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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양장]

원제 : 芽むしり仔 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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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야만의 시대, 우리가 잊고 있던 그것!
    극한의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잊지 않고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첫 장편,
    거장 탄생의 순간을 지금, 다시, 본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세계문학의 거장이자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으로 칭송받으며, 여든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작품을 발표하고, 탈핵 운동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반대 운동 등 꾸준히 사회 참여를 하고 있는 오에 겐자부로. 이 세계문학의 거장이 23세 때 발표한 첫 장편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아마도 일본 현대 작가 가운데 오에만큼 화려하게 성공적으로 문단에 데뷔한 작가도 찾기 힘들 것이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문학평론가들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으며 [사육(飼育)] 으로 권위 있는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을 때 작가는 대학 재학 중이었고 이는 역대 최연소(23세) 수상으로 기록된다. 신예작가로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 1958년 무렵, 오에는 본격적인 창작의 길로 접어들면서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첫 장편소설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芽むしり仔?ち)] 를 비롯해 두 권의 단편집 [죽은 자의 사치(死者の奢り)] [보기 전에 뛰어라(見るまえに跳べ)] 등,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잇달아 분출하듯 발표했다. 일련의 초기 작품들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실존의 문제를 밑바탕에 깔고 있으며, 일본 전후 문학의 계승자로서의 출발점을 확인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작가 오에는 스스로를 ‘전후 민주주의자’로 칭한 바 있으며 전후파 작가답게 전쟁 체험과 그 후유증을 소재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응시하는 사회 비판적인 작품을 많이 썼다. 특히 이 작품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는 지금까지도 상당한 애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초기 걸작으로서 저항의식과 인류애를 품은 작가의 본령이 드러나는 작품이며, 작가 자신도 여전히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작품으로 오에의 문학에 다가가는 첫 관문으로서 가장 적합한 작품일 것이다.

    "이 소설은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년 시절의 기억을 괴로운 것부터 감미로운 것까지 솔직한 형태로 이 소설의 이미지들 안에서 해방시킬 수 있었다. 그것은 쾌락적이기도 했다. 이제 소설을 쓰면서 쾌락을 동반한 해방을 느끼는 일은 없다."
    - 오에 겐자부로

    어른들의 부끄러운 타화상
    집단적인 광기와 살인의 시대였던 태평양전쟁 말기, 감화원 소년들은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하고 산골짜기 벽촌에 맡겨진다. 그러나 전염병의 징후가 감돌자 마을 사람들은 소년들을 버려두고 피난을 간다. 버려두고 떠났을 뿐만 아니라 소년들을 통해 전염병이 번질까 봐 마을을 폐쇄해버린다. 감화원에서, 또 어디를 가든 사회의 감시 속에서 살던 소년들이지만, 이제 갓 십대가 되었거나, 십대 중반에 들어선 어린 소년 15명은 자신들을 억압하던 어른들이 없는 마을에서 해방감보다 불안감과 공포를 먼저 느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남겨진 피난민 여자아이, 조선인 부락의 소년 그리고 살인이 싫어 탈영한 군인. 세상과 사회, 이웃으로부터 철저히 내쳐지고 부정된 존재들은 굶주림, 절망, 공포 속에서도 함께 그들만의 세계를 꾸려간다. 그러나 순수한 인간애와 의리로 만들어가는 소소한 행복은 결국 시한부일 수밖에 없는데......

    세속적인 인간관에서 신과 대척점에 있는 인간은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존재, 동물적인 욕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존재이다. 이렇게 나약한 존재이기에, 인간은 더 잔인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이 드러나는 극한의 상황은 시공을 떠나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상처받고 피해 입는 이들은 어린아이들, 사회적 약자들이다.
    어른들은 자신들과 자신들의 아이들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감화원 소년들에게 전염병으로 죽은 사체들을 매장하게 하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환자와 소년들을 버린다. 그들에게 소년들은 인간으로서 대접받지 못한다. 하지만, 정작 버림받은 이들은 인간이기에,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인간애로 버려진 소녀와 음식을 나눠 먹고, 병이 났을 때 간호하고, 우정과 의리로 서로를 돌본다. 주인공 ‘나’의 일인칭 시점으로 극단적인 상황을 차분히 전개해나가는 이 소설은 십대 소년인 주인공의 시선으로 본 어른들의 부끄러운 타화상이다.

