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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피를 토하라 : 한승원 장편소설[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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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한승원
  • 출판사 : 박하
  • 발행 : 2014년 03월 24일
  • 쪽수 : 30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657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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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달빛처럼 순결하고 지옥처럼 뜨거웠던 각혈의 사랑이여, 삶이여!
    국창 임방울의 소리와 삶을 따라가는 곡진하고 아름다운 여정!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원효대사, 전봉준 등 우리 민족의 기(氣)와 한(恨), 혼(魂)을 지닌 대표적 인물들의 일생을 웅숭깊은 필력으로 그려온 한국문학의 거목 한승원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작가가 아홉 살 되던 해, 젊은 아내와 사별한 동네 청년이 아내의 무덤 주위를 진달래꽃 무더기로 장식하며 서럽게 부르던 ‘추억’이라는 노래에서 영감을 얻었으니, 60년 넘는 세월의 천착과 애정의 산물인 셈이다.
    개인의 영달이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 잃은 백성들의 설움과 한을 달래주는 데 자신의 재능과 예술혼을 아낌없이 불살랐던 국창 임방울. ‘쑥대머리’와 ‘호남가’가 일본, 만주 지역을 포함해 1백20만 장이나 팔려나갔으니 당시의 인구와 축음기의 보급수를 감안하면 그는 노래로 민족을 하나로 통합했던 전설의 소리꾼인 동시에 위대한 예인이다. 화려한 무대보다 장터나 모래사장 등 서민들이 모이는 장소에 서기를 더 즐겼던 그의 그윽하고도 치열했던 한생이 에로티시즘과 샤머니즘, 토속적 감성, 빼어난 영상미와 한데 어우러져 펼쳐진다.

    꿈 속 아름다운 달밤, 강변길의 서정적이고도 토속적인 풍경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구한말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내외로 뒤숭숭하고 평탄치 못했던 시대를 소리꾼으로, 가난하고 낮은 자들의 벗으로 살고자 했던 국창 임방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의 생로병사를 주축으로 하여, 첫사랑 ‘삼례’와 세상을 울린 자작 단가 ‘추억’을 낳게 한 기생 ‘산호’와의 애절한 사랑, 시인 김영랑과 모 신문사 사장 등 당대 ‘귀명창’들과의 신분을 초월한 우정, 대립구도를 이룬 명창 ‘김연수’와의 갈등과 화해, 불운한 시대로 인해 겪어야 했던 좌절과, 뼈를 깎듯 치열한 독공을 통해 이룬 성공 등이 촘촘히 엮여 펼쳐진다.
    때론 향긋한 과실주처럼, 때론 담백한 곡주처럼, 마음속에 깊고 아득한 향취를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그리운 모정에 대한 가슴 먹먹한 사모곡,
    잃어버린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회상곡!


    "내가 너를 가질 때에 달을 품었더니라."
    무녀(巫女)인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했던 말을 듣고 자란 ‘방울’은, 아들이 역마살 낀 무당이나 소리광대로 살기보다는 농사꾼이 되길 바랐던 아버지의 뜻으로 머슴살이를 하게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는 삶을 뒤로하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유랑극단을 따라 가출을 감행한다. ‘방울’은 아들의 내면에서 들끓는 신명과 역마살을 눈치 챈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신들린 소리를 하는’ 오재익에게 맡겨지고, 이후 서편제의 공창식과 동편제의 유성준을 거치며 소리의 완성을 향한 험난하고도 곡진한 여정에 오르는데......
    굿판에서 받은 수고비를 모아 아들의 소리선생의 무릎 아래 바치며 머리를 조아리는 어머니의 모습, 아들이 천연두에 걸리자 두창에 효험이 있는 매화꽃잎을 따다 노구솥 뚜껑에 볶아 약수발을 드는 어머니의 정성, 먼 마을에 굿해주러 갔다가 돌아오던 길에 동사한 어머니의 ‘비손’(두 손을 비비면서 원하는 바를 비는 모양)은 읽는 이에게 어머니를 향한 진한 그리움을 환기시키며 절절한 사모곡으로 각인된다.
    또한 주인공의 인생에서 여러 차례 휘몰아쳤다 스러져간 낱낱의 아름다운 사랑들은, 잃어버린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회상곡이 되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곰삭은 붓끝에서 소리와 색깔을 입고 너울너울 되살아난
    가장 한국적인 예술과 인물이 선사하는 전율과 감동!


