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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을 살다 : 밀양이 전하는 열다섯 편의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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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뺏고 짓밟는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요?"

    밀양에 대한 아주 편파적인 기록,
    이 아픈 이야기 속에 진실이 있다!


    농사지으며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던 이들은
    왜 거대 기업과 정부에 맞서게 되었나?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여성학자 등이 만난
    밀양 주민 17명의 구술기록,
    오늘 ‘밀양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그들이 증언하는 밀양의 진실

    4월, 밀양의 잔인한 봄
    따사로운 봄날, 만개한 봄꽃들 너머 밀양에서 들리는 소식이 심상치 않다. 마을에 들어서는 140미터 높이의 거대한 765kV 송전탑을 막기 위해 10년간 싸우고 있는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부지에 움막을 짓고 계절을 바꿔가며 농성을 하고 있다. 날이 풀리자 한국전력은 이들 움막에 대해 퇴거 명령을 하고 강제 철거를 예고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에게 밀양으로 달려와 주민들과 함께 움막을 지켜달라고 호소한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밀양을 에워싼다.
    농번기를 맞아 한창 씨를 뿌리고 농작물을 가꿔야 할 이들, 평균 연령 70세인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왜 움막에서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 무수한 경찰과의 몸싸움, 이루 말할 수 없는 폭력과 모욕 가운데 지금까지 100여 명이 넘게 병원으로 실려 갔다. 2012년 1월과 2013년 12월, 두 분의 어르신이 송전탑을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무엇이 이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을까? 그럼에도 거대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하는 승산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주 편파적인 기록, 그 안에 담긴 진실
    이 책은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17명의 구술기록이다. 2013년 말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여성학자 등이 ‘밀양구술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2014년 2월까지 직접 밀양을 찾아가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왜 송전탑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송전탑으로 인해 마을이 어떤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으며, 삶의 터전이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주민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야기했다. 돈과 힘을 앞세운 한전과 정부에 대한 분노, 돈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이들을 향한 배신감, 거대한 공권력 앞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무력감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지난 10년이 슬픔과 고통만으로 점철된 시간은 아니었다. 싸움 속에서 더욱 돈독해지는 이웃 간의 정, 새롭게 맺어지는 인연들, 더욱 풍요로워진 세계에서 함께 나누며 살아가고픈 의지가 녹아들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밀양에서 살고 있는, 그리고 밀양에서 계속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아주 편파적인 기록이다.

    삶으로 진실을 드러내다
    그동안 정부, 한전 관계자, 그리고 그 어떤 언론도 제대로 묻지 않았던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이 책은 편파적이면서도 가장 온전한 밀양의 기록이다. 그 질문은 바로 "당신은 누구인가?", "어떤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왔으며, 당신의 삶에서 이 싸움의 의미는 무엇인가?", "밀양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17명의 구술자들은 자신이 온몸으로 살아낸 시간, 희로애락을 겪으며 지내온 세월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진솔한 이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불순한 외부 세력에게 휘둘려 국책사업을 가로막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비난과 매도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론이다. 각종 통계수치와 그래프가 동원된 한전과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폭로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들의 목소리, 이들의 삶을 통해 밀양을 산다는 것,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삶의 무게를 감내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존귀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덮는 순간 나의 밀양, 우리의 밀양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또 다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투쟁이기도 하고 삶이기도 한 열일곱 분의 이야기는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 분 한 분의 이야기에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다. 어느 이야기든 우리들의 삶으로 밀양을 맞이하는 문이 되기를 바란다. 그 문으로 밀양이 걸어 들어오며 건네는 질문을 함께 품는 세계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전기는 밀양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
    밀양구술프로젝트가 만난 밀양 주민들 중 80세가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생애에는 굴곡 많은 한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열일곱, 열여덟에 시집와서 대동아전쟁과 한국전쟁을 겪었던 이야기, 극심한 가난과 고된 시집살이 속에서 아이들을 키웠던 이야기는 자연스레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지 못해 군대에서 욕을 많이 봤다는 할아버지는 한 평생 남 좋은 일만 하며 살았다. 그렇게 온갖 풍파를 뒤로 하고 평온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던 이들에게 날벼락처럼 들이닥친 송전탑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왜 주민의 뜻을 안 받아들이고, 또 여러 가지 대안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예 묵살하고 들어와서 공사를 시작하고.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완전히 한전의 편만 들고 경찰력을 동원해서 한전을 비호하니까 공사 시작부터 우리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경찰이 콱 늘어서는 광경을 아침에 볼 때, 도대체 믿겨지지가 않아요. 이게 생신가 싶을 정도로예. (...) 당하고도 꿈인 거 겉기도 하고. 경찰이 이런 일도 다 하는가 싶고. -225쪽

