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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의 노동자여 : 백무산 시집[양장/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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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만국의 노동자여』는 19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여 노동자로 일하다가, 1984년 『민중시 1』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무산 시인의 첫 시집이자 한국 노동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자본의 폭력과 노동의 소외라는 근대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당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선명한 대결 의식, 비애를 넘어서는 비장미, 노동 계급의 동지애를 그리며 크나큰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출판사 서평

노동자는 다가올 새 세상을 목격하는 눈동자다

19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여 노동자로 일하다가, 1984년 『민중시 1』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무산 시인의 첫 시집이자 한국 노동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집인 『만국의 노동자여』가 출간 26년 만에 실천문학사에서 개정판으로 새로 선보인다.
박노해와 함께 한국 노동문학의 상징인 백무산 시인의 『만국의 노동자여』는 자본의 폭력과 노동의 소외라는 근대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당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선명한 대결 의식, 비애를 넘어서는 비장미, 노동 계급의 동지애를 그리며 크나큰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노동자가 죽어가는 세상, 노동이 죽어버린 시대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가 이 땅에 첫선을 보인 1988년 이후 2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현실사회주의가 붕괴되고부터 세계 질서는 급격히 신자유주의 체제로 재편되었고, 그 여파는 한국 사회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몇 차례의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기는 했지만 신자유주의의 가치를 공고히 하는 작업에 있어서는 큰 변별점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노동자’, ‘노조’라는 말에는 붉은 페인트가 칠해져 있고, 26년 전 윤전기를 돌리던 “일당 4,000원”(「에밀레 종소리」)짜리 노동자는 2014년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남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노동자의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 흐른다.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노동자는 거대한 기계 속 부속품처럼 교체되며 쳇바퀴 돌듯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노동자 백무산 시인이 “그대들은 무슨 밥을 먹는가”(「만국의 노동자여」)라고 물은 것이 26년 전이다. “우리에겐 게으른 영혼이 아니라/꿈을 꾸는 몸이 필요하다”(「해방 공단 가는 길 2」)라고 외친 것이 26년 전이다. “가난을 지키며 평생 질병과 싸우다/죽도록 일하다 죽으라 그 말이지”(「戰死」)라고 한탄한 것이 26년 전이다. 그런데 26년이 흐른 지금 무엇이 바뀌었는가. 노동자의 권리는 향상되었는가. 노동의 가치는 그 시절보다 인정받고 있는가. 우리는 ‘무슨 밥을 먹고’, ‘어떤 꿈을 꾸고’, ‘평생 무엇과 싸우며 죽어가고’ 있는가.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펄펄 살아 튀는 밥을 먹으리라
먹은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
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
쓰일 대로 쓰인 힘은 다시 밥이 되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이
_ 시 「노동의 밥」 부분

노동자에게 밥이란 ‘노동’ 그 자체다. “피가 도는 밥”, “펄펄 살아 튀는 밥”은 노동자의 몸에 피가 돌게 하고, 정신이 펄펄 살아 숨 쉬게 하는 노동이다.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이란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남으로부터의 인정, 그리고 스스로의 인정이다.
시인은 “먹은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이 될 것이라 한다. “밥을 분명히 보지 못하면/목숨도 분명히 보지 못한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은 죽은 노동이고, 그런 노동은 결국 노동자를 죽인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에서 노동자는 죽어갈 수밖에 없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어지럽다 쓰린 배 속 지상 백 미터
밧줄 하나에 건 목숨들
해가 바뀌고 동짓달이 오기 전까지
족히 쉰 명은 넘게 이곳에서 죽었다지만
아무도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
아무도 모를 우리 목숨들이 또 걸렸다
_ 시 「지옥선 7―조선소」 부분

공중에서 사람이 펄럭인다. “시퍼런 하늘”에 매달려 “떼돈도 아니고 영광도 아”닌 “밥줄”에 목이 걸려 있다. “해가 바뀌고 동짓달이 오기 전까지” 이미 “족히 쉰 명은 넘”는 사람들이 죽었지만 “아무도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 그는 그런 죽음이 싫다. “뜻도 없는 고독”도 싫다. “깃발 대신 사람”을 매달고 있는 “지상 백 미터” 위의 줄은 노동자의 밥줄이자 목숨줄이다.

