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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신작 + 장편소설 패키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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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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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장르’이자 ‘브랜드’인 작가 은희경, 그 다섯번째 소설집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1995년 데뷔, 등단 20년차인 작가에게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이하 [눈송이] )는 그의 다섯번째 소설집이자, 열두 권째 작품집이다.(소설 외에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이 있다.) 연재를 하고 계절마다 단편을 쓰고, 그것들을 모으고 정리해 책을 내는 시간들을 생각하면, 작가는 그동안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작품을 쓰고 책을 묶었다. 20년, 작가의 첫 책 [새의 선물] 에 열광했던 이들의 딸들이 자라 다시 그의 책을 집어드는 시간이다. ‘은희경’은 엄마와 딸이 함께 읽는 브랜드/장르이다. 어떤 시간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시간을 견뎌낸 자들만이 발견하는, 별자리처럼 반짝이는 삶의 진실들

    풍경은 늘 그렇게 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조금은 다를 것이다. 결국 시간이 개입된다는 뜻이겠지. 풍경을 보기 위해 내가 간다. 대체로 헤맸다. 익숙한 시간은 온 적이 없다. 늘 배워왔으나 숙련이 되지 않는 성격을 가진 탓이고 가까운 사람들이 자주 낯설어지는 까닭이다. 왜 그럴까. 시간이 작동되는 것이겠지. 내 탓도 네 탓도 아니다. 내가 어떻게 그곳에 닿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고 여겼을 때는 그랬다는 말이다. 지금 이 풍경 앞에서 생각한다. 내가 풍경으로 간 것이 아니라 실려갔다. 떠밀려간 것도 아니고 스침과 흩어짐이 나를 거기로 데려갔다. 이런 생각을 하던 시간들이 이 책 속 이야기가 되었다. 쓸 수 있다, 고마운 일이다.
    - 은희경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에서 그는 ‘시간’과 그 시간이 데려간 ‘풍경’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떠밀려간 것이 아니라 스침과 흩어짐이 데려"간 그곳에 대해.

    류보선 이번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 대부분은 압축적이고 단일하며 통일적이라기보다 굉장히 긴 시간, 그러니까 한 인간(혹은 한 집단)의 긴 인생사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예전의 소설들이 한 사람의 생애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사건, 한 순간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인생을 압축적이고 통일적으로 그려냈다면, [눈송이]의 소설들은 한 인간의 수많은 굴곡들과 삶의 파노라마들을 냉정하면서도 차분하게 따라가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 제겐 [눈송이]의 소설들이 택한 변화가 대단히 매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단편소설들이 (...) 인생을 결정짓는 지속적인 계기들 혹은 시간을 견뎌낸 자들만이 발견하는 삶의 진실들 같은 것에 굉장히 인색하다면, [눈송이]의 소설들은 이례적으로 유한한 인간이 시간의 압력 속에서 자기의 고유한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희경 사실 시간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많아요. 시간에 따라서 왜곡되고 변형되고 스러지는 것들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사유가 그쪽으로 많이 통해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 소멸, 그리고 존재의 유한함 같은 거.
    - 은희경,류보선 / [문학동네] , 2014년 봄호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관통하고 지나간 날실과 씨실의 흔적들_‘눈송이 연작’

    "시간의 흐름, 인연, 스치고 흩어지면서
    어디선가 함께 흘러가는 것들, 그런 걸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은희경 / [문학동네] , 2014년 봄호

    그래서일까. 우리를 관통하고 지나간 그 시간의 흔적들을 그가 쫓아간 때문일까. [눈송이] 에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들은 느슨하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유사한 인물들과 동일한 공간들이 여러 소설들에서 겹쳐지고, 에피소드와 모티프가 교차한다. 그리고 여섯 편의 소설들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마지막 작품 [금성녀]에 이르면, 그것들이 단지 희미한 유사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작품집은, ‘눈송이 연작’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스쳐가듯 소소한 에피소드로 연결되고 있는 [눈송이]의 결속력은 약해 보이지만, 그 느슨한 결속력은 연작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문제의식에는 오히려 더 부합한다. 이 연작의 표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장르가 된 작가, 은희경의 유일한 연애소설,