    저항의식과 인류애를 품은 작가의 본령이 드러난다
    소년들이 애써 일궈낸 그들만의 왕국에 마을 사람들이 다시 복귀하면서 자유로운 축제의 나날은 곧 파국을 맞이한다. 첫사랑에게 발병한 전염병, 좌절감에 떠나버린 동생, 마을 사람들의 협박과 굶주림에 못 이겨 결국 등을 돌리는 동료들의 배반, 이러한 상황은 어린 주인공 ‘나’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촌장이 내미는 달콤한 회유에 고개를 내저으며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러한 소년의 행동은 어른들의 규범 권력과 세상의 드높은 ‘벽’에 맞선 저항과 비판의식으로 연결된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에서는 ‘갇힌 상황 속의 좌절’이라는 경향이 짙은 데 비해, 이 소설은 비록 패배할지라도 자유를 향해 목숨을 거는 강렬한 의지로 매듭짓고 있다. 어둠의 숲 속을 내달려 ‘외부’로 탈출하려는 ‘나’의 의지에서 이후 오에 문학이 추구하는 바를 암시하는 의미 있는 신호로 보인다.

    "우리는 당신의 마을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어. 그리고 전염병이 유행할지도 모르는 마을에서 우리끼리만 지냈어. 그러고는 당신들이 돌아와 우리를 가두었지. 난 그걸 입 다물고 있진 않겠어. 우리가 당한 일, 우리가 보아온 걸 전부 말할 거야. [......] 그걸 나는 말할 거야. 입 다물고 있진 않겠어."
    (/ p.223)

    "난 아무한테도 버림받지 않았어."
    사회에서 아무 쓸모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려진 아이들, 이 아이들은 가족에게 버림받고 산골짜기 마을로 소개되는 과정에서도 "기묘하게 자랑스러워하며 굴욕적인 여행을 출발한다." 이는 이 어린 존재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자존심이었으리라. 전쟁이 났는데도 자신을 찾아가지 않는 부모님, 마을 사람들이 자기들만 살겠다고 야반도주하여 남겨진 뒤에도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은 버림받지 않았다"고 "우린 마을을 지배하고 소유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너무나 오랜 시간 소외당하고 내쳐진 존재들.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버려지는 고통이 아닐까......
    하지만, 이들은 이상한 전염병의 징후가 감도는 마을에 버려지고 갇힌 상황에서도 소외된 자들끼리 함께 어우러지고 공생한다. 사랑과 우정, 해맑은 동심 가득한 의리 어린 장면들의 문체는 ‘갇힌’ 존재들의 음울한 현실을 망각하게 할 만큼 생기가 넘치고 발랄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전해줄 것은 무엇인가? 아이와 책임 있는 어른의 중간 단계에 있던 20대 초반의 오에는 사회에 역설하고 싶었으리라. 극한의 상황에서 어른들은 핑계를 대고 인간 본연의 가치를 잊어버리지만, 인간의 도리,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저항의식, 사랑, 의리는 어떠한 순간에도 지켜져야 할 가치라는 사실을.

    목차

    제1장 도착
    제2장 최초의 작은 작업
    제3장 엄습하는 전염병과 마을 사람들의 퇴거
    제4장 폐쇄
    제5장 버려진 사람들의 협력
    제6장 사랑
    제7장 사냥과 눈 속의 축제
    제8장 느닷없는 발병과 공황
    제9장 마을 사람들의 복귀와 병사의 도살
    제10장 심판과 추방

    옮긴이의 말 세상과 단절된 아이들의 유토피아

    본문중에서

    살인의 시대였다. 지루한 홍수처럼 전쟁이 집단적인 광기를 인간의 정념 구석구석에, 몸의 빈틈없는 구석구석에, 숲이며 도로, 하늘에 범람시키고 있었다. [......]
    거리에서 미치광이 어른들이 광분하고 있던 그 시대에, 온몸의 피부가 매끌매끌하고 밤색으로 빛나는 솜털밖에 없는 이들, 대수롭지 않은 악행을 저지른 이들, 그중에 비행소년이 될 경향을 지녔다고 판정되었을 뿐인 이들을 줄곧 감금하는 기묘한 정열이 있었다는 사실은 기록해둘 만하리라.
    [......] 그 살인의 시대, 광기의 시대에 우리네 아이들만이 긴밀한 연대를 조성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였는지도 모른다.
    (/ pp.14~16)

    우리는 출발 이후 지칠 줄 모르는 탈주 시도를 반복했고, 마을들, 숲, 강, 밭의 구석구석에서 악의에 불타오르는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혀 거의 초주검이 되어 끌려 되돌아왔다. 먼 도시에서 온 우리들에게 마을은 투명한 고무 재질의 두꺼운 벽이었다. 그곳을 기어들어가 봤자 이윽고 질질 끌려나와 떠밀쳐진다.
    (/ p.17)

    그리고 한밤중에 오래도록 고통을 겪어온 동료가 죽었다. 그때, 우리는 불현듯 눈을 떴다. 그것은 격렬한 소리나 갑작스런 존재감에 자극받았다기보다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원인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들 옅은 잠의 무리 중에서 희미한 소리 하나가 사라지고 존재 하나를 잃었다. 이처럼 기묘하고 이질적인 느낌이 우리를 똑같이 사로잡았다.
    (/ p.63)

