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신용카드 청구할인
삼성카드 6% (68,450원)
(삼성카드 6% 청구할인)
인터파크 롯데카드 5% (69,170원)
(최대할인 10만원 / 전월실적 40만원)
북피니언 롯데카드 30% (50,970원)
(최대할인 3만원 / 3만원 이상 결제)
NH쇼핑&인터파크카드 20% (58,250원)
(최대할인 4만원 / 2만원 이상 결제)
Close

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작 모음 패키지 (전 8권) :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 푸른 사다리, 몽구스 크루, 열일곱 살의 털, 합체, 내 청춘 사속 370km, 우주 비행, 더 빨강

패키지

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공유하기
정가

80,900원

  • 72,810

    7,650원 + 8,820원 + 8,550원 + 9,720원 + 9,450원 + 9,720원 + 9,900원 + 9,000

    3,740P (5%적립)

할인혜택
적립혜택
  • I-Point 적립은 출고완료 후 14일 이내 마이페이지에서 적립받기한 경우만 적립됩니다.
  • 추가혜택
    배송정보
    주문수량
    감소 증가
    • 이벤트/기획전

    • 연관도서

    • 사은품(8)

    이 상품의 구성상품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

    • 8,500원 7,650원 + 420P적립 (10%할인+5%적립)
    • 8,500원 7,650원 + 420P적립 (10%할인+5%적립)

    푸른 사다리

    • 9,800원 8,820원 + 490P적립 (10%할인+5%적립)
    • 9,800원 8,820원 + 490P적립 (10%할인+5%적립)

    열일곱 살의 털

    • 9,500원 8,550원 + 470P적립 (10%할인+5%적립)
    • 9,500원 8,550원 + 470P적립 (10%할인+5%적립)

    몽구스 크루

    • 10,800원 9,720원 + 540P적립 (10%할인+5%적립)
    • 10,800원 9,720원 + 540P적립 (10%할인+5%적립)

    합체

    • 10,500원 9,450원 + 520P적립 (10%할인+5%적립)
    • 10,500원 9,450원 + 510P적립 (10%할인+5%적립)

    내 청춘, 시속 370km

    • 10,800원 9,720원 + 540P적립 (10%할인+5%적립)
    • 10,800원 9,720원 + 540P적립 (10%할인+5%적립)

    우주 비행

    • 11,000원 9,900원 + 550P적립 (10%할인+5%적립)
    • 11,000원 9,900원 + 550P적립 (10%할인+5%적립)

    더 빨강

    • 10,000원 9,000원 + 500P적립 (10%할인+5%적립)
    • 10,000원 9,000원 + 500P적립 (10%할인+5%적립)

    이상품의 분류

    책소개

    날아라, 내 청춘!

    남자아이들에게 성장기는 '질풍노도'란 말처럼 더욱 유난스럽다. 이 책의 주인공 동준은 매잡이 노릇에 푹 빠져 가족도 나 몰라라 하는 아버지를 둔 덕에 인생이 불행한 열일곱 살 청춘이다. 그런 그의 꿈은 바로 바이크를 갖는 것. 동준은 바이크 구입 비용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조수로 들어가고, 아직 한 번도 사냥을 해 본 적이 없는 어린 보라매 '보로'와 한 팀을 이룬다.

    이 책은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구성작가였던 저자의 솜씨가 잘 드러나는 성장 소설이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매사냥을 소재로 아들 동준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보듬어 안기까지의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제9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매가 먹잇감을 잡으려고 낙하할 때 내는 순간속도인 '시속 370㎞' 만큼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연 동준의 매 길들이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출판사 서평

    마지막 한 문장까지 맛있게 맵다!
    무색무취한 당신의 삶에 ‘빨갛게’ 스며드는, 뜨겁고 진한 이야기


    쉰아홉의 남자는 2년 전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후 일곱 살 꼬마가 되어 틈만 나면 지붕에 올라간다. 그런 아빠를 돌보는 건 열여덟 소년, 길동의 몫이다. 엄마와 형은 아빠의 사고 이후 차린 치킨집을 운영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때 아닌 육아 스트레스와 피로에 절어 있는 길동은 답답하고 외로운 마음을 풀고자 밤마다 ‘야동’을 본다.

    그러던 어느 날 길동 앞에 동갑내기 소녀 ‘오미령’이 나타난다. 미령은 참한 외모와 달리, 청양고추를 껌 씹듯 잘근잘근 씹어 낼 만큼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다. 길동은 매운 건 딱 질색이지만 미령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더 빨강-고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식도락 모임’에 가입한다. 그 날 이후, 길동의 고독한 삶에 놀랍도록 강렬한 일들이 펼쳐지는데......!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은밀한 욕망과 고독, 사랑을 이토록 맛있게 담아낸 청소년소설은 실로 오랜만이다. 작품을 읽는 내내 유쾌한 웃음을 짓다가 어느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우리 모두 길동처럼 뜨거운 십대 시절을 지나 언젠가 아빠처럼 그렇게 쓸쓸히 나이 든 자신을 마주할 ‘생의 운명’을 부정할 수 없는 까닭이다. 제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렇게 섹시한 청소년소설도 있다! 제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그동안 [푸른 사다리](이옥수 지음), [몽구스 크루](신여랑 지음), [열일곱 살의 털](김해원 지음), [합체](박지리 지음), [내 청춘, 시속 370km](이송현 지음), [우주 비행](홍명진 지음) 등의 작품을 배출하며 ‘청소년문학의 본령’으로서 그 소신과 입지를 묵묵히 지켜나가고 있는 ‘사계절문학상’이 어느덧 제11회를 맞이했다. 십 년의 세월이 지나 열한 번째, 또 다른 시작을 함께하는 작품은 [더 빨강]이다. 수상의 영광을 안은 김선희 작가는 장편동화 [흐린 후 차차 갬]으로 2001년 제7회 황금도깨비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청소년소설 [열여덟 소울]로 제3회 살림YA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는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탄탄하게 다져온 필력을 바탕으로, 장르와 세대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펼치고 있다. 읽는 이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깊이 있는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도전이다.
    작품은 무엇보다도 인간 본연의 고독, 사랑,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다룬다. 때로 과감한 표현과 묘사 앞에선 잠시 고민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소설의 ‘암묵적인 수위’를 넘어서는 게 아닐까 싶어서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힘껏 끄덕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감각적이고 담백한 문장 속에 담아낸 삶을 향한 따뜻한 통찰은 독자의 가슴속으로 진하게 밀려온다.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자화상을 자연스러운 본능과 더불어 정직하게 투영했다는 점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십대 소년의 자연스러운 본능인 ‘성욕’과 어린아이로 돌아간 아버지의 ‘동심’, 그리고 매운맛에 집착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빨강’이라는 이미지로 선명하게 떠오른다. _오정희·박상률·이옥수(제11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

    이 작품이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지금 여기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는 점이다. 청소년문학이 넘쳐나지만 정작 청소년의 진짜 모습은 소설 속에서 찾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늘어간다. 이럴 때일수록 청소년소설의 중심인 ‘청소년’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나눈 작가와 출판사는 책이 출간되기 전, 이례적으로 ‘청소년 독자 모니터단’을 모집하였다.
    2013년 6월 12일부터 7월 1일까지 약 3주간의 공개 모집을 통해 수많은 청소년이 응모했고, 심도 깊은 심사를 거쳐 총 다섯 명의 모니터단이 꾸려졌다. 사는 곳도 나이도 다 다르지만 책을 사랑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열정이 똑 닮은 다섯 명의 생기발랄한 청소년에게 가제본 원고를 보냈다. 제목에 대한 첫인상, 원고에 대한 의견, 가장 인상 깊은 부분과 공감이 되지 않았던 부분, 표지 시안에

    동준은 매잡이 노릇에 빠져 가족도 나 몰라라 하는 아버지를 둔 덕에 인생이 불행한 열일곱 살 청춘이다. 그런 그에게도 원대한 꿈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멋진 바이크를 갖는 것. 결국 동준은 바이크 값을 벌기 위해 아버지의 조수로 들어가고, 아직 한 번도 사냥을 해 본 적이 없는 어린 보라매 ‘보로’와 한 팀을 이룬다. 과연 동준의 매 길들이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작가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매사냥을 소재로 주인공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보듬어 안기까지의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렸다. 마치 바이크를 타고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9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1997년 본격 청소년문학 시리즈인 ‘사계절1318문고’를 선보인 사계절출판사가 2002년부터 시행해 온 청소년소설 공모 ‘사계절문학상’이 어느덧 9회를 맞았다. ‘홀수 해에는 당선작이 나오지 않는다’는 징크스를 보란 듯이 깨고 등장한 화제의 작품은 [내 청춘, 시속 370㎞]. 바이크에 죽고 못 사는 열일곱 살 동준이의 매 길들이기 프로젝트를 유쾌하게 그린 청소년소설이다. 심사위원(오정희·박상률·이옥수)들은 ‘작가 특유의 세련된 유머 감각과 안정적인 문체, 인물들의 탁월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과 함께 이 작품에 만장일치로 손을 들어 주었다. 특히 기존 청소년소설에서 다루지 않았던 전통문화를 소재로 끌어와 신선함을 안겨 준 점을 높이 샀다.
    수상의 영광을 안은 작가 이송현 씨는 장편동화 [아빠가 나타났다!]로 제5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이듬해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호주머니 속 알사탕]이 당선되면서 아동문학 작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내 청춘, 시속 370㎞]는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청소년소설로,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매사냥을 통해 주인공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보듬어 안기까지의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렸다. 무엇보다 마치 바이크를 타고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바이크에 목숨 건 열일곱 청춘과 철없는 보라매 ‘보로’의 기막힌 동거
    동준은 스피드를 사랑하는 열일곱 살 청춘이다. 자신만의 멋진 바이크를 갖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 그것이 야마하에서 나온 꿈의 바이크 ‘로드스타’라면 더할 나위 없고. 하지만 그날이 언제 올지는 동준도 알 수 없다. 아쉬운 대로 동네 중국집 만리장성의 100cc짜리 고물 ‘시티백’을 빌려 타는 것이 동준의 유일한 낙이다. 사실 동준이 스피드에 집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응사(매잡이) 노릇에 빠져 가족은 나 몰라라 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참지 못해 집을 나가 버린 엄마를 둔 덕에 인생이 살짝 암울하기 때문이다. 바이크를 타고 신 나게 달릴 때면 우울한 기분 따위, 단박에 날려버릴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유일한 수제자 응식이 삼촌이 군대로 ‘도망’가는 사태가 일어난다. 응식이 삼촌은 6년 동안 괴짜 같은 아버지 밑에서 매잡이 일을 배우며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인물. 그 일로 아버지는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 순간, 동준의 머릿속으로 전부터 점찍어 둔 중고 ‘데이스타’가 부릉부릉 지나간다. 동준은 생각한다. 아무리 바이크가 갖고 싶어도 그렇지, 매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것도 억울한데 심지어 매를 돌보고 훈련시킨다고? 동준은 일분일초가 아까운 자신의 청춘을 그깟 매한테 바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비정한 법. 결국 동준은 100만 원짜리 중고 바이크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매달 월급을 받는 조건으로 아직 한 번도 사냥을 해 보지 않은 어린 보라매 ‘보로’를 맡게 된다.