    그때의 나는 나를 숨기는 게 멋진 태도라고 여겼고 자주 오해받는다고 상심했고 사십이란 어떤 나이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고 갈망이 그 사람을 행동하게 만든다는 것, 기억은 잊히지 않고 간직된다는 것에 대해 확신이 없는 채로 간절히 믿고 싶어했다. 그때에 이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은 내가 쓴 유일한 연애소설이다. 아직까지는. 그때의 나는 가끔씩 내 인생이 누군가가 꾸는 나쁜 꿈 같다고 느꼈는데, 이 소설을 쓸 때는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고 스스로를 만류하곤 했다. 아마 세상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랐던 것 같다.
    구 년 전 이 책을 내면서 나는 이렇게 썼다. 시간이 지나가면 내 생각은 또 변할 것이다. 그때에도 내가 믿고 있는 것을 여전히 옳다고 말하게 될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지 어떨지도 자신이 없다.
    지금 나는 십 년쯤 더 늙었지만 변한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이제는 늙음의 방식으로 사랑한다. 아직도 이따금 이건 타인이 꾸는 나쁜 꿈이야, 라고 중얼거릴 때가 있지만 그래도 사랑에 관해서라면 발밑까지 타들어갈지언정 길고 긴 꿈을 꾸고 싶다. 일상의 심박동이자 지극히 사적인 양심행위로서.
    세기말에 낸 책을 세기 초에 또 내게 되다니, 아닌게 아니라 좀 꿈같다. _2008. 06

    요즘도 나는 사물을 원인과 결과로만 보려고 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비밀도 있고 수수께끼도 있고 알 수 없는 일도 있으며 설명할 수 없는 일, 풀리지 않는 일, 가능하지 않은 일, 믿을 수 없는 일, 그리고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어버린 일도 있다. 그렇게 되도록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필요와 이유 없이 사랑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 이 소설을 쓰던 시기에 나는 그런 생각에 가장 가까이 가 있었다.
    나는 이 소설을 고독에 관한 이야기로 쓰기 시작했다. 고독한 사람의 뒤를 쫓아가보니 그의 발길이 사랑으로 향했다. 그래서 고독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된 것 같다. 결국은 같은 말일 테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내 생각은 또 변할 것이다. 그때에도 내가 믿고 있는 것을 여전히 옳다고 말하게 될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지 어떨지도 자신이 없다. 모든 것은 변해간다. 지금은 겨울이다.
    20세기 마지막 12월이라니, 아닌게 아니라 좀 꿈같다. _1999. 12

    분명 처음 가는 길인데 언젠가 와봤던 곳 같고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어딘지 낯이 익고,
    그래서 기억해내려다가 끝내는 포기했던 일이 있다.
    꿈에서 본 걸까.
    꿈은 인생의 다른 버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는 현실에서도 살고 있고 꿈에서도 살아간다.
    꿈속의 나에게는 꿈이 즉 현실이므로 꿈속의 꿈이 또 존재하고 말이다.
    삶은 그렇게 겹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닐까.
    _초판 작가의 말 중에서

    의대생 ‘준’과 그의 친구 ‘진’이 있다. 그들은 시험 준비를 위해 고시원 레인캐슬로 떠난다. 언젠가부터 ‘준’은 같은 여자에 대한 꿈을 반복해서 꾸고 실제로 그녀를 만난다. 고시원에서, 콘도미니엄에서, 병원에서, 다시 꿈속에서. ‘준’과 ‘그녀’의 만남과 헤어짐은 꿈의 안팎에서 반복된다. ‘준’이 ‘그녀’로부터 도망친 후에도 여전히 ‘그녀’와 ‘그녀’의 분신들은 어디서나 나타난다. ‘준’의 프라하 여행 직후 ‘진’은 자동차사고로 사망하고, ‘준’은 ‘진’의 약혼녀와 결혼한다. ‘준’은 마치 성장소설의 주인공처럼 잠시 ‘꿈속의 그녀’를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녀가 다시 등장하면서 소설은 ‘진’이 그러했듯 ‘준’의 자동차사고로 끝을 맺는다.
    그것은, 단지 꿈이었을 뿐일까.

    『그것은 꿈이었을까』는 은희경 소설 전체 속에서 어떤 원석(原石)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는 은희경 소설의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한다. 냉소가 있으면서 냉소 뒤의 쓸쓸한 표정이 함께
    생의 진실에 던지는 가차없는 시선!
    _영원하고 유일한 사랑은 없다. 위악적인 연극으로서의 생이 있을 뿐......


