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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전자 전쟁 :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원제 : Meme W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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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브북

    출판사 서평

    경제학을 점령하라!

    경제학이 다루어야 할 것은 곡선이 아니라 인간이다!

    _마드리드의 한 대학 캠퍼스 벽에 새겨져 있는 구호

    경제학과 행복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진보는 어떻게 측정될 수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훌륭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가? 경제학자들은 보통 이런 질문들에 익숙하지 않고, 또한 경제학이 다루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를 제안하고 조직한 것으로 유명한 칼레 라슨과 [애드버스터스]지의 구성원들은 이 책 [문화 유전자 전쟁]에서 경제학은 바로 이러한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본질적인 물음들을 회피하는 경제학의 지적 편협성을 비판하며 경제적 사유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지구를 인간 경제의 하위 체계로 두고 있는 신고전파 패러다임은 인간 경제가 지구 생물 경제의 부분 집합으로 인식되는 생태주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완전 경쟁 시장이 성소로, 이윤 극대화와 끝없는 성장이 신성불가침의 교리로, 수요 공급 곡선이 세상만사를 설명해 주는 척도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세상, 곧 화폐가 신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주류 경제학, 즉 신고전파 패러다임의 관점이다. 그 폐해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불안, 기분 장애,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이 전염병처럼 세상을 휩쓸고 있고, 환경오염과 이상 기후는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 되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소음과 정서적 고문에 시달리는 동안, 하루 3,000개의 광고 메시지가 우리 뇌에 주입되고 있다. 이제 라슨은 이 책 [문화 유전자 전쟁]에서 경제학을 점령하자고 제안한다. 오늘날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지배하고 있는 주류 경제학의 논리에 도전하여 이를 전복하지 않는 한,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망상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라슨에게 경제학은 다음 세대와 인류의 미래를 걸고 인식 영역에서 벌이는 문화 유전자 전쟁의 최전선이다.
    충격적인 이미지들이 조지프 스티글리츠, 조지 애컬로프, 만프레드 막스네프, 허먼 데일리, 데이비드 오럴 같은 여러 경제학자들의 글과 어우러진 이 특별한 책은 독자들에게 우리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주류 경제학의 사상과 개념을 낯설게 드러내며,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생명과 진보,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문화 유전자 전쟁의 최전선, 경제학을 점령하라!

    이 책은 첫 페이지에서부터 독자들에게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보여 주며 다짜고짜 묻는다.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언가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이내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도록 하며 또 묻는다. "이 땅에 존재하는 생명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책은 처음부터 독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말을 걸며 모든 것을 근원에서부터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한다. 페이지를 넘기면 쓰레기 더미에서 쓸 만한 물건을 찾고 있는 흑인 아이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세계 인구 성장" 그래프가 나온다. 다음 페이지는 오늘 돈 좀 썼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남자의 말에 너무 멋지다며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의 캐리커처와 함께 기울기가 급해지는 [종의 소멸] 그래프가 등장한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지난 20년간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표방해 온 [애드버스터스]지가 즐겨 써온 전략이다. 현란하게 펼쳐지는 이미지들이 도발적으로 느껴진다면 이 책의 전략은 성공한 것이다. 라슨의 목적은 독자들을 끊임없이 도발하여 독자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경제적 사유 방식에 균열을 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문화 유전자란 무엇을 말하는가? 문화 유전자meme는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만들어 낸 신조어로,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 요소를 의미한다. 문화의 전달은 유전자gene의 전달처럼 진화의 형태를 취하고, 문화의 전달에는 유전자처럼 복제 역할을 하는 중간 중간 매개물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하는 정보의 단위, 양식, 유형, 요소가 바로 문화 유전자다. 문화 유전자는 생물학적 유전자처럼 사람의 문화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음악이나 사상, 패션, 언어, 광고, 종교 등 거의 모든 문화 현상이 문화 유전자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런 의미에서 [애드버스터스]지의 지난 20년은 유명 상업 광고의 패러디를 통해 소비주의와 벌인 문화 유전자 전쟁이었다. 또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는 금융 위기가 초래한 극심한 불평등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금융 자본주의 시스템의 부조리와 벌인 문화 유전자 전쟁이었다. 그리고 이제 [문화 유전자 전쟁]에서 칼레 라슨은 경제학을 점령하자고 제안하며 신고전파 경제학으로 대표되는 주류 경제학이 만들어 낸 문화 유전자에 저항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 유전자의 창출과 확산을 시도한다. "경제학자들은 규범과 동기를 모형에 다시 추가해야 한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단지 틀린 게 아니라 위험하다", "아직까지도 우리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양적 성장을 떠벌이는 것은 맹목적 오만이다", "소비주의 모델은 한계에 도달했다" 등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제목은 그 자체로 라슨이 주류 경제학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건네는 문화 유전자들이다.

