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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죽음들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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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당신의 죽음이 말해준다
그 누구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던 역사 속 인물의 삶과 죽음에 대한 파노라마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별 볼일 없는 의학 수준에 진통제도 없었던 그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임종을 맞았을까? 응급의학과 의사 파트릭 펠루는 역사 속 인물들의 최후의 순간을 매우 섬세하게 묘사해낸다. 예수부터 처칠까지, 왕이 맞이한 최후뿐 아니라 부조리에 저항한 학자, 훌륭한 작품을 남긴 예술가, 전쟁터에서 스러져간 군인, 심지어 오리와 상상으로 탄생한 철학자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들이 맞은 마지막 순간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파트릭 펠루는 한 사람이 어떤 존재였는지는 그 사람의 죽음이 말해준다고 말하며, 한 인물의 죽음과 더불어 그의 생애와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까지 돌아본다. 역사적 인물들은 순리대로 죽음을 맞았지만 이들의 업적, 사상, 예술 작품 등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그들의 존재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그들은 죽었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리하여 수많은 죽음들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이 책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의 시선으로 펼쳐진 죽음의 문화사로, 역사 속 인물들의 여러 죽음을 통해 삶을 더욱 깊게 들여다보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게 역사를 장식한 유명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현직 의사가 말해주는 역사 속 인물들의 사망 진단서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1992)에서는 주인공이 불로불사의 약을 먹고 영생을 얻는다. 주인공처럼 약을 먹은 사람들이 모인 한 파티에는 이미 고인이 된 것으로 알려진 엘비스 프레슬리, 제임스 딘, 마릴린 먼로 등과 같은 유명 인사들이 있었다. 그중 누군가가 엘비스에게 묻는다. “엘비스, 당신의 장례식을 본 느낌이 어때?” 이 장면은 사람들의 편견, 즉 인기 스타처럼 유명한 인물들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운명을 타고날 리 없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예수는 부활해서 여전히 우리 곁에 있으며, 엘비스 프레슬리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다이애나 황태자비는 여전히 세계 곳곳을 누빈다는 식이다. 하지만 불멸의 존재는 없으며,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들이라 해도 죽음의 문제에서만큼은 예외가 없다.

이 책은 역사 속 인물들이 맞이한 임종의 고통과 그들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당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죽음의 문화사다. 응급의학과 의사인 파트릭 펠루는 ‘모년 모월에 사망’이라는 한 줄의 기록 뒤에 숨겨진 옛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을 복원해내며, 의학자의 전문적 시선으로 섬세하고 선명하게 그들의 최후를 그려낸다. 그 시작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인 예수다. 중동 환경과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예수 죽음의 임상학적 진실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라진다.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예수에게 사람들은 돌을 던졌으며, 그로 인해 예수의 두개골 내부에 혈종이 생겼을 것이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는 호흡에 관여하는 근육들을 움직일 수 없어 서서히 질식해갔다. 예수가 양손바닥에 못을 박았다는 믿음도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당시에는 못이 굉장히 비쌌기 때문에 사람을 매다는 데에는 밧줄을 주로 사용했으며, 못을 박더라도 손목 또는 아래팔의 두 뼈 사이에 박았다. 십자가형을 받은 사람들은 공동묘지에 던져지거나 길거리에 버려지며, 무덤에 매장되는 경우는 드물다. 중동의 찌는 듯한 더위를 고려하면 예수의 시신은 금세 부패했을 것이다. 펠루는 의사로서 죽은 지 12시간이나 지난 시신이 부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이제 펠루는 예수의 사망 진단을 내린다. 십자가형으로 촉발된 호흡곤란으로 서른세 살에 질식사.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펠루는 제대로 된 의료기술도, 위생에 대한 인식도, 고통을 덜어줄 진통제도 없었던 시절에 맞아야 했던 임종의 순간을,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병과 그로 인한 증세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짚어간다. 사연 많은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상세하게 추적해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엄한 신분의 왕, 총애를 받았던 예술가들, 위대한 철학자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 속으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통증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옛사람들의 최후는 어떠했을까?
옛날에는 왕이라 해도 당대의 의료기술의 무용성을 고스란히 몸으로 겪어야 했다. 어떠한 증세가 나타나든 그 당시에 통용되는 치료법은 두 가지였다. 바로 피를 뽑는 자락과 관장이다. 의사들은 왕이 설사를 하든, 구토를 하든, 고열로 시름시름 앓든, 부지런히 피를 뽑고 관장을 해댔다. 선천적 결핵 때문에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고 심한 기침과 각혈이 이어졌던 샤를 9세를 위해 의사들은 내린 처방은 자락이었다. 결국 샤를 9세는 심각한 패혈증과 만성적 빈혈로 인한 탈수 증세, 폐 전체를 덮은 결핵균으로 인해 호흡곤란에 시달리며 숨을 거두었다.