    작가는 [사랑아, 피를 토하라] 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예술과 한국적인 인물을 소설화하면서 ‘우리 민족 자존심의 한 실체라고도 말할 수 있는 판소리 내면의 웅숭깊은 감칠맛과 아름답고 향기로운 멋과 맛과 한스러움을 드러내려고 애썼다’고 했다. 그 말이 무색하지 않게, [춘향가]의 ‘쑥대머리’와 [수궁가]의 ‘토끼 화상 그리는 대목’, 단가 ‘추억’ 등 작품의 전면에 흐르는 임방울의 대표곡들은, 글로써 소리와 생명을 얻은 듯 작품 속에서 생생히 살아 너울거린다. 살면서 판소리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라도 책을 펼쳐 들면, 그 판소리 명곡들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주인공의 탄생 모티프로 등장해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에로티시즘과 모성을 극대화하는 ‘달’의 이미지는 임방울이 임종을 맞이하는 겨울의 춥고 서늘한 ‘음기(陰氣)’로 이어지며 작품 전체에 은은하고 아련한 달빛 장막을 드리운다.
    무지갯빛처럼 다채로운 음향미와 영상미를 가득 품고 있는 소설 [사랑아, 피를 토하라] 는 모든 것들이 너무 가볍고 쉽고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이 시대에 인생의 의미, 예술의 숭고함, 인간 정신의 가없는 역량 등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하는 역작이다.

    목차

    달의 정령
    열꽃
    소리의 비상
    누구를 위해 소리를 하느냐
    죽음보다 깊은 잠
    한 많은 늙은 명창
    어머니
    소리의 맛
    산천은 험준하고
    장엄하고 웅혼한 소리
    악연
    하얀 혼령
    기생 산호
    사랑가
    요술 소리통
    멈추어버린 시간
    바위굴
    아우르기
    동리(桐里)
    앞산도 첩첩하고
    천사
    현해탄
    하늘의 소리
    걸어 다니는 현금보따리
    불편한
    녹음
    관부연락선
    자라와 토끼
    방자 임방울
    천재의 반란
    찬란한 슬픔의 봄
    시인 귀명창
    박경화
    섬진강 은어 바람
    선(禪)의 소리, 혹은 곰삭은 수리성
    소리의 길
    처네
    박오녜
    또 한 여자
    소리의 색깔
    하늘을 마술같은 비취색으로 칠한다
    만고강산
    견우와 직녀
    체포
    무너앉는 하늘
    마지막 소리
    화해
    시원으로의 회귀

    용어 풀이
    작가의 말 - 소리의 무지개 혹은 신화의 소리를 찾아서

    본문중에서

    "아따 오메! 뭔 달이 저리 징그럽게 환하다요?"
    남자는 달빛을 징그럽다고 말하는 여자의 몸속으로 흘러들었다. 남자의 숨소리가 갈대숲을 흔들었다. 달과 안개와 갈대숲이 알 수 없는 가락으로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몸속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천둥소리와 지령음(地靈音)이 두리둥둥 두리둥둥 울리고 있었다. 여자의 심연 속에, 멀고 먼 하늘의 달로부터 흘러온 신화 한 자락이 이무기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꿈이었다. 여자는 그 꿈을 접신(接神)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는데, 한 달 뒤부터 입덧을 했고 다음 해 초여름에 여자의 배 속에서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 살갗이 백옥같이 희었고, 얼굴이 달덩이처럼 둥글었고, 응아 하는 고고(呱呱)의 소리가 하늘의 편경을 울려대는 것 같았다. 아기는 젖을 탐했고, 금방 먹고 나서 또 배가 고프다고 두 팔 두 다리를 해작거렸다. 제때에 젖꼭지를 물려주지 않으면 보채며 악을 쓰듯이 소리쳐 울어댔다. 그 울음소리가 하늘의 악기 소리처럼 향 맑았고, 쨍쨍 울리면서 하늘로 치올라가고 멀리멀리 퍼지곤 했다.
    (/ pp.13~14)

    불그스레한 꽃송이들이 지천으로 달려 있었다. 꽃송이들을 따서 바가지에 담았다. 열꽃 피는 내 새끼를 위해 이 매화꽃들이 피어났다. 바가지에 꽃송이들이 수북하게 담겼다. 그것을 부엌으로 가지고 갔다. 화덕을 걸고, 그 위에 노구솥 뚜껑을 거꾸로 엎었다. 꽃잎들을 털어 붓고 화덕에 불을 지폈다. 꽃잎들이 향기를 뿜으면서 노릇노릇 볶아졌다. 볶은 것을 절구통에 넣고 절구로 찧었다. 몽근 가루가 되었다. 그 가루를 사발에 담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입을 크게 벌리라고 했다. 그가 입을 벌리자, 매화꽃 가루 한 숟가락을 입 안에 털어 넣어주었다. 따스한 물 사발을 주면서 "꿀렁꿀렁 해갖고 눈 딱 감고 삼켜라." 하고 말했다. 임방울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삼켰다. 어머니는 다시 한 숟가락을 먹였다. (중략)
    "손님은 매화 향기를 좋아한단다. 그래서 매화꽃이 필 때 오시고, 그 꽃잎 볶은 가루를 드리면 흔쾌히 떠나가신단다."
    어머니는 네모난 상에 정화수를 떠 올렸다. 상을 들어다가 툇마루에 놓고 징을 엎어놓고 두들기면서 비손을 했다. 손님께서 오시기는 했지만, 한사코 조용히 흔적 남기시지 말고 다녀가시라는 비나리였다.
    (/ pp.75~77)

