하면서 이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거래를 허용한다고 손쉽게들 이야기한다. 가장 저렴하게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곳에서 먼저 온실가스를 줄이게 해서 비용 대비 효과적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하고 규제받는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심지어는 잘만 하면 남는 ‘배출권을 팔아서 돈을 벌 수도 있다’고 얘기하기까지 한다. 처음부터 말만 잘하면 넉넉하게 할당해주겠다고 넌지시 팁을 주는 건가보다. 그러니 괜히 목소리 높여 반대하지 말고 나한테 잘 보이면 된다는 이야긴가?……그러나 자칫 기업에 대한 할당이 합리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를 허용하면 잘못된 할당의 부작용을 해당 기업의 영역에서 배출권거래제 전체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할당의 부작용도 거래된다. 쉽게 말해서 특정 기업에 과다하게 할당하거나 과소하게 할당하는 사례가 발생되었을 때, 총량규제만 있고 거래가 없을 경우에는 그 할당 실패의 부작용이 해당 기업 내에 국한되지만 배출권거래제하에서는 그 부작용이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다.
(/ p.158)

게다가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행동경제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손실의 아픔이 이익의 즐거움보다 2.5배나 더 크다고 한다. 이 말이 맞는다면 배출권을 팔아서 돈을 챙기는 즐거움보다 배출권을 사야만 할 때의 씁쓸함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거기다가 비록 돈이 많이 들어도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무언가 열심히 뚝딱거리면 일을 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그냥 옆집에서 사서 줄이는 게 더 싸게 먹히니까 적당히 시세 좋을 때 배출권을 좀 사는 걸로 하면 어딘가 굉장히 게으르고 일을 안 했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의 정서상 이런 식으로 윗분들한테 결재 올리면 그 자리에서 결재서류판 날아오기 십상이다. 배출권을 사는 걸 그대로 봐줄 공장장님들이 특히 대한민국에는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배출권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분야의 정책과 비교해도 가장 선진화된 정책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사회와 의식수준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어떤 정책도 실패하지 않는 사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해진 목표는 달성해야 하는 기업. 이들이 시행하는 배출권거래제는 무조건 성공한다. 장부상으로는.
(/ p.160)

2014년 2월 19일, 환경부에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이 보고자료를 보면 2014년 중으로 해당 업체에 대한 할당을 차질 없이 완료하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안타깝게도 보고서 어디에도 지금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탄소시장의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인가를 언급하고 있는 곳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유럽처럼 자유화된 전력시장이 없어 비록 배출권거래를 시행하더라도 실시간거래가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오히려 보고서 하단부에는 당구장 표시(※)와 함께 ‘2011년도 EU 배출권거래시장은 약 160조 원 규모(세계은행, 2012)’라는 문구가 첨부되어 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배출권거래제 시행의 주무부서는 이제 이 시장이 반 토막이 나버린 것을 잘 모르고 있나보다.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가?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보고, “어이쿠, 탄소시장이 이렇게 크단 말이야. 그럼 우리도 뭔가를 해야 되겠네”, 이런 반응이 있기를 기대한 건가? 설마 그러지는 않았길 바란다.
(/ p.186)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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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기술고시를 통과해 1982년 동력자원부 대체에너지과 사무관으로 에너지 분야에 처음 발을 들였다. 그리고 1997년 에너지관리공단 정책실장으로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하면서 기후변화 문제와 연을 맺는다. 이후 기후변화대책 단장으로서 본격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게 된다.
처음 기후변화 문제에 뛰어들었을 때는 공공부문에서 대한민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의 에너지분야 기후변화대책 대부분을 지은이와 그와 함께한 전문가 그룹이 만들었다.
이후 2008년 배출권거래를 전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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