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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 19세기 한 자유인의 기구한 노예생활과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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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19세기 한 자유인의 기구하고 참혹한 노예생활
    희망이 소멸된 곳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납치되어 12년을 노예로 산 솔로몬 노섭의 이야기


    2014 골든글로브 작품상 수상
    2014 아카데미 작품상 포함 9개 부문 노미네이트
    2014 런던비평가협회상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 3관왕에 빛나는
    영화 [노예 12년]의 원작

    ‘자유인이란 누구인가’를 알게 해준 한 노예의 위대한 논픽션

    자서전 혹은 수기는 미국의 초기 ‘아프리칸 미국인(흑인)’ 문학에서부터 19세기 전반 노예 이야기Slave Narrative의 전성기를 거치면서 뿌리를 깊이 내렸다. 그리고 부커 워싱턴, 마틴 루터 킹, 맬컴 엑스 등에 의해 오늘날까지도 부단히 이어져오는 미국 소수자 문학의 대표적인 전통 양식이다.
    특히 19세기 초반부터 흑인들이 노예로서 겪은 체험이 담긴 자전 기록은 엘리트 지배층인 백인 독자들에게도 반향을 일으켰다. 예컨대 프레더릭 더글라스의 [미국인 노예: 프레더릭 더글라스의 인생 이야기An American Slave: Narrative of the Life of Frederick Douglass](1845), 윌리엄 브라운의 [도망 노예 윌리엄 브라운의 이야기Narrative of William Wells Brown, a Fugitive Slave](1847), 헨리 비브의 [미국인 노예 헨리 비브의 삶과 모험 이야기Narrative of the Life and Adventures of Herny Bibb, on American slave](1849),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Twelve Years A Slave](1853) 그리고 부커 워싱턴의 [노예제의 극복Up From Slavery](1900) 등과 같은 작품들이다.
    솔로몬 노섭이 자신의 자서전을 "꾸며낸 이야기도 아니고 과장하지도 않았다"라고 밝힌 바대로,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을 ‘사실 그대로’ 충실하게 반영한 이러한 논픽션 전기들은 그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매우 컸다. 미국사에서 가장 추악했던 노예제의 본질과 그 문제의 근간들, 그리고 흑인(과 혼혈인) 노예들의 비통하고 처참한 삶의 곡절을 감동적으로 묘사하며 노예제도의 참상을 고발하고, 노예제 폐지운동의 프로파간다 자료로 선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노예 억압에 항거하는 ‘저항protest 문학’의 전통을 세우며, 아프리칸 미국인 노예들의 갖가지 삶의 참모습을 기록한 보고로서 반노예제 휴머니즘 운동의 큰 원동력이 되고, 이후 본격적인 흑인 문학의 밑바탕 구실을 한 것이다.