    하버드 학생들, 맨큐의 수업을 거부하다

    2011년 11월 하버드 대학에서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레고리 맨큐의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자기들이 배우는 경제학에 반대한다는 표시로 수업을 거부한 것이다.
    맨큐는 누구인가? 맨큐는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이고, 부시의 경제 자문을 지냈으며 전 세계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경제학 원론 교과서를 쓴 저자다(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맨큐의 경제학Principles of Economics]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다). 이 수업을 들은 졸업생들은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백악관, 월스트리트 등에 잔뜩 포진해 있으며 오늘날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어떤 위치에 있든 몇 다리만 건너면 이 하버드 경제학 원론을 만나게 된다. 말하자면 그레고리 맨큐는 이 책이 대체하고자 시도하는 신고전파 패러다임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그런데 하버드에 갓 입학한 10대 청소년 레이철 샌덜로애슈와 게이브리얼 베이어드는 더 균형 잡힌 교과 과정을 요구하며 동료 학생 70명과 함께 맨큐 교수의 수업을 거부한 것이다. 강의실에 남은 700명가량은 강의실을 나서는 학생들을 조롱하고 야유했다. 주류 언론은 이러한 수업 거부를 1퍼센트의 1퍼센트가 벌인 기행으로 치부하며 시위 학생들을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 망나니로 묘사했다. 하버드 대학의 학생 신문 [크림슨]조차 시위 학생들을 철없고 무식하고 이념적이라며 거들고 나섰다.
    학생들은 [그레고리 맨큐 교수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작성하여 [하버드 폴리티컬 리뷰]에 기고했다. 이 공개서한을 통해 이들은 자신들이 경제학 원론 수업을 거부한 것은 수업의 편파적 사고방식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다양한 지적 탐구와 다양한 학문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경제 이론의 폭넓고 개론적인 토대를 마련하고자 강의를 수강했는데, 수업은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을 초래한 문제 많고 비효율적인 체제를 영속화하는 특정한 경제적 관점을 지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맨큐 경제학을 지탱하는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흔들림 없는 "시장에 대한 신뢰"다. 맨큐는 시장을 거의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시장이 불완전하거나 시장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맨큐는 실업 문제든, 소비 문제든, 주택 문제든, 완전 경쟁 시장이라면 [사회적 최적화]를 통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는 신념을 드러낸다. 그에게 실업은 시장이 불완전함을 보여 주는 예일 뿐이다. 실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실업 수당, 노동조합, 최저 임금제 등으로 인도적 개입을 하기 때문이고, 이런 개입이 없어지면 실업도 없어진다고 맨큐는 설명한다. 맨큐는 시장이 경제 활동을 조직화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기에 수요와 공급이 경제학의 전부라고 말한다. 토마토, 의료, 주택, 자동차 등 무엇을 원하든 우리는 시장에서 값을 치를 용의가 있다. 이것이 수요다. 시장의 반대편에서는 최신 의류, 휴대폰, 주택 등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려고 경쟁한다. 이것이 공급이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가격이 떨어진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수요와 공급은 장기(臟器) 부족 현상을 비롯하여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적용된다. 경제학 원론 수업 끝.
    맨큐는 불평등에 관심이 없다. 극심해진 빈부 격차에 주류 경제학자들까지도 부의 양극화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맨큐는 요지부동이다. 그는 빈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부자에게 더 많은 돈을 몰아주려고 의도적으로 계획된 우파 정책 때문이 아니라 신기술이 노동과 세계화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맨큐의 교과서는 교수들이 가르치기에는 편리하지만 경제 이론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시장이 인간의 행복을 침해하고 사회에 피해를 주고 지구를 위협할 수 있음을 외면한다. 스티글리츠는 맨큐의 책처럼 낡은 교과서는 정보와 위험을 다루는 금융 시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진짜 위험한 것은 "이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경제학을 배운 사람들이 규제나 경제 정책을 결정하려 드는 것"이다. 그의 우려대로, 해마다 수만 명의 학생들이 맨큐의 편견을 나침반 삼아 세상에 뛰어들고 있고, 바로 그들이 경제 정책과 규제 방식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오른다.

