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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혹은 장자 : 노자의 길과 장자의 길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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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강신주
  • 출판사 : 오월의봄
  • 발행 : 2014년 07월 25일
  • 쪽수 : 64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97889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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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강신주 철학의 출발점!
    노자의 길을 갈 것인가, 장자의 길을 갈 것인가?

    국가주의의 길을 갈 것이나 타자와의 소통의 길을 갈 것이냐


    [노자 혹은 장자]는 철학자 강신주의 본령인 장자와 노자를 본격 탐구한 철학책이다. 현재 학계에서 벗어나 대중과 만나면서 활발하게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강신주를 서양철학 전공자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그는 [장자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학위를 받은 동양철학 전공자였다. 그 뒤 동양철학에만 머무르지 않고 동서양 철학을 횡단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사랑과 자유의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그는 노자, 장자라는 텍스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동서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다양하게 끌어들여 노자, 장자 사상을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각이 상당히 독특하다. 기존 동양철학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아주 딴판이며 그래서 상당히 논쟁적이다. 거침이 없이 발언하는 그의 기질이 잘 반영되어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동양철학에서는 노자와 장자를 한 묶음으로 묶어 노장사상, 혹은 도가사상이라고 부른다. 흔히 동양철학계에서는 노자를 도가사상을 만든 철학자로 인식하고, 장자를 노자 철학을 계승한 후학 정도로 인식한다. 그러나 강신주는 이 시각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노자의 ‘도’와 장자의 ‘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즉 노자의 사상과 장자의 사상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 두 철학자를 한데 묶어서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도가사상’이라는 범주는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신주는 노자의 철학은 오직 군주에게만 통용될 수 있는 논리를 말하는 국가주의 철학이며, 장자의 철학은 개체의 단독적인 삶과 소통을 모색한 철학이라고 말한다. "어떤 철학자를 이해하려고 할 때 그가 지닌 고유한 문제의식이 망각되면, 그 철학자가 제공한 해법과 유의미성은 정당하게 평가될 수 없는 법이다.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노장사상’이라고 병칭하면서 생기게 된 문제는 사실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자가 군주와 국가의 철학자였다면, 장자는 단독적인 개체와 삶의 철학자였다는 것이 망각된다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 노장사상이라는 애매한 범주에 포획된 노자의 사상은 그 고유성이 망각되어 다룰 수밖에 없고, 그것은 장자의 사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항상 도가사상은 노장사상이라고 불리게 되었는가?"
    강신주는 사마천이 [사기]에서 처음으로 노자와 장자를 ‘노장’으로 기록하면서 이들이 자연을 벗 삼아 정신적으로 향유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이후 후학들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다고 말한다. 그는 이 흐름에 정면 반박하면서 노자를 체계나 구조에 몸을 맡긴 반인문정신의 철학자로, 장자를 인간의 자유를 긍정하는 철학자로 재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곧 국가주의 또는 파시즘으로 향하는 길과, 개인의 자유와 사랑을 인정하고 타자와 소통하는 걸 긍정하는 길 사이에 노자와 장자의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도가사상은 해체되어야 한다, 노자와 장자의 차이