    미국사를 바꾼 가장 고귀한 자서전

    ‘바이올리니스트 자유인’ 솔로몬과 ‘노예’ 플랫이라는 두 사람 몫의 삶을 산 한 흑인 남자의 거짓말 같은 실화 [노예 12년]은 미국에서 2013년 10월 스티브 맥 퀸 감독의 영화로 개봉되면서 대중적 관심이 지대해졌다.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고 여러 출판사에서 거듭 펴내고 있다. 이 영화는 2014년 1월 제7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7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되며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미국제작자조합상, 런던비평가협회 등에서도 작품상을 휩쓸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인정받았다. 영화의 성공은 노예제에 관한 교과서로 널리 읽혀왔던 원작의 힘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1808년 뉴욕 주의 자유인으로 태어난 솔로몬은 1841년 일자리를 구해준다는 두 명의 백인에게 속아 워싱턴DC로 갔다가, 납치되어 노예상인 제임스 버치에게 팔렸다. 노예 소유주의 성을 따르는 관습에 따라, 솔로몬 노섭은 이후 주인이 세 번 바뀌면서 ‘플랫 포드-플랫 티비츠-플랫 엡스’라는 이름 등으로 불리며 12년간 노예의 굴레가 씌워진 채 살았다. 그의 아버지를 노예로 소유했던 주인의 아들 헨리 노섭이 뉴욕 주지사와 다른 여러 관청에서 솔로몬이 자유인임을 증명하는 문서를 가지고 찾아와, 1853년 1월에 드디어 구출되었다. 솔로몬은 가족들이 있는 뉴욕으로 돌아와 노예상인들을 법정에 고소했지만, 노예상인들은 솔로몬이 자유인 신분임을 몰랐다고 변명함으로써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후 솔로몬은 노예제 폐지 운동가로 강연과 연설을 하던 중 행방불명되었다. 사망 연도나 원인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1860년대 초에 퀘이커 교도들과 트로스Sojourner Truth나 터브먼Harriet Tubman과 같은 노예 출신들이 구축한 ‘지하철도underground railroad’라는 조직에 참여해 도망노예들에게 은신처와 탈출 수단을 제공했다는 기록도 있다.
    남북전쟁 전 유색 인종의 자유와 미국적 정의의 한계, 노예제를 둘러싼 남부와 북부의 단계적 갈등을 세세하게 알 수 있는 이 책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흑인 자유인을 납치해 노예로 파는 대목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유인이 국회의사당이 훤히 보이는 곳에서 노예상인에게 팔려나가는 인신매매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1850년에 선포된 도망노예법Fugitive Slave Act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동시에 1852년에 출간된 해리엇 비처 스토의 픽션(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양심을 크게 일깨운 측면도 주지해야 한다.
    물론 [노예 12년]은 스토의 소설만큼 팔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 자서전’이라는 점에서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단지 ‘비현실적인 공상’이라는 남부 백인들의 주장을 강력하게 반박할 수 있는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었다. 솔로몬이 풍부한 증거가 뒷받침되는 사실과 역사적 진실만을 기술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한 덕분이었다. 다시 말해 솔로몬의 논픽션(자서전)은 스토의 픽션(소설)이 현실세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실관계’였다는 것을 고증해준 셈이었다. 가령 스토의 소설 속 노예 엘리자가, 자신의 아이가 남부 사람에게 팔려가는 것을 보며 울부짖는 대목은, 솔로몬의 자서전에서 일라이자가 두 아이와 각각 따로 팔려가는 실제 상황에 다름 아니었다.
    솔로몬의 실제 이야기가 대중적 매력을 발산했던 결정적인 까닭은 솔로몬이 플랫이라는 노예로 10년 동안 속박당했던 루이지애나의 바유뵈프 지역이, 스토의 소설 속에서 잔인한 노예 매매업자로 등장하는 사이먼 러그리의 ‘가상fictional 농장’과 단 60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또한 솔로몬이 묘사한 현실세계의 실제 인물들이 스토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들과 매우 엇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솔로몬의 자전적 기록문학은 그를 구출해준 변호사 헨리 노섭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헨리 노섭이 생각하기에, 솔로몬의 경험담은 노예제 폐지라는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굉장히 흥분할 만한 소재였음에 틀림없었다. 뉴욕의 유색 자유인이 납치당해 차꼬를 차고 12년 동안 뉴올리언스 등에서 노예로 살다가 풀려나 작가가 되었다는 괄목할 만한 사실은 그 당시 상상만 해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즉각적으로 대서특필하고, 솔로몬의 자서전은 스토의 소설을 첫 번째로 실증한 ‘가장 고귀한 논픽션’이라는 식의 평가를 내렸다. 스토는 [해방자The liberator](1953년 8월 26일)에서 "솔로몬 노섭이 강제노동을 한 농장이 바로 톰 아저씨가 속박당했던 레드 강 유역이라는 점, 그리고 농장에 대한 묘사와 그곳에서의 생활 형태, 그가 설명한 몇 가지 사건이 톰 아저씨 이야기와 보기 드물게 유사하다는 점은 미국 역사에서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다"라고 말했다.
    스토의 소설보다 한 해 늦게 출간된 [노예 12년]은 첫 달에 8000부가 팔리고, 당시의 논픽션 시장에서 3만 부라는 적지 않은 판매고를 올렸다. 1856년 최종판이 나올 때까지 몇 차례나 더 찍혀 나오며, 노예제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이후 절판되었다. 오랫동안 먼지더미 아래 묻혀 있던 이 책은 1960년대 들어서야 다시 주목받았다.
    이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 역사학자 수 아이킨Sue Lyles Eakin(1918~2009)이다. 그녀는 열두 살 때, 솔로몬이 노예생활을 했던 루이지애나 주 뵈프 강 근처의 한 플랜테이션 농장 서재에서 오리지널판을 발견했다. 이것을 평생의 연구사업으로 삼은 그녀는 드디어 1968년, 10년간의 연구 끝에 가장 권위 있는 ‘솔로몬 노섭 자서전 비평판’을 펴냈다. 2007년에는 여든여덟 살의 나이로 100페이지가 넘는 새로운 정보와, 이전에는 출판되지 않았던 사진, 그리고 이야기와 얽힌 독특한 지도 등을 함께 수록한 결정판을 완성했다. 텔레마코스 프레스에서 출간한 ‘수 아이킨 주석판’에는 솔로몬이 자유를 되찾은 이후의 삶, 역사적 맥락 등을 고찰한 200개가 넘는 주석이 140페이지 분량으로 실려 있다.(한국어판에서는 생략했다.)
    흑인 노예 당사자의 체험을 방대하고 상세하게 사실대로 쓴 ‘논픽션 기록물’이라는 이 책의 독특한 가치를 재발견한 수 아이킨의 노력으로 솔로몬의 수기는 ‘미국 자전문학의 정전canon’이자 ‘불후의 논픽션 고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1000개가 넘는 미국 독자들의 반응도 거의 마찬가지다. 더불어 ‘미국의 미시생활사’를 연구하는 데 활용 가치가 높은 역사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패코드리 늪과 레드 강 등 미국 대륙의 광활한 자연과 동식물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 목화와 사탕수수 재배법, 노예 식량 대용으로 쓰인 너구리나 주머니쥐 사냥, 유일한 휴가 크리스마스 무도회, 노예의 결혼 풍습, 차꼬와 통발의 형태, 베이컨 저장법, 호리병박의 쓰임새, 노예사냥 등등에 대한 흥미진진하고 세부적인 서술은 ‘사실이 말하게 한다’는 역사학의 기본 논리에도 충실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인간 해방 전쟁을 낳은 한 흑인의 시대적 문제작