    여섯 살에 어머니는 전쟁통에 실성하여 목매달아 자살했고, 아버지는 사라졌다. 외할머니 슬하에서 이모, 삼촌과 함께 생활하는 열두 살의 '나-진희'는 "세상이 내게 별반 호의 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열두 살에 성장을 멈췄다. 나는 알 것을 다 알았고 내가 생각하기로는 더이상 성숙할 것이 없었다."
    삶의 숨겨진 비밀을 다 알아버린, 남의 속내를 예리하게 간파해내는 조숙한 아이인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공간은 우물을 중심으로 하여 두 채의 살림집과 가게채로 이루어진 '감나무집', 그리고 읍내의 '성안'과 도청소재지를 넘나드는 남도의 지방 소읍이 전부다. 그 공간에서 그는 각양의 군상들을 만나고, 그 군상들의 일상 속에 펼쳐지는 삶의 숨겨진 애증의 실체를 엿보거나 사람 사이의 허위를 들추어낸다. 풋풋한 웃음 속에 숨겨진 잔인한 진지함 그의 시선에 포착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지난 시절의 우리 이웃 같은, 미운정 고운정으로 끈끈히 맺어진 살가운 사람들이다.
    철없고 순수한 이모, 남편이 죽은 뒤 외아들을 떠받들고 사는 장군이 엄마, 병역기피자이며 바람둥이인 광진테라 아저씨와 착하고 인정 많은 광진테라 아줌마, 신분상승을 위해 뭇남성에게 교태를 부리는 미스리, 순정파인 깡패 홍기웅 그리고 완전한 헤어짐으로 사랑의 추억을 완성하는 '나' 등 개개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약자들 이고 소외당한 자들이지만, '삶을 멀찌감치 두고 보려고 애쓰는 나'에 의해 그들의 일상을 감싸고 있는 따뜻함과 정겨움이 하나씩 복원된다. 그러한 따뜻함과 정겨움은 킥킥 웃음이 터져나오는 갖가지 삶의 에피소드 속에서 드라마처럼 혹은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그 웃음은 풋풋하다. 그러나 마냥 웃기만 하기에는 삶이 도저히 온전하지 못할 것 같은 상처의 내압과 잔인한 진지함이 또한 있다. 이 소설은 우선 대단히 재미있다 이 소설은 이처럼 묵직한 주제와 리얼리티를 내장하고 있으면서도 대단히 재미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작가 은희경의 번뜩이는 필력에서 연유하는데, 내밀한 삶의 속속들이를 다 알고 있는 이 소설의 화자인 열두 살 계집아이의 당돌한 시선에 힘입고 있는 바 크다.
    삶의 이면을 드러내는 작가 은희경의 싱싱하고 원숙한 심리묘사와 해학적인 문체는 우리 소설문 학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강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삶은 농담......

    [새의 선물]은 때로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귀여운 간교함으로, 때로는 경쾌한 상상력으로 삶의 금기와 규범체계, 사회의 지식 메커니즘 따위의 고정된 인식틀을 해체하는 삶의 모험적, 도전적 통찰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인생에 대한 냉소로부터 비롯된 시니컬한 시선이 갖가지 희극적인 삽화들 속에서 리얼하게 펼쳐지는 이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동시에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비밀스런 관계의 본질과 삶의 심연에 흐르는 위악적 경험의 비합리성이라는 무게 있는 주제와 일정한 관련을 맺고 있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차라리 모성의 부재, 그 상처를 다스리기 위해 열두 살 계집아이가 본능적으로 터득한 자기방어의 기제인 위악과 냉소의 시선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삶의 잔인함과 허망을 꿰뚫은 역설이 아닐까. 황혼을 배경으로 서 있는 염소와 남자의 실루엣, 그리고 하모니카 소리...... 마치 아득한 정적과도 같이 묘사되는 장면 속에서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인 그 남자 '허석'에 대한 화자의 사랑이라는 이미지 새기기와 그것의 가차없는 상실은 삶의 미망인 사랑과 성(性)에 대한 고통스런, 그러나 성 숙한 자기확인이 아닐까. 삶은, 사랑은 대단한 것이지만, 어쨌든 "농담인 것"이다.
    원숙한 문학적 깊이와 서사적 무게! '희극적인, 그러나 너무나 비극적인' 삶에 대한 칼날 같은 통찰, 마침내는 배반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냉소와 조롱, 결코 대단하지 않은 일상의 늪 속에서 군더더기 없이 원숙하게 묘사되는 인물들의 내면과 삶의 위장된 진실들에 대한 눈부신 혜안! 장편소설 [새의 선물]의 전반을 관류하는 문학적 깊이와 서사적 무게는 우리 문학에서 멸하지 않는 빛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드러나고 있다. 단단한 자아와 상처 입은 허약한 자아가 함께 존재한다. 물론 지금 우리를 주목케 하는 것은 후자, 그의 낯섦들이다. 이 소설은 세공되어 날렵한 모습 대신에 느슨하고 흐릿한 윤곽들이 두드러진다. 소설적 구조와 질서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분명 어떤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고통과 환희, 꿈의 세계와 상식의 세계가 연결되고 교차하는 패러독스의 세계다.
    _김미정(문학평론가)

