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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침묵 : 박은율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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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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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은율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3년 12월 06일
  • 쪽수 : 147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740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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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박은율 시인이 등단 25년 만에 첫 시집 [절반의 침묵]을 펴냈다. 오랜 시간을 침묵한 시인은 "구근을 찢고 몸의 심연에서 수직으로 피어오른 튤립"처럼 72편의 꽃을 피워 올렸다. 박은율 시인은 침묵, 허공, 무, 부재, 여백처럼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노래한다. 최승호 시인은 이러한 그의 시를 일컬어 "탐미적 허무주의의 시"라고 말한다. 그의 시에서는 존재의 허무가 깊이 느껴진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허무의 정념을 삶 밖으로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상상함으로써 존재의 진실을 자신의 삶 안쪽으로 받아들인다. 존재의 허무와 허기를 끌어안고 인간을, 삶을,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본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침묵의 시인 박은율의 첫 번째 시집
    탐미적 허무주의의 시로 그려 내는 거대한 생멸의 드라마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박은율 시인이 등단 25년 만에 첫 시집 [절반의 침묵]을 펴냈다. 오랜 시간을 침묵한 시인은 "구근을 찢고 몸의 심연에서 수직으로 피어오른 튤립"처럼 72편의 꽃을 피워 올렸다. 박은율 시인은 침묵, 허공, 무, 부재, 여백처럼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노래한다. 최승호 시인은 이러한 그의 시를 일컬어 "탐미적 허무주의의 시"라고 말한다. 그의 시에서는 존재의 허무가 깊이 느껴진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허무의 정념을 삶 밖으로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상상함으로써 존재의 진실을 자신의 삶 안쪽으로 받아들인다. 존재의 허무와 허기를 끌어안고 인간을, 삶을,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본다. 박은율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거친 삶의 내용물을 유미주의적 시각으로 녹여 부드럽고 따뜻한 것으로 재생시킨다. 그의 시선 속에서 거칠고 각박한 풍경들은 적막해지고 고독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비껴갈 수 없는 허(虛)의 깊이를 발견한다. 그럼에도 그의 시는 비탄으로 치닫지 않는다. 인간은 물, 불, 공기, 흙으로 빚어진 우주의 원소이며, 이 원소들이 뭉쳐지고 흩어지는 거대한 생멸의 드라마 가운데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무의 정념은 곧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녀는 말한다. 말할 수 없는 것을. "인생에 대해 더 조그맣게 입술을 오므"리고, "반만 말"한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침묵".

    적막하고 고요한 침묵의 풍경 속에서 존재의 허무를 끌어안는 달콤한 허(虛)의 맛

    달 속에서

    피아노의 흰 건반이 내려온다

    접혀 있던 줄사다리 펼쳐진다

    자작나무 숲에 쌓이는 달빛

    쇠기러기 떼 달 가운데로 멀어져 간다

    녹아내린 얼음물 속에 시리게 엉기는 달빛

    일만 개의 호수

    일만 개의 눈

    나는 홀로 깨어 고드름 자라는 소리 듣고 있다

    물의 눈동자들로 가득한

    이국의 밤
    (/ '미시간의 달' 중에서)

    이국의 겨울밤 시인은 자신의 고독감을 차고 적막한 풍경으로 노래한다. "나는 홀로 깨어 고드름 자라는 소리 듣고 있다"라고 고백하는 시인은 들리지 않는 소리, 들을 수 없는 소리 속으로 고요히 빠져든다. 고독의 정점은 침묵이다. 시인은 침묵의 세계 속에 자신의 영혼을 내려놓음으로써 고독감을 고요하게 받아 낸다. 그것이 바로 ‘눈물’을 "물의 눈동자"로 그려 낼 수 있는 힘이다.

    유골 단지를 끌어안고 누군가 한밤중

    식어 버린 재 흩뿌리고 있다

    뼈 타는 소리 밤새 이글거리는 허공 속

    북극흰올빼미 한 마리 날아가고

    휘몰아치는 눈보라

    펄럭거린다

    희디흰 페이지들
    (/ '다른 세상의 달' 중에서)

    죽은 자의 식어 버린 재를 흩뿌리는 한밤중의 적막한 풍경 안에는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의 외로움과 슬픔이 있다. 시인은 이러한 슬픔의 무게를 허공 속 "북극흰올빼미"와 세차게 "휘몰아치는 눈보라"의 이미지로 대체한다. 그는 통곡의 장황함을 이와 같은 이미지로 대체함으로써 담백한 시의 맛을 살려 낸다. 죽은 자와 남은 자의 수많은 사연, 슬픔과 아픔은 "희디흰 페이지들"에 의해 정갈하게 덮인다.

