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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동물원 : 소냐 하트넷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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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수상자 소냐 하트넷이 들려주는 전쟁과 평화, 자유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 『한밤의 동물원』. 깊은 밤, 안드레이와 토마스 형제가 갓난쟁이 여동생이 잠들어 있는 배낭을 짊어지고 잰걸음을 옮긴다. 아이들은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거리를 지나, 사막처럼 고요한 마을에서 작은 동물원을 발견한다. 철창 속에는 전쟁으로 버림받은 늑대, 사자, 독수리, 원숭이, 곰 등이 굶주림과 공포에 지쳐 떨고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동유럽의 어느 작은 동물원을 배경으로, 부모를 잃은 집시 삼 남매와 주인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의 하룻밤 이야기가 꿈결처럼 펼쳐진다.

출판사 서평

“할 수만 있다면 너희를 풀어 주고 싶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수상자 소냐 하트넷이 들려주는
전쟁과 평화, 자유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

전쟁으로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린 아이들과 동물들의 만남
용기와 믿음, 아름다운 교감이 빚어낸 꿈결 같은 하룻밤

“언덕에서 굴러떨어지고, 외롭고,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하고,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는 거야.
그건 네가 살아 있으니까 일어나는 일이야.”


깊은 밤, 안드레이와 토마스 형제가 갓난쟁이 여동생이 잠들어 있는 배낭을 짊어지고 잰걸음을 옮긴다. 아이들은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거리를 지나, 사막처럼 고요한 마을에서 작은 동물원을 발견한다. 철창 속에는 전쟁으로 버림받은 늑대, 사자, 독수리, 원숭이, 곰 등이 굶주림과 공포에 지쳐 떨고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동유럽의 어느 작은 동물원을 배경으로, 부모를 잃은 집시 삼 남매와 주인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의 하룻밤 이야기가 꿈결처럼 펼쳐진다.
소냐 하트넷은 명실공히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로, 2008년에는 아동문학상 중 첫손에 꼽히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수상했다. 이 책 『한밤의 동물원』에서 그녀는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특유의 우화적 상상력과 신비로운 서정성으로 따뜻하게 풀어낸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주로 잔혹하고 비극적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서늘하게 그려내 묵직한 아픔과 충격을 안겨 주었다면, 『한밤의 동물원』은 고된 현실을 견디게 하는 아름다운 꿈과, 자신은 물론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끝내 지켜 내는 용기와 선의를 보여 준다. 그리고 마침내 희망이 고개를 내밀 때 독자들은 행복하게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오스트레일리아 어린이책위원회(CBCA)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카네기 메달 최종 후보에 올랐다.

■ 무자비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는 모험
안드레이와 토마스, 젖먹이 여동생 빌마는 집시 아이들이다. 집시는 원래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경계도 속박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물론 떠도는 삶에는 고통도 따르게 마련이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늘 비바람과 가난, 위험, 멸시가 친구처럼 함께한다. 안드레이는 집시가 사람보다 오히려 “동물에 가깝다.”라고 한 아빠의 말을 기억한다.
그러나 안드레이 남매가 만난 동물들은 전혀 자유롭지 않다. 대부분 사람들 손에 가족과 보금자리를 잃고 동물원으로 떠밀려 왔다. 독수리는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고, 물범은 좁은 수조만 왔다 갔다 할 뿐이다. 창살에 가로막힌 동물들처럼, 안드레이와 동생들도 예전만큼 자유롭지 않다. 전쟁이 아이들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나타나 소중한 삼촌을 쏴 죽이고 가족들을 어디론가 끌고 간 뒤, 아이들은 숱한 위협을 피해 굶주림을 견디며 달아나다 이곳 동물원까지 왔다. 똑같이 상처 입고 지친 아이들과 동물들은 서로 천천히 마음을 열어 간다.
곰은 아이들에게 물범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 바깥 어딘가, 바다와 바다 사이에는 빈자리가 있어. 물범이 거기에 없기 때문에 비어 있는 거지.”라고 말한다. 하늘에도, 산에도, 바다에도 빈자리가 있다. 거기 있어야 할 동물들이 철창 안에 갇혀 있어 비어 있는 자리. 자유는 이 빈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며, 사자는 사자답게 늑대는 늑대답게 집시는 집시답게 사는 것이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것이라고 소냐 하트넷은 말한다. 누구보다 동물들을 아끼던 동물원 주인 딸 알리체가 그랬듯, 안드레이는 무슨 수를 써서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철문을 열어 동물들을 빈자리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한다.
자유로워야 할 동물들과 자유로웠던 집시 아이들이 처한 현실은 인간의 욕심과 그 욕심이 빚은 전쟁이 얼마나 무자비하고 부당한지, 그리고 역설적으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호소력 있게 보여 준다. 작가는 단순히 약자인 아이들과 동물들을 희생자로 내세워 전쟁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이 똑같이 상실의 고통을 겪은 동물들을 만나 대화하고 갈등도 겪으면서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깨닫고, 용감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다 의미 있게 담아낸다.

