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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눈송이+태연한 인생+소년을 위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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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17세 소년이 되어 돌아온 은희경을 만나본다!

    올해 등단 15년이 된 은희경이 성장소설로 되돌아왔다. [새의 눈물]에서 12세 소녀의 눈에 비친 세상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17세 소년의 눈으로 그려낸다. 실제 힙합 가수 ‘키비’가 부른 [소년을 위로해줘]에서 소년들의 불안에 공감한 저자는 그 세계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주인공 연우가 전학을 간 학교에서 만난 세 친구와 지내며 겪는 이야기와 그 안에 담긴 사랑과 갈등 등의 스토리는 10대의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독백체를 이용한 소년의 심리묘사와 완벽하다기 보다 오히려 불완전하고 부자연스러운 문체는 사실감을 부여한다. ‘우리 모두는 낯선 우주의 고독한 떠돌이 소년’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연우가 되어본다.

    특유의 섬세함과 지적이고 세련된 문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작가, 은희경이 새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 등단 16년 베테랑 작가답게 깊이와 여유로움 속 날카롭게 파헤치는 통찰은 은희경 소설의 빛나는 정수를 보여준다.

    신간 [태연한 인생]은 사랑이라는 관계를 통해 매혹과 상실, 고독과 고통을 깊이 탐구하는 소설이다. 삶의 이면에서 반어적 시선과 거리두기, 인물에 대한 통찰과 묘사, 정교한 문장과 플롯 등 다양한 요소들이 긴밀하게 엮여있다. 소설은 냉소적이고 위안적인 작가 요셉과 신비로운 여인 류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요셉은 예술가적 자의식을 고수하며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롭기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통속과 패턴 속 작품이라고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타락한 작가다. 그런 그에게 류는 아련하고 서정적인 인물로 이야기를 감싸 안는다.

    패턴화된 세계 속에서 자신의 고유성을 지키려는 요셉의 반어적 행동은 작가가 감내해야 할 고통과 고독, 즉 문학의 존재 이유로 연결된다. 우리 시대 인생과 사랑에 관한 성찰과 사색을 흥미진진하게 녹여냈다.

    출판사 서평

    그의 소설은 ‘은희경’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독자를 설레게 한다.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지적이고 세련된 문장, 삶의 진실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통찰은 늘 우리를 열광하게 해온 은희경 소설의 위력이었다. 등단 16년, 매 작품마다 다양한 변신을 선보여온 그의 작품세계는 이제 더 깊어지고 여유로움마저 갖추었다. 2년 만에 선보이는 새 장편 [태연한 인생]은 그간 집적된 은희경 소설의 성취들이 고스란히 담긴 은희경 소설의 빛나는 정수를 보여준다. 사랑과 상실과 고독에 대한 빛나는 문장들이 다시 한번 우리를 은희경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길을 잃은 자에게 사랑이 찾아오고
    매혹이 끝난 뒤에, 인생은 시작된다


    현대사회에서의 개인들의 존재론과 그들이 맺는 관계의 양상을 냉철하게 묘파하는 것이 은희경 소설의 본령이었다면, [태연한 인생]은 사랑이라는 관계를 통해 매혹과 상실, 고독과 고통을 깊이 탐구하는 가장 은희경다운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저마다의 외로움과 오해 속에서 흘러가고 얽히는 관계들이 있고, 그 속에서 우리 내면의 나약함과 비루함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있다. 그것을 때로는 서늘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포착해내는 필치는 과연 은희경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태연한 인생]을 이끌어가는 것은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소설가 요셉과 신비로운 여인 류.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개성적인 인물들이 이야기를 더욱 다채롭게 한다. 소설은 류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무책임하고 즉흥적이며 한순간의 매혹에 쉽게 몸을 던지는 아버지와, 반면에 생활과 가족이라는 서사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고독과 고통을 감내하기를 선택했던 어머니. 류의 전사(前史)에는 그렇게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두 세계가 있었다. 류는 고백한다. “살아오는 동안 류를 고통스럽게 했던 수많은 증오와 경멸과 피로와 욕망 속을 통과한 것은 어머니의 흐름에 몸을 실어서였지만 류가 고독을 견디도록 도와준 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삶에 남아 있는 매혹이었다.” 류는 그 매혹에 이끌려 한때 요셉을 열렬히 사랑했지만, 마지막 한 걸음 앞에서 그를 떠났었다.