    GDP가 약 5퍼센트 성장했으니 행복할 거라고 말해야 했을까?

    신고전파 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존재"로 가정한다. 완벽하게 돌아가는 시장에서 완벽하게 예측 가능한 선택을 하는 인간을 가정하는 것이다. 이 피조물은 의기소침하지도, 오염 때문에 병에 걸리지도, 감정에 휘둘리지도, 꿈결을 헤매지도, 사랑에 빠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진짜 인간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변덕을 부리고, 이타적 충동에 휩싸이고, 죄책감을 느끼고, 의기소침하고, 분노한다. 신고전파 경제학이 과학으로서 일관성을 얻는 과정은 인간 본성을 닥치는 대로 잘라내는 과정이었다.
    신고전파 경제학이 지닌 또 하나의 강력한 문화 유전자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 두면 개인의 최대 이익이 저절로 사회의 최대 이익과 일치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음을 간단히 보여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엔론 사태 때 최고 경영자들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여 세계 경제의 효율이 높아졌나요? 시티은행과 메릴린치를 비롯하여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다루던 모든 대형 은행들의 지점장들이 미국 경제의 효율을 높였습니까?"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이유는 뻔하다. 이자들의 목표는 소득 극대화를 위해 자기 보너스를 높이는 것이었는데, 이는 사회적 안녕의 극대화와 절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하급수적 성장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고 믿는 자는 미치광이 아니면 경제학자다"라는 케네스 볼딩의 명언처럼, 20세기 경제학이 가장 열정적으로 추구했던 이념인 성장이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던 호시절은 지나갔다. 경제학자 만프레드 막스네프는 모든 부와 가치를 화폐 체계로 환원해 설명하고자 하는 경제학적 사고를 비판하며 "물리적으로 유한한 시스템 안에서는 언젠가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생태 경제학자 허먼 데일리는 "아직까지도 우리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양적 성장을 떠벌리는 것은 맹목적 오만"이라고 질타한다. 특히 경제학자 만프레드 막스네프는 페루 빈민가에서 마주친 비참한 현실을 반추하는 짧은 글에서 성장이 아무런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한 개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경제학자로서의 좌절감을 드러내며 인상적으로 묻는다. "나는 시에라 산맥의 극심한 빈곤 지역에서, 정글에서, 라틴 아메리카 도시 지역에서 10년가량을 보냈다. 연구 초장기의 어느 날 페루 시에라 산맥의 인디오 마을을 방문했다. 지긋지긋한 날씨였다. 비가 쉬지 않고 내렸다. 나는 빈민가에 서 있었다. 그런데 건너편 진흙 속에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냥 빈민가가 아니라 진흙 속이었다. 키는 작달막했다. ......비쩍 마르고 굶주리고 무직에다 자녀 다섯과 아내, 어머니와 함께였다. 그때 나는 버클리 출신의 버젓한 경제학자였다. 우리가 서로 쳐다보는 순간 그 상황에서 남자에게 해줄 말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제학자로서 나의 언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GDP가 약 5퍼센트 성장했으니 행복할 거라고 말해야 했을까? 아니,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경제학자들은 근사한 연구실에서 빈곤을 연구하고 분석한다. 온갖 통계를 입수하고 온갖 모형을 만들고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들은 가난을 이해하지 못한다."