    미국 노예제의 역사, 특히 1850년대 전후 남부(노예 주州)와 북부(자유 주州) 간에 열띤 논쟁을 자아냈던 도망노예법을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17세기 말 미국의 담배 농장들이 흑인 노예들을 주된 노동력으로 삼으면서 아프리카 노예들이 북아메리카로 유입되었다. 1776년 미국의 독립 이후에도 남부 경제의 토대는 노예노동이었다. 북부는 임금노동에 경제 기반을 두었다. 노예제가 남부에서는 경제적 이득과 직결되었지만, 북부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인정 논리가 대세였다. 이는 남부와 북부 사이에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러던 차에 목면 방적기와 목면 수확 기계가 도입되어 목화 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자, 노예제를 사회 필요악으로 마지못해 인정해오던 남부의 정치인들과 교회지도자들은 이제 필수불가결한 제도로 용인하기 시작했다.
    남북 문제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나폴레옹이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 미국에 팔아버린 루이지애나 땅에 1819년 미주리 주가 수립되고, 노예 주로 연방에 가입하겠다고 요청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당시 남북은 자유 주와 노예 주의 숫자가 11주씩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자유 주란 주의 헌법에 노예 강제노동을 폐지한다는 조항을 새겨놓은 북부의 주들이다. "1840년 5월 14일에 통과된 법에는 ‘뉴욕 주의 자유인이 납치되거나 노예 신분으로 전락하는 것을 좀더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법령’이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이 법은 자유 주의 자유인 혹은 주민이 부당하게 붙잡혀 있거나, 노예 취급을 받았다는 납득이 갈 만한 정보를 입수했을 경우 그 사람의 필요에 따라 자유를 되찾아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주지사의 의무"라고 규정했다. 반면 남부 노예 주들에는 이러한 법 조항이 없었다.
    미주리 문제는 1820~1821년의 타협안에 의해, 루이지애나 남쪽 지방에서는 노예제를 존속시키고 북쪽 지방은 자유 주로 하되 미주리는 예외를 둬 노예 주로 인정한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북부에도 뉴햄프셔 주의 땅을 떼어내 메인 주라는 새로운 자유 주 하나를 세움으로써 남북의 균형을 잃지 않았고, 또 이후로 북위 36도 30분 이북의 지역에서는 노예제를 금지하는, 즉 노예 주와 자유 주(또는 남부와 북부)의 경계가 되는 ‘메이슨딕슨 라인’이 설정되어 미연방의 분열 위기를 잠시 모면했다.
    1850년에 남부의 노예 가격은 어림잡아 총 1억 달러쯤이었다. 당시의 면화 붐으로 남부인들은 날이 갈수록 새로운 경작지를 찾아 서부로 이주해갔다. 북부인들은 남부인들이 서부를 차지하며 노예제를 미국 전역에 퍼뜨릴까봐 걱정했다. 남부인의 입장에서, 만약 서부 개척 정책에 따라 서부의 미개척지를 노예 주로 확장해 노예의 수요가 많아지고 노예를 아무런 제약 없이 신생 주들로 수출할 수 있다면, 그 가격은 금세 갑절 이상으로 뛸 게 틀림없었다. 반면 북부는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노예제가 서부의 신생 주에까지 확대되면, 미국이 미개 국가의 오명을 뒤집어쓸게 될 것을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주리 협정은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다. 서부의 캘리포니아를 자유 주로 할 것인가 노예 주로 할 것인가를 두고 남북은 또다시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도망노예법이었다. 캘리포니아를 자유 주로 하고 이 지역에서 노예무역을 폐지하되, 그에 대한 보상으로 노예 주에서 자유 주로 도망친 노예들을 엄격히 단속하자는 법령이었다. 연방보안관은 도망노예를 잡기 위해 어떤 시민에게라도 도움을 요구할 수 있었다. 도망노예로 고발된 이들에게 법적 소송은 허락되지 않았다. 도망노예를 도와준 자는 길게는 6개월 동안 감옥에 갇히고 1000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이것은 백인이라면 어떤 흑인이라도 도망노예로 몰아붙일 수 있게 해주었다. "도망친 노예를 붙잡으면 때때로 돈벌이가 되었다. 통행증이 없는 노예를 발견했다고 공지한 뒤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가장 높은 값을 부른 사람에게 팔 수 있었다. 노예를 되찾아가는 경우에도 노예를 발견한 사람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주었다. 그래서 이런 놈팡이들에게 ‘비열한 백인’이란 별명이 붙여졌다." 도망노예가 자유 주에 있는 것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었던 셈이다.
    하지만 도망노예법은 남북의 갈등을 완화시키기는커녕 더욱더 악화시킬 뿐이었다. 이런 시기에 북부 자유 주 사람들의 양심을 뒤흔들었던 대표적인 책이 바로 해리엇 스토의 소설과 솔로몬 노섭의 자서전이었다. 사회적 파장은 컸다. 노예제로 인한 남부와 북부의 갈등은 전쟁이 아니면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국면으로까지 치달았다. 1854년에는 ‘캔자스-네브래스카 법’, 즉 캔자스와 네브래스카 준주準州(아직 주의 자격을 얻지 못한 지역)를 창설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노예제 인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로 인해 이 두 주는 남부와 북부가 각자의 세력을 확장하려는 각축장이 되었고, 노예제 찬성파와 반대파 분대들이 캔자스로 밀려들어와 ‘피의 캔자스 사태’를 일으켰다. 민주당과 휘그당 모두가 분열되었고, 공화당이 창설되면서 미국은 두 개의 정치 진영(북은 공화당, 남은 민주당)으로 쪼개졌다. 마침내 1861년 4월 남부 연맹이 섬터 요새의 수비대를 향해 포탄을 발사하자, 남북전쟁이 발발했다.