    그들이 가는 세상의 끝은 S시가 아니었다. 열정이 끝나는 소실점이었다. 매혹은 지속되지 않으며 열정에는 일정한 분량이 있다. 그 한시성이 그들을 더욱 열렬하게 만든 것이었다. 류는 그들에게 주어진 매혹과 열정의 시간이 끝나버리는 날 자신이 혼자 비행기에 실려 돌아오리라는 걸 예감했다. (…) 류는 자기기만의 부역보다는 상실을 택했다. 고통보다는 고독을 택한 것이다. (…) 그 여름 S시를 혼자 떠나올 때 류는 울었지만 요셉과의 관계에서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놓고 되돌아와버린 것에 대해 후회하진 않았다.
    (/ pp.263~264)

    한편 소설가인 요셉은 도저한 냉소와 위악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예술가적 자의식을 고수하며 생활과 이데올로기라는 패턴의 세계를 집요하게 비아냥대고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롭기를 갈망하는 그는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완강한 통속과 패턴의 세계 속에서 작품이라고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는 퇴락한 작가다. 그런 그에게, 예술가들을 다루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과거의 제자 이안이 찾아온다. 그는 영화를 통해 과거 요셉의 추문을 폭로하는 복수를 꾀하고 있다. 요셉은 이안의 순진하면서도 위선적인 면모를 경멸하면서도 그를 통해 류를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영화 출연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 발칙하고 도발적인 여자 도경과 불쑥 요셉에게 다가와 그의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젊은 여성 이채의 존재가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든다.

    "사랑하는 자는 없고 사랑만 있다.
    사랑은, 누구의 이름이었을까.”


    소설은 요셉의 일상과 류의 과거사가 교차되며 두 세계의 겹침과 엇갈림을 그려나간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타락한 세계를 향해 던지는 요셉의 가차없는 독설은 날카로우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연민을 자아내고, 감추어진 듯 언뜻언뜻 드러나는 류의 서사는 아련하고 서정적인 색채로 이야기 전체를 감싸안는다. 그리고 곳곳에 깔린 삶과 사랑

    “오 년 전 처음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장소에서 짓고 부수고 만들고 찢고를 반복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게 더 기쁘다.”


    은희경 신작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
    오 년 만이다. [비밀과 거짓말](2005, 문학동네)이 나온 직후였다. 작가가 처음 이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몇 년 전이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덟 시간을 울었습니다. (……) 한동안 그 일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나, 그때 왜 그렇게 울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복합적이고 미묘할 뿐 그다지 명쾌해지진 않았어요.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뒤 [소년을 위로해줘]라는 노래를 듣게 됐지요. 부탁을 받고 외국으로 부치려던 CD였는데, 대체 뭐길래 그렇게 좋아하지, 하는 마음에 한번 들어본 거였습니다. 듣고 있는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한 삼십 분쯤은 내내 가슴이 아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우체국 가는 길에, 왜 그때 그렇게 오래 울었는지 다시 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소설로 써보고 싶어졌어요.

    무슨 이야기라고 말해야 할까요. 아직 다는 모르겠어요. 열일곱 살 소년을 둘러싼 가족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관계가 좀 비정상적이고, 풋사랑과 우정이 담긴 성장담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환상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가 등장하겠지만 모두 소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소설을 쓰기로 한 것이 2005년이었습니다. 드디어 ‘소년’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저도 설렙니다. 드디어 출근했으니 이제 곧 퇴근도 할 수 있겠지. 약간의 수사를 사용해도 된다면요, 출근을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오 년 동안 한 번도 퇴근한 적이 없었답니다.
    _‘연재를 시작하며’(이 소설은 2010년 1월부터 7개월 동안 문학동네 카페에서 연재되었다)

    꼬박 오 년 동안, 단 하루도 작가를 퇴근시킨 적이 없는 이 소설은 일일연재가 끝나고도 꼬박 4개월을 더 기다려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십 년 가까이 글을 써온 작가가 이토록 붙들려 있던 이야기가 더 궁금할 수밖에 없다.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또하나의 방식
    _우리 모두는 낯선 우주의 고독한 떠돌이 소년


