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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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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형준
  • 출판사 : 사흘
  • 발행 : 2013년 12월 02일
  • 쪽수 : 22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62606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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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감각적이고도 뭉클한 서정의 시들로 슬픔이 어떻게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던 박형준 시인이, 삶에 위로가 되는 시들을 모아 우리에게 안부를 물어왔다. 기형도, 정호승, 신경림, 오규원, 함민복, 김수영, 정현종, 이성복, 안도현, 최하림, 황병승, 나희덕 등 이 시대 가장 빛나는 시인들의 가슴으로 쓰여진 시 76편을 소개하면서, 시인은 비록 외로운 삶일지라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나지막이 일러준다.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우리의 지친 삶에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쓸쓸한 시대를 살아가는 아픈 마음들에게 진실로 위안을 주는 책이다.

    내 인생에 안부를 물어준 고마운 시 76편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시의 수많은 역할 중에서 박형준 시인이 주목한 것은 '위로'다.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야말로 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특히 위로받아야 할 일이 많다. 삶은 힘들고 외롭다. 하지만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이는 많지 않다. 이렇듯 위로받지 못하는 우리의 쓸쓸한 인생에 박형준 시인이 안부를 묻는다.
    릴케의 [서시]에서 시작되는 시인의 이야기는 황동규의 [더딘 슬픔]과 정호승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거쳐, 사랑을 함으로 인해 더 슬픈 우리의 마음을 읽어내고, 삶의 뜨거운 열정을 돌이키고픈 이들에겐 황인숙의 [카페 마리안느], 정현종의 [창천], 마리나 츠베타예바의 [헌시]를 들려주며 한번 미친 듯이 살아봐도 괜찮지 않냐고, 인생은 원래 달고 시고 쓰디쓴 과정 아니냐며 부추기기도 한다. 지금 가난해서 아프고 병들어 더 아픈 이들에겐 가장 뜨거운 삶의 순간들을 잡아내어 보여준다. 함민복의 [눈물은 왜 짠가], 백석의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이성복의 [강]을 지나, 허수경의 [폐병쟁이 내 사내]에 이르면, 결국 삶이란 어둠의 바탕에 돋아나는 별빛 같은 것이라는 시인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이 세계에서 충분히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

    시인은 묻는다. "현실이 메마르고 일그러지지 않았다면, 상처 입은 영혼들이 없었다면, 시가 쓰여졌을까?" 우리는 누구나 상처받은 영혼들이며 시인 역시 마찬가지다. 시는 상처 입은 마음의 흔적이다.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상처 입었음을 고백하며 그 상처를 통해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한다. 시인들의 고해성사와도 같은 시를 읽으며 결국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고독한 것은 자신의 상처 입은 영혼을 어루만져줄 대상을 갖지 못해서이다. 삶이 쓸쓸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으며, 지칠 대로 지쳐서 아무런 희망조차 느끼지 못할 때라도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은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우리에게 큰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에 안부를 물어주는 시는 그렇기에 더욱 고마운 존재다.
    시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알려주며("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소중했던 추억과("당신이 나를 스쳐보던 그 시선/ 그 시선이 멈추었던 그 순간/ 거기 나 영원히 있고 싶어" -김혜순 [당신의 눈물] 중에서) 별 거 아닌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상기시키기도 한다("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 [조용한 일]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어. ...... 있잖아. 잘 있어?" -장이지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중에서)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하며("담 아래 심은 해바라기 피었다/ 참 모질게도 딱,/ 등 돌려 옆집 마당 보고 피었다" -박성우 [해바라기] 중에서) 때로는 마음의 고향으로 우리를 안내하기도 하는 것이다.("아가야 아가야/ 열 발가락이 다 나와 있네/ 엄마가/ 만들어준 빨간 양말에서" -김수영 [자장가] 중에서)
    박형준 시인은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시들을 고르고 읽으면서 자기 자신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적는다. 여기에 묶인 시 한 편 한 편에는 그런 힘이 숨어 있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말하듯 낮은 목소리로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가만가만 등을 쓸어준다.
    시는 우리의 정신이 필요로 하는 숨통 같은 것이다. 처한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절망에 빠지지 말고, 한 발짝 물러나 시를 통해 삶의 숨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이 세계에서 충분히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당신은 충분히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을까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방향이다
    제 별자리로 돌아간 사랑의 밀어들
    숨죽이고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것들
    삶의 그늘을 껴안을 때
    슬며시 내려와 말없이 그냥 있는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이젠 돌이키기 힘든 추억의 빛깔
    당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사랑도 제 안의 사랑을 못 견뎌 타인에게 흘러나왔듯
    너의 얼굴이 스친다
    죽음과도 같은 열정
    내 것도 당신의 것도 아닌
    볼 수는 있지만 이르지 못한 그곳
    여전히 너를 향해 사랑 노래를 부르는
    상처를 피하려 들지 말 것
    당신, 오늘 저녁은 노을을 유심히 보길
    나의 가장 아름다운 사랑 노래

    오, 미친 듯이 살고 싶다
    저물어가는 겨울 저녁 눈이 그리우면
    이 세상에 넘치는 게 슬픔이지만
    예술가는 죽음을 향한 길에서도 삶의 가장 깊은 바다 밑을 꿈꾼다
    달고 시고 쓰디쓴 과정
    우주적인 집의 몽상가
    이제 그가 없는 이승에 시편들만이 있다
    깊은 슬픔과 가장 깊은 기쁨
    딸은'오르가슴'을 묻는데 어머니는 '가슴'을 묻는다
    비밀은 일상 속에 있다
    미치고 싶도록 꿈꾸었던
    봄밤엔 혼자 술을 마시자
    인생은 선연한 헛것
    마음을 여행하는 법
    묘지는 결코 안식처가 될 수 없음을