    진보를 다시 정의하다

    GDP와 GNP는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을 보여 주는 지표다. 그러나 이 두 지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두 기준에서는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많은 것이 포함되고,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많은 것이 제외되기 때문이다.
    먼저 GDP를 증가시키는 것을 몇 가지 살펴보자. 여기에는 오염, 범죄, 건강 악화, 가족 해체, 부채, 압류, 파산, 거품 붕괴, 자원 고갈, 위험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원유 유출 사고로 인한 막대한 정화 비용과 법률 비용은 이 원유를 정유하여 판매했을 때보다 GDP 증가에 훨씬 크게 기여한다. 범죄로 인해 보험금이 지급되면 GDP가 증가하고, 범죄자가 늘어 교도소를 신축해도 GPD는 증가한다. 건강 악화로 인해 지출하게 되는 의료 비용도 GDP를 증가시키고, 이혼 때문에 드는 변호사 비용, 주거 비용, 정신과 상담 비용 등도 GDP를 늘리는 데 기여한다. 심지어 파산과 압류도 GDP 증가에 기여한다. 법률 비용, 이사 비용, 주택과 재산 재구매 비용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 상품과 거품 붕괴는 GDP에 아주 크게 기여한다. 2008년 금융 위기는 많은 중산층의 삶을 붕괴시켰지만, 금융 서비스는 GDP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이었다. 자원 고갈 또한 종종 GDP 증가에 기여한다. 해당 자원의 가격 인상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GDP는 최종 시장 판매가의 상승이 자원 고갈 때문인지, 생산성 향상 때문인지, 시장 조작 때문인지 묻지 않는다. 원전 사고와 같은 재난을 수습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도 GDP에 당연히 포함된다.
    이제 GDP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을 살펴보자. 자연, 지속 가능성, 운동, 인간관계, 자원봉사, 집안 살림, 제품의 품질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많은 것들이 GDP에서 제외된다. 수질이 좋은 강물은 수질 정화에 드는 많은 비용을 절약하게 해주지만, 이러한 천연 정수 서비스는 GDP에 계상되지 않는다. 반면 수질이 오염되어 생수를 사먹거나 정화 시설을 짓고 수돗물 가격을 올리면 GDP는 늘어난다. 또한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어선을 사면 GDP가 증가하지만, 물고기가 살아가고 번식하는 서식지는 GDP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GDP는 GDP 증가에 기여하는 활동이 지속 가능한지 지속 불가능한지 묻지 않는다. 이를 테면 남획으로 인해 물고기의 씨가 마르든 말든 GDP는 상관하지 않는다. 건강에 좋은 활동도 돈을 쓰지 않는 한 GDP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매일 산책하는 것은 건강에 좋은 일이지만 GDP의 관점에서는 시간 낭비에 불과할 뿐이다. 인간관계는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 또한 돈을 쓰지 않으면 시간 낭비에 불과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뭐라도 사주면 모를까 부모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GDP에 계상되지 않는다. 자원봉사는 보수를 받지 않으므로 당연히 GDP와 무관하다. 가정 살림을 꾸리기 위해 육아 도우미나 가정부를 쓰면 GDP는 증가하겠지만, 집안일을 직접 하면 GDP는 한 푼도 늘지 않는다. 따라서 집안일을 직접 하는 것은 나라의 중요한 평가 척도에 이바지할 책무를 게을리하는 짓이다. 마지막으로 GDP는 품질을 따지지 않는다. GDP는 성능이 뛰어나고 값싼 제품보다 성능이 낮고 값비싼 제품을 더 좋아한다.
    이것이 최근에 알려진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1968년 3월 18일, 대선 유세에 나선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은 캔자스 대학의 연단에 올라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그저 물질적 부를 쌓느라 개인의 탁월함과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린 지 오래입니다. 미국의 GNP는 연간 8,000억 달러를 넘지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됩니다. 대기 오염, 담배 광고, 고속도로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구급차, 현관문에 다는 특수 자물쇠와 이 자물쇠를 부수는 사람을 가두는 감옥, 미국삼나무 벌목, 도시의 문어발 확장으로 인한 경이로운 자연의 유실. 네이팜탄, 핵탄두, 도시의 폭동을 진압하기 위한 경찰 장갑차. 텍사스 저격수 휘트먼의 소총, 연쇄 살인마 스펙의 나이프,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팔려고 폭력을 조장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것들은 모두 GNP에 합산됩니다. 하지만 다음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 시의 아름다움, 결혼의 힘, 대중 토론이 빚어내는 집단 지성, 공직자의 청렴. 재치와 용기, 지혜와 배움, 공감과 애국심. 이것들은 하나도 GNP에 합산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GNP에는 삶을 살아갈 만하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이로부터, 우리가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유를 제외하고 미국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10주 뒤 암살자의 총탄에 목숨을 잃고 마는 로버트 케네디는 이때 이미 성장을 측정하는 경제 지표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성장을 측정하는 GNP와 GDP 같은 경제 지표는 인간적 삶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그것에 반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1968년 3월 18일, 로버트 케네디는 사실상 진보의 의미를 다시 정의했다.