    특히 노자와 장자는 서로 관심을 두는 주제도 달랐다. 노자는 무엇보다 국가와 통치자에게 관심을 집중했다. 노자는 군주가 제국을 소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역설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군주와 국가였고, 백성은 보이지 않았다. 반면 장자는 험난한 시대를 사는 개인들을 위한 철학, 타자와의 소통을 위한 철학을 전개했다.
    또 노자는 81장의 철학시들(philosophical poems)로 이루어진 아주 간결한 텍스트로 자신의 사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자는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전달한다. 반면 장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짧은 이야기들로 내용을 전달한다. 이는 노자가 문자를 잘 아는 통치자나 특정 계층을 위해 글을 썼다는 것을 의미하고, 장자는 일반 사람들을 위해 글을 썼다는 것을 말해준다. 곧 노자는 통치자나 국가의 처지에서 사유를 했고, 장자는 형벌로 다리를 잃은 사람, 목수, 백정 등 민중을 주인공으로 해서 사유를 했다. 노자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등 계급 구분이 있지만, 장자는 이것이 통치자들이 만든 이데올로기일 뿐이기 때문에 꿈과 같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노자]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은 아직까지도 몇 구절을 빼고는 잘 인용되지 않는 반면, [장자] 속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강신주는 ‘도(道)’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주 다르다고 주장한다. 노자는 "도가 만물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노자의 도는 무엇보다도 전체 세상의 법칙, 다시 말해 전체 세상으로부터 추상화된 법칙일 뿐이다. 따라서 ‘도’는 미리 존재하는 것이고, 이를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이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알게 된 ‘도’는 결국 집 바깥의 ‘도’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노자는 마치 순수한 사유를 통해서 자명하게 현시되는 것처럼 ‘도’를 과장해서 신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자의 도는 무엇보다 수탈과 재분배의 교환 논리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반면 장자는 "도는 걸어 다녔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고, 사물들은 우리가 그렇게 불러서 그런 것처럼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장자의 도는 우리가 꾸역꾸역 걸어가서 만들어지는 흔적과도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 노자의 도처럼 사전에 이러저러하게 규정된 도가 있어 그것을 내가 학습하고 내면화함으로써 타자와 소통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장자에게 ‘도’와 ‘사물’은 결국 주체와의 밀접한 관련 속에서만 의미를 지닌다. 다시 말해 ‘도’는 주체가 ‘걸어가기’ 때문에 사후에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와 마찬가지로 ‘사물’도 주체들이 공통적으로 어떤 것을 ‘일컫기’ 때문에 사후에 그렇게 구별되는 것이다. 이 말은 주체와 무관하게 설정된 ‘도’나 ‘사물’ 개념은 독단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렇듯 이 책은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세세하게 파고드는 논쟁적인 책이다. 각각 2003년과 2004년에 나온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 두 권의 책을 한 권에 담은 책으로 강신주 철학의 출발점을 엿볼 수 있다.

    I. 노자의 철학-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

    노자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노자]를 치밀하게 분석한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노자 철학이 기본적으로 국가와 통치자의 입장에서 쓰인 책이라는 것을 일반 독자들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싶었다. 만약 지금까지 논의가 타당하다면, 이제 독자들은 노자 철학으로부터 헛된 바람이나 구원의 희망을 갖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노자 철학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을 얻게 될 것이다. 둘째, 아직도 노자 철학을 신비화하는 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일조하고 있는 많은 연구자들을 위해서 이 글을 썼다."(292쪽)
    노자는 전국시대의 철학자이다. 이때는 어떤 제후도 천하 통일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이 언제까지 국가를 통치할지 장담하지 못하던 시기였다. 이때 노자는 국가를 오랫동안 통치하는 방법과 천하를 통일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혼란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안정된 국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런 국가의 힘이 강해져야 질서가 잡힌다고 생각했다. 곧 노자는 당시의 통치자들이 했던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의 철학을 전개했던 것이다.
    [노자]의 고유성은 노자가 국가의 논리, 즉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의 교환의 논리를 발견했다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노자] 81장을 관통하는 원점이자 영점이다. 나머지 모든 [노자]의 논의들은 노자가 자신이 발견한 교환의 논리를 철학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 제공한 철학적 근거나, 혹은 그 부연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노자에 따르면 국가란 하나의 교환 체계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국가는 수탈과 재분배라는 교환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기구다. 그러나 문제는 노자가 국가를 자명하게 주어진 전제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이 말은 그가 국가를 발생의 입장에서 사유하지 못했고, 단지 결과의 입장에서만 사유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발생의 측면에서 보면 그림이 전혀 달라진다. 수탈과 재분배라는 교환 논리가 작동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국가는 원초적 폭력을 통해서 재분배할 수 있는 재화를 확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 점에서 원초적 폭력은 상당히 중요한 통찰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원초적 폭력을 통해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근본적으로 분리되기 때문이다. 또한 원초적 폭력은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진 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때 재분배가 커다란 힘을 지니면서 가지지 못한 자들을 피통치자로 만들어버리게 되면, 국가의 교환 체계는 이제 천천히 그 바퀴를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마르크스의 말대로 피통치자들은 "그가 왕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신하가 아니면 안 된다고 믿게"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노자 철학은 분명 영원한 진리의 철학이다. 그가 영원하다고 본 것은 ‘국가’와 ‘천하’라는 정치 구조이다. 그리고 영원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개별 군주이다. 그의 철학의 한계도 이것이다. 그는 ‘국가’와 ‘통치자’라는 형식을 문제 삼지 못하고, 다만 올바른 국가와 올바른 통치자라는 내용만 문제 삼았다. 결국 노자는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유해보지 않은 철학자이다.