    그런데 매를 길들이는 일,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닭대가리 주제에 사람 머리 꼭대기에서 놀려고 하는 보로가 동준은 영 마뜩하지 않다. 매번 먹이 챙기고 배설물 치우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 설상가상 아버지는 무조건 매 위주로 생활하라며 시도 때도 없이 다그친다. 매에게 아버지를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상전처럼 떠받들어야 하다니. 동준은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중고 바이크를 타고 신
    힘없고 돈 없고 참혹하게 찢겨진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흘러들어 아웅다웅 살아가는 '서초동 법원 단지 앞 꽃마을 비닐하우스촌'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비행 소년으로 낙인찍혀 가는 과정과 도시 빈민들의 삶의 애환을 겹쳐 보이면서 사람들 사이의 내밀한 교감을 풍요롭게 그려 낸 수작. 주인공의 심리를 예리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는 한편, 때로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유감 없이 보여 주는 면면들을 작품 곳곳에 포진시켜 초라하고 비루한 삶 속에서도 꽃피는 따뜻한 인간애와 미래의 희망을 넉넉히 담아 내고 있다.

    청소년문학의 새장을 여는 '제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청소년문학의 창작 정신을 고취하고 본격적인 청소년 문학 작품 발굴을 위해 사계절출판사에서 제정한 제2회 '사계절문학상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지난해에 아동문학가로 첫발을 내딛으면서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아동문학계의 주목을 받아 온 신진작가 이옥수 씨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옥수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두 딸을 키우며 성실한 주부로 살아오다가 마흔이 넘은 지난해에야 대산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늦깎이 작가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 쓰고 싶고 써야 할 것들도 많다. 어린 시절,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동냥을 오거나 누군가 찾아오면 반드시 따순 밥을 해 먹여 보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배우고 몸에 익힌 그는 성장하면서도 늘 우리 사회의 그늘을 돌아보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그의 시선은 그래서 늘 낮은 곳과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향해 있다. 이번에 대상을 수상한 [푸른 사다리] 역시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삶의 기본권을 끊임없이 위협받아야 했던 도시 빈민들의 애환과 그 속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고통과 방황과 꿈을 핍진하게 그려 내고 있다.

    심사 당시 심사위원(현기영, 오정희, 황광수)들의 공통된 평가는 이 작품이 문학과 삶의 진정성을 탄탄하게 확보한 바탕 위에 해학과 풍자, 뛰어난 이야기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개 소외된 삶, 도시 빈민들의 삶을 그리다 보면 주로 그들의 핍진한 삶에만 갇히거나 진부해지기 쉬운 경향이 있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천민자본주의의 생리와 도시 빈민들의 삶의 실상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면서 사람들 사이의 내밀한 교감을 풍요롭게 그려 낸 수작"(황광수)이라는 평이다. 거기에다 "눈물까지 핑 돌게 만드는 해학성"(현기영)과 "비행 소년으로 낙인찍혀 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예리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는 한편, 때로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유감 없이 보여 주는"(오정희) 면면들을 작품 곳곳에 포진시켜 초라하고 비루한 삶 속에서도 꽃피는 따뜻한 인간애와 미래의 희망을 넉넉히 담아 내고 있다.

    막장 광부 생활 20년에 몸과 마음이 다 망가진 아버지와 불량 소년 패거리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 윤제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사이에 파출소도 몇 차례 드나들고 소년분류심사원까지 거치는 등 비행 소년이 되지만, 자신의 타고난 낙천성과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그리고 두 친구의 우정에 힘입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지하방 한 칸조차 마련할 수 없어 비닐과 보온용 덮개를 덕지덕지 덮어 씌운 길쭉한 하우스 한 동에 보통 네댓 집이 칸을 막고 사는 비닐하우스촌을 배경으로,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며 아웅다웅 살아가면서도 삶을 놓지 않는 도시 빈민들의 고락과 애환을 핍진하게 그리는 가운데 비행 소년으로 낙인찍혀 가는 주인공의 고통과 삶의 불화를 긴밀하게 겹쳐 보이면서 사람과 삶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서초동 법원 단지 앞 꽃마을 비닐하우스촌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빈민촌.

    윤제는 초등학교 6학년 학기 초에 이곳으로 이사 온다. 강원도에 살다가 집을 나갔던 엄마가 일년 여 만에 어렵사리 구한 집. 비닐과 보온용 덮개를 덕지덕지 덮어 씌운 길쭉한 하우스 한 동에 보통 네댓 집이 칸을 막고 사는 까닭에 옆집에서 방귀 뀌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서로의 사정을 속속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1997년 '사계절1318문고'라는 청소년소설 시리즈를 선보인 사계절출판사가 2002년부터 시행해온 청소년소설 공모 '사계절문학상'이 어느덧 8회를 맞았다. 그러면 수상작도 마땅히 여덟 편이어야 하거늘, 수상작은 아직 네 편밖에 안 된다. 그것도 첫 회는 대상이 아닌 우수상이라 대상 수상작만 놓고 보면 고작 세 편이다. '짝수문학상'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응모 편수와 상관없이 심사위원들이 엄격한 눈으로 깐깐하게 골라낸 결과이다. 2회 [푸른 사다리](이옥수), 4회 [몽구스 크루](신여랑), 6회 [열일곱 살의 털](김해원), 그 뒤를 이어 8회 [합체](박지리)가 탄생했다. 수상자 박지리는 1985년생으로 청소년 시기를 갓 벗어난 신예 작가이다. 여느 수상 작가들과 달리 이전에 작품을 발표한 적도, 상을 받아본 적도 없으며,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작가 수업을 따로 받아본 적 없는 그야말로 '신인'이다. 작가 코스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지대에서 자란 작가의 상상력은 그러기에 거침이 없다. [합체]의 매력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게 만드는 묘한 흡인력에 있다.

    키 크는 비기가 있다고?

    공을 굴리며 관객을 웃기는 쇼쟁이 '난쟁이' 아버지의 키 작은 자식들인 일란성 쌍둥이 오합과 오체는 '키 컸으면'이 지상 최대의 목표다. 한 반에서 키로는 1,2번을 다투지만 성격은 정반대다.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에서도 영어단어집을 끼고 살 정도로 형인 합은 전교 우등생이지만 체육 선생이 목숨 거는 농구에는 영 소질이 없고, 자신과 이름이 똑같다며 체 게바라를 형으로 모시는 동생 체는 공부는 꼴찌지만 농구만큼은 자신 있다(아무도 공을 안 주는 것이 문제지만). 어느 날, 체는 동네 약수터에서 우연히 알게 된,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는 자칭 '계도사'한테 키 크는 '비기'를 전수받고, 합과 함께 짐을 꾸려 계룡산으로 수련을 떠난다. 33일 동안 '형제동굴'에서 수련을 쌓아야 하는 합과 체. 이들이 무사히 그 기간을 견디며 수련에 성공하는지 여부는 작품을 끝까지 읽어봐야 안다. 이들의 키에 변화가 생기는지 여부도 마지막 책장을 덮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사회 이슈가 된 '키 작은 사람은 루저(loser)'라는 발언이 입증하듯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키를 비롯한 외모 콤플렉스에 가장 예민한 시기가 청소년기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도 한두 가지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하는 사회인데 '난쟁이' 아버지라는, 선험 조건으로 제시된 합과 체의 신체적 결함은 정말 '합체'하지 않는 한 극복할 수 없는 고단하고 불편한 현실이 되고 만다. 국어 시간에 소설가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배우며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는,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는, 사람들 말대로 아버지는 난쟁이였다는"(76쪽) "단순한 세 문장이 온몸을 꽁꽁 옭아매는 쇠사슬이 되어 체를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합과 체는 신체검사가 있는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을 '합체'라고 부르며 "한 세트로 깔아뭉개는" 체육 선생의 태도가 달갑지 않다. 하윤아를 좋아하지만 키 작은 남자라 떳떳할 수 없는 체는 자신을 "난쏘공"이라고 놀리는 구병진에게 늘 당하기만 한다. 그래도 체가 구병진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건 자신이 형님으로 모시는, "세상을 뒤집어 버리는 혁명을 이룬 남자, 죽어서까지 예수처럼 떠받들어지는 남자" 체(CHE)와 이름이 같다는 것이다(물론 그 사실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체에게 "혁명"이란 "키 작은 놈은 커지고, 키 큰 놈은 작아지고, 못생긴 놈은 잘생겨지고, 잘생긴 놈은 못생겨질 수도"(46쪽) 있는, 그야말로 모두의 상식을 뒤집는 일이다. 그러니 계도사가 가르쳐 준 '합체 수련'이 솔깃할 수밖에 없다. 오체에게 처음 '체 게바라' 이름을 알려준 중학교 사회 선생의 말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게 혁명"이라면 오체, 오합 같은 루저들이 세상을 뒤집을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물이 말라 버린 북쪽 약수터에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든가,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자에게 일어난 일처럼 말이다.