    모든 상품의 가격이 생태적 진실을 말하게 하라!

    칼레 라슨은 경제적 사유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진짜 비용"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모든 상품의 가격이 생태적 진실을 말하게 하자고 제안한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상품 가격에 환경 비용과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역으로 우리가 공짜로 쓰고 있는 이른바 생태계 서비스를 화폐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진짜 비용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자동차가 내뿜는 탄소의 환경 비용, 도로를 건설하고 보수하는 비용, 교통사고로 인한 의료 비용, 도시 확장으로 인한 소음과 불쾌감, 심지어 주요 유전과 송유관을 보호하는 군사 비용.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핀 공장의 사례를 들며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분업화의 힘을 찬양한 바 있다. 혼자서 핀을 만드는 모든 공정을 다 거쳐 핀을 만들 때보다 공정을 세분화해서 작업할 때 훨씬 더 많은 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현대적 등가물, 즉 분업을 통해 생산된 1회용 플라스틱 수저에서 애덤 스미스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통찰을 이끌어 낸다. "우리 사회는 밥 먹고 나서 숟가락을 씻는 것보다 땅속에서 석유를 뽑아내어 정유 공장에 운반하여 플라스틱으로 변환하고 적절히 성형하여 가게에 운송한 플라스틱 숟가락을 사서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놀라운 경지에 올랐다."
    이번에는 생태경제학자 코스탄자가 만들어 낸 "생태계 서비스"란 개념을 통해 자연이 공짜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의 가격을 매겨 보자.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 "빗물을 실험실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만들어 낸다면 얼마짜리 가격표를 붙여야 할까? 자연이 공짜로 제공하는 폐기물 처리장이 없다면 사람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어디로 가야 할까? 벌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면 수많은 작물을 수분시키는 비용은 누가 대야 할까?" 코스탄자에 따르면 지구는 토양 생성, 기후 조절, 수질 개선, 식량 생산, 폐기물 처리, 영양소 순환, 원료, 유전 자원, 침식 억제, 여가 활동, 주거지 제공 등 17가지 핵심 생태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한다. 코스탄자는 동료들과 함께 세계 곳곳의 환경 자료를 수집한 뒤에 지구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33조 달러로 추산했는데, 이는 당시 전 세계 GDP의 두 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중요한 점은 생태계 서비스 항목이 세계 경제의 장부에 기입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구는 한계를 초과하고 있다. 현재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할 경우 지구는 한 세대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50년 안에 세계 인구가 90억으로 늘고 인류의 1인당 자원 사용량이 부자 나라들과 같아지면, 사람들은 매년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자원의 약 8배에 이르는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 90억 인구가 미국식 식사를 하려면 4,500만 제곱킬로미터의 농지가 필요하지만, 지구상의 전체 농지 면적은 1,400만 제곱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수자원과 물고기, 광물, 석유, 가스, 그리고 온실 효과 등과 관련한 온갖 수치들은 현재의 물질적 생활수준을 미래에도 지속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라슨은 다음 세대 경제학자들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경제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계산하고 반영하여 모든 상품의 가격이 생태적 진실을 말하는 것."