    주민들을 속이는 정부, 계속 말을 바꾸는 한전, 한전을 비호하며 주민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경찰, 자신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치권과 언론....... 그러나 주민들은 망연자실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손을 맞잡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먼저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2차례의 희망버스가 밀양을 찾으면서 밀양은 이제 한국 탈핵 운동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주민들은 싸움 속에서 스스로 깨우치며 ‘고통스런 학습의 터널’을 통과했다. "전기는 밀양 주민들의 피눈물을 타고 흐른다"며 사람을 죽여서 얻는 전기는 필요 없다고 단호히 선언하고 핵발전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 지적하며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의 근간을 뒤흔든다.

    "포기할 수 없지예, 우리가 끝은 아닐 테니까"
    송전탑은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합의냐 반대냐.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틈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찬반에 따라 동네가 갈리고 친인척이 등을 졌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살림살이에도 축이 나고 여기저기 빈자리가 드러난다. 3,000명이 넘는 경찰 병력이 투입되면서 송전탑이 하나 둘 들어섰다. 송전탑은 가까운 미래는 물론 바로 오늘 일상을 위협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송전탑 건설 부지로 자재를 실어 나르는 헬기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고 가축도 불안하다. 하루에도 열두 번 희망이 있는가, 없는가, 오락가락이다.

    이래서 우리가 그렇게 목숨 걸고 싸웠던 거구나. 내가 싸우지 않다가 이걸 봤으면 얼마나 후회했겠나. 송전탑 안 들어오게 하려고 그리도 오래 싸웠는데 그래도 들어왔구나. 그러나 역시 싸웠으니까. 이제 어쩔 수 없다. 내 힘으로는 되지 않는가 보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우리 정말 많이 싸웠다. 밤낮없이. -64쪽

    그렇게 후회 없이 싸웠다. 그리고 또 싸운다.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끝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으로 스스로 희망이 되어가는 이들. "조그만 희망이라도 있으면 그 틈을 비집고 가서 어떻게든"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는 이들. 이들은 오늘도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신들과 함께 살아갈 이들을 기다린다.

    이 책의 인세는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후원에 사용됩니다.

    목차

    들어가는 글_밀양으로 초대합니다

    1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이걸 우째 이고 왔는교?" 김말해
    "오목조목 살림하며 사는 게 남은 소망이라" 김사례
    "소인으로 태어나 이만하면 됐다" 조계순
    "바다처럼 너불이가 있더라구" 이사라
    "아버님예, 너무너무 힘들어 죽겠심니더" 희경
    "해보고 싶어. 승리의 만세를 부르던, 안 부르던" 곽정섭
    "돈한테는 안 되는가봐요. 힘듭니다" 이종숙
    "정부에서는 전체 거짓말을 하고 있어예" 권영길, 박순연 부부

    2부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세상일에 관심 끊고 무심히 살 수는 없습디다" 구미현
    "시작한 날이 있으니 끝도 안 있겠습니꺼" 김영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고향은 지킬래예" 안영수, 천춘정 부부
    "포기할 수 없지예, 우리가 끝은 아닐 테니까" 박은숙
    "헬기 소리 때문에 없는 병도 생기겠어요" 강귀영
    "희망이 있다가 없다가, 하루에도 열두 번" 성은희
    "강에 가면 강이 좋고 산에 오르면 산이 좋고" 김옥희

    나가는 글_밀양, 그 진실이 드러나길

    글쓴이 소개

    본문중에서

    내 손톱 발톱 뭉개지도록 오만 일 다 하고 그래 살았다. 죽은 거 그거 네 살 묵고 큰 거 그거 여덟 살 묵고 쪼매끔 할 적에, 둘이 데리고 여짜 밑에 옛날에 도랑, 물웅덩이가 하나 있었다 카이. 서이가 죽을라꼬 가가. 내가 먼저 죽어뿌만 아들 둘은 우야노 싶어 먼저 밀어뿌고 나도 죽을라꼬 치마를 덮어쓰는데 우리 작은 게 “엄마 엄마, 물 무섭다 집에 가자. 물 무섭다 집에 가자” 그게 그리 불쌍해가 다시 왔어.
    (/ p.23)