    거참, 아무래도 다시
    허 허 허
    허 허 허 허 허

    눈이 내린다

    쌓여도 쌓여도 허는, 허
    먹어도 먹어도 허기는, 허기
    몰려가고 몰려다녀도 한기는, 한기

    눈보라 흩날리는 자작나무 숲
    눈표범 나타났다 사라지고 눈표범 사라졌다 나타나고
    (/ '눈 내리는 소리' 중에서)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화자는 ‘허’와 ‘허기’와 ‘한기’를 말한다. 허(虛)는 존재의 배고픔이며 추위이다. 쌓여도, 먹어도, 함께 몰려가도 허를 막을 길은 없다. 흩날리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눈발의 풍경에는 자연의 이치와 생멸의 드라마가 압축되어 있다.
    "눈사람을 만들었지/ 눈 내리고 쌓이는 동안/ 문득/ 처마마다 고드름 녹아내리고/ 소리 없이 사라진 눈사람들"([설국에서의 생애])과 같은 구절에서도 이러한 존재의 허무가 느껴진다. 그러나 박은율 시인은 이러한 허무의 정념을 삶 밖으로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상상함으로써 존재의 진실을 자신의 삶 안쪽으로 받아들인다.

    날아오른다
    구멍의 힘, 없는 것의 힘으로

    뻥 뚫린 가슴이
    너의 부레
    바르르, 파르르 떨며
    날아오른다, 꼬리도 날개도 없이
    그러나 도도히
    하늘과 땅 사이
    팽팽히
    팽팽히 당기면서
    시린 이마, 얇은 몸에 바람을 맞는다
    바람에 휘둘린다
    아니 아니 이제
    바람을 탄다, 바람과
    바람과 논다

    가슴이 온통 뻥
    뚫린 채
    (/ '방패연' 중에서)

    방패연은 "가슴이 온통 뻥/ 뚫린 채", "구멍의 힘", "없는 것의 힘"으로 날아오른다. ‘없음’의 동력이 ‘있음’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유는 존재의 허무를 비탄으로 몰아가지 않게 하는 힘이 된다. 이러한 에너지가 존재의 허무와 허기를 끌어안고 인간을, 삶을,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러므로 박은율의 ‘허(虛)’의 맛은 슬프지만 달콤하다.

    불룩한 볼이
    떨리는 목젖이
    튜바를 분다
    그의 오장육부를 팽팽히 말아 감은
    그것을 그는 분다
    빠르게 거칠게 감미롭게 쓰라리게
    그 안의 어린 그, 젊고 늙은 그가
    여럿이 홀로
    튜바를 분다
    그 안의 웅덩이
    물렁한 돌
    그 안의 기관차
    그 안의 안개, 불과 바람이
    튜바를 분다
    버티고 선 두 다리, 꿈틀대는 근육들
    부은 발등을 조용히 감싸고 있는 구두
    그를 떠받치고 있는 붉은 대지가
    튜바를 분다
    온갖 숨결들의 크나큰 소용돌이
    거대한 달팽이 같은
    튜바
    (/ '튜바 부는 남자' 중에서)

    "젊고 늙은" 한 남자가 "온갖 숨결"을 다해 "여럿이 홀로" 튜바를 불고 있다. 이 외롭고 쓸쓸한 장면은 외로움을 넘어서 그윽하고 경건하다. 늙은 남자의 일평생과 내면의 깊이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튜바와 하나가 되어 자신의 ‘텅 빈’ 몸을 울려 침묵의 소리를 연주하고 있다. 자신의 ‘허’와 ‘허기’를 다해 인생을 연주하고 있다.
    박은율은 이처럼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거친 삶의 내용물을 유미주의적 시각으로 녹여 부드럽고 따뜻한 것으로 재생시킨다. 그의 시선 속에서 거칠고 각박한 풍경들은 적막해지고 고독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비껴갈 수 없는 허(虛)의 깊이를 발견한다. 그럼에도 그의 시는 비탄으로 치닫지 않는다. 인간은 물, 불, 공기, 흙으로 빚어진 우주의 원소이며, 이 원소들이 뭉쳐지고 흩어지는 거대한 생멸의 드라마 가운데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허무의 정념은 곧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말할 수 없는 것을. "인생에 대해 더 조그맣게 입술을 오므"리고, "반만 말"한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침묵".