    『몽구스 크루』의 몽구스는 몸집은 작지만 사냥 실력은 최고인 사향고양이과의 동물이기도 하고, 주인공 몽구를 뜻하기도 한다. 작품은 진정으로 춤을 추길 원한다기보다는 공부도 잘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비보이가 되고파 하는 오몽구가 자신이 그렇게도 무시하던 형에게서 진정한 열정을 발견하고 그 열등감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형을 이해하고 되고 진정한 춤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제4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수상작으로, “깔끔하고 탄력 있는 문체로 브레이크 댄스에 매료된 고등학생들의 고뇌와 열정을 그들 자신의 눈높이에서 실감 있게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열일곱, 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다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책을 펼치는 순간 기구한 머리털 이야기의 재미가 시작된다. 머리카락 이야기 하나에 학교 두발 규제와 관련한 청소년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주인공 일호의 가족사에, 우리 사회와 역사까지 모두 들어 있다. 남자아이들의 이야기를 힘 있게 그려냈으며,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평범해 보이지만 독창적인 캐릭터, 은근한 유머가 더해진 감칠맛 나면서도 정갈한 문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열일곱, 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다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작 김해원의 [열일곱 살의 털]은 제목을 읽자마자 밀려드는 ‘야릇한’ 추측 때문에 2차 성징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하게 된다.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들(오정희ㆍ박상률ㆍ김중혁)마저 주위 눈치를 보며 몰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털’이 머리털임을 깨닫고 흥미가 덜해질 무렵, 머리털 이야기의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 이 작품에 독특한 인물이 등장하거나 거창한 사건이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심사평대로 '주인공은 문제아도 장애인도 아니다. 평범한 아이다. 눈물날 만큼 감동적인 이야기도 없으며, 대단한 모험을 겪는 것도 아니다'. 청소년소설 주인공들이 대개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거나, 버거운 집안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거나, 유난히 감성이 섬세해서 해결 지점을 찾기도 어려운 내적갈등을 안고 살아간다는 흐름을 갖고 있었다면, [열일곱 살의 털] 주인공 일호는 주인공이 되기에는 너무나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공부도 꽤 하고 단짝 친구도 있고 집안 어른들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이다. 단 특별한 점이 있다면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가 집을 나가 여행을 하면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은 일호가 할아버지의 이발소 의자에서 열일곱 살 생일을 맞는 장면으로 시작하면서 앞으로 머리카락과 관련하여 유구한 사건들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일호는 해마다 생일날을 할아버지가 해 주는 이발로 맞이한다. 그러나 열일곱 살의 머리카락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욕망이 뒤엉켜 자라고 있다고 믿는 이발사 할아버지의 손에 별다른 저항감 없이 머리를 맡기는 일호 앞에 아이러니하게도 머리털을 사수하기 위한 긴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일호가 사수하려는 것은 제 머리털이 아니다. 대한민국 열일곱 살들의 머리털이다. 학교가 인정하는 모범 두발로 아이들 사이에 ‘범생이 1호’로 통하던 일호는 체육 선생이 두발 규정을 어긴 아이의 머리에 라이터를 들이대며 위협하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는’다. 한 번도 싸워 본 적 없는 일호가 싸움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온순한 ‘범생이’ 일호가 고등학생에게는 거대한 공룡과도 같을 학교와 한판 싸움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지켜보는 독자는 난폭한 바리캉이 자신의 머리를 밀고 지나가는 듯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일호는 '왜 이렇게 힘 조절이 안 되는 걸까. 나는 너무 물컹하거나 단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힘든 싸움의 길로 들어선 뒤다. 일호는 상담실에 불려가 혼자 남겨졌을 때, 누가 볼까 봐 얼른 손등으로 눈물을 훔칠 만큼 물컹하지만, 체육 선생에게 사죄하는 대신 두발 규제 반대 시위를 계획할 만큼 단단하기도 하다.

    너무 물컹하거나 너무 단단한 열일곱 살 일호의 자아 찾기
    작가는 일호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여행을 떠났다고 설정함으로써 아버지와 아들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일호에게 아버지는 ‘분명히 있는데 느낄 수 없는’ 존재다. 아버지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할아버지가 굳건하게 서 있어선지 일호에게서 부성의 결락이 전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일호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바로 그 순간에, 느닷없이 17년 동안 부재했던 일호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는 '햇빛이 거리를 환하게 비추기 시작하던 여름날 아침' 손님 맞을 채비를 하다가 '갑작스레 이발소 문을 열고 거리로' 나온 뒤, 그 길로 먼 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p99)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팔팔한 청년에게 이발사로 살아가게 될 삶은 답답하고 지리
    “지금 여긴 별이 없어도 되겠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밤이, 밝다.”
    깊고 아득한 어둠을 뚫고 우리에게 날아든 어느 작은 행성에 관한 이야기

    제1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2002년 제정되어 국내 청소년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던 사계절문학상이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다. 그동안 [푸른 사다리], [몽구스 크루], [열일곱 살의 털], [합체], [내 청춘, 시속 370km] 등 걸출한 작품들을 배출하며 국내 청소년문학계에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해 온 사계절문학상은 제10회 수상작으로 홍명진의[우주 비행]을 내놓았다. [우주 비행]은 낯선 남한 사회에서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 청소년 박승규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천천히 자신의 삶을 복원해 나가는 청소년소설이다. 심사위원(오정희, 박상률, 이옥수)들은 ‘문장을 만지는 솜씨와 세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작가적 관찰력’에 찬사를 보내며 [우주 비행]을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특히 ‘탈북’이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청소년소설의 스펙트럼 안에 효과적으로 녹여낸 작가의 뚝심과 문학적 재능을 높이 샀다.

    수상자 홍명진 씨는 2001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지만, 7년이란 시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또 한 번의 치열한 습작기를 거쳤다. 그리고 2007년 단편 「터틀넥 스웨터」로 장애를 가진 여성 화자를 통해 인간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감싸 안으려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지금까지 장편소설과 창작집을 한 권씩 낸 그에게 [우주 비행]은 처음으로 도전한 청소년소설이다. 마치 한 편의 르포르타주를 읽는 듯한 덤덤하면서도 건조한 문체는 국경을 넘어 이국을 떠돌던 ‘박승규’라는 소년을 2012년 오늘, 대한민국 한복판에 선명하게 부조해 냈다.

    내 이름은 박승규, 나는 ‘저쪽 사람’이다

    승규는 국경을 넘어 이국을 떠돌다 남한으로 건너 온 열일곱 살 소년이다. 어머니, 누나와 함께 북을 떠나왔지만 누나는 중국에서 잃어버리고 어머니와 둘만 오게 되었다. 누나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승규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승규의 원래 나이는 열아홉. 하지만 신분 조사 과정에서 두 살을 낮춰 적었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려면 시간을 벌어두는 게 좋겠다는 어머니의 배려 때문이었다. 그렇게 승규는 남한에서 열일곱 살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며 학교 진학을 포기했지만, 책은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다. 그저 어머니가 일을 나간 동안 좁은 방에 처박혀 있거나 복씨 아저씨를 찾아다니는 게 다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모양으로 늘어선 임대 아파트 단지도, 경계심 어린 사람들의 시선도 승규에게는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그나마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유일한 존재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복씨 아저씨다. 승규네처럼 북에서 온 복씨 아저씨는 먼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다니던 어부였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직접 고래를 본 적도 있다던 복씨 아저씨는 남한에 온 뒤로 술만 마시며 지낸다. 승규는 그런 아저씨가 못마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우리는 장맛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야밤에 두만강을 건넜다. 누나를 생각하면 지옥처럼 캄캄한 물속에서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던 무서운 손힘부터 떠오른다. 강을 건널 때 어머니는 죽어도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어머니가 먼저 강물로 들어섰고, 어머니와 순을 잡은 누나가 내 손을 잡고 강물로 들어섰다. 강의 중간쯤에서 나는 물살에 떠밀려 곤두박질을 쳤다. 그때 어머니의 손을 놓친 누나는 허우적대면서도 내 손만은 놓지 않았다.
    (/ p.21)

    그러던 어느 날, 승규 앞에 ‘노랑머리’가 나타난다. 복지관 직원인 노랑머리는 스스럼없이 승규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탈북자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여느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더군다나 눈 밑에 난 작은 점이 누나와 꼭 닮았다. 승규는 그런 노랑머리에게 알 수 없는 친근함을 느끼지만 겉으로는 냉랭하게 군다.
    노랑머리는 승규에게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밴드부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제 대한 의견까지.... 작가는 모니터단의 예리하고 참신한 의견을 듣고 작품을 더욱 탄탄하게 완성해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작가에게 가장 힘이 되었던 건 "재미있어요! 이거 진짜 우리 이야기예요!"라고 말한 십대들의 꾸밈없는 평가였다. 청소년 독자 모니터단의 ‘리얼한’ 감상평은 책 뒤표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꽉 막힌 인생의 돌파구를 찾아 나서는 흥미롭고 맛깔난 삶의 향연

    열여덟 살의 대한민국 청소년 길동. 성은 ‘길’이요 이름은 ‘동’이다.
    2년 전, 길동의 아버지는 이삿짐을 옮기다 사고를 당했다. 아버지는 이삿짐센터 사장이지만 늘 굳은 일을 도맡아 했다. 그날은 운이 참 나빴다. 사다리차에 실려 7층에서 내려오던 서랍장이 궤도를 벗어나 추락했는데, 그 자리에 서 있던 아버지 머리에 부딪쳤다. 한 달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아버지가 깨어나자 의사는 말했다. 아버지의 남은 생은 ‘일곱 살’에 머물 거라고.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한순간 일곱 살 막내가 되어, 자신의 아내를 ‘엄마’, 큰아들 명이를 ‘큰형’, 둘째아들 동이를 ‘작은형’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아버지는 심심하다 싶으면 지붕 위에 올라간다.

    "이랴, 이랴, 이랴!"
    지붕에서 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려다보니 아버지가 지붕에 앉아 있었다. 빛바랜 기왓장 사이사이로 부드러운 저녁 햇살이 켜켜이 내려앉은 저녁나절이었다. 아버지는 마치 고려 시대의 장수처럼 늠름하게 용마루에 앉아 서쪽 하늘을 보며 힘차게 말 달리는 시늉을 했다. 밀가루를 뒤집어쓴 아버지는 한 마리 백마 같았다.
    "아버지!"
    큰 소리로 불렀지만 아버지는 나를 본체만체했다. 나는 또 불렀다.
    "아버지!" (본문 18-19쪽)

    용마루에 양다리를 걸치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길동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지붕을 말(馬)이라고 생각한다. 늘 밖에서 일하던 분이 종일 집 안에만 있으니 심심해서 그런 건가 싶지만, 대체 저 위험한 데 왜 올라가는지. 그렇다고 누구에게 힘들다는 투정을 부릴 수도 없는 길동이다. 길동의 엄마는 아빠 대신 생계를 책임지느라 밤낮 없이 뜨거운 기름 앞에서 닭을 튀기고 있다. 동이보다 열 살 많은 형이 아빠 대신 가족을 지켜주면 좋을 텐데,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형은 어릴 적 동이가 세상에서 제일 동경하던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몇 년째 이력서만 열심히 쓰고 있다. 형은 아빠가 사고를 당한 이후 엄마와 치킨집을 운영하며 배달과 회계를 맡고 있는데, 방문을 잠그고 몇 날 며칠 방 안에서 꼼짝 않는 날이 많아 속을 태우기 일쑤다.
    그러니까, 동이가 밤마다 ‘야동’을 보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사방이 꽉 막힌 답답하고 고독한 현실을 벗어날 만한 돌파구가 하나쯤 필요했을 테니까. 그런데 얼마 전부터 길동의 관심사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오미령’이라는 동갑내기 여자애. 절친 희우의 핸드폰 사진첩에서 우연히 본 미령에게 한눈에 반한 길동은 미령이 매운 음식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인터넷 카페 ‘더 빨강’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나는 즉시 카페에 가입했다. 고추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오미령을 좀 꼬셔 보려고. 가입하고 몇 시간 뒤 카페 가입을 축하한다는 카페지기 와사비의 쪽지가 날아왔다. 그냥 형식적인 가입 환영 쪽지였다.
    그 뒤로 날마다 카페에 들어가 봤지만 새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카페 게시판에 정모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세 명이 참석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참석 가능’ 댓글을 달고 말았다. 그리고 오미령에게는 내가 희우 친구라고, 희우한테 그쪽 얘기 많이 들었다고 정중하게 쪽지를 보냈다. 오미령은 정모 때 보자는 내용의 쪽지만 보내왔다. (본문 31쪽)

