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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큰글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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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 책의 원전은 니나 아우어바흐와 데이비드 스칼이 편집하고 노턴 출판사에서 출간한 [드라큘라(Dracula)](1997)이며, 원문의 6분의 1정도를 발췌해서 번역했습니다.

[드라큘라]는 고딕소설과 현대적 추리소설의 요소를 동시에 갖춘 작품으로써 도시 고딕소설(Urban Gothic)이라 할 수 있다.
고딕소설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에 유행했던 문학 장르로서, 영화의 스릴러나 미스터리처럼 독자에게 공포와 전율을 안겨주는 소설이다. 고딕풍의 중세 성을 배경으로 의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유령이 출몰하기도 한다. 월폴의 [오트란토의 성(The Castle of Otranto)](1764)을 비롯해서 래드클리프의 [우돌포의 괴기(The Mysteries of Udolpho)](1794)와 M. G. 루이스의 [수도사(Ambrosio or the Monk)](1795)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인 고딕소설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신비하고 초자연적이며 괴기한 사건을 다루는 소설들이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과학적이면서 합리적인 세계관이 일상의 질서로 자리를 잡아가는 19세기를 전후해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빅토리아 사람들에게는 탈주술화된 과학적인 세계관은 조건 없는 축복은 아니었다. 예컨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1859년에 출판되면서,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인간의 지위가 침팬지 후손으로 격하되지 않았던가. 당시의 독자들은, 근대화 물결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나는 ‘주술적 세계’에 대한 낭만적인 향수를 고딕소설을 통해서 달랬던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이거나 확률적인 예측이 가능하며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어쩌면 너무나 무미건조한 일상 세계에 초자연적인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던 것이다. 이 점에서 당시 고딕소설의 독자들은, 안락한 소파에 파묻혀서 폭력이나 범죄 영화를 즐겨보는 현대인과 닮았다.
그러나 전통적인 고딕소설과 달리 [드라큘라]의 주된 배경은 중세가 아니라 19세기, 특히 문명화와 산업화의 첨단을 달리는 영국이다. 작품 도입부에서만 전통 고딕소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길 따름이다. 악령의 존재를 믿는 미신적이며 미개한 트란실바니아의 주민들, 이리와 늑대 떼가 울부짖는 야성적인 자연, 드라큘라 백작의 낡은 고딕풍 성, 피의 식사를 즐기는 흡혈귀 등에 대한 묘사는 일반적인 고딕소설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드라큘라가 피를 통해서 영국을 식민화시키기 위해 은신처인 성을 떠나 빅토리아 시대 런던에 발을 내딛는 순간 상황은 반전한다. 그는 곧 19세기 후반의 기술문명에 포위된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와 전보, 현대식 병원, 타자기, 속기술, 축음기, 권총 등을 제외하고서는 서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드라큘라]의 세계는 근대적인 과학기술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전통적인 고딕소설과 달리, 스토커의 작품은 신비하고 주술적인 고대와 과학적이고 탈주술화된 근대가 대결하는 구도를 가지게 된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이미 파커의 일기를 통해서 그러한 주제가 예시되고 있다. “내가 착각한 게 아니라면 먼 과거의 세상은 우리의 현대가 제거할 수 없는 그 자체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큘라]에 고딕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가 동시에 내재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그러한 질문과 무관하게 논의되거나 이해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라큘라]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면서 성찰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텍스트다. 흔히 그러하듯이 단순히 흥미 위주의 대중적인 고딕소설로서 치부하기에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깊이 배어 있다.