    이 골짜기 커갖고 이 골짜기서 늙었는데 6·25 전쟁 봤지, 오만 전쟁 다 봐도 이렇지는 안 했다. 이건 전쟁이다. 이 전쟁이 제일 큰 전쟁이다. 내가 대가리 털 나고 처음 봤어. 일본시대 양식 없고 여기 와가 다 쪼아가고, 녹으로 다 쪼아가고 옷 없고 빨개벗고 댕기고 해도 이거 카믄. 대동아전쟁 때도 전쟁 나가 행여 포탄 떨어질까 그것만 걱정했지 이러케는 안 이랬다. 빨갱이 시대도 빨갱이들 밤에 와가 양식 달라 카고 밥 해달라 카고 그기고. 근데 이거는 밤낮도 없고, 시간도 없고. 이건 마 사람을 조지는 거지. 순사들이 지랄병하는 거 보래이. 간이 바짝바짝 마른다. 못 본다 카이, 못 봐.
    (/ p.37)

    이래서 우리가 그렇게 목숨 걸고 싸웠던 거구나. 내가 싸우지 않다가 이걸 봤으면 얼마나 후회했겠나. 송전탑 안 들어오게 하려고 그리도 오래 싸웠는데 그래도 들어왔구나. 그러나 역시 싸웠으니까. 이제 어쩔 수 없다. 내 힘으로는 되지 않는가 보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우리 정말 많이 싸웠다. 밤낮없이.
    (/ p.64)

    내가 대인도 아니고 소인으로 타고나가지고 이만하면 되지, 내가 욕심낸다고 될 일도 아니고. 욕심내도 되나 안 되지? 마음먹어서 되는 거면 누가 못 살아요? 사람이 사는 것도 한도가 있지, 지가 더 되고 싶다고 더 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우연등 내 갈 때는 남한테 흉이나 안 보이고 한 군데로 가면 그게 되는 거고, 죽으면 아무 여한도 없는데, 그래 나는 아무 걱정도 안 하고 내가 갈 길만 가버리고 나면 끝장인데, 송전탑 저거 하는 데 산도 많고, 전답도 속하니 그게 속상코, 자식들이 여기 오면 집 있겠다, 농사 있겠다, 공기 좋고, 되는 대로 해가지고 살면 얼마나 좋겠나 싶은데 그카 안 되니 그게 제일 마음이 아파가지고 죽어도 끝나는 거 보고 죽어야 할 낀데 그 맘뿐이다. 내 가는 거 뭐 겁나노? 가면 되지.
    (/ p.87)

    지난 5월 달에 얼매나 힘들었노? 내가 말이 ‘아버님예 너무너무 힘들어 죽겠습니더. 제가 너무너무 힘들어 죽겠습니더. 오늘도 전투 가서 너무너무 힘들어…… 아버님 너무너무 힘들어 죽겠고, 이걸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저로서는 못 막겠습니다’ 하면서 내가 사진을 안고 통곡을 했어예.
    (/ p.131)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양심껏 살아야 그기 사람 가치가 있지. 돈이 지금 인자 내 벌어놓은 것만 해도 다 못 쓸 건데. 절대 돈 거는 추접은 돈이고 필요 없는 돈입니다. 돈 모할 낀데? 사람이 살아가는 데 똑바로 살아야 합니다.
    (/ p.185)

