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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시선 (큰글씨책)

원제 : Wiersze Wybrane Zbigniewa Herber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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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Zbigniew Herbert, 1924∼1998)는 시인이자, 희곡작가,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폴란드의 대표적인 문인이다. 그는 폴란드 현대사의 슬픈 자화상을 작품 속에 생생하게 투영한 역사의 증인이었으며, 단순 명료한 고전주의의 틀에 낭만주의적인 열정을 담아낸 역설적인 시인이었고, 사라져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일깨우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하며 자신의 시와 삶을 온전히 하나로 완결한 엄격한 모럴리스트였다.
    헤르베르트는 현실에 내재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진단하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형식과 문학적 장치들을 동원해서 독자들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한다.

    헤르베르트의 작품 속에는 폴란드 현대사의 험난한 질곡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戰時)에는 대학살의 현장으로, 전후에는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소련의 위성국가로 변혁을 거듭했던 폴란드의 시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헤르베르트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과 소비에트 전체주의의 체험은 헤르베르트의 초기작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본문에 수록된 [판 코기토의 사자(使者)], [각성], [단추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집단 학살이나 아우슈비츠 수용소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대부분의 동료 작가들과는 달리, 헤르베르트는 개인에게 닥친 개별적인 죽음과 그 잔혹한 결말의 불합리성과 허무함에 주목한다. [포위된 도시에서 온 보고서]나 [천국에서 온 보고서], [판 코기토의 나락], [판 코기토의 괴물] 등은 개인의 인성과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엄정한 비판 의식이 담긴 작품들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전체주의 체제의 도구로 전락한 채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약한 폴란드 소시민을 암시한다. 언론인 아담 미흐니크(Adam Michnik)는 헤르베르트의 시에 함유된 역사적 소명의식을 강조하면서, 헤르베르트의 시는 1970년대와 1980년대 폴란드인들에게 기도문이나 다름없었고, 그의 시에 등장하는 ‘판 코기토(Pan Cogito)’는 험난한 시기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켜 주는 길잡이였다고 평가했다.
    ‘판 코기토(Pan Cogito)’는 1970년대∼1980년대 폴란드 문단에서 전설이 되어 버린 가장 유명한 주인공이다. 폴란드어로 ‘판(pan)’은 남자 귀족 이름 앞에 붙이는 호칭으로 영어의 ‘Sir’에 해당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데카르트의 명제에서 유래한 ‘코기토(Cogito)’라는 명칭은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의미한다. 코기토는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투철한 도덕관을 소유한 윤리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사색에 잠긴 몽상가이자 철학가다. 헤르베르트의 시에서 판 코기토는 주인공이면서 내레이터이기도 하고, 때로는 해설자나 비평가로 등장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헤르베르트의 코기토가 지닌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가 바로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점이다. 판 코기토는 형이상학적인 문제보다는 실생활과 연관된 구체적인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사색에 잠긴다. 하지만 명상의 결과를 가지고 섣불리 이론을 내세우거나 도식화하는 일은 결코 없다. 단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관에 입각한 존엄한 명제들을 선명하게 부각하고, 그것을 지켜 나가는 강인한 의지와 노력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헤르베르트의 시는 그의 조국인 폴란드에서조차 현학적이고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시인은 사물과 대상의 존재가치를 인간의 의식에 대한 도전이자 인간의 감각을 시험하는 일종의 수수께끼라는 점에서 찾았다. 폴란드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스타니스와프 바란차크(Stanisław Baraniczak)는 헤르베르트의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해외에서 헤르베르트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획일적이면서 단순화된 한계를 보여 주는데, 그 이유는 외국어로 출판되는 과정에서 번역하기 쉬운 작품에 편중되어 소개되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헤르베르트의 시를 국내 최초로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동시에 폴란드어 전공자로서 행복한 도전이기도 했다.
    폴란드어 원문에 담겨 있는 압축적인 운율과 각운의 묘미를 언어 체계가 다른 한국어로 고스란히 재현해 내지 못해 안타깝지만, 대신 시 속에 담겨 있는 철학적인 고민이나 함축적인 의미만큼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했음을 밝힌다.

    목차

    돌멩이(Kamyk)
    정류장(Postoj)
    판 코기토의 나락(Przepasc Pana Cogito)
    아버지에 대한 회상(Rozmyslania o ojcu)
    판 코키토와 팝 음악(Pan Cogito a pop)
    강에게(Do rzeki)
    천국에서 온 보고서(Sprawozdanie z raju)
    판 코기토의 사자(史者)(Przeslanie Pana Cogito)
    판 코기토가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다(Pan Cogito obserwuje w
    lustrze swoja twarz)
    전령(Poslaniec)
    판 코기토가 조언을 구하다(Pan Cogito szuka rady)
    우리의 공포(Nasz Stach)
    강기슭(Brzeg)
    판 코기토가 고향으로의 귀환을 생각하다(Pan Cogito myslio Powrocie
    do rodzinnego miasta)
    판 코기토와 깨끗한 생각(Pan Cogito a mysl czysta)
    판 코기토가 고통에 대해서 묵상한다(Pan Cogito rozmysla o cierpieniu)
    두 개의 물방울(Dwie Krople)
    내면의 목소리(Glos wewnetrzny)

    (중략)