어디로 가는 것인가
살자고 하는 짓인데
아름답던 작은 어촌 쇠말뚝을 박고
우리가 쌓은 것이 되레 우리를 짓이기고
가야 할 곳마다 철책을 둘러치고
비켜 비키란 말야!
죽는 꼴들 첨 봐! 일들 하러 가지 못해!
_ 시 「지옥선 2―조선소」 부분

오색 깃발을 매단 고깃배가 들어오고, 꽹과리 소리, 쇳덩이 떨어지는 소리, 현장감독의 악쓰는 소리가 들려온다. “씹새끼 죽고 싶어 떨어져 죽고 싶어!//어디로 가는 것인가/살자고 하는 짓인데.” 언젠가 그곳에서 떨어져 죽은 친구 생각이 나면서 노동자란 죽음의 바다를 항해하는 ‘지옥선’에 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명을 지르는 듯한 앰뷸런스 소리, 걸레 조각에 감긴 듯한 팔 한 짝, 끝도 없이 방파제 시멘트 바닥에 와 부딪치는 파도 소리. 지옥과 같은 그곳은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우리는 안다
너희는 조금씩 알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안다
너희는 우리를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전사여야 한다
가난과 수모와 철창과 위선자를
쳐부수는 노동 전사여야 한다
_ 시 「전진하는 노동 전사」 부분

핍박받던 노동자들은 마침내 철문을 부수고 나섰다. “이길 수 있을까/의혹에 찬 핏발 선 눈빛들”(「파업」)도 있었다. “흩어질 것이냐 말 것이냐”(「비」) 두려움에 떨던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노동 전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가난과 수모와 철창과 위선자를/쳐부수”기 위해(「전진하는 노동 전사」) 그들은 “다만 공장을 지켰다/무기도 없이 평화롭게 공장을 지”키기로 했다.(「경찰은 공장 앞에서 데모를 하였다」) 부수는 것은 그들의 일이 아니었다. 파괴가 그들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들의 “망치”질(「공구와 무기 2」)은 세상을 단련시키고, 그들의 “몽키”는(「공구와 무기 3」) 노동의 근육과 사상을 단단히 조이고, 그들의 “지게차”는(「공구와 무기 1」) 구부러진 그들의 어깨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 노동을 파괴하는 것(직장폐쇄)이 아니라 노동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기계 세운 공장에 기름 한 번 더 쳐두고”, 「파업」) 노동의 ‘노예’가 아닌 노동의 ‘주인’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광야에서 길을 찾다

주인이면서도 주인 대접을 받지 못하던 노동자들이 스스로 주인됨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 1987년 여름의 노동자 대투쟁이었다. 노동 관계 서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에 구속되던 엄혹한 시절, 노동조합은 꿈도 못 꾸던 그 시절에 노동자들은 87년 6월 항쟁을 거치면서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울산에서 타오른 들불은 부산, 마산, 창원을 거쳐 강원과 경북의 탄광 지대까지 번졌다. 그러나 싸움은 녹록치 않았다. 온갖 “조작”과 “기만”과 “학살”과 “은폐”가(「전진하는 노동 전사」) 자행되었다. “숨 쉬는 자들 가운데/죽은 자와 산 자”가 있었고, 그들은 “죽은 목숨도 산 목숨도 분간치” 못했다. 노동자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섰지만, 다른 이들은 이미 그들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 곳으로 떠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한 시대가 기울던 날”이(「목숨」) 찾아왔다.
백무산 시인은 1988년 『만국의 노동자여』를 발표한 이후 1990년 두 번째 시집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를 통해 1988년 말부터 1989년 초까지 진행된 울산 현대중공업 대파업 투쟁을 한편의 완결된 장시로 엮어냈다. ‘정치 조직을 통한 노동자 계급의 권력 획득’을 선언하며 노동계급의 투쟁을 직설적으로 노래한 시인은 이후 노동자의 삶의 조건뿐만 아니라 자본의 폭력성, 생태 문제에도 관심을 넓혀가며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을 계속해왔다. 그리고 26년이라는 지난한 투쟁의 길을 걸어온 그는 지금도 처음 쓴 시를 읽고 미소를 보이던 친구의 웃음을 찾아, 얼마 후 공장 쇳가루 먼지 바닥에 엎어져 세상을 등진 웃음의 의미를 찾아 길을 나서고 있다.