■ 상처 입은 동물과 인간이 나누는 특별한 교감
동물들에게는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물범은 젖먹이 때 제 어미를 잡아먹은 어부들 손에서 자랐다. 재주를 부리며 어부들 돈을 벌어 주다가 덩치가 커진 뒤로 사람들 내기에 이리저리 옮겨 다닌 끝에 동물원까지 왔다. 곰도 새끼일 적에 사냥꾼들에게 어미를 잃고 이곳으로 팔려 왔다. 암사자는 어미와 형제들을 모두 죽인 사냥꾼의 약혼녀 손에서 애완 고양이처럼 자랐으나, 맹수의 본능 때문에 결혼식 날 신부 얼굴을 할퀴었다. 신부가 사냥꾼을 막아선 덕에 겨우 목숨을 건지고 동물원으로 떠밀려 왔다.
다행히 동물원 주인과 딸 알리체는 동물들을 아끼고 사랑했다. 특히 어머니가 출산하자마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온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을 자란 알리체(“저기 우리 알리체가 있네. 우리 알리체, 오늘은 기분이 어떠니?”)는 동물들에게 동물원 밖 진짜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며 “할 수만 있다면 너희를 풀어 주고 싶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알리체는 침략군에 맞서다 마을에 화를 부른 뒤 꼭 돌아오겠노라는 약속을 동물들에게 남긴 채 레지스탕스에 합류하지만, 어쩐 일인지 돌아오지 않는다. 동물원 주인마저 화를 피해 마을을 떠나고, 동물들은 폭격으로 주변이 폐허가 되어 가는 동안 철창 안에 갇혀 굶주림과 위협을 견뎌야 했다.
아이들은 늑대와 맞닥뜨리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동물들이 모두 우리에 갇혀 있다는 걸 알고 마음을 놓는다. 아이들은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로 동물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도 하고 그 때문에 억울해하기도 하지만,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정심을 느끼고 공감하게 된다. 동물들도 처음에는 아이들을 의심하고 적대적으로 대하지만, 얼마 안 되는 음식을 기꺼이 나눠 주고 자신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도우려 하는 아이들을 믿기 시작한다. 아이들과 동물들은 어리고 약해서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잃어야 했던 아픔과 소중한 이에 대한 그리움을 공유하며 서서히 마음을 열어 간다. 이 과정이 대단히 설득력 있고 흡인력 있게 그려져 있다.
특히 암사자와 안드레이가 서로 마음을 여는 과정은 무척 감동적이다. 맨 처음 말을 걸어 아이들이 엄마로 착각했던 암사자는 갓난쟁이 빌마에게 부쩍 관심을 쏟는다. 빌마를 잘 챙기라고 안드레이와 토마스를 채근하고, 빌마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한다. 안드레이는 멀찍이서 빌마의 얼굴을 보여 주면서도, 암사자가 맹수라는 사실 때문에 경계할 수밖에 없다. 둘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던 멧돼지가 안드레이를 크게 나무라며 암사자의 사연을 들려준다. 암사자는 동물원에서 가족을 꾸리며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지만, 분노한 침략군 지도자를 달랠 선물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남편과 어린 새끼들을 모두 잃어야 했다. 멧돼지는 겁을 주듯 안드레이를 궁지로 몰면서 안드레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용기를 내게 만든다. 결국 안드레이는 빌마를 안고 암사자에게 다가간다. 암사자는 암사자대로 맹수의 본능을 참고 해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암사자가 젖먹이의 냄새를 들이마신 다음 크게 내뱉자, 그 콧바람에 빌마의 성긴 머리가 헝클어졌다. 암사자가 다시 한 번 숨을 내쉬자, 안드레이는 암사자 안에서 심장과 마음을 헤치고 나온 숨결이 따뜻한 돌풍이 되어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암사자가 주둥이를 삐죽거리자, 이빨과 핼쑥한 혀가 언뜻 보였다. 암사자는 중얼거렸다.
“똑같은 냄새가 나. 우리 새끼들한테도 아기랑 같은 냄새가 났어. 꽃가루 같은.”
암사자가 다시 한 번 숨을 깊게 들이쉬자, 안드레이는 잃어버린 새끼 사자들이 아기 향수의 날개를 달고 암사자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아기는 모두 같은 곳에서 오는 게 확실해.”
- 본문 175~176쪽(12. 시험)

부모를 잃고 그리워하는 어린 소년과 자식을 잃고 그리워하는 어미 사자가 종을 뛰어넘어 교감하는 장면은 이토록 애잔하고도 아름답게 묘사되어 뭉클한 감동을 준다.

