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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의 진심 : 안철수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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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양당 기득권 구조를 깨야 희망이 생깁니다.”
2014년 정국의 핵폭탄 안철수 신당을 읽는 법


안철수가 달라졌다. ‘드디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파워 게임 당사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안철수 옆에는 노련한 ‘책사’ 윤여준이 있다. 윤여준은 새해 들어와 기존의 그림자와 같은 조심스런 행보에서 벗어나 과감한 ‘스피커’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의장을 맡은 윤여준, 그는 누구인가 ?

이 책은, 팟캐스트 ‘이털남’의 시사평론가 김종배와의 대담으로 시작해 최근 윤여준의 변신과 새정추 합류 배경을 낱낱이 드러낸다. 1부에는 저자가 겪어온 한국 현대사와 정치의 아이러니를, 2부에는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에 맞춤한 ‘정치학 개론’을 담았다.
읽다보면 왜 제3정치세력의 정중앙에 위치하기로 했는지 한국 정치와 리더십에 대한 비판에서 저자의 진심을 읽을 수 있다. 또한 3부에는 현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4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가적, 국민적 차원에서 해결할 과제를 기록했다.
윤여준 본인은 ‘책사’라는 수식어를 거부한다고 책에서 밝힌다. 자신이 남들과 달랐다면, 저잣거리의 상식을 리더에게 ‘직언’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삼국지]를 방불케 하는 주군-부하의 충성이 가득한 한국 정치계에서 윤여준은 독특한 전략가이자 정치평론가였다. 윤여준은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을 보좌하고 이회창, 박근혜를 도왔으나 2012년 대선에서 돌연 진보 쪽에 서서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했다. 눈썰미 있는 평론가라면, 보좌관 시절을 마친 뒤로는 윤여준이 늘 야당 편에 서왔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는 급한 민주화로 성숙하지 못한 현실 정치를 바꾸는 쪽에 베팅해 왔다. 다만, "제도권 안에서 변화가 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번에도 윤여준은 제3당인 안철수 쪽에 섰다. 목표는 콘크리트 같은 양당 구도를 깨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분단 현실에서 정권 안정을 누리는 남북한 정권의 균형을 흔들어 놓고자 한다.

저자는 자신을 우리 사회에 몇 안 되는 존경받는 원로 평론가로 남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내 삶을 다른 사람 주문대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면 손해 봐도 해야 한다." 설사 성공할 가능성이 낮더라도 옳은 쪽으로 가겠다는 의지다. 과감해진 안철수와 윤여준의 행보에, SNS에서는 "우유부단"에 대한 비판에서 "일단 두고 보겠다"는 쪽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주의적 공화주의자 윤여준, 세 번째 출사표를 던지다
무엇이 일흔 넘은 그를 현실로 다시 끌어당겼나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여준은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준비위원회’의 의장을 맡으며 이슈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안철수는 삼고초려를 넘어서 윤여준을 8번 찾아간 끝에 ‘새정치준비위원회’의 의장직 승낙을 받아냈다. 왜 안철수와 윤여준은 서로를 ‘다시’ 선택했는가 사실 세간에는 2012년에 안철수가 ‘윤여준은 자신의 멘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사실로, 둘 간의 갈등의 골이 깊다는 식의 말이 퍼져있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는 독자이자 유권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바로 이 지점부터 윤여준에게 질문을 던진다. ‘청춘 콘서트’를 통해 윤여준과 안철수가 의기투합하게 된 배경, 소위 ‘안철수 멘토 부인’ 사건의 진상, 안철수에게 정치 개혁을 권유한 과정, 윤여준이 보는 기성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과 ‘안철수 카드’를 통한 새 정치의 가능성 등에 대해 열띤 대담이 이어진다.
안철수 의원이 내걸고 있는 ‘새 정치’는 3년 전 기성 정당정치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진단한 저자가 안 의원에게 먼저 제안한 패러다임이다. 그 내용을 채워 새로운 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작업을 저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강연과 인터뷰 등을 통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러다 안철수 의원이 현실정치에 함께 해줄 것을 제안했고 거듭 반려하다 그간 비판해온 현실정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최근 새정치준비위원회에 합류했다고 대담을 통해 밝히고 있다.

