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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랑이 멸절사의 중요한 근대사 사료!

『정호기』는 일제강점기 시대에 한 일본인의 한국 호랑이 사냥기를 기록한 수렵기이다. 우리나라는 호담국이라 불릴 정도로 호랑이와 표범이 많았고, 민담에서도 호랑이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었다. 그런데 그 많았던 야생 호랑이가 지금은 왜 살고 있지 않는지, 어디로 갔는지 일본인이 남긴 기록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한국에 호랑이가 사라진 가장 구체적인 이유는 일제강점기에 시행된 ‘해수구제’정책이라고 한다. 해수구제란, 해로운 맹수를 퇴치해 세상을 편안하게 하는 것으로 전국의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제거하는 것이다. 일본의 야마모토 다사부로 역시 호랑이를 사냥하기 위해 조선에 들어왔고, 약 한 달간 머물렀다. 사냥이 끝난 뒤에는 호랑이 고기 시식회도 열렸으며, 이러한 사냥 및 부대 행사의 진행과 전개과정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었다.

당시에 포획된 호랑이들은 어떻게 처리가 되었는지 구체적인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한국 호랑이 계통 연구와 멸절사 연구를 해 오던 서울대 교수팀이 1917년 당시에 포획한 호랑이 두 마리가 박제되어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찾아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 이 책은 호랑이의 생태환경, 포획 방법, 날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100여 년 전 한국 호랑이와 야생동물의 서식 상황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 국립생태원 최재천 원장, 소설가 김탁환 추천!

1917년 11월 일본의 사업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가 조선에서 벌인 사냥에 대한 기록인 이 책은 지금은 멸절된 한반도의 호랑이와 표범 등 야생동물에 대한 기록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의 생활상과 원산, 함흥, 금강산, 석왕사, 북청 등 북녘 땅 풍경, 조선의 명포수로 알려진 강용근, 이윤회, 최순원 등 사냥꾼들 사진 등 희귀한 자료가 담겨 있다. 당시 사냥에서 조선인 포수 백운학과 최순원이 함경도 일원에서 잡은 호랑이는 90여 년 만에 일본 교토의 도시샤 고등학교 표본관에서 발견되는데, 이 박제는 현재 남아 있는 국내 유일의 호랑이 박제인 목포 유달초등학교의 박제와 함께 한국 호랑이 계통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일제강점기 ‘해수구제(害獸驅除)’ 정책의 실상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의 생활상, 야생동물의 서식환경 등을 100여 장의 희귀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책의 해제를 쓴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항 교수와 한국 호랑이 연구자 엔도 기미오, 이은옥, 김동진 박사의 글을 통해 당시 잡힌 호랑이가 어떻게 교토의 도시샤 고등학교로 가게 되었는지, 또 어떤 경로를 통해 90여 년 만에 당시 호랑이의 표본을 발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한국 호랑이와 관련한 귀중한 근대 사료,『정호기』
『정호기』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선박업으로 엄청난 부를 쌓은 일본인 사업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山本唯三郞)가 1917년 11월 20일 조선의 호랑이를 사냥하기 위해 도쿄를 출발 부산으로 입국해 약 한 달간 조선에 머무르며 벌인 호랑이 사냥 기록이다. 당시 호랑이 사냥은 강용근, 이윤회, 백운학, 최순원 등 조선에서 이름을 날리던 포수들을 비롯하여 몰이꾼 150여 명을 동원한 행사였고, 〈매일신보〉를 비롯하여 일본과 조선의 언론사 기자들도 대거 수행했다. 야마모토 정호군은 총 8개 반으로 조직되어 함경도, 강원도, 금강산, 전라도 등지에 퍼져 호랑이 사냥에 나서는데, 야마모토 다다사부로는 경성에서 원산, 북청, 함흥, 신포 등을 거쳐 다시 경성으로 돌아왔다 부산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다.
야마모토 다다사부로가 조직하고 실행한 이 사냥은 당시 조선은 물론 일본에서 많은 주목을 끌었다. 조선에 온 야마모토는 조선총독부의 야마가타 정무총감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사냥이 끝나고 호랑이 고기 시식회가 열린 조선호텔과 일본의 제국호텔에는 당시의 실력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대대적인 사냥행사 때 찍은 사진과 기록을 엮어 만든 책이 바로 『정호기』이다.
한국 호랑이를 수십 년간 연구해온 일본인 엔도 기미오에 따르면, 한국 호랑이 관련 자료는 조선총독부의 《조선휘보》와 구로다 나가미치의 『원색 일본 포유류 도설』을 제외하면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정호기』는 이 두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는 호랑이 관련 정보가 들어 있고, 또 사진자료뿐만 아니라 생태환경, 포획 방법, 날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흔치 않는 자료이다. 이런 점에서 『정호기』는 100여 년 전 한국 호랑이와 한국 표범을 비롯한 야생동물의 서식 상황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특히,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유일한 호랑이 박제인 목포 유달초등학교 박제와 비교할 때, 호랑이의 포획 장소, 포획 인물, 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자료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왜 조선 땅에서 호랑이 사냥에 나섰을까?
야마모토가 조선으로 호랑이 사냥에 나선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1917년 당시는 일본이 제국주의 열강에 편입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시기였다. 이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중국에 21개조를 요구하였으며, 이로 인해 중국 내에서 강력한 배일 여론이 형성되었고, 시베리아로 출병을 앞둔 시기였다. 식민지 조선에서도 반일과 독립 의지가 결집되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야마모토의 한국 호랑이 사냥 이벤트는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의 확산, 일본군의 사기 진작, 부의 과시, 소영웅심의 발로 등 복합적인 의도가 있었음을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17년 함경도에서 조선인 포수에게 잡힌 호랑이, 90여 년 만에 교토의 한 고등학교 표본관에서 발견된다!
당시 잡힌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책을 보면 전국 각지에서 잡은 호랑이와 표범 등 야생동물을 경성의 조선호텔에서 시식회를 한 다음 일본으로 가져가 도쿄의 제국호텔에서 역시 호랑이 고기 시식회를 열고 난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한편 한국 호랑이 계통 연구와 한국 호랑이 멸절사를 연구해오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항 교수팀은 1917년 당시 야마모토 정호군에 편성되었던 조선의 명포수 최순원과 백운학에 의해 함경도에서 잡힌 호랑이 두 마리가 박제되어 교토의 한 고등학교 표본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항 교수팀은 2009년 11월 교토의 도시샤 고등학교 표본관에서 ‘조선산(朝鮮産)’이라고 선명하게 적힌 표본을 만난다. 1917년 함경도에서 잡혀 일본으로 간 뒤 박제가 된 호랑이로서는 실로 90여 년 만에 만난 고향사람이었던 것이다. 또한 일본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이 표본이 1917년 호랑이 사냥에 나섰던 야마모토 다다사부로가 교토에 있는 시마즈 제작소에서 박제를 제작해 기증했다는 송장(送狀)도 발견하게 된다. 호랑이 연구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엄청난 소식이었다. 역사적 기록 그리고 그 기록을 뒷받침하는 실제 표본 자료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현재 이항 교수 연구팀은 이 표본의 시료를 채취 한국 호랑이 계통의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는 호랑이의 나라라 불리며 지천에 야생 호랑이가 살았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멸절되어 호랑이를 찾아볼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야생 호랑이가 왜, 어떻게 멸절되었는지에 대한 연구 또한 미흡한 실정이다. 이번 『정호기』의 출간으로 한국 호랑이 멸절사 연구뿐만 아니라 한국 호랑이 복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길 호랑이 연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해제(解題) 13
한국 호랑이와 『정호기』 15
『정호기』는 어떤 책인가? 15 / 그들은 왜 한국 호랑이 사냥에 나섰나? 18 / 한국 호랑이와 관련한 거의 유일한 근대 사료 『정호기』 24 / 교토의 한 고등학교에서 90여 년 만에 만난 한국 호랑이 박제 27 / 한국 호랑이는 왜 멸절했는가? 32 / 한국 호랑이의 귀환을 기다리며 40