    자발적 복종으로 이르게 하는 길
    "빼앗으려고 한다면 먼저 반드시 주어야만 한다. 이것을 ‘미묘한 밝음’이라고 한다. ...... 물고기는 연못을 벗어나게 해서는 안 되고, 국가의 이로운 도구를 사람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백서본 80장)
    노자는 국가 자체를 문제 삼지는 못했어도 국가의 작동 양식을 통찰했다. 노자는 이상적인 통치자인 ‘성인’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성인은 "남는 것이 있는데도 자연의 법칙을 본받아 부족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노자에게 이상적인 통치자는 ‘재분배’를 잘하는 사람이다. 이 ‘재분배’를 국가의 핵심적인 기능으로 보았다. 노자의 철학은 ‘남음이 있는(有餘)’ 사람에게서 출발한다. 곧 ‘남음’과 ‘부족’이라는 위계성이 있어야 노자의 철학은 비로소 논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자는 도대체 어떻게 남음이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강신주는 여기에서 노자의 철학이 ‘수탈’, 즉 근원적 착취와 폭력의 문제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 문제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세금에서 재분배로, 재분배에서 다시 세금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재분배를 통해서 수탈을 감추고, 이것을 피통치자에게 드러나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곧 노자는 국가를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교환 관계로 통찰했다고 말한다. 자본의 논리가 등가교환인 것처럼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부등가교환인 것처럼 국가도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의 부등가 교환이다. 피통치자는 국가가 자신을 위해 존재하고 기능하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단계에 이른다. 이렇게 되어야 국가가 영속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노자 철학은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국가는 내적으로 유기적인 전체를 이루게 되어, 통치자의 의지는 피통치자들의 의지와 동일한 것이 된다. 마치 히틀러 치하에서 독일 국민들이 자신을 ‘작은 히틀러’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Ⅱ. 장자의 철학-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장자, 타자와의 소통을 꿈꾸었던 철학자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장자] 이해란 하나의 이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장자]를 읽기 전과 읽은 후 스스로 완전히 달라지게끔 독해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것은 또한 [장자]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318쪽)
    장자의 철학은 어떤 통일된 공동체라는 토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의 철학은 전국시대라는 정치적 상황과 제자백가로 상징되는 사상적 상황의 산물이었다. 다시 말해 대화와 소통의 결여라는 상황 속에서 그의 철학은 탄생했다. 이런 갈등과 대립의 시대에 장자는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꿈꾸었던 사람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진정으로 타자와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유아론적 꿈에서 깨어나야만(覺) 한다. 문제는 꿈과 깨어남이 주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스스로 깨어 있다고 자임해도 주체의 행동은 항상 꿈에 사로잡힌 행동에 불과할 여지가 많다. 따라서 ‘꿈꾸고 있는 것이냐 아니면 깨어 있는 것이냐’의 문제는 주체로부터는 결정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꿈과 깨어남을 결정하는 기준은 주체라기보다는 타자라고 할 수 있다. 장자에게는 꿈이 ‘주체가 스스로에게 닫혀 있음’을 의미한다면, 깨어남은 ‘주체가 타자에게로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도 장자 철학의 고유성을 규정하는 것은 그가 자신의 철학체계 속에서 타자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장자에게 깨어남은 타자와 대화하기 또는 소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깨어남은 주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뿐, 결코 필연적으로 타자와의 소통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비록 깨어난 주체가 소통을 완수하려고 노력한다 할지라도, 결국 소통은 항상 좌절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소통의 성공 여부는 소통의 양 항이라고 할 수 있는 주체와 타자에 의해 동시적으로 결정되는 법이다. 결론적으로 장자의 철학이 아직도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그가 통찰해낸 타자에 대한 이런 현실적 감각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장자의 철학은 철학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이란 주제에 대한 사색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타자와의 소통이 가능할 때 자유는 실현된다
    장자 철학을 이해하는 데 핵심 개념이 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의존하지 않음이라고 번역되는 무대(無待)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이 기존의 연구자들처럼 절대(絶對)로 이해될 때, 결코 우리는 장자 철학의 핵심에 이를 수 없게 된다. 반면 무대라는 개념이 꿈과 같은 일체의 매개에 의존하지 않음이라고 이해될 때, 우리는 그가 모색했던 삶과 소통의 진실에 이르게 된다. 절대라는 개념 속에서는 주체와 타자는 원리적으로 소멸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반면 무대가 ‘매개에 의존하지 않음’으로 이해될 때, 주체와 타자는 실존적으로 긍정될 수 있다. 매개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타자와 소통하기 위해서 목숨을 건 비약을 수행해야만 한다.
    소통은 우리가 새로운 주체로 생성되는 비인칭적 수준에서의 관계 맺음으로 정의해야 한다. 그래서 소요유라는 자유를 이야기하는 ‘대붕 이야기’도 곤이라는 물고기에서 대붕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자에게 주체의 자유는 주체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주체 형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이런 주체 형식의 변화는 조우한 타자와의 소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장자가 권고하는 자유는 우리가 타자와 소통함으로써 부단히 자신을 극복하고 새롭게 생성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장자에게 소통은 자유(逍遙遊)라는 이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간은 육체를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유한자라는 점에서, 인간의 자유는 철저하게 인간 자체 내에서만 존립될 수 없다. 오직 비인칭적인 마음으로 타자와의 소통이 가능했을 때, 자유는 실현될 수 있다. 물론 자유가 실현되었다는 것은 동시에 주체가 새로운 타자와 소통해서 새로운 주체로 변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장자의 소요유는 절대적 주체의 정신적 자유나 심미적 자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그가 우리에게 권고하는 자유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라 제한적인 자유, 유한적인 자유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한적 자유의 이념으로서 소요유의 주체는 엄밀하게 비인칭적인 마음을 가진 나를 가리킬 수 없다. 소요유의 주체는 이미 구체적인 타자와의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새로운 주체로 변화 또는 생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I. 노자의 철학-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