    나는 본다
    구근을 찢고
    몸의 심연에서
    수직으로 피어오른
    튤립
    그 입술이 머금은
    고요
    반만 벌어진 새벽 어스름
    인생에 대해
    더 조그맣게 나는 입술을 오므린다
    알뿌리의 기나긴 겨울
    반만 말하자
    반은
    침묵
    (/ '튤립' 중에서)

    추천사

    말할 수 없는 침묵의 영역을 의식하면서 시를 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반만 말하자/ 반은/ 침묵"([튤립])에서도 보이듯이, 이 시인은 치묵,허공,무,부재,여백 같은 것에 주목한다. 그 인식 불가능한 것을 의식하면서 말해야 할 때, 말은 말할 수 있는 것의 이편과 말할수 없는말의 저편 사이에서 절망하고 방황하다 스스로 외로워지는메아리 같은 존재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이다. 어쩌면 이런 언어의 한계로 인해 말이 더 사랑스러워지는 것은 아닐까. 제꼬릴르 입에 물고 있느 뱀 - 우로보로스(Uroboros)처럼, 거대한 공허의아가리가 물고 있는 하찮은 인생의 불안과 공포와 고독을 이 시인은 차분한 물감 같은 언어의 팔레트를 들고 마른 질감의 문체로 그려 낸다. 그것을 나느 ㄴ탐미적 허무주의의 시라고 불러 본다
    - 최승호 / 시인

    박은율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거친 삶의 내용물을 유미주의적 시각으로 용해하여 부드럽고 따뜻한 것으로 재생시킨다. 그의 시선 속에서 거칠고 각박한 풍경들은 적막해지고 고독해진다. 그는 그것을 응시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비껴갈 수 없는 허(虛)의 깊이를 발견한다. 먼지로 환원될 수밖에 없는 존재론적 상황은 그에게 허기와 한기를몰고 오는 존재의 그늘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는 비탄으로 치닫지 않는다. 그의 시이ㅡ 맥락은 이러한 존재론적 사태를 인간 삶의 '진실'로 수렴 시킨다. 인간은 물,불, 공기, 흙으로 빚어진 우주의 원소이며 이 원소들이 뭉쳐지고 흩어지는 거대한 생멸의 드라마 가운데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중요한 인식의 매개가 되는것이다. 이러한 인식론적 사유는 박은율의 유미주의적 태도와 맞물려 순환한다. 사물과 인생에 대한 과잉과 극단을 벗어나는 힘은 이로부터 생성된다.
    엄경희 / 문학평론가 · 숭실대 국문과 교수 - 작품 해설에서

    목차

    1부
    비누
    염색 공자의 가을
    다른 세상의 달
    명사산
    다이아몬드 별
    바다사자여 쉬어 가게
    심야식당
    수국,지다
    대청봉에 서서
    팔월의 매장
    정오의 묘지
    말매미
    정중한 예의
    미시간의 달
    황금새조롱을 들고 가는 남자
    라디오 소리
    말향고래
    탐미적인 고양이
    구름도감

    2부
    생각만 하는 새
    방패연
    뚱뚱한 슬픔
    사막에서,삼키다
    튤립
    마그리트 의 점심 식사
    마록의 햇볕

    황조롱이
    튜바 부는 남자
    오래된 머그잔
    물 위의 마을
    허공에서 사는 법
    귀뚜라미
    무지개
    김을 기리는 노래
    부엌 칸타타
    비닐 속의 백일몽
    육십령, 재를 넘다
    연기
    함박눈 속 공작단풍
    장미묵주
    껍질의 안쪽
    이상한 이월
    때밀이 성녀
    서랍 속의 귀뚜라미
    산왕거미
    흑두루미천남성
    끝물

    3부
    맨드라미
    집시의 접시
    무료 급식소
    설국에서의 생애
    버지니아 울프를 위하여
    왕비의 수금
    점등 축제
    여백을 읽는 밤
    낙타 시장의 낙타
    말 헤는 밤
    나비
    홍시
    황혼의 무덤
    맑은 날
    올해의 쿠키
    얼음의 열반
    마법은 풀리고
    오늘이 그날이이에요
    눈 내리는 소리
    눈보라
    설인들이 설산에서 어슬렁거릴 때
    달력을 넘기며
    거미 은하
    그림자 대국

    작품해설 / 엄경희
    달콤한 허(虛)의 맛

    본문중에서

    박은율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거친 삶의 내용물을 유미주의적 시각으로 용해하여 부드럽고 따뜻한 것으로 재생시킨다. 그의 시선 속에서 거칠고 각박한 풍경들은 적막해지고 고독해진다. 그는 그것을 응시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비껴갈 수 없는 허(虛)의 깊이를 발견한다. 먼지로 환원될 수밖에 없는 존재론적 상황은 그에게 허기와 한기를 몰고 오는 존재의 그늘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는 비탄으로 치닫지 않는다. 그의 시의 맥락은 이러한 존재론적 사태를 인간 삶의 ‘진실’로 수렴시킨다. 인간은 물, 불, 공기, 흙으로 빚어진 우주의 원소이며 이 원소들이 뭉쳐지고 흩어지는 거대한 생멸의 드라마 가운데 자신이 존재한다는 자명한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허무의 정념은 그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중요한 인식의 매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론적 사유는 박은율의 유미주의적 태도와 맞물려 순환한다. 사물과 인생에 대한 과잉과 극단을 벗어나는 힘은 이로부터 생성된다.
    (/ '추천사'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2 목포에서 태어났다.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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