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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분과동인지 제3호 『동행』. 30인의 시인은 각박한 세상과 타협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주체와 객체의 자리 바꿈에 대하여 성찰을 하고 있다.

동행은 한국한비문학회 시 분과 동인들의 작품 모음집으로 이번에 3호를 맞아 일 년 동안 다듬고 어루만진 시를 세상에 내 놓았다. 동인지는 개인의 시집이나 문예지와 다른 맛과 멋이 있다. 다양한 시인의 다양한 시각과 사유, 그리고 같은 단어에서도 골고루 색다른 언어의 맛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동인지는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소 있다는 것 외에도 그 시대 문학이가는 방향과 추구하는 이상, 꿈 등을 보존하는 것으로도 의미가 깊다. 이번 동행 3호에서 30인의 시인은 각박한 세상과 타협하면서도 자신을 잃지않는 주체와 객체의 자리 바꿈에 대하여 성찰을 하고 있다.

-신남춘-
하얀목련
초록잎의 신음
1월, 어느 달밤에
나무뿌리의 생각
정情

-박문자-
내 안의 그리움
낡은 서랍
언제 이만큼 와 버렸나
미숙한 선생님
반다지

-이창원-
해-하나
해-둘
고향 옛친구
참새 한 마리
태양에 쏘이다
하얀 눈이 내립니다
겨울비

-김미화-
봄
얼음 불꽃
안대를 하고
고요한 아침 이야기
그런 두려움

-김옥련-
이월에 핀 매화
봄비
쉿!
긴 머리카락
안녕

-박필용-
봄이 오는 길목
삶의 매듭
왜 돌아보느냐고
봄날은 가고
울 엄마

-하성자-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뭉툭산
바닥물
봄꽃

-배송제-
눈 속의 동백꽃
가족
老松
눈물
까치밥

-조정향-
개나리
곡예
눈 내리는 날
외딴 봄날
알비노의 벌
귀뜸

-배춘봉-
가시연꽃
대나무 울음소리
고로쇠 나무야
들국화
비내리는 연육교

-권영주-
봄 햇살
비둘기야 비둘기야
물방울 경주
나는 누구일까요
발맞추어 둥둥둥

-이재창-
이산가족
간병
가을 하늘
구름 한 점 없네
치매

-이종열-
그건 너의 몫이다
대학 캠퍼스
그대 보고파
아직도 너를
고요한 동촌 유원지

-최대락-
억새꽃
시인에게
인생길
잃어버린 정
붉은 단풍잎

-김혜정-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
미안해
슬픈 인연
갈대
먼 거리의 사랑

-이금란-
개구리
옥수수
내 남편
자화상
바람부는 언덕

-손상도-
젖으며 흔들리는 삶
왜 이다지도 아픈가
빗줄기
어머니
눈 폭탄

-변호정-
집으로
태종대 노을
그, 강에서 다시 만나랴 연가 15
옛집 가는 길
굳은 살

-김치한-
오늘은
지레짐작
나
못물
발을 씻으며

-서재순-
봄 마중
버들
낡은 종이외다
단풍잎
찰밥 추억

-송해월-
종이학은 날아가고
내고향
똑딱별
너에게
바람에 실려

-정영란-
해송
제주의 방
황토방
가까이에
경주 안압지

-박규해-
꽃씨
만남
봄을 먹으며
정을 나누는 아줌마
싹

-오인자-
나무는 달다
후박나무 잎이 지다
비단 길 깔아 놓으시고
화려하지도 않은 네가
홍시와 어머니

-고수환-
봄이 오면
해는 뜨고 지고
비상등
구구팔팔의 꿈
향우회

-박춘숙-
파도를 기다리며
빛의 자리
가을
가족
햇살

-김중영-
세월은 말을 남긴다
위안
길의 노래
이것이 삶이다
여백

-류금자-
소문난 식당
꽃지 해변
태백
등굣길
속도

-한상화-
어느 청소미화원의 눈물
복사꽃 피면
푸른 지폐

-김영태-
탄피
바람이 울린 날
허물어진 이빨
햇살 좋은 날
붉은 것과 흰 것은 같다

동행 3호를 발간하며

「동행」의 나이가 이제 귀염둥이 세 살이 되었습니다. 회원들의 열의와 정성이 빚어져 소중한 옥고를 모아 발행되는 동인지로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대견하다. 읽을 만하다. 참 좋다.’ 등의 칭찬과 격려 속에 자꾸만 겉도 속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책이 좋고 시가 좋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 아름다운 삶, 그리고 즐겁고 보람된 삶을 누리고 싶어 합니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시를 즐겨 읽고 시를 즐겨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우리를 허망하지 않게 우리를 우울하지 않게 우리를 기분 좋게 우리를 사랑스럽게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바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시를 쓰는 시인들입니다. 힘들어 할 때가 있고 귀찮아 할 때가 있어도 꾹 참고 땀 흘려 노력한 흔적입니다. 비록 보잘 것 없이 보여도 보면 볼수록 정감이 들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작품들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이번 「동행 3호」 발간이 더욱 빛나고 값진 까닭은 동인지 발간에 자부심을 가지고 마음을 같이하여 적극적으로 동참하신 회원님들 덕분이며 우리 모두의 수고의 산물입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옥고를 담아 「동행 3호」를 내 놓을 수 있음을 함께 기뻐하고 시 분과 회원님들이 서로 나눔의 자리가 예쁜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참여해 주신 회원님들께는 더욱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의 글모음이 이제는 남들이 보기에 볼 만하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자신감을 지니고 꾸준히 노력할 일입니다. 한비문학의 긍지와 위상을 내세울 만큼 우리 스스로 더 배우고 더 많이 시심에 빠져들어야 합니다. 참으로 단합되고 은근과 끈기로 꾸준히 활동하는 시 분과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2%가 부족한 사람이 되지 말고 2%가 넘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한때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딛고 힘차게 비상하는 ‘한비문학’의 현재의 모습은 다시 든든히 서고 회원들의 마음속에 잠재한 깊은 사랑이 뜨거운 불꽃처럼 일어나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약진하니 감개가 무량할 따름입니다. 지속적으로 서로 보듬고 다독이고 위로하며 우리는 항상 주인정신을 가지고 한비문학의 무궁한 발전과 우리 자신의 성장을 늘 염려하고 도모하여야 합니다.

생활이 늘 분주한 가운데에서도 「동행」 3호 발간을 위한 소중한 옥고를 정성껏 챙겨 주신 회원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들기까지 심혈을 기울려 힘써 주신 김영태 발행인님, 편집에 수고하신 분들, 출판사 직원 여러분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우리의 손으로 지어낸 「동행 3호」가 금년에도 우리 회원님들과 문학을 사랑하시는 독자 여러분의 큰 사랑 있기를 기대합니다. 「동행 3호」발간을 자축하면서 여러분의 가정과 하시는 일 위해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하얀 목련 꽃 핀 어느 날에 -

한국한비문학회 시 분과회장 신남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