    판 코기토의 괴물(Potwor Pana Cogito)
    포위된 도시에서 온 보고서(Raport z oblezonego miasta)
    참나무들(Deby)
    판 코기토의 캘린더(Kalendarze Pana Cogito)
    판 코기토가 죽은 친구를 바라본다(Pan Cogito obserwuje zmarlego przyjaciela)
    정체감(Poczucie tozamosi)
    기도문(Brewiarz)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천국에서는 주당 노동 시간이 30시간
    봉급은 갈수록 오르고 물가는 점점 떨어진다
    중력이 약하기에 육체노동은 전혀 피로하지 않고
    나무 베는 일은 타이핑만큼 손쉬운 일
    사회제도는 안정되어 있고 행정은 현명하게 처리된다
    진실로 천국은 지상의 그 어떤 나라보다 낫다

    태초의 계획은 지금과는 달랐다
    성가대의 머리 위로 빛나는 후광 추상의 여러 단계들
    그러나 육신을 영혼으로부터 분리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기에
    비계 한 점과 근육의 미세한 섬유질이
    이곳까지 스며들고 말았다
    애초에 필요했던 건 다음과 같은 결론
    한 줌의 진흙에 절대자의 씨앗 하나를 섞어야 한다
    한 번의 일탈 교리에서 벗어난 마지막 일탈
    오로지 요한만이 예견했으니, 육신으로 부활하리라는 걸

    소수의 한정된 인원만 신을 볼 수 있다
    신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해 존재하니
    나머지는 기적과 대홍수에 관한 발표만 들을 뿐
    언젠가 모두가 신을 보게 될 날이 있으리라
    그때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여전히 토요일 정오
    사이렌이 달콤하게 울려 퍼지면
    공장에서 천국의 프롤레타리아가 걸어 나온다
    옆구리에 자신의 날개를 마치 바이올린처럼 어색하게 감춘 채로

    ●제 삶은
    주위를 맴돌아야 했습니다
    잘 작곡된 소나타처럼 끝을 맺어야 하건만
    그러나 지금 똑똑히 봅니다
    끝나기 바로 직전
    끊어진 현
    잘못 짜인 색과 말들
    불협화음의 소란스러움
    혼돈의 말들


    제 인생은
    끝없는 심연에서 깨어난
    물 위의 원과 같이 되지 못했을까요
    나이테에 겹겹이 주름을 만드는
    생장의 시작점이 되지 못했을까요
    당신의 헤아릴 수 없는 무릎에서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심장의 메마름을 경계하라 사랑하라 새벽의 샘물을
    이름 없는 새를 한겨울 떡갈나무를
    담장의 등불을 하늘의 광채를
    그들에게 필요한 건 네 따뜻한 입김이 아니리니
    그들이 존재하는 건 오로지 증언하기 위해서다: 아무도 너를 위로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어 있으라?먼 산 너머에서 불빛이 신호를 보내면?떨쳐 일어나 가라
    네 가슴속 검은 별이 뜨거운 피와 함께 돌고 있는 한

    ●누군가가 나에게 고전을 읽으라고 권했다?그가 말하기를?
    고전 작품이 그의 삶을 변하게 했고 수백 만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켰다고
    그래서 읽었다?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부끄럽게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고전의 제목이 무엇인지도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사는 것이 아니라?연명하고 있을 뿐?내 의지 없이 던져진 존재
    던져진 그곳은?통제하기도 어렵고 붙잡을 수도 없는 것
    벽 위의 그림자처럼
    그래서 그것은 삶이
    삶다운 삶이 아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Zbigniew Herbert)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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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4년 10월 29일, 지금은 우크라이나에 속해 있는 르부프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1939년, 독일과 소비에트 연방이 폴란드를 침공·점령하자 지하조직이 만든 교육기관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당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던 헤르베르트는 역시 지하 교육기관이었던 얀 카르미에시 대학에 진학해 폴란드 문학을 공부했다.
    1944년 봄 르부프를 떠나 크라쿠프로 이주하고 난 뒤, 르부프의 폴란드 사람들은 쫓겨나고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로 편입되었다. 이때의 고향 상실, 뿌리 뽑힘은 후일 헤르베르트 작품의 주요한 모티프로 작용한다. 헤르베르트는 이후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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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폴란드어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바르샤바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를 지냈으며(1997∼2001),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평전-안녕하세요 교황님≫(바다출판사, 2004), ≪세계의 소설가 II-유럽·북미편≫(공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3) 등이 있고, 역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명상시집-내 안에 그대 안식처 있으니≫(따뜻한 손, 2003), ≪고슴도치 아이≫(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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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대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베를린 자유대학(FU, Berlin)에서 문학 석사를, 폴란드 야기엘로인스키대학(UJ, Krakow)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대 폴란드어과 교수로 근무했고 현재는 명예교수다. 한국동유럽발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츠 대학(UAM, Poznan) 명예박사이자 폴란드 오폴레 대학(UO, Opole) 명예박사이다. 폴란드에서 십자훈장을 받고, 바르샤바 대학(UW)에서 폴로니쿰(Polonicum) 상을 받았으며, 폴란드 야기엘로인스키 대학에서 공로메달을 받았다. 저서로 [폴란드어-한국어 사전], [폴란드사], [동유럽 발칸, 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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