쟁신(爭臣) 윤여준, 직언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여러 번…
김윤환, 이기택 공천 탈락을 제안하자 이회창 총재, “당신 미쳤구만”


저자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근무를 했고 이회창, 문재인, 안철수의 대권 꿈에 일정하게 참여했다. 누가 정권을 잡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대한민국 정부에 출사한 셈이고, 어떻게 보면 민주투사와 군부 엘리트가 아닌 제3의 정치세력에 계속 참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을 따라 움직였다고 볼 수 있지만 그 행보 속에서 보여준 그의 면면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인 ‘공공성’과 ‘민주주의’을 좇았음을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한 예로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총재를 도와 2000년 16대 총선을 준비하던 저자는 공천을 준비하며 새로운 정치를 기획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양대 산맥이었던 김윤환과 이기택 중진 의원들을 쳐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저자는 이회창 총재에게 “당신 미쳤구만”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구시대 정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 정치’를 표명하면서도 개혁 공천등의 실제적인 변화임을 알면서도 망설이는 현 정치 구조를 보며 한계를 직시했다. 이러한 경험을 거치며 저자는 야당이 기득권을 쥐고 있는 현 체제에서는 새로운 정치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하게 된다.
이 책에는 또한 저자가 옆에서 도왔던 각 정치인이 당선과 단 건의 승부에서 성공했던 결단과 에피소드가 그려져 있다. 갈등을 회피했던 노태우 대통령 주위에 충신이 없었던 문제, 노무현의 판단을 흐린 386 비서실의 문제 등 참모들의 한계도 지적했다.

진보가 분단 현실만 중시하다 보면 종북 프레임 못 벗어난다

저자는 한국 정치 파행의 원인을 이념, 환경, 제도, 행위자 등 네 가지로 설명한다. 그 중 ‘환경’의 관점에서는 특히 남북 분단 상황에 주목한다. 분단에서 오는 기득권을 누리는 남과 북의 세력이 상호간 적대적 의존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정치의 개혁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분단 상황의 타파를 주장하는 세력은 ‘주한미군의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쳐왔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이 북한의 반인권적 행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 결과, 한국 사회가 종북 프레임에 갇혀 발전적인 정책 공방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또한 분단 상황은 정치권이 북한의 위협을 핑계 삼아 국가 안보를 정권 안보에 이용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성숙과 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윤여준이 말하는 ‘새 정치’란 무엇인가

한국의 그간 기존 정당은 자신들의 기득권만 유지하기에 급급해 한국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 어찌 되었든 정당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정치에서는 정당이 제 역할을 해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치인조차 배출해내지 못한 기존 정당들은 늘 외부에서 인사를 모셔왔다. 법조인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이나 기업인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 관료 출신의 문재인 후보 등이 그렇다. 당내 정치인 육성 프로그램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작금의 현실은 정당의 실패를 보여준다.
결국 민주 사회에서 정당과 정치인의 문제는 그 정치인이 대표하는 국민의 문제로 환원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치인의 공공성 문제는 국민의 공공성 문제일 수밖에 없고 그 책임 역시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을 조화시켜 현재 한국 사회의 무너져 내리고 있는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새 정치’이다.

2016년 총선 이전 발생할 수 있는 총체적 붕괴를 막기 위하여

저자는 국제적 상황이나 국내적 상황으로 볼 때 총체적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2016년 총선 전에 큰 고비가 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내비친다. 취임 1년 동안 국내외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도 없고 민심은 돌아섰으며 권위주의적 리더십만 보여주고 있는 박근혜 정권에게서 그 어떤 희망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박근혜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인 귄위주의적 리더십은 민주 사회의 성숙으로 향하는 시대의 흐름과 충돌하고 있음을 꼬집는다.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어떤 개인이나 세력도 시대와 충돌할 때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가 대한민국의 실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호소가 담겨 있다.
지금이라도 통찰력을 가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적 리더십으로 전환하기를 읍소한다. 또한 급격한 동북아 정세의 변화와 북한의 도전에 대응할 정부 능력의 배양을 위해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한다. 부문별 정책을 세우는 것보다 일단 국가적 위기가 닥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조직과 인사를 적재적소의 원칙에 따라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통일이 대박이 되게 하려면