    추천사

    [문화 유전자 전쟁]은 중역 회의실에 던져진 화염병이다.
    - [캘거리 헤럴드]

    [애드버스터스]지와 이 잡지의 편집장 칼레 라슨은 늘 [점령하라] 운동과 같은 자본주의에 대한 국제적 저항 운동의 최전선에 있어 왔다. 그들의 신간 [문화 유전자 전쟁: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는 자신들의 논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깜짝 놀랄 만한 이미지들을 사용하고 있다.
    - [가디언]

    [문화 유전자 전쟁]에 실려 있는 글들은 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흥미롭다. 이 책은 경제학 책이 저술되는 방식과 교수되는 방식, 그리고 상품의 생산과 유통 방식 등을 계속 비판하면서 우리를 경제학에 대한 기존 접근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도록 이끈다. 때론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때론 선견지명을 드러내는[문화 유전자 전쟁]은 주류 언론이나 경제학부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세계 경제와 환경, 사회 문제들을 다루는 일단의 뛰어난 저술가들을 한데 모았다.
    - [리터러리 리뷰 오브 캐나다]

    [문화 유전자 전쟁]은 현대 경제가 제시하는 개념들과 그 개념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도전하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필독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습득하기 위한 교과서다.
    - [스트레이트닷컴]

    [문화 유전자 전쟁]은 전통 경제 이론을 둘러싸고 있는 암부(暗部)를 탐색하는 단어들과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반(反)교과서다.
    - 데이비드 오럴 / [경제학 혁명]의 저자

    목차

    1. 경제학의 알맹이를 차지하려는 투쟁
    2. 잃어버린 패러다임
    3. 궤변
    4. 비주류를 만나다
    5. 생명 경제학
    6. 심리 경제학
    7. 캠퍼스에서 펼쳐지는 문화 유전자 전쟁
    8. 선구자들
    9. 2017년
    10. 새로운 미학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앞으로 경제학을 공부하려면 길은 두 가지다. 첫째, 명백한 모순을 죄다 무시하고 현 상태를 받아들인다. 낡은 패러다임이 앞으로 몇십 년은 더 목숨을 부지하기를, 그 안에 자신이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가슴에 성호를 긋는다. 둘째, 처음부터 비주류 편에 선다. 선동가, 밈 전사, 점령가가 되어 교내 게시판에 저항적 대자보를 붙이고 강의 시간에 교수에게 공개적으로 도전하며 패러다임 전환에 여러분의 미래를 거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쓴 서문' 중에서/ p.27)

    아메리칸 드림은 꿈을 이룬 자마저 배신했다. 직장에서는 과로에 집에서는 외로움에 시달리고, 자연과 문화가 파괴되는 것에 둔감해졌다고는 하나 무의식적으로는 고통을 느끼고,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끊임없이 소비하고 재산을 긁어모으는 불쌍한 신세다. [내가 물건 팔려고 이 땅에 태어났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삶의 목표인가? 숫자나 늘리는 것이?] 살아 있는 우리 지구의 인간, 숲, 물, 온갖 생물과 무생물을 파괴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1장 경제학의 알맹이를 차지하려는 투쟁' 중에서/ p.78)

    인류가 역사상 유례없는 티핑 포인트에 접어들어 지구의 미래가 경각에 달렸다고 느낀다면 어떤 관점에서 경제학을 바라보아야 할까? 우리는 스스로를 지구의 위기에 대처할 채비를 갖춘 지구별 청지기로 생각하는가? 지구별을 위해 문화 유전자 전쟁을 펼칠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면 라떼 거품이나 쪽쪽 빨고 있을 텐가?
    ('2장 잃어버린 패러다임' 중에서/ p.85)