    사실 나는 위로를 잘 믿지 않는다. 어설픈 위안은 삶을 계속 오해하게 만들고 결국은 우리를 부조리한 오답에 적응하게 만든다. 그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거기 실려간다. 삶이란 오직,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생겨나고 변형되고 식고 다시 덥혀지며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듯이 위로도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러니 잠깐씩 짧은 위로와 조우하며 생을 스쳐 지나가자고 말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은희경은 출세작인 [새의 선물]에서부터 최근의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 이르기까지, 특유의 서정적인 감수성과 냉철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삶의 조건을 예리하게 묘파해왔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것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그만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냉소와 위악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나와는 같을 수 없는, 해서 절대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는 타인과 세상을 그의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다른 몸짓. 그것이 아니었을까. 위로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고 결국은 혼자인 우리는 결국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타인을, 그래서 결국은 자신까지를 위로하고 오직,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작가로 데뷔한 지 15년 됐는데, 제 자신이 자꾸 무거워지는 거예요. 그런데 문학은 기본적으로 무거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문학은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꾸만 이미 성취한 것들을 깊게 천착하는 단계로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이제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을 썼던 그 서툴고 불안하고 미숙했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_경향신문, 2009. 08

    첫 소설 [새의 선물]의 주인공이 어른의 눈을 가진 열두 살 진희였다면,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간 새로운 이야기 [소년을 위로해줘]의 주인공은 열일곱 살 고등학생 연우다. 힙합을 즐기는 이 시대의 평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장르’이자 ‘브랜드’인 작가 은희경, 그 다섯번째 소설집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1995년 데뷔, 등단 20년차인 작가에게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이하 [눈송이] )는 그의 다섯번째 소설집이자, 열두 권째 작품집이다.(소설 외에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이 있다.) 연재를 하고 계절마다 단편을 쓰고, 그것들을 모으고 정리해 책을 내는 시간들을 생각하면, 작가는 그동안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작품을 쓰고 책을 묶었다. 20년, 작가의 첫 책 [새의 선물] 에 열광했던 이들의 딸들이 자라 다시 그의 책을 집어드는 시간이다. ‘은희경’은 엄마와 딸이 함께 읽는 브랜드/장르이다. 어떤 시간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시간을 견뎌낸 자들만이 발견하는, 별자리처럼 반짝이는 삶의 진실들

    풍경은 늘 그렇게 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조금은 다를 것이다. 결국 시간이 개입된다는 뜻이겠지. 풍경을 보기 위해 내가 간다. 대체로 헤맸다. 익숙한 시간은 온 적이 없다. 늘 배워왔으나 숙련이 되지 않는 성격을 가진 탓이고 가까운 사람들이 자주 낯설어지는 까닭이다. 왜 그럴까. 시간이 작동되는 것이겠지. 내 탓도 네 탓도 아니다. 내가 어떻게 그곳에 닿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고 여겼을 때는 그랬다는 말이다. 지금 이 풍경 앞에서 생각한다. 내가 풍경으로 간 것이 아니라 실려갔다. 떠밀려간 것도 아니고 스침과 흩어짐이 나를 거기로 데려갔다. 이런 생각을 하던 시간들이 이 책 속 이야기가 되었다. 쓸 수 있다, 고마운 일이다.
    - 은희경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에서 그는 ‘시간’과 그 시간이 데려간 ‘풍경’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떠밀려간 것이 아니라 스침과 흩어짐이 데려"간 그곳에 대해.

    류보선 이번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 대부분은 압축적이고 단일하며 통일적이라기보다 굉장히 긴 시간, 그러니까 한 인간(혹은 한 집단)의 긴 인생사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예전의 소설들이 한 사람의 생애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사건, 한 순간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인생을 압축적이고 통일적으로 그려냈다면, [눈송이]의 소설들은 한 인간의 수많은 굴곡들과 삶의 파노라마들을 냉정하면서도 차분하게 따라가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 제겐 [눈송이]의 소설들이 택한 변화가 대단히 매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단편소설들이 (...) 인생을 결정짓는 지속적인 계기들 혹은 시간을 견뎌낸 자들만이 발견하는 삶의 진실들 같은 것에 굉장히 인색하다면, [눈송이]의 소설들은 이례적으로 유한한 인간이 시간의 압력 속에서 자기의 고유한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희경 사실 시간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많아요. 시간에 따라서 왜곡되고 변형되고 스러지는 것들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사유가 그쪽으로 많이 통해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 소멸, 그리고 존재의 유한함 같은 거.
    - 은희경,류보선 / [문학동네] , 2014년 봄호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관통하고 지나간 날실과 씨실의 흔적들_‘눈송이 연작’

    "시간의 흐름, 인연, 스치고 흩어지면서
    어디선가 함께 흘러가는 것들, 그런 걸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은희경 / [문학동네] , 2014년 봄호