    노예제를 통해 인간 본성의 극한까지 파헤친 자전문학의 정전正典

    이러한 역사적 배경 아래에서, 이 책은 다양한 인간 군상으로 노예제의 진상을 폭로·고발하면서 노예제의 그림자와 주인공이 자유를 되찾은 과정을 핍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갈등의 두 축은 ‘노예와 노예 소유주’ 그리고 ‘노예 폐지론자와 노예제 옹호론자’다. 하지만 선악의 이항 대립 구조를 ‘칼로 무 자르듯이’ 쉽게 자를 수만은 없는 노릇이듯 윌리엄스, 아서, 채핀, 피터 태너, 에이브럼, 피비, 치안 판사 찰스 휴즈 등 많은 조연을 통해 노예제에 대한 복합적인 반응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흑인들도 제각기 다르다. 가령 엡스의 농장에서 감시인 노릇을 하는 흑인 노예 톰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로 가혹하기가 짝이 없었다."
    남부인들은 당연히 노예제가 야만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 이익 때문에 성경을 왜곡하기까지 한다. 성경이 흑인을 노예로 삼으라고 가르쳤다, 백인과 흑인은 본래 신분이 다르다, 흑인은 주인의 가호를 받는 노예 상태가 더 좋다, 라는 식이다. 누가복음 20장 47절을 ‘하느님이 노예 폭력은 정당하다고 말씀하셨다’고 해석하는 피터 태너와 남부인 대개가 이런 입장이었다.
    하지만 백인들이라고 깡그리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한통속으로 싸잡을 수는 없었다. 솔로몬은 플랫이라는 이름의 노예로 지내는 동안 세 명의 주인을 거쳤다. 그가 감사하면서 떠올리는 주인이 있는가 하면 괴로운 심경으로 떠올리는 주인도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억압받는 흑인과 잔인한 백인이라는 단순한 선악 구도를 따르지 않고, 또한 인물들의 성격과 심리 묘사가 중층적이라는 점에서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솔로몬의 진술대로 노예 소유주는 ‘선한 노예주’와 ‘악한 노예주’로 나뉜다. 윌리엄 포드 대 피비츠·에드윈 엡스가 이러한 양극단의 태도를 보여준다. 솔로몬의 첫 번째 노예주였던 윌리엄 포드는 선한 노예주다. 플랫 포드(솔로몬)의 눈에도 침례교 전도사인 그는 "친절하고 고상하며 솔직한 기독교인"이다. 반면에 ‘노예 파괴자’ 에드윈 엡스는 유색 인종을 "단지 노새나 개와 다름없는 살아 있는 소유물로서 ‘순수 동산動産’으로 여길 뿐이었다. 그들이 개들에게 죽도록 물어뜯기고 있어도, 이득만 된다면야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냉정하고, 잔인하고, 부당한 인간이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따로따로 팔린 일라이자를 성심성의껏 위로하는 포드일망정, "평생 살아오는 동안 영향을 받고 관계를 맺어온 주변 사람들과 환경이 노예제 밑바탕에 내재한 악을 보지 못하도록 그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을 노예로 부리는 사람의 도덕적 권리에 의문을 품지 않았고, 자기 조상과 같은 시각과 방식으로 세상을 보았다." 솔로몬은 이 지점에서 인간은 선과 악, 사랑과 혐오의 본성을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을 꿰뚫어본다.
    선한 사람도 노예제 아래에서 무책임한 절대 권력을 갖게 되면 얼마든지 악한 자가 될 수도 있고, 악한 사람일지라도 종교적 혹은 도덕적 감화에 따라 얼마든지 선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은가? 선과 악에 대한 이런 이원적이고 길항적인 입장은 노예제에 대한 조망에도 적용된다. 솔로몬은 노예제가 단연코 폐단인데도 불구하고 와해되지 않는 까닭은, 노예제 아래에 있는 선한 노예 소유주들 탓이라고도 인식하는 듯하다. 선한 노예 소유주들의 관용 때문에 악질 농장주의 비인간성이 감춰지기 때문이다.
    말인즉슨 노예제가 악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노예제 폐지 운동을 하지 않는 ‘선한 자의 부작위성’은 결국 노예제를 옹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이렇듯 인간성에 대한 야누스적인 시각은 [노예 12년]을 관통하는 사상이다. 인간 본성의 내부 모순은 ‘선한 노예주’인 윌리엄 포드와 여자 농장주 매코이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궁극적으로 솔로몬은 노예제가 ‘병 주고 약 주는 웃기는’ 제도라고 진단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은 노예제를 통해 인간 본성의 극한까지 파헤치며 ‘무릇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열두 살쯤 먹은 똑똑한 아이" 엡스의 맏아들을 보자. 