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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일로프 시선 (큰글씨책)

원제 : Давид Самойлов Избранно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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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러시아에서 전쟁 세대의 대표 시인으로 꼽힌 다비트 사모일로프의 시 70편을 엄선해 번역했다. 남들이 앞다투어 모던, 포스트모던을 외치던 시기에도 ‘전통주의자’임을 자처한 그는 18세기부터 이어져 오고 있던 러시아 시 전통을 소중히 여기며 그 전통의 흐름 속에서 진정성이 녹아 있는 시를 창작했다. 따뜻하고 차분한 그의 시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다.

    시인 사모일로프는 “전쟁, 재앙, 꿈, 청춘”([40년대])을 동시에 안고 살아야 했던, 러시아의 비극적인 1940년대 세대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점은 ‘전쟁’의 참상을 전쟁터에서 직접 보고 겪은 그였지만, 시대의 비극을 그리고 있는 그의 시가 결코 분노나 울부짖음의 격한 감정들로 포화해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과도하게 재구성하려 하거나 의식적으로 재창조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혹은 있었던 그대로의 자신의 삶을 사색하거나 반추하며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그려 낸다. 이는 시인의 기본적인 창작 방식과도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사모일로프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시적 테마는 시인의 과거로, 이런 과거는 ‘기억’을 통해서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그에게 창작이란 시인의 체험이나 인상들이 일단 시인의 기억 속에 저장되었다가 그 이후에 재생과 출력을 통해 형상화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인은 시 [40년대]에서 “이 모든 게 내게로 떨어졌고 그 이후에야 내 안에서 깨어났다네!”라고 직접 언급하고 있다. 한편, 시인은 [기억]에서 기억의 메타포로 새, 바람, 나무, 비, 눈 등을 제시하면서 기억의 힘(“이미지들을 되돌려 주고 늘려 줄 수 있는 그런 숨겨진 힘이 기억 속에는 있다”)에 대해 밝히고 있다.
    첫 번째 시집 [이웃 나라들]은 그다지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시인의 창작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기본적 테마와 어조는 이미 이 첫 번째 시집에서부터 감지되고 있었다. 즉 [세묜 안드레이치], [41년 가을] 같은 시를 통해 ‘전쟁’의 테마를, [유년으로부터], [서커스]를 통해 ‘유년’의 테마를 ‘기억’의 힘으로 그려 내고 있으며, [차르 이반에 관한 시]를 통해 ‘역사’의 테마를, [겨울 도시], [눈 엘리베이터], [겨울날의 시작], [4월], [첫 번째 천둥] 등을 통해 ‘자연’의 테마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화를 재해석한 [신데렐라]와 같은 작품 속에서 우리들은 시인의 기발한 상상력을 눈치챌 수 있고, [하늘의 별들은 오래 전부터…]에서는 인간의 이성을 ‘숨결’과 ‘온기’로 규정한 시인의 주변 세계와 사물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시집의 이러한 특성들은 두 번째([두 번째 고개]), 세 번째 시집([나날들])을 거치면서 좀 더 다듬어지고 심화되어 독자들의 의식 속에 ‘사모일로프적인 것’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일례로, [두 번째 고개]에 실린 [40년대]는 시인의 가장 유명한 시(러시아식 표현으로 ‘명함’과도 같은 시)로 여겨질 정도로, 전쟁이 휩쓸고 있던 40년대의 러시아 모습이, 흑백사진처럼 애잔함을 불러일으키는 사모일로프 특유의 표현 기법을 통해 훌륭하게 그려지고 있다. 바로 이로 인해 그는 러시아 문단 내에서 ‘전쟁 세대’의 대표자, ‘참전 시인’으로 명실공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사모일로프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 러시아에서는 시 장르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1960년대로 이어지는, 이른바 ‘연단의 시’, ‘우렁찬 시’의 시기가 도래했던 것이다. 로즈데스트벤스키, 옙투셴코, 보즈네센스키와 같은 젊은 세대 시인들은 광장이나 체육관, 대극장 등에서 열정적이며 강한 호소력을 지닌 목소리로 자작시를 낭송해 수백 수천이 넘는 청중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나 사모일로프의 창작 스타일과 기본 성향은 이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오히려 이런 소란스런 분위기에 부담을 느꼈던 사모일로프는 사람들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모스크바 근교 오팔리하로, 그다음에는 에스토니아 퍄르누로 이동한 뒤 고요한 삶을 영위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 나갔다. 뿐만 아니라 남들이 앞다투어 모던, 포스트모던을 외치던 시기에도 ‘전통주의자’임을 자처한 그는 18세기부터 이어져 오고 있던 러시아 시 전통을 소중히 여기며 그 전통의 흐름 속에서 진정성이 녹아 있는 시를 창작했다.