우선 [드라큘라]는 여러 화자들의 일기와 서한문, 전보 등으로 구성된 복합적인 텍스트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브램 스토커는 자신의 텍스트를 조너선 하커를 비롯해서 그의 부인 미나, 수어드 박사 등 모든 주요 등장인물의 공동작품으로, 즉 그들의 일기와 편지 등의 자료가 사건과 날짜에 따라서 정돈되고 배열된 종합적 구성물로서 제시했다. 그러한 공동작업의 조건은 물론 각자 작성한 방대한 분량의 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 속의 모든 인물들은 무엇인가를 기록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쓰고 또 쓴다. 가령 조너선 하커는 일촉즉발의 순간에도 아까운 시간을 쪼개서 일기를 쓴다. 강박증 환자처럼 그는 쓰지 못하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한다. 미나도 마찬가지다. 잠을 못 이루며 뒤척이는 밤에도 그녀는 ‘이제 자야겠다’라고 일기장에 쓰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행동하기 전에 미리 공책에 행동의 윤곽을 적어놓아야 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들은, 내밀한 마음의 창을 열고 자신과 홀로 대화를 나누는 가장 은밀한 시간에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일기를 쓴다. 예를 들어, 흡혈귀 여자에게 성적 자극을 받았던 하커는 나중에 미나가 그 사실을 읽게 되면 오해하지 않을까 자문하면서도 그것을 일기장에 적어놓는다. 일기는 자신을 위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타인에 대한 소통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강박적으로 끊임없이 기록하는 태도는 근대성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등장인물들은 절대로 사건에 자기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지 않는다.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사건 속에서도 의식과 검열의 시선을 절대로 놓지 않는다. 그들의 자아는 사건이나 경험과 완벽히 일치하지 않으며, 양자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단애가 가로놓여 있다.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쓰기 위해서 주체는 자기 자신을 마치 타인처럼 대상으로 세워놓고 멀찌감치 바라봐야 한다. 쓰기 위한 조건은 그러한 관조의 태도, 자기 성찰의 태도, 자신으로부터의 균열과 소외다. 일기를 쓰는 순간 하커와 미나는 자신을 돌이켜보면서 반성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반성하는 주체로서의 하커와 반성되는 대상으로서의 하커가 있다. 영어 ‘reflection’은 한편으로는 반성, 다른 한편으로는 거울이나 물 표면에 비친 이미지로서의 반영과 그림자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지 않으면 자신의 얼굴 생김새가 어떠한지, 얼굴에 무엇이 묻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입술에 고춧가루가 묻어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편안하게 일상 활동에 임할 수 있다. 그러나 하커와 미나와 같은 근대인은 이렇게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없는 유형이다. 그들은 거울에 끊임없이 자신을 비춰보면서 혹시나 모자람이 있는지, 혹시 주름살이 하나 더 늘었는지 마음을 졸인다. 거울을 보지 않을 때에도 내면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며 되새김질해야 한다. 관조와 반성의 끈을 놓아버리는 순간에 그들의 정체성은 사라지는 듯이 보인다. 그들이 끊임없이 자신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전근대적인 세계에서 근대로 침입한 드라큘라는 절대로 자신을 반성하거나 후회하지 않으며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다만 철저하게 자신의 욕망을 추구할 따름이다. 선이든 악이든, 성공이든 실패든, 상관하지 않으며 장애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대상으로 세워놓고 바라보며 관조하지 않는다. 그의 자아는 바라보는 주체로서의 자아, 그리고 보이는 대상으로서의 자아로 이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거울을 보지 않을 뿐 아니라 거울에 비치지도 않으며 그림자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한 무(無)반영성과 무(無)반성성이 그의 정체이며 특징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에서 사람들은 그의 정체를 짐작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무조건 자기 욕망에 탐닉하는 드라큘라와 달리, 하커를 비롯한 근대인들은 의무론적이고 윤리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드라큘라가 ‘하고 싶다’는 욕망의 목소리에 따라 행동한다면, 근대인들은 ‘해야 한다’는 의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한동안 의기소침했던 하커는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를 수행하는 순간에 삶의 의미와 기쁨과 긍지를 느끼며, 미나도 남편을 보필하고 돕는 헌신적인 행동에서 만족을 찾는다. 루시에게 구애했지만 실연을 당한 수어드 박사는 그녀와 그녀의 약혼자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면서 만족을 느낀다. 드라큘라 사냥에 나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들의 좌우명은 본능의 즉각적인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무론적 세계에서 남녀의 성적인 충동이나 만족은 거부되어야 한다. 도덕적으로 근엄하고 순결을 강조했던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남녀의 자유로운 성적 만족을 금기시했다. [드라큘라]에서 미나와 루시는 물론이고 하커와 수어드 박사를 비롯해서 모든 등장인물들은 성적 욕망을 아예 무시하는 듯이 보인다. 결혼한 조너선과 미나도 부부라기보다는 친구로 보일 정도로 애정 표현을 하지 않으며, 성적인 사랑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의 의무가 부부 관계의 전부인 듯이 보인다. 반면에 드라큘라와 흡혈귀는 지극히 성적이며 관능적이고 육감적이다. 그들은 성에 대해 몸을 사리거나 경계의 태도를 보이거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성적 만족은 갈증을 달래듯이 너무나 자연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들은 사랑하듯이 먹고, 음식을 먹듯이 사랑하며, 음식을 탐하듯이 성을 탐한다. 흡혈하는 행위가 곧 사랑의 행위이며, 사랑의 표현이 곧 흡혈이기 때문이다. 드라큘라의 성에서 조너선이 마주쳤던 세 명의 여자 흡혈귀는 그를 보면서 관능적으로 입맛을 다시고 성적으로 흥분한다. 루시와 미나의 피를 취했던 드라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근대인들의 엄격한 성 윤리는 드라큘라의 등장과 더불어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그가 빅토리아인들이 물샐 틈 없이 자물쇠로 단단히 채워놓았던 성적 욕망의 창고를 활짝 열어젖혔기 때문이다. 루시의 변모가 단적인 증거다. 백합처럼 순결했던 루시는 드라큘라에게 흡혈을 당한 이후로 점점 관능적이 되고 성적으로 대담한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나중에 흡혈귀로 변모한 그녀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도 육감적이며 성적으로 자극적이다. 순결하고 소극적이어야 했던 여성이 남성들보다 더욱 적극적이며 대담하게 바뀌기 시작하는 것이다. 남자 주인공들에게 여성의 이런 변모는 끔찍한 일이었다. 그들은 성적으로 대담한 여자를 용납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여자는 건강한 사회를 위협하는 악성 종양, 요부(femme fatale)로서 제거되어야 마땅했다.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여성은 그렇지 않아도 성적인 강박에 시달리는 남자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비부인>이나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과 같이 화류계 여성이 등장하는 오페라나 [나나]와 같은 소설은 여주인공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도록 플롯을 짜야 했다. 그래야 남성 관객들은 불안을 털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 헬싱 일행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너희들이 사랑하는 여자들은 이미 나의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하며 영국의 여성을 유혹하는 드라큘라의 침입을 저지해야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적극적인 여성을 경원시했던 빅토리아 시대 남자들의 성 윤리는 미나의 운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텍스트를 읽어나가면서 독자들은 미나가 진취적이며 적극적이고 용감할 뿐 아니라 강한 지도력을 소유한 신세대 여성이라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된다. 그녀가 정리하고 편집하고 작성한 자료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반 헬싱 일행은 드라큘라의 정체를 쉽게 파악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전개되는 가운데 중요한 대목에서 언제나 그녀의 판단과 결단은 빛을 발한다. 그럼에도 드라큘라 사냥이 본격화되는 지점에서 남자들은 그녀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팀에서 제외해 버린다. 연약한 여자에게 위험을 무릅쓰도록 하는 것은 기사도 정신에 어긋난다면서, 작전 회의에도 참석을 금하고 그들의 활동 일체를 비밀에 부친다. 그녀를 따돌리는 것이다. 그렇게 팀으로부터 배제되면서 그녀는 무방비 상태로 드라큘라의 손아귀에 놓이게 된다. 남성들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기사도 정신이 그녀를 드라큘라의 손에 넘겨준 셈이다.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은 세상의 물정을 모르는 집안의 천사로서 가정에만 머물면서 남편을 내조해야 한다는 관념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한 가부장적 억압에 짓눌려서 자신의 재능과 꿈을 접고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실의에 빠져 살았던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미나도 드라큘라 사냥단의 일원으로서 용감하고 당당하게 모험에 참여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남성들의 반발이 두려워서 감히 자신의 뜻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 없었다. 드라큘라는 그와 같이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허점을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갔다고도 할 수 있다.