2006년,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워싱턴으로 국빈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후진타오 주석이 워싱턴에 도착하기 며칠 전, 한 세미나에서 당시 국무부 부장관이던 로버트 졸릭이 이런 연설을 했다.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원한다. 그러나 통일된 한반도는 미국에도 우호적이고 중국에도 우호적일 수 있는 시나리오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중 정상이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열강 구도 속에서 어떻게 미국과 중국에 우호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는지 상상력을 동원해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남-북 간 전쟁의 위협을 없애는 것이다. 먼저 신뢰를 쌓고 이 위해 민간 차원의 경제 교류와 자유로운 왕래를 단계적으로 거쳐 민족적 차원과 명분이 아닌 실질적 차원의 통일을 준비해야 국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로서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 한국에도 유리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인도적 지원 역시 지속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대박인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목차

권두 인터뷰_ 양당 기득권 구조 깨야 희망이 생긴다
머리말_ 실종된 정치 리더십을 찾기 위하여

1부_ 내가 지나온 질풍노도의 시대
이승만 대통령과 영화를 함께 봤던 어린 시절
친일파의 모략에 낙마한 내 아버지
‘종북’은 6·25를 겪은 세대의 트라우마
늑막염을 앓다 철학 책에 빠져들다
이승만 하야에 눈물짓는 민심
5·16을 지지했던 [사상계]의 권두언
군대 폭력을 겪으며 국가 권력을 고민하다
얼떨결에 신문 기자가 되고
박정희의 저의를 눈치 못 챈 40대 기수들
역사는 스스로 모멘텀을 만든다
전두환은 김재규 총성의 의미를 몰랐다
"당신은 청와대에 있을 자격이 없으니까 나가라"
아무것도 안 해서 민주화에 기여한 역설적 대통령
대통령에게 "내 손에 죽고 싶으냐"고 큰소리치는 여당 대표
"땡전 뉴스로는 효과 못 봅니다"
YS, "김일성은 서울에 못 온다"
공보수석은 대통령의 공적인 얼굴(public face)
재산이 많은 사람은 공직에 쓰지 않는 원칙
"아들의 잘못은 애비의 잘못이다"
역대 대통령과 달랐던 DJ의 식견
DJ를 긍정 평가했다고 위장취업자 취급
개혁은 보수 출신이 더 잘한다
"김윤환, 이기택을 자르다니, 당신 미쳤구만!"
노무현의 승리? 이회창의 패배!
"통일신라 때부터 이어져온 주류를 교체하겠다"
평등이라는 가치를 심어준 노무현
딱 세 마디로 승리한 2004년 총선과 박근혜
박근혜 대표를 뿌리친 ‘죄’

2부_ 왜 우리 민주주의는 성숙하지 못했나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사람의 관점
‘민주 대 반민주’ 구도와 전업 정치인의 등장
Statesman을 기다리는 한국 정치
한국 정치 파행의 원인을 바라보는 네 가지 시각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아쉬운 한계
배부른 권위주의와 배고픈 민주주의
분단만 바라보면 종북 프레임의 덫에 걸린다
제도가 미비해 한국 정치가 이 모양이다
정치의 문제는 지도자 또는 시민의 문제
민주 시민을 길러내지 못한 우리 역사
멸사봉공은 왕조 시대 통치 이데올로기
국민은 가르침의 대상이다, 아니다
민주주의는 제도이자 삶의 총체적 양식
지도자를 내부에서 키우지 못하고 밖에서 모셔오는 정당
헌법 제1조 1항의 뜻도 모르는 대통령
‘새 정치’의 핵심은 공공성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열쇳말, 좌파와 우파
‘민주 대 반민주’는 이념 갈등이 아니다
헌법의 어느 조항에도 ‘자유민주주의’라는 건 없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진리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여유
그러나 진정한 보수도, 진정한 진보도 없는 나라
자유민주주의로의 멀고 먼 길
2017년 대통령 선거는 ‘연장전의 연장전’
대의민주주의와 책임 정치의 위기
기본적인 공공성마저 파괴하는 공직자들
정치적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주의, 경제적 불평등을 꾀하는 자본주의