    1장. 노자에 대한 해묵은 오해
    1. [노자]와 우리
    2. [노자]라는 코끼리를 더듬었던 장님들
    3. 정말 노자가 고민했던 것

    2장. 노자와 장자, 그 건널 수 없는 차이
    1. 장자, 노자를 조롱하다!
    2. 누가 ‘도가’를 발명했는가?
    3. 먼저 만들어진 길과 애써 만들어야 할 길

    3장. 내성이란 관조적 방법
    1. 내면에 파고들어 진리를 찾으며
    2. 내성을 통해 발견한 것, 아니 발견할 수밖에 없는 것
    3. 결과에 입각한 인식과 발생에 입각한 인식

    4장. 국가의 생명유지 메커니즘
    1. 아직도 안개에 싸여 있는 국가라는 괴물
    2. 수탈과 재분배, 혹은 국가의 박동소리
    3. 뇌물의 논리와 선물의 논리

    5장. 파시즘에서 제국주의로 가는 길
    1. 작은 제국주의, 파시즘
    2. 확대된 파시즘, 제국주의
    3. 정치의 위기와 위기의 정치

    6장. 도(道), 혹은 비밀스런 정치경제학
    1. 등가교환 이면에 숨어 있는 비밀
    2. 국가 논리와 자본 논리의 구조적 유사성
    3. 매체로서의 인간과 주체로서의 인간

    7장. 노자가 사물에서 찾아낸 두 가지
    1. 무언가와 관계하도록 저주받은 사물들
    2. 모든 사물에 존재하는 두 가지 요소
    3. 관계의 내재성과 관계의 외재성

    8장. 동양의 형이상학이 신비스럽게 보이는 이유
    1. 대립하기에 서로 의존할 수 있다는 논리
    2. 모든 것에 숨어 있는 야누스적 얼굴
    3. 실재론과 유명론, 그리고 정치

    9장. 수양과 삶, 어느 것이 먼저일까
    1. 수양론이 감추고 있는 비밀
    2. 자본가의 도플갱어, 노자의 통치자
    3. 수양과 삶, 영원의 세계와 삶의 세계

    10장. 노자를 떠나며
    1. 국가와 통치자를 위한 노자의 철학
    2. 수직적 철학에서 수평적 철학으로
    3. 더 읽을 것들

    Ⅱ. 장자의 철학-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1장. 장자, 타자와의 소통을 꿈꾸었던 철학자
    1. 다시 [장자]를 펼쳐야만 하는 이유
    2. 뒤죽박죽 만들어진 [장자]라는 책의 운명
    3. 두 명의 장자와 조릉에서의 깨달음

    2장. 한계가 없는 앎과 한계가 있는 삶
    1. 전지전능에 대한 유쾌한 조롱
    2. 상상된 나, 혹은 꿈꾸고 있는 나
    3. 너무나 힘든 공동체에서의 삶

    3장. 새를 새로 키우는 방법
    1. 성심, 혹은 선입견의 중요성
    2. 성심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3. 사랑하는 타자를 파괴하지 않으려면

    4장. 언어의 세계와 삶의 세계
    1.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것
    2. 길, 혹은 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3. 언어가 삶을 왜곡하게 될 때