    허공은 아득하고 음음한데 하얀 벚꽃 잎 같은 눈송이들이 사뿐사뿐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세상으로 간 한 많은 혼령들이 눈이 되어 팔랑거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머리에 산호의 얼굴이 그려졌다. 그녀의 혼령이 눈송이가 되어 그에게로 돌아오고 있었다. 꼴머슴을 살던, 아랫마을의 부잣집에서 아기업개 노릇을 하던 삼례의 얼굴을 빼다가 박은 듯싶은 산호였다. 가슴이 뜨거워졌고 수런거렸다. 그 수런거림을 소리로 뿜어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의 혀는 굳어 있었고, 그의 몸은 무력했다. 살갗이 깡말랐고, 맥이 빠져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했다. 삼례로도 보이고, 산호로도 보이는 얼굴이 빙긋 웃으면서 ‘얼른 일어나시오. 소리하러 가게. 나 방울이가 하는 소리를 듣고 싶소.’ 하고 말했다. 꽃잎 같은 눈송이들은 솜덩이처럼 쌓이고 있었다. 눈송이들이 흘러내리는 허공에 또 하나의 세상이 있었다. 세상은 한도 끝도 없이 넓었다.
    (/ pp.96~97)

    그녀는 그의 품속에 얼굴을 묻은 채 숨을 거두었다. 그 화사한 복사꽃잎 같던 산호가 회흑색의 낙엽처럼 스러져 가다니,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싶었다.
    산호의 관은 광주에서 담양으로 나가는 들판 건너의 나지막한 산기슭의 공동묘지로 갔다.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두껍게 덮여 있었다. 바람 한 점 없었다. 금방이라도 빗줄기가 쏟아질 것 같았다. 소복을 한 기생들 몇과 산호에게서 술과 밥을 얻어먹곤 한 소리꾼 몇이 뒤를 따랐다. 임방울은 흰 두루마기에 흰 두건을 머리에 쓴 채 그 뒤를 따랐다. 콜롬비아의 젊은 직원이 그를 놓칠세라 뒤따랐다.
    붉은 무덤을 만들고 그 위에 잔디를 입히기 시작했을 때부터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무덤에서 붉은 물이 흘러내렸다. 임방울은 가슴이 쓰라렸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중략)
    그는 삽자루를 잡고, 삽날의 등으로 무덤의 표면에 심겨진 잔디를 두들겨주었다. 가슴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슬픔과 허무의 뜨거운 바람이 목구멍을 타넘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토해냈다.
    "앞산도 첩첩하고 뒷산도 첩첩한디 혼은 어디로 행하신가......."
    뜻밖에 그것은 한이 가득 든 계면조의 애원성이 되고 있었다. 그가 뱉은 소리는 쏟아지는 빗줄기와 함께 무덤을 에워싸고 맴을 돌았다. 그것은 살아 꿈틀거리는 구슬프고 으스스한 바람 한 줄기가 되었다. 그것의 한 가닥은 먹구름 낀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다른 한 줄기는 이 산 저 산의 골짜기와 등성이의 숲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의 몸 깊은 곳에서 연달아 소리가 솟구쳐 올라왔다.
    "황천이 어디라고 그리 쉽게 가려는가. 그리 쉽게 가려거든 당초에 나오지를 말았거나......"
    진양조의 계면조 소리 굽이굽이에는 산호에 대한 애달픈 사랑과, 슬픈 사이별의 한과, 피 맺힌 생명력의 촉기가 어려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하나같이 어흑어흑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 pp.133~135)

    백성도 살아 있고 소리도 살아 있다. 온 나라 사람들이 내 소리에 환호를 한다. 사람들의 가슴에 들어 있는 한스러움과 내 속에 들어 있는 한스러움이 서로 맞닥뜨려 환희의 불꽃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간드러진 계면조의 서편제 소리와 웅혼한 동편제 소리가 서로 어우러진 것을 사람들은 반기고 즐기는 것이다. 그 환호가 옛날 임금이 내려주었다는 금팔찌보다 더욱 값진 것이다. [춘향가]에서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온 이몽룡이 어사출또를 하여 세상을 바꾸어놓고 춘향이를 구제하듯이, 망해버린 나라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세상을 바꾸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 한스러움을 위무해주는 것이 내 소리여야 한다. 파도는 드높았고, 연락선은 거친 파도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며 부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pp.163~16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39.10.13~
    출생지 전남 장흥
    출간도서 84종
    판매수 13,966권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968년 <대한일보>에 「목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열애일기』, 『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달 긷는 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 『이별 연습하는 시간』을 펴냈으며 장편소설 『불의 딸』, 『포구』, 『아제아제 바라아제』, 『아버지와 아들』, 『해일』, 『시인의 잠』, 『동학제』, 『아버지를 위하여』, 『해산 가는 길』, 『멍텅구리배』, 『사랑』, 『물보라』, 『초의』, 『흑산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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