    우리는 팔을 축 늘어뜨리고 슬슬 아파오는 목으로 소리 지르는 걸 그만두었다. 우리는 이해했다. 그 남자가 궤도를 따라 건너편 기슭으로 향하는 절망적인 모험심에 가득 찬 이들을 지켜보기에 딱 좋은 위치로 옮겼다는 것을. 우리를 거부할 작정으로 바리케이드가 세워지고 게다가 문지기까지 세워놓았다는 것을. 우리가 그만 갇혀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 pp.82~83)

    마을 안쪽에서는 버려진 사람들과 매장되지 못한 시신이 더러는 잠들고 더러는 불면에 괴로워하고, 마을 바깥에서는 악의로 가득한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 p.98)

    "너 이름이 뭐야?" 하고 나는 허둥대며 말했다. "응?"
    "리(李)." 소년은 자신의 뺨에 연거푸 떠오르는 미소를 얼버무릴 셈으로 고개를 숙이고, 맨발에 신은 짚신 발부리로 부드러운 흙무더기의 경사진 곳에 이름을 써 보였다.
    "으응." 나는 목구멍 깊숙이에서 애매한 대답을 했는데, 사실 소년이 그리는 선이 만들어내는 글자 하나의 아름다움에 감동받았다. "리."
    (/ pp.110~111)

    궁지에 몰린 우리들 사이에 굳은 결속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 어둡고 차가운 눈을 죽은 눈꺼풀로 덮은 사람들, 이미 다리며 가랑이 사이의 은밀한 부분에 구더기가 힘차게 꿈틀거리는 사람들이 팔과 다리를 구부리고 누워 있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발치에서 날아오르는 새 같은 공포를 일으켰으나 아직은 골짜기 저편, 바리케이드 뒤로 엽총을 그러안고 우리를 거부하는 어른들, 외부의 비열한 어른들보다는 우리에게 더 가까웠다. 밤이 와도 누구 하나 우리를 부르러 죽음의 거리에서 달려 나오는 상냥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입을 꾹 다문 채 참으로 오랫동안 흙을 계속 밟아 다졌다.
    (/ p.115)

    눈, 나는 태어나서 지금껏 이토록 풍성하고 호사스런 눈을 본 적이 없다. 작은 새들이 요란하게 지저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외의 모든 소리를 두툼한 눈의 층이 죄다 흡수하고 있었다. 새들의 지저귐과 거대한 정적. 나는 드넓은 세계에서 외톨이였다. 그리고 사랑이 갓 태어난 참이었다. 나는 쾌락에 찬 신음 소리를 내고 몸을 움찔 흔들었다.
    (/ p.144)

    "우리 앞으로 쭉 여기 있자. 오래오래, 지금처럼."
    "나도 너도,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어른이 되고 말 거야" 하고 나는 말했다.
    그러나 나 자신도 이제는 동생과 마찬가지로 이 눈에 둘러싸인 토방에서 오래도록 삶을 보내기를 간절히 소망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우리에게는 모든 출구가 닫혀 있었다. 달리 무엇을 바랄 수 있었겠는가. 나는 간밤의 굴욕이 되살아나려는 것을 힘껏 떨쳐냈다.
    (/ p.148)

    우린 마을을 지배하고 소유하고 있었어, 하고 나는 불쑥 몸을 부르르 떨며 생각했다. 마을 안에 감금되어 있었던 게 아니라 우리가 마을을 점령하고 있었다. 그런 우리의 영토를 우리는 저항 한 번 못한 채 마을 어른들에게 고스란히 내어주고는 헛간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 p.203)

    "우리는 당신의 마을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어. 그리고 전염병이 유행할지도 모르는 마을에서 우리끼리만 지냈어. 그러고는 당신들이 돌아와 우리를 가두었지. 난 그걸 입 다물고 있진 않겠어. 우리가 당한 일, 우리가 보아온 걸 전부 말할 거야. [......] 그걸 나는 말할 거야. 입 다물고 있진 않겠어."
    (/ p.223)

    "알아? 너 같은 놈은 어릴 때 비틀어 죽이는 편이 나아. 칠푼이는 어릴 때 해치워야 돼. 우린 농사꾼이야, 나쁜 싹은 애당초 잡아 뽑아버려."
    (/ p.228)

    저자소개

    오에 겐자부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5
    출생지 일본 남부 시코쿠의 에히메 현
    출간도서 32종
    판매수 5,924권

    1935년 일본 남부 시코쿠의 에히메현에서 일곱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다. 도쿄 대학교 불문과 재학 중인 1957년에 〈기묘한 일〉을 대학 신문에 발표해 일본 문단의 찬사를 받았고, 1958년에 〈사육〉으로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1967년 《만엔 원년의 풋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1973년 《홍수는 나의 영혼에 이르러》로 노마 문예상, 1982년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들》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고, 1994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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