이 아이는 "에이브럼에게 왜 일을 그렇게 했느냐고 물어보고, 그 어린 머리로 생각하기에 에이브럼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으면 그에게 채찍질 형벌을 내리곤 했다. 이 모습을 본 엡스는 매우 기뻐했다. 그럴 때면 아이는 노예들이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가죽 채찍을 휘두르며 노예들에게 일을 제대로 하라고 욕설을 섞어 소리치곤 했다." 솔로몬은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이런 환경에서 자란다면 아이의 천성이 아무리 착하다 한들 노예들의 고통과 힘겨운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게 부당한 제도가 버젓이 행해지면서 그 안에서 사는 이들의 영혼도 무정하고 잔인하게 변해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노예제 아래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사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사람을 사고파는 상품으로 취급하는 인신매매 장사치들에게서 사람다운 자의식이나 행동이 나오기를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물론 솔로몬은 백인 중에서도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며 행동하는 "고귀하고 너그러운 마음씨를 지닌 영혼의 소유자"가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바로 그의 편지를 북부로 전달해준 노총각 목수 배스가 그러한 인물이다. 솔로몬의 눈에 배스는 "의롭고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했다." 특히 배스가 에드윈 엡스와 벌인 논쟁은 노예제를 둘러싼 남부와 북부의 생각 차이와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미국의 독립선언문 정신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흑인들이 원숭이 정도의 지능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엡스와 같은 백인들의 책임임을 아셔야 합니다. 이 나라에는 아주 무서운 죄악이 만연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그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배스의 주장은 묵시론적 예언을 담고 있어, 찌릿찌릿하기까지 하다.
    한편 일라이자의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듯, 당시 농장주 백인들은 흑인 여자 노예를 상대로 혼혈아를 낳아 길렀다. 하지만 참혹한 인권 유린으로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법과 관습에 의해 허가된 떳떳한 행위이자, 노예 신상품을 증식하는 이로운 행위로 여겼다. 이로 인해 흑인 여자 노예들은 노예 소유주들의 욕정, 탐욕, 증오, 오만, 질투, 분노, 잔학성, 악취미 등 인간 오욕칠정의 처참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날씬하고 아름답고 마음씨 착한" 탓에 "음탕한 주인의 욕정에 찬 눈길 앞에서 움츠러들고, 안주인의 손아귀에서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여자노예 팻시가 그랬다.
    이런 유형의 등장인물이 수려한 외모이거나 흑인 엘리트이면서도 ‘비극적 혼혈tragic mulatto’로 나오는 것은, 흑인 노예 작가 윌리엄 웰스 브라운이 쓴 첫 번째 미국 흑인 소설 [클로텔 또는 대통령의 딸Clotel, or The President’s Daughter](1853)을 시발점으로 하여 어느덧 미국 흑인 문화의 전통이 되었다. 까막눈이던 당시의 흑인들과는 다르게, 솔로몬도 글을 쓸 줄 아는 지식인 물라토였고, 그의 어머니는 노예인 적이 없었던 흑백 혼혈 1세대였다. 흑인 저자들이 엘리트 혼혈 흑인을 주인공으로 선호하는 까닭은, 백인 지배의 미국이 흑인에게 입히는 비정한 인종 박해를 훨씬 더 극적으로 폭로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흑인도 백인과 마찬가지로 지적인 힘과 문화적 교양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역설하기 위해서였고, 더불어 백인의 세계관을 답습하는 흑인 엘리트층의 겉으로만 착한 척하는 짓과 허위의식을 자아비판 식으로 들추어내고자 한 의도였다.