    5장. 차이의 논리와 그 너머
    1. 동양의 논리를 찾아서
    2. 동일성을 넘어, 그리고 차이마저 넘어
    3. 일체의 논리를 넘어 삶의 세계로

    6장. 꿈과 깨어남이란 비유
    1. 공자, 혹은 동양철학 가능성의 중심
    2. 꿈, 혹은 타자 부재의 사유
    3. 깨어남, 혹은 타자를 품은 마음 상태

    7장. 삶의 세계에 발을 디딘 단독자
    1.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무의식적 본능
    2. 단독자의 눈에 비친 세계
    3. 언젠가 부숴버려야 할 거울 비유

    8장. 삶이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수양
    1. 고독한 독백에서 대화의 세계로
    2. 사유 중심적인 판단과 존재 중심적인 판단
    3. 수양, 혹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필요조건

    9장. 타자, 혹은 내면으로 환원할 수 없는 바깥
    1. 풍경으로서의 대상과 조우할 수밖에 없는 타자
    2. [장자]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인들
    3. 끝내 바깥에 머물 수밖에 없는 타자

    10장. 날개 없이 나는 방법
    1. 수양의 가능성과 한계
    2. 목숨을 건 비약을 위하여
    3. 무매개적 소통의 철학적 함축

    11장. 의미로부터의 자유와 의미부여의 자유
    1. 역사의 가능성, 혹은 의미의 변화
    2. 새로운 의미부여의 힘, 자유
    3. 조건적 자유,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자유

    12장. 장자를 떠나며
    1. 아주 오래된 미래, 장자의 사유
    2. 장자가 남긴 숙제
    3. 더 읽을 것들

    에필로그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자본주의적 삶 속에서 이런 식의 독서가 비경제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은 읽기 쉬운 철학사를 보거나 간략한 개론서로 만족하곤 한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는 결정적인 착각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학은 단순히 고급 교양학문이라는 착각 말이다. 그렇지만 철학은 삶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없어도 되는 사치품과 같은 건 아니다. 그래서 철학책을 읽는다는 것은 유식을 가장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철학은 한번밖에 없는 소중한 삶을 정직하고 치열하게 성찰하려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 p.22)

    결론적으로 [노자]의 고유성은 노자가 바로 국가의 논리, 즉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의 교환의 논리를 발견했다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노자] 81장을 관통하는 원점이자 영점이다. 나머지 모든 [노자]의 논의들은 노자가 자신이 발견한 교환의 논리를 철학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 제공한 철학적 근거나, 혹은 그 부연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 p.46)

    만약 군주가 피통치자들에게 수탈한 것(=세금)을 다시 재분배하지 않는다면, 군주는 통치자의 자리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노자가 발견한 국가의 작동원리, 피통치자와 통치자 사이에 이루어진 위계적 교환 관계의 실상이다. 따라서 군주가 스스로를 덜어내는 것은 어진 마음에서 나오는 것도 혹은 피통치자들을 불쌍하게 여겨서도 아니고, 오직 국가 작동 원리의 내재적 필연성으로부터 도출한 것이다.
    (/ p.56)

    즉 국가의 논리를 배제한 [노자] 이해 방식이 바로 현재의 통속적인 노자 철학 이해를 지배하고 있고, 나아가 개체의 단독적인 삶과 소통을 모색했던 장자 철학과 겹치게 된다. 결국 이런 이해 방식은 노자와 장자의 사상은 유사하다는 통념을 강화시키면서 ‘노장사상’ 혹은 ‘도가’라는 허구적인 범주를 강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여기서 노자 철학과 장자 철학의 차이점을 간단히 점검함으로써 가능한 오해를 사전에 막을 필요가 있다.
    (/ p.69)

    반면 "도는 걸어 다녔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장자의 주장을 숙고해보면, 우리는 장자 철학이 타자를 사유하고 있는 다원론적 사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걸어간다(行)’는 사태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실존적으로는 유한하지만 실천적으로는 무한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결국 노자의 일원적 사유에서는 ‘도’가 제일 처음에 오지만, 장자의 다원적 사유에서는 ‘도’가 제일 마지막에 온다는 것이 중요하다.
    (/ p.79)

    노자에게 ‘도’란 모든 개별자들의 일자적인 원리다. 문제는 ‘도’에 대한 인식이 경험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것은 경험의 반대 방향, 즉 우리의 모든 시선이 순수한 사유로 응결될 때 드러나는 무엇이다. 비록 노자가 ‘도’를 유일한 실체로 혹은 일자라고 정립한다고 할지라도, 노자 철학의 핵심은 그것이 바로 내성을 통해서 발견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는 데 있다.
    (/ p.87)