앙드레 말로가 ‘현대에 창조된 유일한 신화’라고 격찬한 소설이 출간되었다. 빛을 싫어하며, 피를 탐하고, 창백한 피부와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눈동자. 이 어둠의 존재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매료시켜 왔다. 수많은 영화와 연극으로 각색되었던 환상 문학의 고전 [드라큘라]의 원작을 즐길 수 있다.

목차

해설
지은이에 대해

드라큘라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Your girls that you all love are mine already, and through them you and otherd shall be mine--my creatures, to do my bidding and to be my jackals when I want to feed.

너희들이 사랑하는 여자들는 이미 내 것이 되었다. 그 여자들로 인해서 너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나의 소유물이 될 것이다. 나의 명령에 복종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노예가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브램 스토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47~1912
출생지 아일랜드 더블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본명은 에이브러햄 스토커입니다. 1847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을 졸업한 뒤 런던의 리세움 극장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세계를 여행하며 작품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1897년, 흡혈귀 전설에서 착안한 작품 《드라큘라》를 발표하여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 소설은 오늘날에도 흡혈귀 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힙니다. 1912년 4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년월일 -
출생지 정읍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정읍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에서 영문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몸문화연구소 소장이다. [타자로서의 몸, 몸의 공동체], [근대적 몸과 탈근대적 증상]를 비롯한 다수의 저서와 역서,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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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 시리즈(총 282권 / 현재구매 가능도서 18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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