    그래서일까. 우리를 관통하고 지나간 그 시간의 흔적들을 그가 쫓아간 때문일까. [눈송이] 에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들은 느슨하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유사한 인물들과 동일한 공간들이 여러 소설들에서 겹쳐지고, 에피소드와 모티프가 교차한다. 그리고 여섯 편의 소설들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마지막 작품 [금성녀]에 이르면, 그것들이 단지 희미한 유사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작품집은, ‘눈송이 연작’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스쳐가듯 소소한 에피소드로 연결되고 있는 [눈송이]의 결속력은 약해 보이지만, 그 느슨한 결속력은 연작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문제의식에는 오히려 더 부합한다. 이 연작의 표
    범한 소년, 그러나 개개인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들이 즐겨듣는 힙합 노래를 듣고 제가 경직돼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현실에 대한 불만을 정제되지 않은 형식으로 쏟아내는 걸 듣고 진실된 힘과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소설은 굉장히 정제된 스타일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제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요.” _경향신문 2009. 8

    “힙합이란 장르가 기본적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을 내포한 것이잖아요. 그런 소년의 정서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그린 일종의 ‘성장소설’로 구상하고 있어요. 소설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최대한 다른 방식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_매일경제 2009. 5

    연우는 이혼한 엄마와 단둘이 사는 평범한 소년이다. 이사 후 새학기를 앞두고 새로 전학 갈 학교를 추첨하는 자리에서 마주친 동급생 태수의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낯선 음악, 어느새 비트에 맞추어 함께 움직이는 심장의 박동. 그것이 시작이었다. 새로운 우정, 이 세상이 낯설고 두렵기만 한 소녀 채영과의 만남, 떨림, 첫사랑, 외부세계와의 갈등, 원치 않는 작별, 그리고 재회까지.
    여름부터 겨울까지, 그리고 봄눈이 내리는 새로운 계절에 이르기까지, 소년들의 이야기, 결국은 영원히 소년인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는, 조금쯤은 그들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지도.

    이 소설 속 인물들이 고독하지만 유쾌하고 불안하긴 해도 냉정하기를 바랐다. 그들의 눈에, 우리가 상투적으로 생각해왔던 현실보다 더욱 현실에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삶의 모습 같은 게 포착되었으면 했고,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할까, 뻔뻔스럽거나 엉뚱하게 비칠지도 모르지만 이 세계의 개인으로서 타인을 사랑하는 방식 하나를 보태고 싶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에 대한 깊은 통찰이 섬세한 문장으로 겹겹의 층을 이루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매혹과 상실, 고독과 고통, 오해와 연민에 대해 오래 곱씹게 하는 그 빛나는 경구들은 물론 은희경 소설을 읽는 큰 즐거움이자 그 자체로 머릿속에 외우고 다니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적이다. 날렵함과 통쾌함을 지나 점차 깊고 묵직하고 어딘가 쓸쓸하기까지 한 느낌을 더하는 그 문장들에서 은희경 소설세계의 또다른 변모를 감지하는 것 또한 설레는 일이다.

    타인이란 영원히 오해하게 돼 있는 존재이지만 서로의 오해를 존중하는 순간 연민 안에서 연대할 수 있었다. 고독끼리의 친근과 오해의 연대 속에 류의 삶은 흘러갔다. 류는 어둠 속에서도 노래할 수 있었다.
    (/ p.265)

    모든 좋은 소설이 그러하듯, 어떤 측면에서 읽어도 흥미로운 깨달음와 감흥을 발견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면모는 [태연한 인생]이 지닌 큰 매력이다. 이 소설을 “개인의 고유성을 사수하려는 절망적 시도”와 “근원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자의 비감(悲感)”(염무웅)으로 읽을 수도, 류와 그 어머니의 “전사(前史)까지 포함한 적막한 일대기”(김혜리)로 읽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혹은 사랑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혹에 초점을 맞출 수도, 사랑이 끝난 후의 고독과 고통에 초점을 맞추어 읽을 수도 있다. 그럴 때 ‘태연한 인생’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은 더한층 다층적이고 매혹적이다. 어느 쪽이든, 그 ‘태연한’ 세계 속에서 느끼는 매혹과 고독은 한없이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전한다. 작가는 “연재하는 동안 일어났던 일들, 만났던 사람, 눈에 띄는 풍경이 마치 우연이라는 듯 소설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며 이 소설을 “우연한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지만, 그런 ‘우연한’ 부분들이 얽히고 짜맞춰지며 만들어내는 겹겹의 치밀한 의미망은 우연을 필연적인 작품으로 길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다시금 감탄하게 한다.
    [태연한 인생]은 그러므로 연애소설이면서 세태소설이자, 빼어난 교양소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우리 시대 인생과 사랑에 관한 매력적인 성찰과 사색을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녹여낸 수작이자, 은희경 문학의 탁월한 한 성취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은희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반가운 기쁨으로 다가갈 작품이다.
    제가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즉 ‘눈송이 연작’이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서 멀지 않다. 당겨 말해, [눈송이]는 구조를 전제한 ‘종합’이나 ‘통일성(모든 눈송이)’이 아니라, 단편 각각의 ‘고유성(단 하나의 눈송이)’을 보존하는 보다 개방적인 형태의 ‘연결(아주 비슷하게 생긴)’을 추구하고 있다.
    - 차미령/ [문학동네] , 2014년 봄호