    정모에 나온 친구들은 하나같이 인상이 독특한 데다 닉네임도 우스꽝스럽다. 멀대처럼 큰 키에 여드름투성이인 남자애는 ‘마파두부’, 키가 작고 얼굴이 새하얀 여자애는 ‘고추조아’, 음침한 인상의 여자애 ‘칠리인조이’, 그리고 카페지기 미령이는 ‘와사비’. 길동은 엄마가 개발하려다 실패
    >독특한 캐릭터들의 즐거운 향연

    197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서 부품화되어 가는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는 [난쏘공]의 난쟁이 아버지는 한 세대가 훨씬 지난 지금도 "도시에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24쪽)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매일매일 셀 수도 없이 많은 공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26쪽) 예능인으로 살아가는 약자다. [합체]의 아버지는 여러 모로 [난쏘공]을 연상시키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른, 유쾌하고 발랄한 캐릭터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아버지는 늘 합과 체에게 "아버지가 가지고 노는 공 말고 너희들의 공, 너희만의 진짜 공을 찾"으라고 한다. "아버지는 난쟁이였다"라는 똑같은 문장으로 시작되는 장들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더는 자라지 못할 것이라는' 성장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갖고 있는 합과 체를 사랑으로 감싸안는 어머니, 이름과는 정반대로 '성적'에서부터 '성격'까지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쌍둥이 형제 합과 체, 또 사기꾼인지 진짜 도사인지 그 정체를 모르지만 백발에 흰 도복, 흰 고무신을 신고,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계도사. 저마다 강한 개성을 자랑하는 인물들의 활약 덕분에 성장에 대한 열망과 안타까움, 사람의 가치를 외모로만 판단하는 사회 풍토에 대한 비판 등이 모험과 무협이라는 코드로 맛깔나게 버무려졌다. 계도사의 황당하고 엉뚱한 희화적 언행 속엔 우리 사회와 현실을 향해 던지는 '촌철'이 있다.

    난쏘공의 자식들, 자신만의 진짜 공을 쏘다

    [합체]의 첫 장면과 끝 장면엔 합과 체가 고군분투하는 농구 시합이 있다. 이들이 계룡산 수련을 통해 '키 크기'에 성공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합과 체는 확실히 변모했다. 체는 아버지가 말한 '좋은 공의 조건'을 경기 중에 문득 깨닫는다. 아버지가 말한 공의 이상적인 무게와 탄력도를 합과 체가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오정희·박상률·김중혁·김종광)의 평대로 "가볍게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삶에 대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 [합체]는 스스로를 '루저'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유쾌 상쾌 통쾌한 '성장 비기'를 전해줄 것이다. 사계절1318문고 64번으로 나온 이 책은 성인 독자들을 위해 양장본으로도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난쟁이' 아버지 자식들로서의 성장에 대한 열망과 안타까움을 학교 사회와 평범한 일상사, 그리고 그곳에서의 일탈 과정을 통해 잘 형상화하고 있다.
    _오정희(소설가)

    작가는 그냥 나직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나 독자는 작가의 이야기 속에 금세 빨려 들어간다. 왜? 재미있으니까!
    _박상률(소설가)

    상상력과 유머의 합체, 황당한 사건과 현실의 합체, 이렇게 저렇게 합체하여 결국 멋진 이야기로 변신했다.-김중혁(소설가)

    이 발칙한 이야기는 키가 아니라 마음이 작은 사람들에게 외치는 듯하다. 네 마음을 하나로 합체하라!
    _김종광(소설가)

    난쟁이 형제의 눈물겨운 분투기에 박수를 보낸다. _원종찬(문학평론가)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성장과정에서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콤플렉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얻는 희망과 용기는 바로 여러분의 몫이다.
    _인식의힘(파워블로거)

    평범하지만 자신의 평범함을 남루하게 느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운 여가와 다정한 위로가 되어줄 소설이다.
    _강유정(문학평론가)
    청소년문학의 새장을 여는 '제1회 사계절문학상' 우수상을 수상작!

    문단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네티즌 사이에서는 꽤 인기 있는 작가 이재민의 청소 년소설이다. 여름이면 반지하 방에 빗물이 스며들어 늘 ‘젖어 있는 방’에 살면서도, 하 루에 한 끼밖에 못 먹는 상황에서도 작가는 이 작품을 쓰는 내내 행복했다고 한다. 비 록 현실은 팍팍하고 고단하지만, 그에겐 중학 시절 순수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기 때 문이다. 그러니까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은 자전적 소설로, 중학 시절 특이한 경험 에서 나온 작품이다.


    제1회 사계절문학상 심사 당시 심사위원(현기영, 오정희, 황광수)들은 한결같이 이 작 품의 뛰어난 서정성에 주목했다. 자연 묘사와 소년의 심리 묘사가 조화를 이루어 순수 한 세계를 그려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 배경이 70년대 중반이라 요즘의 청소년들에게 과연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잠시 있었지만, 사이 버 공간에 깊이 빠져 있고 자연에 대해 잘 모르는 세대들에게 오히려 자연에 맞닿아 있 는 삶의 아름다움과 신선한 감각을 일깨워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맺 었다. 작가 역시 수상 소감에서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우리가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순 수한 자연과 인간의 세계를 보여 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첫사랑은 누구나 처음 겪어 보는 감정일 것이다. 그런 만큼 강렬하고 깊이 각인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은수 또한 옆집 사는 여자 친구 기숙이와는 다른 감정에 대해 무척 당혹스러워한다. 새삼스레 외모가 신경 쓰이고 누나의 은밀한 부분을 엿보고 싶은 욕 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사나이다움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사슴벌레를 두고 무모한 게임을 시도하기도 한다. 누나의 애인으로 인해 처음 느껴 보는 질투심, 수치심, 누나 의 살갗만 살짝 스쳐도 두근거리는 심장……. 어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은수의 첫사랑 은 너무나 투명하고 풋익어서 빙그레 웃고 지나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학 교 선생님이나 이웃 오빠나 누나를 마음에 두고 가슴앓이를 해 보지 않은 이는 거의 없 을 것이다. 그때만큼 진지하고 심각했던 적도 없을 것이다.


    은수 역시 성장의 길목에서 통과제의를 거치듯 첫사랑을 통해 어른으로 한 걸음 성장 해 간다. 자연과 생명과 참사랑에 대한 깨달음. 은수는 이제 세상을 더욱 자유롭고 폭 넓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은 이 성에 눈떠 가는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사이버 공간과 소비 문화에 길들어져 있는 오늘 의 청소년들에게 인간과 자연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일깨워 줄 것이다.



    - 작품 내용 -

    중학교 1학년생인 은수는 가려움증으로 애를 먹다가 미송리에 있는 약수가 효험이 있 다는 소문을 듣고 엄마와 함께 보름간 약수터에 머물게 된다. 기차역이나 버스 정류장 에서 꽤 오랜 동안 산길을 타고 가야 하는 미송리 약수터는 각양각색의 병을 가진 사람 들이 병을 고치러 오거나 일반인들이 피서를 오는 일종의 휴양지 같은 곳이다. 약수터 주인 또한 폐병 때문에 이곳에 왔다가 병을 고친 뒤 아예 눌러앉은 사람이다. 은수네는 돈이 없어 방에 들지 못하고 마당에 있는 아름드리 벚나무 아래 멍석을 깔고 잠을 자야 했다. 은수가 이곳에 온 지 사흘 만에 서울서 웬 어여쁜 누나가 자기 어머니 와 함께 합류한다. 폐가 안 좋아 얼굴이 창백한 그 누나는 달맞이꽃같이 청순하고 소박 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런 누나를 은수는 단박에 좋아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은수는 여지껏 느껴 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혼 란스럽기도 하다. 은수보다 아홉 살 많은 그 누나 역시 마당 멍석에서 지내게 되는데, 잠자리도 은수 바로 옆이다. 은수는 누나와 함께 나무를 하러 가기도 하고 목욕하는 것 도 지켜 주며 정을 쌓아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가 애인을 기다리는 것을 알게 되면 서부터 은수에게 남모르는 고민과 갈등이 시작된다. 게다가 역시 서울서 온 동갑내기 기영이한테 누나를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해하기도 한다. 은수가 누나에게 자신의 남자 다운 면을 보여 주고 기영이를
    멸렬했을 터이다. 일호는 우리가 흔하게 상정하는 아버지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면서 자기 자신 그대로를 사랑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일호가 두발 규제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을 때, 일호와 마찬가지로 한 번도 싸워 보지 않았던 할아버지 역시 외로운 싸움의 길로 들어선다. 일호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이발소인 태성이발소의 3대 이발사로, 마포구 도원동 일대의 재개발을 놓고 주민들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자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니 반대를 해서야 쓰겠습니까? 우리가 따라야지요.' 하고 ‘순수한 애국심’을 발휘한다. 그렇지만 할아버지에게 돌아오는 것은 '어르신 참 답답하십니다.' 하는 말뿐이다. 그런데 칠십 평생을 할머니 말대로 ‘제 털 뽑아 제 구멍에 박을 위인’으로 살았고, '이발 그거 몇 분이면 후딱 해치우는' 걸 가지고 '가업을 잇느니 마느니' 하면서 '굴러들어온 돈복을 차 버린' 고지식한 양반이 나라에서 하는 일에 처음으로 의구심을 가진다. 그리고 재개발로 주민들이 고루 덕을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 세입자대책위원회에 합세하여 시위에 나선다. 비록 할아버지의 시위가 세입자가 아닌 사람이 세입자의 입장에 선다는 한계에 부딪쳐 타다 만 불꽃처럼 사그라지긴 해도 말이다. 할아버지는 훗날 일호가 다니는 오정고등학교 학생들이 ‘별사건’이라고 부르게 될 일을 벌이면서 당신이 일호의 싸움을 이해하게 되었음을 말없이 드러내고, 일호는 할아버지가 있음으로 해서 자신이 단단히 땅에 발붙이고 살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김해원은 고종이 단발령을 내렸을 때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상투를 자르던, 이제는 역사 뒤편으로 사라진 체두관이라는 관직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체두관에 대한 자료를 공부하면서 우리 역사에서 머리털의 상징성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두발 규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학교 정문에서 두발 규제 반대 시위를 한 경험이 있는 중앙고등학교 이하람 군을 만나 경험담을 상세히 듣고 일호의 캐릭터를 형성해 나가는 데 도움을 받았다. 일호는 동네 편의점 앞이나, 피씨방, 학원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리숙한 고등학생이지만 이야기를 힘 있게 끌어갈 만큼 다부진 의지를 갖춘 아이다.
    일호의 싸움과 궤를 같이하며 또다른 싸움을 치루는 할아버지의 변모는 유쾌하고 놀랍다. 작가는 할아버지를 통해서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아온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일호 할아버지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우리 현대사를 이끌어 온, 열심히 살아 나라가 발전하면 모두 잘 살게 되리라는 믿음을 가졌던 사람이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현대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일흔이 넘어서야 자신이 선 곳이 벗어나기 어려운 그늘이란 걸 깨닫는다. 그런데 자신의 가치관이 무너졌을 때 절망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할아버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면 돌파한다. 작가는 우리 인간의 역사는 그런 사람들의 힘으로 바뀌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한때는 어리고 철없는 처녀였지만 남편 없이 아이를 기르느라 세월에 단련된 엄마, 고집 세고 융통성 없는 남편 옆에서 속깨나 끓였을 할머니, 자신만의 감성적인 내면은 살며시 감쳐 두고 주어진 일에 흔들림 없이 매진하는 오정고등학교 학생부장 오광두 선생, 넉넉한 몸집에 너스레도 잘 떨지만 뜻밖의 일 앞에서는 소심해지는 친구 정진까지 모두가 전형성과 개성을 동시에 갖춘 생생한 인물들이다.