3부_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고언
집권당을 무력화시키는 대통령
내가 말하는 대로 당신들이 따르는 것이 소통이다
‘국민대통합’이 아니라 국민대추종을 바라는가
청와대 18년 생활이 만들어낸 권위주의적 리더십
스스로 만든 심리적 갑옷에 갇혀버린 대통령
민주적 지도자 훈련이 안 된 지도자들
진보도 보수도 소통을 모른다
‘혼돈기적 혁명 상황’에 놓인 이 나라를 걱정한다
‘인사가 망사’, 이번엔 ‘인사가 참사’
공적 기준 없는 밀실 인사, 수첩 인사
신비주의 전략은 자신감 결여의 발로
‘내가 어떻게 했길래 이런가’ 반성해야
국민을 등에 업기는커녕
외교는 사라지고 국방만 남은 대한민국
북한을 모욕적으로 다루는 단견
국민의 힘을 모으는 게 유능한 외교의 첫걸음
정말 통일이 대박이 되게 하려면
정말 중요한 원칙을 생각해둬야
국민이 더 잘 사는, 당근과 채찍의 균형
국민 가슴에 불을 지피는 리더십
나라의 힘이 약한 걸 만회할 수 있는 지도자
2016년 총선 전에 위기가 올 수 있다
타협은 굴종이 아니다

4부_ 새로운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민주주의란 사적 가치와 공적 가치의 균형
사적 가치와 공적 가치가 연결되지 못한 슬픈 역사
공적 가치에 무관심하면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지배받는다
사적 가치를 국가적 가치로 뒤바꾼 이명박 대통령
세 가지 가치가 혼돈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
경제적 민주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토대
나는 왜 다시 현실에 몸담게 되었는가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
정치인의 세 가지 유형
한국 정치, 희망이 없습니다
진짜 당원의 탄생을 고대합니다
성공부터 배운 386세대 정치인들의 실패
청년이여, 정치를 배우십시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인 젊은이들에게
나이 들면 변화를 그냥 받아들이세요
성찰은 지배층의 의무
이제는 남이 씌워준 안경을 벗어버릴 때다

본문중에서

이번에도 저를 만나자마자 그 얘기부터 하더라고. "제가 그때 실언을 하는 바람에 장관님께 누가 된 것 같아서 지금까지 정말 죄송합니다" 하길래 내가 웃으면서 말했지요. "미래를 생각하기도 바쁜 판인데 왜 자꾸 지난 일을 신경 쓰느냐."
(/ p.10)

그래서 제가 7월 중순쯤 안 교수 보고 "자, 이제 가는 데마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게 증명이 됐다. 그러면 그 젊은이들의 열광이라는 게 뭐냐. 결국 당신에 대한 기대를 표시한 것 아니냐. 바꿔말하면 결국 당신 책임이다. 저 젊은이들에게 힘내라, 포기하지 마라, 그런 위로만 하고 끝낼 거냐. 아니면 내가 생각하기에는, 젊은이들이 저렇게 절망에 빠진 데에는 사회 구조적인 요인이 분명히 있다. 이것에 눈 뜨게 해주는 게 지식인으로서 할 도리 아니냐...."
(/ p.14)

"젊은이들의 문제를 사회가 자꾸 개인 탓으로 몰아가는데, 이게 어찌 개인만의 탓이냐. 그러니까 젊은이들이 구조적인 모순에 눈을 뜨게 해줘야 그걸 개선하려는 의식을 갖게 되고, 노력을 하게 될 거 아니냐.
(/ p.15)

"양당 기득권 구조라는 게 철근 콘크리트 같은 거니까, 이걸 깨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한국 사회 어딜 봐도 그런 에너지를 끌어낼 곳이 없어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걸 보고, 그 열광을 조직화하면 상당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봤던 거죠. 그래서 그 에너지로 콘크리트 구조를 한번 부숴보자, 그런 생각을 했던 겁니다."
(/ p.17)

"안 의원한테 새 정치를 먼저 강조한 것은 저고, 3년 전에. 이번에 그 얘기 하더라고요. (중략) 저는 계속 사양했죠. 물론, 저는 생각 없고, 현실정치에 발 디딜 생각이 없다. 그리고 당신이 나한테 기대하는 점이 나 스스로 없다고 생각하니까 난 못한다고 했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장관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안 됩니다, 라고 하니까, 이걸 생각했던 거죠. 새정치를 구현한다는 게 내가 해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냐. 두 가지가 제 판단의 기준이에요. 제가 그 기대에 충족을 시키지 못 할지라도 약간의 보탬이야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하는 거예요."
(/ p.22)