    삶이란 어둠의 바탕에 돋아나는 별빛 같은 것
    가난으로 지은 따뜻한 밥
    풍경, 내 마음 속 풍경
    반짝이는 것, 모두 똑같다
    쓸쓸하고 아프더라도 그 기척은 아름답다
    거기, 삶을 받치는 무릎이 있다
    이제는 아버지가 된 아가들에게
    전구 속 필라멘트처럼 빛을 내던 어린 시절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곳에는 아직 사랑하는 사람의 자리가
    어깨를 감싸며 내리는 비는 얼마나 뭉클한다
    우리가 죽어서 물이 된다면
    햇볕을 발견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이란 또 하나의 '나'
    시인의 마당에는
    그 목소리가 그립다
    어둠의 긴 뿌리 끝에
    너희들 봄비 내리는데 굶어본 적 있어?

    내 발자국 및에서 빛나는 행성
    저 눈 속에 영호느이 봄이
    걸어가지 못한, 꿈으로만 남은 길들
    나 같은 저 시가 나를 울게 하네
    날이 밝아도 요긴한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은 새벽
    삶의 아주 낮은 환상 속에서
    견디려다 끝내 견디지 못하는
    삶의 치욕을 건너는 법
    덧없이 녹아 사라지는 가장 사소한 일상이 나의 실재라네
    삶은 의지이니
    삶의 걸음걸이
    그래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 마음 속 등대
    겨울 내내 뿌리는 캄캄한 및에서도 꿈을 꾼다

    둥글고 환한 꽃 피어나는 소리
    나의 하찮음이 우주를 만나는 순간
    얼마나 더 간절해져야 하는가
    가난한 존재들이 지닌 선함
    술 취한 다음날엔
    그 이름 속에서 두레박이 딸려온다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랑
    타인의 악기가 되어
    꿈이 없으면 사람은 죽고 만다
    어머니의 그 쓸쓸한 버릇
    젖은 발을 쑥 집어넣고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이여
    사람은 나무에서 왔는지도 모른다
    끝끝내 오는 사랑처럼
    마음, 움직이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시간이 만들어내는 결

    출전

    본문중에서

    당신은 충분히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

    삶이 쓸쓸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을 때, 지칠 대로 지쳐서 아무런 희망조차 느끼지 못할 때, 사실은 그 쓸쓸함과 고독 속에서 희망은 싹터 오르게 마련이다. 헤르만 헤세는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 시대를 못 믿게 될 수록, 인간이 일그러지고 메말랐다는 생각이 들수록, 나는 그러한 비극을 극복하는 데 그만큼 더 사랑의 마력을 믿는다"
    현실이 메마르고 일그러지지 않았다면, 상처 입은 영혼 들이 없었다면 시가 쓰여졌을까. 우리는 누구나 상처받은 영혼들, 시는 상처 입은 마음의 흔적이다.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상처 입은 마음의 흔적이다.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상처 입었음을 고백하며 그 상처를 통해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한다. 그래서 사람들 위에 서지 않고 옆에 나란히 서서 자신을 털어놓는 시를 읽으며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외로움에 빠진 코끼리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죽은 동료들의 잔해 더미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햇빛에 바랜 뼈들을 숙연히 지켜보다 그 뼈들을 하나하나 뒤적거리며 냄새를 맡는 코끼리 이야기. 우리는 어느 면에서는 이런 코끼리를 닮았다. 코끼리가 동반자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그 부재에 대한 슬픔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듯이 우리는 진실로 자신의 상처 입은 영혼을 어루만져줄 대상을 갖지 못해 고독해진다.
    사실 자기 생을 쉽게 정의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험난한 시간의 파고 속에서 우리를 지켜줄'등대의 불빛'은 또렷하지도 않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달콤한 커피향 같은 아늑함으로 우리에게 인생을 가르쳐주는 따스한 이야기들은 책장을 덮고 나면 허망할 때가 많다. 왜냐하면 어떤 인간이든 서로에게 속하지 못하는 고독과 소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읽을거리로 떨어지지 않을 독특한 내면을 지닌 시들을 읽어봄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 시선집을 묶고 해설하면서, 복잡한 현대 사회속에서 정체성을 잃기 쉬운 사람들에게 자신과 비슷한 체험을 가진 시와의 감정 교류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갖게 해주고 싶었다. 우리 곁에서 자신의 상처와 속내를 들려주며 진실로 속을 털어놓고 싶어 하는 시들을 고르고 읽으면서 나 자신도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리하여 결국엔 내 곁에 오래오래 친구처럼 머무르게 될시들이 여기 남게 되었다.
    시는 우리의 정신이 필요로 하는 숨통 같은 것이다.
    숨을 잘 쉬면 육신이 맑아지고, 육신이 맑아지면 숨결이 맑아진다. 우리의 일상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절망에 빠지지말고, 한 발짝 물러나 시를 통해 삶의 숨소리를 만들어보길 기대한다. 우리는 이 세계에서 충분히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

    2013년 겨울 박형준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6
    출생지 전북 정읍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6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家具의 힘]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1994)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1997)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2002) [춤](2005), 산문집으로 [저녁의 무늬](2003)가 있다. 제15회 동서문학상, 제10회 현대시학작품상을 받았다.

    -수상경력
    1996년 제1회 꿈과시문학상 수상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동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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