    처음으로 세상과 맞선 뒤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제 자리를 다시 찾아가게 되는 열일곱 살 일호의 이야기에는 학교 두발 규제와 관련한 청소년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주인공 일호의 가족사, 우리 사회와 역사가 모두 담겨 있다. 독자는 일호의 긴 여정을 함께하다가 결국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고 ‘단단해지는’ 일호에게 박수를 보내게 된다.
    들이 알고 지낸다.
    윤제는 조금 불퉁하긴 하지만, 속은 여리고 순수한 아이다. 그런데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윤제네 집을 방문하겠다고 하면서부터 윤제의 불퉁스러움은 비행의 길로 표출되고 만다. 윤제는 집이라고도 할 수 없는 곳에 담임 선생님을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그길로 수업을 빼먹고, 다음날엔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려워 아예 결석을 해 버린다. 결석은 가출로 이어지고, 중국집 자장면 배달을 하며 아이들과 좀도둑질을 하는 새대가리파 두목 용호에게 덜미를 잡힌다.
    아침이면 빌딩 청소를 하고 저녁엔 식당 일로 생계를 꾸려 가다가 복부인들에게 하우스를 소개해 주고 소개비를 받는 재미에 팔려 집안일을 돌보지 못하는 어머니, 강원도 탄광촌에서 광부 생활을 하다가 이제는 양재역 인력 시장에 나가 그날 그날 날품팔이를 하면서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두들겨패며 못살게 구는 아버지, 공부 잘하고 모범생이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가족을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는 형, 골목대장을 넘어서 차가운 카리스마로 윤제를 제압해 버리는 태욱이와 그 패거리들, 윤제에게 눈곱만큼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첫사랑 혜미, 바람 잘 날 없이 힘겹게 악을 써 대며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
    윤제는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것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아버지도, 집안일엔 늘 방관하며 잘난척하는 형도 모두 싫다. 그래서 꽃마을도 훨훨 타고, 학교도 타고 아예 이 세상이 통째로 훨훨 다 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윤제는 집을 나와 용호가 일하는 중국집에 얹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용호 패거리들과 한패가 되어 좀도둑질을 시작한다. 어머니는 윤제의 가출 이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윤제를 찾아다닌다. 결국 윤제는 어머니에게 잡히고, 어머니는 윤제를 위해 굿을 하고 용호 패거리들로부터 윤제를 보호하기 위해 등하교를 함께 한다.
    어머니의 노력으로 용호 패거리들과 결별하고 한동안 탈 없이 지내던 윤제는 이듬해에 중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다시 용호 패거리들이 윤제를 범죄의 나락으로 끌어들인다. 윤제는 다시 힘겹게 빠져나오긴 하지만 뒤늦게 특수절도 행각이 발각되어 마침내 소년분류심사원까지 가기에 이른다. 이른바 촉법소년이 된 것. 촉법소년이란 미성년자라 해도 죄질이 형사 처분에 해당하는 소년범을 말하며, 소년범은 관할 소년부와 검찰 소년부를 거쳐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보내진다. 소년분류심사원은 심리를 결정하여 소년원에 송치할 것인지의 여부를 가리는 한편 소년범들을 훈화시키는 곳이다.
    윤제는 한 달 남짓 그곳 생활을 하면서 자유라는 것과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과 사랑으로 집에 돌아오게 된 윤제는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윤제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 내적으로 한바탕 회오리를 치른 윤제는 비닐하우스촌이 철거 위기를 맞게 되면서 다시금 회오리를 겪는다. 철거반들의 강제 철거에 맞선 아버지와 동네 사람들, 그 과정에서 결국 하나 둘씩 하우스촌을 떠나고 윤제네와 옆집 영진이 형네와 대현이네 세 집만 남는다. 천막을 치고 시위를 하다가 아버지는 다리를 다치고 결국 적은 돈이나마 보상을 받고 이사를 가게 된다. 윤제는 작은 승리감을 맛보고 아버지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자신을 느끼지만 내색하진 않는다.
    윤제네가 살 집은 바깥으로 나 있는 좁은 철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4층짜리 허름한 상가 건물의 옥탑방. 윤제네가 이사를 하던 날 이복 남매인 태욱이와 혜미가 찾아온다. 혜미는 옥상에 걸쳐진 긴 사다리를 보며 윤제와 태욱이를 놀린다.
    "야, 새대가리파! 새, 대, 가, 리...... 사, 다, 리. 어째 좀 닮은 것 같지 않니? 새대가리파, 사다리파. ...... 맞다! 이제부터 너네 둘이서 사다리파 하면 되겠다. ...... 둘이서 사다리파가 되어 꼭 붙어서 올라가란 말이야. 봐, 한쪽만 있으면 사다리가 안 되잖아. 태욱이 넌 이쪽 다리, 윤제는 저쪽 다리. 그래, 좋았어. 푸른 나무처럼 쑥쑥 자라는 사다리....... 맞다, 푸른 사다리파! 어때?"
    태욱이는 혜미를 쫓아 달려가고 윤제는 혜미의 말을 곱씹어 본다. 사다리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처럼 푸른 꿈이 성큼 다가오는 것만 같다.
    나게 내달릴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동준은 우여곡절 끝에 보로를 자신의 왼팔에 앉히는 데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의 반쪽은 여태껏 외면하고만 싶었던 아버지를 향한다. 동준은 아직 야생의 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보로에게서 자신과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렇게 보로의 첫 사냥을 준비하던 중 뜻밖의 사건이 동준에게 터지고 마는데……. 과연 동준의 좌충우돌 매 길들이기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 청소년문학에 일찍이 이런 캐릭터들은 없었다!
    이송현 작가는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구성 작가로도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내 청춘, 시속 370㎞]에는 주인공인 동준 말고도 시트콤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개성 만점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우선 대표적인 인물로 동준의 아버지인 송인태를 들 수 있다. 그는 아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장본인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아버지 상과 거리가 먼 인물이다. 매사냥에 자신의 모든 인생을 바친 그는 열정과 신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외골수 무형문화재이다. 하지만 가족 앞에서는 한심하고 무능한 가장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이로 하여금 동경과 연민의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묘한 존재감’을 획득한다.
    이 소설에서 누구보다 반짝거리는 캐릭터는 바로 똠양꿍과 나예리이다. 동준의 오랜 친구인 똠양꿍은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의 자녀이다. 진짜 이름은 전택근이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똠양꿍이라는 이국적인(?) 별명으로 더 자주 불린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똠양꿍은 피부색과는 달리 생각이나 행동 모두 뼛속까지 ‘대한민국 고딩’이다. 내뱉는 말마다 무식이 통통 튀는 데다 어이없는 사고도 곧잘 쳐서 동준의 속을 썩이기 일쑤지만, 누구보다 동준을 아끼고 챙기는 의리의 사나이기도 하다. 작가는 똠양꿍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다문화 가정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도 우리와 똑같은 한국인임을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보여 준다. 또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이중적인 시선에 일침을 가한다.
    나예리는 동준의 여자 친구로, 쿨하고 당찬 성격에 끌려 사귀기 시작했지만 보통 여학생들과는 다른 포스로 늘 동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문제적 인물이다. 군인 아버지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녀서 사람들에게 쉽게 정을 주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 어느 날 동준에게도 날벼락처럼 이별을 선언을 함으로써 동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특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맞춤을 하다가 동준의 입술을 콱 물어 버리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동준에게 첫사랑의 기억은 ‘피 맛’과 함께 강렬하게 남는다. 발랄하다 못해 발칙하기까지 한 나예리의 모습은 여태껏 청소년문학에서 접할 수 없었던 ‘팜므파탈’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순히 재미와 기능적인 역할에서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모두 동준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동준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자신들 역시 성장한다. 작가는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 넘치는 인물들을 문학의 세계로 끌어와 진정성을 불어 넣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인물 한 명 한 명의 잔향이 쉬이 휘발되지 않는 이유이다. 이렇듯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내 청춘, 시속 370㎞]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지금 당신의 청춘은 시속 몇 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나요?
    [내 청춘, 시속 370㎞]는 이제껏 국내 청소년문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전통문화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그래서 더욱 반갑고 귀한 성장소설이다. 작가 이송현은 “자칫 고루하고 따분한 옛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매사냥과 새로움으로 대변되는 청소년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모두가 외면하는 전통문화 수호에 인생을 건’ 아버지와 ‘할 줄 아는 일이라곤 힘차게 나는 것밖에 없는’ 어린 보라매, ‘낙이라곤 신 나게 달리는 것밖에 없는’ 동준은 서로가 참 많이도 닮아 있다.
    안하지만 승규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하지만 드럼을 실제로 보는 순간,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낀다. 결국 승규는 노랑머리의 집요한 설득에 못 이겨 밴드부에 들어가게 되고, 그때부터 지루하던 일상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언제 해체될지 모르던 오합지졸 밴드부도 승규의 합류로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밴드부를 지도하는 곽 선생님은 아이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얼마 뒤에 열릴 복지관 자선 바자회에서 첫 공연을 하기로 결심한다. 밴드부는 ‘우주 비행’이라는 이름까지 짓고, 공연 연습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승규는 밴드부에서 만난 상휘와 동구, 해나와 크고 작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임대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그들 역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겨우 선생 얼굴 세 번 봤을 뿐인데, 미친 듯이 입으로 소리를 내 가며 드럼 때리는 시늉을 할 때는 내가 드러머의 소질을 타고난 건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로 기분이 붕붕 뜬다. 누가 나한테 정신 차리라고 스틱으로 대갈통을 한 대 딱 쳐 줘야만 이 환상이 깨질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전혀 모르던 새로운 한 가지를 시작했다는 게 배포를 두둑하게 만든다. 사나이 열아홉, 이제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아. 나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 p.112)

    한편,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누나의 소식을 전해 주던 저우판 아저씨가 종적을 감추면서, 누나의 행방이 더욱 묘연해진다. 저우판 아저씨는 복씨 아저씨의 소개를 통해 알게 된 브로커로, 그동안 누나의 안부는 물론 어머니가 보내는 용돈까지 누나에게 전달하는 일을 담당해 왔다. 승규와 어머니는 복씨 아저씨에게 달려가 따지지만, 이미 삶이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복씨 아저씨는 두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승규는 그런 복씨 아저씨에게 커다란 분노와 배반감을 느낀다.