    노예제는 150년 전 무렵에 사라졌다. 솔로몬의 자서전도 평범한 졸작이었다면 노예제와 함께 사라졌을지 모른다. 고전은 다시 읽음으로써 독자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고 한다. [노예 12년]을 읽으면서 우리 자신이 자유를 속박당하는(혹은 속박하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의 가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철저한 사실에 입각해 인간성에 대한 진실한 묘사를 추구한 솔로몬의 자서전은 논픽션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작품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분명 흑인 노예제는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둥이 되었던 ‘물질적 이익을 위해 인간의 양심과 도덕을 배반하는 현상’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돈이나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힘없는 사람들이 자유를 억압받는 상황이 이곳저곳에서 발견되지 않은가! 그래서 솔로몬의 다음과 같은 웅변이 더더욱 귀에 쟁쟁하다.
    "나는 평생 동안 북부의 자유로운 공기를 마시며 살았고 내게도 백인들과 똑같은 감정과 애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 나는 노예제의 원칙을 지지하거나 인정하는 법이나 종교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찾아온 모든 노예에게 늘 기회를 봐서 자유를 위해 싸우라고 조언했다. (...) 채찍질에 갈기갈기 찢긴 등에서 피가 흐르는 노예가 복종과 용서를 미덕으로 삼아 다시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언젠가는, 우리의 기도를 듣는 신이 정말 계신다면 언젠가는 끔찍한 복수의 날이 올 것이며 그때는 주인된 자가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오히려 애원해야 할 것이다."