    각각의 단편으로 흩어져 있을 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연결고리들은 이렇게 함께 모여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홀로 빛나는 듯 보이던 별들이 모여 다시 제각각의 별자리를 이루듯, 날실과 씨실이 교차되면서 하나의 "선"이었던 시간은 "면"을 이루어나간다.
    그 안엔, 우리의 시간들도 함께 엮여들어간다. 당신이 겪어낸 시간은, 곧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기도 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 견뎌낸 시간들. 그 시간들은 힘이 세다. 그래서 이렇게 농익은 이야기로, 때론 촘촘하게 때론 느슨하게, 그러나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된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지만 끊임없이 타인과 스치고 있어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삶과 어떤 식으로 얽히고 스치고 풀어지는 순간이 있었을 테고, 또 그것이 인생을 바꿔놓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은희경 / [문학동네] , 2014년 봄호

    "선으로 면을 만들어나가는" 뜨개질처럼, 엉킨 실타래 한쪽 끝에는 들쑥날쑥하더라도 한 코 한 코, 쌓아올린 시간들이 (어쩔 수 없이) 차곡차곡 쌓여나간다. ‘눈송이 연작’은 어쩌면, 그 시간의 흔적들, 그것들이 그려나간 궤적들, 그 부피들의 총체이다.
    그것들은 각각 홀로이며 또한 모두인 동시에, 다시 홀로이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처럼, 우리는 모두 비슷하지만 결국 단 하나의 ‘나’이듯. 각자 비슷한 인생의 시간들을 보내지만, 각기 다른 목도리를 짜나가듯. 그리고 그 각각의 별자리들이 모여 하나의 큰 밤하늘을 만들어 보이듯.

    겨울에서 봄으로, 그 시리고도 따뜻한 봄눈 같은 이야기들

    그의 소설이, 단언컨대 한 번도 설익은 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집에 실린 여섯 편의 소설들은, 곧장 따서 한 입 베어물면 입술을 타고, 팔목을 타고 과즙이 흘러내릴 것 같은 잘 익은 과일과도 같다. 시간과 비와 바람과 햇빛을 견뎌내며 품어안은 향기는 이미 봄의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공기가 부드러워지고 땅이 물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겨울을 보낸 마른 나뭇가지에도 조금씩 물기가 돌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봄으로 가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한편, 왠지 아직은 겨울을 완전히 떠나보내기는 아쉬운 날들, 문득, 봄눈이 내리는 날이 있다. 겨울에 안녕을 고하고 봄을 맞는 그 눈송이들, 시리고도 따뜻한 각자의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눈송이들 하나, 날려보낸다.

    추천사

    작가는 요셉의 시선을 통해 일상이 기반하고 있는 속물세계의 비루한 욕망과 감상성을 비판적으로 해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와 주인공의 관점은 때로 화합하고 때로 길항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복합성 때문에 소설의 문체는 시종일관 풍자적이고 반어적이다. 그러나 풍자와 반어로 매끈하게 포장된 ‘인생의 태연함’ 안에는 개인의 고유성을 사수하려는 절망적 시도가 있고 근원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자의 쓰라린 비감(悲感)이 들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 염무웅 / 문학평론가