    “예림이 신원을 지켜 준다해서리 월급 받은 걸 다 털어 게지고 아저씨 이름으로 중국으로 보냈잖습네까. 우리 예림이가 어찌 된 줄도 모르면서 거짓부렁으로 돈 부치라 했소? 그놈하고 짜고선 돈을 빼돌렸시오?”
    어머니의 말이 널뛰듯이 마구 흔들린다.
    “말조심하오, 내가 개망나니 사기꾼인 줄 아오. 나도 수십 번 전화질을 했댔소. 어케 이렇게 됐는지 나도 몰라!”
    아저씨가 술병으로 바닥을 탁 치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짐승의 눈에 불이 붙은 것처럼 아저씨 눈알이 희번덕거린다.
    “몰라? 기럼 누가 압네까. 사람 속 터져 죽는 꼴 봐야 말을 하갔습네까? 그 돈이 어떤 돈인지 승규래 넌 알잖니? 옆에 끼고 있는 너 학원도 못 보내고 모은 돈이야. 잠 한숨 안 자고 밤에 술손님 시중드는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인 줄 압네까. 짐승이 아니고 사람이믄…….”
    어머니 숨이 꼴깍 넘어간다.
    나는 부르르 주먹을 쥔다. 이럴 때 내가 열일곱, 아니 열아홉 살밖에 안 됐다는 게 억울하다. 미친 사람 행세로 멀쩡한 사람 가슴을 도려내는 복씨 아저씨를 발로 확 걷어차 버리고 싶지만, 나는 꼼짝도 못한 채 부르르 떨고만 있다.
    (/ pp.189~190)

    승규는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민우 형을 찾아 간다. ‘하나원’에서 알게 된 민우 형과는 지금까지도 이메일을 통해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 사이다. 춤을 좋아하는 민우 형은 남한에서 인정받는 춤꾼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용림이란 원래 이름을 버리고 개명까지 했다. 승규는 그런 민우 형이라면 분명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 믿었지만, 직접 맞닥뜨린 현실은 달랐다. 민우 형은 사람 많은 홍대 거리에서 키다리 피에로 복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고 있었다. 승규는 어려운 현실에서도 자신의 꿈을 꽉 쥐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희망의 기미를 발견한다.

    거리에서 형을 만난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앉아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가게 뒤로 돌아가자 비닐로 엉성하게 칸막이를 쳐 놓은 좁은 공간이 나온다. 형은 두 다리를 쭉 뻗고 앉는다. 항공모함처럼 생긴 크고 단단한 신발이 달린 긴 다리가 비닐 문 끝에 닿는다. 형이 내게 간식으로 나온 햄버거를 하나 건넨다.
    “형, 행복해요?”
    형이 웃는다. 줄무늬
    페인팅으로 분칠한 얼굴은 영락없는 기린이다. 머리칼이 땀에 젖어 축축하게 이마에 들러붙었고, 눈을 끔뻑일 때마다 속눈썹이 아래위로 맞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행복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행복한 거지.”
    형이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형이 바지를 걷어 올려 로봇처럼 사다리가 달린 모형 다리를 보여 준다. 여덟 시간 동안 길거리에 서서 춤을 추고 옷을 벗을 때야 신발을 벗을 수 있다고 한다. 형은 우걱우걱 햄버거를 욱여넣는다. 입을 크게 벌릴 때마다 분칠한 입이 가로로 쭉 찢어져 피가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 pp.193~194)

    결국 어머니는 직접 누나를 찾기 위해 중국행 비행기를 타기로 결심한다. 그 사이 승규는 복씨 아저씨가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병명은 알코올 중독에 영양실조. ‘너무 많이 먹어서 배 터져 죽는 사람들도 많다는’ 남한에 와서 영양실조에 걸려 쓰러진 아저씨의 모습에 뒷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는다. 승규는 복씨 아저씨의 보호자 노릇을 자처하며 입원 수속을 마친다.
    ‘우주 비행’이 공연 연습에 열중하는 동안 어머니는 누나를 찾으러 중국으로 떠나고 승규는 낯선 이곳에 처음으로 혼자 남게 된다. 과연 어머니는 중국에서 누나를 찾을 수 있을까. 또 ‘우주 비행’의 첫 공연은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이쪽’과 ‘저쪽’, 그 경계에 선 박승규의 대한민국 표류기

    홍명진은 이미 작가들 사이에서 글 잘 쓰기로 정평이 난 작가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마이너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작품들로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소설가 현기영은 그가 소설 속에 직조해 낸 인물들에 대해 “때로는 동물적이라 할 정도의 본능적 생명력으로 가난을 견뎌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 비행] 역시 작가의 일관된 세계관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밴드부 아이들을 포함한 임대 아파트에 모여 사는 이웃들은 저마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며, 승규가 목숨 걸고 국경을 넘었듯 목숨 걸고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사람들이다.

    [우주 비행]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박승규이다. 조용하지만 강단 있는 승규의 캐릭터는 주인공이 처한 현실과 맞물려 더욱 빛을 발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 속에서도 “나는 잃은 게 없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승규의 모습에서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강인한 청소년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또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쉼 없이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는 이 ‘햄릿형’ 인물은 일찍이 국내 청소년소설에서 보기 힘든 인간형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은 청소년 시기의 가장 큰 화두인 동시에 청소년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승규 역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만 그에게 이 화두는 성장통, 그 이상의 의미이다. 열일곱 살과 열아홉 살 사이, 이쪽과 저쪽 사이, 그 보이지 않는 경계에 서서 승규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다. 하지만 승규에게 중요한 건 경계를 넘어서는 데 있지 않다. 승규는 열아홉을 버리고 열일곱 살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굳이 이쪽 사람이 되기 위해 안달하지도 않는다. 대신 자신이 위태롭게 서 있는 경계를 스스로 허물기 위해 노력한다. 바로 이것이 [우주 비행]이 거둔 의미 있는 성과이다. 문학평론가 김지은은 “성장을 지상의 성장통으로만 그리지 않고 활공과 유영으로 그려낸 호방한 작품”이라며 [우주 비행]이 품고 있는 세계관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작가는 취재 과정에서 많은 탈북 청소년들을 만났다. 또 탈북과 관련한 신문 기사나 영화, 르포르타주 등을 꾸준히 접하면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의 촉수도 세웠다. 그리고 취재를 통해 얻은 것들을 작가의 입장에서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하기보다 1인칭 시점을 통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해 냈다. 이렇듯 [우주 비행]은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한 정직한 묘사와 비판 의식’이라는 문학의 본령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덤덤하면서도 건조한 문투는 박승규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냈으며, 객
    그러기에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조금씩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그들의 모습은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요즘 청소년소설이 소재주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을 듣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집과 학교, 학원만을 오가는 청소년들의 삶이 소설에서조차 그대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잊혀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소재를 찾아 오늘날 청소년들의 삶과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할 것이다. 문학평론가 오세란은 “내가 읽은 청소년소설 중에 가장 청소년을 믿어 주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전하기도 했다.
    사냥감을 향해 낙하할 때 최고 속도가 시속 370㎞에 이른다는 매, 그 매를 위해 자신의 열정을 쏟는 아버지, 그리고 바이크를 타며 스피드를 즐기는 동준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청춘은 지금 시속 몇 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냐고.
    제압하기 위해 떠올린 방법은 사슴벌레 집게 사이에 손 가락 넣기 시합이다. 은수는 사슴벌레를 유난히 좋아한다.

    “나는 사슴벌레처럼 강한 사나이가 될 거야.”

    “사슴벌레는 절대로 남을 해치지 않아. 하지만 얕잡아 보게끔 하지도 않지.”

    이것이 은수가 사슴벌레를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이다. 은수는 시골에서 자라 나무타기 며 열매 따먹기며 온갖 곤충과 꽃들에 대해 잘 알지만, 특별히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거 나 사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인식이 전혀 없다. 자연은 그저 삶의 일부분일 뿐이 고 일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평범한 대상일 뿐이다. 순진하고 때로는 인정도 많지만 산비둘기에게 돌을 던지거나 매미의 꽁무니에 강아지풀을 박거나 사슴벌레를 잡아 나 무 구멍에 숨겨 놓기도 하는 등 자연에 대해 무의식적이고 무반성적이다.

    약수터에 머무는 사람들과 캠프파이어를 하고 산책길에 나선 날 밤에도 사슴벌레를 잡 는 은수에게 누나는 사슴벌레를 놓아주면 카세트녹음기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한다. 동네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자그맣고 귀한 카세트를 준다는 말에 은수는 귀가 솔깃해진 다. 언제나 말없이 웃으며 은수의 말을 듣기만 하던 누나가 그날은 밤늦도록 은수에게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기 애인이 어쩌면 영영 자기를 찾지 않을 거라는 것, 사랑이란 소유하거나 구속하지 않는 거라는 자기 다짐……. 하지만 이튿날부터 누 나가 각혈을 하고 병세가 심해지자 은수는 카세트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리고 잣이 폐병에 좋다는 말을 엿듣고 몰래 잣을 따고 까느라 시간이 금세 흘러가 버 린다. 누나가 떠나는 날, 은수는 누나와 함께 밤새 깐 잣을 보따리째 건넨다. 누나가 떠 난 뒤 은수는 여느 날처럼 점심 해 먹을 나무를 하러 갔다가 누나와 자기만 아는 비밀 장소에서 뜻하지 않은 카세트를 발견한다. 각혈을 하는 와중에도 누나가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은수는 전에 몰래 떡갈나무 구멍 속에 숨겨 두었던 사슴벌레가 생각나 찔끔한 다. 결국 사슴벌레를 놓아줌으로써 은수는 이제껏 자신을 괴롭혀 오던, 누나에 대한 소 유욕에서 해방된다.