§. 추천의 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백무산, 이 이름 탓이다. 특별히 무슨 까닭이 있어서도, 그가 첫 시집을 복간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해서도 아니다. 그는 적어도 내겐 대무당의 권능과 예언자의 침묵을 잃지 않은 유일한 80년대의 ‘살아 있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을 알고 죽음에 이르는 삶의 무게를 내려놓지 않는 강인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그를 떠올릴 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저잣거리의 고통과 허무를 껴안고 뚜벅뚜벅 광야를 향해 가는 자의 긴 그림자, 그 깊은 곳에서 복받쳐 오르는 느낌은 죽음을 압도하는 고통의 힘 그것이다. 그의 첫 시집이 여전히 유효한 불행한 시대다. 그도 나도 복간이 반가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_ 이영진(시인)

목차

개정판 시인의 말

제1부 노동의 밥
노동의 밥|장작불|노동의 추억|노동의 근육|에밀레 종소리|공사장에서 만난 고향 친구|민들레|사랑 노래|종이 집|저녁기도|그해 크리스마스|지옥선 1|지옥선 2|지옥선 3|지옥선 4|지옥선 5|지옥선 6|지옥선 7|지옥선 8|지옥선 9

제2부 해방 공단 가는 길
봄|취업 정보지를 보며|김포국제공항|친구와 새벽별|戰死|취락 구조 정비 전투|경찰은 공장 앞에서 데모를 하였다|파업|비|공구와 무기 1|공구와 무기 2|공구와 무기 3|공구와 무기 4|전진하는 노동 전사|만국의 노동자여|해방 공단 가는 길 1|해방 공단 가는 길 2|해방 공단 가는 길 3

제3부 어머니 말씀
강|태화강|바다|항해|어머니 말씀|그해|다시 고향에서 부른 노래|고향 타령|무덤을 찾아서|까마귀|새벽안개|목숨|포플러 잎이 피면|성지|우리의 가슴이 붉어지기 전에는 진달래꽃은 피지 않는다|기차를 기다리며|길림에서 온 편지|만주 이모 1|진양조 |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제4부 온산 공해 단지에서
너꺼무떠거랄|먹이사슬|처용가|흉어제 1|흉어제 2|숭어|온산 뱃노래|가르치는 것이 싸우는 것이라면 싸우는 것도 가르치는 것이리라|성문 밖 그대의 목숨 곁으로

해설 김형수|시인의 말

본문중에서

§. 개정판 시인의 말

26년 만에 펼쳐본다. 시집 한 권도 내 손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동안 몇 번 복간을 권해왔으나, 그때마다 구차한 연민을 버리는 쪽을 택했다. 그 시대에 그렇게 살다 갔으면 그것으로 되었다 생각했다.
87년, 그해는 거의 거리에서 보냈다. 초겨울이 되어서야 모서리가 헐고 크기와 재질이 제각각인 종이 뭉치를 챙겨 들고 닷새 짬을 내어 신불산 기슭 화전민이 살던 빈집에 들었다. 뒤는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었고, 마당은 곧장 들판으로 이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아침에 쌀을 씻으러 마당 샘터에 나가면, 하얗게 서리 내린 들판에 까마귀 떼가 하늘을 덮으며 날아들었다가 해가 뜨기 시작하면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풍경이 나의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존재의 바닥에 깔린 폐허 같은 빈 들을 걷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했다.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던 시들이 언어를 얻지 못하고 몸에 갇혀 오래 들끓고 있었지만, 토해낼 수도 없고, 옆구리를 뚫고 나올 수도 없었다. 어느 누구의 손에 이끌려 나올 수도 없었다. 마치 망치로 깨고 나온 듯 하나같이 모가 나 있고 파편들도 어지럽다. 출간 후 처음 펼쳐 들고 난감했다. 손을 대고 싶은 마음을 많이 억눌렀지만,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시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이영진 시인의 따듯하고 두툼한 손길이 있었다. 박영근 시인의 무조건적인 격려와 재기 발랄하던 김형수 시인의 투명한 열정도 뒤를 떠밀었다. 내키지 않는 마음을 부추겨 복간을 재촉한 이는 정우영 시인이다. 그에게 조언을 구해서 틀린 답을 얻은 적이 없다. 하지만 남은 일은 다시 망각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_ 백무산