    오래전 은희경의 단편 [열쇠]를 읽고 작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아 아무도 없는 방의 네 벽을 둘러본 적이 있다. 이후로도 은희경 소설 중 한 여자를 공중에서 내려다보듯 쓴 작품들에 유독 끌렸다. ‘류’와 ‘요셉’의 세계를 오가는 [태연한 인생]에서도 나는 류를 편애하고 말았다. 이 소설은 대칭인 듯 비대칭이다. 동일한 전지적 시점으로 쓰였지만, 요셉은 말을 쏟아내고 류는 생각한다. 그녀의 말은 가슴에 담긴 채 문장으로 옮겨진다. 소설 속 요셉의 시간대는 하루이거나 일주일이지만, 류의 그것은 생의 전사(前史)까지 포함한 적막한 일대기다. 망원렌즈의 시야에 아득히 가라앉은 류와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며 종종 그녀들이 가르쳐준 대로 어긋난 뼈를 맞추듯 왼쪽 가슴을 눌러보았다. 그것은 높은 곳에서 지켜보는 누군가가 나의 황망한 인생을 집어들어 태연한 세계 안에 넣어주길 기도하는 주문이기도 했다.
    - 김혜리 / [씨네21] 기자

    놀랍다. 지금 은희경이 다다른 이 자리가.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시인의 시에서 탄생해 은희경이 다른 생명을 불어넣어준 저 단 하나의 눈송이를 생각한다. 단 하나의 눈송이. 지상에는 영원히 닿지 못할 운명이었던 눈송이. 눈보라 속 그 눈송이의 자취를 우리는 어둔 눈으로 따라갈 것이다.
    - 차미령 / 문학평론가

    너무 가까워지면 ‘관계’가 개인을 삼키고, 너무 멀어지면 ‘거리’가 고립을 낳는다. 그 둘 사이의 곡예술을 포착하는 데 은희경보다 뛰어난 작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 권희철 / 문학평론가

    목차

    INTRO-겨울
    나에게도 온 거야, 멋진 신세계
    나는 달리고 너를 바라보고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그야말로, 세계는 이런 식으로 넓어지는 거구나
    전혀 모른다는 것의 외로움
    세상의 축제
    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HIDDEN TRACK-봄눈
    작가의 말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프랑스어 초급과정

    스페인 도둑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독일 아이들만 아는 이야기

    금성녀

    해설 | 이소연(문학평론가)
    낯선 슬픔은 오래된 지혜를 꿈꾼다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마침내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연우, 이제 일어나지? 잠꼬대와 다름없는 나른한 목소리이다. 그 소리는 부엌과 마루를 지나 내 방으로 건너오고. 나 역시 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이며 간신히 대답한다. 알았어...
    그 다음부터는 평상시 아침과 비슷하다.
    일어났니? 알았다니까. 일어났지? 응. 안일어났어? 응. 일어났다면서? ...일어나래도. 알았대도...
    (나에게도 온 거야, 멋진 신세계/ p.22)

    늦가을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새떼를 본 적이 있다. 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였다. 엄마가 갓길에 차를 세웠다. 푸른 하늘을 빽빽하게 덮은 새떼는 거대한 검은색 망사커튼 같았다. 커튼이 바람에 날리듯 이리저리 나부끼면서 천천히 이동해갔다. 어떻게 저렇게 엄청나게 많은 새들이 천에 프린트된 무늬처럼 일정한 자리를 지킨 채 계속 대형을 바꿔가면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걸까. 실눈을 뜬 채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엄마가 중얼거렸다. 굉장한 단체생활이네. 저건, 벗어나는 순간 죽음일 거야.
    왜 갑자기 그 새떼가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열을 이루어 함께 출발하는 순간 그냥 든 생각이다.
    (그야말로, 세계는 이런 식으로 넓어지는 거구나/ p.267)

    힙합 공연장은 트로트 가수들의 디너쇼나 인기 록스타의 무대처럼 화려하지 않다.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몇몇 뮤지션을 빼면 밴드도 없다. 리듬을 담당하는 디제이와 마이크 하나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MC뿐이다.
    로커는 무대를 지배하고 관객을 압도해야 한다. 그런 카리스마가 없으면 그의 무대는 실패다.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은, 말이 그렇다뿐이지, 록 공연장에서 관객은 스타를 숭배하고 열광하는 열성 팬이다. 록음악의 팬들은 세 옥타브를 넘나드는 폭발적 샤우팅과 리드기타의 현란한 애드리브를 기대하며, 그 요구가 충족될 때 만족감을 얻는다.
    (전혀 모른다는 것의 외로움/ p.333)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9~
    출생지 전북 고창
    출간도서 37종
    판매수 57,756권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이중주」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상속』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국식 룰렛』,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 『비밀과 거짓말』 『소년을 위로해줘』 『태연한 인생』이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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