루이 14세는 대식가이자 단 것이라면 사족을 못 썼는데, 그로 인해 당뇨와 통풍에 시달렸다. 또한 관장을 하기 위해 쇠, 구리, 납 등으로 만든 소독되지 않은 주사기를 항문에 쑤셔 넣다 보니 염증이 생기고 종기가 났다. 거기에 자락을 계속 당하다보니 혈액이 부족해 다리에 부종이 생기고 괴저성 수포까지 발병했다. 온갖 병을 달고 산 다혈증 환자였던 루이 14세는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의사들의 이런 치료 아닌 치료는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명줄을 더 짧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으나 당시의 의료기술로는 살릴 가망이 없어 죽은 사람들도 있다. 앙리 3세와 앙리 4세는 둘 다 괴한의 칼에 찔려 숨졌는데, 앙리 3세는 자신의 방 안에서 구멍 뚫린 의자에 앉아 대변을 보다가, 앙리 4세는 사방이 뻥 뚫린 마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그렇게 되었다. 둘 다 앉은 상태에서 칼에 찔렸기 때문에 칼날이 온 장기를 스치고 지나갔고, 당시로서는 그들을 살릴 어떠한 방도도 없었다. 의사들은 단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피를 닦는 데 급급했을 뿐이다. 결국 두 왕은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말았다.

태양왕의 총애를 받던 음악가인 장 바티스트 륄리는 자신의 열정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 태양왕의 치루가 나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 성대한 음악회를 연 륄리는 커다란 지팡이로 악단을 지휘하고 있었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 지팡이로 자신의 발등을 세게 찍어 내렸다. 발에는 커다란 상처가 생겨 엄청난 피가 솟구쳤다. 륄리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 성생활로 인해 온갖 성병에 감염되어 있었고 당뇨병에도 걸려 있던지라 발에서 시작한 감염이 손쉽게 온 몸을 타고 올라왔다. 의사들이 해줄 수 있는 건 자락을 하거나 탕약을 제공하는 정도였고 이는 그다지 소용없는 일이었다. 왕의 비호를 받는 음악가이자 세도가들의 친구였던 륄리는 결국 패혈증에 다중 내장 부전증으로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사망하고 말았다.


죽음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려준다
우리는 죽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죽음은 그 사람이 걸어온 삶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고 펠루는 말한다. 『관용론』을 쓴 위대한 사상가 볼테르는 심혈관계 문제와 결핵, 요폐 등으로 괴로워하며 파리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그에게 종교를 받아들이라고 권유했으나 그는 끝까지 이를 거부했다. 볼테르는 죽음을 앞둔 불안감 속에서도 여전히 신을 믿지 않았으며 자신의 신념을 마지막까지 지켰다.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하여 「나는 고발한다!」를 쓴 에밀 졸라는 반유대주의 성향의 극우파들에게 때려잡아야 할 적으로 낙인 찍혔는데, 그는 이러한 자신의 정치적 신념 때문에 극우파 굴뚝공에게 교묘한 수법으로 살해당하고 만다.

프랑스 레지스탕스 영웅 장 물랭은 독일군에게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레지스탕스 수장의 이름을 대지 않았다. 구타, 채찍질, 전기 고문, 온갖 가혹 행위 등을 당하면서도 끝끝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결국 고문으로 인한 다발성장기부전증으로 사망했다. 스탈린이야말로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으로 인해 죽게 된 사람인데, 측근이나 의사들에게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편집증적 의심 때문에 그는 주변 사람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때문에 고혈압으로 뇌혈관 계통의 문제가 발생한 스탈린을 발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숙청당할까봐 두려워한 의사들은 그를 위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진정제도 진통제도 없이 스탈린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펠루는 특히 퀴리를 특별히 높게 평가한다. 성차별이 당연했던 그 시대에 여성으로서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남긴 마리 퀴리는 방사능 물질에 대한 위험성도 모른 채 맨 손으로 그것을 덥석 잡을 만큼 온 몸으로 일하는 사람이었다. 방사능에 의한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고, 골수가 손상되어 몸에 피가 고이고, 방사선 피부염을 앓았으며, 항상 열에 시달렸던 마리 퀴리는 치료를 위해 찾은 요양소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이 책은 역사 속 인물들의 죽음을 통해 삶을 더욱 깊게 보게 해준다. 펠루는 한 인물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할 때마다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을 일러준다. 플로베르, 카미유 클로델, 앙토냉 아르토 등이 남긴 예술 작품들이며, 볼테르, 보튈 등이 남긴 위대한 사상들, 넬슨 제독과 처칠, 그리고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이 남긴 평화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죽음은 보편적인 자연 현상이지만 개개인으로 봤을 때는 개별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죽음이 모든 것을 끝장내지는 않는다. 한 사람의 삶은 죽음 이후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에 우리는 슬픔 속에서도 그 사람의 이름과 삶의 궤적, 우리에게 남긴 수많은 것들을 기억한다. 파트릭 펠루는 이렇게 말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며, 그 죽음들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목차