    십 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저자는 (그의 말대로) 변한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어쩌면 독자들에겐, 다행한 일이다. 이 소설은, 젊은 소설이기에, 아직도 꿈을 꿀 수 있는 젊은이들만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에. 그러니,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한 손에 캔맥주를 들어야 한다. 방 안에는 물론 비틀스가 떠다녀야 하고, 시간은 깊은 밤이거나 새벽이어야 할 것이다.

    흐린 날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 혼자서 캔맥주를 마시며 <러버 소울>을 듣곤 했다. 서서히 취해가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본다는 게 멋진 일 같아서 자주 그렇게 했을 것이다.
    두번째 곡인 <노르웨이의 숲>을 들을 때쯤에는 ‘까짓 것, 슬퍼하면 뭘 해. 즐겁게 살자구’ 했다. <노웨어맨>이나 <걸>쯤에 와서는 ‘다 아무것도 아닌걸 뭐’ 하고 잊어주는 척했다. <인 마이 라이프> 정도에 이르면 ‘아무것이면 또 어때’라고 살짝 튕기기까지 했다(취했으니 용서해준다).
    그러고 나면 한잠 자곤 했는데, 깨어보면 치기 어린 취기와 위대한 철학은 간데없고 침대맡에 서 있는 빈 깡통들처럼 속이 허전하고 쓰렸다. 나는 그때의 기분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러버 소울>을 틀어놓고 캔맥주를 마신 뒤 취해 잠이 들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근데 여기가 어디지, 하고 허망히 중얼거리게 만드는 느낌의 책은 없을까 하고. _1999.12

    마침 여름이고, 꿈을 꾸어도 좋을 계절이다. 『그것은 꿈이었을까』와 함께 짙은 안개 속으로 성큼, 한 발을 내디뎌도 좋을.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그런 것!제가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즉 ‘눈송이 연작’이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서 멀지 않다. 당겨 말해, [눈송이]는 구조를 전제한 ‘종합’이나 ‘통일성(모든 눈송이)’이 아니라, 단편 각각의 ‘고유성(단 하나의 눈송이)’을 보존하는 보다 개방적인 형태의 ‘연결(아주 비슷하게 생긴)’을 추구하고 있다.
    - 차미령/ [문학동네] , 2014년 봄호

    각각의 단편으로 흩어져 있을 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연결고리들은 이렇게 함께 모여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홀로 빛나는 듯 보이던 별들이 모여 다시 제각각의 별자리를 이루듯, 날실과 씨실이 교차되면서 하나의 "선"이었던 시간은 "면"을 이루어나간다.
    그 안엔, 우리의 시간들도 함께 엮여들어간다. 당신이 겪어낸 시간은, 곧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기도 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 견뎌낸 시간들. 그 시간들은 힘이 세다. 그래서 이렇게 농익은 이야기로, 때론 촘촘하게 때론 느슨하게, 그러나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된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지만 끊임없이 타인과 스치고 있어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삶과 어떤 식으로 얽히고 스치고 풀어지는 순간이 있었을 테고, 또 그것이 인생을 바꿔놓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은희경 / [문학동네] , 2014년 봄호

    "선으로 면을 만들어나가는" 뜨개질처럼, 엉킨 실타래 한쪽 끝에는 들쑥날쑥하더라도 한 코 한 코, 쌓아올린 시간들이 (어쩔 수 없이) 차곡차곡 쌓여나간다. ‘눈송이 연작’은 어쩌면, 그 시간의 흔적들, 그것들이 그려나간 궤적들, 그 부피들의 총체이다.
    그것들은 각각 홀로이며 또한 모두인 동시에, 다시 홀로이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처럼, 우리는 모두 비슷하지만 결국 단 하나의 ‘나’이듯. 각자 비슷한 인생의 시간들을 보내지만, 각기 다른 목도리를 짜나가듯. 그리고 그 각각의 별자리들이 모여 하나의 큰 밤하늘을 만들어 보이듯.