    ‘순희 누나, 내년 여름에 꼭 만나요. 그 쪼다랑 같이 와도 좋아요. 건강하기만 하면 돼요.’한 메뉴인 ‘불닭’이다.
    그러나 길동은 매운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미령이와 대화도 많이 못 나눈 채 집에 돌아온다. 그나마 알아낸 게 있다면 미령이와 같은 동네에 산다는 정도. 미령이를 만나고 난 뒤 길동의 밤은 더욱 외로워진다. 밤마다 치솟는 뜨거운 욕망을 어쩌지 못하고 몽정과 자위를 오가는 길동에게 미령이는 ‘풀어도 풀어도 절대 열리지 않는 단추’처럼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 길동에게 찾아온 두 번째 기회! ‘신길동 매운 짬뽕집에 가자’는 미령이의 글이 ‘더 빨강’에 올라온다. 당연히, 길동도 참석이다. 역시나 미령이는 짬뽕 국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시지만, 길동은 또다시 기권.
    음식점을 나온 일행은 선유도 공원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공원 초입에서 스쳐 지나쳤던 덩치 큰 녀석들과 시비가 붙어 패싸움이 일어난 것. 일행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학생부장 선생님 ‘발광수’까지 온 뒤에야 일이 마무리된다.
    월요일 아침, 교무실로 길동을 부른 발광수가 뜬금없이 ‘더 빨강’ 얘기를 꺼낸다. ‘더 빨강’은 매운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식도락 모임이 아니라 ‘자살 카페’이며, 미령이가 전학을 오게 된 까닭도 이전 학교 친구들과 자살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좀 수상하다. 전에 미령이가 길동에게 ‘네가 아는 가장 먼 미래’는 언제냐고 물은 적이 있다. 자신의 가장 먼 미래는 10월의 마지막 날인데, 그날 ‘더 빨강’ 멤버들과 같이 여행을 갈 거라고 말이다. 그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길동이었다. 좀 특이하긴 해도 미령이 역시 소녀적 감성이 풍부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조용해서 불안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오후 기어이 일이 하나 터졌다. 갑자기 형이 사라졌다.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려 버렸다’는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 엄마는 충격을 받고 자리에 몸져누웠다. 아빠가 사고를 당했을 때도 어떻게든 버텨냈는데, 큰아들에 대한 배신감은 꼿꼿한 엄마를 결국 무너뜨렸다. 엄마 대신 챙겨야 하는 집안일, ‘더 빨강’의 실체, 미령이에 대한 믿음과 불안, 형을 향한 원망과 연민이 한데 뒤엉켜 길동의 몸과 마음이 정신이 없는 찰나, 아버지도 집을 나간다. 하룻밤의 소동 끝에 무사히 집에 돌아온 아버지가 집을 나간 이유는 단순하고도 분명했다. ‘큰형’을 찾기 위해서였다.

    아버지가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좋아. 우리 집 좋아. 우리 식구들도 다 좋아."
    "다음부턴 큰형 찾으러 가지 마."
    "왜?"
    "큰형도 아버지처럼 집 찾아올 거야. 그때까지 기다리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자." (본문 152-153쪽)

    사고 이전에 길동의 아버지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식구들에게 자주 화를 내는 신경질적인 사람이었다. 밖에서 겪은 기분 나쁜 일이나 스트레스를 집에 와서 풀었다.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힘든 일하며 산다고 하지만, 가족의 마음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런데 일곱 살 아버지는 다르다. 세상에 대한 원망보다 호기심이 많다. 가족을 걱정하고 진심으로 아껴 준다.
    그동안 동이는 아버지가 불쌍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일곱 살 아버지로 살아가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순간의 사고로 오십 년 넘는 세월을 잃었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남은 삶은 ‘가장 빛나는’ 일곱 살로 계속될 테니.
    아버지와의 행복한 추억이 없다고만 생각했던 길동에게 문득, 일곱 살 때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 아버지는 큰 손으로 동이를 번쩍 들어 목말을 태워 줬다. 그때 길동은 신 나서 소리쳤던 것 같다. "이랴, 이랴! 달려라, 달려!" 하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날. 길동은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긴다. ‘더 빨강’의 여행에 동참할 생각이다. 그 여행이 자살 시도인지 아닌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저, 더 늦기 전에 미령이에게 달려가야 한다는 확신뿐이다.

    무색무취한 삶에 빨갛게 스며드는, 맛깔난 양념 같은 이야기

    우리 모두는 욕망을 품고 살아간다. 갖고 싶은 것, 가질 수 없는 것, 이루고 싶은 것,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없는 것....... 살아가면서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 없는 현실을 알아가면서, 채워지지 못한 욕망은 결핍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또다시 꿈을 꾸고, 새로운 욕망을 품게 되는 건 그것이 곧 존재의 이유이자 하루하루 살아가는 원동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욕망과 결핍이 없는 삶은, 가짜다.
    길동의 아버지는 오십 년 넘는 세월을 ‘가짜’로 살아 왔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왜 사는지조차 잊어버린 채로 말이다. 일곱 살 아이로 돌아간 아버지는 지금에야 비로소 ‘진짜’ 삶을 살고 있다. 지붕을 말(馬)이라 여기고 틈만 나면 그곳에 오르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더 멀리, 더 멋진 곳으로 떠나 보고 싶었던 꿈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멋지게 이루어 가는 셈이다.
    그렇다면, 길동은 어떠했을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몸속에 성욕이 쌓여 갔지만 길동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혼자라는 생각에 너무 외로웠다. 그럴 때마다 ‘야동’ 속에 숨어 들어갔다. 화려한 신음, 표정, 연기가 모두 거짓일지라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길동은 야동을 봐도 흥분되지 않는다. 요즘 길동은 매운맛에 빠져 있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즐기는 건 아니다. 미령이를 따라 자꾸 먹다 보니 매운맛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어쩌면 길동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깨달아 버린 걸까?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그게 인간의 숙명이라는 것을. 삶을 대신할 ‘가짜’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매운맛, 단맛, 쓴맛, 신맛, 짠맛, 시큼털털한 맛, 달콤짭짜름한 맛....... 우리가 느끼는 맛에 여러 종류가 있는 것처럼, 삶도 그러하다. 작가는 평범하고 교훈적으로 그칠 수 있는 이야기 곳곳에 ‘마법의 양념’을 보태어 아주 맛깔난 청소년소설을 탄생시켰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맛있는 음식이 의외로 간단히 만들어지듯,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려는 메시지 또한 간단명료하다. ‘진짜’ 살아가는 삶은 지금 이 순간뿐이니 이왕이면 재미있고 신 나게 살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뭔가가 당긴다면, 그것은 지금 당신 안에 꿈틀대는 욕망인지도 모른다. 욕망하라, 맛보라, 음미하라. 이제 ‘맛있는 인생’이 시작될 테니!

    "매운 걸 좋아하게 된 건 그냥 우연이었어. 어느 날 멋모르고 매운 고추를 먹었는데 왠지 모르지만 확 당기는 거야. 지루하게 걷고 있는데 누가 발을 거는 느낌? 그때 정신이 번쩍 들더라. 내가 살아 있다는 걸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어. 그냥 걷는 건 재미없잖아. 누가 발도 걸어 주고 뺨도 때려 주고, 그래야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지. 넌 어때?" (본문 191-192쪽)
    관적이면서 날카로운 시선은 자칫 뻔하거나 교훈적으로 흐를 수 있는 소재에 무게 추를 달아 주었다.

    어둠이 찾아오면 거리 곳곳이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대낮처럼 환해지는 도시. 승규는 그 도시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말한다. “지금 여긴 별이 없어도 되겠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밤이, 밝다.”라고. 어쩌면 승규에게 대한민국은 더 이상 별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없는 곳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음을 담보로 깊고 아득한 어둠을 뚫고 나와 만난 한줄기 빛이기도 하다. 작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별이 없는 이곳에서 너희들 스스로가 우주를 밝혀 줄 별이 될 수 있다고. 별은 경계 없는 곳에서도 환히 빛날 수 있다고. 이것이 바로 [우주 비행]이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따듯한 위로이자 응원이다.

    추천사

    이 작품의 매력은 어떤 가혹한 삶의 국면도 ‘살 수 없는 것’으로 묘사하지 않는 데 있다. 승규와 민우가 오늘의 삶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여기까지 왔듯이 해나와 상휘와 동구도 어떻게든 이 순간을 내팽개치지 않고 걷는다. “나는 고아야, 우주의 고아!”라는 민우의 외침이 비참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어차피 우리 모두 이 우주를 떠도는 유목민의 삶이라는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김지은 / 문학평론가

    목차

    제1부 나는 나를 모른다
    제2부 열입곱과 열아홉 사이
    제3부 드럼과 한판!
    제4부 고래를 찾아서
    제5부 저쪽 사람
    제6부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작가의 말

    꽃마을
    아카시아꽃 향기
    아지트

    복부인
    비밀
    화장실
    골목길
    대동제
    비학
    오해
    굿
    세대가리파
    태욱이
    촉법소년

    결정
    소문
    철거
    푸른 사다리
    아버지가 또 지붕에 올라갔다
    내가 아는 가장 먼 미래
    늘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십자드라이버 하나로는 세상을 열 수 없다
    성욕보다 더 외로운 건 없어
    더 빨강
    자살 카페
    까마귀가 나는 밀밭
    기억은 결코 허물어지지 않는다
    밀고자
    자살 여행
    여수 밤바다
    말 달리자

    작가의 말
    1. 바람 속을 달려
    2. 기막힌 계약
    3. 보로와 나
    4. 날짐승 길들이기
    5. 붕어빵과 오코노미야끼
    6. 눈물의 자장면
    7. 나예리, 나쁜 계집애
    8. 로드스타
    9. 매보다 못한
    10. 날아라, 보로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열일곱 살이 되는 날 아침, 나는 날이 바짝 선 가위 앞에 앉아야 했다. 아침 내내 숫돌에 무뎌진 날을 갈리며 풀벌레처럼 울던 가위의 민날은 시퍼렇게 되살아나 입을 꾹 다문 채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위의 두 민날이 내 정수리 위에서 서로 교차하며 머리카락 끝을 앙칼지게 자르는 순간, 나는 추운 날 오줌을 쏟아 낸 것처럼 진저리를 쳤다.
    (/ p.5)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가슴으로 느낀 것은 예닐곱 살 때였다. 그 때만 해도 태성이발소에는 내 또래 사내아이들이 아버지 손을 붙잡고 왔다. 아이들은 제 아버지 앞에서 머리를 깎았고, 아버지들은 마치 성스러운 의식이라도 치르는 양 엄숙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 이발소 낡은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한글 쓰기나 수학 학습지 따위를 풀던 나는 크는 것을 확인해 줄 아버지가 없어 영영 어른이 되지 못할까 봐 겁났다.
    (/ p.11)

    매독이 악을 쓰며 밀어뜨리고 닥치는 대로 발로 걷어차도 나는 내 손아귀에 있는 손목을 놓지 않았다. 나는 미친개를 물어뜯는 단단히 미친 개였다. 엄마 나, 단단해진 것 맞나요? 나는 속목이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릴수록 더 다부지게 파고들었다. 매독은 발길질을 하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나를 손목에 매단 채 잡아끌면서 온갖 욕을 퍼부었다.
    “이 개새끼!”
    (/ pp.50~52)

    ‘기분 좀 띄워 볼까나?’
    심호흡을 한 뒤 손에 착착 감기는 핸들의 감촉을 느끼며 묘기 행진을 벌여 보기로 결심했다. 무게중심을 뒤로 옮기면서 순간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앞바퀴를 들어 올렸다. 무한의 스피드가 주는 흥분과 함께 모든 게 멈추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온 신경을 자극했다. 날개라도 단 것처럼 내 몸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 p.17)