    왜 주민의 뜻을 안 받아들이고, 또 여러 가지 대안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예 묵살하고 들어와서 공사를 시작하고.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완전히 한전의 편만 들고 경찰력을 동원해서 한전을 비호하니까 공사 시작부터 우리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그 바드리 거기 막고 있을 때 경찰이 콱 늘어서는 광경을 아침에 볼 때, 도대체 믿겨지지가 않아요. 이게 생신가 싶을 정도로예. 왜냐면 경찰이 너무 많이 깔리거든예. 진짜 개미떼처럼 들어오거든예. 주민들 몇 명 없거든요. 우리 주민과 경찰력의 비율은 20대 1도 넘었을 겁니다. 아무리 우리가 경찰력을 흩어보자 하지만 할머니들은 몇 걸음 걸어봤자 얼마 안 가잖아예. 금방 고착당하고. 고착 안 당한 할머니는 사지를 들어서 그냥 집어 떤져요. 사람을 손을 딱 잡는 순간 손목을 비틀어버리고. 베라 벨 방법을 다 쓰더라고예. 막 멍멍해요. 바보 같애 우리도. 당하고도 꿈인 거 겉기도 하고. 경찰이 이런 일도 다 하는가 싶고.
    (/ p.225)

    그 추운 날, 어른들 나와 있는 거 보면 마음이 찢어지지예. 아침 7시가 돼도 춥거든요. 어떻게 하면 나 많은 사람들이 추운 데 안 나오고 이 공사를 어떻게 멈출 수 있겠노. 어떤 방법이 좋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답이 없고. 한 할머니가 그러더라고요. 우리를 이렇게 시들시들 말려죽이지 말고 총으로 쏴서 죽여달라. 내가 그 엄청난 소리를 들으면서도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해요.
    (/ p.237)

    이건 용서가 안 될 거 같아요. 누군가의 힘에 의해 억지로 된, 합법적인 공사가 아니잖아요. 우리들 다 죽는다고 했는데, 누군가가 나서서 대화를 했어야죠. 그걸 안 해줬잖아요. 만약에 세워진다면…… 용서가 안 되죠. 권력에 의해서 우리가 짓밟히고 세워진 건데 용서를 할 수 없죠. 사실은…… 며칠 전에, 내가 베개에다가 수건을 깔고 잤어요. 얼마 전부터는 그냥 베개를 베고 자요. 수건 깔고 잘 때는 그 상황들을 몰랐는데 자고 일어나 가만 보면 눈물자국이 하나둘 있는 거예요. 내가 자면서도 내 말을 지키지 못하는 죄책감 때문에 울고 있었다는 생각에…… 잘 때조차 눈물을 흘릴 정도면 머릿속에 내가 그만큼 슬프다는 이야기인데. 우리가 힘이 없어서 송전이 된다고 했을 때 내가 안고 살아야 하는 슬픔인데……
    (/ p.252)

    한전이라 카는 집단은 공기업 아닙니까. 공기업이면 일반 민간기업, 일반 개인들이 운영하는 것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도덕성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데 한전이라는 집단은 양아치 집단이라. 골안마을에서 합의가 안 됐다, 잘못됐다 카면은 골안마을에 와가지고 뭐가 잘못됐는지 살펴보고 그러면 피해가 많이 가는 골안마을 사람들한테 도장을 받고 해야 그게 합의가 되고 하는 거지.
    (/ p.263)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짓밟는, 힘 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과의 전쟁 아입니까. 전쟁이라는 말은 제가 만들어낸 말은 아입니더. 여기서 송전탑, 경찰이 와가지고 그래 캅디더. 원래 지금 전쟁 상황입니다 이랬다고예. 주민들보고. 저거가 전쟁이라 캤기 때문에 저도 전쟁이라고 캤는데 전쟁 아입니까. 그래 힘없는 사람 짓밟기가 쉽지 않습니까. 힘 있는 사람은 저거 땅으로는 못 가게 하고.
    (/ p.266)

    꿈에서도 막 싸웁니더. 일이 손에 안 잡힙니더. 갔다 오면 사람 몸만 피곤하고. 동네가 얼마나 좋습니까. 공기도 좋고. 예전에는 정부에서 하는 일은 다 잘해주겠지 생각했는데, 진짜로 송전탑 문제 경험 안 했으면 몰랐지예. 데모하시는 분들 이해가 갑니다. 일방통행입니더. 한전 사람들이 나는 참 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집집마다 가서 일부러 받아갈라고 하는데 다 이유가 있을 거거든예. 주민들이 아무 뜻 없이 있는데 저거가 와가지고 댕기면서 거짓말하지예. 그것 때문에 주민들이 나놔지고…… 주민들을 무시하니까.
    (/ p.278)