    겨울에서 봄으로, 그 시리고도 따뜻한 봄눈 같은 이야기들

    그의 소설이, 단언컨대 한 번도 설익은 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집에 실린 여섯 편의 소설들은, 곧장 따서 한 입 베어물면 입술을 타고, 팔목을 타고 과즙이 흘러내릴 것 같은 잘 익은 과일과도 같다. 시간과 비와 바람과 햇빛을 견뎌내며 품어안은 향기는 이미 봄의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공기가 부드러워지고 땅이 물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겨울을 보낸 마른 나뭇가지에도 조금씩 물기가 돌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봄으로 가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한편, 왠지 아직은 겨울을 완전히 떠나보내기는 아쉬운 날들, 문득, 봄눈이 내리는 날이 있다. 겨울에 안녕을 고하고 봄을 맞는 그 눈송이들, 시리고도 따뜻한 각자의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눈송이들 하나, 날려보낸다.
    ▶패자부활전 없는 세상에 던져진 대한민국 보통 남자들의 인생유전
    이 소설은 58년 개띠 동창생 네 친구의 얽히고설킨 25년여 인생을 추적하면서 [마이너리그]란 상징어로 한국사회의 ||^비주류||^, 그러나 실제로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이 해당될 수밖에 없는 ||^2류인생||^의 흔들리는 역정을 경쾌한 터치로 그려낸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 김형준 배승주 장두환 조국은 고교시절 동창생으로 만난 친구들이다. 그들은 70년대 중반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아주 사소한 인연으로 ||^만수산 4인방||^으로 엮여 통칭되기 시작하고 좋든 싫든 서로 몰려다니면서 크고작은 사고를 치는 문제아들이다. 작중화자인 김형준은 책가방 속에 항상 남들이 모르는 고상한 책들을 넣고 다니며 책벌레라는 별명을 얻는 데 성공한 자칭||^수재||^이다.

    그 성숙하고 냉소적인 시선에 비치는 그들의 에피소드에는 7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이들의 풍속이 하나하나 재현되며 8,90년대 한국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사고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유신시대의 ||^긴조||^, 월남패망, 교련실기대회, 올드팝송. 이소룡, 임예진, 재일교포간첩단사건, 휴거 등이 이 시대의 아이콘들이다.
    이들 4인방의 ||^우정||^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는 존재는 이웃 여고의 지적이며 아리따운 여학생 소회이다. 소희는 김형준과의 인연으로 4인방에게 알려졌지만, 정작 그녀와 사귀게 되는 사람은 역시 그녀를 탐내는 조국과의 각축전에서 승리한 희멀건한 미남 배승주이다. 이리하여 승주와 소희 커플은 그들 사이에서 공인되기에 이르렀는데, 그러던 어느날 소회는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전혀 엉뚱한 인물인 두환과 야반도주를 하고 만다. 두환이 빠진 나머지 셋은 고3 시절을 보내고 나란히 ||^그저그런||^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10·26과 ||^광주||^라는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사건들을 먼 발치에서 맞으며 대학생활을 한다. 그들에게 두환이 돌아온 것은 12년 만인 87년 6월항쟁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이었다. 그러나 두환과 함께 출분을 감행했던 소희는 교통사고를 당해 싸늘한 주검이 된 채였다. 나머지 셋은 원망과 연민과 뒤범벅된채 두환을 맞지만, 두환은 다시 그들과 거리를 두고 홀로 살아가게 된다. 사회에 진출해 엉터리 사진작기의 조수로 일하는 조국, ||^사업구상업||^이 직업인 승주. 그리고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인 형준은 우연한 기회에 다시 함께 뭉쳐
    기획사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들은 브라질로 이민가서 자수성가한 교포사업가를 만나 ||^대형프로젝트||^를 기획한다. 하지만 애초부터 마이너일 수밖에 없는 그들은 메이저급 기획사 때문에 비참하게 물을 먹고 마는데 ‥