    추천사

    " [노예 12년]을 책으로 접했을 때 마치 [안네의 일기]를 처음 읽었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때 ‘이런 책은 더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모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야 한다."
    - 스티브 매퀸 / 영화 [노예 12년] 감독

    " 무자비한 노예제에 무릎 꿇지 않고 끝끝내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낸 솔로몬 노섭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감동적이고도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 책은 그 비인간적 제도에 대한 날카롭고도 소름끼치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 새터데이 리뷰

    " 노예로 지낸 나날들, 독립적인 영혼, 자유를 향한 불굴의 의지. (...) 현대에 솔로몬 노섭과 같은 이가 있다면 오늘날 세상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 존 호프 프랭클린 / 전 미국역사협회 회장, 대통령 자유훈장 수상

    " 소설, 그 이상의 진실을 담고 있는 책"
    - 프레더릭 더글러스 / 노예제 폐지 운동가

    목차

    해제 : ‘자유인이란 누구인가’를 알게 해준 한 노예의 위대한 논픽션
    서문

    01장 | 나는 자유인이다
    02장 | 납치당하다
    03장 | 윌리엄 노예수용소
    04장 | 남쪽으로 끌려가다
    05장 |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쓰다
    06장 | 노예 판매소에 전시되다
    07장 | 첫 주인 포드를 만나다
    08장 | 티비츠에게 팔려가다
    09장 | 피터 태너 밑에서 일하다
    10장 | 도망자가 되다
    11장 | 포드에게 도움을 청하다
    12장 | 엡스 농장에서의 나날들
    13장 | 동고동락하는 노예 동료들
    14장 | 자유를 향한 열망
    15장 | 유일한 휴가, 크리스마스
    16장 | 농장 감시인이 되다
    17장 | 도망노예들의 처참한 결말
    18장 | 죄 없는 팻시의 고난
    19장 | 믿음직스러운 배스와의 만남
    20장 | 마지막 목화 수확
    21장 | 드디어 자유를 되찾다
    22장 | 노예상인 버치의 재판

    부록 1
    부록 2
    부록 3

    본문중에서

    15마리가량 되는 캐리 씨네 개 전부가 오거스터스의 흔적을 찾는 데 동원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들은 그의 발자국과 은신처를 찾아냈다. 볏짚을 둘러싼 개들은 으르렁거리고 앞발로 마구 긁어댔지만 오거스터스를 잡지는 못했다. 잠시 후 개들의 짖는 소리를 듣고 추격자들이 달려왔고 감시인이 오거스터스를 볏짚 밖으로 끌어냈다. 그가 바닥에 패대기쳐지자마자 열댓 마리의 개가 전부 그에게 달려들었고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그의 몸을 잔인하게 물어뜯고 절단냈다. 몸 수백 곳에 뼛속까지 개들의 이빨 자국이 나 있었다. 추격자들은 오거스터스를 노새 등에 묶어 집으로 보냈다. 하지만 그는 죽을 때도 곱게 가지 못했다. 다음 날까지도 숨이 붙어 있어 한참을 고통스러워하다가 마침내 숨을 거두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솔로몬 노섭(Solomon Northup)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08~1863,1875
    출생지 뉴욕 주 미네르바
    출간도서 9종
    판매수 1,817권

    1808년 노예 제도가 폐지된 뉴욕 주 미네르바에서 태어났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며, 바이올린 연주자로 살아가던 중 1841년 일자리를 찾으러 워싱턴에 갔다가 노예 상인에게 납치되어 팔린다. 당시 노예를 학대하기로 악명 높았던 루이지애나 주 농장에서 노예 생활을 했다. 끔찍한 12년을 보내면서 자유를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탈출을 계획하다가 우연한 기회를 맞아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구조된 그해 발표한 [노예 12년](1853)은 저자가 직접 겪은 노예 생활이야기라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발표와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작품은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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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자살의 사회학], [히틀러의 비밀 서재], [남성 과잉 사회], [인문학은 자유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왜 신경증에 걸릴까],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노예 12년], [좋은 유럽인 니체], [톨스토이 단편선], [스프린트], [월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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