    우리가 송전탑을 세운 걸 뽑아낸다거나, 아니면 지금 중단을 시킨다거나 뭐 이런 힘은 없는 거 같에요. 근데 이걸 함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한테 송전탑이 얼마나 잘못됐고 뭐 이런 거를 알릴 수 있는 계기는 만들어준 거 같에요. 그래서 우리 밀양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더 잘 싸우지 않을까, 잘 싸울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지 않았을까 뭐 이런 생각은 듭니다. 우리가 끝은 아닌 것 같으니까.
    (/ p.300)

    “송전탑 저거는 못 세운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걸 무슨 신념같이 하늘이 우리를 도와준다고 느끼고 있었고 거기에 많이 의존을 했었던 거 같은데 뭐 경찰이 딱 개입되고 나서는 “아, 이게 들어설 수도 있겠다. 우리가 철탑을 보면서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점 더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거 같애요.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가 없으니까, 산으로 갈 수 있는 입구란 입구는 지금 경찰이 다 막고 있으니까요. 암만 가서 몸으로 부딪쳐도 저그 할 건 다 하더라구예. 그래서 이번에 고답에서 싸우다 연행이 되고 이럴 때 내가 제일 힘들었던 게 우리는 어째 (한전의 시설보호 요청으로 경찰이 들어온 후) 석 달 동안을 한 번을 못 이겨보노, 어떻게 한 번을 못 이겨보고 당하노, 이게 너무 서럽더라구요.
    (/ p.336)

    우리가 철탑을 막아야 되겠다고 한 번 마음을 먹었으니 끝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평생 자존심만은 지키면서 살았으면 좋겠거든요. 이게 무너지면 살면서도 나는 죽은 거 같거든요. 끝까지 하자. 끝까지 해서 조그만 희망이라도 있으면 그 틈을 비집고 가서 어떻게 해서든 안 세우게 해보자. 희망이 있다가 없다가 하루 열두 번도 더 뒤집히니까, 그래도 희망 가지고 있는 거 같애요. 지난번 희망버스 때도 보니까 할매들이 “뭐를 할랑고? 혹시 쟤네들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잖아요. 크게 그거할 건 아니지만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바라는 것 때문에 희망버스 그지예? 말이, 생각 자체가 희망인 거예요. 그 사람들이 오면 중단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희망, 가고 나면 또 허전하지만 그래도 또 “다음에 오께요, 할머니” 하고 가시는 그 양반들 마음이 희망이죠.
    (/ p.345)

    밀양 어르신들의 10년의 투쟁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어르신들의 남은 생애에 이 싸움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 밀양 송전탑은 널리 알려졌지만, 여전히 오해와 몰이해의 문턱에서 서성이고 있다. (…)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업이란, 이 싸움의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것은 어르신들의 생애와 이 싸움의 소회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법과 제도의 모순을 폭로하고, 저들에 의해 저질러진 무간지옥의 폭력을 증언하는 과업일 것이다. 그리하여 여전히 오해와 몰이해의 문턱에서 서성이는 밀양 송전탑의 진실을 분명한 의미의 지평 위로 옮겨놓는 일이 될 것이다.
    (/ p.369)

    저자소개

    밀양구술프로젝트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종
    판매수 200권

    2013년 12월쯤이었다. 밀양에서 전해오는 소식 너머에 우리가 들어야 할 이야기가 더 있다, 그걸 전해야겠다는 마음들이 모였다.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여성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밀양 구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기억을 함께 만드는, 이웃이 되려는 이들이 마음을 보탰다. 영상활동가, 사진작가들이 함께했고, 많은 분들의 소셜펀치 후원 등으로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재정이 마련되었다. 이렇게 모인 마음들이 모여 열일곱 분의 이야기를 책에 담을 수 있었다.
    글쓴이(게재순)
    미류 인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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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택용 [사진]
    생년월일 1967~
    출생지 전남 벌교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대학에서 언어학을 배운 뒤 불성실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관뒀다. 사진이 가장 쉽겠거니 지레짐작하고 덤볐다가 여태껏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05년 서울 금천구 기륭전자에서 처음 현장 노동자들을 찍었다. 그 뒤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국가폭력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현장 속에서 자본한테는 '사람'이 아닌 사람, 국가한테는 '국민'이 아닌 국민을 찍어왔다. 사진을 찍을수록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 현장이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알아간다. 그 끈을 발견하는 일이 사진기가 든 가방을 가볍게 만든다.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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