    “내가 할게요. 내가 해 볼게요.”
    “뭐……, 뭘?”
    “매요. 매사냥 전수자, 내가 하면 되잖아요.”
    “…….”
    얘가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아버지의 눈초리. 하긴 내가 생각해도 지금 내 행동은 정상이 아니다. 아버지는 내가 매를 죽어라 싫어한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pp.51~52)

    “니가 제정신이냐! 보로를 두고 어딜 갔다 오는 거야? 매가 얼마나 예민한 동물인지 몰라서 그래?”
    고개가 돌아갔다. 뺨에 불이 붙는 듯했다. 방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보로에게 문제가 생겼다. 묶어 두지 않고 방 안에 혼자 둔 것이 화근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유리창에 계속 머리를 부딪친 모양이었다. 멍청한 날짐승! 숲의 제왕이라더니, 꼴좋다.
    (/ pp.119~120)

    매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다. 매를 길들이는 건 사람의 정이 아니라, 배고픔이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하지만 나는 보로와 정으로 하나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를 길들인 건 매가 아니라 아버지의 진심이었다.
    (/ pp.281~282)
    "이랴, 이랴, 이랴!"
    지붕에서 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려다보니 아버지가 지붕에 앉아 있었다. 빛바랜 기왓장 사이사이로 부드러운 저녁 햇살이 켜켜이 내려앉은 저녁나절이었다. 아버지는 마치 고려 시대의 장수처럼 늠름하게 용마루에 앉아 서쪽 하늘을 보며 힘차게 말 달리는 시늉을 했다. 밀가루를 뒤집어쓴 아버지는 한 마리 백마 같았다.
    "아버지!"
    큰 소리로 불렀지만 아버지는 나를 본체만체했다. 나는 또 불렀다.
    "아버지!"
    (/ pp.18~19)

    나는 즉시 카페에 가입했다. 고추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오미령을 좀 꼬셔 보려고. 가입하고 몇 시간 뒤 카페 가입을 축하한다는 카페지기 와사비의 쪽지가 날아왔다. 그냥 형식적인 가입 환영 쪽지였다.
    그 뒤로 날마다 카페에 들어가 봤지만 새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카페 게시판에 정모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세 명이 참석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참석 가능’ 댓글을 달고 말았다. 그리고 오미령에게는 내가 희우 친구라고, 희우한테 그쪽 얘기 많이 들었다고 정중하게 쪽지를 보냈다. 오미령은 정모 때 보자는 내용의 쪽지만 보내왔다.
    (/ p.31)

    아버지가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좋아. 우리 집 좋아. 우리 식구들도 다 좋아."
    "다음부턴 큰형 찾으러 가지 마."
    "왜?"
    "큰형도 아버지처럼 집 찾아올 거야. 그때까지 기다리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자."
    (/ pp.152~153)

    "매운 걸 좋아하게 된 건 그냥 우연이었어. 어느 날 멋모르고 매운 고추를 먹었는데 왠지 모르지만 확 당기는 거야. 지루하게 걷고 있는데 누가 발을 거는 느낌? 그때 정신이 번쩍 들더라. 내가 살아 있다는 걸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어. 그냥 걷는 건 재미없잖아. 누가 발도 걸어 주고 뺨도 때려 주고, 그래야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지. 넌 어때?"
    (/ pp.191~192)
    드디어 이모가 오는 날이었다. 하루 종일 마당가에 서서 기다렸다. 기차 시간은 몰랐지만 원주로 가는 기차 소리가 들리면 마당에 서서 곧게 뻗은 길을 내다보곤 했다. 화물차든 사람이 타는 차든 가리지 않았다.

    양 옆에 미루나무를 거느린 신작로가 어둠에 물들어 사람이 오고 가는 것을 볼 수 없을 때까지 서성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가 흔드는 통에 깨어나게 되었다. 그때 내가 제일 먼저 본 것은 과자였다. 보통 때에는 구경도 못 하던 맛있는 과자가 잔뜩 놓여 있었다.

    "은수는 기억력도 좋아."

    누나 얼굴이 밝아졌다. 나는 신이 나서 금방 생각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도 아주 어릴 때의 일인데요. 정확히 몇 살 때인지는 기억이 안 나요. 안방에는 나랑 엄마만 있었어요. 형들도 없고, 아버지는 여러 날 친척집에 다니러 갔던 것 같구요. 밤이었는데, 나는 아랫목에 누워 있었어요. 잠이 든 건 아니었어요. 봄이나 가을이었던 것 같아요. 춥다거나 모기가 문 기억은 없으니까요. 방 안에는 등잔불이 불그레한 빛을 가득 채우고 있었구요. 그때 엄마가 말했어요. 과자 사다 줄까? 나는 좋다고 했죠. 엄마는 곧바로 방을 나갔어요. 고무신 신는 소리가 나고, 발소리가 마당을 벗어나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지요. 방안에 혼자 있으려니까 무서웠어요. 귀신이, 도깨비가, 호랑이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았어요. 무서워서 오줌을 쌀 지경이 돼서야 엄마가 왔어요. 그래 봐야 겨우 20분도 안 걸렸을 텐데요. 그뒤로도 여러 번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때 내가 써먹은 방법이 있어요. 엄마가 나가서 네거리 가게에 도착할 시간쯤 되면, '아, 지금 겨우 양이다리를 건너고 있을 거야, 이제 네거리에 갔겠네. 가게 문을 열고 있겠네. 과자를 고르겠네.' 하고 늑장을 부리며 혼자 상상을 하는 거에요.

    (/ p.49~5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7~
    출생지 대구광역시
    출간도서 24종
    판매수 9,103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명랑하고 씩씩하게 자랐다. TV시트콤 작업을 했고, 지금은 아동청소년문학 작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내 청춘, 시속 370km』『드림 셰프』『라인』『나쁜 연애, 썸』『슈퍼 아이돌 오두리』『똥 싸기 힘든 날』『호주머니 속 알사탕』등이 있다.

    저자의 다른책

    전체보기
    펼쳐보기
    생년월일 1964~
    출생지 경기도 안성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2001년에 장편동화 [흐린 후 차차 갬]으로 제7회 황금 도깨비상을 받았으며, 2012년 [열여덟 소울]로 살림YA문학상, [더 빨강]으로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저자의 다른책

    전체보기
    펼쳐보기
    생년월일 1968~
    출생지 충남 아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2000년 [기차역 긴 의자 이야기]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2008년 [거미마을 까치여관]으로 제11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받았습니다. 글을 세상에 내놓는 일이 부끄럽지만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무척 즐겁습니다. 쓴 책으로 [열일곱 살의 털][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오월의 달리기][고래 벽화] 들이 있습니다.

    저자의 다른책

    전체보기
    펼쳐보기

    생년월일 1985~2016
    출생지 전라남도 해남
    출간도서 14종
    판매수 6,150권

    1985년 생. 스물다섯의 나이에 『합체』로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 독특한 글쓰기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맨홀』『양춘단 대학 탐방기』『세븐틴 세븐틴』(공저) 『다윈 영의 악의 기원』『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를 썼으며, 『번외』는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다.

    생년월일 1967~
    출생지 경상북도 영덕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7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났다. 2001년에 전태일문학상을 받았지만 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습작의 시절을 다시 한 번 보냈다. 200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 제10회 사계절문학상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 백신애문학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우현예술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우주 비행]과 [숨비소리], 소설집 [터틀넥 스웨터]가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 [조용한 식탁]과 [벌레들] 등이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1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한국소설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도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악마의 오후>, <사랑의 기억> 등을 발표했고, <사슴벌레 소년 의 사랑>으로 '제1회 사계절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생년월일 1967
    출생지 전북 완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7년 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다녔고, 비보이 형제 이야기 [몽구스 크루]로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가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는 [이토록 뜨거운 파랑] [자전거 말고 바이크] [세븐틴 세븐틴]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제주 4·3은 왜?] [아빠 딸은 어려워] [드레스 입은 남자 친구] [특별한 날의 엉망진창] 등이 있다.

    생년월일 1962~
    출생지 경북 울진
    출간도서 19종
    판매수 26,564권

    청소년들을 ‘장단이 없어도 노래하고 춤추며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는 찬란한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고려대학교에서 청소년소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국문인협회 문학작품 공모 최우수상, KBS 자녀 교육체험수기 대상, 2004년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청소년 소설 『키싱 마이 라이프』,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개 같은 날은 없다』, 『푸른 사다리』, 『내 사랑, 사북』『킬리만자로에서, 안녕』과 장편

    펼쳐보기

    이 책과 내용이 비슷한 책 ? 내용 유사도란? 이 도서가 가진 내용을 분석하여 기준 도서와 얼마나 많이 유사한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비율입니다.

      리뷰

      9.2 (총 0건)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북피니언 지수 최대 600점

      리뷰쓰기

      기대평

      작성시 유의사항

      평점
      0/200자
      등록하기

      기대평

      9.4

      교환/환불

      교환/환불 방법

      ‘마이페이지 > 취소/반품/교환/환불’ 에서 신청함, 1:1 문의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1577-2555) 이용 가능

      교환/환불 가능 기간

      고객변심은 출고완료 다음날부터 14일 까지만 교환/환불이 가능함

      교환/환불 비용

      고객변심 또는 구매착오의 경우에만 2,500원 택배비를 고객님이 부담함

      교환/환불 불가사유

      반품접수 없이 반송하거나, 우편으로 보낼 경우 상품 확인이 어려워 환불이 불가할 수 있음
      배송된 상품의 분실, 상품포장이 훼손된 경우, 비닐랩핑된 상품의 비닐 개봉시 교환/반품이 불가능함

      소비자 피해보상

      소비자 피해보상의 분쟁처리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비해 보상 받을 수 있음
      교환/반품/보증조건 및 품질보증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음

      기타

      도매상 및 제작사 사정에 따라 품절/절판 등의 사유로 주문이 취소될 수 있음(이 경우 인터파크도서에서 고객님께 별도로 연락하여 고지함)

      배송안내

      • 인터파크 도서 상품은 택배로 배송되며, 출고완료 1~2일내 상품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 출고가능 시간이 서로 다른 상품을 함께 주문할 경우 출고가능 시간이 가장 긴 상품을 기준으로 배송됩니다.

      • 군부대, 교도소 등 특정기관은 우체국 택배만 배송가능하여, 인터파크 외 타업체 배송상품인 경우 발송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배송비

      도서(중고도서 포함) 구매

      2,000원 (1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음반/DVD/잡지/만화 구매

      2,000원 (2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도서와 음반/DVD/잡지/만화/
      중고직배송상품을 함께 구매

      2,000원 (1만원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업체직접배송상품 구매

      업체별 상이한 배송비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