    목차

    매머드 사냥
    뮤즈
    세묜 안드레이치
    하늘의 별들은 오래전부터…
    겨울 도시…
    41년 가을
    눈 엘리베이터
    동화
    유년으로부터
    바람이 분다
    신데렐라
    난 한밤에 오르딘카로 나갔다…
    마흔. 삶은 두 번째 고개로 넘어갔다…
    소박하고 메마른 시구…
    볼디노의 가을
    40년대
    다행이야! 다행!…
    우리들의 날짜를 하나씩 세어 보며
    슈베르트 프란츠

    영감(靈感)
    저택?박물관
    노인장 데르자빈
    너랑 같이 갔었던 도시로 가자…
    난 점차 시인이 되어 가고 있다…
    햄릿의 무죄 석방
    눈 내리기 전
    기억
    겨울의 이름들
    페스텔, 시인 그리고 안나
    내 유년의 뜰
    시인의 죽음
    외출
    이게 다다. 천재들이 눈을 감아 버렸다…
    시를 고생 끝에 얻게 하소서!…
    나 끔찍한 꿈을 꾸었지…
    정말 평생을 괴로워해야 하는구나!…
    꿈을 꾸었어. 이 힘겨운 꿈속에서…
    미하일롭스코예
    이제는 나 이미 알게 되었지…
    안개, 안개, 안개…
    밤 손님
    안나 안드레예브나 아흐마토바는…
    자유시
    뇌우가 그쳤다…
    자신을 모두 태워 버리고…
    초고들
    그런데 말은 복수의 무기가 아니다!…
    시가 떨어져 있게 하라…
    그리고 바로 어느 날 밤…
    자유시
    사랑하며 난 행복했었던가?…
    다리
    아르세니 타르콥스키에게
    나무들이 숲이 되려면…
    난 이미 세 번째 고개 너머에 있다…
    러시아의 시인이 되는 행운이 내게 떨어졌다…
    이 시각 한 명의 천재가 시를 쓰려 앉는다네…
    시는 기이해야 하고…
    경기병의 노래
    난 어디서 왔을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푸시킨
    겨울 모기
    EXEGI...
    초고
    재빠른 말들과 찰나적인 인상은 죽지 않고…
    네가 모든 걸 다 가져갈 수는 없지…
    그 무엇도 시를 방해할 순 없다…
    시는 재미가 없어!…
    다섯 통의 편지를 다 쓰고 난 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본문중에서

    바들거리던 작은 별 하나가
    둥지에서 나온 어린 새처럼 우리 발 아래로 날아든다.

    그 별을 우리들은 손으로 가져간다. 그 위에 서서,
    우리들의 숨결로 데우고 또 데운다.
    ([하늘의 별들은 오래전부터…] 중에서/ p.13)

    어떻게 이럴 수가! 전쟁, 재앙, 꿈, 청춘이
    어떻게 합쳐질 수 있었단 말인가!
    이 모든 게 내게로 떨어졌고
    그 이후에야 내 안에서 깨어났다네!

    40년대, 숙명의 시절,
    총탄의 시절, 장례의 시절…
    전쟁은 러시아를 따라 거닐고 있고,
    우리들은 이토록 젊구나!
    ([40년대] 중에서/ p.36)

    난 어디서 왔을까?
    30년대서?
    어쩌면 40년대서?
    어쩌면 60년대
    혹은 70년대서?
    그런 엄격한 연대표 속에
    내 인생이 놓여 있지는 않지.
    나 자신의 길을 택하며
    나는 옆길은 피했어.
    나는 곧은길을 따라 걸어왔지.
    나 자신의 단순한 길을 따라.
    ([난 어디서 왔을까?…] 중에서/ p.130)

    저자소개

    다비트 사모일로프(Давид Самойлов)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0~1990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소비에트 러시아의 시인이자 산문작가, 번역가인 다비트 사모일로프[본명은 다비트 사무일로비치 카우프만(Давид Самуилович Кауфман)]는 1920년 6월 1일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본명과 필명을 통해서도 쉬이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유태계 혈통으로, 아버지는 유명한 의사였고 어머니는 은행에 근무하는 통·번역가였다. 그의 회상록에 따르면 그는 일곱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열네 살 때에는 “시는 나를 위로해 준다. 내가 시를 쓸 때는 모든 나쁜 일들이 떠나가고 편안하고 좋은 것만 남는다고 느낀다”고 말할 정도로 시에 매료되어 있었다.
    1938년, 블라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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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졸업 후, 서울대학교에서 알렉산드르 블록의 서정드라마 연구로 석사학위를, 러시아학술원 러시아문학연구소에서 오시프 만델시탐의 유기주의 시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충북대학교 러시아·알타이지역연구소 전임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충북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간된 [오시프 만델시탐의 유기주의 시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사모일로프 시선] 등이 있다. 러시아 모더니즘 문화 전반의 특수성 및 현대 러시아 전기문학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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