    그의 철학의 한계는 그가 ‘국가’와 ‘통치자’라는 형식 자체를 문제 삼지 못하고, 단지 ‘올바른’ 국가와 ‘올바른’ 통치자라는 내용만을 문제 삼았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그의 철학은 국가의 형식적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 정당화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군주’가 이 원리에 따라서 ‘올바른’ 통치자가 될 것인지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노자는 ‘국가’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하지 못했던 사상가였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한계가 있는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 p.100)

    노자 철학은 부족한 사람에 대해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오직 남음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지들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남음이 있는 사람은 그 남음을 자신만의 소유로 삼을 수도 있고, 또한 그 남음을 재분배할 수도 있다.
    (/ p.120)

    보릿고개를 없애준 사람,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우리 민족을 고질적인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사람. 그러나 박정희는 경제개발을 하기 위해 독재를 한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해 그는 독재를 영구히 하기 위해 경제개발을 한 것이다.
    (/ p.122)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대의 철학이 해야 할 일은 자본주의 혹은 국가주의를 민주주의로 호도하는 허구적인 담론들과 싸우면서 인간을 주인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담론을 생산해내는 것일 것이다. 반복하자면 국가와 자본을 생각하지 않는 철학은 철학일 수 없다.
    (/ p.130)

    노자 철학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제국주의와 달리 파시즘은 수탈과 재분배의 논리가 완전히 작동되어서 피통치자가 자발적인 복종에 이르게 되는 열광의 상태, 자신의 현존의 조건을 변혁시키기보다는 미학적으로 긍정하는 상태를 기술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 p.153)

    노자의 시대나 로마의 시대와 비교해서 지금의 시대가 달라진 부분은 단지 수탈과 재분배의 대상이 바뀌었다는 사실뿐 달라진 것은 본질적으로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애써 직시하려고 하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국가의 교환 논리, 즉 수탈과 재분배의 교환 논리 속에서 오늘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 p.190)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욕망 때문에 자본주의가 생겼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운동이 인간의 욕망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그것이 인간의 욕망을 만든다고 해야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권력욕 때문에 국가가 생겼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가가 인간의 권력욕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가 인간의 권력욕을 만드는 것이다.
    (/ p.191)

    반복하지만 노자는 ‘낮고 천한’ 우리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높고 고귀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모색했던 사람이 아니라, ‘높고 고귀한’ 사람이 어떻게 그 ‘높고 고귀함’을 영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를 모색했던 사람이다.
    (/ p.247)

    어쨌든 장자에게 이 조릉에서 터득한 깨달음이라는 경험은 아주 중요하다. 모든 학문이 자신만의 고유한 문제의식과 질문에서 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학도 사적이고 고유해 보이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단지 철학은 사적이고 고유한 질문을 보편적인 질문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데서 다른 학문과의 차이를 보일 뿐이다. 장자의 철학을 이해하려 할 때 이런 조릉에서 터득한 깨달음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p.338)

    장자의 철학이 오늘날에도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이유가 이것과 관련된다. 장자는 이런 불가피한 타자와의 충돌을 외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삶의 조건으로 긍정하고 있는 철학자였던 것이다.
    (/ p.357)

    소통은 인식론적으로 이해되기보다는 무엇보다도 먼저 삶이 이루어지는 실존적 사태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타자와 소통함으로써 지금 우리 자신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앞으로도 우리는 전혀 예기치 못한 타자와 조우하고 소통함으로써 전혀 예기치 못한 우리로 생성될 것이다.
    (/ p.386)

    이처럼 장자 철학의 목적은, 도가 주체 및 타자와 무관하게 미리 존재하고 있었다는 생각의 부조리함을 폭로하고, 동시에 도는 주체와 타자가 소통하는 데서 생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옹호하려는 데, 다시 말해 우리로 하여금 꿈에서 깨어나서 타자와 더불어 소통하는 삶을 영위하라는 전언을 주려는 데 있었던 것이다.
    (/ p.519)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7~
    출생지 경남 함양
    출간도서 49종
    판매수 87,860권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동서양 인문학을 종횡하며 끌어올린 인문정신으로 어떤 외적 억압에도 휘둘리지 않는 힘과 자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쓰고 말해왔다.
    지은 책으로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비상경보기],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의 감정수업], [김수영을 위하여],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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