들어가는 말

예수, 기적에도 불구하고 분명 죽은 사람

샤를 9세, 프랑스를 휩쓴 종교라는 이름의 광기

앙리 3세, 변태성 자기도취자

앙리 4세와 라바이약, 정신이상자의 칼날

루이 13세, 옥체에 세들어 살던 ‘로열’ 기생충

몰리에르, 마음에도 없는 죽음

륄리, 자신의 발등을 찍어버린 열정

장 드 라퐁텐, 동물원에서 보낸 삶

루이 14세, 설탕으로 만든 태양왕

루이 15세, 혁명의 바이러스

볼테르, 1778 V, 천재 철학자가 남긴 찬란한 꽃

샹포르, 우울증과 대혁명

당통과 로베스피에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혁명의 꿈

넬슨 제독, 트라팔가르의 영웅으로 지다

워털루, 4만 6,108명의 처참한 사상자

루트비히 판 베토벤, 납에 중독된 인생

발자크, 심장이 큰 남자

플로베르, 누리끼리한 인생

에밀 졸라, 굴뚝이 나를 죽였네

알퐁스 알레, 치명적인 험담

마리 퀴리, 어둠 속 빛이 된 여성

장 물랭, “누가 막스냐?”

카미유 클로델, 사랑이 남긴 깊은 상처

1944년 6월 6일, 피바다 해안 노르망디

보튈, 영원히 기억될 소설적인 삶

앙토냉 아르토, 앞으로도 나를 영원한 미친 놈 취급해주기를

프레엘, 파나마의 눈물

이오시프 스탈린, 자기 자신에게 고문당한 사람

로렐과 하디, 광대들의 뜨거운 인생

윈스턴 처칠, ‘검은 개’와 더불어 살았던 사나이

새끼오리 사튀르냉, 그 외 불쌍한 동물 친구들

옮긴이의 말: 누구나 한 번은

본문중에서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렸다. 우리는 그가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에 죽음을 맞이했을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양손이 묶인 채로 매달린 사람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 끝에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기진맥진과 질식으로 죽는다. 죽을 때까지도 의식은 말짱하다.”
(/ p.20)

“아침 10시, 프랑스의 궁정 재판관은 외과의사들과 선왕의 주치의들에게 ”왕의 몸통을 열“ 것을 요청한다. 부검이 시작되는 것이다. 깜짝 선물을 받고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처럼 그들은 왕의 시신을 아래에서 위로 열었다.”
(/ pp.41~42)

“그가 살아서 활동하는 동안 정신의학이라는 전공은 존재하지도 않았음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사제들만이 유일하게 심리학자 역할을 했지만, 사제들은 상담 시간에 설교를 늘어놓기에 바빴다. 마음이 우울하단 말이오? 그렇다면 기도를 하시오. 회개하고 미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시오……. 그렇지만 헛수고였다. 몰리에르는 사제들이 늘어놓는 판에 박힌 말이라면 전혀 믿지 않았으니까!” (p.67)

“그러는 사이에도 결핵균 일당은 서서히, 그러나 집요하게 시인의 몸속에서 영토 확장을 밀어붙였다. 2월 12일, 라퐁텐은 병자성사를 받겠다고 청했다. … 그는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들과 사제들, 담당신부, 친구들을 모두 불러놓고 그들 앞에서 앞으로는 글을 쓰지 않을 것이며, 이제껏 써놓은 동화나 우화들의 출판은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문학에 있어서 학살이며, 종교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서갱유나 다름없는 폭탄선언이었다.”
(/ p.86~87)

“왕에게 조금이라도 열이 있거나 통증 증세가 보이려고 하면 의사는 어느 틈에 하제를 복용하도록 했다. 관장은 관장용 주사기를 항문을 통해 집어넣어 실시했다. … 이렇듯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왕은 부지런히 뱃속 청소를 당하며 버텼다. … 요컨대 어떠한 임상적 증세를 보이건 왕은 자락과 하제 복용, 관장이라는 절차를 거친 다음 절식 처방을 받았다. 피를 뽑히고 대변까지 왕창 몸 밖으로 내보낸 왕이 녹초가 되는 건 당연했다. 가엾은 왕 같으니…….”
(/ p.94~95)