선친이 이승만 대통령의 행적과 그 공과에 대해 말씀하신 것 중 몇 가지는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선친은 "이승만 박사가 국제 정세를 잘 읽어서 단독 정부를 세운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지만 건국하면서 일제 식민지 역사를 청산하지 않은 것은 아주 중대한 과오다. 두고두고 이것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건국할 때 건국의 이념이 없었다. 무조건 ‘미국’식 이념과 제도를 직수입했는데, 특히 교육에서 미국의 교육 이념과 교육 철학을 그대로 직수입했다. 민주주의도 그렇지만 교육은 우리의 역사적 배경이나 특성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이것 때문에 상당한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두 가지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 p.46)

6·25를 겪지 않은 세대는 그것을 목도했던 세대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도 NLL을 기화로 종북 논란이 있었는데, 6·25를 집단적으로 겪었던 세대에게는 ‘종북’이란 단어 자체가 아주 악몽입니다. 그것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본능적으로 악몽이 되살아나고 공포와 불안을 느끼기 마련인 것입니다. 젊은 세대는 6·25를 체험한 세대의 트라우마를 이해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p.48)

후진적인 사회에서 군대는 가장 근대화된 조직이며 물리력까지 가졌습니다. 그래서 대개 후진국 발전론에서는 한 번 정도는 군부의 통치를 거쳐 가는 것이 보편적인 경로인 것처럼 이해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저 자신도 그렇게 반대하는 생각이 없었는데, 대다수의 생각이 그랬습니다. 오죽했으면 장준하 선생이 발간했던 [사상계] 잡지에서도 ‘권두언’을 쓰는데 5·16을 지지하는 어조로 썼겠습니까.
(/ p.58)

김영삼 대통령의 또 다른 미덕은, 재산이 많은 사람은 공직에 안 쓴다는 원칙을 견지했다는 점입니다.
(/ p.97)

제가 이 총재한테 "야당은 양적인 개혁을 못합니다. 대통령이 당 총재를 하는 여당도 현역 의원 물갈이가 쉽지 않은 법인데 야당은 자칫 잘못하단 풍비박산이 납니다. 야당은 질적인 개혁을 해야 합니다. 소수의 상징성 강한 중진을 바꿔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총재가 "누구?"라고 물어보기에 제가 "김윤환, 이기택 ..."이라 답했더니 이 총재가 다 들어보지도 않고 말을 끊었습니다. "당신 미쳤구만!"
(/ p.112)

"이 총재는 정치를 재개하면 안 된다. 명분이 없다. 자신이 3김 정치를 청산한다고 그 폐해를 세 가지 들었는데 이미 두 가지를 몸소 보여줬다. 하나는 정경유착인데 트럭으로 차떼기를 했다. 또 지역당 만들어서 정치를 했으니 세 가지 폐해 중 두 가지를 몸소 보여준 것 아니냐. 이것은 자기 부정이다" 그러면서 거절했습니다만 이회창 씨는 끝내 다시 정치에 나섰습니다.
(/ p.116)

노무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겠지만, 노 대통령은 한국 국민에게 평등이라는 가치를 심어주고 갔습니다. 평등이란 가치를 한국인의 가슴속에 남겨주고 간 것은 앞으로 한국 사회를 바꾸는 데 두고두고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 p.121)

그러다가 안철수 교수와 ‘청춘콘서트’를 했습니다. 이것이 뜻하지 않게 사람을 하나 키운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기존 정당 사람들로부터는 ‘왜 그런 사람을 키워서 애를 먹이냐’며 원망을 많이 들었습니다.
(/ p.126)

우리 국민은 배부른 권위주의를 배척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에 성공했지만 국민이 얼마나 격렬하게 그 독재 체제를 거부했습니까? 배고픈 민주주의도 역시 거부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서민을 잘 보살펴줄 거라고 믿었더니 매일 거대담론만 얘기하고, 민생을 어렵게 했다고 해서 응징 투표를 당한 거 아닙니까? 이처럼 우리 국민은 배부른 권위주의도 배격하지만 배고픈 민주주의도 용서하지 않습니다.
(/ p.146)

민주주의는 정치 제도일 뿐만 아니라 삶의 총체적 양식입니다. 개인의 사생활이 우선 민주적이어야 대통령이 되어서도 자신과 국가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 p.166)

정당이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결집하는 것입니다. 당의 지도자들이 이 역할을 맡습니다. 정당이 제대로 된 지도자를 양성하고 배출해야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민주적으로 결집하고 대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간 한국의 정당들이 이 기능을 잘 수행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당의 실패’라고도 볼 수 있는 지경입니다.
(/ p.168)

결국 생활 정치가 이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이 정치권을 향해 생활정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구체적인 담론 과 대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 p.189