    경제학자들은 규범과 동기를 모형에 다시 추가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나름의 견해가 있고, 그 견해에 부응하여 살 때 비로소 행복해집니다. 그런데 경제학 교육 현장에서는 소비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이, 소비자가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경제가 성장할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모형에는 결함이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규범과 동기를 누락함으로써 그 결함에 한몫했습니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이 되었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입장을 가지고, 그러한 생각을 실행에 옮길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4장 비주류를 만나다' 중에서/ p.163)

    꽉 막힌 도로에서 휘발유를 허비하고 배기가스에 콜록거리다 결국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교통 체증은 GDP에 기여한 셈이 된다. 교통사고가 나서 차가 박살 나고 보험료가 인상되고 거기다 사고 때문에 심각한 교통 체증이 일어난다면 GDP는 훨씬 증가할 것이다. 부상을 입어서 몇 주 동안 입원해야 한다면 GDP는 더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날 아침에 값비싼 이혼 수속을 밟고 저녁에 집이 화재로 내려앉아 법률 비용이 발생하고 보험금을 받고 가재도구를 새로 샀다면 GDP 관점에서는 최고의 하루일 것이다. 만세!
    ('5장 생명 경제학' 중에서/ p.217)

    우리가 쿤에게서 배워야 할 교훈은 경제학이라는 과학에서 진정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바란다면 안락한 상아탑을 박차고 나와 밈 전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과를 점령하라. 강의를 방해하고 동맹 휴업을 벌이고 강의실 복도를 포스터와 선전문으로 도배하고 교수 연구실 문에 성명서를 붙여라. 교내 신문과 라디오에서 교수들의 이론을 조롱하라. 시국 토론회를 조직하여 학내의 모든 구성원 앞에서 숲과 물고기, 기후 변화, 생태계 붕괴를 거시 경제 모형에 반영하라고 요구하라. 다음 세대의 정책 입안자들을 길러 내는 책임을 맡은 교수들이 [진보를 어떻게 측정하나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지 뒷걸음질 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죠?], [알지도 못하면서 칠판의 그 내용에 대해 어떻게 그토록 확신하시죠?] 같은 가장 근본적 물음에도 대답할 수 없음을 대중에게 인식시키라.
    ('7장 캠퍼스에서 펼쳐지는 문화 유전자 전쟁' 중에서/ p.273)

    저자소개

    칼레 라슨(Kalle Las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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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상업 광고의 패러디 광고로 유명한 [애드버스터스]지의 창립자이자 편집장.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를 처음으로 제안하고 이 시위를 전 세계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린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차 세계 대전 종전 무렵 에스토니아에서 태어나 독일 난민 수용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라슨은 가족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해 청년 시절을 보낸 후 1960년대 말 일본에서 시장조사 전문 회사를 차려 큰돈을 벌고, 캐나다로 이민해 다큐멘터리 제작자로도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한순간의 강렬한 감정은 라슨을 전혀 다른 삶의 방향으로 몰아간다. 라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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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드버스터스(Adbuster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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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상업 광고를 뒤틀고 뒤집는 패러디 광고로 유명한 비영리 격월간지로,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표방하고 있다. 이름 자체가 [광고 파괴자]라는 뜻을 가진 이 잡지는 광고 없이 오로지 독자들의 구독료와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발행 부수는 7만부다. 2011년 7월 9만 명에 이르는 이 잡지의 국제 네트워크에 [9월 17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라는 내용의 전자 메일을 보내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를 촉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캐나다 밴쿠버의 일반 주택가에 자리 잡은 이 잡지의 구독자 중에는 한국인도 몇 명 있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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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 《대중문화의 탄생》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 《위대한 호수》 《당신의 머리 밖 세상》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등의 책을 한국어로 옮겼다. 홈페이지(www.socoop.net)에서 그동안 작업한 책들의 정보와 정오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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