“홀로 방치된 볼테르는 고매한 철학자의 노망난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몇몇 방문객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 몇몇 기록에서는 그가 자신의 배설물을 먹고 고함을 질렀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칼라 사건에서 칼라를 옹호한 볼테르를 깎아내리기 위한 낭설에 불과했다. 요컨대 종교가 그에게 복수하는 형국이었다. … 볼테르가 누구인가, 신앙이 있으면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끝끝내 부인한 불경한 자 아닌가? 그런 자는 고생을 좀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 pp.116~117)

“많은 장병들이 전투에 나가기 전 또는 사지 절단을 당하기 전에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다. 다리 한쪽을 자르게 된 프랑스 병사 한 명이 잘려 나간 자기 다리를 쥐고서 공중으로 던지며 “황제 만세!”를 외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 p.158)

“플로베르는 평균적인 동시대인들보다 훨씬 덩치가 컸는데, 졸라의 표현을 빌자면 ‘거인’이었으므로 관의 길이를 늘려야 했다. … 묘혈 파는 인부들이 관을 내려놓을 때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파놓은 구멍이 관에 비해 너무 작았던 것이다. 여러 사람이 동원되어 전략을 짠 후 하관을 시작했으나, 아이고, 이런! 관은 머리 쪽이 구멍 아래를 향한 채 구멍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 p.184)

“의사는 분명 알퐁스에게 반드시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만일 그가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걸어 다닌다면, 그건 혈전을 폐로 보내는 첩경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다 소용없었는데, … 알레는 어느새 쪼르르 카페로 가서 한 잔 들이켰다. … 어쨌거나 그에 관해서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그가 카페를 나서면서 “내일이면 난 죽어 있을 걸세”라고 말했다고 한다.”
(/ p.201~202)

“어느 날 아침, 40도가 넘던 고열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의사들은 승리를 외쳤다. 하지만 그건 사실상 임종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에 불과했다. 그녀의 몸에서는 더 이상 면역 기제가 작동하지 않았다. … 요컨대 죽음은 이제 그녀의 병실로 성큼성큼 들어와 대기 중이었다. … 7월 3일, 마리는 양 손에 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사기도 뚝 떨어졌다. 가냘픈 양어깨에 과학이라는 거인을 짊어지고서 현대 화학을 창시한 이 위대한 여인은 스스로를 보호할 줄 몰랐던 까닭에 일찍 죽음을 맞았다.”
(/ p.213)

“물에 젖어 춥고, 짐은 무겁고, 폭격으로 귀까지 멍해진 연합군 병사들은 적군의 공격에 맞아 쓰러지는 동료들과 화산 분화구에서 솟아나는 용암처럼 사방으로 튀는 피를 보며 공포에 휩싸였다. … 한 병사는 총에 맞아 왼쪽 팔이 떨어져 나가자 오른손으로 그 팔을 집어 들고 비명을 지르며 해변을 뛰다가 거꾸러졌다. 죽은 것이었다.”
(/ pp.241~242)

“전쟁이라고는 모르고 자란 세대에 속한 나는 자주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나는 과연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 청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그런 희생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는가? 상륙작전에 참가한 연합군 병사들은 평균 스물세 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 p.245)

“스탈린은 담요 한 장 달랑 덮은 채 내내 혼자 방치되어 있었다. 사실 이유는 간단했다. 공연히 그를 치료했다가 즉시 암살당할까봐 모두들 몸을 사렸던 것이다! … 산소도 관류灌流도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죽음은 서서히 그러나 매우 고통스럽게 스탈린을 공격했다. 방문을 닫고 나온 공산당 간부들은 담요만 덮고 죽어가는 사람을 그 상태 그대로 놔둔 채 그저 기다려보기로 결정했다.”
(/ p.282)

“”끝이란 없다“면서 휴식도 마다했지만 시가와 샴페인만큼은 없으면 안 되었다! … 이 무렵에는 항우울증 치료제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처칠은 평소의 생활 습관을 고수했다. 즉 계속 시가를 태우고, 먹고, 마셨던 것이다. … “운동은 안 해, 절대, 하지만 위스키와 시가는 꼭 있어야지”라고 한 그의 명언은 의료계에서 통용되는 건강수칙을 보란 듯이 무시한다.”
(/ p.302)

저자소개

파트릭 펠루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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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프랑스의 파리 근교 빌뇌브생조르주에서 태어났다. 파리 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1995년부터 2008년까지 파리 생앙투안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했으며, 2005년에는 프랑스 응급의사협회 회장을 맡았다. 2003년 여름 프랑스 폭염 사태로 인한 피해를 예측하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경고하여, 일약 ‘스타 의사’로 부상했다. 프랑스의 공공의료를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칼럼니스트이며, [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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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식물의 역사와 신화』,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탐욕의 시대』, 『빈곤한 만찬』, 『그리스인 이야기』,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재미가 지배하는 사회』 등이 있으며,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갈리마르 사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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