야마모토 다다사부로의 『정호기』 44
제국호텔에서 44 / 한반도의 호랑이 포획 기록 45 / 정호군 사진집 발견 47 / 총독부의 해수(害獸)대책 49 / 정호군의 전략 52 / 사냥꾼의 기념사진 54 / 도망간 검은 괴수 두 마리 57 / 탄광의 대주주 59 / 호랑이를 쓰러뜨린 사냥꾼에게 은잔을 62 / 가토 기요마사의 침략 후 65 / 호랑이 백 마리를 잡은 남자 67 / 수호는 무엇인가? 69 / 멸종위기에 처한 백두산 호랑이와 표범 72 / 한국일보의 특종 73 / 호랑이와 표범의 구제작전 75 / 남아 있는 호랑이와 표범 박제 76 / 도시샤 표본관 79

정호기(征虎記) 83
일정 92 / 사진 차례 96 / 전기 155 / 본기 159 / 후기 193

감사의 글 201
참고 자료 203
『정호기』 등장인물 해설 204
찾아보기 211

“데이비드 쾀멘의 『신의 괴물』에는 크고 무서운 육식동물들을 조직적으로 멸절한 서양인들의 ‘무용담’이 적혀 있다. 『정호기』는 일본인들이 어떻게 우리 땅에서 호랑이를 멸절했는지 낱낱이 보고한다. 생물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인 생태학은 크고 무서운 동물도 자연생태계를 풍요롭게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 같은 무지를 저지르지 않는 것은 물론 이미 저지른 무지에 대한 회개로서 그들을 다시 자연생태계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이미 멸절했던 늑대를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성공적으로 복원해냈다. 『정호기』 한국어판 출간이 한국 호랑이 복원에 중요한 첫 걸음이 되기 바란다.”_최재천(국립생태원 원장)

“일본은 어떻게 한반도의 호랑이를 사냥했는가. 1917년 11월 사업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가 조직한 정호군(征虎軍)의 행적이 사진과 글로 되살아온다. 사냥을 자랑하는 그때 그들과 이 책을 읽는 지금 우리 사이엔 다양한 느낌과 깨달음이 교차한다. 그들이 당당할수록 우리는 안타깝고, 그들이 사냥에 성공할 때 우리는 피눈물을 쏟는다. 그러므로 『정호기』는 되새김질해야만 하는 책이다. 사냥꾼의 기록에서 한 번, 총에 맞아 죽어간 호랑이의 식은 심장에서 다시 한 번!”_김탁환(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