사실 어떻게 보면 18대 대선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의 연장전 성격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상징하는 것은 산업화의 리더십이었고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이들은 한국 사회의 보수층, 넓은 의미에서 산업화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문재인 후보 지지층은 반대로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민주화 세력입니다. 민주화된 지 27년이 지났는데도 대선이 아직도 산
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연장전이었다는 것은 한국 정치의 지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199)

2012년 봄 총선 당시 한나라당이 당명과 로고와 색깔까지 모두 바꿔버린 것은 책임정치가 아닙니다. 선거는 정당이 후보를 내고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해서 지지를 많이 받은 사람이 국정을 주도하고, 그리고 4~5년이 지난 다음에 다시 국민이 선거를 통해 심판하는 것이죠. 잘했으면 다시 하고 못했으면 바꾸는 것입니다. 총선은 이렇듯 국민이 심판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입니다. 그런데 선거를 얼마 앞두고 당 이름부터 다 바꿔버리면 책임 안 지겠다는 것입니다. 책임질 주체를 없애버렸습니다. 국민이 어디에다 대고 책임을 묻습니까. 당명, 로고 다 바꾸고 나서 ‘우리는 야당과 같습니다’ 라고 하면, 국민은 누구에게 책임을 묻습니까.
(/ pp.203~204)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권에 이식되자마자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 없이 바로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소셜 콘텍스트(social context), 즉 사회적 맥락을 획득하지 못한 채 지도자가 된 것입니다. 아버지 말이 곧 법이던 시절과 은둔 생활을 거치며 박 대통령은 민주적인 가치를 수용할 만한 경험을 하지 못했습니다.
민주 사회의 지도자는 사회 속에서 성장해야 합니다. 민중과 호흡하고 애환을 나누고 교감을 하며 민중 속에서 사회와 호흡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없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를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 p.231)

고위 공직은 인사에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공적 기준으로 사람을 쓴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것입니다. 공적 기준이라 함은 바로 ‘적재적소의 원칙’일 것입니다. 자신과의 인연이나 관계는 사적 기준입니다. 그 자리에 그 사람이 적합한지 아닌지를 공적 기구가 검토하다 보면 모든 자리마다 두세 명의 후보가 나타납니다.
(/ p.243)

박근혜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주의적,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 사회의 성숙으로 향하는 시대의 흐름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떤 개인이나 세력도 시대와 충돌할 때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가 대한민국의 실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실패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걸 막아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 빨리 민주적 리더십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이 최근 한국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근원이자 핵심입니다. 이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정부의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현재의 정부 능력으로는 외부의 압력과 도전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급격한 동북아 정세의 변화와 북한이 무서운 도전이 되어 곧 들이닥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청와대와 내각으로는 위기의 파도를 헤쳐 나갈 역량이 보이지 않습니다.
단시간 내에 능력을 향상시킬 수는 없으니 전면적인 개편을 통해 그 자리에 좋은 경험과 식견을 가진 사람을 찾아서 배치해 탄탄하게 조직망을 짜놓아야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p.284)

참다운 민주 정치가 한국 땅에 정착해서 제대로 가동되게 하려면 무엇보다 좋은 정치인을 길러서 좋은 정치 세력이 등장하도록 할 수밖에 없습니다.
(/ p.315)

저는 기본적으로 평상시에 젊은 친구들에게 "무엇이 당신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지 구조적으로 이해하라"고 말합니다. 모든 것이 구조의 탓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당신 개인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한국 사회의 어떤 구조가 나를 이렇게 만드는지 인식할 수 있어야 그 구조를 고치기 위해 당신이 노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모르고 쫓기는 것과 알고 쫓기는 것은 다르니까요
(/ p.33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39
출생지 충남 논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저자 윤여준은 원칙과 소신이 뚜렷한 자유주의적 공화주의자로, 정치권에서는 전략기획 분야에서 요직을 거친 뛰어난 전략가로 명성이 높다. 1939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거쳐 단국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 신병으로 휴학을 한 적도 있으며, 그런 이유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음주를 가까이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남들보다 읽기와 듣기, 생각하기, 쓰기에 더 노력해왔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기자를 지냈으며, 1977년 주일대사관 공보관으로 관계에 투신하였다. 이후 청와대 의전, 공보, 정무 비서관과 국정원장 특별보좌관, 대통령 공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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