    작가는 이 소설에서 우리 사회에 미만한 갖가지 허위의식, 즉 패거리주의 학벌주의 지역연고주의 남성우월주의 등을 마음껏 비웃고 조롱하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마이너 인생을 애증으로 포옹한다. 독자들은 좌충우돌하는 4인방의 행태에서 웃음과 동시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권말의 작품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이성욱은 "이 소설은 심각하지 않다. 4인방의 행각은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거니와, 때문에 마이너 인생으로 사는 것이 그에 마땅한 세상의 배려라는 생각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래서 문면으로만 봐서는 사회적 문제와 별 연관이 없는 서사로 읽힐 수도 있으며 동시에 심각한 읽기의 자세가 비약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생이 자꾸 우리 현실의 문제상황과 얽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자못 심각한 상상력의 발동은 맥락없는 비약이 아니다. 계급문제보다 오히려 학벌문제가 더 문제적으로까지 여겨지는 우리 현실을
    상기할 때 끈 떨어진 연으로 살 수밖에 없는 4인방의 인생행로는 단지 그들을 웃음의 대상으로 놓아두지 않는다"라고 평하고 있다. 작가는 권두의 ||^작가의 말||^에서 "내게 주어진 여성이라는 사회적 상황은 한때 나로 하여금 남성성에 대한 신랄함을 갖게 했다. 이제 나를 세상의 남성과 화해하게 만든 것은 삶의 마이너리티 안에서의 동료애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불완전한 도중(道中)에 있다"라고 한다. ||^작가의 말||^에는 이 소설을 쓰는 데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거나 또는 소재가 된 남자들의 명단이 소개되는데, 전직 대통령 두 명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채롭다.

    추천사

    놀랍다. 지금 은희경이 다다른 이 자리가.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시인의 시에서 탄생해 은희경이 다른 생명을 불어넣어준 저 단 하나의 눈송이를 생각한다. 단 하나의 눈송이. 지상에는 영원히 닿지 못할 운명이었던 눈송이. 눈보라 속 그 눈송이의 자취를 우리는 어둔 눈으로 따라갈 것이다.
    - 차미령 / 문학평론가

    너무 가까워지면 ‘관계’가 개인을 삼키고, 너무 멀어지면 ‘거리’가 고립을 낳는다. 그 둘 사이의 곡예술을 포착하는 데 은희경보다 뛰어난 작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 권희철 / 문학평론가

    목차

    프롤로그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환부와 동통을 분리하는 법
    자기만 예쁘게 보이는 거울이 있었으니
    네 발밑의 냄새나는 허공
    까탈스럽기로는 풍운아의 아내 자격
    일요일에는 빨래가 많다
    데이트의 어린 배심원
    그 도둑질에는 교태가 쓰였을 뿐
    금지된 것만 하고 싶고, 강요된 것만 하기 싫고
    희망 없이도 떠나야 한다
    운명이라고 불리는 우연들
    오이디푸스, 혹은 운명적 수음
    '내 렌나 죽어 땅에 장사한 것'
    슬픔 속이 단맛에 길들여지기
    누구도 인생의 동반자와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모기는 왜 발바닥을 무는가
    태생도 젖꼭지도 없이
    응달의 미소년
    가을 한낮 빈집에서 일어나기 좋은 일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깊은 것을
    사과나무 아래에서 그녀를 보았네
    죽은 뒤에야 눈에 띄는 사람들
    눈 오는 밤
    에필로그 상처를 덮어가는 일로 삶이 이어진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프랑스어 초급과정

    스페인 도둑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독일 아이들만 아는 이야기

    금성녀

    해설 | 이소연(문학평론가)
    낯선 슬픔은 오래된 지혜를 꿈꾼다

    작가의 말
    1. 의형제
    2. 숙부인
    3. 교유
    4. 출분
    5. 국상
    6. 출사표
    7. 반정
    8. 휴거
    9. 화적
    10. 상도
    11. 태평성대

    본문중에서

    좀 안아줄래요? 슬퍼서 그래요.
    (……) 저는 슬픔을 잘 견디지 못해요.
    사람들은 모두 다 슬픔을 잘 참는 것 같아요.
    어떻게 그처럼 슬픔에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죠?
    슬퍼도 일을 하고 먹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그러다보면 슬픔이 사라지기도 한다면서요?
    (/ 본문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9~
    출생지 전북 고창
    출간도서 37종
    판매수 57,505권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이중주」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상속』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국식 룰렛』,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 『비밀과 거짓말』 『소년을 위로해줘』 『태연한 인생』이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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