§. 편집자가 꼽은 백무산의 시

노동의 밥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펄펄 살아 튀는 밥을 먹으리라
먹은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
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
쓰일 대로 쓰인 힘은 다시 밥이 되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이

목숨보다 앞선 밥은 먹지 않으리
펄펄 살아 오지 않는 밥도 먹지 않으리
생명이 없는 밥은 개나 주어라
밥을 분명히 보지 못하면
목숨도 분명히 보지 못한다

살아 있는 밥을 먹으리라
목숨이 분명하면 밥도 분명하리라
밥이 분명하면 목숨도 분명하리라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을


지옥선 2―조선소

잠시 손을 놓으면 들린다
시멘트 바닥 아래 철썩이는 파도 소리
오색 깃발 매달고
파도의 몸짓으로 덩실대던 어부들
만선의 고깃배 들어오는 소리 꽹과리 소리
귀를 찢는 쇳덩이 떨어지는 소리
개새끼 비키란 말야 뭘 꾸물대고 있어!

아름답던 미포만 해풍에 끼룩대던 갈매기
엉덩이 까놓고 은빛 모래사장 뒹굴던 아이들
햇살에 소금편 반짝이며
치마폭 눈물 감추고 큰애기들 떠났을까
파도 소리 여전히 쟁쟁쟁 울릴까
호루라기 소리 어디로 가는 거야
씹새끼 죽고 싶어 떨어져 죽고 싶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살자고 하는 짓인데
아름답던 작은 어촌 쇠말뚝을 박고
우리가 쌓은 것이 되레 우리를 짓이기고
가야 할 곳마다 철책을 둘러치고
비켜 비키란 말야!
죽는 꼴들 첨 봐! 일들 하러 가지 못해!

앰뷸런스 달려가고
뒤따라 걸레 조각에 감은
펄쩍펄쩍 뛰는 팔 한 짝 주워 들고
사이렌 소리 따라 뛰어가고 그래도
아직도 파도는 시멘트 바닥 아래서 숨죽여 울고


친구와 새벽별―방어진

질척이는 빗속을 걸어 네게 왔다
소주 한 병 풋과일 몇 개
저만큼 네가 다가서기를 기다리며
주저앉아 술을 따른다
일렁이는 검은 바다가 보이는 산
너를 만나러 왔다

언제나 기름때에 얼룩진 얼굴
검은 쇳가루에 가슴팍 쪼들려도
만나면 새 세상 얘기를 먼저 알고
검은 손에 시퍼런 핏발 세우던 네가
솔바람 다 자도록 오지 않는구나

어디 있느냐
어느 솔잎 끝에 매달려 마른번개 소리 듣느냐
파도의 깊은 골짜기에서 해일 소리 듣느냐
너를 위해 향불 켠 밥상머리 네 집에도
뼛가루 뿌려진 이곳에도 너는 없구나
어쩌면 네가 피 토하고 쓰러진 공장에서
아직도 핏자국을 닦으며 울고 있느냐

새벽별이 벌써 저렇게 밝아오는데
내 그림자가 내 손에 잡히면서
너는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모른다
너는 나와 마주 앉지 않고
네게 따른 술을 마시지 않고
내 잔을 마셨구나
너는 내 그림자가 되었구나
네가 오지 마라 내가 가마


만국의 노동자여

무슨 밥을 먹는가가 문제다
우리는 밥에 따라 나누어졌다
밥에 따라 양심도 나누어지고
윤리도 도덕도 나누어지고
민족이 나누어지고

그래서 밥이 의식을 만든다는 것은
뇌의 생체학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인류적이고
그래서 밥은 계급적이고

밥의 나뉨은 또 식품문화적 구별도
영양학적 구별도 아니고
보편의 언어요 이념이요 과학이요 인식이다

저자소개

백무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55

저자 백무산은 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84년 『민중시』1집에 「지옥선」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만국의 노동자여』『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인간의 시간』『길은 광야의 것이다』『초심』『길 밖의 길』등이 있으며, 이산문학상, 만해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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