■ 슬픈 현실과 아름다운 꿈이 환상적으로 결합된 소설
소냐 하트넷은 이 책에서 구체적인 지명이나 연도 등을 언급하지 않는다. 독일어를 쓰는 군인들이 집시들을 학살하고 끌고 가는 장면이나 동물원 이름패에 쓰인 체코어 등의 장치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체코가 배경이라고 넌지시 힌트를 줄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놀랍도록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침략군 군인이 집시 부모가 보는 앞에서 그 자식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장면이나 길에서 마주친 사나운 노파가 집시 아이들을 향해 거머리니 기생충이니 하며 저주를 퍼붓는 장면은 섬뜩할 정도로 생생하다. 시대와 명분을 막론하고 전쟁은 인간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절실히 와 닿는다.
여기에 우화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소냐 하트넷은 대단히 극적인 방식으로 동물들에게 말을 부여한다. 난데없는 폭격으로 기절했던 안드레이와 토마스는 엄마의 재촉(“눈을 뜨렴. 아가야, 눈을 떠.”)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지만, 이내 엄마가 아니라 사자가 자신들을 깨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냉철하고 말투가 딱딱한 늑대, 끊임없이 호들갑을 떨며 아웅다웅하는 원숭이와 샤무아, 소심하고 겁 많은 라마, 엄마처럼 다정한 암사자 등 각 동물의 특성을 말투와 성격에 녹여 낸 점도 재미있다. 동물들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하다가도 때때로 침묵한 채 야생의 본능을 내보이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무엇보다 안드레이가 상상 속에서 철창을 열고 동물들과 함께 모험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안드레이는 동물들을 내보내 주려 하지만, 열쇠는 없고 코르크 따개로도 문이 열리지 않아 좌절한다. 그러나 곧 마음을 다잡고, 자신과 토마스의 빈자리는 여기인 것 같다며 열쇠를 찾을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 뒤 안드레이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열쇠를 찾아 문을 연다. 마을을 지나 배를 타고 대륙을 돌며 산으로 바다로 하늘로 동물들을 하나하나 빈자리로 돌려보낸다. 마지막으로 캥거루와 헤어진 뒤 아이들은 해적이 되기로 결심한다.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따뜻한 감수성으로 채워진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험은 안드레이 혼자만의 상상이 아니라, 옆에 누운 토마스와 철창 안에 갇힌 모든 동물들이 함께 꾼 꿈인 듯 마무리된다. 현실은 고단하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꿈은 현실을 견디고 끝내 희망을 찾아 나설 힘을 준다. 모험을 끝낸 이들 앞에 방황을 끝낸 알리체가 상처를 딛고 승리의 냄새를 품은 채 꿈결처럼 나타난다.
그동안 소냐 하트넷의 많은 작품들이 한없는 슬픔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면, 『한밤의 동물원』은 잃어버리고 실패하고 지친 지난날을 감싸 줄 희망을 내비치며 따뜻한 감동으로 독자를 가슴 벅차게 만들 것이다.

추천 서평

★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독자 곁을 맴도는 아름답고 슬픈 책.
_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엮은 강렬한 문장이 무대와 동물들의 개성을 살려 준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목차

마을 9 / 동물원 19 / 우리 32 / 목소리 46 / 이유 59 / 전사 67 / 선물 84 / 식사 92 / 법 104 / 연 119 / 길 139 / 시험 157 / 열쇠 177 / 탈출 196

본문중에서

“제발 목소리 좀 낮추라니까!”
라마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늘을 살펴보며 애원하듯 말했다.
형제는 깜짝 놀라 이 동물을 보았다가 다시 저 동물을 보았다. 심장이 물수제비를 뜨는 돌처럼 통통 뛰었다. 안드레이는 마린 삼촌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동물은 네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어. 비밀을 간직할 줄도 알고.’ 동물이 말을 한다는 사실은 저희끼리만 알면서 사람에게는 비밀로 간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틀림없었다. 호들갑을 떠는 게 실례겠지만 안드레이는 어쩔 수 없었다.
“말을 하잖아!”
“그래서 뭐? 우린 말하면 안 돼? 우리한텐 얘깃거리가 없을 거라 생각해?”
샤무아가 말했다.
“사람들은 늘 떠들지. 입을 다물고 있지 못해. 샌드위치 더 없어? 만지지 마, 세균투성이니까 하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 시키는 거야 하고. 우리라고 말하지 말란 법 있어?”
라마도 말했다.
- 본문 53~54쪽(5. 이유)

알리체가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동물들도 나이를 먹어 갔다. 세월은 알리체에게 새롭고 놀라운 것을 가져다주었으나, 동물들에게는 그런 선물이 아닌 따분함을 가져다주었다. 동물의 세계에선 어떠한 도전이나 모험도 펼쳐지지 않았던 것이다. 재규어, 긴팔원숭이, 들고양이, 사슴. 이 모든 동물은 알리체와 같이 아침에 깨어났다가 밤이면 똑같이 잠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동물은 나이를 먹었고 끝내는 죽음에 이르렀다. 알리체가 걸음마를 떼던 무렵 좋아했던 오소리는 열 살 생일 때 털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죽었다. 공작은 어느 날 저녁에 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깃털 사이에 묻혀 쓰러져 있었다. 평생을 동물원에서 살던 재규어가 죽었을 때 알리체는 열네 살이었다. 재규어는 추운 날씨를 싫어했고 관람객을 무서워했다. 털이 까맣다 못해 푸르스름했다. 알리체는 제 모습이 재규어의 구릿빛 눈동자에 비치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재규어의 눈빛은 언제나 알리체 너머 정글을 찾고 있었다. 눈 내리는 들에 서서 재규어 무덤을 파는 아빠를 도우며 알리체는 죽음이 재규어를 자유롭게 해 주어 이젠 덩굴진 포도나무를 올라가고 따뜻한 강물을 핥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길 바라며 울었다.
- 본문 71쪽(6. 전사)

알리체는 여전히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쾌활했지만, 그 뒤 몇 년 사이에 친구와 만나는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며 생각에 잠기고는 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이 닫힌 동물원에 찾아가 동물들을 쓰다듬고 말을 걸면서 홀로 동물들과 마주했다. 동물이 태어난 땅이나 살았을지 모를 삶에 대해 읽어 주었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들어 가며 동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으스름한 달빛 아래에서 동물들은 해안, 산, 돌풍, 빙하, 피, 굴, 새끼 같은 단어를 들었다. 알리체는 두 손을 창살 사이에 넣고 샤무아의 털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빽빽한 털에 다섯 손가락이 지나간 자국이 생겼다. 알리체는 제 말을 들으며 누워 있는 동물들에게 말했다.
“할 수만 있다면 너희를 풀어 주고 싶어.”
알리체는 동물들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다른 것, 아버지에게 수백, 수천 번도 더 들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동물원에 살던 동물은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 주어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어떤 동물은 태어날 때부터 갇혀 살아서 다른 세상은 알지도 못한다. 어떤 동물은 갓 태어난 새끼 때 야생에서 사는 법을 미처 배우기도 전에 잡혀 왔다. 어떤 동물은 다친 채 발견되어 동물원이란 보호구에 들어왔지만 그때 입은 상처가 지금도 남아 있었다.
- 본문 73쪽(6. 전사)

물범은 쌕쌕대며 숨을 쉬고는 다시 오락가락 빠르게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갈 곳도 없는데 끊임없이 헤엄치는 모습이 지켜보기에 애처로웠다. 살아 있는 생명이 저렇게 숨 막힐 듯 아무 뜻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물범이 바다를 기억할까?”
바다를 잊어버렸다면 마음이 덜 아플 텐데. 하지만 곰의 대답은 달랐다.
“당연히 기억하지. 물범의 마음에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넘실거리고 있거든. 바다는 물범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물범을 소리쳐 부르지. 물범의 조상이 거기서 헤엄쳤고, 오늘도 친척이 거기서 헤엄친다고. 물범은 피와 뼈가 바다를 잊지 못하기 때문에 바다를 기억하는 거야. 저 바깥 어딘가, 바다와 바다 사이에는 빈자리가 있어. 물범이 거기에 없기 때문에 비어 있는 거지.”
- 본문 101~102(8. 식사)

“세상이 다 네 집이란다, 안드레이. 우리 집시는 갓조와 달라. 그 사람들은 집을 짓고, 땅을 갈고, 자기네 거라고 주장하며 울타리를 치거든. 우리 집시는 그런 사람들보다는 동물에 가깝다. 짐도 없지,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지.”
자유로운 것은 자랑스러운 것이었다. 그건 동물이 가진 것 가운데 사람이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것이?

저자소개

소냐 하트넷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8

1968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났다. 열세 살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어린이부터 청소년, 어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당대 최고의 호주 작가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수한 상을 받으면서 국제적 명성까지 얻고 있다. 『목요일의 아이』로 영국 가디언 문학상을 받았고,『은빛 당나귀』와 『고양이 숲에서 길을 묻다』, 『한밤의 동물원』은 호주어린이도서협의회(CBCA)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2008년에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수상했다.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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